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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아아아!!"




 공기가 맑고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기분 좋은 아침.




 그 마을 외곽에 있는, 검성이 산다는 저택의 뒷마당에서 어린 소녀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봐, 도망치지 마 나탈. 먼저 이 초급편을 클리어 해야지."


"날 놔줘! 해방시켜 줘! 이 미친 놈, 살인마, 패배자아아!!"


"누가 패배자야! 용서 못 해 나탈, 절대 안 보내주니까!"


"싫어어어어어!!"




 메이드복을 입은 소녀는 숨을 헐떡이며 필사적으로 도망 다녔다. 그 뒤에서 다가오는 소검을 든 여검사로부터.




"……무슨 일입니까?"


"메이!? 메이 도와줘!? 네 말대로 저 여자한테 제자로 들어갔더니 죽을 뻔했어!!"


"메이... 저기 쓸모없는 메이드 좀 잡아줘. 검을 가르쳐 주고 있는데 갑자기 도망을 치는거 있지."


"오지 마 사이코! 저게 어디가 정통파 검사야, 그냥 연쇄살인마잖아!! 저런 걸 스승으로 모시면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부족할 거야!"




 그 요란한 고함소리에 한숨을 쉬는 검성에게 명령받아 메이는 뒷마당 상황을 보러 왔지만…….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반 울면서 도망다니는 메이드와 그녀를 쫓는 검사었다.




 그건 지극히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나탈 씨. 스스로 연습을 신청했다면 조금쯤은 참아 보는 게 어떨까요?"


"메이도 저쪽편!? 이 멍청이의 편을 드는 거야!?"


"당연하지. ……먼저 검에 익숙해지는 게 첫 단계인데 거기서 울부짖는 녀석이 어디 있어? 검사를 꿈꾼다고 말했으면 입으로라도 근성을 보여 줘."


"농담하지 마앗!! 난 검사가 되고 싶다고 한 거지, 시체가 되고 싶다고는 한마디도 안 했어!!"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젓는 선정적인 옷차림의 메이드. 그건 렉스가 보면 굉장히 요염하다고 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필사적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겁먹은 것 같네요. 플라체 씨, 어떤 수련인가요?"


"검을 피하는 훈련. 처음에는 검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검에서 도망치는 훈련이 중요하거든."


"아아, 그렇군요."


"아무리 공격을 잘해도 죽으면 끝이야. 아무리 공격을 못해도 도망칠 수 있다면 다음이 있어. ……그러니까 먼저 방어의 기본을 몸에 익히길 바라는 거지."


"나탈 씨, 힘내 봐요. 플라체 씨 말씀이 맞아 보여요."


"그럼 메이가 해 봐! 메이가 해 보라고! 거기까지 말할 거면 말이야!"




 메이는 싫어하는 나탈을 설득해 보았지만, 메이드는 여전히 반쯤 울면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플라체도 조금 짜증난 기색을 띠고 있었다.




"나탈, 슬슬 제정신 차려. 흑마도사랑은 상관없는 수련이잖아."


"……아니. 상관없어요 플라체 씨. 흑마도사라도 검을 피하는 기술을 배워서 손해 볼 건 없으니까요."




 어쩔 수 없지, 여기는 내가 한 몫 하자. 그렇게 생각한 메이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플라체 앞에 섰다.




"...... 괜찮아? 그럼 메이, 내가 먼저 모범을 보여 줄게."


"부탁드립니다."




 흑마도사인 자신이 검을 피해 보이면 나탈도 의욕을 보일지도 모른다.




 메이는 몇 번이고 렉스의 검을 가까이에서 봐 왔다. 이제 와서 칼을 무서워할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우선 눈가리개를 해."


"네, 눈가리개를?"




 하지만 플라체의 그 수련은 매우 기묘했다. 왜 검을 피하는 수련인데 눈을 가리는 걸까.




 메이가 물음표를 머리 위에 띄우며 여검사를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자기 발치에 놓여 있던 50cm 정사각 정도의 작은 상자를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다음으로 발치의 상자를 곧바로 위로 던지고."


"발치의 상자를 곧바로 위로...."




 플라체는 말대로 상자를 하늘 높이 내던졌다. 이끌려 메이도 그 상자를 올려다보았다.










 햇살이 찬란히 빛나는 가운데, 반짝 칼날이 빛났다. 상자에 가득 담긴 무수한 도검들이 천천히 공중에서 퍼져서──




"어어어!?"


"……읏차."




 조금 전까지 플라체가 서 있던 자리에 십여 자루의 검이 쏟아져 내렸다. 날카로운 칼날이 여러 개 땅에 꽂혔고, 메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저앉았다.



"후우."




 하지만 그 중앙에 서 있던 플라체는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그녀는 가볍게 춤추듯이 쏟아지는 무수한 검을 피해 보인 것이었다.




"……뭐 이런 느낌이야. 메이도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이 살인마!!"


"어어어!?"


"그러니까 말했잖아."




 덧붙여 이건 플라체의 스승이 처음 그녀에게 내린 수련이며,




 입문 첫날 연습에서 렉스에게 한 수 따였다고 의기소침해져서 술을 물마시듯이 퍼마시고 만취한 그 스승이 그 자리의 흥에 겨워서 고안한 수련이기도 했다.




 당시 그는 평범하게 이 수련을 해냈지만, 고안한 스승조차 아직도 해내지 못하는 수련이라는 사실을 플라체는 모른다.


































"그래, 오른손은 보조만 하면 돼."


"이렇게?"




 플라체는 메이드에게서 스승 해고를 당했다.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이다.




"오른손이 힘이 더 세니까. 힘이 들어가면 바로 검 끝이 흔들려. 그러니까 오른손은 검의 궤도 조절에만 써. 검은 왼손으로만 받쳐."


"무거운데."


"그럴 만해. 우선은 허공에 휘두르기야…… 왼손 하나로 곧게 허공에 휘둘러 볼 수 있게 해 둬."


"……무거워서 안 돼."


"근력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힘내. 그것도 못하면 이야기가 안 돼."




 사정을 들은 렉스가 할 수 없이 나탈에게 검의 기초를 가르치기로 했다.




 사상 최강의 검성에 의한 일대일 검술 초심자 강좌. 나탈은 엄청난 사치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러는 거야 나탈……. 왜 내게서 도망치는 거야."


"렉스 님과 일대일……. 좋겠다아."




 그늘에 숨어서 두 소녀가 그렇게 축복받은 메이드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굉장히 부러워하는 표정으로.




"……그 수련은 아니에요, 플라체 씨."


"모처럼 날이 무뎌진 검을 구해서 대장장이한테 받아 왔는데."


"날이 무뎌졌다고 해도 보통은 쇠덩이를 머리에 맞기만 해도 중상이에요. ……그런데 플라체 씨는 어떻게 피하고 있었어요, 그거?"


"응? 검의 기척 같은 그런 거. 덜컹 하는 느낌의 기척을 슉 피하는 거지. 원래는 날을 무디게 하지 않는 편이 알기 쉬운데, 역시 위험하니까."


"엄청 설명이 두루뭉술하네요. 그래도 일단 안전은 고려하고 있었군요."




 플라체는 스승 감이 아니다. 마음속으로 메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제자로 들어갔을 때는 날을 무디게 하지 않고, 게다가 더 큰 상자로 했는데 말이지....."


"잘도 살아 있었네요."


"왜인지 가끔 스승이 사과해 와. 그때 일로."


"그렇죠. 저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메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검을 배우러 온 초보자에게 갑자기 무슨 짓을 시키는 걸까. 그리고 플라체는 왜 그걸 너무 쉽게 해내는 건지.




 지금까지 어딘지 믿음직스럽지 않은 여검사였던 플라체의 인상이 메이의 마음속에서 언니의 동료인 괴물로 변했다. 덧붙여 그녀의 스승 '바람베기'의 인상도 '좀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좋아, 나탈은 그대로 허공에 휘두르기 500회! 밤까지 끝내!"


"악마! 악마! 렉스는 악마."


"자, 슬슬 하자 플라체. 기다리게 했네."


"아니. 계속 나탈이랑 친하게 지내든지."




 부우, 하고 뚱한 태도로 플라체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실제로 시스콘이었다. 여동생이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걸 보고 질투한 것이다.




"……너도 토라지는구나."


"안 토라졌어어."




 초심자 강좌를 끝낸 렉스는 그렇게 기분 나빠 보이는 태도의 여검사를 보고 조용히 웃었다. 왠지 즐거워 보인다.




 물론 플라체가 질투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마 그도 여동생을 뺏긴 것에 질투하고 있다고는 생각 못할 것이다.








































"그럼, 수련 빼먹지 마 나탈."


"잘 다녀오세요."




 그 다음 날. 우리는 예정대로 왕도로 향해 길을 떠났다.




 나탈은 비전투원이라 이번엔 안 따라온다. ……렉스는 저 녀석에게 저택 관리를 맡겼는데 정말 괜찮을까.




 나탈의 덜렁대는 모습은 과장된 게 아니다. 혹시라도 나탈이 요리에 실패해서 아지트가 예쁘게 타 버려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의 왕도네요."


"메이는 왕도에 살고 있었지?"


"네. 집을 나오기 전까지는 언니가 소유한 집에서 둘이 살고 있었어요. ……뭐 클라리스는 별로 집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지만요."


"호오. 그럼 메이는 클라리스 집에서 자겠네? 모처럼 왕도에 가는 김에 고향집에 얼굴 좀 내밀어 봐."


"싫어요. 거절입니다. 그 녀석 근처에 있으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거든요."


"뭐, 그건 맡길게."




 렉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메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조금 기뻐 보였다.




"나는 교회에 얼굴 좀 내밀 게. 저쪽 교회에는 기도용 여신상이 있어서 신자로서 1년에 한 번쯤은 기도하러 가고 싶거든."


"알겠어."


"숙박도 아마 교회일 거야. 부탁하면 아마 렉스 일행도 재워 줄 거야."


"아니. 모처럼이니까 관광 겸사겸사 나는 좋은 숙소에 묵을래. ……솔직히 교회의 딱딱한 분위기는 싫거든."


"뭐 렉스라면 그럴 만하지. 플라체는 어때? 종파라던가 있어?"


"검사는 신에게 기도하지 않아. 신을 베어 낼 순 있지만."


"천벌 받을 소릴 하고 있네."




 수녀는 기가 막힌 듯한 목소리를 냈다. 카린으로서는 믿고 있는 신을 베인다면 견딜 수 없겠지.




 ……애초에 신을 물리적으로 베어 낼 수도 없고. 기껏해야 여신상을 잘라내는 정도밖에 할 수 없겠지만.




"우선 왕도에서의 약속을 확인해 두자. 하나, 페니 이외의 장군급과는 관계 맺지 말 것!"


"시비 걸리면 재빨리 도망치던가, 신속히 렉스를 불러."


"둘, 시비를 걸지 말 것! 절대 도발에 넘어가지 마!"


"잠깐, 왜 거기서 나를 노려보는 거야."


"셋, 멋대로 쇼핑하거나 계약 맺지 말 것!"


"왕도는 바가지나 사기가 많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뜨기가 왕도 가게에 가면 엉덩이 털까지 뜯길 거예요."


"이상! 알겠지? 플라체."


"뭐!? 지금 그거 전부 나한테 하는 말이었어!?"


"그야 우리랑 메이는 왕도에 간 적이 있으니까."




 충격에 휩싸인 듯한 표정을 짓는 검사를 최강의 남자는 즐거운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뭐, 왠만한 일은 내가 지켜 줄게. 하지만 너도 제대로 조심해야 돼?"


"바보 취급하지 마. 내가 그렇게 쉽게 속을 리가 없잖아."


"순식간에 속아서 울고 있을 것 같은데……."




 ──그들이 향하는 왕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혹한 운명도 모른 채.












































 ───장소는 바뀌어,




"정말, 마족이란 건 대단하네. ……하아, 나는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인 건가."


"너는 인간으로는 파격적이었지만 말이지."




 어떤 동굴의 최심부.




 한 남자가 가늘고 작은 검을 손에 든 채 서 있었다. 그 앞에는 거대한 철 투구를 쓴 마물이 대검을 겨누고 있었다.




"마검왕, 고맙다. 일부러 나를 눈여겨보고 살려 줘서."


"감사할 거면 자리바에게 하는 게 좋아. 죽었어야 할 네가 지금도 숨 쉬고 있는 건 그녀의 기술 덕분이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왕님께 반역한 어리석은 자에게 감사같은 걸 할 수 없지."




남자는 토해내듯 자리바를 깎아내리더니 유유히 검을 겨눴다. 그리고 조용히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간다."


"와라."




 짧은 대화를 나눈 직후, 마검왕이라 불린 거대한 마족이 신속한 검격을 날려 남자의 몸을 두 동강 내서──








"좋아, 드디어 한방."


"음…… 강하군."







 그 검이 휘둘러진 즈음에는 남자는 그 자리에서 바람처럼 사라져 있었다. 마검왕은 어느새 등 뒤로 돌아와 있던 남자에게 검을 겨눠지고 있었다.




"하하하. 대단해, 정말 대단해 이 몸뚱아리. 렉스보다 힘이 셀지도 몰라."


"너의 육체에는 우리들의 피를 섞어 넣었으니까. 상대가 인간이라면 어떤 상대라도 이길 수 있을 거다."


"……그렇지. 렉스 녀석은 우연히 뛰어난 육체를 타고난 것뿐이고. 그래서 내가 계속 지고 있었던 거지."




 그 검사의 눈동자는 광기에 물들어 있었다.




 ──상냥하고 고결했던 그 정신은 지워져 버렸다. 여동생이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잃고, 마왕에게 충실할 것을 강요당한 그 검사는 큰 소리로 웃었다.




"이길 수 있어. 내가 최강이다. 이제 렉스 따위는 적수가 안 돼."


"당연하지. 인간 따위를 라이벌로 여기지 마. 너는 이제 우리들의 동포다."


"후, 후후, 후하하핫!! 그렇다면 새겨 주지, 뿌리내리게 해 주지, 최악의 공포를!! 하나 남김없이 죽여 주마, 어리석은 인간들을!!"




 마치 부서진 인형처럼. 그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초점 맞지 않는 눈을 흔들며 소리쳤다.




"이 '바람베기'가! 최강의 검사라는 걸! 세계 끝까지 알려 주마!"












 ──머지않아, 운명은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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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여동생편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