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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그 소녀는 결코 뛰어난 인간이 아니었다.




 머리는 나쁘고, 몸은 허약했다. 겁 많은 성격에, 다른 사람에게 강하게 나갈 수도 없었다. 자세히 보면 얼굴이 귀여울 수도 있었지만, 무뚝뚝하고 제멋대로인 성격 탓에 별로 인기가 없었다.




 소녀는 어릴 때부터 그런 자신의 결점을 잘 알고 있었고, 분수에 맞는 삶을 받아들여, 본가에서 부모님의 일을 도우며 궁상맞게 살아가고 있었다.




 시집갈 데가 없다는 게 고민이긴 했지만, 소녀의 집은 딱히 돈에 곤란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여유롭게 그녀를 먹여 살릴 수 있었기에 서둘러 어딘가에 시집보낼 일은 없었다.




 그렇다, 그녀의 집은 부유했던 것이다. 모험가가 된 그녀의 오빠가 매달 엄청난 액수의 송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오빠는 여동생과 달리 뛰어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검술 재능이 넘쳐났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며, 그럼에도 거만하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한 번 보면 기억에 남는, 유명한 모험가였다.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온 소녀는 알고 있었다. 오빠의 몸은 원래 허약했고, 머리도 결코 좋은 건 아니었다는 걸. 얼굴은 평균보다는 잘생긴 편이었을 뿐, 남매가 타고난 것에는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다만 오빠는 노력파였다. 여동생이 한가롭게 지낸 어린 시절에 오빠는 오로지 검을 휘둘렀다. 그 차이일 뿐이다.




 여동생은 평범한 사람, 오빠는 검호.




 여동생 입장에서 오빠는 자신의 상위 호환이라고 할 수 있었다. 타고난 재능은 비슷한데, 오빠는 검이라는 기술에 매진해 주위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자신은 시집갈 데조차 없이 부업으로 푼돈이나 버는 신세였다.




 부러웠다. 질투가 났다.




 그래서 오빠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별로 칭찬할 만한 게 아니었다. 입만 열면 불평불만을 늘어놓았고, 오빠가 대꾸하면 막말이 오갔다. 돈이 없어지면 오빠 지갑을 멋대로 가져갔고, 심한 때는 금고를 열어젖히고 있는 돈을 모조리 긁어갈 때도 있었다.




 그런 어찌할 도리 없는 여동생이었음에도 그녀는 오빠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이봐! 멋대로 가져가지 말라고 늘 말하잖아!!"


"......흥."


"알았어. 이번에 충분히 휴가 내서 집에 얼굴 비칠 테니까. 아무리 쓸쓸하다고 해도 돈 들고 가버리는 건 곤란하다고!"


"쓸쓸하지 않아. 전혀 쓸쓸하지 않아."




 오빠는 잘 알고 있었다. 여동생이 외로움을 타는걸, 자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이런 짓을 벌이고 있다는 걸. 집에 돌아가면 오빠에게서 훔친 돈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을.



 여동생은 질투의 감정만큼이나 오빠를 좋아하고 있었다. 이런 자신을 받아들여 귀여워해 주는 너그러운 오빠를.




"돈을 돌려받고 싶다면, 직접 집에 찾아와야 할걸."


"아아- 방어구 값 지불일이 내일인데, 하아!"




 즉, 이건 조금 도가 지나친 그녀만의 애교였다. 오빠는 그걸 잘 이해하고 있어서 여동생을 웃으며 용서했다.




 ...... 그래, 그녀의 오빠는 정말 훌륭한 인간이었다. 인간적으로 아량이 큰 남자였다.




 그런 오빠의 죽음이 중개소 길드에서 온 한 장의 종이쪼가리로 통보되었다. 접수처에 문의하자 죽음은 어떤 모험가에 의해 확인되어 확실하다고 했다.



 그 모험가의 이름은 렉스였다.
















































"오빠는 늘 말했어."


"...... 뭐?"


"자신이 아직 단 한 명, 이길 수 없는 녀석이 남아있다고."




 소녀는 똑바로 검성을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확실한 적의가 담겨 있다.




"오빠가 죽었어. 세계 최강의 검사였어야 할 오빠가 죽었어."




 흠, 하고 렉스도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소녀의 말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오빠를 이길 수 있는 녀석이 있다면! 그건 이 세상에서 렉스밖에 없다고 오빠는 늘 말했어!!"


"뭐......그렇겠지. 나 말고 그 녀석을 이길 만한 검사는 떠오르지 않아."


"즉, 너가 오빠를 죽인 범인이야!"




 소녀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붉게 타오르는 불길의 칼날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검을 들어 올려 외쳤다. 오빠를 죽인 남자의 이름을.




"그러니 너를 죽인다, 렉스!!"


"과연, 그렇게 생각한 거구나......"


"이런 나에게 상냥하게 대해준 오빠를...... 앗아간 너를 절대 용서 못 해!"




 ────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녀는 고함을 지르며 렉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딱하게도 렉스에게 걷어차여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좋아. 다만, 각오는 하고 있는 거지? 날 죽이겠다고 선언했으니, 네가 죽게 되더라도 불평은 안 하겠지?"


"그건 불평할 거야!"


"......제멋대로인 녀석이군."




 얼굴에 흙을 묻히면서도 소녀는 일어섰다. 허약하고 단련된 기색조차 없는 가는 팔로 다시 무거운 칼날을 위로 들어 올리며.




"그냥 죽어! 이 불타는 검으로 네놈의 몸을 불태워 버리겠어!"


"초급 마법의 불로는 내 갑옷을 뚫을 수 없을 것 같은데 ......, 뭐, 좋아."




 다시 한번, 소녀가 돌진한다.




 소녀가 검을 위쪽에서 들고 있는 것은 그녀에게 근력이 전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중력의 힘을 빌려 검을 내리치지 않으면 필살의 일격이 되지 않는 것이다.




"우선은 진정해, 자!"


"필살! 라이징 이터널 페이버릿!!"




 그 연약한 검이 검성에까지 오른 검사에게 맞을 리 없다. 뭔가 이상한 필살기 이름을 외치며 돌진해 온 소녀는 옆구리를 렉스에게 걷어차여 날아가 피를 토하며 몸을 꺾어 바위에 충돌해 기절했다.




"아, 이런. 좀 심했나?"


"야, 렉스! 지금 엄청 위험한 날아가는 자세였어!"


"아니 그래도, 그 녀석 여동생이라면 받아넘길지도......"


"바보, 완전 초보잖아 쟤는! 그 걸 보고도 모르겠어?!!"




 렉스의 얼굴이 약간 새파랗게 질렸다. 역시 받아넘기기 정도는 할 줄 알았나 보다.




 하지만 그 소녀는 완전한 검술의 아마추어다. 아니, 검술의 기본 정도는 오빠에게서 들었겠지만, 실전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음, 완전히 기절했네. 뼈도 부러졌으니 제대로 치료해줘야겠어."


"으윽, 어쩌지. 어느 정도는 받아넘기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진짜 초보였나 봐....."


"렉스 최악이네. 나이 어린 초보 여자애를 전력으로 걷어찼다는 소문, 여기저기 떠들어줄게."


"진짜 그만둬 주세요."




 이렇게 해서 그 허약한 소녀 검사의 복수는 막을 내렸다. 기절한 여자를 길가에 버려두면 어찌될지 모르니, 역시 내버려둘 순 없었던 렉스 일행은 그 복수자를 업고 반나절쯤 여행하는 신세가 되었다.




 여검사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녀를 부드럽게 업었고, 검성 일행은 주변에서 따끔한 핀잔을 들었다.


















































".....핫!"


"오, 깨어났구나."




 나탈이 기절한 지 반나절쯤 지났을 때였다. 내 어깨에 침을 질질 흘리며 폭삭 자고 있던 한심한 여동생은 하늘이 붉게 물들 무렵 눈을 떴다. 배가 고파서일지도 모른다.




"어, 어라, 나? 졌어......?"


"검을 잡아본 적도 없는 인간이 검성과 겨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오, 여동생 깼나 봐. 아까는 심하게 해서 미안."


"아픈 데는 없어? 렉스 녀석이 실수로 좀 심하게 했거든, 꽤 중상이었어."



 슬슬 지쳐서 다행이었다. 나는 깨어난 것 같은 여동생을 등에서 내려줬다.




"......렉스!! 오빠의 원수-"


"응, 스톱. 좀 진정해 나탈."


"아-, 여동생? 중요한 말이 있어. 날뛰고 싶으면 내 한마디만 듣고 나서 해."




 ...... 역시 여동생은 바보다. 조금 전에 순식간에 당했는데도 렉스를 보자마자 돌진했다. 이러면 동물하고 다를 바가 없다. 어째서 나 같은 지적인 성격으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그런 그녀를 타일러듯, 렉스는 뺨을 긁적이며 나탈의 돌진을 피했다.




"한마디? 너, 뭘 말하려는 거야!"


"네 오빠는 살아있을지도 몰라. 적에게 잡혀있겠지만......"


"뭐?"




 렉스의 그 말에 여동생은 흔들흔들 눈동자를 움직이며 굳어버렸다. 응, 맞아. 너의 오빠는 살아있어. 딱히 적에게 잡힌 건 아니지만.




"오빠는, 죽었다고......"


"확실히 길드에 그렇게 보고한 건 나야. 하지만 좀 사정이 바뀌어서 말이야......, 그 녀석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생겼어. 더 자세한 이야기, 듣고 싶어 여동생?"


"너는 오빠를 죽이지 않았다는 거야?"


"......죽이지 않았어. 그 녀석은 단 한 명뿐인 내 친구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그 녀석을 죽일 리가 없잖아."




 거짓말 하지 마. 시합할 때 너, 맞았으면 죽었을 위력의 베기가 있었잖아. 아니면 뭐, 내 받아넘기기 실력을 믿고 있었던 건가?




"말해! 아니, 제발 말해 줘! 오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아."




 그리고 렉스는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죽은 동굴에서 수수께끼의 미소녀 검사 플라체를 만나 저들이 시체를 되살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잘생기고 엄청나게 강한 내 시체를 마족들이 그냥 둘 리 없으니, 언젠가는 적으로 만나게 될 조종당하는 내 시체를 되찾기 위해 마왕군을 쫓고 있다는 것을.




 아, 그런 거구나. 렉스가 마왕군 의뢰를 적극적으로 받는 건 내 시체를 찾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구나.




 뭐......그 내 시체는 사이코로 화산에서 화장됐지만 말이야! 자리바와 함께!




"그러면 난, 오빠의 소중한 사람과 싸운거야......? 거짓말...."


"아-, 신경 쓰지 마. 나랑 싸우려는 모험가는 쓸어버릴 정도로 많으니까, 하나하나 신경 쓸 생각은 없어."


"미, 미안해. 오해해서......"


"렉스가 괴롭힌 어린 여자애한테 사과하게 하고 있네. 이거 정보상한테 팔면 좋은 값에 팔릴지도 모르겠네."


"그만해 플라체."




 미안. 여동생을 날려버린 걸로 좀 열 받았거든.




 그런데 나탈은 그대로네. 내 여동생이지만 정말 순진하다. 아무 증거도 없이 남의 말을 믿다니......




 이번에는 우연히 렉스가 좋은 사람이고 이야기도 진실이어서 다행이었지만, 렉스가 악의 있는 사기꾼이었다면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를 일이었어.




 엄마는 뭐 하고 계신 거야, 위험하잖아 나탈을 혼자 여행시키는 건. 머리가 나쁘고 세상물정 모르는 나탈은 나쁜 사람들의 먹잇감이 될 텐데. 서둘러 설득해서 집으로 돌려보내야겠어.




"렉스는 오빠를 찾고 있는 거지?"


"아아."


"......그럼, 그, 나도. 나도 데려가 줘!"




 그 여동생은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나탈이 모험가 일을 한다고? 그런 위험한 건 안 된다고 확실히 말해줘 렉스.




"이봐 여동생, 모험가라는 건 위험이 따르는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직업이야. 너한테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녀석에게 면목이 서질 않아."


"괜찮아. 나도.... 나도 강해질 거야."


"미안하지만 지켜보면서 할 만큼 모험가는 한가한 직업이 아니야. 네가 강해질 때까지 기다릴 시간은 없어."


"허드렛일이라도 좋아. 위험한 곳엔 두고 가도 상관없어. 오빠의......, 오빠의 소식이 제일 먼저 들어올 곳에 있고 싶어."




 어른스럽게 대응하며 나탈을 설득하는 렉스지만, 여동생도 한 발짝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인다.




 허드렛일이라고 해도...... 평소에 나탈은 가사 같은 거 안 하잖아. 너는 기껏해야 야채를 엉망진창으로 썰어놓고 샐러드라고 우기는 것밖에 못할 텐데.




"과연. 모험가가 아니라 메이드가 되겠다는 건가."


"메이드?"




 .......어이, 왜 그렇게 흥미를 보이는 거야 렉스.




"음......지금까지는 카린이 겸업으로 가사를 맡았는데, 가사 전문으로 한 명 고용하는 건 어떨까?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흠. 렉스, 이 아가씨 데려갈 생각인가 보네."


"내버려두면 다른 모험가 파티에 들어갈지도 모르니 곤란하잖아. 친구의 유품이야. 내 눈이 닿는 안전한 곳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가사라든가 할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할 수 있어!"




 그만둬, 정신 차려 렉스. 나탈 같은 애를 메이드로 들인 날에는 청소하다 그 아지트가 폭발할지도 몰라.




"렉스, 그만두는 게 좋아. 저것 봐, 저 흐려진 메이의 눈동자를."


"또 여자애를 늘리시는군요......"




 그것보다 메이가 솔직히 무섭다.




"난 돈 받고 있고 가사를 겸업해도 상관없지만. 뭐, 렉스한테 맡길게."


"음-, 별로 너희들은 내켜하지 않는 것 같네. 그래도 집에 돌아왔을 때 메이드가 맞아주는 건 내 꿈 중 하나였어."


"우윽 역겨워."




 렉스 역겹다. 하필이면 저 나탈을 메이드로 하려는 걸 보니 징그럽다.




 메이드는 지적이고 쿨해야 정석이다. 얼빵뱅이 메이드 따위 고용하면 스트레스 받아서 머리가 벗겨질 뿐이다. 그리고 나탈은 의심의 여지 없이 후자다.




"......렉스 님. 그 정도는 저한테 말해주시면."


"아냐, 메이는 전력이잖아. 우리 파티의 최대 화력은 너니까."


"메이드복을 입어도 마법쯤은 쓸 수 있어요!"


"메이드복 입은 흑마도사를 의뢰에 데려가면 틀림없이 내가 변태취급 받을거 아냐."


"진정해 렉스, 이미 너는 변태야."



 뭐, 이런 식으로 렉스는 강압적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나탈 본인도 간절히 바라는 바라 우리 아지트에 작은 메이드가 탄생했다.




 ........어떻게 되도 모른다.




"왠지 비정상적으로 치마가 짧은데......."


"렉스는 철저한 변태니까."




 그리고 렉스가 준비한 프릴프릴한 메이드복은 그의 성적 취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부끄러운 디자인이었다.




 나도 남자지만 감히 말하겠다. 남자는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