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웹소설 채널

47.


각성하는 세계(H한 소년의 비극)






「선배. 오늘은 킹 오브한 녀석의 2001년판을 하죠」


「오,  좋네」


「그럼 전,  펜싱 언니 고를 테니까요」


「치사하구만 너」





마츠키 요이.


1학년, 여자, 부장, 거유, 로리, 흑발, 일자형 앞머리, 입이 거칠다. *하드코어 게이머. …… 내가 울트라 미디어 크리에이트부에 들어오고 나서 3일이 지났다. 그 사이에, 나는 빈번하게 부실에 다니며, 마츠키와 격겜을 하거나, 애니를 보거나, 쓰레기 같이 즐거운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하고 생각하면서.

*ガチ勢





어느 날 아침, 나는 계단에서 마츠키와 조우했다. 그녀는 클래스메이트 같은 여학생들과 즐거운 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츠키는 부실에서는 언제나 축 처져 있으므로, 순간적으로 닮은 타인일까 하고 생각했을 정도다). 말을 걸지 말지 주저했지만, 무시하는 것도 어떨까 싶어 가벼운 인사라도 해 두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야……」 손을 올리려고 한 순간, 마츠키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나는 무심코 멈춰 섰다. 그녀는 소리없이 입만을 움직였다. 독순술은 할 줄 모르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았다. 『다가오지 마』 라던가 말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건방지다 바보가. 잠깐 짜증은 났지만, 무리하게 다가가 봐야 내가 슬퍼질 뿐일 테니까, 맥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방과후, 나는 부실에 갈지 말지 고민했다. 이제 와서야 냉정해진 거다. 애초에, 마츠키는 어째서 나에게 입부하라고 말했을까. 우리 외에 부원은 없는 것 같고, 왜 나뿐일까. 게다가, 아침에는 나를 싫어하는 듯한 행동을 보여줬다. 모르겠어. 이유를 모르겠어.


「어라, 코쿠타카 선배? 들어가지 않습니까? 혹시 화장실입니까?」


역시 돌아가려는 생각으로 부실에서 등을 돌렸을 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마츠키와 만나 버렸다. 나는 주머니에 들어 있는 부실의 열쇠를 만지작거리면서, 어떻게 된 건지 고민한다.


「아~ 혹시 오늘 아침의 일을 신경쓰시는 겁니까? 아니, 신경쓰고 계시네요, 저기, 선배가 싫다던가, 그런 건 아니에요」


마츠키는 부실 문을 열쇠로 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게, 선배가 싫다면 같은 방에서 마주앉아 게임이라던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다만, 저는 동아리 활동 이외에는 『초』 가 붙을 정도로 성실한 녀석이라서요. 이런 취미도 공공연하게는 할 수 없어서」


그 기분은 알고 있다. 원래, 오타쿠 취미는 숨어서 하는 게 낫다. 아무 거리낌 없이 햇빛을 쬐면서 살아간다니 무리라고 생각한다. 숨은 크리스천처럼 살아가는 거다.


「나와 아는 사이라는 게 알려져 버리면, 이런 동아리를 하고 있다는 것도 들켜 버릴 테니까」


「네. 그리고 선배와 아는 사이라니 알려지면 부끄럽지 않습니까. 저의 새하얀, 새로 내린 눈 같은 경력은 상처입을 테고요. 제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에요」


「너 역시 나 싫어하지」


「좋아하지는 않네요. 자, 오늘은 뭘 할까요?」





어느 날, 점심 시간에 식당에서 히야마 군과 밥을 우물거리며 먹고 있으면,


「코쿠타카, 너 동아리 하고 있냐?」


나는 밥을 씹으면서 수긍했다. 이제 곧 장마철인 시기에, 이제 와서 그런 질문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말하지 않았던가?」


「들은 적 없지만, 무슨 동아리야?」


「확실히, 지금은 미디어 크리에이트 액센트 코어플러스부였던가」


「대단한데~, 엄청 태클걸고 싶잖아」


나는 이미 익숙해졌다. 마츠키는 그날그날 기분으로 동아리의 이름을 바꾼다. 어차피 뭘 하고 있는지 확실하지도 않으니까, 이름이 뭐든 별 상관은 없지만서도.


「어차피 PC부처럼 미적지근한 오타쿠 동아리겠지, 크리에이트라든가 말은 하지만, 남이 만든 걸 소비하면서 트집이나 잡을 뿐이잖아. 그럴 바엔 코쿠타카, 우리 동아리로 오라고. 나랑 즐겁게 활동하자구」


젓가락으로 눈알을 찔러 버릴까.


「싫어. 그쪽엔 로리거유가 없을 거 아냐」


「아니, 그런 건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까. 로리거유라니. 그런 게 이 세상에 있다면 내 몸을 귀갑묶기로 묶어서 사진을 찍은 다음 본레스 햄이라고 적어서 트위터에 퍼뜨려도 좋으니까」


「아, 선배. 뭐 드시고 계십니까? 좋겠네요~, 학식에서 점심이라니. 저는 입맛이 비싼 사람이라, 이런 싸구려 같은 밥은 먹을 수가 없어요. 먹으면 바로 역류해 버립니다」


「모두에게 사과해라」


훌쩍하고 마츠키가 왔다. 부실 밖에서는 말을 걸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네가 먼저 말을 걸어 오는 건 괜찮은 거냐. 몸만이 아니라 성격까지 제멋대로인 거냐 이 녀석.


「뭐랄까, 얘기해도 되는 거냐」


「지금은 혼자니까요. 거기의 휴먼 센티피드 2에나 나올 것 같은 팻 맨은 PC부 사람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별로 상관없을까 하고요. 하지만, 선배랑 오래 얘기하고 있으면 다양하게 견딜 수 없어지니까 이쯤에서 실례할게요. 그럼, 또 방과후에」


마츠키는 가슴을 흔들거리면서 떠나 갔다. 허둥지둥 도망치려던 히야마 군은, 조만간에 본레스 햄으로 만든 사진을 업로드해 주지 않으면.





「*어, 나가토라는 건 팔이 긴 쪽이 아닌 거야?」

*えっ、ながとって腕の長い方じゃないの?


「아니에요」


마츠키는 컨트롤러를 내려놓았다. 우리는 격겜을 하지만 말하자면 패드파에 속해 있다. 게임센터의 스틱형 컨트롤러로는 플레이하지 않는다. 물론 게임센터에서 격겜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나도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화면을 응시한다. 나와 마츠키의 전적은 5대 5다. 딱 좋은 호적수라고 말할 수 있다. 실력도 전법도 비슷하고, 어느 게임을 하든 선택하는 캐릭터는 달라도 수법은 비슷하다.


「날도 저물기 시작했네요. 슬슬 활동을 끝낼까요」


「아아. 알았어」 나는 게임기의 전원을 껐다. 마츠키는 가방을 들어올리고, 문득 이쪽을 바라보았다.


「선배, 괜찮으시다면 도중까지는 함께 돌아갈까요」


함께 돌아가자든가 말해지는 건 처음이었다. 마츠키는 언제나 적당한 시간에 마무리하고 혼자서 돌아간다. 같은 동아리에 두 명 뿐인 부원이지만 함께 돌아갈 이유 같은 건 없기도 하고. 특별히 아무것도 신경쓰진 않았었다.


「오늘은 학교까지 마중나오는 사람이 없어요. 역까지 걸어서 돌아갑니다」


「너…… 혹시 차로 통학하고 있는 거였냐」


「엣, 선배는 다릅니까」


이 녀석 알면서도 말하는 거지.


하지만 그런가, 역시라는 느낌이다. 이런 이유도 모를 공간을 교내에 갖고 있고, 여러 가지 굿즈도 과시하고 있고, 부자라고밖엔 생각되지 않아. 어째서 이런 아무 특징도 없는 공립고교에 다니고 있는지는 몰라도, 마츠키는 아가씨라는 녀석인 것 같다.


「이 시간이라면 다른 동아리의 사람들은 아직 끝마치지 않았을 테니까, 지금이 기회네요. 선배, 저를 역까지 에스코트해 주셔도 된다고요?」


「뭐, 한가하니까 그래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귀염성없는 말투로 부탁하는구만」


「선배는 빙 돌려 말하는 아이가 취향일 것 같은 느낌이지만요」


시끄럽다고.





둘이 걷는 건 처음이었다. 나와 마츠키는 언제나 부실에서 만나고 부실에서 헤어지니까. 모처럼의 기회니까, 신경쓰이던 것들을 물어보자.


「이 동아리 말야, 학교의 허가는 받고 있는 거냐?」


「네. 받고 있어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부실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이런 활동 내용으로?」


「들켜버리면 위험하지만요」


마츠키는 에헤헤 하고 웃는다.


「그렇지만 선배도 이미 익숙해지지 않았습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분명히 즐거운 거에요」


그거야, 게임 하거나 만화 읽거나, 이런 건 평상시와 하나도 다를 바 없으니까. 동아리라곤 해도, 친구의 집에서 놀고 있는 감각인 거야.


「다른 부원이라던가 권유하지는 않는 거야?」


「코쿠타카 선배만으로 괜찮아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 혼자만 있어도 상관없으니까요」


「그게 어째서 나인 거야」


으~응, 하고 마츠키는 낮게 신음소리를 냈다. 나는 어째선지 조금 두근두근하고 있었다.


「*근자감입니까? 선배는 그겁니다. 꽤 그런 사람이니까, 완전히 여자아이에게 인기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니 제가 말하지 않더라도 선배 본인이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인기 없지요? 그런 경험 없겠죠? 그러니까 『혹시 이 녀석 내가 마음에 드는 거 아냐? 할 수 있는 거 아냐?』 같은 생각은 대착각입니다. 머리가 너무 나쁩니다. 오타쿠에다 머리가 나쁘다니 죽어 버리는 편이 낫습니다」

*自惚れ屋さんですか?


분해서 죽어 버릴 것 같다.


「아~, 그럼 뭐야, 누구든지 괜찮았던 건가? 우연히, 내가 첫 번째로 걸려들었던 것 뿐이냐」


「누구든지 괜찮다든가 그럴 리 없어요. 이렇게, 뭐라고 할까, 냄새라고 합니까, 파장이라고 합니까. 그런 게 저와 선배는 맞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러니까 코쿠타카 선배가 아니면 절대로 안 된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코쿠타카 선배 대신이 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는 선택된 겁니다. 자랑스러워하셔도 괜찮다고요?」


더 오타쿠라든가 그런 이유로 인정됐다는 말인가. 싫지는 않고 실제로 그러니까 부정할 생각도 없긴 한데, 마츠키는 굉장히 거만하게 말했다. 로리 주제에.


「그러니까, 저는 코쿠타카 선배에게 가슴을 주물러져도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고, 학교의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울며 매달리지도 않습니다」 엣!


「해프닝을 가장해서 다리나 엉덩이를 만져도 화내지 않습니다」


「뭐라고. 천사라도 내려온 거야?」


나는 살짝 손을 뻗었다.


「다만 죽입니다. 저는 강한 여자니까, 누구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평범하게 선배를 죽여버리겠지요」


「이야기가 다르잖아!」


「무슨 이야기가 다르다는 건가요. 소셜 게임에서 꼬마아이 상대로 사기 트레이드를 걸려는 사람처럼」


한 적 없어요.





바보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역전에 도착하는 것도 금방이었다. 마츠키는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살았습니다. 사실 전 혼자서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습니다. 부잣집 아가씨니까요」


「본인이 말하지 말라고」


「조금 불안했지만, 선배가 뻔뻔하게 와 줘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건 기분의 표시입니다」


기특한 말을 하면서, 마츠키는 만엔권을 두 장 내밀어 온다. 이 녀석…… 굉장한 벡터로 쓰레기구나.


「어머? 부족하십니까?」


「너 같은 여자가 이 나라를 망가트리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고」


「그렇습니까? 하지만, 전 선배랑 함께라면 망가져도 좋은데요」


아, 이 녀석 위험하다. 어쩐지 위험해.


「그럼 선배, 내일 또 만나요. 오늘은 정말 즐거웠으니까, 내일은 좀 더 즐거워지겠네요. 로쿠타로」


「빨리 돌아가 버려!」





저녁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도중에, 메구가 종종 다가와서, 가만히 나를 올려다봤다.


「오빠는, 동아리 시작한 거야?」


「어? 아, 뭐 그래」


「흐~응, ……기분나빠」


메구는 손으로 입을 막고서, 길가의 오물이라도 보는 것 같은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어차피 PC부겠죠? 나, 오빠가 오타쿠인 건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오타쿠가 잔뜩 모여 있는 건 참을 수가 없어. 전에 뉴스에서 봤지만, 수십만 명의 오타쿠가 얄팍한 책을 사선, 코스프레하고 있는 노출광 일보직전의 여자 앞에 모여들어선 셔터를 누르는 거죠. 범죄자 예비군이잖아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팔고 있는 건 책만은 아니기도 하고. 안돼요. 메구, 표면적으로 사물을 판단하면」


「백 번 양보해서 그렇지 않다고 해도, 표지가」


그걸 말해 버리면 끝이다.


「내가 하고 있는 동아리는 그런 게 아니라고. 건전해. 두 명뿐이고」


「남자 둘이서 뭘 하고 있어……?」


「아냐! 일학년 여학생과 둘이서 게임하거나 애니메이션 보거나 만화 읽거나 하고 있을 뿐이다」


「어디가 건전해요. 애초에, 언제나 하고 있는 일이랑 똑같잖아. 그리고, 그 여자아이란 건 피규어겠지만요. 꿈을 꾸는 건 자유지만, 그 꿈의 내용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건 그만두세요」


어디까지 신용이 없는 거야 나는.


「진짜라니까, 정말로」


「그럼, 이번에 증거 사진을 보내. 어차피 오빠가 어둑어둑한 방에서 섬뜩한 얼굴로 이상한 인형에 뺨을 문지르고 있는 사진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이 정도로 바보취급하고 있으면서도 『오빠』라고 불러 주고 있을 정도로 메구는 천사다. 나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나는 얼마나 못난 오빠란 말인가. 빨리 사회에 복귀하지 않으면!





「그런 이유로 사진 찍게 해 줘」


나는 다음 날의 방과후, 부실에 도착하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마츠키는 느긋한 동작으로, 바보 같은 개를 타이르는 듯한 분위기로 고개를 저었다.


「전 말이죠, 무슨 고기가 들어 있는지 모르는 패스트푸드도 싫고 다리가 잔뜩 있는 벌레도 싫고, 일단 약P부터 던져 보는 녀석도 싫은가 하면 화면도 보지 않고서 날뛰어 오는 녀석도 싫다고요! 하지만 말이에요, 제일 싫어하는 게 뭐냐고 말하라면, 탕수육에 파인애플이 들어 있는 건 용서할 수 없다든가 말하는 녀석이라고요!」


「……그럼, 사진 찍어도 괜찮잖아」


「네, 괜찮아요. 부디 휴대전화의 대기 화면으로라도 사용해 주세요」


마츠키는 일어나서 교태를 부린다. 나는 우선 휴대전화로 한 장을 찍었다. 하지만, 이런 건 메구에게 보여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니, 여동생에게 보여줄 거야. 오빠는 착실히 동아리를 하고 있다구~ 같은 느낌의 구도가 필요해」


「그럼 방금 전엔 왜 찍으신 겁니까」


「찍은 적 없어요. 됐으니까 노력하고 있는 느낌의 포즈를 만들라고」


에에~ 하면서 마츠키는 노골적으로 싫어 보이는 표정을 띄웠다.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이런 녀석이 노력한 적은 지금까지 있었을 리가 없을 거고. 이론적으로 무리한 이야기다.


「그것보다 선배가 노력하고 있는 걸 찍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알았다. 그럼 그런 건 됐고 네가, 왠지, 이렇게, 야한 포즈를 하는 걸 보고 싶어」


「선배의 액티브하게 글러먹은 점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전. 하지만 싫습니다. 참고로 전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배우고 있었으니까 엉망진창 몸이 부드럽고, 여러 가지 포즈도 할 수 있습니다」


큭, 이 녀석! 유혹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전혀 모르겠어.


「거짓말 마. 증거를 보여 줘 봐 증거를. 잠깐 다리 올려 보라고. 이봐」


「아, 보통으로 무리입니다. 팬티 입고 있지 않아서」


「슬라이디~잉!」


「우와아!?」


나는 미끄러져 들어갔다. 마츠키는 횡으로 날아선 나를 피했다.


「고등학교 야구소년이라도 주저할 법한 헤드 슬라이딩! 그렇게 스커트 속이 보고 싶습니까? 하지만 선배가 봐도 무의미해요. 모자이크 씌워져 있으니까」


「적어도 하얀 김이라던가 빛으로 가려 줘」


꿈이 없어도 너무 없다.


「아니면, 지금의 내 사진을 찍어서 보내 줘」


「확실히.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선배도 드물 테니까요. 그럼 한 장」


「땡큐~. 그럼, 다음은 네 차례지. 우선 스타킹 신고 나를 밟아 봐라」


「거기서부터 어떻게 그런 얘기가 됩니까. 거기다 밟히고 싶은데 『밟아 봐라』라니. M인지 S인지 확실히 정해 주세요. 기분 나빠요」


「좀 더 강한 어조로 부탁드리겠사옵니다」


마츠키는 등을 돌리고 섰다.


「*사지를 분쇄하도록 하라!」

*四肢、粉?せしめん!


「아니, 그런 의미의 강한 어조가 아니라고」


「제멋대로시네요」


「잠깐 앞으로 굽혀 봐」


「그 정도라면」


나는 일어서서 마츠키 옆에 선 다음, 바로 그녀의 다리를 걸고 팔을 잡았다. 그대로 흐르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관절을 꺾어 간다.


「잠ㄲ, 아파 아팟! 아픕니다! 뭡니까 이건, 이런 건 처음이야!」


「이엿차~!」


우둑우둑 하고 굳혀 줬다. 이것이 나의 만卍 자 굳히기인 것이다.


「좋아, 지금이다! 나 엄청 노력하고 있으니까 사진 찍어, 사진!」


「싫어어어어어어무우우리이이이이! 그런 것보다 풀어 주세요오오, 히이, 히이이이이이이」


「근성으로 어떻게든 해라!」


「큭、아야……! 이, 이런, 여, 여자아이에게 이런 바보 같은 기술을 걸다니 뭘 생각하시는 겁니깟, 남자 고등학생의 분위기를 가져오지 말아 주세요! 제가 누구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앗, 아아아아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아아아아! 싫어어어어, 아픈 거 더는 싫어어! 놔 줘, 놔 줘어!」


나는 마츠키의 스커트 주머니로부터 휴대전화를 꺼내서 (대기화면은 내가 피규어의 스커트 안을 들여다보려는 순간을 도촬한 것이었다)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오라아! 말해라! 코쿠타카 선배는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라!」


「읏, 우으으으으으! 우으읏!」


「쓸 데 없는 저항은 하지 말라고!」


「히아아아아아, 아, 앙대에, 아아아아앙, 앗, 코, 코쿠타카 선배는 노력하고 이써요오오오!」


「착한 아이구나」


「실례합니다. 학생회입니다」


드르륵 하고 문이 열렸다. 나는 마츠키에게 기술을 건 채로 굳어 버렸다. 부실에 들어온 건 하라 선배와, 낯선 여자가 두 명. 그러고 보니 학생회라고 자칭했던가.


학생회의 세 명은 말없이 우리를 응시하더니, 가리켰다. 위험해. 절대로 오해받고 있다.


「……코쿠타카군」


나는 크게 끄덕였다. 땀과 눈물과 콧물 투성이인 채, 거친 호흡으로 새빨간 얼굴을 하고 있는 마츠키에게 휴대전화 카메라를 향한 채로, 나는 크게 끄덕였다.


「저는 그저 (기술을) 넣으려던 것 뿐입니다」


「뭔 소리 하는기고!?」


하라 선배는 의외로 민첩한 움직임으로 거리를 좁혀, 나의 머리를 힘껏 두드렸다. 마츠키는 나로부터 휴대전화를 빼앗아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방금 찍은 동영상을 재생하고 있었다.


「미, 믿었었는데!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사람이라고는 상상 못 했데이! 상상도 못 했데이!」


「다, 다릅니다. 틀립니다」


『앙대에』


「이건 발뺌 못 하제」


「그냥 프로레슬링 놀이입니다! 동아리 활동입니다!」


『이써요오오!』





마츠키 본인이  『프로레슬링이에요. 여러 가지 의미로』 라고 말해 주었으므로 어떻게든 넘어갔지만, 오해가 풀린 뒤에도 하라 선배는 차가운 눈인 채였고 어조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회장, 저기, 이제 빨리 이야기하고 돌아가죠」


「이 사람들 머리가 이상합니다」


어이, 나랑 마츠키를 묶어서 부르지 말라고.


「그래서, 뭔가 용무가 있어서 오셨겠죠. 무슨 이야기입니까」


선배는 마츠키를 쏘아보더니, 긴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여러분 도화공작부는」


「틀렸습니다. 도화공작부는 아닙니다. 아트 앤 크래프트 LOVEMAX부입니다」


「아니오, 맞습니다. 도화공작부입니다. 본론이지만 폐부가 결정됐습니다. 끝. 그럼 안녕히 계세요.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일도 없겠지요」


하라 선배는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한다. 마츠키가 바퀴벌레와도 같은 움직임으로 끼어들어 그녀를 만류했다.


「프로레슬링 놀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유라면 따로 있습니다. 부장인 마츠키 양, 당신은 문과계의 동아리가 몇 개나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아니요! 전혀 흥미가 없으니까」


그런 걸 잘라 말하지 마라 바보.


「스물한 개나 있습니다. 하지만 활동할 장소가 없습니다」


「그런 사정은 몰라요. 당신들 학생회가 코나 파면서 적당히 결정하니까 이렇게 된 거겠죠. 어째서 우리들이 그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까. 야마지 선생님에게서 허가도 받고 있습니다」


「그 야마지 선생님에게서, 경우에 따라 여러분을 쫓아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습니다」


비가 올 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할까, 이미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천둥까지 치고 있는 느낌이다.


「아시겠습니까. 학생회라도 적당히 도화공작부를 폐부시키려고 결정한 건 아니에요. 여기 말고도 문과계의 동아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도화공작부는 정식으로 동아리로 인정받지 못한 동호회인 거에요」 하?


「야, 야 마츠키. 어떻게 된 거야」


「……코쿠타카 군은 쓰레기입니다만, 그 이상의 쓰레기에 속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동아리의 개설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부원. 다섯 명 이상이 아니면 안됩니다. 제대로 학생수첩의 교칙에도 쓰여 있습니다」


그런 걸 읽는 사람은 없겠지만요.


「두 번째로 고문 선생님을 결정할 것. 학생들만으로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활동 장소를 정할 것. 여기서 장소란 건 어디든 좋다는 뜻이 아니라, 학생회와 선생님 측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상의 세 가지를 하나도 만족하지 못한 것이 여러분 도화공작…… 동호회입니다」


「활동 장소라면 이 부실이」


「금년도부터 교칙이 변경되었습니다. 운동부도 체육관이나 그라운드를 매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문과계 분들에게도, 활동 장소, 부실을 공동 사용하도록 부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는 이제 여러분만의 부실은 아닙니다. 거부하면 동아리로 인정되지 않을 테니까, 잘 생각해 주세요」


「그런 건 강요가 아닙니까」


하라 선배는 생긋 웃었다. 마츠키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제대로 부원을 모으고 있는 동아리가 있습니다.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계획서로 보고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학생회는…… 아니, 저는, 제대로 된 동아리가 이 부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와~, 초 정론. 우리들에게 저항의 여지, 없음.


그래도 마츠키는 물고 늘어진다. 확실히 부실은 편리하고 동아리도 즐겁지만, 별로 없어도 상관없잖아, 라고 난 생각하는데.


「부원과 고문 선생님과 장소를 준비하면, 인정될 수 있다는 거네요」


「네. 그 말대로입니다」


「알겠습니다. 기한은, 언제까지인가요」


「이번 학기중이라면 충분하겠네요. 그럼, 또 학생회실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을게」


「비웃기는」


문이 무서운 기세로 닫혀 버렸다.


「젠장, 젠자앙. 선배. 해 버리죠. 그 학생 회장을 찍소리 못하게 해버리는 겁니다」


「아니~ 별로 괜찮지 않아? 귀찮고. 나쁜 건 우리들, 이 아니라 너잖냐」


「지금 당장 그 사람들을 쫓아가선 『방금 건 프로레슬링이 아니고 진심이었습니다. 진심으로 당할 뻔 했습니다. 코쿠타카만은 진심』 이라고 불어 버려도 괜찮은가요」


「우선은 부원을 모으는 것부터 생각해야겠구나」


책상에 *노트나 필기구를 늘어놓아 봤지만, 나와 마츠키에게는 인내라든가 참을성이라든가 노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격겜을 시작했다.

*ル?ズリ?フ


「마츠키」


「……네」


「여기는 도화공작부였구나」


「…………네」


이제부터는 어떻게 하지. 오늘의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내일의 나에게 기대를 걸어 보자. 그렇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