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45. 재회










 침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을 받으며, 붉은 머리의 노파 아리에타는 침대 위에서 자신의 생명이 끝을 맞이하려 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고통이나 괴로움은 없고, 다만 평온하게 의식이 흐려져 가는 걸 느꼈다. 수명이 다한 모양이다.












 치유 마법 같은 전생에는 존재하지 않던 기술이 있다고는 해도, 역시 이 세계 인간의 평균 수명은 현대 일본의 그것보다도 짧다. 대부분의 사람이 60세가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나는 가운데, 80세 가까이까지 산 아리에타는 장수에 속할 것이다.






 남편 엑스는 이미 10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아들 부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평온한 여생을 보냈다.






 얼마 전에는 증손자의 얼굴도 볼 수 있었다. 미련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지켜봐야 할 것은 대략 지켜보았을 것이다.




 자신의 사후에 관한 일들은, 이미 유언장을 작성해 아들 이크사에게 맡겨두었다. 이제 다시는 깨어나지 않는 잠에 빠질 뿐이다.








 눈을 감고, 자신의 생애를 되돌아본다. 되새겨 보면 기구한 인생이었다.








 전생과 현생, 두 번의 인생.




 남자로 살았다.




 여자로 살았다.




 사랑받으며 살았다.




 사랑하며 살았다.








 아득한 의식 속에서, 엑스와 보낸 한순간 한순간이 깜빡이며 스쳐 지나간다.








 찬란하고 사랑스러운 날들의 광경을 바라보며 아리에타는 의식을 놓으려 했다.














"아리에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흐려지던 의식이 급속도로 깨어난다.




 천천히 눈꺼풀을 열자, 달빛에 비친 금발의 미남 아즈란과, 그 시종 타레스가 옆에 서 있었다.




 만난 때부터 변함없는 미모를 슬픈 듯이 흐리게 하고 있는 아즈란에게, 아리에타는 평온하게 말을 걸었다.






"이야, 엑스의 장례식 이후로 처음이구나? 남편이 죽고나서, 계속 얼굴을 비추지 않아서 걱정했었어?"


"아리에타..."






 아즈란이 아리에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내 권속이 될 생각은 없어? 함께 유구한 세월을 살자. 아직 보지 못한 세상을, 미래를 함께 보지 않을래?"












 아즈란의 말에 아리에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가. 아니, 너라면 그렇게 대답할 거라 생각했어."


"후후... 그거, 엑스에게도 말했지? 유감. 이렇게 보여도 그도 나도 절개가 굳건한 거야? 내가 함께 살 사람은 그 사람 엑스뿐이야. 미안해."


"아하하, 들켜버렸나."






 아즈란이 아리에타의 주름진 손에 가볍게 입맞추며, 서글프게 미소 지었다.






"또, 친구가 한 명 줄어들어 버리는구나."


"아즈란에겐 타레스 씨가 있잖아. 외롭진 않겠지?"


"그대를 대신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엑스도 대신할 사람은 세상 어디를 뒤져봐도 없지. 누구든 누군가를 대신할 순 없는 거야."






 아즈란은 그렇게 고하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마족이라고 해서 영원한 존재는 아니야. 나와 타레스에게도 언젠가는 끝이 찾아오겠지. 그때까지, 잠시 작별이다."


"안녕히 주무세요, 아리에타 님. 좋은 꿈 꾸시길."










 눈 깜빡할 사이에, 아즈란과 타레스의 모습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별을 아쉬워하며 찾아와 주는 친구가 있으니까.










 아리에타는 평온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천천히 의식이 대기 중으로 흩어지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 숨결이 서서히 약해져 가더니, 이내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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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정신을 차려 보니, 17세 소녀의 육체를 되찾은 나-아리에타는 익숙한... 하얀 공간에 우뚝 서 있었다.












"그 모습은 그대의 영혼의 전성기. 가장 생명이 빛나고 있던 시기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뒤에서 주관적 시간으로 약 80년 전에 들었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녕, 오랜만이야, 야마다 군"




".........아리에타로 부탁드려요. 야마다보다 그쪽에서 살았던 시간이 더 길어서요."








 나는 목소리의 주인에게 그렇게 대답하고는, 진절머리 난 얼굴로 뒤돌아 보았다.




 거기에는 에메랄드 그린의 거대한 문어 씨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럼, 아리에타. 두 번째 인생은 어땠어?"








 추정 악신인 문어씨와의 약 1세기만의 재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