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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새벽.




"페니 씨, 페니 씨"


"보고인가 엠마. 들어보지."




 인기 없는 길가의 어둠 속에서 중년 남성과 10살 정도의 소녀가 다정하게 껴안고 귓속말로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 시큰둥한 미쿠알 공작가에서 이번 쿠데타에 우리를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흠. 공작가라고. 지금 왕가의 친척 쪽 아닌가"


"최근 몰락하고 있었으니까요. ...내기는 성공인 것 같네요"




 남이 보기에는 부녀가 포옹하는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는 평화로운 장면. 하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국가 전복을 위한 방도였다.




"공작가를 이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면 쿠데타는 거의 이뤄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시기를 잘 읽어 마왕군과의 전쟁이 끝난 직후에 일을 일으키는 게 좋겠죠"


"큰 목표를 달성한 순간, 사람은 잠깐 긴장이 풀린다. 역시 그게 최고의 타이밍인가"


"네. 우리의 목표는 백성의 희생도 없이 정권을 잡는 것. 우리가 취해야 할 목은 미노 대장군뿐입니다"




 살의를 눈에 담고 어린 소녀는 추악한 분홍색 머리의 악마를 떠올렸다.




"드디어 그 여자를 잡을 수 있어 ────"




 의용병 시절부터의 숙적, 몇 번이고 창을 겨루며 고전했던 상대. 몇 번이나 목숨을 주고받은 미운 여자다.




 몇 년 전 이웃 나라 침공 때는 진지를 함께 지키며 싸웠지만 결국 페니와 미노는 생각이 맞지 않는 적이었다. 언젠가는 부딪힐 날이 오리라 각오하고 있었다.




"미노는 역시 죽여야만 하는 건가"


"네. 그녀의 죽음은 없어서는 안 됩니다"




 페니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지만 그럴 만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페니로서는 한 명이라도 희생자를 줄이고 싶은 입장이었다. 설령 그게 정적 미노라 해도 구할 수 있다면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엠마는 달랐다. 엠마는 이미 마음속으로 미노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있었다.




"페니 씨가 그린 미래에 저 여자는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




 그 살의의 이유는 엠마가 '백성의 입장에서 태어난 자'로서 정치에 대한 신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의 정답은 하나여야 한다'. 정치가 이중 잣대를 인정한다면 백성은 따라오지 않는다.




 미노 대장군은 정답을 내놓고 있다. 그래서 백성에게 미노의 해답을 남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미노의 방식도 그럴싸하긴 해요. 저 여자가 대장군이 된 후로 나라는 눈에 띄게 발전했고...'




 그렇다. 페니와 달리 엠마는 미노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의 방식에도 이치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미노의 방식은 '페니와는 별개의 정답'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백성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게 최고에요. 그걸 해낼 수 있는 페니 씨야말로 왕이 되어야 해요.'




 그렇다.




 ──── 만약 페니가 왕이었다면 저런 희생을 내지 않고도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거다. 엠마가 페니를 왕으로 세우기로 한 건 그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 여자는 백성을 위한 세계에 필요 없는 존재니까요."




 미노의 시선은 통치자의 시선이다. 백성의 시선이 아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백성의 희생도 과감하게 계책에 포함시켜 버린다.




 ──── 전제 조건을 바꾸면 살릴 수 있는 목숨도 미노는 쉽게 버린다.




"...... 그래."


"페니 씨가 나라를 주도했다면 성 아래 마을 사람들도 기꺼이 자금을 내놓았을 거예요. 마왕군의 존재도 널리 믿어졌겠죠. 하지만 저 여자로는 그게 불가능했어요"




 미노와 페니의 결정적인 차이. 그건 미노에게 구심력이 없다는 거다.




 그리고 그녀는 구심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 불확실한 것을 미노는 믿지 않는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호의가 아니라 공포라고. 협박이나 거래를 좋아하는 미노에게는 무조건적으로 타인을 믿는 사고방식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이 미노라는 인간의 최대 약점이다.




"미노가 도달할 수 없는 곳으로 우리는 백성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사람을 믿고 사람에게 믿음 받으면 구할 수 있는 목숨. 그걸 미노는 불확실한 것으로 여겨 처음부터 포기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미노의 한계다. 그녀는 최선의 군사가 되어도 최고의 군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인도한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요."




 왕을 위해서도, 국익을 위해서도 아니다. 백성을 위한, 백성에 의한 통치. 그걸 실현하기 위해서는.
















"...음"


"무슨 일 있습니까, 페니 씨"


"음, 음, 음. 아니, 역시 이건 렉스도 눈치챘을 거야"


"?"




 그런 수상한 대화의 찰나 페니는 얼굴을 찡그리며 성문 쪽을 올려다보며 으르렁거렸다.




 페니는 거칠고 투박한 선봉 영웅이었다. 기습이나 암습에 누구보다 민감했다.




"엠마. 마침내 마왕군이 본격적으로 공격해오는 모양이군."




 그는 대거 밀려오는 비인간의 기척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 그렇군요. 드디어인가 봅니다."


"만약을 대비해 전장으로 뛰쳐나갈 수 있는 위치로 가자. 렉스가 있으니 내가 출장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알겠습니다. 이미 병사들에게 보고는 끝냈습니다. 성문 위로 향합시다"


"고마워."




 영웅은 잠시 모략을 중단하고 조용히 대거 마족들이 밀려올 전장을 향해 걸어 나갔다.




 마침내 왕도에서 결전이 시작된다.


















































 푸른 대지에 칠흑이 펼쳐진다.




 성문 근처에서 목수들의 경호를 하고 있던 렉스는 마족들이 대거 몰려오는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다.




"마족이 땅에서 솟아오르고 있어. 저런 곳에 거점을 만들었군."




 평야 전체에 펼쳐진 꿈틀거리는 마족들의 그림자.




 그건 이전의 이웃 나라가 침공했을 때와 자릿수가 다를 정도로 막대한 전력으로, 그리고 이전과 달리 왕도 바로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건 의심의 여지없이 페디아 제국의 역사상 가장 커다란 위기였다.






"엄청난 숫자군. 이거 할 맛 나겠는걸."




 검성은 끝없이 솟구쳐 오르는 적을 보고 쾌활하게 웃었다.




 그 한 마리 한 마리는 대단한 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수가 불어난다면 검성이라도 고전할 터였다.




 ──── 새로 생긴 팔의 딱 좋은 재활 운동이 될 거라고 렉스는 생각했다.




"기다려 주세요, 렉스 님. 제게 제안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검을 든 렉스에게 기다리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그를 돕기 위해 머물고 있던 흑마도사 메이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렉스를 똑바로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왜 그래, 메이."


"제가 선제 공격을 맡겠습니다."




 그것은 그녀 나름의 결의 표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선제 공격?"


"전에 말씀드렸죠. 저도 예전엔 클라리스를 동경해서 클라리스의 마법을 배웠다고. 언니에 비하면 미숙하기 짝이 없지만 저라도 원거리 마법은 할 수 있어요. 아니, 원거리 마법에만 몰두한 탓에 다른 마법을 등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메이는 눈을 내리깔면서도 렉스를 향해 말했다. 자신은 원거리 공격에 관해서라면 자신 있다고.




"다만 주문 암송에 상당히 시간이 걸립니다. 시간이 너무 걸려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깨달았기에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요... 클라리스는 같은 위력의 마법을 순식간에 날리거든요...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 저들은 제대로 진형을 갖추고 보조를 맞춰 다가오고 있어요."


"흠, 지금이라면 메이가 자신 있는 원거리 마법을 천천히 주문 외울 시간이 있다는 거군."


"네"




 눈을 반짝이며 렉스에게 도움이 되려 간청하는 메이. 그런 그녀를 보고 렉스는 뽑아든 검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 렉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해낼 수 있겠어, 메이?"


"...제 마력은 클라리스보다 적어요. 아마 한 방 맞추면 기절할 거예요. 하지만... 마왕군에게 그 정도의 피해는 줄 자신은 있어요"


"괜찮잖아? 그럼 메이는 그 마법을 다 쓰면 성 안으로 옮겨달라고 하면 되겠네. 적의 기선을 제압하고 진형을 흩트릴 가능성이 있다면 해보는 게 좋겠어"


"좋아. 메이, 부탁할 수 있어?"


"네, 네! 맡겨주세요!"




 이렇게.




 미숙하고 보잘것없고 실패작이라 멸시받았던 역대 최강의 마도사의 여동생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평생을 바쳐 연마해온 대마법을 주문으로 외우게 되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작은 흑마도사의 로브를 휘날린다. 홀로 진영 바깥에 선 메이는 지팡이를 수평으로 들고 수없이 많은 마왕군을 곧게 노려보았다.






"────폭염의 옷으로 감싸인 불타는 영혼이여"






 조용히 시작된 그 주문은 그녀가 가장 잘하는 화염계 주문이었다.




 속도는 느리지만 공격력과 공격 범위에 뛰어나 대군을 상대로 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마법 속성이다.




"──── 폭염은 이내 큰 불길이 되어 홍련의 빛을 되찾으리라."


"...... 이, 이렇게 복잡한 걸.... 역시 메이도 비인간 클라리스의 여동생이라는 건가?"


"그렇게 대단한 거야?"


"꽤나 복잡한 마법이야. 조금 제어가 흐트러지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성공할 거야. 아마 주변 30m 정도는 날려버릴 걸?"


"오오, 대단하구나!"




 메이의 주문을 들은 카린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만큼 이 메이의 마법은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저 클라리스에 맞서려고 했을 수준으로 대단했다.




 확실히 주문 암송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지금까지 메이의 어떤 마법보다도 위력이 높을 것이다. 전에 플라체를 발견한 동굴을 날려버렸을 때의 주문이 최대 화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에겐 그것보다 더한 마법이 있었던 모양이다.




 감탄의 한숨을 내쉬며 주문을 외우는 메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주문을 중단한 메이가 당돌하게 카린을 바라보며 말을 걸어왔다. 그 눈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빛나고 있었다.




"네, 카린 씨 말씀대로 이대로라면 고작 30m 정도죠. ...그래서 여기부터가 본방입니다"


"...응?"


"용이여, 용이여 용이여!! 백염의 유혹이여, 불꽃의 축제여, 거대한 재앙의 소용돌이가 되어라!"




 메이의 주문에 오싹, 하고 렉스가 섬뜩함을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메이가 만들어낸 거대한 화구에 용과 같이 가느다란 하얀 연기가 휘감기며 포효했다.




 그건 마치 신화 같은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으악!? 메이, 그건 무리 아냐!?"


"카린, 설명 좀 해줘."


"폭염 마법의 중심에 폭발 마법을 심으면 불꽃이 엄청난 범위로 퍼져. 초급 마법의 위력을 끌어올리는 테크닉인데... 그걸 이런 대마법으로 하는 건 본 적은 없어"


"...즉, 뭔가 대단하다는 거지?"


"그래, 지금 메이는 클라리스 못지않은 무시무시한 마법을 쓰고 있어! 정말 제어할 수 있어? 그런 마법을?"


"해낼 거예요. 아니, 제어해 보겠습니다!"




 불꽃이 사방으로 튀고 화구가 일렁였다. 그 거대한 폭연에 마왕군의 동요가 느껴졌다.




 렉스와 카린은 침을 꿀꺽 삼키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그 이상한 파괴력을 내포한 공격 마법을.




 자신의 동료가 만들어낸 기적의 예술품이라 할 만한 화염 마법을.




"──── 폭염의 씨앗이 여기에 도달하였다. 대마법 '염옥진', 이에 이르리라!"


"해냈다! 메이 녀석, 정말 완성시켜 버렸어......"


"얼마나 대단한 건데?"


"...... 왕도 앞 평야가 온통 갈아엎어질 걸. ...이렇게 엄청난 위력의 마법은 전설로밖에 접해보지 못했는데......"




 그리고 메이는 해냈다.




 가느다란 줄 위를 걷듯 섬세하고 고도의 주문 암송을 마치고 마침내 신화급 대마법을 완성해냈다.




 마법을 이해하는 자라면 메이의 화구를 보고 허리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역대 최강의 마도사의 여동생이 가장 잘하는 원거리 마법으로, 자신의 기술을 쏟아부어 완성한 궁극의 마법이었다.




 실제로 카린은 멍하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 하지만.




"아니에요, 아직이에요. 사실 아직 이 마법에는 후속이 있거든요...."




 메이의 눈은 아직 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폭염은 한번 흩어지면 다시는 타오를 수 없어요. 그래서 연소하듯이 더 수고를 들입니다...."


"...아니, 거기까지 할 필요 있어?"




 메이라는 마도사는 인생에서 여기까지 원거리 마법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적이 없었다.




 아직 높일 수 있다. 아직 위가 있다. 메이는 정말로 전부를 쏟아붓겠다는 듯했다.




"그거 효과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전투가 끝난 후에 불이 꺼지기 힘들어질 뿐이니까 그만두는 게 나은거 아니야?"


"────생명을 불태워라, 불꽃의 정령이여, 나의 굴종하는 친구여!"


"잠깐, 메이 듣고 있어!?"




 그리고 어린 마도사는 주문을 계속했다. 메이의 머리 위에서 흔들리는 화구는 한층 더 크게 일렁였다.




"염진, 지옥차! 끝나지 않는 영원한 화염에 고통받으며 괴로워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상한 검은 연기가 화구에 피어올랐다. 화구는 구형에서 일그러진 난형으로 모습을 바꾸고 때때로 몸을 떨었다.




 메이는 간신히 주문을 끝냈지만 점점 대마법의 제어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메이가 방심하면 저 대화구가 이 자리에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한 만큼의 가치는 있었다. 메이의 마법은 의심의 여지없이 궁극의 화염 마법이라 할 만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마법을 막을 수나 있을까. 카린은 눈앞에 대거 진격해오는 마왕군을 가련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뭐야, 이 끔찍한 마법. 마족이 좀 불쌍해졌어."


"잘못하면 이거 한 방에 마왕군 전멸시킬 수 있는 거 아냐?"




 남은 건 발사뿐이다.




 이 터무니없는 대마법이 과연 얼마나 큰 피해를 낼지. 그 위력과 맞은 곳에 따라 메이마저 훈장을 받을 만한 성과를 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무서우니까 얼른 쏴줘. 그게 카린의 본심이었다.




 ──── 하지만, 그러나.




"──── 더!! 더블 캐스팅, 내전의 화염!"


"......!?"




 메이는 다시 한번,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며 다음 주문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 순간 화구가 물결치며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린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 메이, 뭐 하는 거야?"


"이 마법을 덧붙임으로써 불꽃이 퍼지는 속도를 번개처럼 빠르게 합니다. 결과적으로 마왕군은 피하기 힘들어지고 폭발 범위도 더 넓어지죠!"


"그래서 뭐 하는 거냐고!?"




 설명이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미 지금의 마법만으로도 충분할 정도의 전과를 낼 터였다. 이 이상은 오버킬이라는 거다. 위력을 높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메이는 왜 아직도 주문을 계속하는 걸까 ────




"잠깐만! 흔들리고 있어, 마법에 마법을 너무 겹쳐서 제어가 이상해지고 있어!! 메이 진정해, 어서 그 위험한 마법을 적에게 쏴버려!!"


"......하지만 아직 이 마법은 더 높아질 수 있어요! 그래, 세계를 멸망시킬 정도로!!"


"야 메이 그만해, 바보 진정해! 뭐야, 너 좀 이상한데......"




 메이의 모습이 이상하다고 느낀 렉스가 작은 동료 마도사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그녀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두 뺨은 새빨갛게 상기되어 있었으며 눈가는 흐릿하게 풀려있었다.




 그래, 마치 뭔가에 취한 것 같은 ────




"메이!! 너 마력에 취했구나!? 텐션이 망가졌어!?"


"강해져! 내 마법이 강해지고 있어! 괜찮아요, 설령 제어를 잘못해도 이 자리에서 대폭발할 뿐 ......, 마법은 안전합니다!"


"그건 자폭이잖아!?"




 마력 중독.




 고도의 마법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미숙한 마법사가 무리하게 마력을 대량으로 소비했을 때 발생하는 현상.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이 들떠서 쉽게 흥분하게 된다. 마치 술에 취했을 때처럼 말이다.




"아하하하! 굉장해, 굉장한 게 오고 있어요!! 마력이 바닥날 것 같아, 아하하하!"


"히, 히익! 잠깐만, 지금이라도 이 자리에서 폭발할 것 같을 정도로 술식이 흔들리고 있어!?"


"다들, 도망쳐! 이대로면 날아갈 거야!"


"점점 높아져, 높아져, 고조되어요!"




 메이는 취해 있었다.




 전대미문의 대마법을 완성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 결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간다~ 이것이 바로 나의 궁극 마법. 화염계 사상 최강의 일격!!"


"어서, 어서 쏴!"




 다행히도 주정뱅이에 의한 마법 제어는 아슬아슬한 데서 잘 되어,




"나선염옥진 가득・호룡패왕섬멸제 버스터!!"


"히, 히익!?"




 그 장난 같은 대마법은 곧장 몰려오는 마왕군의 한복판을 향해 발사되었다.




 순간 렉스 일행은 하얀 빛...아니 광선이라 부를 만한 광원에 눈이 부셔 굉음이 너무 엄청나 잠시 귀가 들리지 않게 되고,




"────."




 이명과 함께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마족들의 단말마에 자신들이 무사함을 알게 되었다.




 희미하게 윤곽을 이루는 눈앞의 광경을 확인하자,










"...... 우와"




 그곳에는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왕도 앞 평야에서 활활 무한히 타오르는 화염의 소용돌이. 간신히 확인되는 움직이는 마족들은 사방팔방으로 도망치며 전혀 군대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았다.




"큐..."


"...아, 메이"




 그런 지옥을 만들어낸 괴물은 빙글빙글 눈을 굴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업화가 소용돌이치는 전장에 수많은 최후를 남기고.




"...마왕군 궤멸 아냐 이거"


"그런 것 같네..."




 오랜 세월 치밀한 계획과 공들인 거점 구축으로 은밀히 침공을 계속해온 마왕군은,




 취한 소녀의 마법으로 그 병력 대부분을 날려버리고 만 것이었다.
































 하지만 마왕군에게는.




 애초에 마법이 통하지 않는 존재도 있는 것이다.








"...... 왔군."




 렉스는 예감하고 있었다.




 녀석이 온다면 자신이 가장 방심하고 있는 그 순간이라고.




 미세한 살기를 기민하게 감지하고 렉스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것을 베어 갈랐다.






"...... 치, 방심은 없나 보군"


"이젠 방심 같은 거 안 해. 전에 혼난 적이 있어서 말이야"




 미끈한 감촉과 함께 렉스의 검은 받아 흘려졌다.


 검은 바람을 두른 마족 '바람베기'가 다시 검성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죽이러 왔다, 친구"


"그래. 빚을 갚아주지, 친구"






 그 검은 마족은.




 저 작열의 지옥 한가운데를 거의 화상조차 입지 않고,






"아군이 얼마나 죽든 상관없어. 렉스만 죽일 수 있다면 내 승리니까"




 그을음 묻은 단검을 렉스에게 겨누고 섰다.




"날 위해 비참하고 처절하게 죽어줘, 검성..."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귀신처럼 자세를 취하고,




 렉스와 마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