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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격의 소리는 기분 좋다.




 의지와 자존심을 칼날에 실어 휘둘러 내리치니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는 달려드는 마족으로부터 무기를 빼앗아 마도사를 감싸며 필사적으로 응전하고 있다. 나약한 소녀를 탈출시키기 위해,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적은 4마리의 수인형 마족이다.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두르고 있어서 맨손의 내 주먹으로는 치명상을 입히기 어려웠다. 그래서 적으로부터 무기를 빼앗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먼저 나는 마족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 순간적으로 얼굴을 막게 만들었다. 놈들은 반격할 수 없으니 방어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얼굴을 막은 순간 검을 망설임 없이 빼앗았다.




 그대로 빼앗은 검으로 갑옷째 마족을 꿰뚫었다. 1마리는 그것으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맹렬히 다음 적에게 달려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 검격 도중 문득 깨달았다.




 ...... 자세히 보니 남은 적이 2마리로 줄어들어 있었다. 적 중 1마리는 이곳을 떠난 모양이다.




 내가 분전하는 걸 보고 겁먹고 도망친 건가? 아니, 적도 그렇게 만만하진 않을 거다. 동료에게 지원을 요청하러 간 거로 보는 게 타당하겠지.




 그렇다면 곤란하다. 전투가 길어지면 우루루 적이 몰려와 지리멸렬해질 것이다. 승기가 있다면 적의 수가 줄어든 지금뿐.




"베어볼 수 있다면 베어봐."




 그래서 여기는 배팅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리고 나는 일부러 한 마리의 마족에게 등을 돌렸다. 그대로 무방비한 등을 베인다면 한 방에 끝장이다.




 하지만 좀비녀의 이야기 대로면. 저들의 상사인 좀비녀에게 나는 중요한 실험체 샘플이다. 등을 보인다고 해서 그대로 베어 내려도 되는 건지 순간적으로 망설임이 생길 터.




"……!?"




 의도한 대로 적 마족이 당황해서 움직임을 멈춘 그 순간. 나는 마주 보고 있는 다른 한 마리를 향해 칼을 내리쳤다.




"쟈앗!"




 순간적으로 내 칼을 받아내기 위해 마족은 자신의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나는 손목을 틀어 적이 치켜든 검을 피하고 왼손을 중심으로 반원의 칼자국을 그리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사선으로 베어냈다.




 ────가사베기.




 손맛은 충분하다. 아마 이 마족은 더는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남은 건 한 마리, 조금만 더 하면────




"어, 엄호하겠습니다!"


"아, 젠장────"




 그 사랑스러운 목소리의 직후 배후에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날카로운 열기가 등 뒤로 내 피부를 태웠다.




 뒤쪽의 마족을 돌아보니 그것은 푸슥푸슥 연기를 내뿜으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있었다.




 그 건너편에는 지팡이를 겨눈 마도사 아가씨가 잘난 듯이 서 있는 게 보인다.




"……헤에. 너가 한 거야? 잘하는데 마도사 아가씨."


"그, 네! 음, 이쪽이야말로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검을 휘둘러 피 방울을 날렸다. 전투 종료다. 나는 마족의 허리에 차고 있던 칼집을 뽑아 빼앗은 검을 넣었다.




 한편 내게 칭찬받은 마도사 양은 '호에에'라는 이상한 의성어를 내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뭐야 이거 귀엽……, 아니 지금은.




 지금 지원군을 불려오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도망쳐야 한다. 방 밖이 포위라도 당하면 위험하다.




"그, 다시 자기소개를, 저────"


"……시간이 없어. 빨리 가자"


"에, 아, 네. 알겠습니다"




 내가 재촉하자 여자는 움찔 어깨를 떨며 당황했다. 응, 역시 귀엽다.




 그런 그녀의 애교에 정신이 팔리면서도 나는 기척을 죽이고 조용히 문으로 다가갔다. 그대로 신중하게 주위를 확인하고 증원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살폈다.




 다행히 아직 적의 기척은 없었다.




 지금이 기회다.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고, 나는 마도사 양과 함께 방에서 통로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방 밖은 횃불에 불을 밝힌 어두운 길이 이어져 있었다. 역시 여기는 내가 살해되었을 동굴 안에 만들어진 거점인 것 같다.




 그런 어두운 길을 이동하는 중 동굴의 어딘가에서 마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저 녀석들, 우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


"......"




 작은 목소리도 이 동굴에는 잘 울리는 모양이다. 나와 작은 마도사 양은 될 수 있는 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저기, 물어봐도 될까요?"




 가는 길에 모기 우는 듯한 가느다란 목소리로 마도사 양이 말을 걸어왔다. 불안해하는 그녀의 유리색 눈동자가 돌아본 내 눈에 비쳤다.




"뭐."


"……당신은 도대체 왜 그런 곳에 있었던 거예요? 그, 잘못본 게 아니라면 마족들이 당신을 공격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공격하지 못한다라, 그렇지. 역시 그러겠지."


"……그건 도대체"




 그녀가 말하는 건 아까 전투할 때 내가 일부러 등을 훤히 드러내 보이고 적에게 망설여지게 한 것을 말하는 거겠지.




 애초에 내 실력으로 3명의 마족과 동시에 싸우는 건 불가능했다. 아까의 검격도 분명 마족은 나를 다치지 않게 신경 써서 싸웠을 게 분명하다.




 나는 적의 사정에 기대어 한심한 승리를 거뒀을 뿐이다.




"마도사 님의 불안도 이해해. 내가 마족들의 동료가 아닌가 하는 얘기지?"


"그, 그렇진. 당신이 나를 도와준 건 사실이고 그 점은 믿고────"


"아니, 믿지 마. 오히려 마족의 거점에서 만난 그런 수상한 인간을 믿으면 안 돼. ……안심해, 너를 출구로 보내주면 그걸로 작별이야"


".……네?"


"아직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아, 안심해 줘. 네가 안전을 확보할 때까지는 미력하나마 호위해 줄게"




 마도사 양은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뜻밖이었나 보다.




 하지만 내 사명은 '연구 시설 파괴'다. 나 자신이 생환하는 게 아니다. 아니, 나는 이미 죽은 자나 다름없다. 이대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도 도망칠 수는 없는 거다.




 나는 어떤 개조를 당했는지 모른다. 이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분명 가족에게 폐를 끼치겠지.




 게다가 놈들은 나를 세뇌시킬 수 있다. 놈들의 대화로 보아 그건 명백하다. 그 수단은 모르겠지만 그 방법이 마술적인 거라면 분명 나는 주문 하나로 꼭두각시가 되고 말 거다.




 그렇게 되면 저들은 내 몸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나중에 간단하게 인간의 시체를 꼭두각시로 만드는 기술이 완성된다면 인류는 끝장이다.




 그래서 나는 자살해야 한다. 연구 시설을 엉망으로 만들고 그 후에 자해해서 죽어야만 한다.




".……당신. 뭔가 생각이 막혀 있지 않나요?"


"갑자기 왜 그래 마도사 님"


"그냥 느낌인데요. 당신에게서 싫은 기운이 느껴졌어요. 마치 자신의 목숨 따위는 아깝지 않다는 듯이, 파멸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슬픈 기운이"


"읏……"




 그런 내 결의는 표정에 묻어나고 있었던 걸까. 내 의도는 나보다 어린 마도사 양에게 간단히 '간파'당하고 있었다.




".....…사정을 말해 주시지 않겠어요?"


"크큭. 뭐야 뭐야, 그건 생각이 너무 앞선 거야 아가씨. 됐으니까 조용히 출구나 찾아 줘"


"그런가요"




 정곡을 찔려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필사적으로 가짜 웃음으로 얼버무린 나를. 마도사 소녀는 너무나도 슬픈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 라고 해도. 나는 이미 죽은 자인걸.




 살아남아선 안 되는 목숨인걸.




 그러니까 그런 비난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 줘. 마지막으로 구한 너는, 말 그대로 내가 살아있었다는 증거야.




 너에게만큼은 웃으며 배웅받고 싶어.










 휫, 하고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보니 그건 새빨간 선혈이었다.




 내가 그런 이기적이고 잔인한 소망을 마음속에 떠올린 순간.




 불안한 듯이 나를 바라보는 소녀의 그 목덜미에 엷은 갈색 화살이 꽂혀 있었다.




"컥────"




 그런 허무한 소리가 소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내가 살아있었다는 증거는 피를 내뿜으며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 아"




 내가 피를 흘리는 소녀를 감싸듯이 화살이 꽂힌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어둠 속에 옆길이 숨겨져 있고 그 안에는 10마리는 넘어 보이는 대량의 마족들이 석궁을 겨누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출구를 찾고 있었지? 여기를 지날 거라고 생각했어 인간"


"훌륭한 실력이네요 형님. 저 계집, 일격에 사경을 헤매고 있어요"




 죽어 버렸다.




 내가 구하고 싶었던 목숨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갈고 닦은 무예의 전부를 걸고 반드시 구해 내겠다고 맹세한 그 소녀는 죽어 버렸다.




 이렇게도 간단히. 이렇게도 허무하게.




"우아, 아……"


"저 인간만은 다치게 하지 마. 자리바 님에게 죽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죽을 각오로 무사히 사로잡아"


"아아, 아아앗!!!!!"




 마족들은 울부짖으며 나를 향해 맹렬히 돌진한다.




 나는 공허한 신음을 내고 있는 마도사 양 앞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잘도, 네놈들, 네놈드으으으을!!!!"


"덮쳐라!! 인간의 몸은 빈약하다. 관절을 잡으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수로 포위하라아아아아앗!!"




 좁은 통로에서 우글거리며 꿈틀대는 마족들. 그건 나에게 절망 그 자체였고 원수였다. 있는 힘껏 날뛰고 수단을 가리지 않고 진심으로 저항했다.




 그리고 한 마리, 목을 꺾었다. 또 한 마리, 목구멍을 물어뜯었다. 그것이 내 전과다.




 








 나는 겨우 2마리의 마족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을 뿐 간단히 제압당하고 말았다.










"치잇, 생각보다 피해가 컸네. 인간 따위에게 죽은 쓰레기들은 자리바 님이 돌아오기 전에 처리해 둬."


"놔!"


"그리고 수면제 사용을 허가한다. 그 인간은 자리바 님이 돌아올 때까지 자고 있으라고 해. 도주 위험이 있었다고 하면 자리바 님도 납득하실 거야."


"알겠습니다."


"이 녀석, 이 녀석. 놔 줘, 풀어 줘, 다 죽여 버릴 거야!!"






 입술에서 피가 배어 나온다.




 분해서, 분해서 나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눈물과 콧물이 섞인 짭짤한 액체가 피와 섞여 피 냄새 나는 맛이 되어 구강에 퍼지고 있다.




 이것이 내 인생의 결말이다. 여자아이 하나 지키지 못하고 볼품없이 적에게 이용당하며 저들의 앞잡이가 되어 싸우는 것이다.




 분해하지 않고 있을 수 있겠는가.






"아아, 아아. 저주해 주마, 죽여 주마, 마족들에겐 천벌을! 마왕군에게 재앙을!"


"재미있는 절규로군. 인간, 너희들의 피는 우리의 양식이 되어 마족의 번영의 토대가 된다고. 마음껏 저주해, 그 원한이야말로 우리의 긍지니까. 재앙도 없고 천벌도 내리지 않아. 너의 원한은 우리의 양식이야."


"마족의 미래를 저주한다! 마왕의 몸에 징벌을!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며 죽어, 마족!!"


"하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인간아. 저주도 징벌도, 재앙도 천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이것이 현실이야. 우리 마족의 번영이야말로 현실인 것이야!!"






 저들의 사령관 같은 마족이 탁한 목소리로 조소했다. 동시에 저들의 부하들도 얼굴을 찡그리며 목소리를 합쳐 웃기 시작한다.




 억울하다. 아아, 억울하다.
















"아니, 재앙도 천벌도 저주도 징벌도. 여기에, 찾아오고 있어 마족들."














 내 통곡이 목소리 없는 비명으로 변할 무렵. 돌연 잘난 체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메이, 무사해?"


"솔직히 죽는 줄 알았어. 늦었어, 모두."




 그리고 익숙한 소녀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내 귀를 때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방금 전 화살에 맞아 죽었을 소녀가 목을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본 적 없는 수녀가 어깨를 부축하고 서 있다.




"메이, 저 검사는 누구야?"


"모르는 사람. 하지만 나를 도와주고 여기까지 지켜 준 사람."


"그렇구나. 그럼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겠네."




 익숙한 목소리는 그녀의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잘난 체하는 말투로 두 소녀 앞에 선 그 남자는 내가 잘 아는 얼굴이었다.




"잘 들어, 마족들."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대검을 들어 올리고 자신만만하고 대담불굴하게 웃는 그 남자의 이름은.




"나는 렉스다. 페디아 제국의 검성, 이 나라 최강의 모험가, '매의 눈' 렉스."




 ...... 몇 년 전에 헤어진 내 친구이자 소꿉친구인 검사였다.




 그 녀석은 내가 사는 이 나라에서 최강으로 이름 높은 검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