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흠... 내가 기절해 있었나?"


"아, 페니 씨! 깨어나셨군요."




 갈색 머리를 흔드는 어린 소녀가 활짝 핀 미소를 지었다. 목을 우두둑 울리는 근육질의 30대 남성이 달려들어 온 어린 소녀를 어깨에 태우고는 미소 지었다.




"역시 검성답군. 나로서는 감히 상대가 안 되는 모양이야. 엠마 앞에서 망신을 당했구나"


"무기를 든 상대였으니 어쩔 수 없죠. 게다가 페니 씨의 주특기는 집단전이잖아요!"




 남편의 어깨에 올라타 만족스러워하는 엠마가 부드럽게 미소 짓는 페니에게 볼을 비볐다. 나이 차만 아니라면, 두 사람은 화목한 이상적인 부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엠마?"


"네?"




 그런 평화로운 두 사람 앞에 펼쳐진 광경은.




"저건 뭐지?"


"검성 렉스 님이 불의를 저지른 모양이에요"




 ...째려보는 여자 셋에게 둘러싸여 딱하게 당황하고 있는 이 나라 최강의 검사였다.




"뭐!? 그럴 남자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어쨌든 그건 안 돼지 그건...."


"그렇죠. 그런 나쁜 남자는 가죽을 벗겨 꼬치에 꿰어 갈아 내려 삶아 구워 먹어 버려야돼요."


"...그래. 나는 절대 그런 짓 안 하니까 안심해."


"네, 저는 믿고 있어요!"




 그 광경을 본 페니는 조금 떨었다.






























"이봐, 렉스. 공원은 잠시 쉬기 위한 장소가 아니었어?"




 살짝 살기를 담아 나는 눈앞의 에로 원숭이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왜냐하면 오늘 일을 메이와 카린에게 설명했더니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어이없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렉스는 나를 공원으로 꼬드겼다. 물론 공원이라는 곳에는 한가한 사람이나 가족이 모인다. 그런데 이 근처에는 공원이 두 개가 있고, 렉스가 말한 '가족 위주'의 공원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또 다른 공원은, 즉 내가 오늘 초대받은 공원은,




"거기... 야한 목적의 전용 공원 아니었어?"


"아니. 나도 그쪽은 잘 몰라서 말이야!?"


"...그래서? 플라체도 순순히 넘어간 이유는..."


"나는 잘 몰랐고, 따라갔을 뿐이야!!"


"뭐, 너라면 그럴 만하지."




 카린은 흘깃 나를 바보 보듯이 흘겨보았다. 솔직히 그런 취급에는 불만이 있다.




"...렉스 님도 몰랐던 겁니까?"


"맞아맞아맞아!! 나도 들어가 보고 잠깐 의심했는데, 가족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어서 괜찮겠거니 했지!"


"흐음...? 렉스, 너 애초에 공원 같은 데 가는 타입이었어?"


"그보다 렉스. 너 주위에 커플 투성이었는데도 태연하더라. 게다가 내가 돌아가자고 해도 잡아 두던데."


"으악!? 그건 말이지, 어..."




 식은땀을 흘리며 주춤거리는 렉스에게 다가서는 3명의 여자. 정확히는 2명의 여자와 전 남자.




 눈앞에서는 나의 앙숙 렉스가 전에 없이 궁지에 몰려 있었다. 내가 남자였을 때 이 정도로 당황한 렉스는 본 적이 없었다.




 ...하필이면 이런 쓸데없는 일로 궁지에 몰린 렉스를 보게 될 줄이야.




"아니야, 들어 봐 플라체."


"응."


"사실 나는 너랑 서로 이해하고 싶었을 뿐이야! 이상한 곳으로 데려간 건 미안하지만 말야. 우리 만난 지 며칠밖에 안 됐잖아? 중요한 의뢰 받기 전에 한번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야."




 횡설수설하긴 했지만 렉스는 내 눈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왜냐면 난 네 얘기를 전혀 모르니까. 너도 네 얘기를 하려 들지 않고. ...우린 동료잖아? 그래서 한번 둘이서 천천히 얘기하고 싶었어."


"그랬구나."




 렉스의 그 말이 내 마음에 꽂혔다. 확실히 나는 내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무심코 떠들었다가 의심받는 게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렉스의 성격을 잘 안다. 이 녀석은 옛날부터 이상하게 가족에게 관대한 성격이었다. 생각보다 외로움을 타는 남자인 거다.




 그리고 고향을 잃고 외톨이가 된 렉스는 분명 무의식중에 마음을 맡길 수 있는 가족을 찾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파티원으로서 함께 지내고 있는 메이와 카린을 가족처럼 여기고 있을 거다.




 그래서 새로운 동료가 된 나와도 제대로 마주하려 했다는 건가. 성실한 남자로군.




"그런 말로 속는 건 바보 밖에 없어! 솔직하게 말해 봐!"


"...정말로 아무런 속셈도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렉스 님?"


"아 그게, 뭐 조금은...?"


"자백했네!!"




 한때 나는 외로움 타는 렉스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그것도 단지 제멋대로였던 내 고집 때문에.




 그리고 나는 아직도 내 정체를 숨기고 있다. 렉스에게 한심한 지금의 나를 들키는 게 두려워, 어색한 사이가 되는 게 싫어 숨기고 있다.




 그게 돌고 돌아 렉스를 걱정시키고 있었다.




"미안해 렉스,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마음의 정리가 되면 언젠가 네게 모든 걸 이야기 할게......"


"어라!? 플라체가 벌써 완전히 설득당했어!"


"이 사람 뭐예요!? 순진하다는 차원이 아니에요 이건!?"




 응? 메이와 카린은 뭘 그렇게 놀라는 거지?




"그, 그보다 말이야. 저기 봐, 페니 장군도 깨어난 것 같잖아? 슬슬 일 얘기나 하자."


"..."


"오, 드디어 이야기가 마무리 됐나!! 나는 지루했다고 렉스!"


"아직 납득은 못 했지만... 그렇죠, 당사자가 넘어갔으니..."




 이렇게 분위기가 정리되고 렉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한숨을 돌렸다.




 그렇겠지. 아무리 렉스라도 만난 지 얼마 안 된 여자를 그런 장소로 꼬시진 않겠지. 그냥 나랑 얘기하고 싶었을 뿐이겠지.






































 그리고 어린 소녀가 등을 쭉 펴고 우리가 앉은 탁자 맨 안쪽에서 자료를 한 손에 들고 말을 꺼냈다.




"그럼 부족하지만 페니 장군 밑에서 일하는 참모 엠마가 이번 의뢰 내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엠마 양이 사회 보는 거야? 이런 건 어른이 하는 게 좋을 텐데."




 왜 아무도 지적 안 하지?




 이렇게 어른들이 모두 모였는데 ●살 나이의 여자아이가 이 자리를 이끄는 건 이상하잖아. 렉스마저도 엠마가 사회 보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대하고 있고.




"푸하하하하!! 딱딱한 건 싫어서 말이야!!"


"난 말주변이 없어. 그래서 이런 건 엠마한테 맡기고 있지."


"이래봬도 저 문관으로 일한 경험도 있답니다? 여러분이 괜찮으시다면 이대로 계속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확실히 엠마 외의 국군 두 사람은 사회자로는 너무 적합하지 않다. 너희들 좀 더 제대로 하라고.




"이번 의뢰의 배경으로는 수도 근처에서 '지도에 없는 동굴'이라는 것이 최근 여기저기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새로 발견된 동굴치고는 부자연스럽게 입구가 감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죠. 그걸 수상히 여겨 많은 모험가 분들이 동굴에 들어가지 않고 길드에 보고해 주셨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들어갔던 그 동굴도 입구가 훤히 보였지. 거기서 의심했더라면 죽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나.




 아니, 어쨌든 그 동굴 조사 의뢰는 길드 지정 모험가인 나한테 돌아왔을 거다. 결국 죽을 운명은 바뀌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지난번 검성 렉스 님의 조사로 저희는 '마왕군'이라 불리는 새로운 적대 세력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근거지일 가능성이 높은 상기 동굴의 조사를 의뢰하고 싶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그 건에 관해서는 렉스 님께서 수락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아."




 그리고 엠마는 한숨을 돌리며 손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모두가 볼 수 있게 펼쳐 벽에 붙였다.




 그 종이에 그려진 것은... 나조차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을 정도로 유명한 산이었다.




"수도 바로 북서쪽에 위치한 드워프들이 만들어 낸 탄광촌, 화산 도시 사이코로. 거기에도 '작년까지 아무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동굴이 발견되었습니다."


"화산 도시...라니, 화산 바로 옆에 있는 위험한 마을 아니야?"


"네. 위험해서 탄광일족 외에는 가까이 하지 않아 사람이 적은 데다 마석의 명산지이기도 합니다. 렉스 님의 보고대로 마왕군이 실재한다면 여기에 거점을 세울 게 틀림없을 겁니다."


"위치가 위험해서 군대를 움직이기 어렵고, 대량의 마석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녀석들 입장에선 일석이조겠지."


"게다가 야생 몬스터들도 강력합니다. 그러니 녀석들로서는 매우 방어하기 쉬운 거점이라 할 수 있겠죠. 그래서 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렉스 님을 포함한 소수 정예로 조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엠마가 붙인 종이에 그려진 용암 강에 둘러싸인 화산 '사이코로'.




 나도 소문으로만 들어 봤을 뿐이지만, 땅이 조금만 흔들려도 땅이 갈라져서 용암에 빠진다,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닌 것 같다.




 ...우와, 싫다. 기온에 따라선 내 검이 녹아 버릴지도 모르겠네.




"뭐 내가 있으면 주위 온도를 낮출 수 있으니까, 그렇게 걱정할 건 없다고!!"


"와 엄청 편리하네."




 달궈진 검을 잡을 수 있을까 겁먹고 있던 나였지만, 내 걱정은 우쭐해하는 클라리스에 의해 즉시 해소되었다.




 그렇구나. 기본적으로 원거리 포대로 운용되는 흑마도사를 동굴에 왜 부르나 했는데 그녀는 그 때문에 불려온 거구나.




"그럼 구체적인 주변 정보로는────."




 그리고 엠마는 주변에 서식하는 경계해야 할 몬스터나 근처에서 확인된 도적단 등의 상세한 정보를 알려 주었다. 미리 조사해 준 모양이다.




 .....어쩌면 이 자리에서 제일 믿음직한 건 이 꼬마일지도 모르겠다.




"이상으로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아아. 진행 고마워 엠마."


"다른 질문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상담해 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는 엠마. 그녀를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페니 장군과 클라리스. 원래 너희들 일이잖아.




"그럼 내일 아침 출발하는 걸로 하자. 페니랑 엠마 양, 오늘은 우리 집에서 묵어 가. 아직 객실엔 여유가 있으니까."


"그거 고맙네요. 숙박비 아낄 수 있겠어요. 페니 씨, 말씀 감사히 받읍시다."


"아아, 신세 지겠네 렉스."



 이렇게 해서 드디어 내일, 우리 일행은 마왕군이 웅거하고 있을 동굴로 향하게 되었다. 내가 정식으로 렉스 파티의 일원으로 일하는 첫 번째 임무다.




 뭐, 기대에 부응할 정도로는 일하도록 하자.


































 그리고 그날 밤,




"...흠. 이런 시간에 검을 휘두르는 건가, 아가씨?"


"오, 페니 장군이네."




 오랜만의 큰 의뢰로 잠이 오지 않아 머리가 맑아진 나는 한밤중에 몰래 뒷뜰로 가서 검을 휘둘렀다.




 만족하면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설마 페니에게 뒤를 밟혔다니.




"혹시 내가 깨웠어?"


"...내 버릇이다. 나는 아무리 멀어도 날카로운 검기가 느껴지면 벌떡 일어나 버리거든. 암살이란 걸 몇 번이고 당해 왔으니까."


"그건 미안..."


"사과할 건 없네. 오히려 근면하다고 감탄하고 있어."




 자조하듯 페니 장군은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그러고 보니 렉스가 이 남자는 '국민들을 계속 구해 온 전투 베테랑'이라고 했지?




"그런데 말이야, 아가씨. 너 아직 그렇게 단련되지 않았잖아?"


"..."


"렉스가 널 아끼고 있어. 그렇기에 충고한다. 저쪽 몬스터들은 정말 강해. 형편없는 실력으론 발목 잡힐 뿐이지. 특히 전위는."


"뭘 말하고 싶은 거야?"


"충고다. 나는 네가 의뢰를 사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 손, 굳은살이 박혀 있잖아? 즉, 아직 검에 손이 익숙하지 않다는 거다. 너는 최근까지 검을 잡은 적이 없어. 틀렸나?"




 그리고 페니에겐 관찰력도 있는 모양이다. 확실히 내 손에는 굳은살이 많이 박혀 있었다. 장군의 말대로 이 육체의 주인은 검을 쥐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검사면서 근육도 빈약하고 손에는 굳은살이 산더미 같이 박혀 있으니 확실히 초심자 검사로 보일 만도 하겠군.




"...불안하면 확인해 볼래? 내 실력을."


"흠. ...좋아. 저까지 말했으니 뭔가 자신이 있는 거겠지."


"뭐, 그렇지."




 하지만 혼자만 의뢰에서 따돌림 받긴 싫다. 육체는 검의 초심자라도 속은 렉스의 라이벌이자 전직 길드 지정 모험가인걸.




 원래 내 검술은 근력에 의존하지 않아. 내 실력을 보면 페니 장군도 납득할 거야.




"나는 멈출 거야. 장군은 맘껏 해 봐."


"알았다. 막아 보라고, 아가씨."




 나는 조용히 검을 뽑아 페니 장군을 도발했다. 한편 장군은 흥미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더니 나로부터 몇 미터쯤 떨어진 곳에 진을 폈다.




 렉스 외의 상대와 실전은 오랜만이네.




"간다?"


"오오."




 페니 장군은 그렇게 말하고 주먹을 겨누고, 조용히 한 걸음 내디뎠다.




 ──쿠웅,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들릴 때쯤엔 눈앞에 내 머리통을 날려 버릴 위력을 품은 주먹이 있었다. ──페니가 겨우 한 걸음 내디딘 것만으로 그의 주먹은 내 눈앞에 바싹 다가와 있었다.




 그건 엄청난 속도와 정확성을 겸비한 말 그대로 필살의 일격이라 할 수 있다.




"승부 났군."




 그리고 그 주먹은 내 얼굴에 닿지 않고 바로 앞에서 멈췄다. 그 이상한 주먹의 압력만으로 내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페니는 애초에 나를 공격할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렇기에 바로 앞에서 멈출 수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내 실력에 불만 있어?"


"..."






 물론 나도 페니가 주먹을 바로 앞에서 멈춰 줄 거라 믿었다. 믿었기에 나는 주저 없이 검 끝을 페니에게 겨눌 수 있었지만.




 검과 주먹은 도달 거리가 다르다. 팔을 쭉 뻗은 주먹조차도 가볍게 겨눈 검의 사정거리에 미치지 못한다.




 페니의 주먹이 멈춘 건 내 눈앞 몇 센티미터. 반면 내 검은 페니의 목에 바싹 들러붙어 있었다. 이게 실전이었다 해도 내가 페니의 목을 베어 내는게 빨랐을 거다.




 누가 판정해도 내 승리겠지.




"...얕봤군. 용서해 다오, 여검사."


"플라체라고 불러. 너도 날 걱정해서 충고해 준 거잖아? 사과할 필요 없어."




 오랜만에 승부에서 이겨 살짝 들뜬 기분을 억누르며 나는 페니의 목에서 검을 떼어내 칼집에 집어넣었다.




 타이밍도 좋다, 내일도 일찍 출발해야 하고. 슬슬 자러 가야지.




"난 이만 잘게. 페니 장군, 내일 봐."


"...아아."




 ......후후후. 렉스는 페니 장군 쓰러뜨리는 데 몇 초나 걸렸지? 난 순식간에 결착 지었는데.




 이거 말하자면 간접적으로 렉스한테 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크크, 크큭크큭.




 아니아니, 너무 자만하지 말자. 뭐어, 사실은 상성 문제겠지. 그건 잘 알지. 페니처럼 사정거리 짧은 인파이터 같은 건 카운터형인 내 스타일의 먹잇감이니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방으로 돌아가는 여검사.




 조금 기분 좋아 보이는 그녀의 등을 보며 무수의 장군 페니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미래라도 보이는 건가, 저 아가씨..."




 ────살짝, 그 얼굴을 공포로 일그러뜨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