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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재난이었네요......"




 이곳은 왕도성 내 집무실. 우리 눈앞에는 얼마 전에 만난 어린 소녀 엠마가 있었다.




 노련한 변태의 습격으로 인한 동요가 가시지 않은 와중에 우리가 길드에서 받은 의뢰서를 문지기에게 보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엠마 양의 부하가 파견되어 왔다. 역시 이번 의뢰도 페니 장군파의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게 될 예정인가 보다.




 그 부하가 안내한 곳은 어린 소녀가 기다리고 있는 집무실이었다. 엠마는 서류가 쌓여 있는 커다란 중앙 테이블에 앉아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아, 어서 오세요 검성님. 간단한 거지만 과자는 준비해 뒀으니까요."


"고마워, 엠마 양. 어때, 페니랑은 잘 지내고 있어?"


"네, 덕분에 부부금슬이 좋아요."




 엠마는 웃으며 우리의 성 아래 마을에서 있었던 사건을 듣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카린이 마음에 큰 상처를 준, 정말 싫은 사건이었다.




"안타깝게도 페니 장군은 토벌 임무로 자리를 비웠어요. 이번엔 저 혼자서 검성님 일행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런가, 알겠어."




 아직도 말을 잃은 카린 대신 렉스가 엠마와 마주 보며 여러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번 의뢰 내용이라던가, 그런 이야기였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건 왜 엠마가 집무실 한가운데 앉아서 어른인 부하에게 지시를 마구 날리고 있느냐는 점이다.




 왜 아무도 지적 안 하지. 왜 어린 소녀인 엠마가 상사 포지션인 거지?




"엠마님, 이쪽이 자료입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검성님,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래."




 아무렇지 않게 부하 직원이 준비한 자료를 받아든 엠마. 그 행동은 완전히 상사와 부하의 그것이다.




 어, 엠마는 혹시 진짜 높으신 분인 거야? 페니 장군의 참모라는 게 자칭이 아니라 진짜였어?




"이번 의뢰는 수도 방위입니다."


"방위라고?"


"어떤 경로로 곧 왕도가 마왕군에게 습격당할 거라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적의 전력은 미지수이고, 앞서 동굴 공략 때의 적 강함을 감안하면 우리 페디아 3대 장군이라 해도 고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페니도 한 번 죽었었지."


"......그 사람은, 페니 씨는 모두를 위해 강해지려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본래의 그는 소심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죄송합니다 검성님. 적이 왕도를 습격할 확증은 없지만...... 잠시 머물러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의뢰를 내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미안한 표정을 짓는 엠마.




 그렇구나, 전의 의뢰에서 페니가 죽을 뻔한 걸 듣고 걱정이 된 거구나. 그래서 확증도 없는 기습에 대해 렉스에게 방위를 의뢰한 거다.




"기간은?"


"1개월 안에 습격 받을...... 겁니다."


"알겠어. ......뭐, 소중한 사람을 지켜 달라고 하면 거절할 수 없지. 엠마, 그 대신 우리도 훈련장을 쓸 수 있게 해 줘."


"네, 알겠습니다. 우리 페니파가 소유한 서부 국군 훈련장은 마음껏 사용하셔도 됩니다."




 오오. 사용해도 되는 건가, 국군 훈련 시설. 좋아, 잘하면 다른 검객들과 시합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엠마......."


"네. 알고 있어요."




 의뢰와 관련된 이야기가 끝난 뒤. 이마에 푸른 핏줄을 드러낸 수녀가 에마 양에게 싱글벙글 말을 걸었다.




"그 개자식, 찾아 둬~"


"조금 전에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몽타주를 우리 부하에게 돌리고 있어요. 페니 장군이 이끄는 건 주로 순찰대라서 성내에 들어와 있다면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다른 도시로 갔다면 힘들테니 너무 기대는 마세요."


"응응 충분해~ 고마워 엠마 양~"


"카린, 그 웃음 무서우니까 그만해. 엠마 양이 두려워하잖아."




 제법 그 노련한 변태에게 화가 난 모양이다. 확실히 피해가 가장 큰 건 카린이니까.




 


































 이런 식으로 페니 장군파의 국군에 신세를 지게 된 우리는 그럭저럭 좋은 느낌의 고급 숙소를 배정받았다. 군용 숙박 시설에라도 들어가게 될 줄 알았는데, 군사 기밀적인 의미도 있어서 안 된다고 한다.




 우리와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방 밖에서 대기하던 병사가 엠마에게 상담하러 방에 들어왔다. 엠마느 재빠르게 그에게 지시를 내리며 서류를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엠마 양은 머리가 좋은 꼬마라는 수준이 아닌 모양이다. 진짜로 어른들과 섞여서 일하고 있어. 어쩌면 나보다 머리가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는 사람 만나러 갈게. 플라체는 먼저 훈련소에 가 있어 줘."


"......저도 일단 클라리스에게 인사하러 갈게요. 얼굴 정도는 보여 줘도 되니까."


"나는 교회로~ 일단 하룻밤 묵을 거야. 그럼 내일 숙소에서 만나자."




 엠마와 헤어진 후 일시 해산이 되었다. 혼자 떠돌아다니다 길 잃는 것도 재미 없을테고. 그래서 나는 렉스가 말한 대로 훈련소에 가기로 했다.




"동부 훈련소는 주로 멜로 장군파의 군인들이 쓰고 있대요. 우리가 써도 되는 건 서부 훈련소예요. 헷갈리지 마세요."


"응, 헷갈릴 리가 없잖아."


"플라체라도 동쪽과 서쪽은 헷갈리지 않겠지. ......일단 말해 두는데 저쪽 방향이야."


"멜로랑 엮이면 골치 아프니까 조심해."




 동료들이 하나 둘씩 나를 걱정하며 말을 건넨다.




 정말, 다들 걱정이 많아. 나는 그렇게까지 바보가 아니야. 이 몸은 계속 솔로로 모험가 해 왔다고.




"그럼 나중에 또 보자."


"아아."




 하지만 정말로 헷갈리면 창피하겠지. 카린이 가리킨 방향을 제대로 확인하고 나는 혼자 훈련소로 향했다.
















































 훈련소는 왕도성에 병설되어 건축되어 있었다.




 멀리서 보니 안에는 병사로 보이는 자들이 트레이닝에 열중하고 있는 게 보인다. 기초체력 트레이닝인가. 새로운 몸이 된 후로 체력이 뚝 떨어졌으니까 좀 끼워 달라고 부탁해 볼까.




 엠마에게받은 허가증을 훈련소 관리인에게 보여 주면 들여보내 준다고 한다. 그때 관리인 씨에게 물어보자.




 저 훈련소 입구는 어디일까. 성내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다른 층인가, 아니면 성 밖에서 들어가는 건가.




 그렇구나. 잘 생각해 보면 훈련소에서 성내로 통로같은 걸 만들어 놓으면 도적이 침입하기 딱 좋겠구나. 역시 성 밖으로 나가서 들어가야 하는 걸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성의 출구를 향했다. 혹시 도중에 병사 같은 사람이 있으면 물어보자. 적어도 성문에는 보초 병사가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성의 출구를 찾아──








"......좋으니까 아버지를 석방해. 너무 기고만장해지지 마 빌어먹을 계집애."


"히익......, 그, 그러니까 무리라니까! 애초에 네 아버지가 잡힌 건 부정부패를 저질러서잖아!"




 우연히 헤매다 들어간 성벽 구석에서 한 여성이 둘러싸여 멱살이 잡힌 장면을 마주쳤다.




 뚱뚱한 파마머리의 젊은 남자가 그 여성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벽에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 여자를 둘러싼 채로 죽 늘어서서 몇 명의 검을 든 병사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사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 그러니까 이런 짓을 해도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네 아버지가 뇌물 수수에 손을 댄 건 이미 확실한 증거가 몇 개나 나와 있어! 이 이상의 만행은 너희들의 죄가 무거워질 뿐이야!"


"너가 '아버지는 무죄였습니다'라고 보고하면 되잖아."


"그렇게 하고 싶으면 협박할 대상이 잘못됐어!! 나는 어디까지나 재판관일 뿐이고 증거 같은 걸 모아서 보고하는 건 순찰대 사람들이라고!! 순찰대를 지휘하는 페니 장군을 협박하라고!!"


"그 아저씨한테는 이길 수 없잖아."


"그렇다고 나한테 들이대봤자 곤란하다고!!"






 협박당하고 있는 건 핑크색 곱슬 머리의 여자였다. 딱 보기에도 문관의 옷차림으로, 소매가 긴 로브를 두르고 머리에 사각형 모자를 쓰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섣불리 부외자가 관여하기에는 골치 아파 보이는 장면이다. 나는 스윽, 하고 기척을 지우고 그들의 모습을 엿보기로 했다.




"그냥 아버지를 석방하라고 압력을 넣어."


"가령 석방된다 해도 바로 구실 붙여서 순찰대에 다시 구류될 게 뻔해...... 애초에 내 일은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거지 죄수 관리는 순찰의 관할이라니까."


"그럼 아버지를 무죄로 해."


"국왕 앞에서 결정적인 증거까지 나왔는데 무죄라고 말할 수 있겠어!? 정말, 너희들은 시비 걸 대상이 잘못됐다니까아."


"어려운 말로 눈가리고 아웅 해봤자 소용없어 이 더러운 계집애야!!"


"어려운 말 같은 거 하나도 안 했어!! 으으, 원래도 일이 산더미인데 왜 이런 골치 아픈 일만 잇따라서는!?"





 사각모자의 여자 쪽은 지친 목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의 남자들이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




 보고 있자니 불쌍해졌다.




"하아, 모처럼 내가 여기까지 양보해 줬는데. 그렇게까지 거역한다면 이제 용서 못 하지."


"아니, 거역한다기보다는 일단 내가 권한상 할 수 없는 일이라──"


"이 년은 여기서 죽인다. 자 너희들, 시체 담을 자루 가져와라."


"잠깐 기다려어어어!! 너희들 미쳤어!? 날 죽이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다고!?"




 이윽고 참을성이 바닥난 건지 뚱뚱한 남자는 부하에게 여자를 양팔로 붙잡게 하고 화려한 검을 허리에서 빼냈다.




 여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안 돼애애! 기다려, 날 죽여봤자 무슨 소용이야!? 너희들의 죄만 늘어날 뿐이잖아!?"


"너만 죽으면 아버지는 석방되는 거잖아? 이렇게 되기 전에 내 말을 듣지 않은 네 자업자득이야."


"아니 내가 죽는다고 누가 석방되는 것도 아니고!? 설사 된다 해도 부정부패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아버지만 감옥에서 나오시면 어떻게든 된다. 그 뒤는 아버지가 어떻게 해 주실 거야. 그러니까 먼저 너부터 죽인다."


"이 바보 아들! 거짓말이지? 진짜로 그 소릴 하고 있어? 이미 네 아버지는 끝난 거고 어떻게 하고 싶다면 페니 장군에게 직소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난 정말 아무 상관없다니까!!"


"그러니까 어려운 소릴 하지 말라고!!"


"싫어어어!! 이런 바보한테 죽고 싶지 않아아아!"




 ……우와아, 굉장한 장면을 마주쳐 버렸다.




 울부짖는 여문관은 이윽고 입을 틀어막혀 비명조차 지를 수 없게 되어서, 멍청해 보이는 비만 남자가 들고있는 검이 휘둘러지는 걸 눈물을 흘리며 보고 있었다.




 역시 내버려 둘 순 없겠지.




"죽어라."


"──읏!!"




 그 둔중한 칼날이 내려치기 직전. 나는 그 남자의 검을 옆에서 찔러 검 궤도를 비틀고 그대로 칼날 뒷면을 목덜미에 들이대었다.




"……아?"


"검을 버려. 그렇지 않으면 베어 버린다."




 귀족 남자의 검 솜씨는 볼 만한 게 못 되었다. 전혀 단련하지 않은 초보 그 자체의 검이었다. 아기 손목 비트는 것보다 쉽게 피해 낼 수 있었다.




"아……, 어? 누구……?"




 눈앞의 여문관은 죽음을 각오했는지 멍한 상태였다. 내가 시간을 벌어 주는 동안 얼른 도망쳐 주길 바랐지만, 그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럼 다 처리해 버릴까.




"뭐……, 누구냐 이 녀석!"


"너희 같은 자에게 이름을 밝힐 이유는 없어."




 이런 기름기 많은 먹잇감을  베어서 칼 날이 무뎌져 봤자 재미없다. 나는 우선 깩깩거리며 소란을 피우는 뚱뚱한 귀족의 급소를 걷어차 비명 지르게 하고 즉시 목을 조여 의식을 잃게 했다.




"──윽."


"도련님!?"




 갑작스런 난입자에 동요하는 사병으로 보이는 무리에게 나는 그 바보 귀족을 내동댕이치며 말을 걸었다.




"……의에 따라 그녀 편에 선다. 아직도 할 생각이라면 덤벼, 도망칠 생각이라면 어서 썩 꺼져."


"젠장, 도련님의 원수!!"




 즉시 가장 앞에 있던 몇 명이 동시에 덤벼들었다. 우와, 바보 귀족 주제에 거느린 병사는 제법 잘 훈련됐네, 의외로.




 집단전은 약하지만……, 뭐 이 정도 상대라면.




"끄악!?"




 덤벼들어 온 중에서 가장 예리했던 검을 피하고 그 검사에게 팔꿈치를 먹여서 기절자 하나 추가. 성가신 녀석부터 처리해 나가자.




 이어서 약해 보이는 젊은 병사의 손 힘줄을 끊어 버렸다. 이러면 이제 검은 잡을 수 없겠지.




 잘 붙을 수 있도록 깔끔하게 잘랐으니 나중에 치유술사한테 보여 드려.




"아아아악!!"


"이 녀석 강해!"




 후, 후후후. 그래, 나는 강해. 엄청 강하다고.




"한 번 물러나라. 도련님의 목숨을 최우선으로 하라!"


"내 손이, 손이이!"


"저 음흉한 계집의 졸개일 거야. 분명 괴상한 검사임에 틀림없어!! 관련 맺지 마!"




 이윽고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건지 뚱뚱한 귀족 도련님을 업고 녀석들은 허겁지겁 도망쳐 갔다.




 나의 완전한 승리다.




"아, 아…… 나, 살았어?"


"다친 데는 없어."


"고, 고마워어…… 죽, 죽는 줄 알았어어……."



 굉장히 무서웠던 모양이다. 내가 도와준 그 여성은 울먹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늘 늘 재수 없는 일만 당하고 오늘도 알 수 없는 시비 걸려서. 죽을 줄 알았는데 정말 고마워어어."


"아, 아니 그게. 상처는 없는 거지?"


"……응. 응, 살았어아."




 다시 그 여성을 자세히 보았다.




 핑크색 단발머리에 천연 곱슬인지 몇개의 머리카락이 뻗쳐서 바보털처럼 되어 있다.




 그녀의 가방에는 엄청난 양의 서류가 빽빽이 들어차 있었고 그녀의 눈에는 꽤 큰 다크서클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무언가 굉장히 고생하고 있는 사람 같다.




"음, 저기, 다시 한번 도와줘서 고마워…… 근데 말야. 너, 병사야? 소속은?"


"아니, 고용된 모험가야."


"모험가 씨구나!! 아, 그럼 돈 궁하거나 하진 않아? 너는 생명의 은인이야. 내가 할 수 있는 답례라면 뭐든지 할게!!"


"아니, 예는 필요 없어. 그냥 못 본 척할 수가 없었던 것뿐이고. 아아, 굳이 말하자면 훈련장 입구의 위치를 알려 주면 좋겠네."


"흐음, 너 정도의 실력으로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구나. 대단하네, 검사들은. 좋아, 내가 안내해 줄게."




 문관 양은 내게 답례를 하고 싶어 했다. 흐흠, 반해 버렸나 보네.




 하지만 나는 별로 대단한 일은 하지 않았고 렉스와의 약속대로 너무 국군에 관여해선 안 된다. 그래서 일단 그녀에게 길만 물어보기로 했다.




 너무 적극적이면 인기 없어 보이니까 말이야.




"성벽에, 연락용 문이 있어. 훈련장을 쓰고 싶으면 허가증이 필요한데 가지고 있어?"


"응."


"뭐 안 된다고 거절해도 내가 한마디 해 줄게. 관할은 아니지만 나는 꽤 얼굴이 먹히거든."


"호오. 뭐야, 실은 꽤나 권력자인 거야, 너?"


"……아. 이런, 아직 이름도 안 밝혔구나."




 헤헤, 실수. 그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문관 양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나는 미노, 페디아 제국의 대장군을 맡고 있어요."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띠며 그 여자는 이름을 밝혔다.




"후후후, 이래 보여도 난 대장군이야 나. 엄청 약해 빠졌지만~"










'더럽고 비열한 음모가 특기인,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쓴 악마. 그게 미노야. 악독함으로 말하자면, 멜로와는 비교도 안 돼.'




 렉스의 말이 머리를 스쳤다. 눈앞의 여자는 그 최악의 이름을 밝혔다.




'미노는 모든 게 끝났어. 뭐든게 추악하고 비열하고 극악무도해. 확실히 나라에 도움은 될지 모르겠지만, 저런 녀석은 하루빨리 베어 죽이는 게 좋아. 진짜 악마라는 건 저 녀석을 두고 하는 말이야.'




 그, 진짜 악마는. 친근한 표정을 지으며 내 앞에서 웃으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