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30. 진정한 시작








"...그래서 넌 대체 무슨 일로 온 거지?"








 나-엑스는 아즈란의 맞은편에 앉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교전 의사가 없는 마왕군 간부와의 대담... 생각하기에 따라선 이건 큰 기회다.


 아직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마왕군의 정보를 그에게서 들어낼 수 있다면 인류군에 큰 진전으로 이어질 거다.


 내 말에 그는 손에 든 잔을 내려놓고 무심한 눈동자로 날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사람 만나러 가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벌써 포기하고 싶어진 나는 도움을 청하듯 빌라에게 시선을 보냈지만 그는 침통한 얼굴로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조금 전의 공포 체험이 빌라의 정신에 깊은 상처를 입힌 모양이다.






"무슨 일로 왔냐고 묻는다면 '너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상의 대답은 없어. 상호 이해는 사랑을 키우는 첫걸음이니까."


"상호 이해라면 내 질문에도 대답해줄 수 있다는 거겠지?"


"아아, 물론이지. 뭐든 물어보게나, 나의 사랑이여."






 나는 아즈란의 말에서 도움될 만한 부분만 골라 받았다.






"그럼 알려줘. 마왕군의 목적은 대체 뭐지? 인간 전멸이라면 너희는 우리와의 싸움에 너무 손을 놓고 있어."


"음, 거기부터인가? 우리의 목적은 마왕님의 부활이야. 인간과의 전쟁은 그를 위한 수단에 불과해."


"마왕의 부활...? 그게 인간과의 전쟁과 무슨 관계가... 아니, 애초에 '부활'은 무슨 뜻이지? 마왕이 너희를 지휘하는 게 아닌 거야?"






 쉴 새 없이 질문을 거듭하는 나를 아즈란이 한 손을 들어 제지했다.






"상호 이해라고 했잖아? 너의 질문에 대답했으니 이제 내 차례야."


"으음... 알, 알았어..."






 확실히 도리가 있는 말이다. 게다가 여기서 귀중한 정보원인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좋지 않다. 인류군의 약점을 드러내는 질문엔 대답할 수 없지만... 대체 그는 뭘 물어볼 작정일까...?








"엑스는 어떤 남자가 취향인지 말해줄 수 없을까?"


"...난 활발하고 밝고 웃는 얼굴이 멋진 여자가 좋아."


"흠, 그렇구나... 웃는 얼굴이 멋진 남자인가..."








 ...뭔가 말의 뉘앙스에 중대한 괴리가 발생한 듯했지만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은 내 차례야. '부활'은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의 의미야. 마왕님은 수백 년 전에... 음, 천 년이었나? 뭐 어쨌든 과거의 싸움에서 큰 상처를 입었어. 지금은 쉬고 계신 거지.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바닷가 도시, 라던가. 아리에타는 내륙 출신이니까... 나는 무슨 망상을 하고 있는 거야."






 모래사장을 걷는 아리에타의 망상을 떨쳐내고 나는 질문을 이어갔다.






"인간과의 전쟁은 마왕 부활의 수단이라고 했지? 이 둘에 도대체 무슨 관련성이 있는 거지?"


"마왕님의 부활엔 싸움의 에너지라고 해야 할 게 필요해서 말이야. 처음엔 마물끼리 싸우게 했는데 어쩐지 동족끼리 싸워선 안 되나 봐. 그래서 우리는 인간에게 싸움을 걸고 있어. 넌 조금 전에 우리가 손을 놓고 있다고 했지? 아아, 맞아. 인간을 멸망시켜 버리면 마왕님 부활의 에너지를 모을 방법을 잃어버리니까. 마왕군과 인류군, 어느 쪽으로 기울어도 안 돼. 양측이 격렬한 싸움을 하도록 말이야."




 그 말을 듣고 레비 씨가 살기 어린 시선을 아즈란에게 보냈다.




"제법 얕보는군. 이번에 우리한테 8대간부를 전멸당한 걸 잊었어?"


"아아, 그 건에 관해선 정말 훌륭했어 레이디. 지금까지라면 8대간부나 4천왕이 인간을 어느 정도 소모시킨 뒤에 마왕군이 물러나고, 인간이 세력을 회복하길 기다리는 게 통례였지. 16신장인 우리가 전선에 나선다는 건 정말 수백 년 만의 일이야. 그 힘, 자랑해도 좋아."




 아즈란의 도발적인 말에 이를 악무는 레비 씨를 필로멜라 씨가 달랬다.






"그나저나 엑스. 아이는 몇이나 갖고 싶어?"


"남자 아이랑 여자 아이 하나씩. ...마왕군과 인류군의 싸움이 균형을 이루는 게 목적이라고 했지. 하지만 최근 인류군은 마왕군에 연전연승이야. 균형을 유지한다면 왜 넌 움직이지 않지?"


"흠, 나는 강자와의 싸움은 좋아하지만 잡졸 소탕엔 별 흥미가 없어. 그리고 날 만족시킬 만한 강자는 너희들뿐이라고 보고. 에너지 회수 전투에 관해선 다른 신장들에게 맡기지."


"...우린 너 말고 16신장을 아직 못 봤어. 그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호오, 그걸 묻는군..."








 내 질문에 아즈란은 처음으로 미미하게 '분노'의 감정을 비췄다.




 ...뭔가 좋지 않은 질문을 해버린 걸까?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살짝 몸이 뻣뻣해진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나는 언제든 검을 뽑아들 수 있게 몸을 가다듬었다.








"지금 네 눈앞에 있는 건 나라는데 다른 남자 얘기를 하다니... 좀 결례되는 게 아닌가?"


"...미치겠군. 아까부터 대화의 온도차가 너무 심해서 감기 걸릴 것 같아, 나."






 아즈란의 말에 빌라가 죽은 물고기 같은 눈으로 중얼거렸다.




 ...일단 다른 신장이 남자라는, 별로 필요 없는 정보는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 16신장의 정보를 그에게서 캐내려 하는 건 위험할 것 같다. 나는 다음 질문을 생각하려는데-












"아즈란 님, 손님입니다."




 타레스라 불리던 아즈란의 시녀가 한 여성을 거실로 안내했다.






"어... 엑스? 약속 없이 갑자기 와서 미안. ...그리고 이 메이드 누구야? 뭔가 뿔이 달렸는데..."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를 흔들며 나타난 그녀 아리에타에게 나와 아즈란은 눈을 크게 떴다.












 ...응? 나는 그렇다 쳐도 왜 저 남자까지?








"...아름답군..."


"...네?"




 아즈란의 말에 아리에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리에타 앞으로 걸어가더니 그녀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대에게 사랑에 빠졌어. 붉은 머리의 그대여. 내 이름은 아즈란. 부디 나의 신부가 되어줘."








 나는 검을 뽑아 아즈란의 등 뒤로 달려들었다.








 **********












"하아아~ ......"




 나-아리에타는 길을 걸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처럼의 휴일이라며 기분 전환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지만 기분은 좀처럼 개운해지지 않는다.






"이러다간 안 되는데... 역시..."






 그 모든 건 며칠 전 왕성에서의 일 때문이었다.












'어... 아리에타. 나랑 엑스 씨는 딱히 그런 사이 아니에요?'












 리액터는 엑스의 연인이 아니었다.


 뭐, 그 자체는 내 착각이었으니 별로 상관없다.








 ............ 그렇다면 엑스의 연인은 누구지? 








 리액터와 처음 만난 날, 엑스 일행의 저택에서 들은 필로멜라의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에... 아... 애인이라기보다는... 좋아하는 아이라면 누군지 압니다.'




'네, 엑스 군과 그 아이가 재회한 건 최근의 일이에요... 덧붙여 말하자면 그 사람은 지금, 눈앞에 있어요.'












 ............ 이거, 어떻게 생각해도 내 얘기지? 






"아, 아니 아니 아니. 필로멜라가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는 거고 단정 짓는 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몸부림치는 내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 쓸 여유가 내겐 없었다.






"...가, 가령 엑스가 나, 날 좋아한다고 해도... 난..."








 나 스스로 엑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나는 엑스를 좋아한다.




 그것은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좋아함'은 어떤 '좋아함'인가?








 친구로서의 호감? 아버지로서의 호감? 아니면...












 ―――'여자'가 '남자'에게 품는 호감?












 아아, 바보같다. 역겹다.








 내 머릿속, 끔찍하게 차가운 부분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여자가 남자에게 품는 호감?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어? '섞인 것'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그런 건..."








 엑스라면 진실을 알게 되면 분명 거부할 거야.




 ....아니, 그가 거부하지 않는다 해도.




 엑스를 좋아한다면, 그의 행복을 바란다면 그의 곁을 걸어야 하는 건 이런 흉측한 괴물이 아닐 거다.








"...알아. 안다니까..."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듯 벽에 기대어 솟구치는 걸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얼마나 그랬을까.


 겨우 마음이 안정된 걸 확인하고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난 괜찮아. 엑스는 소중한 친구. 내 아들 포지션. ...그러니까."




 언제까지나 어색한 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


 며칠 전 일 이후 나는 왠지 모르게 엑스를 피하고 있었지만, 그런 걸 하고 있다는 건 그를 의식한다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다. 아무렇지도 않은 거라면, 그가 소중한 친구라면 지금까지 해 온 대로 대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엑스 일행의 저택 앞까지 와 있었다. 약속 없이 온 거라 헛걸음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뭔가 시끌벅적한 기척이 느껴지니 안에는 있는 모양이다.








어서 오십시오."


"우와악!?"






 문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열린 문에 나는 한심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안에서 나온 건 처음 보는 메이드였다.




"어... 뿔, 달렸어?"


"엑스 님의 손님이신가요?"


"에, 아, 네. 그,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대로 뿔 달린 메이드에게 안내받아 나는 조심스레 저택에 발을 들였다.


 ...이 세계에 온 지 꽤 됐는데 뿔 난 사람은 처음 보네. 그런 종족인 걸까.








"아즈란 님, 손님입니다."




 그런 걸 생각하고 있자니 나는 뭔가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거실로 안내받았다.


 ...응? 아즈란? 누구지 그건.




 거실로 들어서자 익숙한 면면과 처음 보는 존나 잘생긴 남자가 엑스 일행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 남자가 아즈란인가? 왕도의 귀족 같은 건가.




"어... 엑스? 약속 없이 갑자기 와서 미안. ...그리고 이 메이드 누구야? 뭔가 뿔이 달렸는데..."




 일단 나는 엑스에게 메이드의 소개를 구했는데, 왜인지 존나 잘생긴 남자가 나를 엄청 응시하고 있다. 뭐야? 무서워 무서워.








"...아름답군..."


"...네?"




 갑자기 진지하게 뭔가 중얼거리는 존나 잘생긴 남자에게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어버렸다.


 하지만 존나 잘생긴 남자는 내 경계심 풀가동인 표정 연기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내 앞까지 걸어오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그대에게 사랑에 빠졌어. 붉은 머리의 그대여. 내 이름은 아즈란. 부디 나의 신부가 되어줘."






 엑스가 검을 뽑아 아즈란이라 이름 밝힌 존나 잘생긴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아즈란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두 손가락으로 엑스의 검을 받아냈다.




"흣... 정열적이로군. 조금 전까지의 점잖은 얼굴을 한 너보다 지금의 너가 더 매력적이야 엑스."


"엑, 엑스!? 갑자기 뭐 하는 거야 너!"




 칼에 체중을 실어 버티는 엑스에게 나는 무심코 소리쳤지만, 엑스는 무척 침착한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넸다.




"아리에타. 위험하니까 좀 떨어져 있어. 금방 끝낼 테니까."


"호오, 아리에타라고 하는군. 그 선혈로 채색된 내장 같은 번듯한 머리카락... 흣, 첫눈에 반했어."


"남의 머리를 내장에 비유하는 놈은 처음 봤어."






 아즈란이 엑스의 검을 억누르던 두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튕겨진 듯이 엑스가 방 구석까지 날아갔다. 공중에서 빙글 돌며 멋지게 착지한 엑스가 검을 겨누며 아즈란에게 적의를 쏟아냈다.






"...너의 타깃은 나잖아. 그녀한테 손대지 마."


"말했을 텐데. 난 아름다운 걸 보면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정이라고. 그리고 성별은 가리지 않는다고 말이야. 걱정 마. 너에게도 그녀에게도 내가 평등하게 사랑을 쏟으마."






 에에... 갑자기 양다리 선언하는 존나 잘생긴 남자에게 나는 생각 정지 직전의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엑스네 집에 로그인하자마자 이런 섹스의 롤러코스터에 태워져서 나는 이미 완전히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설명 좀 해줘어! 하지만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아서 나는 엑스와 아즈란의 대화 파트를 주석 없이 봐야만 했다.






"나는 슬프군... 어째서 엑스는 나의 사랑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것일까? 나는 그저 아름다운 것이라면 남자든 여자든 손대지 않고는 못 배길 뿐인데..."




 아즈란이 마치 명화에서 잘라낸 듯한 우수에 찬 얼굴로 막장 발언을 하고 있었다.




"...분명히 말해두지. 난 노멀이야."


"걱정 마. 처음엔 다들 그렇게 말한다니까."


"아아악! 이 사람 뭐야!?"




 무적 캐릭터 같아진 아즈란에게 결국 엑스가 머리를 마구 긁으며 격분했다. 내 쪽을 흘깃 바라보며 엑스는 아즈란을 향해 소리쳤다.
















"난 '평범한 여자'...가 좋단 말이야!"












 그 말에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품는 호감? ―――






 ――― 섞인 것'이 감히. ―――






 ――― 흉측한 괴물. . ―――






 ――― 엑스라면 진실을 알게 되면 분명 거부할 거야. ―――








 머릿속에 수많은 말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건 어떻게 해도 넘쳐 나와 멈출 수 없었다.








"아리에타......?"








 정신을 차려보니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아, 아, 저기... 나 좀 급한 일이 생각나서... 이만."






 황급히 얼굴을 가리고 나는 변명을 하며 엑스 앞에서 도망쳤다.












 **********












"...아, 아, 저기... 나 좀 급한 일이 생각나서... 이만."








 갑자기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뛰쳐나간 그녀 아리에타를 보며 나 엑스는 멍하니 서 있었다.




"아, 아리에타...? 대체 무슨..."












"...엑스, 넌 대체 뭘 하는 거지?"


"—-!"




 아즈란의 분노 어린 목소리에 정신이 든 나는 그에게 검을 겨눈다.




 그런 나를 보며 그는 더욱 잘생긴 얼굴에 분노의 빛을 짙게 하며 외쳤다.













"그런 걸 하고 있을 때냐! 어서 그녀를 쫓아가! 지금 쫓아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어이!? 넌 그 입장에 서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