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웹소설 채널

43.



극복하는 세계(섬멸)


 


 


 


도서실에서 니코틴 놈들한테 둘러싸인 다음날 아침. 교실에 도착하자 위화감을 느꼈다. 아니, 이런 뻔한 말은 안 통ㅇ하겠지. 나는 지금, 말도 안 될 정도로 탄게인 일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응. 못 본 척 하자.


 


「우와아. 로쿠스케. 너, 뭐 했냐?」


 


유우토가 기분나쁜 얼굴로 나를 본다. 이 새끼, 내 불행을 기뻐하기는.


 


「아무것도 아냐. 나 진짜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뭐, 그렇겠지. 그래도 조심하라고. 이 학교엔 알기 쉬운 불량은 없지만 이해하기 힘든 바보는 있으니까」


 


그런 건 어제 이미 아플 정도로 느꼈지만, 아무튼 저쪽이 시비를 걸어오니까 어쩔 수 없잖아. 지난번에는 선생님한테 도움응ㄹ 받을 수 있었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단념해준다면 바랄 게 없지만, 저 녀석들의 태도를 보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당분간은 너희랑 놀아주도록 할가」


 


「그 말투 짜증나는데. 꼭 업신여기는 것 같잖아 너」


 


 


 


 


 


일단 오늘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겠지 하고 방심하고 있었다. 오후의 수업, 6교시의 체육이 끝난 뒤, 나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사라진 것을 눈치챘다. 그 대신 바지 주머니에 종잇조각이 들어가 있었던 것도 눈치챈다.


 


나는 유우토와 히야마군에게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두 번 접힌 종이를 열었다. 「방과후, 옥상, 혼자서. 소지품은 맡고 있습니다」라고 예상했던 것이 쓰여져 있었다. 낡았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할까. 요즘은 러브레터도 보내지 않는 시대인데. 일부러 귀찮은 일을 했군.


 


「……야, 유우토. 오늘은 역전 가는 거 그만둘래」


 


「엥? 어째서?」


 


「사무적인 일이 생겨서」


 


흐응, 하고 유우토는 그 뒤로 아무것도 (들)물어 오지 않았다.


 


 


 


 


 


방과후가 되어, 나는 탄게인 일당이 교실에서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옥상으로 향했다. 무시해도 괜찮았지만, 아마 저 녀석들은 단념하지 않을 것 같다. 끈질기게 짖궂음을 반복할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귀찮은 것은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옥상이라니. 열쇠로 잠겨있을 텐데. 뭐,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폰이 인질이다. 이상한 사이트에 등록되는 건 싫으니 돌려받으러 가자.


 


「……이런. 죄송합니다」


 


계단을 오르는 중, 큰 봉투를 안은 사람과 부딪칠 뻔 했다. 봉투 안에는 빵이나 과자 따위의 대량의 음식이 들어있다.


 


「……음, 아무렇지도 않아. 괜찮다」


 


키가 큰, 팔에 붕대를 감은 선배 같은 여학생은, 내 쪽을 제대로 보지 않고, 어딘가 기쁜 듯 계단을 내려 갔다. 위태로운 발걸음이다. 하지만 신경 쓸 여유는 없다.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가는 문의 앞에 선다. 정중하게도 거기에는 탄게인이 있었다. 뭐야. 리더 스스로 마중이라니.


 


「우와, 진짜 왔네」


 


「오라고 한 건 너희들이겠지」


 


쪼그려앉아 있던 탄게인은 음울하다는 듯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한숨을 쉰다.


 


「뭐랄까, 바보 아냐? 정말로 혼자서 온다니 머리 이상한 거 아냐?」


 


「그러니까……아니, 됐어. 그리고, 휴대전화는 돌려주는 거지」


 


「글쎄? 나는 별로 아무래도 좋으니까. 당신이 꼰지르건 말건 상관없어. 얕보여졌다느니 신경쓰고 있는 건 다른 녀석들이니까」


 


나는 다르다는 건가. 아니면 이 녀석만 책임을 피하려 하는 건가. 이쪽도 네가 어떻게 되건 아무 상관도 없지만.


 


「망보고 있던 건 일말의 의리라는 건가?」


 


「……됐으니까 가라고 코쿠타카. 너무 기다리게 하면 무슨 짓 당할지 모른다고~?」


 


탄게인은 아군이 아니다. 여기서 이 녀석과 말해도, 예를 들어 도와줘요 하고 울며 매달려도 쓸데없다.


 


「뭐, 빨리 사과해버리는 게 어때? 그럼 곧바로 끝나는데」


 


나는 문을 열어 옥상에 나갔다. ……그리고, 누가 누구에게 사과한다는 건데?


 


 


 


 


 


옥상에는 전형적인 느낌의 불량 일곱명이 있었다. 내역은 남자가 4. 여자가 3. 이 녀석도 저 녀석도 내가 온 순간, 적의는커녕 살의에 가까운 시선을 향해왔다.


 


「오오, 왔다왔다. 그러면, 코쿠타카」


 


「됐으니까 휴대전화 돌려줘」


 


나는 바보의 말을 끊고 손을 내밀었다.


 


「……에? 뭐? 야, 진짜냐 너」


 


제일 화려한 머리 모양을 한, 갈색 머리의 바보가 웃음소리를 낸다. 다른 녀석들도 따라하듯 웃는다. 아아, 즐거워 보인다. 생각해보면 이 녀석들은 언제나 실실 쪼개고 있다.


 


「아아~, 돌려준다. 돌려준다고. 그런데 말이야, 그 전에 말하는 게 있지 않아? 전에 말했잖아, 우리가」


 


「뭘」


 


「하아아!? 임마, 너 모른 척 하는 거냐!? 용서해준다고 하고 있잖아!」


 


아니, 아마 말하지 않았다. 듣지도 않았고. 나는 그 자리에 들어앉아, 적당한 녀석을 힐끗 흘겨본다.


 


「누가 쉬랬냐」


 


「어이. 하려면 해라」


 


「뭐?」


 


「아니, 뭐, 가 아니라」


 


나는 이런 녀석들에게는 잡히지 않는다. 진심으로 도망치면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는다. 절대로다. 하지만 그래서는 이길 수 없다. 원래 승부를 내거나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를 부른 이 녀석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확실히 해 두고 싶겠지.


 


자신들이 위고, 내가 아래. 내려보는 일은 있어도 올려보는 일은 없다.


 


기분은 안다. 하지만 나에게도 고집이 있다. 보통으로 해도 바보 취급당할 뿐이라면, 깔봐지는 걸로 끝난다면, 차라리 이게 낫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맘대로 해라. 끝나면 핸드폰 돌려줘」


 


일곱 명의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절대로 사과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우, 웃기지 마……!」


 


「왜, 쫄았냐?」


 


조금 전의 나라면 이런 흉내는 내지 않았을 것이다. 선생님 덕분에 조금은 근성이 붙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거라면 좋겠구나, 하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해」


 


「하라니, 너, 진짜로 말하는 거냐?」


 


「못 들었냐. 어이, 빨리 하라고. ……야. 이봐. 엉덩이가 차가워지고 있잖아!」


 


최강의 호신술은 위험에 가까워지지 않는 것이라고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어쨌든 도망친다. 그리고 하나 더, 싸우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를 둘러싸고서도 손을 대지 않는 이 녀석들은 올바르면 하면 올바른 것인지도 모른다. 위압적인 언동과 화려한 외형. 보통 사람이라면 스스로 가까워지려 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위험한 것이라고 선전하며 다니면 위험에 가까워지지 않는 걸지도. 생각해보면 양아치라는 것도 호신의 완성형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너말야, 웃지 말라고!」


 


한 번이라도 손을 대면 멈출 수 없게 된다. 위축되어 있었던 것은 피차일반이었지만, 결국 저 편이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마음껏 등 뒤를 차여, 정신이 몽롱해진다.


 


「야, 웃지 말라니까! 임마!」


 


2, 3, 4, 5, 6……어라? 이 녀석들 좀 심하지 않나?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고, 강하고, 뭐야 이게 그만!


 


하지만, 참는다. 참고 버틴다.


 


머리를 밟히고, 어깨를 차여, 굴려지고 짓밟혀, 무리하게 일으켜 세워져, 배를 맞고, 무슨 짓을 당해도…….


 


 


 


 


 


몇 번 맞았는지. 몇 번 차였는지. 몇 번이나 아픈 생각이 들었을까.


 


정신을 잃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꺾이지 않게 계속 참아왔다. 제복은 너덜너덜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지지 않았다. 어때. 이 자식. 나에게 싸움을 걸다니, 그런 게 잘 될 리 없잖아.


 


「……이 녀석, 아직 웃고 있다. 저기, 이제 그만두자. 죽어버릴지도 몰라」


 


「뭐? 우리들, 살인자가 된다고?」


 


「죽을 리 없잖아. 사람은 그렇게 간단히 안 죽어」


 


「그래도 이젠 무리. 힘들어」


 


「아~, 그럼, 이제 두고 가자, 이 녀석」


 


「그래도 돼? 방치하고 있으면 진짜로 죽지 않을까?」


 


「그 때는 그 때잖아! 각오하면 되지!」


 


「각오라니, 너 말야」


 


「우와, 타카하시, 너 좀 이상하다? 너무 흥분했잖아」


 


「그 녀석은 냅둬. 아무튼 뭐, 학교 나가면 익명으로 전화하자구. 「옥상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라고」


 


「에~, 이 학교의 전화번호 같은 거 모르는데~」


 


어이. 잠깐 기다려.


 


「왠지 일기예보 보니까 맑은 날인 것 같고. 이 시기엔 얼어죽지도 않을 거고」


 


「그런가. 그럼, 어이, 코쿠타카. 너 누구한테 당했는지 말하면 어떻게 될까 알고 있겠지」


 


「아직 휴대전화 맡고 있으니까 말야. 쓸데없는 짓 하면 너 말고 다른 누군가도 이런 짓 당할지 몰라」


 


웃기지마. 여기까지 해놓고선 아직 부족하다는 거냐. 아아, 마음껏 욕해주고 싶은데 입이 열리지 않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타카하시 녀석, 좀 정신 차린 것 같은데?」


 


「아니, 이 이상은 뭘 해도 위험하다고. 보통 이쯤에서 그만두겠지」


 


머리가.


 


「맘대로 해. 나는 아무것도 몰라」


 


「나도~. 바보 아냐, 그 녀석」


 


아득하다.


 


「아~~~~, 그런데 배고프다」


 


「사람 때리는 것도 지치네」


 


멀어진다.


 


「소년 A가 되지 않고 좋은 경험 한 거 아냐?」


 


「아니아니, 잡히지 않으니까. 그냥 싸움으로는」


 


나는 대체, 뭐를.


 


「무슨 일 있으면 진짜로 박살내면 되는 거고!」


 


「그러니까 그런 건 그만두라고. 너무 했다고 하잖아 지금」


 


아아.


 


아아, 적어도, 적어도.


 


다시 한다거나, 그런건 어떻게든 좋다. 여기서 내가 당하고 있을 뿐이라면, 그것만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하지만, 안 된다. 부탁이니까. 내 친구나 가족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마. 약속이 다르잖아. 빨리 휴대전화를 돌려줘. 패배를 인정하고, 이제 두 번 다시 관련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달라고. ……팔도 다리도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는다. 기어 움직이려 해도, 배가 아파서 힘이 나지 않는다. 안 된다. 저 녀석들을 이대로 밖에 나가게 할 수 없다.


 


「…………선, 생님」


 


도와줘.


 


 


 


 


 


『우오옷!? 뭐야 지금 소리!』


 


『엥? 왜 쫄고 있……어라?』


 


『어째서, 문, 부서졌어?』


 


『뭐가 일어나는 거야. 의미를 모르겠는데』


 


『어, 아, 그, 류코는? 그런데 그 녀석, 혼자 어디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저기, 저거 뭐야, 지금 무슨』


 


『칵!?』


 


『아, 지금, 어째서 타카하시』


 


『이, 이봐』


 


『그 녀석, 날았다? ……아, 이런』


 


『엥? 거짓말』


 


『오거다』


 


『뭐? 오거?』


 


『미즈사와?』


 


『우, 아아아아아아, 안돼애애애애애, 안 된다고오오』


 


『젠장! 어째서 또 그 녀석이 안 거야!』


 


『자, 자, 잠깐! 잠깐 기다려 선생님!』


 


『우리 별로 나쁜 짓은 아무 것도, 아, 아, 켁, 우웨에에에에에에에에……』


 


『거짓말, 거짓말, 굉장히 토하고 있습니다만』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아아아아앗, 비켜! 방해다!』


 


『힉, 선, 죄, 죄송……죄송합----』


 


『교사가 학생을 때리다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냐! 나는 안 했다고! 한 건 전부 타카하시가』


 


『그, 그그그그래! 타카하시니까! 그 녀석만!』


 


『적당히 하라고! 우리가 잘못했으니까! 그러니깍』


 


『아아악! 아파! 아파아아아아아아아! 서, 선생느임……아아아아아가가가가카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 어라? 내 팔, 구부러졌나?』


 


『아, 히, 히익, 어째서, 어째서, 나, 나는 한 번 밖에 안 때렸는데, 어, 어째서』


 


『안돼, 그만두세요 부탁립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무사히 진급해서 3학년이 되었다.


 


 


 


 


 


『탓군~, 오늘로 나는 졸업해버리지만 말야~』


 


『졸업, 축하합니다』


 


『응응, 고마워. 그리고~, 나랑 안 사귈래?』


 


『갑작스럽네요』


 


『뭐 그렇네. 좋아, 사귀자』


 


『아뇨, 거절합니다』


 


『거짓말? 아~아~, 역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사귈 수 없어요, 저는』


 


『……흐응. 나 찬 거, 후회할지도』


 


『아니, 이미 하고 있습니다』


 


 


 


 


 


히가시야마 선배들도, 깔깔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확실히 졸업해서 대학에 가거나 프리랜서로 놀거나 가정에 들어간다거나 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금 외롭다.


 


과자 클럽은 없어져버렸다. 부원이 나 혼자만 남았고, 고문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3학년의 봄. 미즈사와 선생님은 학교에서 떠나갔다. 다른 학교에 이동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교직에서 물러나 버렸을지도 모른다. 전부 사라졌다. 없어졌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대로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녀에 대해 아무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아마, 라고 할까 거의 확실히, 그 날, 옥상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내고 싶지는 않다. 벌써 끝난 일이다. 전부 끝나서, 관련된 녀석은 나를 빼고 전원이 어딘가에 갔다.


 


돌려받은 휴대전화는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데이터를 복원해도 선생님에게는 문자도 가지 않고 전화도 닿지 않았다. 유키씨도 선생님이 어디에 갔는지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상처가 나았을 때에 깨달았다.


 


그렇다. 전부 끝났다고.


 


 


 


 


 


「저기, 알고 있어? 로쿠스케」


 


3년이 되어도 유우토와는 같은 반이었다. 히야마군은 다른 반이 되어버렸지만, 그 대신 타카노와 같은 반이 되었으니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해두자.


 


「뭘 말야?」


 


점심시간, 교실에서 참고서를 한 손에 들고 빵을 먹고 있던 나에게 유우토가 왔다. 도수 없는 안경은 평소와는 다르게 진지한 얼굴로, 시시한 것을 입에 냈다.


 


「미즈사와에 대해. 그 녀석, 갑자기 없어졌잖아. 조금 신경이 쓰여서, 이야기를 알아왔는데」


 


「……별로 흥미 없어. 학교가 평화로워졌으니 그걸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네가 듣고 싶다는 표정이었으니까」


 


그런 표정을 한 기억은 없다.


 


「뭐, 들어봐」


 


유우토는 내 앞자리의 의자에 앉아 입을 열었다.


 


「그 녀석 말야, 교사가 되고 1년째일 때 학생을 박살내서 여기로 왔대. 뭐더라, 맡고 있던 반에서 따돌림이 있었다나. 게다가 그 주모자가 굉장히 불량이라, 교실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는 바보였던 것 같은데」


 


「저기, 나는 별로 듣고 싶다고 한 적 없잖아. 공부에 방해돼, 너」


 


「괴롭힘 당하던 녀석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전학갔다더라. 교사한테 상담해도 소용없었다나. 그 후, 미즈사와는 뭘 생각했는지 불량들을 문자 그대로 일소했대. 웃기지도 않아. 그 때가 되서야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데」


 


그러니까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러니까, 이번도 그런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로쿠스케. 너, 굉장히 너덜너덜해졌던 때 있었지. 2학년 2학기. 나도 메구쨩도 아무 것도 안 물어봤고, 물어봐도 넌 대답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탄게인이랑 같이 있던 녀석들은 대부분 전학갔잖아. 뭐, 바로 그 탄게인 본인은 남아있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유우토」


 


「무슨 말이냐고 하면 말이지, 로쿠스케」


 


나와 유우토는 지근거리에서 서로를 마주본다. 교실의 가장자리에서 노란 비명이 올랐다. 이봐. 누가 뭘 상상하는 거야.


 


「뭐, 그렇다면 그걸로 좋아. 단지, 이젠 걱정하게 하지 마. 나는 싸움 같은 거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아무튼 네 아군이니까」


 


「웩. 뭔 오그라드는 대사냐, 그거?」


 


「……놀리지 마」


 


「뭐, 그럼 즉시 아군다운 일을 해주실까. 이 참고서의 이 문제, 해설 읽어도 의미를 전혀 모르겠는다」


 


「맡겨둬 저능. 우선은 구구단부터 시작할까」


 


「너 좀 짜증난다?」


 


 


 


 


 


새로운 일년이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참 전부터 싸울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선생님에게 배운 말이다. 꿈은 높게 가지라고.


 


춘하추동, 휴일 없이 책상으로 향했다. 타고난 머리는 어쩔 수 없는 그런 거였던 나였지만, 텅 비었던 만큼 뭔가를 담는 데에는 유리한 것 같았다. 2학년 무렵에는 최악에 가까운 성적이었지만, 3학년 1학기, 2학기 동안 자신도 놀라서 실금해버릴 만큼 성장하고 있었다.


 


그것도 이것도 모두의 덕분이다. 다행히도 내 친구들은 머리가 좋았다(단 타카노는 제외하다). 유우토와 히야마군도 자신의 수험 공부로 힘껏이었을텐데 다양하게 도와줬다. 그 덕분에 나는 원하던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유우토는 제 1지망에 떨어진 것 같지만 안전빵에는 합격했다(그런데도 보통 레벨은 아니다. 나보다 몇 단계나 위의 학교다). 히야마군은 그 유명한 도쿄의 대학에 합격했다. 놀랄 것도 없다. 타카노는 스포츠 추천으로 잘 모르는 곳에 가는 것 같다.


 


일단 어떻게든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다. 아직도 부족하다. 나는 교사가 된다. 그걸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생각이다.


 


 


 


 


 


시간의 흐름은 빠르다. 우리도 3년간 신세를 진 배움터에서 자립할 때가 왔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학에 합격한 것을 안 다음에는, 대부분 학교에는 가지 않고 쉬고 있었지만.


 


감개 깊었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우는 것은 나중에 하려고 한다. 그렇다, 나에게는 야망이 있다. 그걸 달성할 때까지는, 걸대로……!


 


「저기, 코쿠타카」


 


「어? 너였냐……무슨 바람이 불어서」


 


졸업식이 끝나 교문을 나가려 하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선배의 두 번째 버튼과 정조를 주세요」하는 하급생일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탄게인이다. 그 날 이후 얼굴을 보는 일은 있어도 이야기하는 일 따위는 없었는데 무슨 일일까.


 


「무슨 용문데」


 


「나와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뭐,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말하게 해줘」


 


평소의 건방진 상태는 아니다. 문득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이제와 생각하면, 탄게인은 그 사건에 적극적은 아니었다. 아군은 아니었다. 적도 아니었다, 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내 안에서는 그녀만은 세이프라는 취급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시 선생님에 대해서?」


 


「으, 응. 그래. 그 때, 나도 무엇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보고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너는 선생님이 봐줬지」


 


「아, 빚이 생겼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마. 나도 이미 갚았고. ……아~,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녀석은.


 


「먼저 말해두지만, 별로 미즈사와를 옹호하는 건 아니니까. 그 뒤에 사정청취나 뭐, 다른 꼰대도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아무튼 너, 온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뭐, 이야기를 까다롭게 한 건 그 녀석들이지만」


 


「그 녀석들이라니, 타카하시라던가?」


 


「응. 결국, 당신에게 졌어. 먼저 손댔으니까. 그런데도 자신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미즈사와에 당했다~라던가, 보기 흉한 것만 말하는걸. 왠지 화나서 나는 제대로 사실대로 말했어. 했더니 내 친구는 사라졌지만. 다들 어디로 가버렸기 때문에」


 


그 근처는 모른다. 자업자득이니까.


 


「잘 모르겠는데. 뭐 부탁이라도 하려고?」


 


「아니라고. 가르쳐주려고 생각했어. 걱정하지 않아도, 미즈사와는 체포되지 않았어. 암암리에 없던 게 되었으니까」


 


「……암암리라니, 학교가?」


 


「글쎄? 혹은 어딘가의 부자가 했던 일일지도」


 


탄게인은 순진한 미소를 띄운다.


 


「그러니까, 믿으면 만날 수 있지 말을까? 그렇게 생각한 거야, 나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어째서 그런 거 나에게 말했어. 조용히 있어도 좋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 그리고, 옥상에서 맞고 있던 너, 좀 멋있었어. 테라지마군만큼은 아니지만」


 


「켁, 뭐야 그거. 너, 유우토 좋아했어?」


 


「좋아했던 게 아냐! 지금도 좋아하고! 아, 괜찮으면 테라지마군의 연락처, 가르쳐줘. 같은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조금 레벨이 다르달까, 세계가 다르지만」


 


역시 부탁이잖아! 뭐, 좋지만. 조금이지만 안심했으니까. 유우토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다니. 그 녀석, 과연 친구라 할 만하다.


 


 


 


 


 


졸업식이 끝나고 탄게인과 이야기한 후, 나는 곧바로 집에는 돌아가지 않고 사카키바라 서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유키씨에게 보고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르바이트를 계속할지 어떨지라던가. 개인적으로는 계속 신세를 지고 싶지만, 대학생이나 되면 생활리듬이랄까 환경이 바뀌니까, 혹시 폐가 될지도 모른다. 제대로 이야기해 두고 싶었다.


 


자전거를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 세우고, 삐걱거리는 문을 연다. 여기를 여는 일도 완전히 익숙해져버렸다.


 


「안녕하세요~, 유키씨, 있습니까~」


 


「안녕하세요, 코쿠타카씨. 예, 여기 있어요」


 


유키씨는 카운터 안쪽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정위치다. 지금까지도 변함없고, 앞으로도 변함없겠지, 반드시.


 


「유키씨. 코쿠타카 로쿠스케,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이것도 유키씨 덕분입니다」


 


「아아, 그런. 나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어요. 모두 코쿠타카씨의 힘입니다」


 


둘이서 서로 꾸벅꾸벅 고개를 숙인다.


 


「그런데 유키씨. 아르바이트에 대해입니다만」


 


「……예,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그만두는 건가요」


 


「아니, 계속하고 싶지만요, 시간이 맞을까, 폐가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서」


 


「코쿠타카씨가 생각하는 대로 해주세요. 계속해 주신다면 나도 기쁘니까요. 그보다 대학생이나 되면 여러가지로 돈이 드는 일이 많겠죠. 여기 급료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아, 그건……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4년간 어디 놀거나 하진 않을 거라서요. 부모님도 납득하셨고, 금전 면에서는 도와준다 하셨고. 그러니까 저는 여기서 아르바이트 하는 걸로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할까, 다른 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상상하는 게 힘들다고 할가요」


 


유키씨는 살짝 미소지었다. 하지만 곧바로 눈초리를 날카롭게 한다.


 


「혹시, 교직에 종사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까. 코쿠타카씨, 나쁜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만두세요. 당신은 아직 그 아이의……리노의 그림자를 뒤쫓는 것처럼 보입니다. 코쿠타카씨는 아직 젊으니까, 과거에 매달리는 것 같은 삶의 방법은」


 


「확실히 저는 학교의 선생님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을 이유로 할 생각은 없습니다.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미즈사와 선생님 덕분이지만, 별로 그 사람과 만나고 싶으니까, 가까워지고 싶으니까, 그런 이유만으로 교사가 되려는 건 아닙니다」


 


「정말입니까?」


 


물론,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즈사와 선생님은 자신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이 어떤 꼴을 당해도, 올바르게 행동하려 한다.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고 있다. 분명 후회도 불안도 없겠지. 나는 미적지근하게 살고 있었지만, 그녀를 본받고 싶다. 그녀처럼 살며, 그녀처럼 사는 것을 가르쳐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후우, 그 아이의 고지식한 면을 배운 건가요」


 


그렇게 말하는 유키씨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쁜 듯 하다.


 


「그럼, 노력하는 코쿠타카씨에게 한 가지 포상을 드리죠」


 


「오오, 뭔가요, 뭔가요」


 


유키씨는 의자에서 일어서 거실로 향했다. 오늘은 문이 닫혀 있지만, 텔레비젼의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켜둔 채로 두는 건 좋지 않아요 하고 말하려 했지만, 그녀는 내가 입을 여는 것보다도 먼저 문을 열었다.


 


「으~응? 언니, 벌써 밥 시간이야……?」


 


……누구야?


 


다다미 위에, 운동복 모습의 여성이 뒹굴고 있다. 매우 엉망이다. 머리카락도 더부룩하고, 안경의 위치도 삐뚤어져 있고, 아직 대낮인데도 뒹굴거리고 있다. 제대로 된 어른이 아니다.


 


「저기, 언니?」


 


「리노. 점심 밥은 조금 전 먹지 않았습니까」


 


「아~아, 그랬던가」


 


리, 노……? 어, 자, 잠깐?


 


「유, 유키씨. 거기 그 건어물 같은 여성은, 혹시」


 


유키씨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리노입니다. 미즈사와 리노입니다. 코쿠타카씨, 당신의 담임이기도 했어요」


 


나는 쓰러졌다. 눈을 뜬 채 악몽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 세계는 농담이라는 물건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나, 나나나나나는, 나는」


 


「으~음? 어라, 언니, 문을 열어도 좋은 건가? 아직 영업중이잖아. 손님이……손님……어? 어?」


 


「나는, 교원 면허 따서! 선생님이 되어! 부임처의 학교에서 선생님과 재회해! 라던가! 그런 걸! 상상했는데! 그런 걸 생각하며 힘내려 했는데, 했었는데!」


 


「아아, 역시,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엇군요, 코쿠타카씨는. 훌륭해요」


 


뭘 하고 있는 것입니까 미즈사와씨!


 


 


 


 


 


「그래서, 내가 인기 없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희 잘못이라는 표정을 하고 계십니다만」


 


「나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이제 와서 정색해도……」


 


「그러나, 당분간 보지 않던 동안에 좋은 남자가 되지 않았나. 응, 그런 생각이 든다」


 


「거짓말은 그만하세요. 코쿠타카씨가 오면, 언제나 그늘에서 살그머니 들여다보고 있던 주제에」


 


「시끄러워 언니」


 


미즈사와 쇼크에서 회복한 뒤, 사카키바라가의 다실에서, 나와 유키씨와 선생님은 세 명이 식탁을 둘러싸고 있었다. 선생님은 무뚝뚝한 표정을 하려 하고 있었지만, 일년간 유키씨 집에서 응석부리며 설렁설렁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어딘가 야무지지 못한 표정을 하고 있다. 누구야, 당신.


 


「어째서 여기에 있습니까」


 


「아니, 하지만 친가에는 돌아가기 힘들고. 독신 생활을 계속하기에도 저금이 부족하고, 언니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일 것이다. 아니, 그런 얼굴로 보지 마. 아니, 제대로, 새로운 일도 찾았다고? 하지만 해고되어 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히 교원은 될 수 없고, 지금까지 긴장하고 있었으니까, 잠깐 정도는 괜찮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겠지」


 


「변명 비슷한 것을 당당한 듯」


 


「교사에게 예의가 부족하다」


 


「이제 선생님은 선생님이 아니고, 저는 학교를 졸업했으니 선생님의 학생도 아니니까」


 


크으, 하고 선생님은 신음소리를 냈다. 나는 차를 마셨다.


 


「……역시, 화내고 있구나. 실망했겠지」


 


「뭐, 그거야. 하지만, 제일 화내고 있는 건, 어째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거에요.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 거, 이건 어쩔 수 없었겠죠. 하지만 유키씨에게 신세를 지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말해줘도 좋지 않았습니까」


 


선생님에게 말하는 김에, 유키씨에게도 「왜 그랬어요」 하는 기분을 담아 응시해본다. 유키씨는 미즈사와 선생님의 행방에 대해서는, 모른다, 모른다 하고 나에게 말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코쿠타카씨. 리노에게 단단히 약속되었던 것입니다. 절대로 가르치지 마라, 하고. 학생에게, 코쿠타카씨에게 자신의 한심한 모습을 보이는 걸 견딜 수 없었겠지요」


 


「그렇지 않다」


 


「라고 말합니다만」


 


아~, 그러고 보니 최근, 쭉 문 닫혀있었다! 눈치채지 못했던 나도 나지만, 그러나, 사실 선생님은, 지금까지도 내가 아르바이트로 여기에 있는 동안 거실 쪽에서 뒹굴뒹굴 누워있던 건가. 바보 같다.


 


「하아~, 이제 상관없겠지」


 


움찔, 선생님은 어깨를 진동시킨다.


 


「선생님. 선생님은 정말」


 


「선……아, 아아, 그런가. 나에 대해인가」


 


「저, 교사가 됩니다」


 


「그런가. 응,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는 될 수 있을 거다.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다」


 


선생님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좋아,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전하고 싶던 말을 해버리자.


 


「조금 전도 말했습니다만, 저와 선생님은 이제 학생과 선생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렇구나. 아아, 말하는 걸 잊고 있었다. 졸업,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에 들어갑니다. 우선 4년제입니다. 졸업하면 선생이 됩니다」


 


「응. 힘내라」


 


「제가 선생이 되면 결혼해줍니까」


 


「응. ……응?」


 


선생님은 머리를 기울였다.


 


「그리고 앞으로 4년,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아, 아니, 잠깐 기다려라. 너, 무슨 말이냐. 결혼? 나와? 이봐, 코쿠타카. 가볍게 말하지만, 그런 건」


 


「제가 매일, 선생님을 위해 밥을 만듭니다」


 


「……아아, 그리고」


 


답답한 사람이다.


 


「알았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교제해 주세요. 대답을 주세요. 할 수 있으면, 지금 당장에」


 


「그, 그러니까」


 


유키씨는 쿡쿡하고 웃으며 거실에서 나갔다. 남겨진 선생님은 주위에 시선을 돌려보지만, 어쩔 수 없다고 눈치챈 것 같다.


 


나는 숨을 정돈해, 선생님을 똑바로에 응시했다.


 


「 『저와 교제해주시겠습니까』」


 


「아」하고 선생님은 얼굴을 들었다.


 


그녀도 그 날의 대화를 생각해 내 준 것일까.


 


「……거절당하면 마음이 죽어버립니다만」


 


선생님은 뭔가를 말하려 입을 열었다가, 단념한 듯 입을 다문다.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해, 부드러운 미소를 띄웠다.


 


「나로 좋은 것인가? 이제 곧 30이다. 4년이나 기다리면 아줌마다. 대학에 들어가면, 절대, 그 밖에 좋은 사람이 발견될텐데」


 


「한 번, 선생님이 없어진 다음에야 알았습니다. 이제, 어디에도 가지 말았으면 한다. 쭉 곁에 있어줬으면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좋습니다. 선생님이 아니면 싫습니다, 저는. 싫으면 지금 싫다고 확실히 거절해주세요」


 


그것이 서로의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덧붙이고, 나는 선생님을 응시했다.


 


「코쿠타카, 씨」


 


긴 침묵 뒤, 선생님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네, 네!」


 


선생님은 곤란한 것처럼 뺨을 긁더니, 쑥스러운 듯 시선을 돌린다.


 


「저 같은 사람으로, 좋다면.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행복하게 됩시다. 둘이서」


 


하지만, 마지막에는 똑바로 이쪽을 바라봤다. 그 다음은 참을 수 없던 걸까.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숙였다. 아아, 이제야 이런 식으로 웃었군,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