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46. 언젠가 꾼 꿈










"그럼, 아리에타. 두 번째 인생은 어땠어?"








 눈앞에서 촉수를 꿈틀꿈틀 움직이는 에메랄드 그린의 문어 씨 앞에서, 나 아리에타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 글쎄요."












 되돌아보면, 이 문어 씨와의 만남이 아리에타의 시작이었다.




 평온하고 온화하게.




 평범한 캐릭터로 일생을 마치고 싶다는 나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용사의 히로인 같은 요란한 입장에 전생시켜진 나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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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타. 나는 너를 지키고 싶어. 분명, 나는 그것을 위해 태어난 거야.'




 바보 같이 떠들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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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편이야. 앞으로도, 계속.'




 울고 싶을 만큼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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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난, 네가 생각하는 그런 녀석이 아냐. ...평범한 여자애가 아니란 말이야.'




 보답받지 못할지도 모를 사랑에 두려워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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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미안. 평범한 여자애가 아니라서. 싫겠지. 하지만, 좋아하게 돼 버렸어. 정말로, 미안해.'


'사과하지 마, 괜찮으니까. ...나도 좋아해, 아리에타.'




 사랑받고 받아들여지는 기쁨을 알았어.








 **********








'제발 아리에타. 다시는, 내 앞에서 사라지지 마. 날 두고 멀리 가지 마. 날, 혼자 두지 마...'




 구원받지 못할 슬픔을 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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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리에타! 이크사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


'하아, 달래는 솜씨가 서툴러서 그래. 자자 이크사~, 엄마에요~'




 나보다 더 소중한 것이 점점 늘어갔어.








 **********












 세계도 성별도 뭐든 엉망진창에 터무니없었다.






 기쁨도 슬픔도 전부 빛나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되돌아보며, 나는 신에게 대답했다.












"응. 나쁘지 않았어요."
















 나는 분명히, 기적 같은 사랑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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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좋은 인생을 보낸 것 같구나."








 내 대답에 문어 씨가 만족스러운 음색으로 화답했다.






 전생하게 된 당시엔 여러모로 생각할 게 있었지만, 이렇게 아리에타로서의 일생을 돌이켜보니 나는 문어 씨에게 감사할 뿐, 불평할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뭐, 가령 불평이 있었다 해도 나는 엑스 같은 용사가 아니라, 어디까지 가도 그저 시골 아가씨다. 신을 죽이는 영웅담 같은 건 바랄 수도 없겠지.






"아,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뭐지?"


"제가 10년쯤 먼저 엑스라는 남자가 이쪽에 왔을 것 같은데, 어떻게 됐나요?"






 나는 문득 머리를 스친 의문을 문어 씨에게 물어보았다. 뭐, 어떻게 됐든 먹혔겠지만.




 ...... 이 '먹혔다'는 울림이 썩 좋지 않지만, 뭐 거기에 불평해도 어쩔 수 없겠지. 이 문어 씨는 아마, 세계를 관리하는 시스템 같은 존재다. 그 깊은 심리를 호모 사피엔스의 척도로 이해하려 들면 머리만 이상해질 뿐이겠지.






"글쎄, 어떻게 됐을까. 내가 직접 면담하는 건, 너처럼 현저히 문제가 있는 영혼뿐이니까.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네가 말하는 엑스 군은 건전한 영혼으로 평소대로 처리됐다는 거겠지."






 먹힌 모양이다. 냠.






 뭐, 불건전한 영혼으로 이상하게 전생하고 있는 것보단 낫겠지...




 ....안 돼.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의 윤리관으로는, 사람의 영혼의 귀착에 대한 선악 따위 알 수 없어.










"자, 그럼 슬슬 저녁식사를 할까."


"으윽... 뭐, 이제 와서 버둥거릴 생각은 없지만, 앞으로 먹힐 거라는 선언은 역시 괴롭네요. 아플까요?"


"안심해. 나는 그런 저차원적인 존재가 아니야. 너에게 뭔가를 느낄 겨를은 주지 않을 테니."





 그건 또 어떨까?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문어 씨의 심우주를 연상시키는 눈동자 사이가 찢어지며, 제3의 눈이 나왔다. 으윽! 




 내가 싫은 얼굴을 한 것도 잠시, 문어 씨의 제3의 눈에 뭔가 빛의 입자가 쑥 모여들어 간다.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버스터를 차징하는 느낌이다.






"죄송한데요. 저 먹히는 거죠? 어느 쪽이냐면, 지금부터 증발될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데요."


"그럼, 작별이다. 아리에타, 너의 영혼은 영원히 내 안에서 빛나리라."


"들어 줘! 전에도 그랬지만, 넌 일부러 무시하는 거지?!"






 하지만 문어 씨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제3의 눈이 번쩍 뜨이자, 모여들던 빛의 입자가 초대형 레이저포 같은 걸로 변해 나를 증발시켰다. 으아악...!












"맛있어."












 의식이 끊기기 직전에, 문어 씨의 그런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역시 난 이 자식 싫어.



















 **********












"...어라?"







 정신을 차려 보니, 나 아리에타는 다시 새하얀 공간에 우뚝 서 있었다.






"......나, 레이저포에 의해 지워진 거 맞지?"






 직전의 기억을 더듬어 몸을 살펴보았지만, 특별히 외상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환영한다. 이름 없는 영혼이여."


"앗!"












 등 뒤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나는 겁먹은 채로 돌아보았는데, 거기에는 거대한 문어 같은 악신 씨가... 아니, 달라! 저 선명한 코발트 블루의 체색은 다른 개체야!




 나는 겁에 질린 채로 악신 씨의 다른 버전에게 말을 걸었다.






"어... 누구신가요? 제가 아는 문어 같은 지인이랑 너무 닮았는데요."


"사정은 파악하고 있어. 너는 평행 세계의 나에게 포식된 결과, 모든 감칠맛을 깎아 떨어진 평범한 영혼으로 내가 관리하는 이 차원에 오게 된 것이야."






 에에... 무슨 그런 시스템이야...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순한 구조로, 이 세계에는 "평행 세계"라 불리는 세계가 무수히 존재하며, 각각 그 세계를 관리하는 문어 씨가 여럿 존재한다고 한다. 각각의 세계에서 문어 씨에게 포식된 영혼은, 그들이 말하는 "감칠맛"이라는 걸 빨아들인 뒤에, 또 다른 문어 씨가 관리하는 차원으로 새하얀 영혼으로 보내져 다시 감칠맛을 쌓는다는 흐름이 된다고 한다.






 뭐, 간단히 말하자면 엄청 그림이 나쁜 윤회전생 정도일까.








 내가 기운 빠진 얼굴을 하고 있자, 문어 씨는 익숙한 건지 테크닉하게 전생의 준비를 진행했다.






"이쪽 차원에서 전생하면 지금의 너의 기억은 모두 사라질꺼야. 아카식 레코드의 규격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어. 단념해."


"아하하, 규격이 다르면 어쩔 수 없죠."






 규격이 다르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미 정보의 허용량을 초과하고 있던 나는 흘려들었다.


 뭐, 전생의 기억 같은 건 가지고 있는 게 이상한 거다.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여기서 버텨봤자 어쩔 수 없겠지. 나는 동의했다.






"좋아. 그럼, 바라건대 훌륭한 인생을 경험하여 감칠맛 넘치는 영혼이 되어 내 곁으로 돌아와 다오."












 쿠웅쿠웅...








 코발트 블루의 문어 씨가 그렇게 말하자, 그의 뒤에 있던 거대한 석조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핫 아핫 아핫 아핫 아핫 아핫! 




















 문 저편에서는, 공간 가득한 진흙 같은 점액 속에서, 무수한 안구와 사람의 입 같은 것들이 키득키득 웃음소리를 내며 떠 있었다. 또 이거냐~.






 하지만, 이쪽 세계의 진흙 씨는 전생의 진흙 씨보다 일이 빠른 모양으로, 내가 문어 씨에게 뭔가 말하기 전에 휙 촉수를 뻗어 나를 꽁꽁 묶더니, 재빨리 문 저편으로 끌고 들어갔다.








"가거라, 이름 없는 영혼이여. 다음에 만날 땐, 너는 내 점심 접시 위겠지."


"으으으으."






 입을 완전히 막힌 내가 아무 의미 없는 신음소리를 문어 씨에게 흘리자, 석조 문은 다시 묵직한 소리를 내며 닫혀갔다.




 키득키득 하는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엄청난 졸음에 엄습당해, 진흙 속에서 잠에 빠져들었다.































 **********






























"으응... 하암..."






 천천히 의식이 깨어난다.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파자마가 피부에 달라붙는 게 불쾌하게 느껴지며, "나"는 눈을 떴다.






"...... 뭔가, 굉장히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아."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시계를 확인하니, 시각은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때였다. 평소라면 지각 확정이지만, 지금은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가 여름방학이다. 그대로 다시 잘까 싶기도 했지만, 물에 젖은 생쥐처럼 된 몸으로 잘 기분은 도저히 들지 않아 나는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기로 했다.








 **********








"어라, 아리에. 드문 일이네, 이런 시간에 일어나다니."


"응... 왠지 눈이 떠져버려서."






 샤워로 땀을 씻어낸 나 아리에는 거실에서 엄마의 말에 적당히 대답하고는, 선반에서 식빵 한 장을 꺼내 잼도 마가린도 바르지 않고 그대로 물어뜯었다.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고 있자 엄마가 "여고생 식사야? 이거..."라며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무시했다.




 모처럼 (나로서는) 일찍 일어난 거다. 친구라도 불러서 놀러 가볼까 하며 식빵을 씹으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리아는 시골에 내려갔고, 미라쨩은 동아리 활동으로 저녁까지 못 만나겠네... 에비스를 불러서 오락실이라도..."








 휴일 보내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뜻밖에 방문객을 알리는 인터폰이 울렸다.








"아리에. 엄마 지금 손을 뗄 수가 없으니 나가서 응대해 줄래?"


"네에."






 셔츠에 반바지라 좀 편한 차림이긴 하지만, 샤워를 한 뒤라 볼품없는 모습은 아니므로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현관으로 향해 문을 연다.








"네에, 누구세요?"















 문 저편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에, 나는 무심코 굳어버렸다.












"어... 안녕하세요. 방금 옆집으로 이사 온 엑스라고 합니다. 이사 온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부드러운 금발에,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에메랄드 그린 눈동자.






 나약해 보이는 인상을 주면서도, 그 이상으로 친근함을 느끼게 하는 온화하고 단정한 얼굴.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나와 같은 나이쯤 되어 보이는 외국인 청년이 거기 서 있었다.








"이사 선물인데, 괜찮으시다면..."


"..."


"...저기, 무슨 일 있으신가요?"








 청년의 모습에,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확실히 굉장한 미남이긴 하지만, 그 용모에 첫눈에 반해 버렸다거나, 그런 단순한 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그리운 듯한, 안타까운 듯한, 까닭 모를 울부짖고 싶어지는 듯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쳐서...








"...엑, 스?"


"엥, 어, 응. ...으악?! 뭐, 뭐야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다니?!"


"어, 어라? 죄, 죄송해요. 그게, 갑자기 눈물이..."






 정신을 차려 보니,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당황해서 흐르는 물방울을 손으로 닦아내지만, 댐이 터진 듯 쏟아지는 눈물은 멈출 기미가 없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첫 대면한 남자애 앞에서 엉엉 우는 건 완전히 이상한 여자잖아.




 부끄러운 건지 한심한 건지 해서 다른 의미로도 울고 싶어진 나의 어깨에, 엑스라고 이름 댄 청년이 조심스럽게 살며시 손을 얹었다.






"...괜찮아. 진정해, 아리에타."


"아리...? 아니, 저는 아리에인데요... 게다가, 아직 이름도 밝히지 않았고요."


"...어라, 그렇지? ...나는, 왜 너를 아리에타라고 불렀지...?"






 엑스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 얘기는 제쳐두고서도, 그도 제법 이상한 남자애인 것 같다.








"...킥."


"...푸흡."







 서로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어느새 우리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어느새 멈춰버린 눈물의 잔여물을 닦으며 나는 다시 한 번 엑스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죄송해요, 놀라게 해서. 저는 다나카 아리에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앞으로 잘..."











"아리에 선배. 선배를 울리고 있는 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죠...?"








 엑스의 어깨가 뒤에서 쾅 하고 엄청난 힘으로 잡혔다.




 모든 감정이 사라진 듯한 무표정한 얼굴로, 내 후배인 미라쨩이 엑스의 등 뒤에 서 있었다.






"미, 미라쨩?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된 거야?"


"오늘은 학교 냉방이 고장 나서 문예부 활동이 쉬게 됐어요. 그래서 아리에 선배랑 같이 놀고 싶다고 생각해서 만나러 왔는데... 이 남자는???"






 미라짱의 절대 영도의 시선에 쏘아붙인 엑스가 머뭇거리며 변명한다.






"오, 오해야. 나는 아리에 씨에게 아무것도..."


"아, 아리에라고 해도 돼요. 반말로."


"그걸 지금 말할 일이야?!"






















 그 광경은,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지금이 아닌 언젠가 꾼 꿈 같아서.












 멈춰 있던 무언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같은.












 그런 예감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