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40. 정말 원했던 것










"으윽?! 아리에타! 내 뒤로 물러나!!"












 마왕성의 한 구석에 착지한 나-엑스를, 풍경이 흐려질 듯한 엄청난 살기가 꿰뚫었다.


 재빨리 옆에 서 있던 아리에타를 가리듯이, 살기가 느껴지는 쪽으로 검을 겨눈다.








 다음 순간, 격렬한 굉음과 함께 견고한 성벽을 부수고 악마를 닮은 듯한 사악한 갑옷을 입은 남자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어어어어엇!!"


"끄윽!!"








 지옥 밑바닥에서 울려 퍼지는 것 같은 원한의 목소리와 함께, 녀석에게서 강렬한 일격이 날아든다.


 '성검'을 전개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뼈를 맞는 듯한 충격에 나는 경악과 고통의 신음을 내질러 버렸다.


 공격의 속도도 무게도 아즈란 이상... 이 녀석이 마왕군 총사령인가!








"엑스! 네놈만! 네놈만 없으면!"


"윽...! 아리에타! 여긴 위험해! 최대한 멀리 떨어져!"








 성검을 사용하고 있어도, 순수한 힘의 차이로 밀리고 있다.


 아리에타를 지키면서 싸울 상대가 아님을 깨달은 나는, 그녀에게 이 자리에서 대피하라고 고했다.


 그녀는 망설이면서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아, 알았...!"


"놔두지 않아앗!!"






 총사령의 갑옷 등에서, 날개 모양의 쇠조각이 아리에타를 향해 날아갔다.






"으아악?!"


"아, 아리에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간 쇠조각에 순간 피가 차가워지지만, 날아간 쇠조각은 그녀를 구속하는 것이 목적인 듯, 기이한 철장을 그녀 주변에 형성하고 있었다.






"거기서 지켜봐줘 아리에타! 너의 '엑스'는 나만이 될 수 있어! 이 가짜가 사라지면 너도 눈을 뜰 거야?!"






 "가짜......?"




 아리에타에 대한 이상한 집착, 대체 이 녀석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하지만, 그런 의문을 천천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총사령의 엄청난 연속 공격이 나에게 쏟아진다.


 무서울 정도의 공격 속도와 횟수. 그중 하나라도 막는 타이밍을 놓친다면 치명상이 될 것임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폭발하는 듯한 금속음을 내며, 방어에 급급한 나를 도발하듯 총사령이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 '성검'을 사용하고서도 이 정도인가! 아무래도 나는 필요 이상으로 너를 두려워했던 것 같군!"


"크읏...! 으아아앗!!"






 총사령의 연속 공격의 작은 틈을 파고들어, 나는 반격의 일격을 날리지만 깊이가 얕다.


 녀석은 진심으로 지루한 것을 보는 듯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가볍고. 느리고. 약해. 그러니까 넌 아무것도 지킬 수 없어. 구할 수 없어. 비참해서 역겨운 기분이 든다고."






 얕게 베인 총사령의 상처가 눈 깜짝할 사이에 메워진다.




 얕은 공격으론 안 된다. 일격에 녀석을 두 동강 낼 수 있는 공격을. 필살의 일격을 날릴 기회를 간파해야 한다.








"사라져. 사라져. 사라져! 동료를 지킬 수 없는 용사 따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없는 전사에겐 설 자리 같은 거 없어!"








 광기에 사로잡힌 듯한 증오를 내뱉으며, 총사령의 공격이 날아든다.




 나는 녀석에게서 치명적인 일격을 막는 것만으로 벅찼고, 도무지 반격 같은 걸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키기만 해선 안 된다..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왕도는 공격받고 있다. 하루빨리, 총사령을 쓰러트려야 한다.




 조급함이 검을, 생각을 둔하게 만드는 것을 느낀다.








 '성검'을 사용해도 이 실력 차이라니.




 아즈란과는 다르다. 이렇게 하면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승리의 길'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몸보다도, 마음이 먼저 승부를 포기하려 드는 걸 느꼈다.














"앗."










 아주 잠깐, 방심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의 순간적인 긴장의 풀림을 심판하듯, 총사령의 일격이 날아왔다.




 이건 막을 수 없다. 못 막는다.




 다음 순간, 총사령의 일격이 내 목을 날려버릴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지 마! 엑스으으으으!!"












 울려 퍼지는 아리에타의 외침.




 한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총사령의 움직임이 둔해진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죽기 살기로 치명적 일격을 회피하고, 나는 총사령으로부터 거리를 벌려 태세를 가다듬는다.


 어깨로 숨을 쉬고 있는 나를 향해 아리에타가 소리쳤다.








"이 새끼야! 멋대로 포기하지 마 엑스! 나랑 달달한 시간 보내는 거 방해하면 마왕이든 신이든 때려눕힌다고 하지 않았어?!"


















'마왕이든 신이든, 너에 대한 사랑을 방해한다면 모두 때려눕혀서, 나는 널 쟁취해 내겠어!'


















 그녀의 너무나 엉뚱한 대사에, 나는 왕도에서의 밤을―그녀와 연인이 된 밤을 떠올려 버렸다.








"내 전부가 갖고 싶다며! 그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 보라고! 나도, 네 전부가 갖고 싶단 말이야!"










 몸 안 깊숙한 곳에서부터 힘이 솟구친다.






 조급함이, 공포가 사라지는 걸 느낀다.






 스스로도 단순하다고 생각하지만, 엄청 좋아하는 여자애가 응원해 주고 있는 걸.






 이걸로 분발하지 않는다면 남자가 아니다.








"맡겨 둬, 아리에타. 지금의 나는 아마 최강이야."








 나는 검을 들었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정신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지금이라면 녀석의 공격도 간파할 수 있을 것 같다.










"후, 이것이 '사랑'의 진수인가... 좋은 걸 보여주는군."








 순간, 아리에타를 사로잡고 있던 철장이 부서지고, 그녀 옆에는 주먹을 쥔 아즈란이 서 있었다.




 그가 왕도의 귀족이라고 알고있는 아리에타는 경악에 눈을 크게 떳다.







"아, 아즈란?!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흠, 나도 타레스에게 내던져달라고 부탁했지만... 아무래도 듣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닌 것 같군. 뭐, 그 점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하지. 지금은"






 총사령이 날린 쇠조각을 아즈란은 가볍게 걷어차 막아내자, 총사령은 원한 섞인 목소리를 아즈란에게 냈다.






"살아있었군... 설마 용사와 둘이서 덤빈다고 해서 나한테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아니아니, 난 그저 구경하러 온 것뿐이야. 사랑하는 남자 엑스의 큰 무대에 훼방 놓을 정도로 야박하진 않다고."






 아즈란이 우아하게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이어서 총사령에게 고했다.






"애초에, 내가 끼어들 필요도 없어. 넌 질 거야, 가면의 친구."


"뭐라고?"


"뭐, 간단한 계산이야. 너는 혼자지만, 엑스의 뒤에는 아리에타 -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이 대 일이야, 이길 수 없지."






 순간, 총사령의 증오와 살의가 격렬하게 치솟는 걸 느낀다.


 아즈란은 보이지 않는 압박감으로부터 아리에타를 지키듯이, 무언가 결계를 치고 있었다.






"자, 보여 다오 엑스. 그녀 아리에타가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을."


"아즈란, 내게 만약의 사태가 생기면 아리에타를"


"내가 말했잖아 엑스. 이 대 일이야, 이걸로 지는 게 더 어려울 걸?"






 아즈란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총사령을 향해 크게 발을 내디딘다.




 두려움은 없다.




 조급함도 없다.




 오직 투지만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그러나 격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하루 넘게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압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건 나 - 총사령이다.






 저 녀석 엑스는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아주 찰나라도 막는 타이밍이 늦어지면, 그대로 내게서 치명상을 입고 절명할 것 같은 상태다. 녀석은 내 공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계속하면 머지않아 체력이 바닥난 녀석은 반드시 패배할 것이다.








 그럴 터인데, 이 조급함은 뭐지.








 아즈란의 협공을 무의식중에 경계하고 있어서인가?




 아니, 다르다. 16신장이라 해도, '성검'을 사용한 나의 적수가 되진 못한다.




 눈앞의 남자 엑스를 없애고 나면 아즈란을 처치하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벌써 몇 번이고 그렇게 생각했을 터다.




 왜, 아직도 이 녀석 엑스는 내 앞에 서 있는 거지.




 필살의 일격이라 확신한 공격을, 벌써 녀석은 몇 번이나 막아내는거지?








"끄읏... 사라져어어어!!"








 점점 배후에서 '무언가'가 엿보는 듯한 불쾌감을 감추려는 듯이, 고함과 함께 녀석을 향해 공격을 날린다.






 결코 궁지에 몰려 내뱉은 한 방이 아니다. 확실히 녀석의 목숨을 거둬낼 타이밍에 맞춰 날린 공격. 그러나, 그마저도 녀석은 아슬아슬한 곳에서 막아냈다.
















"이겼다."














 아니, 다르다.






 녀석은 방어하느라 벅찼던 게 아니다.






 아슬아슬하게... 내 공격을 끌어당겨, 필살의 반격을 날릴 타이밍을 계속 엿보고 있었던 거다.








"뭣!?"








 품에 파고든 녀석의 모습에, 수십 년 만에 다가오는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






 내 목을 향해 녀석의 검이 휘둘러진다. 안 된다. 방어가 늦었다.












 그러나, 녀석의 검이 내 목을 끊는 일은 없었다.












"윽."












 녀석이 경악에 눈을 크게 뜬다.






 '성검'의 사용 한계다.






 녀석을 감싸는 수정 갑옷이 먼지가 되어 부서져 흩날린다.






 '성검'에 의한 강화가 이뤄지지 않은 녀석의 검은, 내 목을 끊지 못하고 갑옷에 막혀 반 토막이 나 버렸다.








"훗, 크크크, 유감이군."







 무심코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온다.




 녀석의 '성검'은 아직 하나 남아 있었지만, 재전개 같은 걸 시킬 수 없다.




 '성검'은 발동하고 나서, 사용자를 강화하는 갑옷이 장착될 때까지는 아주 잠깐이지만 시간차가 있다. 그 전에 내가 녀석을 죽여 끝낼 거다.
















 검을 버린 녀석의 손바닥이, 내 가슴에 밀착되었다.






 맨손으로 내게 공격이 통할 리 없고, 마술을 발동할 기색도 없다.






 순간 무슨 생각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녀석에게 어떤 생각이 있든, 그 전에 내가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녀석의 목을 날려버리려 나는 팔을 휘둘렀다.














 내 가슴과 녀석의 손바닥 사이에는 작은 수정 세공품 '성검'이 끼워져 있었다.










"성검, 전개."










 산산조각 난 수정이 갑옷을 형성하려고, 도망칠 곳 없는 공간에서 순간적으로 크게 팽창했다...










"컥."










 폭발음 같은 것이 내 가슴팍에서 울려 퍼진다.






 갑옷을 형성하려던 수정 가루가 폭발적으로 부풀어 올라, 내 가슴에 큰 구멍을 내고 있었다.










"윽, 으..."










 목구멍 안쪽에서 치밀어 오르는 핏덩이 때문에, 의미 있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치명상이다. 이제 안 된다.






 가죽 한 겹으로 간신히 연결되어 있는 듯한 상반신을 보고 깨닫는다.






 발치에는 '성검'의 연속 사용에 따른 반동으로, 쓰러져 있는 녀석 엑스가 있었다.












 용서할 수 없다.












 그 모습에 증오심이 치솟는다.






 나는 죽는데, 어째서 너는 살아 있는 거지.






 앞으로, 너 같은 가짜와 살아가야 한다니, 아리에타가 너무 불쌍하다.






 동반자살이다. 나 이외의 '엑스' 같은 건 그녀에겐 필요 없어.






 이 거리라면 아즈란도 늦을 거다.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녀석에게 공격을 날리려 했다.
















"도망쳐! 엑스!!!!"














 사랑하는 사람 아리에타의 목소리가 들린다.








 죽기 전에, 그녀의 모습을 눈에 새기고 싶어 나는 아주 조금 시선을 그쪽으로 돌렸다.








 이상하다. 그녀는 분명 내 이름을 부르고 있을 터인데.








 그 눈동자에 비친 건 발치에 쓰러져 있는 남자 쪽이었다.








 그녀는, 이제 죽을 것 같은 나를 조금도 쳐다보지 않고 있어.








 나는 갑자기 당연한 사실을, 드디어 이해하고 말았다.








 나는 그녀의 '엑스'가 아니고, 그녀는 나의 '아리에타'가 아닌 거다.














 이해하고 나니, 이제 일어설 수가 없었다.














 공격을 날리지 않은 채, 나는 휘청거리며 자세를 무너뜨리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급속도로 몸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는 걸 느끼자, 내 몸은 인간의 육체를 버린 벌을 받는 듯 잿더미가 되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신기하다. 그토록 마음을 가득 채웠던 증오가 사라지고 있다.




 가슴을 채우는 건, 어쩔 수 없을 정도의 허무함과 의문뿐이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인간인 것을 버리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세상을 버리고.






 동료들과 잡은 미래를, 마음을 저버리고.






 이 세상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짓밟고.
















 아리에타를 되찾고 싶었나? 
















 아니야. 내가 정말 되찾고 싶었던 건.






 동료들이 있고.






 아리에타가 있고.






 웃고 있는 모두 속에 나도 있던.






 그런 날들을, 과거를 되찾고 싶었다.












 내 진정한 소망.


 그것이 나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재가 된 남자의 시신이 바람에 흩어진다.








 재가 모두 흩어진 뒤, 그 남자가 살았던 증거를 보여주듯, 차가운 바닥에 작고 하얀 꽃 머리 장식이 굴러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