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s물 소설 번역 채널




"큐우..."




 그 여자는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앞으로 쓰러졌다. 아무도 없는 왕도 성 안의 복도에서 손에 든 많은 서류를 흩뿌리면서.




 그런 상황에서 어리둥절해하며 멍하니 있던 내가 다음으로 취한 행동은 검을 움켜쥐는 것이었다.




"...... 기습인가?"




 나는 딱히 그녀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노려본 정도다.




 그런데 왜 그녀는 갑자기 기절해 버린 것일까. 어쩌면 이것은 성에 침입한 마왕군의 기습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녀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누군가의 암살일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나는 주변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




 나는 감각을 예리하게 가다듬고 주변에서 사람의 기척을 살폈다. 기척이 없는 좀비에 대한 대책으로 꼼꼼히 사방을 살피면서.




"아무도 없는데 ......?"




 하지만 역시나 주위에 기척은 없었다. 병사들은 모두 밖의 습격의 후처리를 위해 나가 있다. 눈앞의 미노 말고는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 그럼 왜 갑자기 이 여자가 쓰러진 거지?




"이봐, 미노 장군."


"큐우."




 경계를 풀지 않고 미노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그녀는 여전히 눈을 돌린 채다. ...자, 나는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라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그녀를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낮의 모습을 보면 이 여자가 죽으면 왕도가 위험할 것 이다. 엠마 양도 "악랄하지만 왕도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했었지.




 그리고 애초에 나쁜 놈이라고 해도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건 상당히 꺼려진다.




 ...그럼 차라리 은혜를 팔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이 여자에게 양심이나 은혜를 느낄 메커니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근처에 쉴 수 있는 곳까지 옮겨주는 정도는 해줘야겠다.




 나는 흩어진 그녀의 짐을 정리하고, 기절한 미노를 옆구리에 끼고 걸어 나갔다. 훈련소 근처에 병사들을 위한 구급실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그 침대를 이용하기로 했다.




 등 뒤에 매달린 가늘고 가벼운 미노의 무게를 느끼며 나는 엉성하게 모아 든 서류 뭉치를 끌고 걸었다.












































 ──── 그게 언제쯤의 이야기였을까.




 눈앞에 다가오는 무장한 집단. 그들은 이웃 나라 왕의 야심에 이끌린 가엾은 잡졸이자 그들의 최후의 모습이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페니 장군이 이끄는 의용병은 정예이고 수준도 사기도 높습니다. ...여기는 우리만으로 버텨내야 합니다."




 문관 소녀는 간청하듯 고개를 숙였다. 진지에 마련된 왕좌에 앉은 노년의 남자를 향해.




"절대로 병력을 빼서는 안 됩니다."




 그녀의 눈에는 자국의 승리까지의 길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진형이 보였다.




 이웃 나라의 침공을 맞아 국군이 왕도를 출발한 지 한 달. 이미 전쟁의 형세는 결착을 향해 가고 있었다.




 미노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지략을 인정받아 유일하게 무력이 아닌 지력으로 대장군의 자리에 오른 존재다. 그녀는 이 전쟁에서 본령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었다.




"과연 우리의 승리는 유력하겠군."




 침략해 온 이웃 나라의 군세는 이미 그녀의 책략에 의해 분단되어 보급선을 잃었다. 후에는 적이 태세를 가다듬기 전에 각개격파하는 것만 남았다.




 여기에서 적에게 역전의 방도는 없다.




 당연히 그런 상황의 적군이 공세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은 분명 필사적으로 퇴로를 확보하고 본국으로 철수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본진에는 병력이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미노는 눈앞에 적의 대군을 두고도 본진에 최소한의 병력만 남기는 포진을 취했다. 겉보기에만 본진을 지키는 듯이 보이게 하면서 그들의 퇴로를 끊는 데 병력을 할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안심하십시오. 믿으십시오, 왕이시여. 이제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패잔병이 도망가는 곳의 정착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절대로 병력을 놀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만약 적이 미쳐서 이 본진을 기습해 온다면 어떡하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적 입장에서는 그건 그냥 자살일 뿐이니까요. ...들어 주십시오. 여기서 적을 철저히 때려눕히면 우리나라는 100년의 평화를 손에 넣습니다. 괜히 적을 놓쳐 버리면 놈들은 10년도 안 돼서 다시 침공해 올 겁니다."


"어리석은! 100년 뒤를 내다보고 눈앞의 위협을 가볍게 여기지 마라! 퇴로를 끊었다고는 해도 저들은 눈앞에 있는 것이다!"


"...아닙니다. 지금 그들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우리 본진에 돌격하는 일 같은 건 있을 수 없습니다."


"그건 절대적인 거냐? 만에 하나, 억지로라도 없겠느냐?"




 있을 리가 없잖아, 라고 미노는 왕의 우둔함을 속으로 욕했다. 어떤 사고방식의 지휘관이 병량이 떨어지고 퇴로마저 잃은 상황에서 더 앞으로 나가겠다는 거지?




 패배했다고 해도 남은 적은 수의 장병을 가능한 한 다치지 않고 철수시키는 게 패장의 직무다. 거기에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일 없게 퇴로를 완전히 막지 않고 일부러 몇 곳 남겨두고 있다.




 분명 놈들은 거기서 도망칠 것이다. 그 앞에서 매복해 두면 간단히 적의 잔당을 섬멸시킬 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말이냐?"




 ──── 하지만 미노는 왕의 물음에 자신 있게 '없다'고 단언할 수 없었다.




 미노는 알고 있다. 아무리 절대적으로 보이는 예상일지라도 반드시 어딘가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자신의 계책의 달성을 거의 확신하면서도 '만약 자신을 뛰어넘는 참모가 적에게 있다면'이라는 가정이 그녀의 머리 한구석을 스쳐 지나간다.




 그녀는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를 인정하고 그리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녀는 왕의 물음에 즉답할 수 없었다.




"변경으로 출격한 병력을 불러들여라. 내가 있는 본진을 가장 두텁게 지켜야 한다."


"왕이시여. 그건 변경의 정착지를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패배한 적병이 도망치는 도중에 변경의 주민들을 약탈할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가 있는 거지? 너의 포진 의도는 이해했지만 그렇다고 본진을 제일 허술하게 하는 건 광기의 소치다."


"믿어 주십시오. 이길 수 있습니다. 아니, 우리는 이미 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안 된다."




 아무리 거의 이긴 싸움일지라도 만에 하나는 있다. 미노가 그걸 인정해 버렸기에 왕은 결단했다.




"출정한 병사를 불러들여라. 본진의 수비를 단단히 해라. ...우리 백성은 용감하다. 패잔병 정도는 스스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백성을 지키는 게 왕의 일이 아닙니까?"


"무례한! 이 어리석은 자야!"




 미노는 필사적으로 간청했다. 이미 완벽한 승리이고 후에는 어떻게 피해를 줄일지의 승부다. 그런데도 왕은 만에 하나를 두려워해 스스로 큰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이다.




 ...... 하지만 미노와 왕은 근본적으로 "백성"이라는 것의 가치가 엇갈리고 있었다.




"백성을 지키는 건 왕이 아니라 '나라'다. 왕의 일은 '나라'를 지키는 것이고 그리고 왕을 지키는 게 백성의 일이다."


"..."


"너는 아직도 명령에 따르지 않는게냐?"


"...아닙니다, 폐하의 뜻대로."




 미노는 국가의 주체를 백성이라고 믿고 있었다. 백성이 없다면 왕이라도 그냥 사람일 뿐이다. 왕이란 가장 뛰어난 백성이며 백성을 통괄하고 더 번영으로 이끌어야 할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왕에게 백성은 자신을 지키는 방패막이에 불과했다. 그 점이 철저하게 달랐다.




"그럼 즉시 진을 정비해라. 그리고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장난 같은 포진을 짜지 마라 미노."


"...알겠습니다."




 그리고 왕은 변방의 백성들을 버렸다.














































"...어째서야!"




 최강 검사의 칭호를 인정받고 왕이 직접 '검성'의 이름을 하사한 렉스는 마침내 국군에 최고 대우로 맞이받을 예정이던 그 임관식 날에 한 여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어째서 병력을 뺐어! 너처럼 현명한 자가! 패잔병의 약탈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잖아!"


"...뻔한 일이야, 렉스 군."




 그 여자는 분노를 받고 있는데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분홍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나라를 운영한다는 것은 그런 것 이니까."


"무슨 소리야!?"


"저렇게 먼 곳에 마을을 만들면 곤란해. 지키는 데 돈이 많이 들고, 세수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그 문관은 흉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고향을 잃은 검성 앞에서 싱글거리며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잡초를 솎아 내는 것도 참모인 나의 일이야. 땅에 포함된 영양에는 한계가 있어. 필요 없는 정착지는 솎아 내지 않으면 안 돼."


"...너, 일부러 버렸군."


"아니, 깜짝 놀랐어. 설마 그런 시골이 너의 고향이었다니. 그걸 알았더라면 너의 가치를 존중해서 버리지 않았을 텐데."


"아버지랑! 어머니랑! 형제자매, 가족, 내 소중한 사람들을 전부 버린 거냐!"


"아하하, 내가 이번에 가장 크게 실수한 거네. 미안해, 렉스."




 그 도발 같은 사과에 격분한 검성이 검을 뽑는다.




 여자의 앞에 대검을 겨누고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너 때문에 내 소중한 것들이 모두 너 때문에──"


"어라, 당신의 가족을 죽인 건 적군 아니야? 나는 그저 지휘했을 뿐인데?"


"아니! 너만 아니었다면! 너만 없었더라면!!"


"내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완전 승리는 어려웠을 걸? 큰 피해가 났을 거야, 이건 확실해."




 남자의 눈에는 눈물이 넘쳐흐르고 여자는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보며 웃는다.




"뭐 이미 지난 일은 됐잖아. 이제부터 동료가 될 텐데 사이좋게 지내자, 렉스."


"시...시, 끄러워..."


"너가 대장군이 되면 우리나라의 수비는 더욱 만전이겠네. 기대하고 있을게."


"개...개소리 마!"




 






 그렇게 렉스는 국군 장교가 되는 걸 포기했다. 대장군으로서의 대우를 버리고 모험가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는 그 고독을 메우기 위해 각지에서 동료를 찾아 헤매게 된다. 자신의 텅 빈 공허한 감정을 채우기 위해.








"...... 이걸로 충분해"




 그리고 한 사람 더, 비장한 표정으로 성을 떠나는 렉스를 슬프게 바라보는 여자가 있었다.




"왕을 원망하게 해서는 안 돼. 렉스가 진심으로 국왕을 원망하면 이 나라가 끝나......"




 그건 책략가 미노의 혼신의 책략이었다.




"그가 원망하는 게 나라면, 그의 가족의 원수가 나와 적국이라면 장교는 포기하겠지만 모험가로서 나라를 위해 일해 줄 거야."




 최강의 검사를 "나라의 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목숨을 건 자포자기의 계책이었다.




"내가 나쁜 사람이 된다면 분명 렉스는..."








 그리고 이 전쟁 이후 미노 장군의 "악랄함"은 전국에 울려 퍼지게 된다. 이익을 위해 백성을 버린 "인간 이하 미노"는 그 소문을 아는 백성들로부터 지렁이처럼 혐오받게 되었다.






























































 .......




"나만, 나만 나쁘다면 ......"




 미노 장군을 침대에 눕힌 지 한 시간쯤, 그녀는 좀처럼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눈물을 눈가에 머금고 신음하며 계속 고통스러워하는 듯 잠꼬대를 중얼거리고 있다.




"...... 렉스, 제발 원망하지 말아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무언가에 겁에 질린채 계속 잠을 자는 미노 장군. 보고 있자니 안타까움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까부터 왠지 그녀의 잠꼬대 내용이 이상하다. 뭐랄까, 내가 알면 안 될 것 같은 내용이 엄청나게 많이 포함되어 있는 느낌이 든다.




"으으... 안 돼, 세수가 부족해... 마왕군에 대비해야 하는데 자금이 전혀 모자라... 또 뇌물로 귀족을 꼬셔야 하나... 같은 수만 쓰다 들키면 어쩌지..."




 미노의 잠꼬대 대부분이 국가 기밀이나 그에 준하는 내용이다. 게다가 호흡을 보면 틀림없이 그녀는 자고 있다. 일부러 내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지는 않다.




 어, 내가 이렇게 이것저것 듣고 있어도 괜찮은 거야? 나중에 제거당하지는 않겠지?




 슬슬 깨우는 게 좋지 않을까, 이거?




"어, 어이...? 미노 장군?"


"싫어어, 이 이상 일을 떠넘기지 마... 제대로 된 문관을 한 명쯤 더 고용해 줘... 엠마 양 지금 당장 어른이 되어 줘..."


"이봐, 미노 장군? 미노 장군!"


"누구든지 도와줘. 일은 이제 싫어, 더러운 역할은 이제 싫어..."


"이봐, 일어나! 미노!"



 당황한 나는 꽤 세게 미노의 어깨를 흔들며 소리쳤다.




"...하앗!?"




 그러자 퍼뜩 몸을 떨며 미노 장군이 눈을 떴다.




 그 두 눈은 나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안녕, 대장군 님."


"어, 어라? 나, 왜?"




 나의 인사에 답하지도 않고 미노 장군은 얼굴을 새파랗게 하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잠꼬대를 하던데... 너, 고생하고 있구나."


"아, 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악!?"




 결론적으로 미노 장군은 이것저것 너무 많이 떠안고 과로로 기절했을 뿐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