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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렉스가 생계를 꾸려나가는 직업, 모험가란 무엇일까?




 모험가란 즉, 잡역부다. 시정의 사람들이 중개소 길드를 통해 개별적으로 모험가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을 채집해줘, ○○까지 호위해줘, ○○ 이벤트 설치를 도와줘, ○○ 기간 동안 가게 일을 도와줘.




 그런 누구나 할 수 있는 잡일부터, 어느 정도 실력이 필요한 전투 의뢰까지 모험가는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단, 모험가는 항상 죽음과 이웃한다. 대부분의 의뢰에는 달성 기한이 정해져 있고 기한을 넘기면 보수를 받을 수 없다.  게다가 기한 경과 후 일정 기간 더 연락이 없으면 사망자 리스트에 올라간다. 의뢰인은 죽었을지도 모르는 모험가를 끝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즉, 무엇을 말하고 싶냐면, 오랜만에 중개소에 얼굴을 내민 나는 내 이름이 사망자 리스트에 올라있는 걸 이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슬프네.




















"으윽, 렉스 녀석이 오잖아."




 어제, 내가 렉스의 뺨을 후려치고 격려한 후, 눈에 생기가 돌아온 렉스는 또다시 의뢰를 받아 일하겠다고 선언했다. 매우 좋은 일이다.




 그리고 오늘, 4인 파티가 되어 첫 의뢰를 받기 위해 중개소 길드에 얼굴을 내밀었다.




 덧붙여서 내가 이 중개소에 오는 건 처음이다. 생전의 내 홈그라운드는 여기서 떨어진 곳이라 이용하는 중개소도 다르다. 중개소 간에 사망자 리스트는 공유되는구나.




 그리고 그 중개소는 내가 이용하던 곳보다 활기차고 번성해 있었다.




 낡은 목조 건물에서 희미하게 곰팡이 냄새가 풍기는 건물.




 그 중앙에 설치된 의뢰 게시판 주위에는 분위기 나쁜 남성 모험가들이 잡담을 나누고 있다. 그들은 괜찮은 일거리를 찾아 중개소에 붙어 있었다.




"또 고액 보수 의뢰를 가져갈 작정이겠지 저 녀석."


"여자를 꼬리에 달고 다니는거 부러워 좋겠어."




 렉스는 의뢰가 잔뜩 붙어 있는 게시판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렉스의 목적은 특수 의뢰. 중개소에 인정받은 특별한 모험가만 받을 수 있는 맛있는 의뢰가 있다.




 기본적으로 그런 의뢰는 게시판에 붙지 않고 접수처에 직접 확인해야만 알려준다.




 내용은 귀족 호위, 좀 무서운 마물 토벌, 미지의 동굴 탐사 등. 죽음의 냄새가 살짝 풍기지만 다 보수는 고액이고 일거리가 좋다.




 즉, 돈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개소에 인정받으면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와, 또 새로운 여자가 늘었네."


"저 아가씨들을 매일 밤 침대에서 마음껏 할 수 있겠지?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렉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장난 아니게 많네.




 엄청 이름이 알려져서 저 녀석은 맛있는 의뢰를 최우선으로 받을 수 있다. 거기에 파티 멤버는 귀한 예쁜 여자 모험가뿐.




 확실히 나도 렉스의 파티를 처음 봤을 때 질투했으니까. 이쁜이들만 데리고 있어. 실력보다 외모로 파티 꾸린 거겠지.




"......"




 주위 사람들의 우리 파티를 향한 시선이 차갑다.




 메이는 불편한 듯이 렉스의 갑옷을 붙잡고 위축되어 있다. 카린은......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거기에, 무엇보다 이것,




"또 잡졸 모험가들이 시기하는 거냐. 쉿잇 쉬잇, 내 동료가 무서워해 하잖아. 잡졸은 잡졸답게 구석에서 떨고 있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엄청 나쁜 우리 리더 때문이겠지. 이 자식, 좀 더 말하는 법을 조심하라고.




"뭐야? 불만 있으면 덤벼, 누구랑 싸우든 상관없어."


"......쳇."




 그리고 실력을 기반으로 모험가들을 압박하네. 이러니 미움받지.




 옛날부터 이 녀석은 적을 만드는 말만 해댔다. 자기의 적이 되어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하지만......이건 좋지 않네.




 아양 떨면서 행동하라는 건 아니지만, 중개소에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적을 만들지 않도록 처신해야지. 동료까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지도 모르잖아.




 메이나 카린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말해둬야겠다.




"야, 렉스────."


"하고 싶은 말은 알아 플라체. 하지만 말야, 이 녀석들한테 뭘 말해봤자 소용없어."




 그런데 뭐라고 하려는 찰나 렉스에게 선수를 뺏겨 나는 말문이 막혔다.




 렉스에게도 뭔가 사정이 있는 듯하다. 그건 도대체 어떤────








"우리의 아이돌 카린 님......"


"메이 양이랑 같이 목욕하고 싶어......"


"저 검사 아가씨 쉽게 넘어올 것 같은데......"




 귀를 기울이니 중개소에는 남자의 추악한 욕망이 원성처럼 메아리치고 있었다.




 ……우와, 기분 나빠.








"남자 냄새 풀풀 풍기는 모험가 길드에서 여자 멤버 데리고 다니는 시점에서 우호의 길은 막힌 거지."


"......저는 꼬시려는 몇 명에게 둘러싸여 곤란해하던 중에 렉스 님께 도움받았어요. 그 인연으로 지금도 함께 있습니다."


"나는......뭐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지금으로서는 렉스 말고 파티 짤 마음은 없어. 그랬더니 내 팬들이 엄청 화냈지 뭐야."


"아하하."




 카린 녀석, 팬이 있었나. 아니, 상관없지만.




 여자 모험가는 레어하니까. 게다가 카린도 메이도 꽤 미인이다.




 이 둘을 파티에 넣고 있으니까 여기까지 심하게 된 거구나. 렉스의 태도가 어쩌고 하는 얘기 이전에 입장이 너무 좋은 거 아닌가.




"이봐, 빤히 쳐다보지 마! 얘들은 내 여자야. 건드리면 죽여버린다!"


"가증스럽고, 괘씸해......"


"제기랄, 왜 저 자식만......"




 모험가는 여자한테 인기 없으니까......언제 죽을지 모르고 수입은 적고 불안정하고 몸 상하면 끝이니까. 여자와 연인 사이가 되기는 어렵지.




 그리고 그들에게 연인을 찾을 귀중한 기회인 여자 모험가를 이 길드에서는 렉스가 독점하고 있으니 우호의 길이 막힐 수 밖에.




 이건 뭐 렉스만 탓할 순 없네. 그래도 이렇게 힐끗힐끗 시선을 받는 건 엄청 불쾌하군.




 남자일 때는 신경 쓰이지 않았던 남자 모험가들의 저속한 시선. 여자 모험가는 이런 고충을 겪고 있었구나.










"......어이, 너 렉스 따까리냐?"


"응?"




 가장 겁먹어 있는 메이를 가리려는 듯이 그녀의 바깥쪽을 지키며 걷고 있었더니, 거친 남자가 팔을 붙잡고 말을 걸어왔다.




"그렇다면?"


"......그 음탕한 녀석이랑 함께 있어봤자 불행해질 뿐이야. 우리 파티에 오지 않겠어?"


"사양할게."


"흐음, 냉정하구만."




 흠, 지금 건 스카웃이었나 보다. 퉁명스레 거절하자 남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놓았다.




 내가 새로운 얼굴이라 한 방 먹힐 거라고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이 자식들아, 얘네는 내 여자라고 했잖아. 뭘 흘깃거리는 거야 죽여버릴 거야."


"이 길드에서 동료 스카웃은 금지되어 있지 않아 렉스. 불만 있으면 규칙을 정한 길드에 말해."


"......라기보다 그 말투 그만둬 렉스. 너랑 연인 사이 같잖아."




 으르렁거리며 렉스는 방금 전 나를 스카웃하던 모험가를 압박하고 있다. 렉스도 렉스지만 고압적이구나. 내 여자다 같은 거 선언하니 시끄러워지지.




 그나저나 메이나 카린이랑은 연인 사이였던 걸까. 그렇다면 여자를 모르고 죽은 내가 늦은거구나.




 렉스 이 자식, 너는 늘 내 앞서 걷고 있어......




"어, 아닌 거야? 검사 양."


"다른 두 명은 모르겠지만 나랑 렉스는 그냥 파티 동료야."


"내 파티 동료니까 내 여자야."


"그러니까 오해 살 만한 말 좀 하지 말라고......"




 역시 나는 주위에서 렉스의 애인 같은 걸로 인식되고 있던 모양이다. 젠장. 내 속은 남자인데 뭐가 어떻게 되어도 절대 그런 전개만큼은 사양이다.




"어라, 그럼 메이 양도?"


"카린 님은 아직 처녀이시겠지......?"


"희망은 있는 거지!? 나에겐 아직 메이 양이랑 같이 목욕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거지!?"




 ......내가 렉스와의 관계를 부정하자 길드가 갑자기 활기차지기 시작했다. 우와, 기분 나빠.




 내가 남자일 때는 고작 여자 모험가 정도로 이런 난리 안 쳤는데. 치안 좋았구나, 내가 있던 길드.




 아니면 메이랑 카린의 용모가 너무 뛰어난 건가.








"뭐, 수녀가 그런 짓 하면 안 되지."


"저, 저도 아직 그런 사이는......"


""좋았어!!!!""








 아, 다행이다. 렉스도 아직 동정이구나.




"하아, 시시하네. 듣고 싶은 말 들었으니 만족했나 잡졸 모험가 녀석들. 그럼 어서 길 비켜."


"푸하하!! 렉스, 그렇게 으스대더니 아무한테도 손 안 댔잖아!!"


"이제부터 별명은 '겁쟁이 렉스'네."


"'렉스 더 동정'은 어때?"


"이 자식들 죽여버린다."



 오오, 놀림 받고 있다. 렉스가 다른 모험가들한테 놀림 받고 있어.




 재밌으니까 나도 편승해서 같이 놀려줘야지.




"너희들과 달리 나는 파티 멤버를 소중히 여긴다고! 그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런 사이가 될 수 있지만, 너희들과 달리 성급하게 손은 안 대!!"


"오, 언제든 손댈 수 있다고?"


"여자분들, 렉스가 저런 말 하는데 괜찮아?"


"본색 드러냈네."


"렉스 동정 냄새 나네ー."




 마지막 발언은 나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화내는 렉스를 주위에서 야유하며 놀리기 시작했다. 이런 바보 같은 분위기는 내가 있던 길드에도 있었지. 모험가는 기본적으로 바보밖에 없으니까.




 놀림 받은 렉스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필사적으로 평정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나보고 도발에 넘어가기 쉽다느니 이런저런 말 해줬지만 렉스도 놀림 받는 걸 못 견디겠지.




"야 렉스, 그게 사실이면 여기서 누구라도 꼬셔보라고!! '겁쟁이 렉스'는 그런 부끄러운 짓 못 하겠지만!!"


"동정한테 가혹한 말 하지 마! 렉스 군, 울어버릴걸?"


"분명 그거겠지, 렉스는 굉장한 실●이라 부끄러워서 여자를 꼬실 수 없는 거야!!"


"하하하하하!!"




 오, 뜻밖의 정답자 등장. 잘하는데, 저 아저씨.。




"......좋, 좋다고!! 얕보지 마라 이 자식들아!!"


"오~!! 멋있는데 렉스!"


"렉스가 지금부터 여자를 꼬신대!! 다들 모여라!"




 뜻밖의 정답에 동요했는지, 렉스는 완전히 도발에 넘어가 목소리 높여 여성진을 침대로 유혹하겠다고 선언해 버렸다.




 ......넘어갔네, 렉스. 이거 누굴 어떻게 꼬셔도 좋을 거 없어. 주위 모험가들이 파티 여성진에게서 평가를 떨어뜨리려는 함정이야.




 하아, 역시 저 녀석도 놀림감이 되기 쉽잖아. 나랑 렉스는 역시 비슷한 부류인가 봐.




 자 누구를 꼬실까 렉스는.




 렉스를 좋아할 것 같은 메이에게 가줬으면 좋겠는데......아니, 그건 그것대로 좋지 않나. 나한테 오면 될 수 있는 대로 피해가 적은 거절 방법을 해줄 수 있을 텐데.




 카린에게 갔다간 어떻게 될까? 아직 그녀의 성격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모르겠다.




 자, 렉스의 결단은......?




"카, 카카카카린? 오늘 밤 어때?"


"나한테 오는 거여? 사양할게."




 선택받은 건 카린이었습니다. 아, 메이가 검은 오라를 내뿜기 시작했다. 아하하, 나는 모르겠어.




"흐응, 렉스 님은 카린 씨를 선택하시는군요."


"아니, 그건, 저기! 가, 가장 농담으로 넘어갈 듯해서 카린이 좋겠다 싶어서 그런 거고!"


"에ー 그런 이유였어? 상처 받네ー."


"미안해! 미안해 카린, 용서해줘!!"


"상처받네ー."




 그리고 대참사다. 이 나라 최강의 검사라 해도 여자 관계는 아직 한참 멀었나 보다.




 길드는 웃음바다다. 역시 모험가들은 성격이 좋구나.




"그게 말이야! 카린, 알잖아. 메이 양 꼬시는 건 범죄잖아!?"


"무, 무슨 말씀이시죠!?"


"음ー뭐 좀 어리긴 한데 허용 범위잖아?"


"아니, 그게. 메이는 역시...... 농담으로 꼬실 만한 상대가 아니잖아."




 .....아. 렉스 녀석, 메이의 마음을 눈치챈 건가 이거. 그래서 메이 꼬시는 걸 피한 거구나.




"저도 농담 정도는 받아 넘길 수 있어요?"


"아ー그렇지 그렇네. 미안 메이."


"흠, 대충 알겠어. 그럼 플라체는 꼬시지 않은 이유는?"


"아ー그건......"




 그 후 흘끗, 하고. 나는 렉스와 눈이 마주쳤다.




 말하기 어려운 듯 렉스는 고개를 돌려 말하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렉스로서는 가장 사이가 먼 편이다. 그런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사이가 좋다고 여겨지지 않은 거구나────




"플라체, 어떻게 봐도 쉬울 것 같잖아? 쉽게 OK할 것 같아서 농담으로 끝날거 같지가 않아."


"아ー. 확실히 그럴 듯하네ー."


"뭐라고 이 자식!?"




 렉스 속에서 내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한참 따져 물어볼 필요가 있겠다.




 뭐야, 홀딱 넘어갈 것 같다니. 단 한 번도 너한테 그런 기색 내비친 적 없는데. 설마 내가 너한테 끌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렉스는?




"......플라체 씨는 쉽게 넘어갈 만한 사람인가요? 설마 벌써 꼬심 당한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있냐! 이봐 렉스, 무슨 말이야! 말이 돼? 이 내가 쉬울 것 같다니!?"


"어, 자각 없어 너."


"그럼 한번 꼬셔보라고!! 산산조각 내줄 테니까!!"




 렉스는 깜짝 놀란 듯이 격분하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한편 메이는 나와 렉스 사이를 의심하는 것 같다.




 좋은 기회다. 이전부터 이상한 오해를 받아 진절머리가 나던 참이었다.




 여기서 한 번 확실하게 내가 렉스를 차버리는 게 나중에 골치 아픈 일이 없을 거다. 그런 분노 반, 타산 반으로 나는 렉스를 도발했다.




 만에 하나 내게 왔다면 될 수 있는 대로 피해가 없도록 차줄 생각이었지만, 그런 인식을 받고 있다면 용서는 필요 없다. 싹둑 잔인하게 잘라버릴 거다. 검사를 얕보지 마 렉스.






 ......그러자 렉스는 하아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근처 테이블에서 모험가가 다 쓴 철제 스푼을 낚아챘다.




"......레, 렉스?"


"있잖아, 승부하자 플라체."




 뭐, 뭘 할 생각이야? 스, 스푼? 으음, 렉스가 뭘 하려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하지만 무시하면 돼. 스푼을 써서 어떤 승부를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빤한 유혹에 넘어갈 생각은 없다. 렉스 이 자식, 승부라는 단어만 써도 내가 무조건 넘어올 거라고 착각하고 있나?




 난 그렇게 바보가 아니야.




"검이 너무 약한 너를 위한 핸디캡으로 이 스푼으로 상대해줄테니, 나랑 순결을 걸고 결투하자."


"......"




 ..............




 야. 지금 뭐라고 했어?


 


"안 들려? 아니면 무서운 거야? 그렇지, 스푼 든 나랑 승부하는 건 무서워 죽겠지? 그럼 말야, 바닥에 떨어진 이 다 쓴 성냥개비로 상대해줘도 괜찮은데."


"......"




 렉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스푼을 모험가가 있던 테이블로 집어던지고, 바닥에 떨어진 성냥개비를 집어 들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향해 겨눴다.




 그 얼굴은 경멸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검게 그을리고 부러져가는 성냥개비 하나를 내게 들이대며 빙글빙글 돌린다.




"어라? 성냥개비를 든 나조차도 무섭고 무서워 어쩔 줄 모르겠어 플라체?"


"......"


"플라체는 귀엽네. 겁 많은 여자애는 인기 있다고?"




 호오.




 호오, 호오.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렉스 이 자식, 설마 날 얕보고 있는 거야? 그래, 그래......












"좋다고 이 자식아!!"












 여기까지 바보 취급당하면 아무리 온화한 나라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 때려 죽여 줄 테다.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주지.




 성냥개비라고? 이 나를 상대로 성냥개비로 싸우겠다고? 얼마나 자만하면 기분이 풀리는 거야 이 실●놈아!




 무기가 너무 다르다느니 그런 변명은 안 들어줄 테니까. 전신을 갈기갈기 찢어발겨서 네 실●을 공공장소에 만천하에 공개해주겠어 렉스!




"하아."


"아아아......"




 나는 전신을 분노로 떨면서 사납게 검을 빼들고 반쯤 웃고 있는 렉스에게 달려들었다────
















"......정말 쉽네요."


"대충 예상대로네. 이 전개는."




 뒤에서 어이없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그런 건 상관없다. 우선 이 바보를 박살내고 나서다.


























 몇 분 후.
























"훌쩍, 훌쩍......"


"제대로 증서 쓰고 모두 앞에서 읽어."




 졌습니다.




 속였어, 속였다고 렉스. 힘의 차이를 앞세워 내 검을 강탈하다니 너무해.




 게다가 깔끔하게 마지막에는 내 목에 성냥개비를 들이대고 승리 선언했잖아. 분해, 분해.。




"저는 렉스에게 밤중 침대에 습격당해도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자, 잘했어. 다들 들었지, 말한 대로 난 언제든 그런 짓을 할 수 있다고."


"......그걸로 만족하는 거야 너?"


"끔찍해, 역시 렉스는 개자식이잖아......"


"인간이 할 짓이 아냐."




 분함의 눈물을 뚝뚝 흘리며 증서를 읽어내려가는 나를 주위 모험가들은 엄청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승부 결과, 렉스가 점점 더 주위에게 미움 받은 것 같다. 뭐, 그런 건 상관없나.




"렉스도 문제지만 이건 플라체도 반성해야 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쉽게 넘어가는 거 아냐?"


"아하하, 걱정 마. 진심으로 야습할 생각은 없으니까. 이건 그냥 여흥거리일 뿐이야."


"시끄러워, 죽어버려......"


"불쌍해......"




 진짜로 렉스한테 야습당하면 자해할 거야. 아니 충격인 건 거기가 아냐.




 ......접힌 성냥개비로 졌다.




 사실상 무기가 없는 렉스에게 무장한 채로 덤벼들어 졌다. 그 사실에 난 가슴을 할퀴고 싶을 만큼 상처받고 있다.




 그 정도로 차이가 났던 건가. 나와 렉스 사이에는.




"으에에엥......"


"그래도 이제 렉스 님은 플라체 씨를 언제든 밤 중 습격할 수 있게 됐네요."


"오. ......아니, 그런 짓 할 생각 없어. 이건 그냥 농담이니까────."




 싱글벙글 기분 좋아 보이는 렉스는 증서를 내게 자랑하고 있다.




 나는 혹시 바보인 걸까. 어떻게 이렇게 뻔한 도발에 넘어가 버린 걸까.




 아니, 애초에 내가 너무 방심했어. 아무리 성냥개비를 무기로 하고 있다고 해도 상대는 검성 렉스야. 알몸으로 만들어준다느니 쓸데없는 걸 생각하지 말고 순수하게 이기는 걸 추구하며 싸웠어야 했는데.






"────그럼 렉스 님은 지금 당장 그걸 찢어버려도 상관 없겠죠?"






 그때,




 렉스의 어깨를 잡고 무섭게 눈을 반짝이며 메이가 환한 미소로 렉스에게 말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어, 아, 메이? 하지만 말이야, 이건 승자의 정당한 권리고 일단 뭔가 쓸모가 있을지도────."


"찢어버리죠?"


"어, 아니, 그래도 이건."


"쓸 생각이 없으면 찢어버려도 상관없겠죠?"




 무서워. 사랑에 빠진 소녀 무서워. 지금 메이에게서는 거절할 수 없는 기세가 느껴진다......




 뭐 메이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겠지, 그 증서. 렉스를 빼앗기는 걸 손가락 빨며 보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렉스 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죠?"


"..........네."




 결국 기세에 눌려서 졌는지 아니면 지쳐서 그런 건지. 메이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렉스는 엄청 아쉬워하는 얼굴로 손에 든 증서를 찢어버렸다.




 카린은 홀로 폭소하며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 가장 피해가 적었던 건 그녀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