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웹소설 채널

45.



각성하는 세계(빠지다) (여덟번째 루트 시작)


 


 


 


「선배, 오셨네요」


 


신발장에 러브 레터라는 옛스러운, 자칫하면 못된 장난으로밖에 인식되지 않을 짓을 한 것은 동아리의 후배였다. 바보같다. 조롱당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학교 건물 뒤쪽으로 와주세요 라고만 쓰여진 문장대로 어슬렁어슬렁 고개를 들이민 나도 바보같지만.


 


아무튼 후배의 얼굴을 본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마음이 약한 그녀는, 내가 실망했다고 생각하기라도 했는지, 안 그래도 작은 몸을 더욱 움츠렸다. 나는 아니야, 하고 평소와는 달리 상냥한 목소리로 달랬다.


 


「누가 보냈는지 안 쓰여 있었으니까. 누가 장난치나 싶어서」


 


「네? 아, 앗, 그런, 죄,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다. 대충 알았어」


 


우리를 둘러싼 겨울의 경치는, 마치 나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것 같았다.


 


「선배」


 


「응?」


 


「좋아합니다」


 


놀랐다. 몸도 작고 적극성도 적은 선배는 확실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언제나 자신이 없는 것처럼,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곧바로 사과한다. 그런데도 오늘의 그녀는 이쪽을 똑바로 응시하고, 결코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정면에서 부딪친 열정이, 후배의 하얀 숨결에 섞여 솟아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머릿속에서 플로우차트를 만들어, 지금 이 순간이 올 때까지 몇 번이나 이미지했다. 계속해서 반복한 패턴이 빙글빙글 소용돌이친다.


 


아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쭉 기다리겠지. 비록 내가 떠난다 해도, 계속 여기서 서 있겠지.


 


 


 


「저기, 나는」


 


 


 


TV가 빠직 소리를 내자, 『나』와 『후배』가 화면에서 퇴장했다. 새까맣게 변한 디스플레이에, 망연히 멍청한 얼굴로 입을 연 내가 비쳐 있다.


 


「……뭐야, 거짓말이지?」


 


전원이 꺼지다니. 당황해서 게임기 본체에 손을 대자,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웠다. 너무 오래 했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 세이브, 언제 했더라? 우와. 선택지 2개나 전이었던 것 같다. 거짓말이지. 말도 안 돼. 몇 시간이 걸렸는데.


 


나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2시다. 이미 늦었다. 내일은 일요일이지만, 낮부터 아르바이트에 가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슬슬 자지 않으면 내일 일어날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도 지금부터 다시 게임을 플레이할 기력이 없다.


 


「아~, 젠장. 정말 좋은 장면 돌입했는데」


 


침대에 아무렇게나 드러눕는다. 분하지만, 피로감이 단번에 눈시울을 누른다. 등이 켜진 상태지만 이젠 됐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나 잘래.


 


 


 


 


 


일요일 아침은 기분이 좋다. 새는 지저귀고, 나는 노래한다. 이 이상 상쾌한 일도 없다.


 


의기양양 거실로 내려와 먹을 걸 찾고 있는데 메구가 온다.


 


「잘 잤니, 여동생」


 


「안녕하세요 오빠. 뒷모습이 왠지 한심하네요. 게다가 '잘 잤니'라니, 이제 점심 전이야. 오늘은 저기, 어쩌고 차지라는 애니메이션도 보지 않고」


 


「그, 그런 여아용 애니메이션 볼 리 없잖아! 전에는 그냥 우연히 본 것 뿐이고!」


 


「아, 그래」


 


녹화하고 있으니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나 메구에게는 조용히 해둔다.


 


「배고파졌어? 찬장에 조미김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소금맛 말고는 아무 맛도 안 나는 녀석이다.


 


「이제 됐어. 알바 가기 전에 편의점 들렀다 갈래」


 


「어머나, 아르바이트에 가는 거야?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일요일 점심 직전까지 자고 있는 건 어떨까 생각하지만」


 


「쓸데없는 참견이야, 메구」


 


「예예, 가게의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요, 오빠」


 


이미 감동해버릴 정도다. 정말 상냥한 여동생이지.


 


 


 


 


 


편의점에서 점심을 사서, 아르바이트 장소인 사카키바라 서점으로 향한다.


 


사카키바라 서점은 장사번성은커녕 열려있는 가게 자체가 거의 없는 상점가의 안쪽에 있었다. 내가 찾아낼 수 있던 것은 행운이었을 것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아르바이트를 모집하고 있는 것은 기적이었음이 틀림없다. 하는 김에 덧붙여 둔다면, 점장인 유키씨가 청초한 미인이었던 것은 동전을 던져 아홉 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정도의 행운이었으니, 즉 나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럭키 보이였다.


 


「오, 가게는 열려있나」


 


진도 1 정도로더 무너져버릴 것 같은 사카키바라 서점을 올려보고, 나는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 자전거를 둔다. 이 가게의 문은 열기가 힘들지만, 문을 비스듬히 밀어넣듯이 하면 열린다.


 


「유키씨~, 안녕하세요~」


 


「크, 젠장, 언니의 기회주의는 지긋지긋하다! 앉아있지 말고, 됐으니까 빨리 도와 줘!」


 


「대체 얼마나 서투른 걸까요, 당신은」


 


가게 안에는 여성이 두 명 있었다. 한사람은 유키씨. 망령처럼 존재감이 적은, 피부가 투명한 미인이다. 그녀는 여기의 점장이다. 평소처럼 카운터 안쪽의 의자에 앉아있다.


 


다른 한 사람은, 흔들리는 접사다리 위에서 먼지떨이를 든 수트의 여성이다. 유감스럽게도 본 기억이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가 머리를 안고 싶어진다. 내 담임, 미즈사와도. 통칭 오거.


 


그런데 어째서 오거가 여기에 있는 걸까. 못 본 척 하고 돌아가고 싶어지지만, 분명히 위험하다. 그대로 두면 진짜로 다친다.


 


「어머나, 안녕하세요, 코쿠타카씨. 오늘은 아르바이트를」


 


「뭐, 코쿠타카라고……!」


 


미즈사와가 이쪽을 돌아보려 했다. 하지만 밸런스가 크게 무너져버린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낙하하는 그녀가 묘하게 슬로 모션으로 보인다.


 


어떻게 받아낼까. 라고 말할까 받아낼 수 있는 걸까. 오거. 분명 나보다 무거울 텐데.


 


「윽 ……!」


 


하나하나 생각할 시간이 없다. 낙하지점 아래에 들어가, 양팔로 오거를 안아 붙들었다. 쿠웅 하고 팔에도 다리에도 터무니없는 부하가 걸렸다. 죽는다. 시야가 명멸하고,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된다.


 


「이얍!」


 


그러나 넘어지는 것만은 면했다.


 


「……이, 이봐」


 


한숨을 쉬고, 팔 안의 미즈사와를 본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 때문에 제법 당황하고 있는 것 같지만, 상처는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자세는 공주님 안기라는 녀석이다. 최악이다. 나는 좀더 귀여운 아이에게 첫 공주님 안기를 바치고 싶었는데.


 


「내릴게요」


 


「그, 그래」


 


나는 천천히 몸을 숙여, 미즈사와를 마루에 내린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고 있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코쿠타카, 괜찮은가. 상처는」


 


「아뇨,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코쿠타카씨」


 


유키씨가 카운터를 뛰어넘어, 미즈사와를 밀쳐낸다.


 


「아아, 저런 무거운 것을 들고도 아무렇지도 않을 리 없습니다. 자, 어깨를 빌려드릴테니 거실에서 몸의 상태를 확인합시다」


 


「무겁다니 뭐야! 아, 아니, 하지만, 그렇군. 코쿠타카. 보이는 게 좋다. 무슨 일이 일어난 뒤는 늦는다」


 


유키씨는 나를 걱정해 주고 있다. 괜찮다고는 생각하지만, 서투르게 저항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는 얌전히 따르자.


 


「그럼, 실례합니다」하고 유키씨의 어깨를 빌린다. 아, 왠지 좋은 냄새가 난다. 여자의 어깨라는 건 이렇게나 부드러운 거구나.


 


 


 


 


 


거실에 따라갔더니, 옷을 벗겨지게 되었다. 분명히 부끄럽기 때문에 사지를 버둥거려 저항한다.


 


「그, 그만, 그만두세요 」


 


「안됩니다. 차분히 구석구석까지 보지 않으면」


 


유키씨는 나의 팔이나 다리를 억누르고 있었다. 언제나 멍하니 하고 있는 사람인데, 이 높은 신체능력은 뭐야. 나는, 마치 거미에게 붙잡힌 벌레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살려줘―!」


 


「치녀냐!」


 


콩, 하고 유키씨의 머리에서 좋은 소리가 울렸다. 미즈사와가 슬리퍼로 두드렸던 것이다. 살아났다. 설마 오거에게 감사할 때가 올 줄이야.


 


「가, 감사합니다」


 


미즈사와의 뒤에 숨어 유키씨의 모습을 관찰한다. 그녀는 머리를 문지르며, 무표정하게 여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정말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도 마음을 독하게 먹은 보람이 있었습니다」


 


「인연을 끊고 싶다」


 


그러고 보니 언니가 어떻다느니 말했지. 혹시 이 두 명.


 


「저기, 두 명은 어떤……」


 


미즈사와는 유키씨를 흘겨보고, 유키씨는 미즈사와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타인입니다」


 


「타인이다」


 


과연. 납득했다. 역시 자매였나. 그러니까 미즈사와가 이 가게에서 청소를 했던 걸까. 그리고 나는 바보처럼 운이 나뻤다는 소리다.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묻기 전에 해산하자.


 


「그럼 저는 이만」


 


일어서려 했지만, 미즈사와가 내 어깨를 잡아 되밀어낸다.


 


「조금 전, 언니가 아르바이트라던가 말하고 있었지. 이런 가게에 호기심으로 올 리는 없다. 코쿠타카, 변명해봐라. 재미있으면 도망치게 놔두마」


 


「그, 그러니까, 그, 그건」


 


나는 유키씨에게 도움을 요구했다. 그녀는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리노. 코쿠타카씨는 이 가게의 아르바이트가 아닙니다. 내 애인입니다. 나의 어린 제비입니다」


 


「더욱 더 용서 못해」


 


「알았습니다. 증거를 보여드립시다. 코쿠타카씨, 자, 평소처럼」


 


「이, 이봐! 평소처럼이라니 뭐야! 코쿠타카! 너, 이런, 불순한 관계를!」


 


믿지 마.


 


 


 


 


 


도중에 몇번이나 돌아가고 싶어졌지만, 나는 제대로 사정을 설명했다. 아마 아르바이트에서는 해고되고 정학처분 같은 걸 받게 되는 걸까 하고 각오하고 있는데,


 


「그럼 페널티다. 학생회 일을 돕는다면 오늘의 일은 잊고, 아르바이트를 인정하지」


 


설마했던 온정이 베풀어졌다.


 


「괘, 괜찮습니까? 저는 분명, 사지절단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습니다만」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학생회 일이라고 해도 대단한 건 하지 않겠지. 실질적으로 페널티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히히히, 살았다.


 


「아아, 말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조금 전은 수고했다. 고맙다, 코쿠타카」


 


마음속으로 히죽히죽 웃고 있는데, 미즈사와가 밝은 미소를 띄웠다. 이 사람도 이런 식으로 웃는 건가. 제법 놀랐다.


 


「그런데, 제법 몸을 단련하고 있군」


 


「그렇습니까?」


 


「응. 놀랐다. 잠깐이지만 멋있었다. 학교에서도 조금 전처럼 행동한다면 담임으로서도 도움이 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 후, 미즈사와는 가게에서 나갔다. 이런이런. 한 때는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했지만, 어떻게든 되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유키씨를 바라본다. 그녀는 살짝 미소지었다. 이 사람도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른다. 정말.


 


 


 


 


 


아르바이트로부터 돌아와 밥을 먹고 목욕해, 격투게임의 트레이닝 모드라도 해볼까 하고 의욕을 내고 있는데, 메구가 터벅터벅 방에 왔다.


 


「왜 그래. 호러영화에서도 봐서 무서워져서 혼자 못 자게 된 거야?」


 


「별로, 우물로부터 시체가 나와도, 텔레비전에서 유령이 나와도 놀랍지도 무섭지도 않은걸」


 


귀염성이 없는 말을 하는 초등학생이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있던 것은 정말이에요. 하지만 시시해서, 오빠를 게임으로 엉망진창으로 해서 기분전환 하려고 생각해서」


 


「호오, 엉뚱한 화풀이로 나에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니. 그럼 개막 1초에 승부가 붙는 무사도로 사무라이인 게임을 해보자」


 


게임을 세트해, 메구에게 컨트롤러를 건네준다.


 


「아, 메구. 총은 사용하지 마」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 외라면 뭐든지 할테니까」


 


「후하하, 상관없어. 코쿠타카류 시조인 나에게 이길 수 있을까?」


 


게임이 시작된다. 화면 안, 두 명의 사무라이가 서로 노려보는 것은 한순간. 달리기 시작한 나의 사무라이가 칼을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가 무기를 휘두른다. 하지만 허무하게 파해되고, 어루만지듯이 한쪽 발을 잘렸다. 조작 캐릭터인 사무라이는, 다리를 베여 이동속도가 떨어진다.


 


「잠깐, 어째서 그런 걸 하는 거야」


 


메구가 조종하는 사무라이는 난간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도 뒤를 쫓지만, 오르는 도중에 차여 낙하한다. 몇번이나 그것을 반복하는 사이에 양 다리를 모두 베여, 내 캐릭터가 온전히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메구 사무라이는 로쿠스케 사무라이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다닌다. 깔보는 것 같았다.


 


「이제 충분하잖아! 얼른 끝내!」


 


「에~, 그냥 단념하고 할복하면 되잖아」


 


「무사의 정은 식후에 유유히 이를 쑤시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자, 자살 자살」


 


「젠장, 와라 메구! 그런 칼 같은 장난감은 버리고! 승부해라!」


 


「하고 있잖아」


 


「야에에에에에!」


 


「오빠는 정말, 위세만은 대단하네요」


 


결국 오십 번 싸워서 열 번 밖에 이길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거실에 내려가 메구가 있는 것을 눈치채고 혀를 찬다.


 


「뭐야, 지금 혀를 찬 건. 혹시 오빠, 어제 지독하게 진 것 때문에 화났어?」


 


「큭」


 


나는 순식간에 슬퍼졌다. 자신의 단순한 사고회로를 원망스럽다고 생각했다. 여동생에게 간파된 걸로도 모자라, 위로하듯 말을 걸어오다니 이쪽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럴 리 없잖아!」


 


그러니까 필요 이상으로 오버액션을 해봤다. 메구의 눈은 상냥했다.


 


기분전환 겸 커피라도 마시자. 냉장고를 열자, 어라,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밖에 없다. 새 우유는 없었다.


 


「미안, 오빠. 내가 전부 써버려서. 오래된 것밖에 없으니까……」


 


「그런가. 그럼 오늘은 나도 카페오레로 할까」


 


「그만두는 게 좋지 않아? 뭣하면 내 거라도 마실래?」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반 컵 정도라면 별 일도 없을 거고」


 


내 멘탈은 약하지만, 위장은 그렇지도 않다. 소의 슴가에서 나온 액체가 뭐야. 나는 그런 것에 굴하지 않는다. 꿀꺽꿀꺽 카페오레를 들이켰다.


 


 


 


 


 


메구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온 나는 의기양양하게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기분은 최고다. 허세다. 오늘은 미즈사와가 말하고 있던 페널티도 있고, 평소보다 삐걱삐걱 기분이 무겁다.


 


「응? 어라? 어이」


 


기분뿐만이 아니게 다리까지 무거워지고 있었다. 페달을 밟아도 나아가지 않는다. 이상하다. 아직 주륜장까지 거리는 있지만, 나는 일단 자전거에서 내려 타이어를 확인해본다. 그러자 슈~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보니 앞바퀴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펑크다. 중간에 날카로운 돌을 밟았을지도 모른다. 오오오, 신이시여……!


 


그런데 어쩌지. 무리하게 밟는다면 갈 때까지는 공기가 남아있을 거다. 대신 돌아갈 때에는 쇳덩이를 끌고 가야만 한다는 게 난점이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놓아두는 것은……안된다. 민가는 많지만 아는 사람의 집은 없다. 설마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에게 자전거를 맡아달라고는 할 수 없고. 그럼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다. 확실히 지각한다. 지각하면 미즈사와가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다.


 


아아, 더더욱 마음이 무겁다. 결국, 주륜장에 푸슉 하고 공기가 빠져가는 파트너를 데리고 갈 수 밖에 없다. 라고 할까, 이제 끌고 가자. 타고 가는 편이 더 지친다.


 


자전거를 끌며 호기심어린 시선에 노출되며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배후에 기색을 느꼈다. 누굴까 하고 뒤를 돌아보니, 이런, 귀여운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무슨 용물일까 행각해서 가만히 응시하자, 갑자기 시선을 돌린다. 뭐야 그거.


 


 


 


 


 


주륜장에 자전거를 두고 비탈길을 낑낑 오르고 있는데, 시선을 느꼈다. 아니, 느끼고 있다. 조금 전부터 쭉이다.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작고 (가슴이)작은, 파카를 입은 여자아이가 있다. 동급생인가? 아니, 원래 고교생인가, 이 녀석. 슬슬 짜증나기 시작한데다, 빈유에게 상냥하게 대할 합당한 이유도 없다.


 


「이봐. 너, 조금 전부터 뭐야. 스토커라면 사람을 잘못 본 거다. 아니면 레츠 비긴이다 이 녀석」


 


「……코쿠타카, 로쿠스케……!」


 


「그래, 내 이름이다. 그리고, 넌 누군데?」


 


나는 이 아이를 모른다. 첫 대면일 것이다. 그런데 왠지 엄청난 시선으로 흘겨보고 있다. 전생으로부터의 악연이라도 있는 걸까.


 


「나는 타카노 하루카.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나는 쭉 너의 뒤를 쫓고 있었다」


 


납작한 가슴을 하고 있는 주제에 열정적인 어조이다. 착각 같은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러니까 승부다」


 


「승부? 싫은데」


 


「무섭나?」


 


뭐, 무섭다. 하지만 첫 대면부터 승부라던가 하는 걸 말하다니. 보통은 그런 걸 말하지 않으니, 이 녀석은 보통이 아니다. 보통이 아닌 생각이라는 게 싫어도 전해져 온다.


 


비탈길을 오르는 녀석들은 우리들을 피하며 걸어간다. 이 타카노 하루카인가 하는 납작이는 부끄럽다던가 하는 감정을 갖지 않은 걸까.


 


「저기, 어째서 나야. 그 이유를 가르쳐주지 않으면 뭐라 대답할 수도 없고」


 


AAA 컵(추정)의 백안시가 꽂힌다.


 


「중학」으.


 


「육상부」 으으.


 


「사토우」 어, 어째서 거기까지 아는거야 이 녀석.


 


「뭐 지금은 감이었지만, 너의 표정을 보니 맞는 것 같다」


 


이 녀석, 나의 중학생 시절을 알고 있었다니. 전부를 아는 것 같지는 않지만, 내가 부활동을 그만뒀다는 건 알고 있다.


 


「과, 과연이군. 어떤 사정인지는 알겠다. 그러니까 더 이상 말하지 말아주세요」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데. 괜찮은 건가. ……알아줬다면 그걸로 좋은데」


 


이 녀석의 정체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 좋지 않은 걸 말할 거라는 건 알겠다. 도망치자. 응. 나는 등을 돌리고 빠른 걸음으로 휙휙 비탈길을 올라간다. 기다려줘 라고 하면서 타카노라고 자칭한 여자가 쫓아온다. 히익, 대체 내가 뭘 했다는 거야!


 


 


 


 


 


「부탁이다, 이야기만이라도 들어주었으면 한다」


 


「시, 싫어. 이제 중학생 시절 이야기는 그만둬!」


 


「알았어. 그건 그만두지. 그러니까」


 


에에이, 짜증나!


 


교문을 통과한다. 이 시기는 운동부 무리가 권유를 하고 있어, 교문은커녕 승강구까지 쭉 붐비고 있었다.


 


「자, 잠깐, 방해다! 방해다!」


 


타카노는 인파에 잡혔다. 나는 그 사이에 승강구로 달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구두를 바꿔신고, 한숨을 쉬었다.


 


「살았……으, 으윽?」


 


갈수록 태산. 스토맥이 아프다……! 오해 없이 말하자면 대변이 마렵다. 스트레스인가? 트라우마를 후벼파인 것 때문에 위장에 대미지가 온 건가? 아, 아니. 우유다. 아침에 마신 유통기한 지난 그것 때문이다! 아아아아아무튼 상관없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지금 핵폭탄을 안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빨리 화장실에 가서 그걸 해야만 한다.


 


 


 


 


 


비척비척 걸어 화장실에서 화장실로 떠돌아다닌다. 이유는 간단하다. 행선지의 대변기, 변기칸이 전부 메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하필이면 오늘 이런 일이 되는 거야. 나는 이미 반쯤 울고 있었다. 한계에 가까웠지만, 서쪽 교사, 특별동이라고도 불리는 장소의 4층에 겨우 도착한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정말 조용하다. 여기서 바지에 싸면 어떻게 될까 하는 강박관념에 휩싸였다. 그걸 억지로 눌러 참으며 남자 화장실의 문을 연다. 출입구에 제일 가까운 독실에 들어가, 변기 커버를 올리고, 바지와 팬츠를 동시에 내렸다.


 


「우오오오오원기폭바아아아아알!」


 


내 항문 간바루가!


 


 


 


 


 


아아, 상쾌하다. 죽을까 하고 생각했다.


 


「아~, 레알 짱나……어라?」


 


「아」


 


남자 화장실에서 내가 나온 직후, 근처의 여자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놀랐지만, 그 이상으로 그 여자가 같은 클래스의 리얼충 그룹의 블랙 걸 탄게인이라는 것에 더욱 놀랐고, 게다가 그 탄게인이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것에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뭘 보는 거야? 엄청 짜증나는데」


 


과연 납득했다. 이 녀석은 아침의 휴식을 하기 위해 인기척이 없는 화장실을 선택해 담배를 피우고 있던 거다. 그리고 나와 마주쳐버렸다. 대흉과 대길이라니 어느 쪽이건 낮은 확률이군, 이라던가 그런 걸 생각했다.


 


「하? 무시하고 있어? 뭐든 말하라고」


 


「어, 으음, 안녕. 그럼 이만. 나는 교실에 갈 테니까」


 


「아니아니아니, 태연하게 인사라니 웃기고 있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기다리라고 코쿠타카군. 이런 거 보고 그냥 넘어가려 한다니 못 믿겠는데. 너, 꼰지르려고 하는 거지, 미즈사와한테」


 


「그딴 거 귀찮아서 하겠냐」


 


나는 선도위원도 아니고 정의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갸루와 연관되어도 시간낭비다.


 


「못 믿겠다고 하는 거지만」


 


「아니, 이제 곧 벨 울리는데. 진짜로 안 말 한다고」


 


「건방진데? 저기, 어째서 그렇게 깔보는 눈 하고 있어?」


 


「……그럼 10엔으로 좋아. 10엔 줘. 그럼 입 다문다. 아, 껌 같은 것도 좋고」


 


「까고 있네!」


 


어째서 그렇게 이성을 잃는거야. 탄게인은 여자 치고는 좋은 움직임으로 발차기를 해온다. 하지만 복통에서 해방된 나에게는 어린애 장난과도 같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 피한다. 순간, 보였다. 나에게도 보였다.


 


「검정(네로)」


 


「아!」


 


스커트가 올라간다. 그 안쪽의 것을 나는 확실히 눈에 새겼다. 절대, 절대로 잊지 않는다!


 


밸런스를 무너뜨린 탄게인은 엉덩방아를 찧는다. 나는 그녀의 하반신을 응시했다.


 


「어, 어딜 보는거야! 징그러워!」


 


「네가 마음대로 서비스한 거잖아」


 


「시끄러! 시끄러워! 거기 가만히 있어! 때리게! 주먹으로!」


 


히야마군이라면 포상이라던가 감사합니다라던가 말하며 미소로 맞는 장면일까.


 


「그러니까 어쩌라는 거야. 누구한테도 말 안 한다고」


 


「그런거 관계 없으니까. 때리게 해 주면 그것으로 좋으니까. 너희들 원래 그런 거 좋아하잖아」


 


「좋아하지 않아. 오타쿠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차원의 눈 큰 여자아이에게라면 몰라도, 어째서 삼차원의 여자에게 맞아서 기뻐해야 한다는 거야. 대체로 나는 폭력 히로인이 싫다. 팬티를 보여졌다던가, 갈아입는 장면에 난입당했다던가. 히로인의 위기의식이 부족한 게 잘못이잖아. 자신의 부주의로 속옷 보여졌다. 그 정도로 때려온다던가 머리가 이상한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귀여우면 오케이야.


 


「그런 이유로, 나는 절대로 때리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이상 덤비면 반격할거라고」


 


「……여자를 때려? 우와. 최악이야. 진짜 죽었으면 좋겠지만」


 


「훌륭한 사람이 말하고 있었다. 슴가나 엉덩이는 좋아하지만 여자는 싫다, 라고」


 


「인간 쓰레기 같지만」


 


나는 진심이다. 가만히 응시하자, 탄게인은 살짝 뒤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이다. 이만큼 강하게 나올 수 있는 것도, 이 녀석이 담배 피우는 걸 들킬 정도로 바보 같다는 곳에 기인하고 잇었다. 아무튼 어느 쪽이라도 약점을 잡고 있다는 거다.


 


「코쿠타카 너 말야, 이렇게 짜증나는 녀석이었네. 진짜 웃겨. 너무 웃겨서 화가 날 정도로」


 


거기에 말대답하려 했을 때, 내 배에 전류가 달렸다. 이, 이건.


 


 


 


『함장! 적군으로부터의 제2파, 옵니다!』


 


 


 


「배빵 하게 해줘」


 


「그, 그건 할 수 없다」


 


나는 탄게인에 등을 향하고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려 한다. 그녀는 뭔가를 짐작했는지 내 앞으로 돌아와 문을 막았다.


 


「야 웃기지 마!」


 


「아~역시. 헤에, 하고 싶은거야? 하고 싶은 거지?」


 


. 탄게인의 조금 발음이 불분명하고 사탕을 녹인 것 같은 보이스로 『하고 싶은거야?』 라니, 잠깐, 좋아. 가 아니라, 일각을 다투는 시급한 상황이다.


 


「제, 제발……! 뭐든지 할 테니까……!」


 


순식간에 역전해 불리하게 되었다. 탄게인은 새로운 장난감을 받은 아이와 같은 얼굴로 웃는다. 어디까지나 무구하고, 어디까지나 잔혹한 미소다.


 


「그럼 배빵 하게 해줘」


 


「이런 개똥 같은! 알면서도 그러는 거지!」


 


「똥은 너잖아. 싸? 여기서 싸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이제 내일부터, 아니 오늘부터도 학교에 있을 수 없게 되버릴지도」


 


단순한 똥. 하지만 똥. 중학교 2학년을 지났다고는 해도, 고교생은 아직도 사춘기다. 다감한 시기다. 이대로는 나의 사춘기가 살해당해 버린다. 안 된다. 문답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비지땀이 계속 흘러 기분이 나쁘다.


 


「오오오오!」


 


「꺄아아아아 다가오지 마 바보!」


 


탄게인의 슴가를 만지작거리는 시늉을 한다(얻어 걸리면 좋다는 기분이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빗치 주제에 청순한 비명을 울리는 그녀는 나의 손에서 피했다. 그 순간, 어깨부터 문에 부딪쳐 밀고 독실에 진입한다.


 


「도망쳤다고 생각하지 마 코쿠타카!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절~대로 복수할테니까!」


 


「다이나마이트으으으으으! 익스플로전!」


 


「뭘 외치는 거야! 정말 짜증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