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01. 잘가, 야마다 타로 






 나의 이름은 야마다 타로, 30세이다.



 블랙도 아니고 화이트도 아닌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지극히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어느정도 나이가 들었지만 연인도 없고, 열중할 만한 취미나 자랑할 만한 특기도 없다. 주말에는 게임이나 인터넷으로 애매하게 시간을 보내는, 뭘 해도 어중간한 오타쿠다.


 출퇴근 전철의 손잡이를 잡으며 멍하니 "나는 죽을 때까지 이런 식으로 무의미하게 살아가겠구나" 같은 생각을 하며 회사와 집만 오가는 무미건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자, 여기까지 내 삶의 1mm도 즐겁지 않고 공허한 개인 정보를 봐준 여러분께 희소식이 있다.





 여기까지의 나에 대한 설정은 모두 잊어도 된다.


 왜냐하면 나는 죽어버렸으니까.






 출근길에 폭주 트럭에 치였기 때문이다.


 아아, 초록불이라고 해서 스마트폰 보면서 길을 건너면 안 되겠네.



 전신을 관통한 그 충격!


 뼈는 부서지고, 내장은 물풍선처럼 터지고, 팔은 떨어졌으며, 얇은 눈알과 뇌는 우리 먼저 나를 버리고 머리에서 탈출해갔다.


 통증이랄 만한 통증을 자각하지 않고 즉사할 수 있었던 건 불행 중 다행이랄까.






 자, 내가 내 처참한 죽음의 모습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 저세상 같은 곳에서 신 같은 존재와 면담 중이기 때문이다.





"자, 자네의 최후는 이런 식이었는데 이해가 되었나?" 


"네..."




 나는 공중에 떠있는 영상으로 다진 고기가 된 내 육체를 보면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제가 죽은 건 알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흠..."





 신이 촉수를 꿈틀거리며 대답했다.


 신의 모습은 한마디로 말하면 에메랄드 그린의 거대한 문어이다.


 덧붙이자면 전신에 빼곡히 그려진 기분 나쁜 문양이 초 단위로 몸에서 꿈틀거리고 있어서, 자제력 있게 말하면 사악한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토 군." 


"야마다입니다."


"사토 군은 이제부터 전생과는 다른 세계에 환생해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될 거야. 전생의 기억을 이어받는 것 외에도 원한다면 특수한 재능 등의 초기 보너스도 줄게."


"전 야마다인데요, 이세계로 환생... 인가요..."


"어라, 불만이야? 대부분의 인간은 이세계에 환생한다는 걸 알면 기뻐하던데."





 내가 얼굴을 찡그리자 신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뭐 나는 문어 박사가 아니라서 문어 같은 생물의 감정 표현은 모르고 그냥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이세계 환생... 살아생전에 보았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한 장르로는 정말 흔한 내용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한 번 더 인생을 산다고 들었을 때 내가 품은 감상은 이러하다.






 으으, 귀찮아.






 자살할 만큼 삶에 절망하고 있진 않았지만, 한 번 더 인생을 다시 살라고 하면 신나할 만큼 삶에 희망을 품고 있지도 않다.


 솔직히 말해서 간신히 큰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었으니 이대로 내라는 존재의 자연스러운 소멸 같은 걸로 인생이라는 망겜을 클리어하게 해 줬으면 하는 마음까지 있다.



 나는 이 솔직한 마음을 문어씨에게 전했지만 문어씨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너의 이세계 환생은 결정 사항이야." 


"왜죠?"


"나는 사후 인간의 영혼을 포식해서 존재를 유지하는데, 영혼의 질은 살아생전의 육체, 정신, 인생경험의 풍부함 등으로 결정된다고. 살아생전의 너는... 마치 식물이나 무기물 같은, 감동도 아무것도 없는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한 삶을 살았기에 영혼이 보통 사람의 절반 정도밖에 연마되지 않았어. 솔직히 말해서 너의 영혼은 맛없어서 먹을 수가 없네. 미안하다."




 갑자기 내 삶에 대해 디스 당한 데다 뭔가 사악한 설정을 들은 것 같다. 


 역시 이 문어는 신이긴 하지만 앞에 "사"나 "광"이 붙는 쪽의 신이었던 것 같다.




"너처럼 무의미하고 가치 없는 인생을 살아버린 인간에게는 이렇게 내가 두 번째 인생을 주선하고 있어. 뛰어난 재능이나 좋은 환경을 손에 넣음으로써 환생자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전력으로 만끽하게 한다. 그 후에는 파란만장한 일생을 달려 훌륭한 영혼이 되어 내 위장 속으로 들어오는 시스템이 되는거지. 인간으로 치면 윈-윈이라는 건가." 


"아하하 그렇군요."




 나는 깊이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이 추정 사신을 상대로 거스르면 좋을 게 없다고 전생에서 얻은 경험 센서가 경보를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 신님. 아까 말씀으론 환생처의 조건은 어느 정도 고를 수 있다고 하셨죠?"


"그래. 바람이 있으면 고려해줄게."




 어차피 내가 이세계로 가는 건 피할 수 없을 것 같으니 그렇다면 되도록 평온하게 제2의 인생을 보낼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좋겠다.




"전생과는 다른 세계라고 하셨는데 환생처는 일본이 아닌 건가요?"


"그래. 너의 새로운 인생의 무대는 검과 마법이 힘을 떨치는 중세 유럽풍 세계야. 평소에 그런 창작물을 접하는 일본인에게는 이해하기 쉽고 좋겠지."




 문득 머리에 떠오른 건 국민적 RPG의 그 세계였다. 참고로 나는 크리스탈이 안 나오는 쪽의 신도다.


 치안이 안 좋아 보여서 싫네. 가능하다면 SF적인 미래 세계라도 좋았을 텐데.




"환생처의 조건이라면... 흠, 이런 건 어때?"




 문어씨가 촉수를 뻗어 한 장의 종이를 내게 건넸다. 


 환생처의 정보가 적혀 있는 것 같다. 어디 보자...









 ◆전설의 용사의 피를 이은 남자


 먼 옛날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 마신을 봉인한 용사의 자손.


 검술, 마술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용모단정하고 두뇌명석하다.


 마신의 봉인을 풀고 인류의 멸망을 꾀하는 마왕군을 타도하기 위해 현자(미소녀)와 대신관(미소녀), 용족의 전사(미소녀)를 이끌고 운명의 여정에 나선다―――






 거절이야 거절! 어째서 그런 소수로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싸움에 나서야 하는 거야!?


 난 파란만장하지 않고 평온하고 조용히 살고 싶은 거다. 이런 평범함과는 정반대의 물건은 죽어도 싫다. 이미 죽었지만.



 나는 문어씨에게 조심스럽게 다른 물건을 희망했다.



"흠, 용사계가 환생처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데 말이야... 그럼 이건 어때?"



 나는 문어씨의 촉수에서 새로운 물건 정보를 받아들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호화삼매경. 초명문 귀족의 아들


 인류권의 절반 이상을 통치하는 왕국의 수도에 거처를 가진, 오랜 전통을 가진 명문 귀족의 차남.


 국왕에게조차 영향력을 가진 가문을 무기로 매일 밤 미녀를 갈아치우고, 마음에 안 드는 자는 부당하게 감옥행.


 오만방자하고 화려하게 일생을 보내자.






 ...............뭔가 이상한데. 나, 환생해서 그런 악당 행세를 해야 하나?


 분명 마지막에는 아까 그 용사 같은 정의 측에게 심판받는 놈이잖아 이 녀석.


 설령 진지하게 살더라도 이 정도로 세계 권력의 상층부까지 파고들면 정쟁이나 음모로 마음고생이 끊이지 않겠지. 매우 평범한 일반 시민 수준의 스킬밖에 없는 나로서는 무리야 무리무리.



 나는 문어씨에게 조심스럽게 다른 물건을 요청했다.




"용사도 부자도 싫다고? 특이한 취향을 가진 스즈키 군이군." 


"야마다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용사계, 부자계 다음으로 인기 있는 포지션인데."




 나는 문어씨의 촉수에서 새로운 물건 정보를 받아들었다.






◆너를 쓰러뜨리는 건 바로 나다! 엘리트 마족, 새벽에 죽다


 마왕군 최고간부 중 한 사람.


 강력한 힘과 고결한 정신을 겸비한 무인이다.


 용사와의 싸움에서 부상당한 그는 어느 마을에서 상처를 치료해준 인간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이윽고 찾아온 마왕군과 용사의 결전의 때.


 용사와의 재격돌에서 패한 그는 용사의 실력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이의 사는 인간 세계의 미래를 그에게 맡기고 조용히 숨을 거두는 것이었다―――








 죽었잖아!


 아니, 불로불사가 되고 싶은 건 아니지만 환생처의 무덤까지의 루트를 스포일러하지 마!


 안 돼. 이 문어씨에게 맡겨두면 나는 소년만화의 등장인물 같은 파란만장한 환생처를 잡게 될 거야.


 나는 소개받은 물건 정보를 살며시 옆에 놓았다.




"죄송합니다.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제가 희망 조건을 내도 될까요?"


"라이벌 캐릭터도 싫은가... 뭐, 무리하게 강요하진 않겠어. 너는 어떤 환생처를 바라는 거지?"




 자, 어떻게 할까.


 나의 바람은 무엇보다 평온하고 조용히 일생을 마치는 거다.


 세계의 운명을 건 초차원 배틀이나 음모가 소용돌이치는 정치 드라마는 하고 싶은 놈이 하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초인적인 전투 능력이나 특별한 재능, 평범함을 떠난 미모 같은 건 분쟁의 씨앗이 되니 불필요하다.


 경제력이라도 대부호가 아니라 굶주리지 않을 정도의 평민 수준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여기까지의 이야기로 보아 인간과 몬스터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관인 것 같으니 전화에 휘말리지 않을 만한 평화로운 곳에서 살고 싶다.


 인류의 세력권 중심지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시골 같은 곳이 이상적이겠네. 수도는 최종 결전 전에 공격받곤 하니까.



 나는 이 요구사항들을 문어씨에게 전했다.




"흠..."




 문어씨의 심우주를 연상시키는 유리구슬 같은 눈이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안 되나?


 아무래도 이 문어씨는 배틀만화의 주인공 같은 장엄한 인생을 경험한 영혼을 원하는 듯하다.


 내가 희망하는 미지근한 물 같은 인생은 거절당하고 강제로 크리스탈에 선택받은 전사 같은 걸로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긴 침묵이 이어진다.


 싫은 긴장감에 나는 서서히 식은땀이 나오는 걸 느끼면서 문어씨의 대답을 기다렸다.





"뭐, 됐어. 되도록 너의 희망에 따른 환생처를 마련해줄게."





 통과됐어...!



 나는 조용히 주먹을 불끈 쥐고 작게 승리포즈를 취했다.




 즈즈즈즈...



 문어씨의 배후에 있던 거대한 석조 문이 중후한 소리를 울리며 열려간다.






 아핫 아핫 아핫 아핫 아핫!!





 문 너머에서는 공간 가득 진흙탕 같은 점액 속에 무수한 안구나 인간의 입 같은 것이 기이한 웃음소리를 내며 떠 있었다.






 나는 버려진 강아지 같은 눈동자로 문어씨를 응시했다.




"이것은 성천의 문. 이 문 너머에서 새로운 인생이 자네를 기다리고 있어."




 나는 끄윽 하고 처연한 소리로 울면서 문어씨를 가만히 응시했다.




"두려워할 것 없어. 다음 인생에서 너의 영혼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될 테니."




 아니, 두려워. 어떻게 봐도 지나가면 광기에 사로잡힐 타입의 문이잖아.


 싫어 싫어. 가기 싫어.



 언제까지고 다가오지 않는 먹잇감에 짜증이 난 건지 문 너머의 진흙탕이 슈박 하고 뻗어 나를 옭아맸다.




"하지 마! 놔줘어어! 젠장! 뭔 힘이야!? 전혀 저항할 수 없어!!"




 내 비참한 저항을 조롱하듯 휘감긴 진흙탕이 질질 끌며 나를 문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잘가, 환생자 다나카여. 다음에 만날 때의 너는 내 디너 접시 위일 거야."


"야마다라고 말하고 있잖아! 이 문어 놈아! 일부러 하는 거지!? 젠장 젠자아앙!"



 진흙탕이 나를 완전히 집어삼키자 석조 문은 다시 중후한 소리를 울리며 닫혀갔다.


 하하하 하는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는 엄청난 졸음에 덮쳐 진흙탕 속에서 잠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야마다 타로의 1주차 인생은 막을 내렸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평온한 인생을 보낼 수 있는 환생처라는 희망은 일단 통과된 것 같으니 지나간 전생에 생각을 하기보다는 새로운 인생을 즐기는 게 어떨까.


 삶에 희망을 품지 못한다는 중2병 같은 말도 했지만 역시 이렇게 이세계에서 제2의 인생이 시작되려니 조금은 두근거리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몇 줄 전의 내용을 즉시 부정하는 건 매우 마음이 아픈 일이지만, 평온한 인생을 보낼 수 있는 환생처라는 내 희망은 완전히 무시된 모양이다.






**********






 그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엣..."




 소녀 앞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오크.


 왕국의 정예병이라도 10명은 있어야 싸울 만한 폭력의 화신.


 그것이 일격에 두 동강 났다.




"아리에타......"




 오크를 처치 건 소녀의 곁에 선 소녀와 동갑내기 소년이었다.


 오크의 역류하는 피를 맞은 처참한 모습인데도 10살 정도의 소년의 모습은 마치 종교화 같은 신성함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년은 다리에 힘이 풀려 땅에 주저앉은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목소리가 들렸어. 소중한 걸 지키라고. 내게 소중한 건 하나뿐이라 망설이지 않았어. 아리에타, 난 너를 지키고 싶어. 분명 난 그 일을 위해 태어난 거야."




 소년의 이름은 엑스.


 한때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 마신을 봉인한 전설의 용사의 후예다.


 소년 안의 잠든 힘이 깨어난 이 순간, 새로운 전설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런 느낌의 내레이션이 뇌 속에서 재생되는 걸 느끼면서 나는 전력으로 이 녀석의 히로인 루트를 회피하기 위해 두뇌를 풀가동하고 있었다.


 그만해 그만해. 나를 무슨 웅장한 사가의 등장인물로 만들려고 하지 마. 나는 고향의 시골 마을에서 죽을 때까지 평온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야.


 소년 곁에서 한심하게 주저앉아 있는 소녀... 아리에타가 바로 나 야마다 타로의 환생처였다.


 그리고 눈앞에서 내게 손을 내밀고 있는 피투성이의 쇼타 캐릭터는 나 아리에타의 소꿉친구이자 이 평온한 느긋한 라이프를 파괴하려는 악귀. 용사 엑스였다.






 이 순간부터 나를 이야기의 히로인으로 만들려는 엑스와, 죽을 때까지 모브 캐릭터로 남고 싶은 내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