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 그곳은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하늘 가득 펼쳐진 연기 구름.




 나의 열정같이 붉고 갈라진 땅.




 렉스의 얼굴만큼 숨막히게 더운 습기로 가득 찬 기후.




 그래, 여기가 ......






"오오, 드디어 도착했군! 작열하는 화산도시, 사이코로!"


"굉장해, 렉스. 여기 정말 더워!! 이 환경 검술 수련하기에 딱 좋은걸! 하하하!!"


"저 멍청이, 열심히 시원하게 해 주는 클라리스님 에게서 멀어지지 말라고!"


"프라체 씨 본인은 기뻐하고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여기가 소문으로만 듣던 화산도시 '사이코로'구나!




 이야, 원정이 이렇게까지 기분을 고조시킨다는 것을 몰랐어. 지금까지 검에만 살아온 내 인생은 의뢰를 받아도 근처 마을까지만 원정을 갔다. 이렇게까지 먼 곳에 온 것은 인생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여행자들에게 이야기로만 들어본 '화산도시'를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여행이란 게 이렇게 훌륭한 것이었나. 나도 한 곳에만 머물지 말고 검술 수련을 위해 각지를 돌아볼걸.... 뭐, 금전적 문제로 무리였겠지만.




"벌써 땀에 흠뻑 젖어 있네, 플라체 저 녀석..... 여기 그렇게 더워?"


"물론이지! 내가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말린 오징어처럼 바싹 말라버릴 뻔했다고! 주변을 시원하게 하는 주문을 만드는 걸 조금만 더 늦었다면 난 죽었을 걸?"


"이 주문, 여기서 클라리스가 개발한 거야?"




 ……소문으로는 들었지만 정말 덥다!




 일부러 화산 분화구 근처에 마을을 만들다니 정신 나간 짓 아냐? 옛날에 여기에 자리를 잡고 마을을 만들었다는 드워프들은 바보가 아닐까?




 게다가 이 화산은 아직도 가끔 분화한다 들었다. 만약 분화할 것 같으면 마을의 마법사가 그것을 감지해 미리 준비한 안전한 대피소로 피신한다고 한다. 위험이 극에 달한 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이만한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머물게 할 만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플라체. 좀 확인해두고 싶은 게 있는데."


"음? 카린, 뭐야?"




 화산도시에 도착한 후, 우리는 적당한 숙소를 찾아 남녀별로 나누어 2인 1실 방을 잡았다.




 방은 페니와 렉스, 클라리스 자매, 카린과 나로 나뉘었다. 엠마 양은 페니와 렉스 방에 얹혀살 모양이다. 렉스도 있고 이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그리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저기.... 넌, 렉스에게 관심 있어?"


"없어."




 카린이 소름 끼치게 기분 나쁜 소리를 했다. 메이 양도 그렇지만 왜 내가 렉스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기색 전혀 내비친 적 없는데.




"그래, 알았어. ...... 그래서. 저기, 나한테는 관심 있어?"


"......"




 수녀는 반쯤 감은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흠, 흠. 그렇구나, 이건 그거네. 지난번에 내가 카린의 야습에 역습을 가했으니까 경계하는 거네.




 그럼 카린 입장에서는 내가 렉스를 좋아하는 편이 안심이 되나? 이런, 선택지를 잘못 골랐군.




"……카린. 지난번 일은 잊어줘. 그건 카린이 우위에 서서 일이 진행되면 뭔가 지는 것 같아서 싫었을 뿐이야."


"정말? 믿어도 되는 거지? 플라체는 동성애자가 아니지?"


"응, 안심해. 굳이 말하자면 나는 메이 양 쪽이 좋아."


"역시 그쪽이었냐 이 자식!"




 내 무심코 한 말 한마디에 카린의 경계심이 더 높아졌다.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했네.




 하지만 역시 아내로 삼는다면 메이 양 같은 여자가 좋다. 아직 조금 어린 구석이 있지만, 저 아이의 상냥한 마음은 전에 자살을 막아줬을 때 잘 알게 되었다.




 진정한 상냥함을 지닌 여성. 나는 그런 메이 양을 좋아한다. 몸매도 풍만하게 자라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클라리스를 보면 그쪽으로는 기대하긴 힘들 것 같고.




 게다가 저 아이는 지금 렉스에게 푹 빠진 느낌이고... 부럽네, 렉스.




"그날 밤은 확실히 취해있던 내 잘못도 있었어. 하지만 나는 노멀이야. 미안한데 깊은 밤에 내 침대로 기어들어 온다면 소리 지르며 저항할 거야."


"그렇게까지 경계 안 해도... 나는 누군가와 달리 합의 없이 행위를 강요하진 않아."


"으윽…….뭐, 뭐 너는 근본이 착실하니까. 그래, 그 점은 믿을 수 있겠네, 플라체는."




 '응응'하며 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멋대로 납득한 모양이다.




"미안해. 내가 너무 신경을 많이 썼어."


"신경 쓰지 마."




 나는 그렇게 말하며 카린에게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꺄아악!! 플라체 거짓말쟁이!!"


"으악!!? 무, 무슨 일이야!?"




 참고로 나는 잠버릇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그날 밤. 어쩌다 잠결에 카린의 침대까지 굴러간 모양인지 한밤중에 여자 방에 비명이 울려 퍼진 건 또 다른 이야기.






















 다음날 아침. 나는 잘 잤지만 카린은 경계심이 높아져서인지 잘 못 잔 모양이다. 미안하네.




"그럼 문제의 동굴까지 안내해 드릴게요. 그리고 전 어디까지나 참모고 전투 지원도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아마 발만 묶일 테니 동굴 안까지 함께 갈 순 없습니다."


"애초에 엠마가 받은 의뢰가 아니고, 나를 따라오는 형태로 와 준 거니 그건 용서해 다오."




 엠마 양은 그렇게 말하며 미안한 듯 사과했다. 그야, 엠마 양은 비전투원이니까. 어쩔 수 없지.




"하루 만에 모두 탐색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안전하고 착실하게 동굴 안을 조사 해 주세요."


"알았어. 요컨대 안에 마족이 있으면 내가 모조리 쓸어버리면 되는 거겠지?"


"검성 렉스 님. 당신까지 바보 쪽으로 넘어가면 수습이 안 되니 그만두시길."


"농담 같은거 아니야. 난 마족이 있다면 오늘 안에 다 죽여 버릴 생각이거든."




 렉스는 결연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 눈동자는 결코 웃고 있지 않았다.




"뭐, 역시 그 녀석의 일이 힘들긴 했어. 한동안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우울했는데, 최근에야 겨우 컨디션이 돌아오기 시작했어."


"네, 네에."


"그리고 다음으로 끓어오르는 건 분노야. 저 녀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가 죽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용서할 만큼 나는 착하지 않아."


"……"


"난 지지 않아. 어떤 마족이라도, 이 대검으로 베어 넘긴다. 오늘 안에 이 동굴의 마족은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잘게 썰어 버린다."


"……뭐, 의욕이 넘치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은 미지의 존재입니다. 예상 밖의 사태가 발생하면, 여러분은 페니 장군의 지시에 따라 철수해 주세요. 그 사람은 철수 타이밍을 아는 데 있어서는 천재니까요."


"나는 몇 번이나 민중을 이끌고 싸웠다. 내가 철수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그만큼 무의미하게 사람들이 죽게 돼. 그러니, 철수할 때만큼은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


"아아, 알았어. 애초에 의뢰인은 국군이야. 너희들이 철수할 때 맞춰 줄게."




 엠마의 독촉에 렉스는 어깨에 힘을 조금 뺐다. 저 녀석, 저렇게 흥분해 있었나.




 조금 기쁘기도 하지만, 생전의 경험상 흥분한 렉스는 비교적 이기기 쉬웠다. 검 속도는 빨라지지만 칼 끝이 얕아지고 빈틈이 늘어나 공격하기 쉬워진다.




 ...... 실수하지 않도록 전투 중에 살며시 도와줘야겠어.














 그 동굴의 입구는 확실히 새로웠다.




 자연적으로 생긴 구멍이 아니다. 강제로 깨부순 듯한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날카로운 모서리가 벽 가장자리에 있었다.




 엠마는 그 동굴 입구까지 안내해 주고는 거기서 헤어졌다. 그대로 페니가 엠마에게 작별 키스를 요구하려 했기에 나는 웃는 얼굴로 페니의 목덜미에 검을 대고 위협했다.




 내 눈이 검은 동안은 Yes 로리타, No touch. 한 나라의 장군이라 해도 어린 소녀에게 손대는 건 용서 못 해.




 그 후 엠마로부터 페니의 뺨에 키스가 주어졌지만, 그건 눈감아 주었다. 소녀로부터의 키스는 세이프다. 이 세이프와 아웃의 경계는 매우 고도의 섬세한 판단을 요구한다. 꼭 참고해 주길.








 이 동굴 안은 후덥지근해서 불편했다. 클라리스가 시원하게 해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분명 지옥을 맛보았을 거다.




 렉스는 의욕에 넘쳐 선두에서 걸으며 앞을 경계하고 있다. 한편 나는 후미에서 배후로부터의 기습에 대비하고 있었다.




 경험 풍부한 페니 장군에게 유격을 맡기고 나와 렉스가 전후를 지키는 무난한 대형이다.




"……조용하네요, 렉스 님. 아직 주변에 마력의 기척은 없습니다."


"그래. 나도 아까부터 경계하고 있는데……, 생물의 기척조차 안 느껴져."


"……. 마족이 안 나온다면, 여기는 그냥 마석 채굴 끝내고 버려진 거점이 아닐까?"


"그래도 뭔가 흔적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아. 잘 관찰하면서 나아가줘."




 꽤나 신중하게 탐색을 진행하던 우리였지만, 적어도 메이의 빛 마법으로 비춰본 범위에선 마족은커녕 무언가 작업한 흔적조차 없었다.




 화산도시 사이코로. 이곳의 더위나 습기는 생물이 거점을 구축하기엔 좀 환경이 나쁘다. 카린의 말대로 버려진 거점인 걸지도 모른다.














"진짜 아무것도 없네……."




 시간은 흘러 동굴을 한 시간 정도 들어갔다. 우린 드디어 동굴의 최심부에 도달했다.




 그 동안 우린 그저 변함없는 깜깜한 일직선 길을 걸었을 뿐이었다.




"채굴한 흔적도 안 보이네. 여기는 거점이 아닌 거 아냐?"


"헛걸음, 이라는 건가."


"헛걸음ー!?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엠마는 이 동굴이 틀림없이 거점이라 했다고!"


"……애한테 그런 분석까지 시키지 말라고."




 안타깝게도 엠마의 추측은 빗나간 모양이다. 유능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실수는 있나 보다.




 ……라고 해야 하나. 설마 동굴 정보 수집부터 적 거점 분석까지 전부 저 소녀 일이었나? 어린 소녀한테 얼마나 부담을 지우는 거야, 이 녀석들.




"……철수하자. 더 탐색해봐야 얻을 건 없겠군."


"알겠어, 페니 장군. 어이 너희들, 동굴에서 나올 때까지 적지야. 긴장 풀지 마!"


"네, 렉스 님!"




 페니가 철수를 지시했고, 우리는 이에 따랐다. 국군 주도의 의뢰니까 의뢰인의 말은 들어야지.




 증오스러운 마왕군의 정보를 얻지 못한 건 유감이지만 꽁짜로 거금을 받는 의뢰라고 생각하면 나쁘진 않다.




"돌아가는 길에도 탐색은 계속해줘. 뭔가 흔적이 발견될지도 모르니까."


"그래."




 페니는 어깨를 살짝 으쓱하며 그렇게 말하고 유격으로 돌아갔다. 뭐, 적이 없으니 유격해봐야 무의미하겠지만.




 진지한 메이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동굴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렉스도 마찬가지로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돈 받으니까 나도 제대로 경계를 계속해서────
















 ──즉시 검을 뽑은 나는 전력으로 렉스에게 돌진했다.





"......응?"




 렉스는 갑작스러운 기습에 멍해하고 있다. 역시 대응이 너무 느리다.




 지금은 훈련 중이 아니다. 실전이야. 나는 최단 경로로 날카롭게 검을 휘둘렀다. 경직이 풀리고 즉시 응전하려 검을 겨눈 렉스의 목덜미를 노리고.










 ──캉, 하고 조용한 금속음이 동굴에 울려 퍼졌다.








"정답이네, 엠마."




 ……아슬아슬했다.




 정말 아슬아슬했다. 이 몸은 생전보다 야간 시력이 좋은 모양이다. 그래서 우연히 나는 메이 양이 발하는 빛 마법 저 끝에서 작은 빛을 눈으로 봤다.




 화살이, 날아온다. 직감적으로 그걸 눈치 챈 나는 본능적으로 검을 뽑았다. 적의 목표는 렉스의 목덜미, 거기까지 읽어내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나는 가까스로 날아온 작은 화살을 쳐낼 수 있었다.




"적이야, 렉스."


"……젠장. 미안, 눈치채지 못했어!"


"사과는 필요 없어. 어서 맞서 싸우자."


"잠깐만요! 아직 적의 마력도 생명력도 감지하지 못했어요!?"




 메이 양이 비명을 질르듯 외쳤다. 확실히 그녀 말대로다. 나도 적의 기척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눈으로 보고 직감적으로 판단했다. 그것뿐이다.








"사랑의 방벽 슈퍼 쉴드!"








 천재 마도사는 즉시 외쳤다. 직후, 강고한 보이지 않는 벽이 후위조 주위를 둘러쌌다.




"후위는 내가 지킨다! 너희들은 돌격해서 적을 쓰러뜨려!"


"알겠어 클라리스!"




 그리고, 검성과 대장군이 땅을 박찼다.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 퓨우하고 화살 소리가 들렸지만, 그건 아슬아슬하게 두 사람의 방어에 튕겨 나갔다.




 기습이었기에 렉스의 목덜미까지 화살이 다가간 것이다. 적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검성에게 화살 따위 닿을 리 없다.




"저기다."




 페니 장군은 동굴 벽을 향해 온 힘을 다한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그의 별명은 '맨손', 그는 주먹으로 바위 정도는 부술 수 있다.




 과연. 그 동굴 벽이 무너지자 그 안에는 텅 빈 공간이 존재했다. 그리고 창백한 피부의 마족이 한명, 안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그렇군. 이 동굴, 일직선이 아니라 갈림길이 있었어. 그걸 전부 마술로 막아 숨겼고."


"마족 치고는 머리가 돌아가는군. ……성가신 적이야."




 그리고 렉스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떨고 있는 마족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이제 질 일은 없겠지.




 보아하니 이 놈은 전의를 상실한 모양이다. 심문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렉스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싫어. 싫어───엇!!"






 푸욱, 하고 둔탁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렉스가 다가가자마자 그 마족은 괴로워하더니 이내 자폭을 했다.




"뭐!?"




 근거리에서 자폭 공격을 받은 렉스는 튀는 마족의 피와 살점으로 갑옷을 더럽혔다. 중장비를 몸에 두르고 있었기에 데미지를 입진 않았지만.




"……자폭이라니?"


"으윽……. 갑옷이 더러워졌네. 누가 물로 씻어줘."


"아, 네. 렉스 님, 맡겨 주세요."




 썩은 냄새가 주변에 진동한다.




 얼굴까지 살점이 튄 렉스는 진심으로 기분 나쁜 얼굴로 메이에게 물로 씻어달라고 부탁했다.




"……뭐? 잠깐만. 이거, 설마."


"왜 그래, 카린."




 렉스의 뒤를 쫓아 온 수녀가 그 고기 조각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카린은 얼굴을 찡그리며 혐오스럽게 중얼거렸다.




"……마족이 아냐. 이거, 사람 살이야."


"뭐라고!?"


"그것도 평범한 인간이 아냐. 죽은 지 며칠 지났는지 모를 부패한 인간 시체야."


"어, 어이. 그럼 나는 시체와 싸운 거라고?"





 ──── 적은 부패한 인간의 시체. 그렇게 듣고 메이나 페니의 얼굴이 살짝 파랗게 질린다.




 역겨운 이야기다. 씁쓸한 렉스는 그렇게 내뱉고 시체의 살을 모으기 시작했다. 시신을 위로해 주려는 모양이다.




"그럼, 이 사람도 플라체 씨처럼 부활당해서 소모품으로 쓰인 건가요?"


"……아니, 달라. 플라체는 제대로 살아있어. 틀림없이 시체 같은 건 아니야. 하지만 이 남자는 죽은 채로 움직였던 모양이군. 그렇지 않다면 살이 이렇게까지 썩지 않아."


"즉?"


"이 녀석이 바로 그 좀비라는 거겠지. 플라체의 이야기는 전부 사실이었다는 거군."


"움직이는 시체는 마력도 생명력도 감지할 수 없다는 건가. 플라체한테 얘기 들었는데도……, 한심하군."




 렉스는 결코 방심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제대로 주변의 생물 기척을 살피고 있었고 마력을 감지한다면 즉시 반응했을 거다.




 하지만 기척도 마력도 없는 적까지 경계하진 않았다. 그것뿐이다.












 그리고 그 실수야말로 치명적이었다.












"아니 플라체, 고마워. 그 화살에 독이 발라져 있었다면 나라고 해도 죽었을지도 몰라."


"아, 맞아! 나도 갑자기 무슨 일인가 했는데 렉스조차 반응하지 못한 기습에 대응하다니! 플라체 대단해. 정말 사랑이 이루어낸 기술이네!"


"사랑은 관계없다고 생각해! 사랑은!"




 검성 렉스는 아슬아슬하게 위기에서 구해준 플라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갑자기 파티가 시끄러워졌고 대장군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 그리고 깨닫는다.






"...... 음, 플라체?"


"어, 어이? 어디 갔어, 플라체?"




 보이지 않는다. 




 아까부터 화제가 되었던 그 여검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잠깐만. 길을 잃은 건가, 그 녀석."


"말도 안 돼. 왜냐하면, 바로 직전까지 함께 있었잖아!"




 파티에 동요가 번진다. 갑자기, 프라체는 모습을 감추고, 그리고 ────




 그녀가 화살에서 렉스를 감싸 안은 바로 그 벽에.




 작은 새로운 혈흔이 천천히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을 페니 장군이 발견했다.














"...... 아"




 렉스가 혼자 힘으로 화살에 대응할 수 있었다면 아마 플라체도 자신에게 날아온 화살을 쳐낼 수 있었을 거다.




 여검사는 순간적으로 렉스를 감싼 대가로 자신을 노리는 자객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는, 적의 기습과 자폭의 혼란 틈에 완전히 유괴당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