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어두컴컴한 밀실에서 적대하는 검사와 대장군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한쪽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대장군을 노려보고, 한쪽은 눈을 한계까지 크게 뜨고 목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그곳은 작은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어, 아... 넌, 렉스의...?"


"응."


"왜 여기 있는 거야? 어째서 내가 여기서 자고 있는 거지?"


"너가 복도에서 기절했어. 내가 간호해줬어."


"...하아. 그렇구나?... 아, 으아아아."




 달빛에 비치는 옅은 복숭아색 머리카락.




 방금 전까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한 듯한 미노는 머리를 감싸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식은땀을 폭포처럼 흘리면서.




"질문 1. 넌 렉스한테 나와 연관되지 말라고 듣지 않았어?"


"응, 뭐 그랬지만."


"질문 2. 그럼 왜 날 도와준 거야?"


"아니, 눈앞에서 쓰러지면 보통은 도와주잖아."


"...질문 3. 내가 이상한 잠꼬대 하지 않았어?"


"변경을 지키려면 병력 빼면 안 된다느니, 렉스보고 미워하지 말라느니, 자금 마련을 위해 귀족을 속여야 한다느니 이것저것 말했어."


"울고 싶다..."




 미노 장군의 눈이 흐릿하게 죽어갔다. 꽤나 치명적인 잠꼬대가 범람했으니까.




 렉스 가족의 원수, 국왕이잖아.




"너, 이름이... 플라체 맞지?"


"응."


"...걸린 게 하필 너라니. 그거 가명이지? 너의 과거만큼은 전혀 찾아낼 수 없었거든. ...이러면 가족 써서 협박도 못하겠네..."


"너의 발상이 더러워!"




 아직 눈이 약간 멍한 미노는 눈동자 속을 흐릿하게 만들며 무서운 말을 중얼거렸다.




 즉 그거구나, 만약 내가 본명으로 이 자 앞에 나타났다면 나탈이나 어머니가 위험했을 거라는 건가? 역시 렉스 공인 못된 장군이네.




"..."


"아, 아니, 방금 건 농담이라니까! 나로서는 너랑 꼭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런 건 정말 최후의 수단 같은 거야!"


"..."


"아니, 어쩔 수 없었어! 그야 들키면 곤란한 말밖에 없었잖아, 내 잠꼬대! 설마 이 나를 간호해줄 사람이 있을 거라곤 예상 못했단 말이야! 이런 약점 잡힌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모르겠다.




 ...... 과로로 쓰러져도 다른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 걸까, 이 녀석. 너무 미움 받고있네.




"주변에서 미움을 받고 있다는 자각은 있구나, 너."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국가를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나라에서 가장 미움받는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흥분하지 마, 흥분하지 마."




 ...... 힘들게 살고 있구나, 이 녀석. 발상은 더럽지만 동시에 엄청 손해 볼 것 같은 성격이기도 하다.




"제발. 아니, 내가 할 수 있는 양보라면 뭐든 할 테니까..... 렉스에게 만은 일러바치지 말아줘."


"일러바치다니? 뭘?"


"아니, 그 내 잠꼬대라든가..."


"아까 그 잠꼬대를 렉스한테 들키면 곤란한 거구나. 좋아, 말해줄게."


"나라가 망하니까 제발 봐줘!"




 미노는 매달리듯이 나에게 안겨서 눈물을 글썽였다.




 은은하게 풍만한 가슴의 감촉이 하체를 감싸고 있다. 오, 오오, 크구나 이 여자...




"제발... 내가 다 잘못한거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음..."




 이건 판단하기 곤란하다. 나는 렉스의 친구고, 이 녀석이나 이 나라에 편들 이유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는 한 이 여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버리고 움직이는 듯한 인상이 있다. 오늘도 렉스에게 자기 목숨을 주겠다고 했었잖아.




 ...... 솔직히 렉스에게 전할지 말지를 렉스에게 상담하고 싶다.




"그럼 일단 내 질문에 대답해 줘. ...왜 렉스를 페니 진영에서 떼어냈어?"


"뭐? 말했잖아, 내 지휘 하에 움직여주지 않으면 왕도가 위험하니까. 엠마는 정치에 뛰어나지만 전쟁 지휘 경험은 거의 없어서 렉스를 맡겨두기가 불안했던 거야. 애초에 그 애는 나라보다 페니 장군을 우선시하는 인간이고."


"그럼 그 이면은? 렉스 일, 뭔가 숨기고 있는 속셈 있지?"


"아니, 없어. 이 책략은 기껏해야 페니 진영의 발언권 깎아내리는 정도 밖에 부수적 효과가 없고. 이번 일에 관해선 나는 정말로 렉스를 지휘 하에 두고 싶었을 뿐이야. 렉스가 돌아갈 위험도 고려해서."




 그렇게 말하는 미노의 눈빛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 뭐, 확실히 렉스한테 죽도록 미움받는 미노가 그런 짓을 하면 즉시 아지트로 돌아갈 위험도 있겠지.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짓을 할 이유는 모르겠지만.




"클라리스를 왕도에서 멀리 보낸 이유는?"


"클라리스라니, 그 변태 마도사? 멀리 보냈다기보다 그냥 원정 보낸 거야."


"...변태?"


"변태지. 전혀 모르겠어, 그 애 마법 이론. 내가 봐도 조금도 이해 못 한다니... 도대체 어떤 이론인 거야......?"




 미노의 눈이 메이처럼 흐려졌다. 역시 클라리스는 마술사 입장에서 보면 머리가 좀 이상한가 보다.




"마왕군이 오잖아? 왜 일부러 클라리스를 멀리 보냈어?"


"마왕군이 오니까...... 지금 우리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게 북동쪽 요새에 거점이 잡히는 거야. 그래서 아끼지 않고 클라리스를 파견한 거지. 거기는 마술 방어 결계를 치면 점령하기 엄청 어려워."




 내 질문에 미노는 막힘없이 술술 대답했다.




"사실 북동 요새에 마왕군이 올 가능성은 반반이야. 하지만 마왕군을 지휘하는 존재 중에 머리 좋은 자가 있다면 첫 수는 반드시 북동 요새 기습이 될 거야."


"그 요새에 마왕군이 안 올 가능성도 있단 거야? 안 오면 클라리스 없이 어떻게 싸워?"


"아니, 그 경우가 제일 고마워. 그러면 마왕군은 항상 클라리스에게 뒤통수를 노출하고 있는 셈이 되니까."




 미노는 강의하는 선생님처럼 검지로 천장을 가리키며 진지한 표정으로 해설을 이어갔다.




"플라체, 일단 왕도 남쪽은 절벽이라 적은 반드시 북쪽에서 쳐들어올 거야. 대군이 그 절벽을 타고 오르는 건 현실성 없으니까."


"뭐, 그렇겠지."


"왕도 앞 평원은 시야가 좋아. 사정거리만 닿으면 고지대에 있는 요새에서 적을 마음껏 노릴 수 있어. 즉, 비정상적인 사정거리의 마법을 쓰는 클라리스가 북동 요새에 진을 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간 쪽은 꽤나 유리해져. 설령 저들이 요새의 위협을 눈치채고 포위해도 클라리스 정도의 마법사가 결계마법이 있는 요새에 틀어박히면 함락시키기 엄청 어려워. 왕도성에서 바로 원군을 보낼 수 있고."


"...오, 오."


"클라리스가 요새를 확보한 채로 전투가 벌어지면 마왕군을 양면 공격할 수 있어. 그래서 나는 그녀를 제일 먼저 요새에 파견했어."


"즉 마왕군의 최고의 첫 수는 그 요새 공략이라는 거네?"


"그래. ...그렇게 예상했는데 설마 처음부터 성 아래 마을에 올 줄은 예상 못했어. ...오늘 아침 습격은 마왕군 일부의 폭주라고 봐."




 그렇게 말하고 미노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얼굴을 했다.




"성 아래 마을 습격은 마왕군 입장에서 볼 때 손해가 더 커. 물자가 엄청 부족했거나 멋대로 부하가 날뛴 정도로밖에 성 아래 마을 습격은 일어날 수 없어."


"왜? 이쪽은 엄청난 피해잖아? 사람이 저렇게 죽었는데."


"사람이 많이 죽었으니까. 어제까지만 해도 왕도 사람 대부분은 마왕군 존재에 회의적이었어. 아직 소문만 돌 뿐 실제 피해가 거의 없었거든."


"그래? 마왕군이 있다는 증거 같은 건 수두룩했잖아."


"남의 입으로 들은 것만으로는 사람은 믿지 않아. 하물며 마왕군 같은 믿고 싶지 않은 얘기라면 오죽하겠어.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나면 누구라도 마왕군을 인정하고 두려워하며 싸울 의지를 굳히겠지?"


"음."


"내가 지휘하고 있었다면 제국군에 경계되기 전에 북동 요새를 마왕군 전 병력을 동원해 탈취했어. 절대적 유리함이 보장되는 첫 전투를 성 아래 마을 습격 같은 데 쓰지 않아."


"..."


"많은 백성의 목숨. 각지에서 모인 상인들의 무기, 식량. 네 말대로 마왕군의 습격으로 인한 피해는 크고 복구에 엄청난 자금이 필요해질 거야. 하지만 그 이상의... 백성에게 전의라는 무엇보다 강력한 무기가 깃들었어."




 모든것을 꿰뚫어 볼 것 같은 투명한 눈동자로 미노가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이번 습격으로 나는 두 가지 정보를 얻고 한 가지 치명적인 사실을 깨달았어. 하나는 내 예상대로 마왕군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 둘째는 마왕군이 결코 일사분란하지 않다는 것. 그들 사이에도 인간과 똑같이 파벌이나 대립 같은 추악한 면이 존재하는 듯해."


"오늘 아침 일이 부하의 독단이었다면 확실히 그렇겠네."


"...그리고 깨닫고 만 건 마왕군의 강함이 상상 이상이라는 거야. 습격당했을 때 피해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니 저들의 잡졸 한 명 한 명이 고도의 연계를 취하고 있고, 강함도 각각 대장급 병사에 필적한다나. 역시 체력이나 근력은 인류가 마족에 크게 밀리는 것 같아."


"아아. 저들, 그 근처 잡병조차 꽤나 강했어."


"그런 잡졸들을 거느린 우두머리, 마왕군의 장군급이 얼마나 강할지 상상도 안 가. ...일대일로 붙게 되면 페니 장군이나 멜로가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래서야말로 비장의 패로서 렉스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한 거야."




 그렇게 말하고 미노 장군은 숨을 고르며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플라체, 렉스와 함께 있는 너라면 알겠지. 그와 일대일로 이길 존재 같은 건 있을 리 없다는 걸."


"...그, 그건 어떨까?"


"아니, 있을 수 없어. 그런 자한테 이긴다면 그 시점에서 인외니까."




 ...... 아니 나, 예전에는 드물게 이긴 적도 있었는데. 나도 인외 취급인 거야?




"페니 장군도 멜로도 말하자면 인간 중에서 강한 느낌이야. 하지만 렉스하고는 비교할 수 없어."


"뭐, 확실히 그런 느낌이긴 한데."


"그리고 페니 장군의 진짜 강함은 본인의 전투력이라기보다는 그 엄청한 인망의 두터움에 있어. 본인도 제법 강하긴 한데 주변 사람들이 앞다퉈 힘을 보태주는 게 대단해. 그래, 딱 나와 정반대 타입..."




 아, 미노가 조금은 초라한 표정을 지었다.




"엠마라든가, 클라리스라든가, 의용병 사람들이라든가. 평민 출신 페니 장군 주위에 저렇게 사람이 모이는 것도 인덕인 걸까."


"...그러고 보니 엠마 정말로 참모 노릇을 하고 있어? 그 나이에?"


"오히려 그 애가 페니파의 핵심 인물이야. 그녀의 우수함은 차원이 달라, 진지하게 나를 제외하면 나라에서 제일가는 정무관이라고 봐. 실제로 한때 문관으로 정무에 종사했을 땐 엄청난 성과를 올렸고..... 페니 장군과 떨어지기 힘들었는지 반년 만에 문관을 그만뒀지만."


"그러고 보니 문관으로 일했다고 하더라."


"엠마는 진짜야. 부정부패 수법이나 은폐 공작, 입막음은 아직 좀 미숙하지만... 경험만 쌓으면 성장할 거야. 내가 죽으면 후임을 엠마로 하라고 국왕에게 유서를 남겨놨어."


"에, 엠마가 그 나이에 대장군이 되는 거야?"


"뭐, 그렇게 쉽게 죽을 생각은 없어. 페니파의 발언권이 너무 커지니까. 그래도 능력으로 따지면 엠마 말고는 후임을 맡길 수가 없어. 그 애, 어리면서도 정치가 깨끗한 일이 아니란 걸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거든."


"..."


"뭐, 페니 장군의 사정을 너무 우선시하는 경향은 있지만. 그 열정이 나라를 지키는 쪽으로 향해준다면 최고일 텐데."




 미노 장군 안에서 엠마의 평가가 이상할 정도로 높다. 그 소녀, 그런 괴물이었나?




 하지만 그런 괴물 엠마를, 약점 잡고 협박하고 있는 눈앞의 대장군이 오히려 더 위험한 건지도 모르겠다.




"...정치 세계가 무서운 건 어느 정도 알겠어."


"뭐, 말하기 어려운 걸 해서라도 국익을 우선시하는 세계니까. ...하지만 나에겐 인간 말종의 악명을 뒤집어써서라도 이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어."


"흐응. 미노는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나라를 지키려고 하는 거야?"


"응, 나? ...음, 그러니까."




 내 질문에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몸짓을 한 뒤. 그녀는 살짝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볼을 긁적이며 눈을 감았다.






"부끄러우니까 비밀로 할게."






 뺨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며 미노가 웃는다.




 나에겐 그 미소에 속셈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