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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렉스 님, 그리고 그 파티 멤버인 검사 님,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페디아 제국 대장군 페니 님의 부관을 맡고 있는 엠마라고 합니다."




 깜찍한 둥근 눈동자를 흔들며, 어깨까지 내려오는 매끄러운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그 소녀는, 재빨리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우리에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아, 어어……."


"조금 전에는 몹시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염치없지만, 조금 전 일은 잊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내가 다시 그 소녀를 보니, 어리지만 약간 치켜 올라간 눈매에 강단 있어 보이는 인상을 받았다. 자라면, 분명 쿨한 미녀가 되겠지.




 그리고 엠마라고 이름을 댄 소녀는 어린 외모지만, 그 행동거지는 매우 어른스러웠다. 민망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지 볼이 붉어져 있지만, 태연히 무표정을 유지한 채 말을 이어갔다.




 왠지 어른스러운 대응이다.




 ……설마 성인이었던거 아니야? 외모만 보면 범죄라 장군이 유죄이지만, 클라리스라는 전례도 있어서, 외모가 아무리 어려도 진짜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만약 그녀가 성인이라면, 우리는 엄청난 무례를 저지른 셈이 된다.




"저기요, 엠마 ...... 씨?"


"네?"


"당신, 몇 살인가요?"


"● 살입니다."


"좋아, 아웃"




 ────로리콘은 죽어 마땅하다 자비는 없다. 나는 반라인 채로 땅에 엎드려 있는 장군의 머리를 걷어찼다.




























"저기 페니……. 내가 말 안 했었어?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진짜 꼬맹이는 안 된다고. 나이 먹어서 성인이 된 클라리스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엠마 양은 안 된다고."


"……엠마가, 너무 귀여워서, 무심코 그만."


"기쁩니다, 페니 씨…..."


"저기, 내가 처단해도 돼 렉스? 이 녀석은 죽여도 되는 인간이지?"


"유감스럽게도 페니는 국군의 수장이라서 안 돼. 적당한 곳에서 신고해서, 국가의 법으로 심판받게 하자."




 렉스는 얼음같은 눈빛으로, 페니를 노려보고 있다. 나도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다, 이 녀석 죽었으면 좋겠는데.




 대중 앞에서 당당히 꼬마애랑 달콤한 시늉을 하기 시작한 이 나라의 망신거리, 페니. 나는 지금, 이 나라에서 태어난 것을 진심으로 부끄러워하며, 이웃 나라로 망명이라도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런 놈에게 군 지휘권을 맡기지 말라고 .......




"훗훗훗. 렉스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리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검성 님께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뭐? 뭘 보라는 거야?"


"네. 봐주세요, 이 혼인증명서를. 저는 국왕의 중매로, 페니 씨와 올해 봄에 결혼했습니다.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보증하고 있습니다, 제가 페니 씨의 아내라는 것을! 따라서 페니 씨가 저에게 손을 대는 것은 아무런 위법성이 없습니다."




 그 꼬마는, 의기양양하게 혼인증명서라는 것을 내보였다. 아까의 의뢰서와 같은 국군의 문양이 그 증명서에 날인되어 있었다.




"저기 렉스, 국왕 처단하러 가자."


"이 나라가 망하니까 안 돼. 대신 페니에게 책임지고 죽어달라고 하자."


"하하하, 렉스. 귀여운 여자친구가 옆에 있는데, 화내지 말고 차분히 얘기하자고."




 페니 장군은 미안해할 기색도 없이, 호탕하게 웃으며 얼버무리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여자친구는 누구?




 아니, 나구나. 이런 곳에 둘이서만 오니, 그렇게 오해받은 건가. 일단 부정해 두지 않으면────




"누구 때문에 좋은 분위기가 깨졌다고 생각하는 거야 로리콘 녀석!!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는데!!"


"오, 여자친구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은 거야? 모의전이라면, 상대가 되어 주지."


"페니 씨 힘내세요!"


"시끄러 죽여 버린다!"




 그 한기가 느껴질 듯한 오해를 바로잡을 틈도 없이, 격분한 렉스는 맹렬히 대장군에게 칼을 휘둘렀다. 이봐, 부정하라고.




 ……조금만 더 있었으면, 뭘 할 생각이었던 거야 너.








 덧붙여,


 


"정의는 승리하고, 악은 멸망한다……."


"페니 씨!!!?"




 무모하게도 렉스를 상대로 맨손으로 맞선 페니 장군은, 수초 만에 땅바닥에 처박혀 KO되고 말았다. 렉스를 상대로 수초간 버틴 걸 보면, 역시 대장군, 제법 강한 모양이다.






























 렉스가 진정된 후. 주위의 커플들이 위험을 감지했는지 사라져버린 무렵, 정신을 잃은 페니 장군을 렉스가 둘러메고 우리는 아지트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걸로 의뢰를 받을 인원이 갖춰진 셈이다, 회의도 해야 하고 클라리스도 머물고 있는 우리의 아지트로 데려가는 게 가장 무난할 것이다.




 나는, 남편이 KO 당해서 의기소침해진 엠마와 손을 잡으며, 길에서 렉스에게 페니의 일을 자세히 물어봤다.




"렉스. 너가 말했던 제정신이라는 건 무슨 뜻이야?"


".……페니? 아니 전에 만났을 때는, 엠마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고 했었으니까."


"뭐, 사실 손을 댄 셈이지만. 이 나라의 대장군은 이상한 자들 뿐?"


"────하지만. 그래도 다른 대장군들이, 그, 너무 심해서 말이야. 꼬마에게 손댄 걸 제외하고도 아직, 아마 페니가 제일 제정신인 부류일 거야……"




 렉스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머리가 더욱 아파지는 이야기였다. 제정신? 이 남자의 평가가 렉스에게는 '제정신'인 건가.




"그 정도 레벨인 건가.... 이 나라의 군대는 그 정도로 썩어 문드러진 거야?"


"일단, 페니의 '민중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진짜고. 민중이라기보다는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는 거라 해도……. 어쨌든, 나라의 백성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건 페니뿐일 거야."


"아아……, 이 놈은 적어도 진심으로 시민을 지키려 한다는 건가."




 렉스의 다른 장군에 대한 평가가 심각하다. 이것보다 더한 건, 그건 인간이라고 부를 만한 생물인 건가? 




"그리고, 내가 이 놈보다 10배는 더 유쾌하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데...."


"아니 그래도. 이 놈의 성적 취향은 웃을 수가 없잖아?"


"그런 의미였어?"




 흐음, 문자 그대로 '유쾌함'이였구나. 그럼, 나는 웃긴 존재라는 말이네. 언젠가 죽여주마.




"단, 변호해 보자면 페니라는 남자는 그다지 재능이 없는 주제에, 도적이나 마물에게 습격당하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수련해서 말이지. 그 결과, 상식을 벗어난 노력과 경험에 뒷받침된 실력 하나로 위기의 마을을 구해내고, 그 공적으로 마침내 대장군까지 올라섰어. 구해 낸 목숨의 수는, 이 나라에서는 누구도 페니를 따라갈 수 없어. 거기에 대해서는, 나도 존경하고 있어."


"……저도, 가족이 마물에게 습격당해 죽은 뒤, 페니 씨에게 주워져서 키워졌어요. 저는 마음 속 깊이, 페니 씨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래서, 페니 씨를 나쁘게 말하는 건 괴로워요."


"우와……. 의외로 페니는 제정신이었구나……. 성적 취향 빼고."




 그리고 렉스가 들려주는, 눈앞의 변태가 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위업. 지금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확실히 렉스가 평가한 '제정신'이라는 것도 수긍이 간다.




"뭐, 속셈이 없어. 클라리스든 페니든. 권력 같은 야비한 걸 손에 넣은 인간은, 이런저런 음흉해지거나 거만해지기 마련인데……, 페니는 그것도 없어. 그냥, 로리콘일 뿐이야."


"마지막 한마디가 치명상이잖아. 결점이 너무 큰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뭐 세상 넓다고는 해도, 완벽무결하고 결점 없는 인간은 좀처럼 없는 법이야. 그야말로, 이 나 정도겠지."


"...... 하아 렉스, 네 가랑이 ────"


"울려 주마 이 자식!!"




 완벽무결한 존재(실●)는,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미 살짝 울고 있었다. 콤플렉스인 모양이네.




 한편 엠마는  흥미롭다는 듯이, 렉스의 고간을 곁눈질로 힐끔힐끔 보고 있다. 다른 남자의 사이즈도 궁금한 모양이다, 호기심 많고 야한 아가씨구나.



































"음? 페니가 결혼했다는 소식은 몰랐어!? 정말 경사스러운 소식 아냐!?"


"경사스러운 건 클라리스의 머리일지도 모르겠군."




 아지트에 도착하자, 클라리스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도착한 페니를 맞이했다. 그녀 입장에서는, 페니와 엠마의 결혼은 괜찮은 일인 모양이다.




 클라리스 자신이 어린 용모라서, 로리콘에 관용적인 걸지도 모른다.




"아아, 훌륭한 건 사랑이구나! 이 두 사람처럼 순수하고 한결같은 사랑을, 나는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어!!!"


"욕망으로 얼룩진 사랑의 착각이 아닐까?"


"나는 알고있어!! 서로가 서로를 마음 깊이 믿고 있다는 걸!! 의존하지 않으면서, 파트너를 각자의 장점으로 도와주고 있어!! 나이 차이 같은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뭐, 사랑이라는 말에 약해 보이는 클라리스다. 쉽게 입바른 소리에 넘어간 거겠지.




 왠지 클라리스에게서는 바보 냄새가 나고.




"뭐……? 그건, 안 되는 거잖아……."


"......(경악)"




 응, 역시 메이나 카린 같은, 이런 반응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해. 로리콘은 죽여도 죄가 안 되니까, 역시 야습해서 목을 베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페니의 일은 이제 됐어. 이 바보가 정신 차리면, 빨리 작전회의를 시작하자. 이 로리콘은 나중에 교정하기로 하고, 우선은 눈앞의 마왕군부터 어떻게 해야지."


"교정당하면 곤란합니다, 검성님."


"이, 이 수상한 아저씨랑 같이 동굴에 들어가는 거야……?"


"저는, 살짝 신변의 위험을 느끼는데요. 언니, 정말 신뢰할 만한 인물이야 이 남자?"




 메이짱은 눈살을 찌푸리며 기절해 있는 페니에게서 물러서고 있다. 진심으로 싫은 모양이다.




"당연하지! 물론 한동안 페니는 나를 꼬시려 했지만, 기본적으로 엠마 일편단심이야!!"


"그 말을 듣고 나니 점점 더 믿을 수가 없네....."


"저, 언니를 꼬셨다고......?"




 역시 꼬셨던 거구나, 클라리스를. 그걸 들은 메이의 눈이, 절대영도로 얼어붙는다. 언니를 꼬셔서 화가 난 것 같다. 차라리 합법적인 로리를 노렸으면 좋겠는데, 죽으면 좋을 텐데.




"……혹시, 언니의 유일무이한 혼기였던 거 아닐까? 아깝네."


"푸하하하!! ……메이, 그 말은 언니 화낸다?"


"히힛, 미안."




 아니었다. 메이는 언니를 도발하고 싶었던 것뿐인 모양이다.




"그런 메이는 어떄? 렉스와의 관계는 진전되고 있어??"


"아- 정말! 언니는 금방 그렇게 섬세함 없는 얘기를!!"


"시작한 건 메이잖아!"




 그리고, 그대로 흘러가듯이 자매싸움으로 발전했다. 여전히 평화롭구나. 정말 사이가 좋네, 저 두 사람.




"이 아지트도 시끄러워졌구만. 소란스러운 자매싸움이네."


"아니, 뭐 클라리스 혼자서도 시끄러운걸. 가끔은 요란한 일상도 좋잖아, 의뢰가 끝날 때까지 며칠은 참아 줘."


"그래."




 그런 자매의 미소 띤 일상을 바라보며. 나는 동료들과 함께 페니가 정신을 차리기를 기다리고────














"검성 님, 조금 전에 저기 여검사 님과 공원에서 밀회하고 계시지 않았나요? 클라리스의 여동생 님과, 어느 분과 연인 사이신가요?"














 그런, 꼬마의 공기를 찢어발기는 한마디가 그 자리에 투하됐다.




 이런, 오해를 푸는 걸 깜빡했다.








 그리고 쩍, 하고 자매싸움이 멈췄다. 유리가 깨지는 것 같은 불협화음이, 메이와 카린에게서 울려 퍼졌다.




 뭐야 저거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