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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여정의 끝














 길고 긴 여정이었다.








 마왕성에 남겨진 연구 자료에서, 평행 세계로의 이동 방법을 찾는 나날은 몇 년간이나 계속되었다.








 마왕을 토벌한 그날――― 평행 세계로의 이동술의 존재를 알게 된 후, 나는 마왕성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마왕도, 그 휘하의 16신장도 모두 내가 죽여 버렸다. 아마 인간의 세계는 평화로워졌을 것이다. 용사로서의 역할은 다했으니, 이제는 내 마음대로 하게 해 달라.








 한 번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게 남은 소망은, 그것 하나뿐이었다.
















 평행 세계로의 이동 이론은 완성되었지만, 가동에 필요한 마력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다. 마왕의 살을... 먹어치우자.




 이동술 연구의 부산물로 발견한 타인의 마력을 받아들이는 술식이 뜻밖의 곳에서 쓸모가 있었다.




 마왕의 시체는 끔찍한 맛이었고, 몸에 받아들일 때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통도 맛보았다.








 며칠 간, 몸부림치며 고통받은 결과, 나는 절대적인 마력과 맞바꾸어 인간의 몸을 잃고 있었다.








 뭐, 사소한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한 인간의 몸 따위에는, 아무런 미련도 없다.






 준비는 끝났다.






 해진 마음속에서 유일하게, 아직 색 바래지 않은 선명한 붉은 머리카락의 그녀와의 추억을 찾듯이,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에서 떠났다.












 **********












 전이는 성공적이었다.




 예상대로, 마왕군이 본격적인 침공을 시작하기 전의 연대의 마왕성으로 이동한 나의 첫 번째 일은, 마왕을 죽이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아직 살의 고치 안에서 잠들어 있던 마왕의 육체를 산산조각 내었다.




 이전 세계에서는, 지상을 파멸 직전까지 몰아붙인 재앙의 화신은 어이없이, 그 목숨을 잃었다.








 다음으로 내가 손을 댄 건, 마찬가지로 활동 개시 전 상태였던 4천왕, 8대간부, 16신장의 마왕군 간부들의 세뇌다.




 "마왕군 총사령"이라는 본래 존재하지 않는... 마족으로 날 인식하도록 무방비한 그들에게 세뇌를 가한다. 그들에겐 내 손발이 되어 부탁 할 일이 있다.












 ―――이 세계의... 엑스의 말살이다












 그야 그가 있으면, 그녀가 날 바라보지 않을 테니까.














 나 스스로 나서서, 이 손으로 그를 죽인다면 간단하겠지만, 이 세계에도 "성검"은 존재할 것이다. 경솔한 짓은 할 수 없다.




 "성검"의 힘은 반칙적이다.




 인과율마저 비틀어, 마왕을 분쇄한 그 힘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마왕의 마력을 받아들인 지금의 나라도 만일의 경우는 있다.




 마왕군 간부들에겐 죽음의 말이 되어, "성검"을 소모시켜 달라고 해야겠다.




 모든 "성검"이 사라진 그때, 저 녀석 엑스를 죽이고 그녀를 데리러 가자.




 지금까지 몇 년간이나 기다렸다. 이제 와서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시간이 늘어난 정도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아리에타... 조금만 더 기다려 줘. 머리 장식, 반드시 너에게 돌려주러 갈 테니까..."








 마왕군 총사령이라 불리는 남자의 손바닥에서, 하얀 꽃을 형상화한 머리 장식이 구른다.






 그 흐린 눈동자에는, 이미 "현실"은 비치지 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소중한 것을 지켜라.'




 목소리가 들렸다.




 절망한 남자의,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이 담긴 목소리가 들렸다.




'나에겐, 무리였어.'



'지킬 수 없었어.'



'부탁해. 너만은.'



'이번에는 꼭.'










'소중한 것을, 지켜라―――!'












 **********












"―――총사령, 무슨 일이십니까. 꽤 악몽을 꾸신 것 같던데요."






 4천왕의 목소리에, 나는 얕은 잠에서 눈을 떴다.






"...내가 뭐라고 했지?"


"확실히, 뭔가를 지키라고. 그게 뭐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물러나."










"지킨다고......? 그래, 지켜줄게. 이번엔 내가 지켜줄게."












 **********












 길고 긴 여정이었다.












"―――늦어서 미안해. 데리러 왔어, 아리에타."












 붉은 머리카락의 그녀 앞에서, 떨릴 것 같은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엑스, 인 거야?"


"아아, 그래 아리에타. 나야, 엑스야."






 그녀의 방울 구르는 듯한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그것만으로, 모든 게 보상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전 세계에서, 그녀를 잃고 나서도 싸움을 계속한 나날들이.




 10년 이상에 걸친 연구의 나날들도.




 인간의 몸을 버린 것도.
















 마왕군 총사령으로서, 이 세계 인간들의 목숨을 짓밟아 온 것도.
















"있잖아, 엑스. 여긴 어디야? 내 집을 닮았는데 뭔가 미묘하게 다르고, 애초에 여기 오기 직전에 뭘 하고 있었는지 전혀 기억 안 나고..."


"아리에타. 나중에 제대로 설명할게, 잠시 동안 여기서 지내줄 수 있어? 물론 너에게 불편한 건 시키지 않을 거야."


"하아!? 아, 아니, 갑자기 그런 말 들어도..."






 당황하는 듯한 그녀의 손을, 나는 가볍게 잡았다.






"불안한 건 알아. 하지만, 날 믿어줘 아리에타."


"으윽, 그 말투는 치사하잖아... 알았어. 나중에 제대로 설명해 줘?"






 일단, 납득해 준 그녀에게 나는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나는 조금 정리해야 할 용무가 있어서. 미안하지만 밖은 위험하니까 출입구에는 자물쇠를 걸어 둘게."


"어이어이어이, 좀 감금 같아지잖아. 진짜 나중에 설명해 줘?"


"응, 금방 돌아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음식이랑 물도 충분히 준비해 뒀으니, 마음껏 써."






 아쉽지만 그녀의 방을 나서려는 순간, 문득 내가 아까부터 신경 쓰고 있던 걸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왜 남자아이처럼 말하는 거야?"


"...하아? 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그녀의 말은, 방을 격렬하게 흔드는 진동과 굉음에 끊겼다.






"뭐, 뭐야!?"


"미안 아리에타. 나 가봐야겠어. 여기 있으면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


"어, 어이. 엑스!"






 나는 강제로 대화를 끊고, 그녀의 거처의 문을 닫았다.










"흔들림과 소리는... 마왕의 방에서 나는 건가. 아무래도 눈치챈 모양이군."








 나는 가면을 쓰고, 마왕성 최심부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음, 여긴..."


"아즈란 님, 깨어나셨습니까."


"타레스. 여긴, 마왕성인가."




 아즈란은 눈앞의 익숙한 광경과, 깊이 베어진 가슴의 상처 자국에 자신이 사랑하는 이 엑스에게 패배했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중대한 진실을 혹독한 싸움의 충격으로 기억해 내고 있었다.












"아즈란 님, 아직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응급처치는 했지만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확인해야 할 게 있다. 따라 와라 타레스."








 **********








 아즈란이 향한 곳은, 마왕의 방――― 마왕이 잠든 거대한 살의 고치 앞이었다.






"아즈란 님, 총사령님의 허락 없이 마왕님의 침실에 들어가는 건..."


"―――쉿."






 아즈란이 손날로 휘두르자, 생긴 충격파로 마왕이 잠든 고치가 베어졌다.


 고치에서 끈적끈적한 점액이나 살점 같은 것들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아즈란 님!?"






 갑작스러운 아즈란의 난폭한 행동에, 굳건한 타레스마저 무표정을 살짝 무너뜨리며 목소리를 높인다.






"...역시 그렇군. 잘 봐라 타레스, 마왕님의 육체는 이미 재생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어 있어. 이로선 아무리 에너지를 쏟아부어도..."


"이런... 도대체 누가...?"


"나와 너 말고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자는 한 명밖에 없지. 그렇지? 가면의 사내여."






















"드디어 깨달은 모양이군. 구더기보다 못한 열등자들아."








 뒤에서 나타난 가면의 남자에게, 아즈란과 타레스가 경계 태세를 취했다.






"총사령님..."


"틀렸어 타레스. 마왕군에 총사령 따위는 존재하지 않아."






 아즈란의 말에 가면의 남자는 살짝 웃기라도 한 듯 어깨를 떨었다.






"역시 16신장이란 위치인가. 스스로 내 세뇌를 벗어나다니."


"그렇지도 않아. 엑스에게 받은 이 상처가 없었다면, 지금도 너를 총사령이라 부르고 있었겠지. ...흥, 사랑의 힘이라는 거군."


"사랑, 이라고...?"






 순간, 가면의 남자에게서 아즈란을 향해 격렬한 증오가 분출된다.






"나에게서 그녀를 빼앗아간 더러운 종족의 동족이, 사랑이라고? ......이제 됐어. 그녀가 내 곁으로 돌아온 이상, 너희들은 필요 없어. 다른 신장들의 뒤를 따라라."


"...역시, 다른 신장들도 이미 제거했군."






 아즈란이 동족의 최후를 깨닫고, 살짝 눈동자를 슬프게 흔들었다.


 중상을 입은 아즈란을 감싸듯, 타레스가 가면의 남자 앞을 가로막았다.






"아즈란 님.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이 남자를 우리의 적으로 인식합니다. 당신을 대신해 처리하겠사오니 물러나 계십시오."


"타레스, 마왕군에서 제일 성가셨던 건 너였어. 원래라면 16신장은 다루기 쉬운 아즈란 말고는, 깨우고 싶지 않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너만큼은 스스로 잠에서 깨어났지. 16신장 수장의 힘이라는 걸까?"






 타레스는 가면의 남자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기술――― "천추"를 최대 위력으로 고속으로 구사한다.



 하늘에서 별을 떨어뜨리는 그녀만의 기술은, 파괴력만 놓고 보면 마왕에 필적하는 일격이다. 가면의 남자가 어떤 수를 써오든, 분쇄할 자신이 그녀에겐 있었다.








"―――천추・알카이드."
















"그런 너를, 내가 무방비로 내버려 둘 거라고 생각해?"






 술식이 발동하는 순간, 타레스의 가슴에 무언가가 폭발한 듯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우, 욱..."


"타레스!!"




 입에서 피덩이를 토해내며, 무릎에서 무너지는 타레스를 아즈란이 부축한다.


 그 모습을 가면의 남자는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왕군 간부들의 몸에는 모두 세공을 해 뒀어. 내게 거역하려 들면 어떻게 되는지... 그녀를 보면 잘 알 수 있겠지?"


"이 자식...!"


"이제 너만 없애면 끝이야 아즈란. 아리에타가 기다리고 있어. 빨리 끝내주지."


"...아리에타?"






 뜻밖에 가면의 남자에게서 나온 이름에, 아즈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아리에타라고 했나? 그녀가 이 마왕성에 있다는 건가?"


"이런, 입이 미끄러졌나. 뭐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여기서 죽을 너에겐 말이야."


"...아니, 그 실수는 치명적이야. 가면의 사내여."






 순간, 아즈란이 뒤로 도약한다.


 발판으로 삼은 바닥이나 벽을 부수면서, 아즈란의 도주를 예상하고 있던 가면의 남자는 개의치 않고 앞으로 마력탄을 쏘려고 했다.








"―――천추・거문"


"―――읏!"






 돌연, 가면의 남자에게 유성군이 덮쳐 온다.


 가면의 남자는 마력탄을 쏘아, 타오르는 거암을 요격했지만, 눈앞의 먼지가 가실 무렵에는 아즈란과 타레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왕성 밖으로――― 인간계로 도망쳤나. 뭐 좋아, 마왕성은 봉쇄한다. 차원의 틈새에 틀어박혀 버리면 누구라도 들어올 수 없겠지. 이전 세계에서의 마왕의 패인은 인간계에 성을 나타낸 점이었어. 나는 그런 실수는 범하지 않아."






 가면의 남자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마왕의 방을 떠났다.












 **********












"...으음, 여긴...?"


"엑스 군! 여러분, 엑스 군이 눈을 떳어요!"








 나-엑스는 막 깨어난 흐릿한 의식으로 필로멜라 씨의 외침을 듣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누워 있던 곳은 익숙한 왕도 거점의 내 방이었다. 필로멜라 씨의 목소리를 듣고 방 안으로 빌라가 얼굴을 내민다.








"오, 잠꾸러기가 깼나. 상태는 어때 엑스?"


"빌라... 응, 몸은 아마 문제없을 거야. ...난 아즈란과의 싸움 이후 얼마나 잤어?"


"꼬박 이틀 되겠어. 일단 수분과 영양분부터야. 지금, 리액터가 수프 가져오니까 물이라도 마시면서 기다려."






 빌라가 내게 물통을 던져 건넸다. 받아 든 걸 입에 대자,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몸이 말라 있었는지, 한숨에 내용물을 비워 버린다.






 그 후, 나는 리액터 양이 가져다 준 수프를 먹으면서, 내가 기절해 버린 뒤의 경위를 모두에게 듣게 되었다.






"아즈란을 물리치고, 내가 자는 동안 마왕군에 움직임은 없었다, 라..."


"네, 16신장 중 한 명이 패했으니, 드디어 마왕군이 본격적으로 침공을 시작할까 싶었는데..."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필로멜라 씨. ...그러니까, 어, 그... 이런 때 말할 게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도, 마음을 굳게 먹고 필로멜라 씨에게 말했다.








"그... 내가 깼다는 걸 아리에타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요? 그녀, 분명 엄청 걱정하고 있을 거라서..."


"..."


"...필로멜라 씨?"








 내 말을 듣고 필로메라 씨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엑스 군, 침착하게 들어 주세요."


"에, 네, 네..."


"...우리가 아즈란과의 싸움에 나섰던 그날, 아리에타 씨는 행방불명이 되었대요."


"...네?"












 필로멜라 씨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은 고양이 당 사장님과 테임 씨에게도 얘기를 들었는데요, 두 분 다 갑자기 의식을 잃어버렸고, 정신 차려 보니 아리에타 씨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대요..."


"엥... 아니, 잠깐, 주세요. 농담, 이죠? 필로멜라 씨...?"


"...'별 읽기'로 그녀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지도 조사해 봤어요. ...하지만, 그녀의 흔적이 이 세상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기다려... 난, 그녀한테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약속, 했는데..."










 세계가 순식간에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시야에서 색이 점점 사라져 간다.






 나는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찾, 찾아야 해. 아, 아리에타가, 분명 걱정하고 있어. 내가 늦어서. 서둘러야 해."












 필로멜라 씨가 뭔가 내게 소리치고 있지만, 아무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찾아야 해. 아리에타를.






 괜찮아, 내가 찾을 수 있어.






 그야,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고, 그녀도 날 사랑해 주고 있으니까.






 계속 잠들어 있던 몸을 갑자기 움직인 반동일까, 나는 발이 엉켜 볼품없이 넘어질 뻔했다.


















"―――침착해라. 나의 사랑이여."
















 바닥에 얼굴을 처박을 뻔한 나를, 금빛 건장한 남자가 부축하고 있었다.












"아즈, 란?"


"붉은 머리카락의 그녀의 행방을 알고 있어. 그녀를 구하고 싶다. 힘을 빌려 줘, 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