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눈앞이 흐릿해졌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 방심했다. 적의 궁수가 노리고 있던 건 렉스만이 아니었다. 저 남자를 감싸는 데에 정신이 팔려, 나에 대한 공격에는 소홀해졌다.




 그때, 나는 어디선가 나타난 마족들에게 몸을 붙잡혔다. 동료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대로 나는 작은 구멍을 지나 비밀통로 같은 길을 통해 유괴되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여기에 붙잡혔다────


































"안녕, 잘 지냈어?"




 의식을 잃은 나는 거슬리는 목소리에 깨어났다.




 그것은 사람으로서의 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기질적이고 냉담한 목소리다.




 아무래도 여기는 어두컴컴한 방인 것 같다. 좀 버둥거려 봤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역시 묶여 있는 것 같다.




"흠, 인사도 안 해주는군?"


"......"




 늇, 하고. 깜깜한 방 안에 창백한 피부의 여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말라비틀어진 뺨, 부스스한 머리카락, 생기 없이 동공이 확장된 눈동자. 그 얼굴을 절대 잘못 볼 리 없다.




 마도왕 자리바다. 나를 이런 몸으로 만든 장본인이자, 내가 죽은 동굴에서의 마왕군 지휘관이며, 모든 악의 근원.




"입 다물고 있으니 재미없군. 내가 얼마나 고생해서 너를 다시 잡았는지 알아? 이야기 정도는 들어줘도 될 텐데."


"......"


"뭐, 그렇게 적개심을 노출하지 않아도 좋아. 너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으니까."




 자리바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정말 즐거운 듯이 이야기를 계속했다.




 ........ 하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일부러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을 뿐, 내심으로는 검은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섬뜩할 정도다.




"너에 대한 시술이 잘 됐다는 건 나로서도 숙원 달성과 같은 의미니까 말이야? 너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어. 조금만 협조해 준다면 바로 풀어주지."


"...... 날 원래 모습으로 돌려놔."


"원래? 아, 확실히 다른 사람의 육체로 있으면 불편하겠지. 상관없어, 원래 모습으로 돌려주지. ...... 그러니까 내 말을 들어줄래?"




 좀비 여자 자리바는 끈적끈적한 어조로 그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음, 정말로 원래 모습으로 돌려준다면 대환영이다.




 ──── 하지만.




"원래 모습으로 돌리는 것도 네 실험 중 하나지? 게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을 때의 나는 너의 꼭두각시겠지. 속지 않아."


"킥킥, 눈치가 빠르네. 하지만 너에겐 선택지가 없어. 바보 같은 반항을 고집한다고 해서 지금의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내 말을 들으면 정말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서 풀려날지도 모르는데? ...... 따를 수밖에 없어, 너는."


"재밌네. 엿이나 먹어라."




 퉤, 하고 나는 침을 뱉었다. 자리바는 장황하게 나불대고 있지만, 나는 뭐라고 해도 따를 생각이 없다.




"질문에 답하면 돼. 너는 내 질문에 몇 개만 대답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풀려날 수 있어. 그래도 거부하는 거야?"


"아하하하하! 과연. 넌 인간을 세뇌시킬 순 있어도 정보를 빼내는 건 못 하는 거지? 잘 들었어!"


"......"


"자리바라고 했지. 너는 시체에서 정보를 뽑아내는 수단이 없으니까 나를 정신 그대로 두는 거지? 대답은 아까와 같아. '엿이나 먹어라'."


"...... 어쩔 수 없군. 무지몽매한 인간이란......"




 내 대답에 자리바는 꽤나 아픈 곳을 찔렸나 보다. 그녀는 찡그린 표정으로 입을 다물더니 한숨을 내쉬며 휙 등을 돌렸다.




"지금의 너에게 뭘 말해도 소용없겠지. 실컷 어둠 속에서 혼자 괴로워하도록 해."


"패배를 인정하는거야?"


"이 방은 내 연구실에서만 들어올 수 있어. 이번에 넌 절대 도망칠 수 없어."




 그리고 끽, 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방 안쪽에서 빛이 새어 나오며 작은 문이 열렸다.




 그 출구 부근에 자리바가 서서 비웃듯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실컷 버둥거려. 언젠가 너의 마음이 꺾일 때, 나는 다시 이 방을 찾아올테니."




 그런 헛소리를 남기고선.










































 ...... 그리고. 사악한 좀비가 방을 나간 뒤.




 나는 은밀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다행히 세뇌도 되지 않고 오체만족으로 감금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혼자 이 동굴에 잠입했다면 이렇게 안심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파티를 이뤄 이곳을 조사하고 있었다. 즉,




"이제 렉스가 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까?"




 어차피 저 녀석이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구하러 올 게 분명하다. 자리바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렉스가 질 것 같진 않다. 그러니 나는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서툰 마법에 의한 기습에도, 클라리스라는 괴물이 후위에 있으니 걱정 없다. 그녀도 마법사로서 '렉스급'이라고 하니까.




 애초에 그들이 자리바를 당해내지 못한다면 애초에 인류에게 승산 같은 건 없다. 그렇게 실력 차이가 있다면 이런 곳에서 몰래 거점을 세우지 않고 마족은 당당하게 쳐들어올 테니까. 그러니 뭐,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렉스 일행이 더 강하다고 보는 게 틀림없다.




 포로신세라는 것은 한심하지만, 목숨만 붙어 있다면 이긴 거지. 아직 죽지 않고 버텨낸 거니까. ...... 이거 참. 역시 그 녀석과 한패가 되니 '언젠간 그 녀석이 도와줄 거야.'라는 안일함이 생기네.




 하지만 지금의 저 녀석을 두고 솔로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오늘의 방심도 그렇고, 저 녀석은 아직 컨디션이 좋다고 할 순 없다. 반성하고, 렉스에게 너무 의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라고, 초라하게 적에게 잡힌 자신의 무능함을 자조한 뒤. 나는 시끄럽게 코를 골며 천천히 잠들었다.




 잡힌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체력 비축 정도니까.








































"일어나."


"...... 으응."


"심문 시간이야, 눈 떠."


"...... 어때, 렉스. 이게 바로 내 실력...... 으응."


"정신 차려!!"




 퍽, 하고 머리에 둔탁한 충격이 퍼진다. 내 눈앞에서 울며 분해하는 패배자 렉스가 스윽 사라져간다.




 ....... 음. 겨우 이겼다고 생각했더니 꿈이었나.




"어? 벌써 아침?"


"꽤나 여유로워 보이네. 도망치기는 포기했어?"


"아, 그랬지 잡혀 있었지. 그럼 좀 더 잘게."


"너, 꽤 마이 페이스로 가는구나."




 자리바의 기가 막힌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 할 일도 없잖아. 한 번 탈출했다가 잡힌 거고, 경계당하고 있을 게 뻔하지. 또 탈출해봤자 도망칠 수 있는 확률은 높지 않을 거고.




 그렇다면 렉스를 얌전히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다시 묻지? 대답할 마음이 들면 대답해도 좋아. 너는 죽기 전의 일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지?"


"어? ...... 아니, 전부 기억하고 있는데."


"호오. 그럼 다음. 너, 죽기 전과 비교해서 머리 회전이 둔해진 것 같아?"


"어제 듣고 싶었던 건 그런 류의 질문이었어? ...... 그렇구나, 넌 정보를 빼내고 싶은 게 아니네. 실험 결과 기록 같은 거겠군. 그럼 내 대답은 묵비권 행사야."


"흠. 머리 회전은 느려지지 않은 것 같군."




 아. 젠장, 실질적으로 대답해버렸다.




"음ー, 그 외엔 몇 가지 문제에 답해줘. 2개씩 사과를 3명에게서 받으면, 넌 몇 개의 사과를 얻어?"


"쯧."


"응? 이런 쉬운 문제도 모르는 거야? 역시 바보인가?"


"뭐라고!? 모를 리가 없잖아! 8개지, 얕보지 마!"


"과연. ...... 이건 시술의 영향으로 봐야 할지 원래 머리가 나쁜 걸로 봐야 할지....... 응, 후자인 것 같네."



 아, 젠장. 도발에 넘어가서 대답해버렸다.




"이제 아무것도 대답 안 해. 절대로!"


"죽기 전과 비교해서 퍼포먼스는 별로 떨어지지 않은 것 같고. 좋아, 이제 질문은 끝이야."


"어라?"



 질문 타임 종료인 모양이다. 나 협조해버린 거 아닌가?




"확인사항은 끝났고, 세세한 신체검사는 네가 크게 자는 동안 끝냈거든. 좋아 네가 원래 몸이 어땠는지 말해봐."


"그걸 알아서 뭐 하게!? 뭔 일이 있어도 대답 안 해!"


"...... 상관없지만, 넌 원래 몸으로 돌아가고 싶잖아? 그대로 있어도 되면 그대로 풀어줄거고."


"...... 응?"



 방금 저 녀석 뭐라고 했지?




"어, 풀어준다고?"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마왕님께 지원도 받았고 조사하고 싶었던 것도 다 끝냈으니 넌 더 이상 필요 없어. 덤으로 협조에 대한 사례로 원래대로 돌려주는 서비스는 해줄게. 뭐, 그 시술 데이터는 받아가겠지만."


"...... 오오?"




 어? 이거 나한테 너무 좋은 거 아닌가?




 함정일 수도 있지만....... 아니, 굳이 나를 함정에 빠트릴 이유는 없는 것 같네. 저 녀석이 원한다면 나를 억지로 개조하는 것도 할 수 있을 테니까.




"혹시 전에 잡혀있을 때도 가만히 있었으면 풀어줬어......?"


"아니, 그때는 세뇌했을 거야. 뭐 어쨌든, 우리에게도 사정이 있어. 내 본거지에 조사 오게 돼서 다행이었네, 너."




 자리바는 파란 피부를 일그러트리며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수상하지만, 거짓말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돌, 돌아갈 수 있다고!? 힘이 넘치는 남자의 육체로 돌아갈 수 있다고!?




"...... 그래서? 너 원래 몸이 어땠어?"


"음, 잘생기고 근골이 늠름하고 위풍당당하고 ●●●가 커다란 강해 보이는 남자였어."


"그, 그런 시체가 있었나......"




 좀 찾아볼게, 기다려. 그렇게 말하며 자리바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이거 진짜로 풀어줄 것 같은데? 이런 횡재가 있나. 좋아 렉스, 당분간 구하러 오지 않아도 돼.




 원래 육체로 돌아가면, 그렇지. 플라체는 죽은 걸로 하고 슬쩍 렉스의 파티에 들어가도록 하자. 렉스도 만난 지 며칠 된 동료가 죽었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낙담하진 않겠지.




 오길 잘했어, 화산도시. 잡혀서 잘됐어, 마도왕 자리바. 비이바이, 감금생활......!


















"처형자 엑스큐러가 무슨 볼일이지? 여긴 내 근거지다."


"...... 처형자의 일은 정해져 있잖아? 반역자의 처형이지, 자리바."












 응? 무슨 남자의 목소리가 문 저편에서 들리는데......






"끄아아아악!!"






 직후.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지며 문이 부서지고 무언가가 벽에 처박힌다.




 자리바다. 조금 전 나간 자리바가 내가 감금된 방까지 날아온 것이다.




"이 자식...... 무슨 짓이냐! 나는 배신한 적 없......"


"배신하고 나서 처리하는 건 2류들의 작업이다. 1류 처형자는 배신하기도 전에 처리하지."




 무슨 일이지? 왜인지 이 거점의 우두머리인 자리바가 바닥에 누워 있다.




 자리바를 따라 들어온 마물도 아마 마왕군일 텐데? 그럼 왜 자리바가 공격당한 거야? 내분인가?




"이 녀석...... 가오우 이 자식!"


"이렇게 되어서 정말 유감이군, 마도왕."




  ....... 내분은 좋은데, 하루만 더 기다려줬으면 좋겠는데. 나 자리바 선생한테 시술 예약해뒀는데.




"여기서 죽어라, 자리바. 뭐 좀비니까 이미 죽은 거지만."


"말도 안 돼! 증거도 없이 네 멋대로 하다니!"




 그런 천진난만한 내 텐션과는 달리, 땅바닥에 처박혀서 신음하는 자리바는 필사적인 표정으로 그 마물을 노려보았다.




 저건...... 늑대인가? 늑대형의 두 발로 걷는 마물이 도망칠 길을 막듯이 방 입구 근처에 우뚝 서 있다.




"너의 음모 따위는 마왕님께서 진작에 꿰뚫어 보셨다는 거다."


"닥쳐. 근거도 아무것도 없는 걸......"




 뭔가 저 좀비 여자는 위기에 처한 모양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감도 안 잡히지만, 어쨌든 좋은 일은 아닐 것 같다고 내 직감이 속삭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