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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은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마족에게서 태어났다. 수인형 마족들의 혼혈로, 마족 영역 변두리에서 탄생했다.




 단지 그가 평범하지 않았던 건, 태어난 직후부터 눈을 크게 뜨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일어섰다는 것이다.




"이건 틀림없이 엄청난 아이가 태어났구나".




 마왕의 부모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 금발의 신생아는 태어나면서부터 엄청나게 사나운 '강자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만났을 때의 본능적인 공포. 마족인 그들은 강자의 기척에 민감했다. 그건 설령 자신의 자식이라 해도 거스를 수 없었다.




"무, 무서워...!"




 그래서 마왕의 부모는 이 순수한 포식자에게 먹힐 것을 두려워하며 갓 태어난 마왕을 길가에 버리고 도망쳤다.


































 마왕은 부모 없이 유소년기를 보냈다.




 부모가 없어도 그가 살아가는 데 곤란을 겪지는 않았다.




 그는 타고난 강자였다. 배가 고프면 근처의 생물을 때려 눕혀서 먹었다. 설령 그게 자신의 몇 배나 되는 질량의 대형 짐승이라 해도, 그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맛있어."




 갓난아이의 연약한 팔로 이빨을 드러내는 짐승의 턱을 박살 내고 목을 꺾어 새까만 피가 떨어지는 생고기를 먹으며 아기는 자랐다.




 그건 정말이지 천재지변였다. 우연히 그의 근처에 살던 운 없는 마족들은 모두 그의 먹잇감이 되어 양분이 되었다.




 타고난 압도적 강자. 그라는 존재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마족 중의 렉스급'이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족보다 훨씬 튼튼하게 태어나 자라는 '마족'. 그 강인한 육체를 지닌 마족으로 태어난 렉스가 바로 마왕이었다.




"약하구나."




 주먹을 휘두르면 그건 음속이었다. 다리를 차올리면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숨을 내뱉으면 거목이 부러졌다.




 이 세계가 얼마나 연약한지, 얼마나 약한지. 마왕은 그것을 ────




"하지만 재밌어."




 이 '부서지기 쉬운 세계'를 장난감 삼아 이것저것 모조리 부숴댔다. 이윽고 마족 영역의 지배계급까지 그 소문이 닿을 정도로.






"강한 들마족이 내 영토에서 날뛴다고? 좋아, 죽이러 간다."






 마왕이 소년기가 되자 파괴의 한계를 다하는 마족의 존재를 알게 된 실력 좋은 마족들이 마왕을 토벌하러 오기 시작했다.




 싸움의 기본도 모르는 마왕은 처음엔 고전했다. 수수께끼의 무기를 다루는 마족, 하늘을 날며 기습해오는 마족, 마법을 사용해 광범위를 공격하는 마족. 그것들은 마왕에게 무엇보다 자극제가 되었다.




"하하하, 더욱더 싸우고 싶어"




 자신을 죽이러 오는 마족을 보고 마왕은 기뻐했다. 온 마족을 죽이고는 먹고, 죽이고는 먹고, 그리고 다음 습격을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게 되었다.




"아하하, 기다리고 있으면 제 발로 밥이 달려드는구나"




 그런 소년 시절을 보낸 그는 쑥쑥 자신의 실력을 높여갔다.








"마왕님"




 하지만 그런 행복한 소년 시절도 마침내 막을 내렸다.




"우리는 마왕님께 항복하겠습니다"




 마족 영역에 사는 모든 종족이 마왕에게 고개 숙여 충성을 맹세한 그 날.




"...어라? 그럼 다음 적은?"


"여기에 마왕님께 대항할 어리석은 자는 없사옵니다"


"뭐?"




 마왕은 삶의 즐거움을 잃어 버렸다.








"...... 다음엔 누구랑 싸우면 좋지?"




 마왕은 홀로 왕좌에 앉아 머리를 감쌌다. 아무도 덤벼들지 않게 되어 먹는 데 곤란함은 없어졌다.




 싸울 의지 없는 상대를 죽여봤자 재미없다. 마왕은 목숨을 걸고 싸울 상대가 간절히 그리웠다.




"나는 이제 싸울 수 없는 건가?"




 하지만 그의 앞에 적은 없었다. 마왕은 무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족 중의 "렉스"인 그는 적을 갈망해도 존재하지 않는 위치가 되었다. 렉스와 달리 그에게는 함께 서로를 높일 친구가 없었다.




"마족 영역이 통일된 지금이야말로 인간령을 공격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걸 깨닫고 마왕이 조용히 절망하고 있을 때, 그에게 말을 건 털북숭이 마족이 있었다.




"인간령이라고?"


"그렇습니다"




 그 마족의 제안은 마왕에게 천운과도 같은 것이었다.




"지금이야말로 오랜 숙적인 인간을 멸망시킵시다. 마왕님의 힘이라면 쉬울 것입니다"


"오! 그렇게 하자!"




마왕은 그 제안에 동의하고, 굴복시킨 마족 전원을 이끌고 인간이 사는 땅을 빼앗으러 쳐들어가기로 했다. 그렇구나, 마족에게 적이 없다면 밖에서 적을 찾으면 되는 거였어. 그건 마왕에게 계시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 인간과의 전쟁은 결코 마왕이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인내할 때입니다."




 마족들은 마왕의 출격을 완강히 반대했다.




"모든 무대가 갖춰질 때까지 잠시 기다려주세요.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역사 속에서 몇 번이고 인간에게 당한 마족들은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승리에 집착했다. 그 결과 마왕은 원하던 '전투'에서 멀어졌다.




 마왕은 '왕'인 것이다. 선봉에 서서 싸울 역할이 아니었다.




"내 차례는 아직인가"


"조금만 더입니다. 이제 조금이면 왕도가 우리 손에..."




 마왕은 불만을 참으며 부하의 말에 따랐다. 애초에 인간은 연약한데 왜 계략을 짜야 하는 건지. 마왕의 불만은 부글부글 쌓여갔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마음껏 날뛸 수 있다. 그렇게 설득당해 마왕은 끝없이 출전을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려 전해진 소식은 '마검왕의 패배'였다.




 저 마검왕을 쓰러뜨릴 정도의 적이 있다. 그런 아직 만나보지 못한 강적의 정보를 듣고 마왕은 마침내 인내심의 한계가 찼다.




"더는 참을 수 없어. 날 싸우게 해줘!!"




 마왕은 뛰쳐나갔다. 마왕군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였던 '마검왕'이 패배했다는 그 요새를 향해.




 부하가 안색을 바꾸며 마왕을 쫓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저 머리 나쁜 마왕이 대체 어디로 향한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왕도성으로 돌진한 건가. 요새로 달려간 건가. 아니면 방향을 잘못 찾아 아무 상관없는 곳으로 달려간 건가.




 마왕군 간부의 위가 저리고 아파왔다.
















































"여기가 마검왕을 쓰러뜨린 녀석이 있는 요새군"




 마왕은 조금 길을 헤매면서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왕도 북동쪽에 위치한 인족이 세운 오래된 요새에.




"기대되는군. 마검왕보다 수고스러운 녀석인가, 피가 끓고 살이 뛴다. 기대돼"




 그리고 그는 요새 안에서 엄청난 '마력의 기운'을 감지했다. 마법에 뛰어난 종족인 인간 중에서도 특급 마법사의 기척을.




"오, 이 녀석이 마검왕을 이긴 자인가? 뭐 상관없지만"




 그 마법사가 얼마나 대단한 사용자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나한테는 이길 수 없을 거다.




 자, 오랜만의 『전투』를 시작하자.






 마왕은 인사 대신 그 장엄하고 거대한 요새를 권압으로 날려버렸다.




















 인간들의 반응은 빨랐다.




 마왕이 주먹을 쥔 순간, 요새의 절반 정도를 덮는 거대한 마법 방어벽이 형성되었다. 덕분에 마왕이 날려버릴 수 있었던 건 요새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오, 제법인데"




 마왕은 싱긋 웃었다. 역시 여기에는 오랜만의 강적의 기척이 느껴졌다.




 의기양양하게 주먹을 쥐고 마왕은 그 방어벽의 중심을 향해 걸어 나갔다. 아직 만나보지 못한 강적을 베어 넘기기 위해 사나운 빛을 눈에 띄우며.




"────!!!"




 그리고 그는 어린 소녀가 지팡이를 들고 뭐라 외치는 모습을 목격했다.




"오, 오오!?"




 직후 만래의 번개가 마왕을 덮쳤다. 하늘 가득 검은 구름이 덮이고 연쇄적으로 끊임없이 번개가 마왕을 기습했다.




 이것이 마법이다. 인간들이 사용하는 흉악한 전투 기술.




 그건 마족이 얼핏 듣고 이용하는 '어설픈 마법'과는 달랐다. 진짜 위력과 속도, 범위를 양립하고 있었다.




"이건 대단하군!"




 마왕은 무심코 두 팔로 번개의 직격을 막았다. 찌릿한 충격이 온몸을 꿰뚫고 열기로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건 오랜만에 느낀 "데미지"의 감각이었다.




"오, 오! 이대로 두면 죽겠는걸. 서둘러 처리해야겠군!"




 마왕의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지고 전투 태세로 전환되었다. 완전히 잊고 있었던 '목숨을 건 승부'의 긴박감을, 마왕은 오랜만에 체감했다.




 그 흥분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올리고 있었다.




"뛰어들어서 ────"




 그 엄청난 다리 힘을 쥐어짜며 마왕은 주문을 외우는 작은 여자 마법사를 향해 도약했다.




 그녀의 장벽은 단단해 보였지만 물리적 충격으로 부숴버리면 된다. 마왕은 자신의 주먹의 위력을 무엇보다 자신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은 자신의 주먹질이다. 마왕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




"──── 부숴버린다!"




 그리고. 마왕의 확신은 사실이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마법도, 어떤 검격도 그의 주먹질 한 방에는 결코 미치지 못한다.








 쨍, 하고 세계에 고주파가 울려 퍼졌다.








 폭풍이 몰아치고 요새 주변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형성되었다. 동시에 대지가, 바위가, 거목이 탁류에 휩쓸리듯 날아갔다.




 실로 비현실적이었다. 그의 인사 대신의 주먹은 클라리스가 방어벽을 친 곳 외의 모든 것을, 깨끗이 원형으로 대지를 도려내버렸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뭐얏!? 내 장벽이!?"




 그 클라리스의 장벽은 타격과 함께 크게 일그러졌다. 귀가 터질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그 장벽은 산산이 부서졌다.




 이건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어떤 물리 공격도 막을 수 있도록 클라리스는 일부러 시공 차단이니 공간 단절이니 할 수 있는 기술을 총동원해 독자적인 방어 마법 "사랑의 장벽"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는 이 장벽을 물리 공격으로 파괴하는 건 불가능해야 했다.




 하지만 마왕은 그저 주먹으로 억지로 '세계 최고봉 마도사의 장벽'을 박살내버렸다.




 그건 저 클라리스마저 "이게 말이 되냐고!!"라고 소리치게 만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격이었다.




"재밌었어 마도사, 나도 오랜만에 죽음을 느꼈어!"




 클라리스는 초췌한 목소리를 냈고 마왕은 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럼 안녕, 강적이여!!"




 어린 마도사를 겨냥해 곧바로 정권을 날렸다.
























 ──── 휘이, 하고 한 줄기 바람이 불었다.












"어라?"




 마왕이 휘두른 주먹이 닿은 곳은 모든 것이 사라진 황야가 되었다.




 저 마법사는 사라진 걸까. 인간은 연약한 생물이라고 들었는데, 설마 한 방에 뼈조차 남지 않을 꼴이 되어버린 건가.




"손 맛이..."




 아니, 뭔가 이상하다.




 확실히 마왕은 주먹을 내리쳤다. 그 결과 눈앞의 대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저들은 다진 고기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무리 인간이 연약하다고 해도 손 맛이 너무 없다.








"침라만충, 아카식크레코드!!"


























 ──── 순간, 마왕의 등 뒤에서 무수한 쇠꼬챙이가 쏟아졌다.






"뭐, 뒤에서?"




 번개로 뜨겁게 타들어 간 피부에 쇠꼬챙이가 싫은 소리를 내며 박혀 들어간다.




 마왕은 경악한 채로 등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어찌된 일인지 마도사가 다시 장벽을 치고 병사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있었다.




 언제 뒤로 돌아간 거지?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언제 저기로!!!!!!!!?"


"내 말뚝이 너의 외피를 관통했다. 자, 단단한 네 몸뚱이에 번개가 스며들면 어떻게 될까?"


"읏!"




 그리고 다시 만래의 번개가 마왕의 전신을 덮쳤다.




"으아아아악!!"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고통과 경련이 마왕을 덮쳤다.




 이러다간 죽는다. 아무리 마왕이 단단하다고 해도 체내에 직접 고압 전류를 흘려넣어지면 죽어버린다.




 안간힘을 다해 등에 박힌 쇠꼬챙이를 뽑아내려 하면 그 틈에 더한 공격 마법이 날아왔다.




 마법사를 때리러 가면 왠지 공격이 맞지 않고 뒤로 돌아간다.




 마치 마술 같았다. 마왕이 적의 움직임을 눈으로 놓칠 리가 없다.




 그래서 등 뒤를 잡혔다는 걸 마왕 본인이 알아채지 못했어야 하는데 ────








"아니, 다르다"








 그때 비로소,




 마왕은 사태를 이해했다.






"설마 내 공격이 빗나가고 있는 건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 기이한 상황에 마왕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마도사를 공격했어야 할 주먹이 아무것도 없는 땅바닥에 꽂힌 것도, 저기서 변함없이 공격 마법을 행사하는 소녀가 서 있는 것도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마법사!




 이것도 마법인가? 이것이 인간의 싸움 방식인가.




 그 불가사의한 기교에 눈을 크게 뜨고 절규하는 마왕의 등 뒤에는,








 ──── 바람처럼 기척이 희미한 푸른 눈의 검사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