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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으라차차!"








 빌라가 휘두른 창이 '수왕'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목에서 위쪽을 잃은 '수왕'의 몸은 녹는 밀랍처럼 불규칙한 액체 모양으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 어쩐지 약해 보이네, 이들. 전에 수도에서 싸웠을 때의 3할 정도밖에 힘을 내지 못하는 것 같은데?"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빌라의 뒤에서 레비가 '연무'를 두 동강 내고 있었다.








"이성도 없어 보이고, 지능은 아마 근처의 마물들과 다를 바 없을 거야. 겉모습만 그럴듯한 걸지도 모르겠어... 근데 일반 병사들이 상대하기엔 버거운 상대고, 이 숫자는 골치 아프네."








 레비는 도끼를 다시 겨누며, 쉴 새 없이 덮쳐오는 '연무'와 '수왕'들을 다수... 상대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수도는 갑자기 부활한 팔대간부 같은 마물의 군세에 습격받고 있었다.




 개개인의 실력은 팔대간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골치 아픈 건 그 수다. 벌써 10체 이상의 팔대간부를 죽였지만, 그 물결이 끊어질 것 같지가 않았다.






 인류군도 곳곳에서 분투하고 있었지만, 역시 엑스 일행이 없는 방면에서는 조금씩 전선이 밀리고 있었다.




 레비의 뒤에서 달려들던 '마창'의 가슴을 빌라의 창이 꿰뚫자, 그는 레비를 향해 외쳤다.






"레비! 여기는 내가 막을 테니까, 너는 다른 데 지원 가봐! 이 정도 상대라면 나 혼자서도 당분간은 괜찮아!"


"오케이. 뭐, 우리가 버티는 동안 엑스가 우두머리를 때려눕혀 주길 기대해 보자고."






 가는 김에 대충 레비는 몇 마리 적을 두 동강 내더니, 고전하고 있는 인류군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 그건 그렇고.""








 전장을 질풍처럼 달리면서, 레비는 수도의 아득히 하늘 위에 떠 있는 성, 마왕성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엑스 녀석, 어떻게... 저기로 갈 생각일까?












 **********












"엑스님, 무운을 빕니다."








 타레스의 말에 나-엑스는 상공에 떠 있는 마왕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 아즈란.."


"무슨 일이지, 내 사랑"


"..... 나는 어떻게... 저 마왕성에 가면 되지?"








 성 상부가 구름에 닿을 정도로 높이 부유하고 있는 마왕성을 바라보며, 아즈란은 "흠"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날면 되는 것 아닌가?"


"... 놀라겠지만, 인간의 대부분은 하늘을 날 수 없어."


"그런가..."








 아즈란이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 설마, 계획이 전혀 없단 말인가.








 나는 두통을 견디듯이 이마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아즈란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차원의 틈에 있었다는 마왕성을 드나들곤 했잖아? 날 데리고 전이하거나 할 순 없어?"


"마왕성으로의 전이는 간부들에게만 허용되어 있고, 애초에 가면의 남자에게 추방당한 후로, 나와 타레스의 마왕성 전이 허가는 박탈되어 버렸어. 흐흐흐, 어쩌면 좋을까 엑스."








 그래 ............




 막다른 골목이다.


 바보 같은 상황에 나는 무심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흠."








 아즈란이 저 멀리 상공의 마왕성을 바라보며, 어쩐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엑스, 비상사태다."






 아즈란은 그렇게 말하더니, 느닷없이 나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었다. 너무 자연스러운 동작에, 나는 무심코 저항하는 걸 잊고 있었다.






"어, 어, 뭐야. 뭐 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수단을 고르고 있을 때가 아니게 되어 버렸어. 엑스, '그녀'를 맞이하러 가자."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기를 안아주듯 몇 번이나 진자 운동으로 나를 흔들어댔다.








"으아아압!"




"엑? 끄아악?! 으윽...?!"








 아즈란이 우렁찬 고함을 질렀고, 그 다음 순간 내 몸은 엄청난 기세로 상공의 마왕성을 향해 '투척'되었다.












"으윽! 끄윽?! 으극!!!!!!!!!!












 --- 엉망진창이다.






 온몸을 덮치는 가속과 풍압에 나는 하얗게 물들 것 같은 의식을 간신히 붙잡았다.






 마왕성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붉게 물든 시야로 확인했지만, 자세를 제어 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성벽에 충돌해서 붉은 얼룩을 하나 만들 뿐이다.






 ...... 바보 같은 상황이지만, 이건 아마 마지막 결전이다.




 그렇다면 아끼지 말아야겠지.








 나는 가슴팍의 수정세공, 남은 두 개가 되어 버린 '성검' 중 하나를 움켜쥐었다.








"성, 성성... 성검, 전개!"








 내 의지에 화답하듯, 부서진 수정이 온몸을 덮는 갑옷의 모습이 되었다.




 순식간에 또렷해지는 감각과 사고.




 속도는 그대로 유지한 채, 보이지 않는 방어막이 둘러진 듯 살갗으로 느껴지는 풍압과 가속에 의한 중압감이 가라앉아갔다.




 나는 빙글빙글 무질서하게 회전하던 자세를 일직선의 화살처럼 곧게 가다듬더니, 마왕성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아리에타... 기다려. 금방 네 곁으로 갈게...!"












 **********












"으아악?! 뭐, 뭐야?!"












 갑작스레 실내를 격렬하게 흔드는 진동과 굉음에 나-아리에타는 중심을 잃고, 입구의 문에 얼굴부터 처박고 말았다.






"꺄악?!"






 쾅하고 기세 좋게 열린 문에, 나는 그 기세 그대로 복도를 데굴데굴 굴러가 버렸다.








 ...... 응? 복도? 








 내가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의자를 내리쳐도 꿈쩍하지 않던 문이 열려있는 모습이 보였다.






...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빠져나올 수 있으니 다행! ... 근데, 이제부터 어쩌지?"






 연금을 벗어난 것은 좋았지만, 방에서 나온 순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미뤄두었던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가면 쓴 남자 - 다른 세계의 엑스를 찾아내서 저지할까?










 ...... 불가능하다.


 저자식한테 들키면, 또 한 번 그 방에 갇힐 뿐이겠지.






"... 어쨌든,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일단은 밖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자..."






 조금 전에 보여준 저자식의 기억이 진실이라면, 여기는 아마 마왕성 안일 거다.




 그렇다면, 상층부 쪽에 발코니 같은 게 있다면, 밖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주위를 경계하며 통로를 나아갔지만, 다행히 나 이외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지금 이 성 안에 있는 건 나와 가면 쓴 남자뿐일 거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성내 구조를 따라가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밖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발코니에 다다랐다.








"저게 ...... 왕도인가?"








 거리 탓에 꽤 작아 보이긴 하지만, 발밑으로 펼쳐진 낯익은 풍경에, 나는 난간에 기대어 신음했다.




 아무래도, 현재 이 성은 차원의 틈이랄 곳에서 우리 세계로 모습을 드러낸 듯하지만, 꽤 높은 고도로 부유하고 있는 것 같다. 이로선 도저히, 자력으로 탈출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리에타!!"












 그의, 아니 그와 닮은 목소리가 내 이름을 외쳤다.




 때가 안 좋았던 것일까, 저자식도 밖 상황을 확인하고 있던 참이었는지, 내가 서 있던 발코니보다 더 위층에서, 스르르 무게감을 느끼지 못할 것 같은 움직임으로, 가면 쓴 남자가 내 앞으로 내려앉았다.








 이런. 들켜 버렸어...!




 도망칠 데 없는 장소에서 저자식에게 발각된 상황에, 등줄기로 싫은 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아, 아리에타... 여긴 위험해. 방으로 돌아가 주지 않을래? 금, 금방 끝내고, 데리러 갈 테니까... 응?"












 쫓기고 있는 건 내 쪽인데, 오히려 겁에 질려 있는 건 저쪽이었다.






 그는 살짝 떨면서,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자, 자. 이쪽으로..."


"............ 오지마"








 나는 발코니 난간에서 바깥쪽으로 몸을 옮겼다.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죽음이 확실한 상태에, 위장이 쪼그라드는 걸 느꼈다.




 하지만 가면 쓴 남자는 그 상황에 나 이상으로 동요했다..








"안, 안 돼! 아리에타! 이, 이리로 돌아와! 어서!"


"...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오면, 난 뛰어내릴 거야."








 지금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저자식에게, 나는 견제하듯 내뱉었다.




 내 말에 저자식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굳더니, 심하게 당황했다.








"왜, 왜...? 아니, 내,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방에 가둔 게 싫었어? 아니면 갑자기 널 여기로 데려온 게 화가 났던 거야? 아니면, 또 다른 거? 뭐, 뭐가 싫었는지 말해 주면, 다 고칠게. 약속할게. 그러니까, 제발 이쪽으로 와 줘."












 그 모습은 마치,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아이 같아서.






 너무 안쓰러워 보여, 나는 시선을 떨구고 말았다.




















 그때, 발밑으로 빛나는 광채를 보았다.
















"... 너도, 아마 엑스일 거라고 생각해."


"아리에타...?"








 요령 없는 내 말에, 눈앞의 그는 가면 너머로 의아한 표정을 지은 것 같았다.












"... 그치만 말이야, 역시 내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건"








 이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 처음으로 사귄 '절친'과의 나날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건"








 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런 상황에서조차 가슴이 따듯한 무언가로 가득 차는 걸 느낀다.








"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주는 건"








 내 모든 걸 알고서도, 내 모든 게 갖고 싶다고 말해 준 그의 말을 되새기는 것만으로, 기쁨에 눈물이 흐를 것 같다.








"내 영웅은 '이 세계의' 엑스니까. 그러니까..."








 내가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는 건, '그' 엑스니까.














 그러니까...


















"난, 너의 히로인이 될 순 없어. 미안."












 나는, 저 멀리 지상을 향해 몸을 던지듯 뛰어내렸다.












"아리에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또 한 명의 엑스가, 애타게 손을 뻗지만 미치지 못한다.












 나는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이건 그냥 투신자살이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내 몸은 땅에 부딪혀 붉은 핏덩어리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감은 내가 다음으로 느낀 건 딱딱한 땅의 감촉이 아니라, 힘차게 날 껴안아 주는 온기였다.












"아리에타!"








 아아, 이 목소리다.




 비슷하지만, 역시 다르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








 나는 천천히 눈을 뜨고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엑스를 향해, 씩 최선을 다해 근사한 미소를 지었다.












"늦었잖아. 좀 더 있었으면 바람 피울 뻔했다고?"












 "와줘서 고마워."라고 솔직하게 말하기엔 부끄러워서, 나는 무심코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응, 늦어서 미안. ... 질렸어?"


"그럴 리가. 정말 사랑해."








 나는 엑스를 가볍게 힘주어 껴안았다.






















"........ 그나저나, 우선 날 한 번 지상에 내려줄 수 있으면 고맙겠는데."








 아무래도 내가 안긴 채로는 이래저래 불편하겠지. 하지만, 내 말에 엑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 미안. 사실 지금, 내 의지로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지상에서 마왕성을 향해 있는 힘껏 던져진 거라서, 간단한 방향 수정밖에 못 해."


"오오. ... 그건, 무슨 소리야?"


"탈출해 온 거 미안한데, 이대로 다시 한 번 마왕성으로 돌진합니다."


"싫어어어!"












 **********












"........... 왜지."








 눈앞의 광경에, 가면 쓴 남자가 중얼거렸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고 있다.












 이게 뭐지.






 악몽이라도 꾸고 있나.












 가면 쓴 남자는 증오와 분노로 눈앞이 깜빡깜빡 점멸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왜지. 왜지왜지왜지왜지왜지왜지왜지?! 왜냐고 아리에타! 왜 그런 거야아아아! 저자식이랑 내가 뭐가 달라?!"








 남자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핏발 선 눈동자를 엑스와 아리에타에게 향했다.




 지상에서 날아 온 그가, 마왕성 한구석으로 돌진한 걸 확인하자, 남자는 풍경마저 일그러질 듯한 격렬한 살기를 그쪽으로 쏟아냈다.








"용서 못 해 용서 못 해 못 놔줘! '그 아리에타'는 내 거야! 너 같은 내 가짜가! 함부로 손대선 안 되는 거라고!"








 피를 토하는 듯한 저주를 외치며, 가면 쓴 남자는 가슴팍의 수정세공, 이전 세계에서 가져온 마지막 남은 하나의 '성검'을 움켜쥐었다.












"성검 전개!"










 부서진 수정은 가면 쓴 남자를 감싸더니, 그의 뒤틀린 정신이 형태가 된 듯한, 삐뚤고 사악한 갑옷을 만들어냈다.












"죽여 버릴 거야!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아리에타는 오직 나만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