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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돌아갈 곳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가 어디지.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온통 어둠뿐인 곳에 서 있었다.








 아아, 여기가 지옥인가.






 그렇게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살아생전 내가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론이겠지.










 신이든 악마든 상관없다. 부탁이니 나를 벌해 다오.




 제 멋대로인 소망을 위해, 셀 수 없을 만큼의 목숨을 짓밟아 왔다. 이런 인간이 용서받아선 안 된다.




 작열하는 업화라도 좋다.




 몸을 꿰뚫는 백만의 창이라도 좋다.




 이 구제 불능의 어리석은 자에게 제발 고통과 아픔을 안겨 다오.












"엑스."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 리에타...?"








 눈앞에, 그녀가 서 있었다.


 '저쪽 세계'의 그녀가 아니다.


 내가 잘 아는, 내가 사랑하는 '아리에타'가.






"미안해, 엑스."






 그녀의 손이 내 뺨에 닿는다.




 아아, 어째서 나는 '저쪽'의 그녀와 아리에타를 같은 존재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걸까.


 행동 하나하나를 봐도, 이렇게나 다른데.






"...... 왜, 네가 사과하는 거야?"






 비참할 정도로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슬픈 듯이 미소 지었다.






"내가 엑스를 두고 가 버려서, 이렇게나 당신을 괴롭히고 말았어. 슬프게 만들어 버렸어. 정말로, 미안해."






 나는 최악이다.






 죽기 직전까지, 이런 제 멋대로인 망상을.






"아니야. 아니야. 아리에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게 만드는 나 자신이 한심해서, 자신의 추함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너를 두고 간 건 내 쪽이야. 너는 분명 그 세상에 있었는데. 더는 깨어나지 않는 너와, 더는 미소 짓지 않는 너를 마주할 수 없어서 도망쳐 버린 건 나야."






 맞다. 정말 그녀를 사랑했다면 나는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가 잠든 세상 곁을 지키며, 아무리 힘들어도 앞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했다.




 그런 당연한 것을 외면해 온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아리에타에 대한 죄책함 때문에 나는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다.








"미안해. 미안해...! 너를 지키지 못했어. 도망쳐서 미안해. 너를 버리고 가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비참하게 주저앉은 나를, 아리에타가 품에 안는다.


 그 따뜻함을 느끼며 나는 소리 없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계속 사과했다.












"돌아가자, 엑스. 내가 데려다줄 테니까."












 사랑하는 사람의 말과 함께, 이번에야말로 내 의식이 사그라졌다.












 **********












"앗..."






 가면을 쓴 남자-다른 세계의 엑스의 몸이 재가 되어 사라진 후 남겨진 하얀 꽃 머리 장신구.


 바닥에 굴러다니던 '그것'은 희미하게 빛나더니, 이 세계에서 튕겨져 나가기라도 한 듯, 나-아리에타 앞에서 빛의 알갱이가 되어 사라졌다.






"돌아갈 수 있었을까. 그의 세계로."






 그가 마왕군을 조종하고 있었다는 거라면, 그 존재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결코 용서해선 안 될 대죄인일 거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슬픔 가득한 영혼이 조금이라도 안식을 얻기를 바랬다.












 **********












"보, 보세요 필로멜라 씨. 8대간부들이..."






 왕도 외곽, 수변에서의 방어전을 계속하고 있던 나-필로멜라와 리액터의 눈앞에서, 일제히 8대간부들의 몸이 진흙처럼 무너져 내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순간 경계심이 강해졌지만, 곧 그것이 기우였음을 깨닫고, 리액터가 축 늘어져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드, 드디어 끝난 거죠?"


"네, 분명 엑스 군이 잘 해냈을 거예요. 수고하셨어요, 리액터 양."






 각지에서 승리를 확신한 인류군의 함성이 터져 나온다.




 며칠 전 8대간부와의 수도에서의 결전 이상으로 치열한 싸움이었지만, 기적적으로 시가지로의 피해는 전무했다. 인류군의 분투도 물론이지만, 그것을 지원하듯 8대간부들에게 쏟아진 '유성'에 의한 지원이 컸을 거다.




 나는 가슴속으로, 인류군을 도와준 마족의 여성 타레스에게 감사했다.




 앉아있는 리액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나는 멀리 상공에 떠 있는 마왕성을 올려다보았다.






"...정말이지, 좋아하는 여자애를 위해 세계까지 구해 버리다니. 질투 나네요."


"필로멜라 씨?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에요, 별말 안 했어요. 그보다 레비 씨랑 합류할까요? 우리는 부상자 치료도 있으니까, 앞으로 바빠질 거예요, 리액터 양."












 **********












"으윽..."


"오, 일어났나 엑스."








 불현듯 의식이 깨어난다.


 나-엑스는 아리에타의 무릎 위에서 눈을 떴다.






"윽?! 아, 아리에타! 적은... 총사령은...!"


"진정해. ...다 끝났어. 저 자식은, 이제 없어."






 그렇게 대답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확실히 전투가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한가하게 잠들어 있을 리 없겠지. 두 번의 성검 전개로 인한 온몸의 피로감에 시달리면서도 내가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곁에 서 있던 아즈란이 나를 타일렀다.






"무리는 좋지 않아. 좀 더 쉬고 있어도 괜찮아? 나의 사랑."


"그럴 수만은 없어서 말이야. ...아즈란. 총사령이 쓰러진 지금, 마왕군의 수장은 너와 타레스야.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나는 아즈란을 추궁했다. 그의 대답에 따라서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검을 겨눠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내 그런 모습을 보고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네가 허락해 준다면, 마왕군은 내가 이끌고 인족의 생존 영역에서 물러나게 하지. 지성을 가진 마왕군 간부는 이제, 나와 타레스밖에 남지 않았어. 대부분의 마물은 상위자인 나의 명령에 따를 거야."


"...너는, 그걸로 괜찮은 거야?"


"...마왕님도, 타레스 이외의 신장 동료들도 모두 이 세상을 떠나 버렸어. 나에겐 더는 인족과 싸울 이유를 찾을 수 없어. 하지만, 인족과 손잡기에는 우리는 너무 많은 피를 흘렸지. 당분간은 서로 거리를 두는 것이 현명할 거야."


"...그래, 그렇겠지."






 아즈란의 말에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 이상의 전투를 피하고 싶었던 건 나뿐만 아니라... 아니, 인족 전체로서도 같은 심정이었을 거다. 천 년 넘게 이어진 너무나 긴 전쟁에, 우리는 지쳐 있었다.






"타레스도 그걸로 괜찮겠지?"


"네, 아즈란 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아즈란의 말에 호응하듯, 타레스가 금발의 미남 곁에 모습을 드러냈다.






"본래라면, 나보다 서열이 높은 그대가 마왕군을 통솔해야 하는데..."


"송구스럽지만, 저는 조직의 상위에 설 그릇이 되지 못합니다. 혈통적으로도 마왕님의 아드님이신 아즈란 님이야말로 저희를 이끄시기에 적합하다고 봅니다."






 타레스의 말에 아즈란이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마왕성은 인족의 생존 영역에서 멀리 떨어진 황야라도 데려가지. 가면의 친구가 없어진 지금, 그 다음 서열인 나와 타레스로도 성을 옮길 수 있을 것 같군. 너희들은 전이술로 수도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 지상에서의 싸움도 끝난 것 같으니까."


"그래, 그렇게 하지. ...작별이구나, 아즈란."


"흥, 살아 있으면 언젠가 볼 날도 오겠지. 그럼, 엑스, 아리에타. 그 '사랑'에 아낌없는 축복을."






 아즈란은 우리에게 그렇게 고하고는, 타레스를 데리고 마왕성 안쪽으로 사라졌다.






"...가볼까, 아리에타. 전이술을 쓸 테니까 내 곁으로 와."


"아아, 알았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리에타가, 나를 가볍게 껴안았다.






"...아리에타, 전에도 말했지만 그렇게 바짝 붙지 않아도..."


"알아. ...싫어?"


"...그럴 리가. 정말 사랑해, 아리에타."


"후훗, 그것도 알아."






 자, 돌아가자.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이날, 인족과 마왕군의 천 년이 넘는 긴 전쟁이 끝을 맺었다.




















 **********














"감사합니다~"








 자, 마왕군과의 최종결전이라는 평범한 모브 캐릭터라면 평생 연이 없을 법한 이벤트로부터 반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 나-아리에타는 고향의 잡화점에서 여전히 가게 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동안, 뭐 여러가지 이벤트가 있었다.


 그 모든 걸 상세히 묘사하면 해가 지고 말테니, 우선 몇 가지 요점만 짚어보자.






 마왕군의 토벌... 정확히 말하자면 아즈란이 마왕군의 잔존 세력을 이끌고 오지로 칩거하면서, 인족과의 간섭을 끊었다는 형태라 토벌과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천 년 넘게 싸움을 벌여온 인족과 마왕군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은 엑스 일행은 구세주 영웅으로서, 나라를 들썩이게 하며 성대하게 맞이해졌다.






 특히 '용사'인 엑스는 왕에게서 작위를 하사받고, 인류군의 장군으로 맞이하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저 녀석은 작위야 그렇다 치더라도 장군은 사양하고 싶다며 제안을 뿌리쳤다. 고향에서 사랑하는 사람인 나와 조용히 살고 싶다느니 뭐니 하며 말이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저 녀석 대체 어떤 곳에서 그런 사랑 타령을 한 거야? 무서워서 물어보지도 못하겠다. 왕님과 개인적으로 교분이 있는 듯한 필로멜라 씨의 입장 덕분에, 장군직은 사양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현재, 엑스 일행은 마왕군 토벌의 개선 퍼레이드로 각지에서 끌려 다니고 있다. 전이술을 쓰면 순식간이겠지만, 역시 국가의 위신을 걸고 한 이벤트를 RTA 마냥 후딱 끝낼 수는 없어서, 일반적인 교통수단으로 평범한 스피드감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아, 맞다. 나, 엑스와 결혼하기로 했다.







 결혼식은 아직이지만, 신혼집도 이미 지어졌다. 엑스가 국가에서 받은 인생을 몇 번쯤 노닥거려도 살 만한 보상금으로, 고향에 작고 귀여운 집을 지었다. 지금은 그 신혼집에서 실가의 잡화점으로 출근하는 형태다.




 저 녀석, 무슨 정신이 나간 건지 마왕군과의 싸움이 끝난 바로 그날 날 데리고 고향 실가까지 와서 부모님께 결혼 인사를 해버렸다. 진행 속도 엄청나지 않아? 물론, 나도 엑스와 결혼하는 걸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좀 더 이렇게 단계가 있잖아.




 아버지와의 "우리 딸은 안 돼"식 이벤트가 벌어질 줄 알았는데, 우리 부모님은 "어라, 너희 아직 안 했었니?" 같은 분위기마저 풍기고 있어서 엄청 순조롭게 이야기가 진행됐다. 왠지 속이 시원치 않네.




 엑스의 부모님도, 엑스와 나의 결혼에 찬성하는 듯, 며칠 전 수도를 떠나 마을로 돌아오셨다. 엑스가 용사를 그만두고 마을로 돌아온다면, 수도에 남을 이유도 별로 없겠지.




 결혼식에 관해서는, 엑스가 개선 퍼레이드를 끝내고, 정말로 '용사'로서의 임무에서 해방되어 마을로 돌아오면 올리려고 한다. 너무 성대하게 하는 건 부끄러우니까, 가족들끼리 한가롭게 하고 싶다.










"뭐 이런 느낌이야, 미라쨩."


"으응... 축, 축하해. 언니."






 손님 발길이 끊긴 휴게시간에, 나는 미라쨩에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전하고 있었다. 미라쨩은 내 이야기를 듣고, 기쁜 듯 아쉬운 듯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심오한 표정을 지으며 축하해줬다.






"언니가 행복해지는 건 당연히 기뻐? ...으으, 그치만, 그치만..."


"아하하. 괜찮아, 미라쨩에게도 금방 멋진 연인이 생길 거야."






 아무래도 미라쨩의 마음을 사로잡을 멋진 왕자님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다. 이 세계의 외모 판정을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평범한 마을 남자애들도 미남들 투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런 얘기를 하고 있자니, 엄마가 가게 안쪽에서 내게 목소리를 냈다.






"아리에타, 슬슬... 하지 않겠니?"






 엄마의 말에,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아, 응. 그렇네."


"다녀오렴. 가게는 내가 보고 있을 테니까."






 이래저래 꿰뚫어 보이는 것 같아 조금 부끄럽지만, 여기서는 엄마에게 기대도록 하자. 나는 앞치마를 벗으며 미라쨩에게 목소리를 냈다.






"미안 미라쨩. 잠깐 나갔다 올게."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돼거든요~ 여기서 언니 방해할 만큼 눈치 없진 않거든요~."






 살짝 토라진 듯이 볼을 부풀리는 미라쨩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나는 가게를 나섰다.












"...... 아아,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높아지는 고동을 억누르려는 듯, 가슴을 꽉 움켜쥐고 나는 마을 입구를 향했다.












 **********












"앗."








 마치 때를 봤다는 듯이, 내가 마을 입구에 다다르는 것과, '엑스'가 초원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완전 같은 타이밍이었다.






 그가 내 얼굴을 보고는,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은 후, 서로의 너무나 절묘한 타이밍에 조금 민망한 듯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다녀왔어, 아리에타."


"오오. 돌아왔구나, 엑스."






 나는 씩 웃으며 쥔 주먹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걸 보고, 엑스는 작게 쓴웃음을 지은 뒤 똑 하고 제 쥔 주먹을 내 주먹에 갖다 댔다.






"아리에타, 잠깐 눈 감아 줄 수 있어?"


"엥, 에엥. 반년 만이라고는 해도,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아니, 싫단 건 아냐? 그, 그럼..."






 엑스의 느닷없는 부탁에, 나는 당황하면서도 눈꺼풀을 감고 살짝 고개를 들었다.












 ............? 




 아무리 기다려도 입술에 무언가 닿을 기색이 없다.




 그 대신 관자놀이 쪽을 뭔가 만지작거리고 있다. 에에, 뭐 하는 거야 너?






"자, 눈 뜨면 돼. 아리에타."


"...응? 어라, 키스는?"






 엑스의 권유에 따라 눈꺼풀을 뜨고, 나는 녀석이 만지작거린 머리 부분에 손을 뻗어 보았다.
















 거기에는 작고 하얀 꽃 머리 장신구가 달려 있었다.
















"약속, 제대로 지켰어."






 그렇게 말하며, 그는 약간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 우"


"우?"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아리에타? ...므극?!"








 나는 엑스를 껴안고, 억지로 그의 입술을 빼앗았다.






 아아 정말 좋아. 너무 좋아.






 억누를 수 없는 호감을 쏟아내듯이, 세차게 세차게 힘껏 그를 꽉 끌어안는다.












"좋아. 너무 좋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반드시 행복하게 해줄 테니, 쭈욱 내 곁에 있어 줘."


"...응, 난 영원히 네 곁에 있을 거야. 사랑해, 아리에타."
















 서로의 마음의 깊이를 확인하듯, 두 사람은 길고 긴 포옹을 나누었다.






























"그나저나, 신혼여행 장소 말인데 바닷가 마을은 어때?"


"식도 아직인데 서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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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회가 아닙니다. 조금 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