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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아악!!"


 


 훈련소에 딸린 의무실에 렉스의 더러운 비명소리가 메아리쳤다.


 


"팔을 새로 달았으니 당연히 아프지."


"으, 으으으..."


"새로운 팔을 만드느라 몸에서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했어. 당분간은 절대 안정이 필요해."


"크으..."


 


 검성은 말없이 이를 악물며 새로 달린 팔을 움켜쥐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 결전 3일 후, 우리 렉스 일행은 성으로 돌아왔고 미노 대장군에게 직접 치료를 받고 있었다.


 


 


 


 


 


"팔을 새로 자라게 한다는건 도대체 어떤 원리인 거야?"


"정확히는 복제야. 남아있는 '왼손'에 상처치유 마법을 걸어 '오른손'에 그 마법 효과를 반전시켜 발동시킨 거야. 즉, 왼손을 좌우 반전시켜 오른손에 붙인 거지."


"고도로 복잡한 일을 해냈구만. 술식은?"


"안 알려 줘. 자세한 술식이 알고 싶으면 내 군대에 입대하라고.."


"사양할게. 나는 렉스 외에 다른 사람과 한 팀 될 생각 없으니까."


"어머 유감이네. 그리고 새로 단 건 어디까지나 왼손이라 당분간 위화감은 남을 거야, 렉스."


"조언 고맙네."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구나.


 


 미노는 선언대로 렉스의 팔의 치료를 진행했고, 우리는 주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카린이 감탄하는 걸 보니 역시 미노도 초일류 치유마법사인 모양이다.


 


 아니, 회복마법도 숙달되면 팔을 살릴 수 있구나. 목만 남겨도 반나절은 살 수 있는 마법도 있다고 하니, 훗날에는 회복마술사가 최강이 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흠, 그러군. 확실히 예전 오른팔 감각이 아니야..."


"렉스, 예전에 오른손잡이였지? 새로 단 건 어디까지나 반전된 왼손이라 꽤 어색할 거야. 당분간 재활 열심히 해."


"...아아, 알겠어. 젠장."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렉스는 불쾌한 듯이 검을 잡았다.


 


"우와... 이 느낌은 뭐야. 기분 나빠."


"자, 나도 이제 가볼게."


"치료 수고했다. 이제 너한테 볼 일 없으니 당장 꺼져라."


"응 꺼질게. 뭔가 문제 생기면 우리 회복술사한테 상담하든가 카린한테 뭐라도 해달라고 해. 나도 바빠서 네 애프터케어까지 신경 쓸 여유 없거든."


"내가 너한테 부탁할 거 같아?"


 


 여전히 렉스는 미노에게 가혹하다. 전혀 신뢰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뭐, 이것도 미노의 계산대로겠지. 내버려 두자.


 


"자, 플라체. 잠깐 검을 받아줘."


"좋아. 조금 잘 싸우는 요령을 터득했어. 보여줄게."


"오오."


"아니, 절대 안정을... 아 이제 그만 두자. 알아서 해."


 


 그리고 마침내 오랜만에 렉스와 겨루는 시간이 왔다.


 


 이번에는 재활이라 승패 같은 건 없지만, 내 새로운 스타일이 이 남자에게 어디까지 통할지 궁금했다.


 


 내가 받기만 하면 되는 것 같다. 진심인 렉스를 당해낼 수는 없겠지만, 감각이 어긋난 검을 조정해주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저 녀석들을 쓰러뜨린 건지, 확인해주지!"


 


 그렇게 말하며 달려드는 렉스를.


 


"......"


 


 나는 조용히 푸른 눈동자로 응시했다.


 


 


 


 


 


 


 


 


 


 


 


 


 


 가짜 나를 물리친 전투 이후로, 나는 검을 잡으면 '깊이 빠져들 수' 있게 된 것 같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각이다. 마음이 가라앉고, 시야가 넓어지며, 세상이 얼어붙는 독특한 느낌.


 


 그러고 보니 스승님이 말씀하셨지. 검을 끝까지 추구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각을 느끼게 된다고. 즉, 나도 그 마족장과의 전투를 거치며 조금은 성장한 것이리라.


 


 ──── 뭐, 내가 아무리 성장한다 한들 눈 앞의 렉스에겐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흠!"


 


 아음속이라 해야 할까. 렉스의 강검은 보고 나서는 대처할 틈이 없다.


 


 근육의 수축과 혈관의 박동, 검기의 흐름과 적의 숨소리, 그 모든 걸 파악해 앞을 내다보고, 겨우 받아넘길 수 있다.


 


 비유하자면 렉스는 중전차 채리엇이다. 철갑을 두르고 공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밟기만 해도 적을 도륙내고 성문을 파괴하는 전장의 파괴자.


 


 나 같이 그저 검만 들고있는 졸개가 아무리 기량을 높인다 한들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 흠!!!"


 


 오오, 확실히 렉스의 검 궤적이 평소와 다르다. 양손의 힘 조절이 서툴러서인지 약간 왼쪽으로 베기가 빗나간다.


 


 ...... 이러다간 자세가 무너질 것 같은데. 그러면 여유롭게 검으로 찌를 수 있겠어.


 


 하지만 이건 렉스의 재활이다. 승부도 아니고, 애초에 렉스도 진심으로 베어 온 게 아니었다.


 


"새 오른손, 힘을 너무 주는 것 같아."


"오, 그런가."


 


 그래서 나는 쓸데없는 짓을 해서 검 궤적을 빗나가게 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반 걸음 물러나 공격을 피했다. 렉스의 공격이라도 이렇게 흔들흔들한 검이라면 쉽게 피할 수 있다.


 


"그럼, 이건 어때?"


 


 다음 공격은 정확히 내 정면을 향해 내려진다. 역시 렉스. 이미 검을 교정한 모양이다.


 


 여전히 오른손에 불필요한 힘이 실려 있지만, 이 궤적이라면 피할 수 없다.


 


"응, 좋아. 하지만 아직 힘이 들어가 있지? 잔심이 어설퍼."


"...그런가."


 


 피할 수 없으니 렉스의 베기를 힘이 실린 오른쪽으로 유도해 빗나가게 했다. 역시 허공을 가른 후의 렉스의 자세는 흐트러져 있었다.


 


 잔심의 동작에 낭비가 많다. 역시 제 컨디션이 아닌 듯하다.


 


"렉스는 진심으로 검을 휘둘러선 안 돼. 팔 새로 달았잖아, 떨어질지도 몰라."


"...알고 있어."


 


 렉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크게 숨을 내쉰다.


 


"좋아! 간다."


"오." 


 


 다음 일격은 ──── 완벽했다. 마치 예전처럼 양손의 근력 밸런스가 녹아든 베기였다.


 


 역시 검성이다. 벌써 저 녀석은 새로 생긴 손의 감각을 잡아낸 모양이다.


 


"......"


 


 세상이 푸른색으로 물든다. 렉스의 대검에 바람이 울부짖으며, 공간을 가르며 내 어깨를 노린다.


 


 ──── 무게 중심은 렉스의 단전. 이대로라면 자세를 무너뜨리는 것은 고사하고 검 궤적을 빗나가게 하는 것조차 어렵다.


 


 반 걸음이라면 피할 수 있다. 바깥쪽으로 몸을 열자.


 


 오른손에 쥔 검으로 작게 배를 찌르는 페인트를 넣어둔다. 순간 렉스의 시선이 내 검으로 흔들린다.


 


 시선을 어긋내면, 맨손으로 왼손을 렉스의 대검 옆구리에 밀어 넣는다. 아쉽게도 검의 궤도는 빗나가지 않지만, 가벼운 내 몸은 쉽게 이동한다.


 


 렉스의 검 궤도가 바뀌지 않아도 내 몸은 밀리면 움직인다. 이렇게 어떻게든 렉스의 베기를 피할 수 있었다.


 


"응, 좋은 것 같은데 렉스. 지금까지 중 제일 좋았어."


"...그, 그런가."


"이제 남은 건 지금 그 움직임을 의식하지 않고도 할 수 있게 하면 돼. 지금 꽤 집중해서 했잖아."


"아아."


 


 렉스는 난처한 표정으로 휘둘러 낸 대검을 바라보고 있다.


 


 역시 위화감이 크겠지. 자신의 움직임에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수백 번 검을 휘둘러 익힌 감각이 처음으로 돌아간 셈이니까.


 


"...검. 플라체, 넌 지금 검을 쓰지 않고 피했어?"


"응? 아니, 페인트에 썼잖아."


"아니, 뭐..."


 


 응, 왜 그러지. 검술 이야기가 아닌 건가? 렉스는 뭘 묻고 싶은 거지?


 


"...난 감각을 되찾기 위해 잠시 검을 휘둘러볼게. 플라체, 고마웠어."


"어, 빨리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라고, 리더."


"아아."


 


 렉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묵묵히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대단해, 분명 금방 원래의 괴물로 돌아올 거다.


 


 ──── 나는 어떡하지. 렉스를 이길 순 없다는 걸 깨달아 버렸으니 이제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를 의미가 없어졌다.


 


 ...... 아니, 그래도 난 렉스를 당해내지는 못해도 렉스에게 도움이 되는 검사가 되고 싶다. 이번처럼 렉스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 보조해줄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싶어.


 


 좋아, 나도 수련하자. 가상의 렉스를 상대로, 지금의 내 움직임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보자.


 


 


 등골을 쭉 폈다 검을 내밀었다. 눈을 감고 진심을 다한 렉스의 환영을 떠올린다.


 


 자, 수련의 시작이다.


 


 


 


 


 


 


 


 


 


 


"──── 젠장, 조금 전에 검을 내밀었다면 졌어......"


 


 그때, 훈련소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조급한 듯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어이, 패배자 검성 형님!"


"...이 자식, 죽여버리겠어."


 


 훈련소에서의 검술 연습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자, 입구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낯익은 얄미운 꼬마가 말을 걸어왔다.


 


 꼬마는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온다. 아무래도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어라, 착각인가? 이 나라 최강으로 유명한 '검성' 렉스 님이 팔 하나를 잘려 죽을 뻔했다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두 팔이 멀쩡하네, 가짜 뉴스였나?"


"...아니. 뭐, 그게... 미노가 새로 달아줬어."


"응, 알고 있어. 그 정보도 병사들한테 들었어. 숨기려 하지 않는 성격인 걸 보니 렉스 맞네. ...그런데 마족한테 졌다는 게 무슨 소리야? 나는 너의 강함을 보고 꽃장식을 준 거잖아?"


 


 의심스러운 듯 렉스를 올려다보는 사기꾼 꼬마.


 


 뭐, 그렇게 탓하진 마라. 아무리 강한 자라도 방심하면 질 수 있는 법이다. 렉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을 거다.


 


"으, 크흠. 미안, 그 일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런 폼 잡고 출정해 놓고, 얼마 안 가 '마족은 격퇴했으나 검성 패배!' 라는 속보가 날아들었을 때 내 기분을 알아?"


"..."


"내가 신세를 져야 할 건 옆의 멍청해 보이는 누나였던 건가. 내 눈썰미도 믿을 게 못 되는군."


 


 의외라는 듯 꼬마가 나를 바라본다.


 


 나 같은 놈에게 은혜를 져봤자 소용없을 텐데. 아무런 배경도 없는 평범한 모험가 검사일 뿐이다.


 


"...그나저나 꽃장식을 안 달고 있는 걸 보니. 설마, 그거 발동됐어?"


"어, 그거 가짜가 아니였어?"


"아니, 진품 중에 진품이지.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안 받을 것 같아서 거짓말했던 거고."


 


 아, 그랬구나.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릴리의 꽃장식 덕분에 살아난 거군.


 


 ──── 우와, 저 꼬마가 꽃장식을 안 줬으면 렉스가 죽었을 뻔했네. 이, 이거 엄청난 은혜를 입은 거잖아.


 


"그, 그렇게 비싼 걸 어째서 공짜로 준 거야?"


"내가 형님의 최강 타이틀을 되찾아줘야 하니까. 그 목표물인 너야말로 내가 성장하기 위한 이정표야. 그래서 내가 가진 걸 전부 너한테 걸어보기로 한 거지."


"...정말 미안해. 진심으로 살았어."


"됐어 됐어. 갚아주면 그걸로 된 거야."


 


 축 처진 어깨로 말하는 렉스. 꼬마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기보다 두 배는 될 법한 체격의 검성 어깨를 두드렸다.


 


"뭐, 검성이 상대라면 떼일 걱정은 없겠지. 기대하고 있을게?"


"정가가 얼마인데, 그 꽃장식? 부르는 값 줄 테니 걱정 마. 무조건 구해다 줄게."


"하하하! 바보 같으니. 이런 귀한 목숨의 은혜를, 돈으로 받을 리가 없잖아."

 



 렉스는 꼬마의 말에 수상쩍은 표정을 지었다. 눈썹을 찌푸리고, 아무 말 없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는 꼬마를 내려다본다.


 


"──── 맞춰 봐?"


 


 꼬마는 작게 속삭이더니, 렉스의 어깨에 팔을 걸고 숙소 주변을 걷는 시민, 상인, 병사들 모두를 향해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오오, 지나가는 여러분들! 보세요, 모이세요! 여기 계신 분은 전설의 최강 검성 렉스에, 새로운 신예 영웅 '신검' 플라체! 자, 보세요, 모이세요!"


 


 렉스가 꼬마의 고함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나도 꼬마의 기행에 당황해 꼼짝도 못했다.


 


 그 목소리를 들은 숙소 근처에서 가게를 열었던 상인들과 행인들이 일제히 이쪽을 돌아본다.


 


"뭐야, 검성이야?"


"진짜야?"


"저 여검사가 조만간 작위를 받는다는 영웅...?"


 


 수많은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된다. 마을에서 주목을 한 몸에 받은 꼬마는 렉스와 어깨동무한 채로 싱글벙글 웃고 있다.


 


 잠깐만. 영웅은 또 뭐야. '신검'은 또 뭐고. 내가 영웅 취급을 받고 있다고? 난 그런 얘기 전혀 듣지도 못했는데.


 


"이 두 분이 바로 얼마 전 마왕군 섬멸전에서 크게 활약하신 분들입니다! 자, 여러분, 감사와 박수를 보내죠!"


"오, 오오! 진짜라면 감사를 아끼지 않겠소."


"아! 진짜로 검성 렉스 아냐! 그럼 저 소녀가 '신검' 플라체?"


"대박, 진짜야?!"

 


 움직일 수 없는 채로 카린과 메이를 감싸 안으며 뒷걸음질 쳤다. 우리 주위로 왕도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순식간에 에워싸였다.


 


 아, 지금 틈을 타 엉덩이 만진 놈 누구야. 젠장, 진심 모드 들어간다, 이 자식들아.


 


"잠깐, 너 뭘..."


"은혜를 갚아주는 거잖아? 좀 따라 줘."


 


 내가 푸른 눈으로 주위의 남자들을 위압하는 동안, 꼬마는 눈을 휘둥그레 뜬 렉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 꼬마에겐 무슨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 해도 뭘 꾸미는 건지 미리 설명이라도 해줘.


 


"자 잘 들어요 여러분!! 저도 검성에겐 엄청난 신세를 졌다고요! 상의 끝에 제가 렉스 일행에 투자하는 후원 상인이 되기로 했습니다!!"


"뭐, 너 같은 꼬마가?"


"그렇죠. 상인한테는 돈 밝히는 사기꾼들이 많이 따라붙거든요. 그래서 검성은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나를 후원자로 선택한 겁니다."


"...뭐?"


"맞춰 줘, 형."


 


 꼬마의 선언에 주위에선 충격과 동요가 느껴졌다. 후원자라니, 돈 대주는 상인을 말하는 건가? 그런 말은 없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줄줄이 거짓말을 늘어놓지. 입담 좋은데, 이 녀석.


 


"나는 소타!! 지금은 그저 잔물건이나 파는 작은 상인이지만, 언젠가는 이 성 밑의 마을을 재건하는 대상인이 될 남자!"


"오, 오오."


"그리고 내 뒤에는 검성이 버티고 있어!! 내 가게에 이상한 짓 하려 들거나, 나한테 해코지하려는 자는 검성과 적이 될 거야!! 그치, 렉스!"


"에? ...아, 아아. 소타는 친구야."


"다들 들었지!! 지금 말한 대로야!!"


 


 ...... 우, 우와. 렉스 녀석,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네.


 


 아니, 목숨의 은인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설마 다 계산대로인 건가, 이거?


 


"검성 렉스나 신검 플라체한테 고마움 느끼는 사람은 꼭 나한테 투자해 줘! 그게 이 젊은 영웅들을 돕는 일이 될 거야!"


"...어라, 나도 휘말리는 거야?"


"자자, 나랑 사업 제휴 맺고 싶은 사람 없어? 나는 소타, SOTA 상회의 주인이다! 내 말에 흥미 있는 사람은 따라와!!"


 


 사과 사기꾼은 그렇게 말하곤 렉스에게서 떨어져 상인들 무리 한가운데로 향했다. 다만 떨어지며 싱글벙글 웃으면서 렉스에게 속삭였다.


 


"이걸로 빚 청산이야. 하하."


 


 렉스는 벌레 씹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꼬마를 배웅했다. ...반면 꼬마의 얼굴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 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형의 죽음을 극복한 모양이다.


 


 


 


 


 


 


 


 


 


 


 


 


 


 


"그 꼬마 대단하구만."


"...엄청난 녀석한테 이용당한 기분이야. 하지만 목숨의 은인이니까, 그 녀석."


 


 굉장한 꼴을 당했다. 이게 완전히 이용당하는 거구나.


 


 소타는 마족의 습격으로 모든 걸 잃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기는커녕 앞을 보고, 손을 내밀어 준 렉스를 이용해 출세까지 노리고 있었다.


 


 그 꼬마가 렉스의 목숨의 은인이라면 나도 도와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구나. 그 꼬마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도 분명 혼자서 성공을 잡을 거야.


 


"돈이 아니라 뒷배가 필요했던 거겠죠. 출세해도 그 꼬마로선 깡패한테 습격당하면 끝이니까요."


"렉스가 뒤를 봐준다면 깡패 정도는 아예 덤비지도 못하겠지. 역시 천성이 상인인 녀석이야."


 


 결과적으로 렉스가 그 꼬마에게 자극을 준 게 정답이었나 보다.


 


 우리는 렉스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장래가 유망한 상인과 연줄도 만들었다. 그에게도 우리와의 만남은 출세를 위한 첫걸음이었던 셈이고.


 


 그 녀석은 분명 큰 인물이 될 거야.


 


"...음? 뭐야 이거."


"편지인가요? 언제 한 거지."


 


 문득 카린이 자신의 가방에 이상한 게 들어 있는 걸 알아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을 흰 양피지가.


 


"아아. 그거 조금 전에 그 꼬마가 슬쩍 카린 가방에 집어넣었어."


"그 아이가?"


 


 아, 그건 나도 눈치챘다. 그 꼬마가 떠나며 훌쩍 카린의 가방에 던져 넣은 쪽지였다. 나쁜 물건은 아닐 거라 보고 그냥 뒀는데.


 


"열어볼게."


 


 카린이 천천히 꼬마가 준 편지를 연다.


 


 그 글씨를 보고 카린과 렉스가 작게 숨을 죽였지만, 나는 글씨를 읽을 줄 몰라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그걸 눈치챘는지 메이가 그 편지를 소리내어 읽어 주었다.


 


 


"형의 원수를 갚아줘서 고마워."


 


 쓰여진 문장은 단 한 줄.


 


 거기에는 소년의 짧은 감사인사가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