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어이…… 뭐야 이거?"




 장소가 얼어붙었다.




 신의 영역에 도달한 듯한 그 섬세하고 중후한 검술을 지닌 소녀는 그 자리의 누구도 최강이라 의심치 않았던 장군 멜로의 코앞에 검을 겨누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온몸을 피로 젖은 채 악귀 수라와 같이.




 그 이상한 광경에 주위의 병사들은 굳어서 움직이지 못했다. 원래라면 당장 구하러 가야 할 텐데, 그 결말의 충격에 경직되어 버렸다.




 멜로 장군이 패배했다. 그것도 어린 소녀 검사에게.




"후우, 아니면 다시 할래? 방금은 발을 헛디뎠을 뿐이야. 원래라면 내가 이겼어. 그렇게 말하고 싶다면 다시 해도 상관없어."


"……당연하지!! 이건 땅이 질퍽해서 그런 거지 내가 진 게 아니야! 그런데도 너는 왜 승리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


"자신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이미 결과는 보이니까. 방금 게 네 최고 속력이지? 그렇다면 몇 번을 해도 결과는 같아."




 추하게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떠드는 자칭 최강.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소녀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것도 처음부터 전력으로.




"...... 아기구나."


"뭐라고!?"


"아기를 상대로 싸우는 기분이야. 그것도 쓸데없이 크고 귀엽지 않은 아기."




 하지만 역시 그의 검은 소녀를 잡을 수 없었다. 흔들흔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처럼 소녀는 참격을 피해내고 있었다.




 거기에는 이미 여유마저 느껴졌다.




"너의 참격은 검술이 아니야. 그냥 아기가 떼를 쓰며 막대기를 휘두르는 것뿐이지."


"바보 같은 소리. 나는……."


"확실히 속도는 굉장하네. 하지만 목표가 너무 뻔해. 이건 어디를 베려는지 알려주면서 싸우는 거나 마찬가지야."


"아니, 그럴 리가...."


"자랑하는 스피드가 울고 있네. 예고한 대로 계속 베면 맞을 리가 없잖아."




 소녀는 싱긋 웃으며 천천히 검을 허공에 겨누었다. 그러자 거기서 멜로가 딱 멈춰 섰다.




 그리고 멜로의 목에는 멈춰 선 검이 겨누어져 있었다.




"이미 간파했어. 슬슬 패배를 인정하는 게 어때?"


"……읏!!"




 그래. 승패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




 엄청 엄청 힘들었다. 그게 솔직한 내 감상이었다.




"그럴 리가…… 내 검은, 마법은 최강이라고."


"헛소리 마. 조금이라도 검술을 익힌 자라면 너 따위는 쉽게 쓰러뜨릴 수 있어. 자만은 거기까지 해 둬."




 제발 어서 꺾여 줘 멜로. 이제 진짜 무리라고.




 ──체력은 진작에 바닥을 쳤다. 몸은 삐걱삐걱 불쾌한 소리를 내고 있고 검 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지금은 의지와 기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방심하면 털썩 쓰러질 것 같다.




 아아, 나는 바보인 걸까. 왜 그렇게 알기 쉬운 도발에 넘어가 버렸을까. 늘 이러고선 후회하고 있잖아.




 어차피 이 녀석의 실력도 대단치 않겠지. 흔한 자신이 강하다고 착각한 귀족 출신. 그렇게 생각하고 시비를 걸어보니 엄청 강하더라고.




 뭐야 이 속도는. 렉스보다 빠르다니 상상도 못했다고.




"인정 못 해…… 인정 못 해! 난 지지 않았어!!"


"아직도 할 거야…….?"




 어, 아직 올 거야? 필사적으로 허세를 부리며 여유를 보이는 것뿐이지 이미 숨 쉬는 것조차 괴로운데.




 하지만 저 녀석 정말로 올 것 같아. 젠장, 움직여라 내 몸아.




 나는 평소와 다르게 바보 같이 무겁게 느껴지는 검을 중단에 겨누고 쿨하게 미소를 띠었다. 자, 나는 이렇게 여유로워. 몇 번을 해도 너로선 날 이길 수 없어.




 자, 패배를 인정해. 패배를 인정할 때까지 검을 움직이자. 그렇지 않으면 내가 여기까지 열심히 한 의미가 없으니까──
















"거기까지야. 그 싸움, 여기부터는 내가 맡는다."


"뭐, 뭐라고?"




 간신히 내가 자세를 잡은 바로 그때. 익숙한 목소리의 거슬리는 남자가 나와 멜로 사이에 대검을 꽂으며 끼어들었다.




"나는 길드 지정 모험가 렉스다. 거리에서 날뛰는 자들이 있다고 해서 왔더니, 범인이 내 식구와 국군이라니."




 아아. 뭐야, 이 녀석도 왔구나.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또 빚을 지게 돼서 분한 것 같기도 하고.




"오랜만이군, 멜로 장군."


"렉스……! 무슨 짓이냐!"




 그래. 휘청거리는 내 앞에 나타난 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웃는 '진짜 최강'. 우리의 리더, 렉스였다.






"비켜……! 네놈도 싫지만 지금은 저 성가신 계집애랑 볼일이 있다고! 너를 상대할 시간 없어!"


"그럴 순 없지. 이 녀석은 내 파티 멤버니까, 누군가에게 폐를 끼쳤다면 내가 나서야지."


"물러서라 겁쟁이! 나와의 승부를 도망쳐 놓고 이제 와서 끼어드는 거냐!"




 멜로는 냉정함을 잃은 채 고함치고 있다. 어휴, 슬슬 패배를 인정해 줘. 이제 내가 이긴 걸로 해 줘.




"일단 사과부터 하지. 내 동료가 너의 체면을 망가뜨려서 미안했다."


"사과로 끝날 일이냐! 저 여자는 지옥을 맛보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


"정말. 너도 제국군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최강'이라고 떠들어대고 다녔는데 말이야."




 렉스는 그렇게 말하며 쾌활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내 뒤통수를 붙잡았다.




"응? 렉스, 왜?"


"나 말이야, 국왕에게 부탁받았어. 멜로랑 승부하지 말아 달라고. 그냥 모험가가 제국군 최강의 남자를 때려눕히면 사기에 영향이 가겠지?"


"아, 그런 거구나."


"그런데도…… 이 멍청아 뭘 한 거야!!"




 ───그리고 그대로 렉스는 내 머리를 땅에 내리쳤다.




"아아아아악!!!?"


"뭐, 이걸로 이 일은 끝내 주라고. 사실은 최강이 아닌 걸 대중 앞에서 폭로해서 미안했다, 멜로."


"……날 우롱하는 거냐 렉스."


"아니, 아냐. 정말로 미안해하고 있다고?"




 아프다. 방심했어, 이 녀석 뭐 하는 거야. 끄응, 머리가 지끈거린다. 바보가 되면 어쩌지.




"우리 검사가 너한테 이겨 버려서 미안하다."


"……읏!!"




 멜로의 빗나가는 칼날보다 내리쳐진 렉스의 일격이 오늘 제일 아팠다. 머리가 아직도 어질어질하다.




"아직 내가 진 게 아니야!"


"주위를 봐봐. 누구든 승부가 났다고 생각하고 있어. 엉덩방아를 찧고 검을 겨눠졌지. 칼날이 스치는 사이에 목에 검이 닿았지. 실전이었다면 너는 두 번이나 죽었다."


"우연이야, 요행이야!"


"내 눈에는 그렇게 안 보였는데? 졌어, 너는. 그럼 지금 한번 덤벼 봐. 증거를 보여줄 테니까."


"렉스!"




 아직 눈앞이 아찔거리는 내가 렉스에게 원망 어린 눈길을 보내자 작게 미소 짓던 그는 내 목덜미를 턱 들어 올렸다.




"메이, 패스. 어서 옷을 입혀 줘. 보기 민망하다."


"으아악!"




 그리고 렉스는 나를 둘러싸고 있던 병사들 밖으로 내던졌다!




 급히 일어서려 하자 내가 떨어진 곳에는 메이가 얼굴을 굳히고 서 있었다.




 던질 거면 던진다고 해 줘. 갑자기 몇 미터씩 내던지다니, 얼마나 난폭한 남자인거야!?




"아, 아 수고하셨어요 플라체 씨. 렉스 님을 불러왔어요……."


"음? 저 렉스, 메이가 불러온 거야?"


"아, 그리고 제 로브 입으세요. 지금 플라체 씨 거의 전라잖아요."


"아, 정말이네. 하지만 내가 두르면 그 로브 피로 더러워질 텐데? 손으로 가리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마."


"아뇨, 나중에 빨면 되니 신경 쓰지 마세요……. 빨리 가려 주세요."




 전투 직후인데도 내던져진 불쌍한 나에게 메이 양은 위로하듯 로브를 입혀 주었다. 정말 착한 아이구나 메이는.




 그에 비해 렉스는 뭐야. 갑자기 머리를 땅에 처박아 대다니. 연전이 되겠지만 지금 당장 때려 죽여 버릴까.




"자, 어디든 좋아. 맘껏 덤벼 와."


"……거기서 비켜! 렉스!"




 그에 대한 원한에 불타 멜로를 둘러싼 병사들 밖에서 팔짝팔짝 뛰며 렉스의 모습을 엿보자……




"자, 거기."


"끄아아악!"


"그 녀석도 말했지만. 궤적 변화 없이 곧장 덤벼드는 건 뭐야?"




 순식간에 멜로는 렉스에게 얼굴을 움켜쥐어 들어 올려졌다. 렉스 녀석, 이미 이겼군.




 나도 힘만 있었다면 저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응, 예전 몸이었다면 더 압도적으로 이겼을 거야. 여자의 단련되지 않은 육체라서 고전했을 뿐. 단련된 남자의 몸이었다면 아직 숨도 가쁘지 않았겠지.




 ……젠장. 내가 그렇게 고전했는데 렉스 녀석은 순식간이라니…….




"아무리 빨라도 그러면 검이 울어……. 앞으로는 네 힘도 빌려야 할지도 모르겠으니. 진심으로 개선 부탁한다, 정말."


"놔라! 모험가 따위가 이 나를!"


"정말 넌 성격이..... 재능만큼은 으뜸인데 아깝네."




 그리고 렉스는 한숨을 내쉬며 멜로를 땅바닥에 내던졌다.




"오늘 일은 플라체 몫까지 해서 책임은 전부 이 내가 진다. '매의 눈' 렉스는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아. 불만 있으면 덤벼 와."


"이 녀석, 하는 말의 뜻을 알고 있는 거냐!"


"알고 있지."




 렉스는 싱긋 웃더니 그 대검을 등의 칼집에 넣고 멜로에게 등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곧 큰 싸움이 시작될 거야. 왕도 내 기분을 상하게 할 순 없게 될 걸…… 네가 뭘 해도 소용없어."


"기다려. 기다려 어딜 가는 거야, 하찮은 모험가! 나는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아무리 해도 인정 안 하겠지, 너는……. 나는 왕도에 간다. 그때 더 넓고 안전한 훈련장에서 상대해 주지. 이런 거리에서 내가 진심을 내면 얼마나 피해가 날지 모르니까."




 질려하는 듯이 렉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기에는 멜로 장군이 사용한 마법으로 파손된 가옥과 지면의 큰 구멍, 검압으로 갈라진 간판, 흩어진 상품 등이 어지럽혀져 있었다.




 우와, 그건 나와 멜로의 전투로 인한 피해? 정말 죄송한 일을 했네…….  아니 나는 피했을 뿐이고 전부 멜로의 검과 마법 때문이긴 하지만.




"……확실히 오늘의 나는 컨디션이 나빴던 것 같군. 추후에 날을 잡아 죽여주마."


"그래그래, 그럼 오늘은 철수해도 되겠지? ……비켜라 너희들, 우리는 돌아간다."


"네, 네!"




 렉스에게 노려보인 국군 병사들은 마치 바다가 갈라지듯 말끔하게 갈라져 포위를 풀었다. 건장한 국군이라 해도 멜로를 순식간에 쓰러뜨린 렉스가 무서운 모양이었다.




"간다. 메이, 플라체, 나탈."


"네!"


"알았어."


"응."




 그 위압감에 넘치는 우리의 리더를 따라 우리는 아지트로 돌아갔다.




 휴우, 솔직히 다행이었다. 조금 분하지만 오늘은 렉스에게 감사하자.






































"이 멍청아!!"


"아얏!?"




 퍽.




 아지트에 도착하자마자 렉스에게 주먹이 날아들었다. 꽤 묵직한 것이었다.




"이 녀석! 뭐 하는 거야!"


"너, 싸움 걸 상대를 잘 골라! 내가 말했잖아, 페니 빼고 다른 장군 둘 다 최악이라고!!"


"그치만……."


"그치만은 무슨! 네가 뭘로 자극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늘 그렇게 쉽게 도발에 넘어가지 마!"


"……미안해."




 맞고 나서 머리에 피가 오르려 했지만 렉스의 설교는 정론이었다. 그렇지, 내가 아무리 자극받았다고 해도 너무 쉽게 도발에 넘어가. 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오늘은 렉스에게 꽤 폐를 끼친 거고……. 아아, 이 녀석이 화내는 게 당연하구나.




"잠깐 렉스. 그 아가씨가 화가 난 건 자신이 자극받았기 때문이 아냐. 그 장군…… 멜로가 내 오빠를 모욕했어."


"오빠? 나탈, 무슨 소리야. 멜로가 그 녀석을 모욕했다고?"




 풀이 죽은 나를 감싸듯이 나탈이 끼어들었다.




 스스로 자극받은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야 나탈. 자극받은 건 나야.




"멜로가 뭐라고 했어?"


"……'바람베기'는 실력 없는 입만 살아있는 패배견, 패배자라고. 그래서 플라체가 격분했어."




 아아, 그런 식의 욕이었지.




 지금 다시 들어보니,그렇게 대단한 말을 들은 건 아니구나. 그 녀석의 표정이랑 말투가 묘하게 화나게 했을 뿐.




 좀 더 정진해야겠다. 이렇게 쉽게 도발에 넘어가다니 ────








"──멜로는 어디에 묵고 있지? 죽여버린다."


"우왓!!"








 으윽, 렉스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이봐, 너도 도발에 넘어가잖아.




"렉, 렉스 님 진정하세요!"


"뭐야, 그걸 먼저 말하지 그랬어. 때려서 미안했다 플라체. 넌 옳았어. 지금 내가 책임지고 목을 베고 올게."


"스톱!! 너까지 날뛰면 막아낼 사람이 없다고! 오늘 나도 기진맥진해서 널 상대할 수 없으니까!"


"렉스, 앉아! 진정해, 마왕군과도 싸워야 하는데 아군을 죽여서 뭘 할거야!"




 이 녀석 내 얘기만 나오면 과열되는구나. 날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호모냐.




"진정하세요 렉스 님. 국군과 일을 크게 만들면 곤란하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아니 하지만 그건 안 되잖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고."


"왕도에 갔을 때 재전을 약속했잖아? 그걸로 된 거 아냐, 지금은? 네가 진심으로 날뛰면 이 거리가 어떻게 되겠어."


"……끄, 끄, 끄. 후우, 진정.... 그렇군. 재전하기로 했지. 그때 여덟 조각으로 찢어 버리면 되겠군."




 여덟 조각이라니. 나는 저 녀석한테 이겼고 이제 화도 안 났으니까 용서해 줘.




"그런데..... 플라체 씨, 그렇게 강했던 거네요…… 솔직히 얕잡아 봤어요."




 당황한 메이 양은 화제를 돌리려는 듯 갑자기 날 칭찬하기 시작했다. 기분 좋으니 더 칭찬해 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멜로한테 이겼다고 해서 별로 자랑거리가 안 되네.




"아, 나 말이야? 그건 멜로가 너무 약했을 뿐. 나 같은 건 아직 멀었어."


"멜로 장군은 본인이 말한 대로 국군 최강인데……."




 국군 최강이라……. 뭐, 그것도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종합력은 모르겠지만 멜로의 검술은 초보에 털 난 정도의 한심함이다. 그걸 이겨봤자 자랑거리가 안 된다.




"1대1의 강함과 집단전의 강함은 달라 메이. 맨몸으로는 내가 더 강하지만, 전장에서 '1000명의 마물을 토벌하고 와'라고 하면 멜로가 더 위험 없이 해낼 걸. ……사실 나는 집단전 경험이 적어서....."


"그런건가요?"


"플라체 말대로야. 저 녀석의 장점은 '근접전이 엄청 강해서 쓰러뜨릴 수 없는 초화력포'라는 거니까. 잡병 1000명을 시켜도 저 녀석을 쓰러뜨릴 순 없지만 고수와 싸움을 하면 쉽게 지는 거지, 멜로 녀석은. 본인이 자만심에 가득 차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그래. 저 녀석의 마법은 일부러 근거리용으로 위력을 억제하는 기색이 있었어. 원래는 눈앞에 펼쳐진 무수한 적을 쓸어버리는 마법일 것이다.




 눈앞 가득 펼쳐진 적을 상대로 싸운다면 근접전 하면서 마법도 쓸 수 있는 멜로가 압도적으로 유용하다. 잡병한테 강한 데다 스피드도 있어서 철수하기 쉬우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최전선에 나가 있을 수 있는 화력포. 그게 멜로. 생각만 해도 성가시다.




"……하지만 뭐. 솔직히 플라체보다는 격이 위인 상대라고 생각했어. 잘도 이겼네."


"뭐!? 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히 내가 더 강하지!"


"오판했어, 미안. ……근데 너, 꽤 실력이 늘지 않았어? 처음 나랑 겨뤘을 때랑 비교하면 움직임이 전혀 다른 것 같은데."


"그런가?"




 ...... 그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요즘은 움직임이 편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근육이 붙은 것도 있지만 점차 이 몸에 익숙해진 느낌이 든다고 할까. 드디어 내 몸의 위화감을 교정할 수 있게 된 걸까.




"아니, 맞아. 확실히 실력이 늘었을지도...."


"그렇지?"




 그뿐만이 아냐. 무엇보다 실력이 늘어난 원인은…… 렉스와의 연습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 렉스와 헤어진 후 내 수련은 '상정한 적'과의 대결뿐이었어. 필연적으로 내 상상을 뛰어넘는 상대와 싸울 수 없었던 거지.




 그런데 지금은 이 나라 최강 검사와 매일 일대일로 맞붙어 수련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럼 당연히 강해지겠지.




 ...... 내가 고집을 부리지 않고 렉스를 따라다니면서 매일 연습했다면 더 강해졌을까?




"뭐, 어쨌든 일단락이네. 우리 없는 동안 엄청난 일이 있었구나."


"정말 깜짝 놀랐어요. 나탈 씨가 도발받았는데 왜 플라체 씨가 도발에 넘어가 버리는지."


"……그러게."




 렉스도 어떻게든 분노를 삼킨 모양이다. 이제 남은 건 며칠 뒤에 있을 멜로와의 모의전에서 그 녀석을 때려 죽이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뿐이다.




 아아, 그나저나 오늘은 피곤했다. 몸의 상처는 카린에게 치료받았지만 피로만큼은 어쩔 수 없다. 얼른 목욕하고 오늘은 일찍 자 버릴까──












"그러게...... 왜 플라체는 화를 냈어?"










 그렇게 생각하고 일어서려던 바로 그때. 렉스가 물음표를 머리에 띄우며 나에게 물어왔다.




"아, 저도 궁금했어요. 플라체 씨, 상관없잖아요?"


"렉스의 친구랑 아는 사이였어?"




 ……아, 거길 캐묻는구나. 역시 신경 쓰이나?




 그렇지, 그럴 만하지. 신경 쓰이겠지, 내가 그렇게 격분한 걸. 남남이라고 할 순 없겠네.




"뭐랄까. 오늘 네 검법을 보고 있으니 한 남자가 생각나더라. 그런 섬세한 검술, 그 녀석 정도밖에……."




 ………. 그렇구나. 그렇겠지, 렉스가 아는 한 나밖에 없겠지.  저 바보 같은 속도의 검을 계속 받아낼 수 있는 건.




"……설마, 너는……."




 렉스의 눈동자가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는다. 그 눈동자에는 확실히 의구심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런, 들켜버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