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나는 여자를 모른다.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이 여자가 되었다.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결국 나는 여자라는 존재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모험가로서 오직 검에만 살았던 남자 시절. 남자의 의식을 그대로 간직한 채, 몸만 여자가 되어 친한 친구의 파티에 들어간 지금도.


 아직도 나는 여성이라는 존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귀여워, 플라체..."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내 몸을 감싸고있다. 윤기 나는 숨결이 목덜미를 적신다.


 뭐야 이거.




"후앗......."


"후후후, 음란한 소리로 말하네. 참 야한 아이구나."




 수녀의 손이 내 몸을 쓰다듬는다. 쓰다듬듯이, 핥듯이, 놀리듯이, 괴롭히는 것처럼. 그에 맞춰 내 몸이 튀어올랐다.


 '움찔' 하고 머리가 마비되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자, 됐어. 우리 같이 놀아 볼까, 플라체 ......"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으로 내 침대로 찾아온 수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내 옷에 손을 얹었다.


 뭐야 이거. 이게 뭐야!



















 그런, 음탕한 전개가 일어나기 몇 시간 전.




"없어?"


"지금은 그 ...... 없네요."




 렉스는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의욕 넘치게 왔건만 아무래도 지금은 없나 보다.




"그럼 다시 올게......"


"뭔가 있으면 다시 이쪽에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접수 직원은 미안한 듯이 웃고 있다. 렉스는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발꿈치를 돌렸다.


 뭐가 없냐고 한다면, 그건 즉.




"의뢰가 없다면 어쩔 수 없지요."


"뭐, 그런 날도 있는거지."




 모처럼 일거리를 찾으러 왔는데 좋은 의뢰가 없었다. 그것뿐이다.


 우리가 게시판에 붙어 있는 잡일 의뢰를 받아도 상관없지만, 그런 의뢰는 밑바닥 모험가들의 소중한 생계수단이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나도 일단 생전에는 '길드 지정 모험가'였기에 그런 건 잘 알고 있다. 간단한 일밖에 받지 못하는 부상당한 모험가나 신참 모험가의 일거리를 뺏으면 안 된다.




"돌아가, 돌아가! 사람의 가죽을 쓴 악마 렉스!"


"저렇게 약해 보이는 여자애를 속이고 양심에 가책이 없나!"


"증서만 있으면 저 검사 아가씨 낚을 수 있으려나......."



 원래도 렉스는 미움받는 자다. 지금도 이렇게 다른 모험가들로부터 욕설이 오가고 있었다.


 미움받는다기보다는 그냥 시기받는 것 같기도 한데.




"이 이상 여기에 있어봤자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야. 철수한다 다들."


"그렇지. 자 플라체, 사탕 준다고 해도 절대 모르는 모험가한테 승부 걸면 안 돼? 무서운 꼴 당하니까."


"만약을 위해 손 잡고 걸어갈까요 플라체 씨. 그러면 멋대로 승부 수락하지 않겠죠."


"나를 얼마나 얕잡아 보이는 건데."




 그리고, 아무래도 앞선 사건 때문에 나의 취급이 바보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카린은 놀리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메이는 꽤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나 말고는 그렇게 쉽게 지진 않을 걸 플라체는. 속아서 뒷통수 잡히지 않는 한."


"어라, 그런가요?"




 길드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메이에게 손을 잡힌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카린 말대로다. 나는 반성해야 한다. 그렇게 쉽게 도발에 넘어가다니 한심하다.


 들은 적이 있다. 약하다고 놀림 받고 도발에 넘어가는 건 마음 어딘가에 '내가 약한 게 아닐까?'라는 불안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제대로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다면 그런 도발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나는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다. 나는 강하다. 렉스를 쓰러뜨릴 남자다.




"말했잖아, 내가 너무 강해서 그렇다고. 흠ー플라체는 길드 지정 모험가였던 거 아냐? 그 정도 실력은 있겠지."


"에!? 플라체가 그렇게 강한 거야?"


"...... 뭐, 받았었지."


"그, 그럼 플라체 씨는 저 무서워 보이는 모험가 분들보다 훨씬 강한 거예요?"


"저 자식들 정도는 내 검을 받은 순간 날아가서 기절할 거야. 나랑 검을 겨룰 수 있는 건 플라체가 힘을 흘려넘기는데 능숙하기 때문이야. 그것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힘없는 검사는 적의 검 받아내는 법을 잘 생각해야 이길 수 있어. 보다시피 나는 힘이 없으니까 그것만큼은 특기."


"즉 뭐어, 그렇게 플라체를 괴롭히지 말자는 얘기야. 검술에 자신이 있기에 내 그 도발에 넘어간 거겠지."




 렉스는 내가 풀이 죽은 걸 눈치챘는지 그런 말을 꺼냈다. 뭔가 렉스한테 쉴드 받는 건 신기한 기분이다. 내가 남자로 있었다면 분노사할 때까지 놀림감이 되었겠지.




"줄, 줄곧 플라체 씨도 검사 견습생인 줄 알았어요."


"어리석은 소리 마, 일류 검사라고. 플라체가 남자라도 이 실력이면 탐낼 파티가 많을 걸."


"검의 강함은 잘 모르겠네. 플라체는 팔도 가늘고 체격도 왜소해서 그렇게 강하지 않은 줄 알았어."


".........훌쩍, 훌쩍."




 역시 약하다고 여겨졌구나 나...... 매일매일 렉스한테 박살 나고 있으니까.


 이래봬도 렉스 말고 다른 검사한테 지는 일은 거의 없는데......




"뭐어, 내가 100배는 더 강하지만!!"




 마지막으로 렉스가 기고만장한 소릴 해서 뒤에서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유감스럽게도 목표물이 작아서인지 크리티컬 히트는 안 된 것 같지만.





"그런가, 흐음......"




 그때, 수녀의 눈에 수상한 빛이 어렸다는 걸 우둔한 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아지트로 돌아온 후.




"있지, 플라체. 그거지, 증서는 찢어버렸지만 약속을 무효로 한다곤 안 했잖아?"


"히익...... 오지 마, 이 호색마......"


"아, 알았어. 그렇게 싫으면 됐어. 미안해......"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던 나에게 에로 원숭이가 등골이 오싹해지는 말을 꺼냈다.


 넘어갔으니 야습당해도 저항은 안 하겠지만, 그 후 조용히 할복할 거다. 나에겐 그 각오가 있다.




"그렇게까지 싫어하냐...... 응, 미안했다 플라체. 이제 두 번 다시 안 할게."


"부탁이야, 너. 애초에 검에 사는 자가 이성 같은 연약한 것에 정신 팔려도 되는 거야? 아무리 검의 달인이라도 방심하고 있다간 습격당하면 즉사한다고? 내가 만약 암살자라면 너 죽어버릴걸?"


"플라체한테 기습당해도 아마 이길 거 같은데."


"좋다 이 자식아! 해볼까!?"


"진정해. 그런 데서 흥분하지 말라고 너."




 멋지게 도발당해 열 내던 내 머리를 렉스는 타이르듯이 가볍게 쓰다듬었다.




"도발해서 미안했어. 그럼 내일 보자. 제대로 뒷마당으로 와?"


"아. 그렇지, 거기서 혼쭐내주면 되겠네."


"아하하."




 ......렉스 이 자식. 완전히 날 얕잡아보고 있어. 뭐랄까, 어른의 대응을 느낀다.


 하지만 지금의 근력 차이로는 어쩔 수 없지. 한 번이라도 저 녀석 검을 받아내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야. 완벽하게 피해 반격해도 근력 차이로 지고.


 음ー. 오늘은 좀 근력 운동하고 자야겠다.














 그리고 깊은 밤. 적당히 땀을 흘린 나는 통에 긷어두었던 물로 땀을 닦은 후 침대에 누웠다.


 자기 전에는 명상이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끔은 몸을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몸에 열이 올라 잠들기 어려워지지만, 적당한 피로 덕분에 침대가 평소보다 편안하다.


 행복한 잠기운을 즐기며 나는 망상했다. 저 녀석의 중후한 검술과 그걸 이상적으로 받아내는 방법을.


 저 녀석의 검은 무기이자 방패다. 그 엄청난 크기에 대부분의 반격 수단으로는 손목만 돌려도 튕겨나가 버린다.


 검을 피하면서 동시에 간격을 좁히지 않으면. 옆이나 뒤로 뛰어 피해선 안 된다. 앞으로 돌진하며 피하는 거다.


 돌진하면서 반격하는 게 베스트겠지. 하지만 저 녀석의 검을 피하려면 나도 검을 쓰고 있으니 반격한다면 수단은 맨손이 되어버린다. 이로는 힘으로 지는 것뿐.


 아니, 차라리 반격하지 않고 뚫고 지나가는 건 어떨까. 돌진해서 피한 후엔 달려 지나가 렉스의 뒤를 잡는 거다.


 저 녀석의 장비는 무겁다. 검을 뒤집는 것조차 수고스럽다. 반면 이쪽은 몸이 가벼우니까 전환은 순식간이다. 무조건 내가 먼저 공격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내 선공을 둔중한 렉스에게 날린다. 이거 꽤 승산이 있는 거 아닐까?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렉스의 빈틈에 굳이 반격하지 않고 지형을 잡기 위해 이용하자. 그렇지, 이거야. 왜 난 지금까지 생각 못했지.


 아아, 내일이 기다려진다. 검을 등에 꽂히고 분해하는 렉스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아아, 운 좋게 그대로 연승해서 힘의 관계가 역전된다거나────






 쿵.





 자기 전에 행복한 망상을 하고 있던 나는 방 안에서 뭔가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내 방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였다.


 ……지금 소리 뭐지. 잠깐, 누가 내 방에 들어오지 않았나? 이런 시간에 노크도 없이?




 삐걱, 삐걱.



 그리고 다음엔 내 침대가 소리를 내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무거운 게 침대 위에 올라탄 것 같다. 뭘까?


 어이, 설마 저 녀석. 안 한다고 했잖아. 야습 안 한다고 했잖아.


 눈알이 빙글빙글 도는게 느껴진다. 숨을 죽인 채 당황한 나는 그 침입자에게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잠깐만. 거짓말쟁이. 어이 바보 그만해, 서두르지 마. 네가 욕정을 품은 상대는 남자야. 정신 차려 렉스, 이제부터 호모렉스라고 부를 거야 너.


 어깨가 누군가에게 잡힌다. 움찔, 하고 공포로 몸이 떨린다.


 큰일났다. 범해진다.


 저항 안 한다는 약속이니까 목을 베어낼 수도 없다. 끝이다. 끝장이다.


 나탈, 미안. 너보다 먼저 어른이 되어버렸어. 라기보다 슬슬 남자친구 하나쯤은 데려와 나탈.



 등등, 생각이 혼란의 극치에 달한 내 등 뒤에서 요염한 한숨과 함께 들어본 적 있는 사투리가 속삭여지고.




"안녕, 플라체."




 들려오는 건 여자의 목소리였다. 다행이다. 렉스가 아니구나.


 휴우ー, 역시 침도 마르기 전에 약속을 어기진 않나 보다. 렉스가 아니라면 야습당해도 아무 문제 없겠지.


 다행이다 다행이야.




"나야, 카린. 야습하러 왔어. 같이 뜨거운 밤 어때?"




 ....... 그래서, 이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