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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수녀는, 악이었다.




"너 같은 건 주웠어야 할 게 아니었어!"




 그그녀가 마음속으로 존경하던 신부는 그렇게 내뱉었다. 그녀의 주변에서는 경멸과 욕설이 난무했고, 던져진 돌멩이가 어린 소녀의 뺨을 붉게 갈랐다.




 아무도 편들어주는 이 없었다. 아무도 그녀를 감싸주지 않았다.




 사이가 좋았던 교회 고아원 친구들도,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노령의 신부도, 모두가 수녀를 적대시했다.




 멍하니 서 있는 어린 수녀는 마을 사람들의 질책과 욕설을 견디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마을 출구를 목표로, 홀로.




"나가! 이 악마야!"


"아버지를 돌려줘!"


"너의 탓이야, 너의......"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도망치듯 걷는 그 소녀에게 수많은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그 고통에 필사적으로 견디며,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며 소녀는 쫓겨났다. 이윽고 마을을 벗어나 저들의 욕설이 닿지 않게 되었을 때, 드디어 그녀는 땅에 주저앉았다.




"......신부님, 저는, 저는......"




 그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혔다. 치유 마법을 쓰는 것조차 잊고, 소녀는 주룩주룩 큰 눈물방울을 흘렸다.




 어린 수녀는 더러워진 손을 움켜쥐고,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고는────






 그녀가 도망쳐 나온 그 마을에서 많은 불길이 치솟고 있는 걸 보았다.




"아 ────"




 그러고 보니 아까 전부터 욕설이 비명으로 바뀌고 있었다. 마을에서 도망치느라 정신없어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을은 아비규환이었다. 필사적으로 집을 부수며 연소를 막는 자, 멍하니 서서 타오르는 자기 집을 바라보는 자, 무너져 내리는 교회 십자가 앞에서 필사적으로 기도를 하는 자.




 소녀는 마을에 등을 돌리고 도망친 것을 후회했다. 그녀는 재빨리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으로 달려 나갔다.




"아, 하────"




 그리고, 마을은 멸망해갔다.




 붉은 불길에 휩싸여, 주변의 나무들까지 휘말리며 불길은 거세졌다. 저렇게 되면 이제 인간의 힘으로 진화하기는 불가능했다.




 절망에 물든 사람들의 얼굴. 울부짖으며 남편에게 안겨 집을 버리고 도망치는 여자.




 그 모습을, 광란을, 수녀는 안전한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며 웃었다.




"아하, 하하하────"




 그 수녀는 악이었다.




 누군가가 상처받는 그 순간이야말로, 그녀에게는 행복이었다.




 수녀는 화약으로 더러워진 그 손을 닦으며 쾌감에 온몸을 떨었다. 그녀는 자신을 기르고 자란 신부가 좋아 마음 깊이 존경했기에 교회에는 정성스레 화약을 설치해뒀었다.




 이윽고, 굉음과 함께 교회가 무너져 내렸다. 많은 고아를 거두어 키워온 모두의 고향이 비참하게 불타 무너졌다.




 수녀 카린의 고향이, 지금 없어졌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오싹한 쾌감이 수녀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손만 더러워지지 않았다면 그녀는 분명 스스로를 위로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자극적이고 매혹적인 시간이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








 그 수녀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쾌감에 뺨을 느슨하게 하면서도.




 ──── 역시, 울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내게 다가오지 말라고."


"거절할게. 난 결심했어. 너, 내 파티의 회복 담당이 돼라."




 그리고 수녀는 고향에서 도망쳤다.




 먼 마을로 이사 가 홀로 솔로 모험가로서 각지를 떠돌아다니게 되었다.




"말 안 들었어? 내가 얼마나 나쁜 인간인지. 얼마나 죄 많은 여자인지."


"들었지."


"그럼 상대하지 마. 확실히 말해두지만 내가 겉으로는 선인 행세하는 건 '믿어준 사람을 배신하는 순간'에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야."




 그 수녀는 모험가가 된 후 순식간에 인기인이 되었다.




 외모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쾌활하고 밝은 수녀.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저렴하게 치료를 제공했고, 어떤 모험가라도 차별 없이 대했다. 그런 카린을 자신의 파티에 넣으려고 안달 난 모험가도 많았지만, 그녀는 절대 누군가의 동료가 되는 일은 없었다.




 수녀는 언제나 혼자였다.




"다른 사람이 절망하는 그 얼굴에 쾌감을 얻고. 자신을 믿어준 사람이라면 더욱 기분이 좋다. 과연, 카린은 그런 인간이구나."


"맞아. 타고난 악마, 그게 나야."


"......바보 같은 소리. 이제 됐잖아? 그 이상 스스로를 상처 내지 마 너."




 그런 수녀에게 오늘도 한 남자가 '동료가 돼 달라'며 권유하고 있었다. 거절해도 그 남자는 끈질기게 매달렸다.




 수녀의 짜증이 치솟았다. 차였으면 얌전히 물러나라고 속으로 분노했다. 그녀에겐 누군가와 동료가 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다른 사람을 상처 주기 싫어도 계속 혼자 있을 순 없잖아."




 그녀는 누군가 곁에 있으면, 언젠가 그 사람을 상처 입힐 테니까.




"넌 악마 같은 거 아니야 카린. 조금 성벽이 비뚤어졌을 뿐, 머리에 D 자가 붙을 정도로 사람 좋은 놈이야."


"당신은, 뭘 말하는────"


"네가 고향에 불 지른 것도 누명 씌워져서 주변에 욕먹고 충격으로 이성의 나사가 풀렸기 때문이잖아. 제대로 네 말을 듣지 않은 신부라는 작자가 잘못한 거지."


"하지만 난, 무고한 사람까지 휘말리게해서."


"아ー 그건 좋지 않지. 하지만 말야, 넌 사람은 죽이지 않았잖아?"


"그건...... 죽으면 절망하는 얼굴을 못 보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건 죽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절망에 빠뜨리는 거니까."


"어디 가도 너에 대해 좋은 소문밖에 듣지 못하겠던데. 자애로운 여신이라느니, 높은 꽃이라느니, 모험가의 엄마라느니. 이 몇 년간 누군가를 단 한 번도 절망시킨 적 없잖아 카린? ......넌 오히려 너무 착해."




 그런, 고독으로 말라버린 그녀의 마음에. 그 남자는 홀로 튀어들어 왔다.




"'신뢰한 사람의 절망하는 얼굴이 보고 싶다.', 확실히 그건 비뚤어진 취향이야. 하지만 난 네가 마음에 들었어. 네 누구보다 착한 마음이 마음에 들었어. 그래서 난 널 믿을 게."




 그 말은 수녀가 간절히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의 본성을 이해받을 수 있었다.




"나라도 좋다면 얼마든지 절망의 밑바닥까지 떨어뜨려도 돼. 그 대신 넌 내 동료가 돼라."




 그 남자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수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난 렉스야.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지. 나를 절망시키는 건 조금 힘들걸?"




 그리고 이 날, 한 명의 수녀가 렉스에게 구원받았다.




































 그런 식으로,




 늘 평온하게 사태를 바라보는 척하면서도 내심으로는 렉스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던 수녀 카린은,




 난데없이 나타난 '멍청하고 쉬운 검사'에게 렉스를 빼앗길 것 같아 침착한 모습과는 달리 속으로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녀가 렉스에게 향하는 감정은 연모라기보다는 '가족을 향한 애정'에 가깝다. 이해받은 것에 대한 감사함, 함께 지내는 안심감, 너무나 그릇이 큰 렉스의 정신에 대한 동경. 그건 아버지를 좋아하는 딸이 아버지에게 향하는 감정과 닮아있다.




 메이라는 흑마도사가 렉스에게 반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경계했지만, 렉스에겐 그럴 마음이 없어 보여 현상유지로 하고 있었다.




 카린은 자신이 렉스를 좋아한다는 자각은 있다. 다만 그게 연모와는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메이의 모습을 살피며 평화롭게 3명이서 파티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그랬더니. 하필 세 번째 동료 플라체에게 렉스는 진심으로 끌리는 것 같았다.








 카린이 보기에 그녀의 인상은 '바보'였다. 쉽게 도발에 휘말려 몇 초 후면 땅바닥을 뒹구는 약한 검사. 그런 그녀와 검을 겨루는 렉스는 지금까지 본 적 없을 만큼 생기 넘쳤다.




 그런 검사를 질투해 좀 얕잡아보려 하자 렉스는 금세 그녀의 편을 들었다. 그게 점점 더 카린의 신경을 건드렸다.




 메이의 말로는 절친이 죽어 풀이 죽은 렉스에게 뭔가 말해서 격려한 것 같았다. 카린은 절망하는 렉스의 얼굴에 흥분해 싱글벙글할 테니 직접 위로할 수 없었다.




 자신의 성벽을 카린은 저주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겉으로 보기에 렉스는 어떻게 봐도 플라체에게 끌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만 유일하게 다행인 점이 있다면, 플라체 쪽은 렉스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점이었다.




 그녀는 렉스를 이성이라기보다는 검술의 목표로 삼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돌고돌아 검술의 목표가 어느새 '사랑의 목표'로 바뀔지 모르는 위험한 상태이기도 하다.




 카린은 고민했다. 그런 내심을 내색하지 않고 평소처럼 킥킥 웃으며 연기하면서.




 그런 고민하는 그녀에게 밤의 악마가 속삭였다.




'만약 네가 플라체를 뺏어 버린다면, 좋아하는 여자를 여자에게 뺏긴 렉스는 어떤 얼굴을 할까?'




 신에게 저주받은 자신의 성벽이 또 나쁜 짓을 카린의 귓가에 속삭였다.




'렉스가 말했잖아. 좋을 대로 자기를 절망시켜도 된다고.'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카린에게 동성애 취향은 없다. 하지만 그 악마의 제안은 몹시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플라체와 렉스를 갈라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렉스의 절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빙글빙글 시야가 돌기 시작하고.




 그리고.




"정말 귀엽네, 플라체는."




 ...... 지금에 이른다.




"흐앗......"


"후후후, 음란한 소리로 말하네. 참 야한 아이구나."




 혼란의 극치에 달한 카린은 자신도 모르게 플라체에게 야습을 걸었다.




 그 멍청한 검사도 카린처럼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야습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이나 혼란의 한가운데라는 비참한 상황이다. 하지만 카린의 머릿속 한구석에 남아있던 냉정한 부분이 이를 호기로 판단해 버렸다.




"자, 됐어. 우리 같이 놀아 볼까, 플라체 ......"




 플라체는 바보 같지만 성격은 성실하고 상식적이었다. 만약 정신을 차리고 대응한다면 길고 긴 설교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혼란스러워하는 지금이 공격할 기회다. 정신 차리기 전에 갈 데까지 가야만 한다.




 그리고.












"...... 정말 괜찮은 거지?"


"어라?"












 카린은 눈치챘다.




 공격당해야 할 플라체가 살짝 흥분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다. 플라체는 무려 여성에게 관심이 있는 여성 레즈비언이었던 것이다. 꾸물꾸물 뒤집힌 그 여검사는 어느새 카린에게 덮쳐 거친 숨을 내쉬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는 확실히 성욕이 깃들어 있었다.










"햐, 햐아아아아!?"


"......에!?"




 그리고 먼저 정신을 차린 카린이 현 상황을 파악하고 절규했다.




 황급히 달려온 렉스와 메이에게 여자 둘이 알몸으로 뒹구는 모습을 목격당해 아비규환이 된 것은 또 다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