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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극복하는 세계(타격)


 


 


 


여름방학에 접어든 이후 세번째인 과자 클럽 활동을 하러 갈 때의 일이었다. 8월 초, 빌어먹게 더운 날에 터덜터덜 비탈을 올라 학교 건물로 향하고 있는데, 미즈사와가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 것을 봤다. 사회교사인 야마자키라는 아저씨다. 타카노의 클래스, 즉 1반 담임이기도 하다. 도마뱀처럼 가는 눈으로, 미즈사와와는 다른 방향으로 차가운 느낌의 녀석이다. 끈질긴데다 근성이 썩은 듯한 말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로부터의 평판은 좋지 않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미움받고 있다.


 


아무튼 저 냉혈 두 명은 뭘 말하고 있는 걸까. 무심코 그늘에 숨어버렸고, 이제와서 나가는 것도 거북하니 몰래 엿듣기나 하자.


 


 


 


「이야, 우리 검도부가 말이죠, 꽤 컨디션이 좋아서 말이죠」


 


「네」


 


「지구대회, 아니, 현 대회 진출도 꿈이 아니라서요」


 


「네」


 


「미즈사와 선생님은, 어, 그러니까, 고문은……아아, 과자 클럽이었습니까?」


 


「네」


 


 


 


아무래도 야마자키가 자랑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미즈사와는 다른 데 정신이 팔린 느낌으로 대답하고 있다.


 


 


 


「과자 클럽이라니……능력의 낭비라고 할까요, 미즈사와 선생님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만. 좀더 이렇게, 아아, 아니, 무시하는 건 아니고요. 그런데, 뭔가 성과라도 있습니까?」


 


「아니요. 그렇게 말한 부활동이 아니니까요. 이야기는 끝났습니까. 지금부터 그 동아리가 시작됩니다」


 


「뭐어, 서두르지 마세요. 그 밖에도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죠」


 


 


 


야마자키는 기분나쁜 표정을 지었다. 미즈사와는 선배 교사니까 결코 대놓고 표정을 바꾸진 않지만, 기분 나쁜 오오라가 감돌고 있다. 혹시 그건가. 갈굼이라는 건가. 조금은 '꼴 좋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뭐랄까, 그래도 내버려둘 수 없는 기분이 되었다.


 


나는 그늘에서 얼굴을 내밀고 「지금 왔습니다만~. 이런~미즈사와 선생님 우연이네요~」 하는 느낌으로 느릿느릿 걸어간다.


 


「안녕하세요. 저기, 동아리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 지금 괜찮을까요?」


 


미즈사와는 나를 보고 조금 안심한 듯 한 표정이 되었다. 야마자키는 감정이 머물지 않는 눈으로 나를 본다. 벌레같다.


 


「코쿠타카……자네의 성적에 대해서는 듣고 있다. 내 수업 때에도 언제나 멍하니 하고 있잖아. 다른 선생님 쪽으로부터의 평판도 좋진 않아. 부활동 따위로 놀고 있을 때가 아닐」


 


「급한 용무입니다. 야마자키 선생님, 실례합니다」


 


「뭐? 아니, 기다려. 아직 이야기는」


 


실례. 짧게 말한 미즈사와는 나의 손을 당기며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야마자키의 시선이 신경쓰였지만, 이미 남을 이유는 없었다.


 


 


 


 


 


가정과실에게는 아직 아무도 와 있지 않았다. 선배들은 모두 시간에 헐렁하다. 아니, 헐렁하게 되었다.


 


「후우. 도움을 받았군」


 


「역시 귀찮은 것이 되고 있었습니까?」


 


「학생이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야마자키 선생님과 궁합이 나쁜 것은 사실이다」


 


교사라는 것도 큰일이구나. 입에 내지는 않고 마음 속에 눌러두었다.


 


「크. 불필요한 것에 신경쓰게 해버렸나」


 


미즈사와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머리에 손을 댄다.


 


「저기」


 


「뭐야」


 


「손. 떼어주실 수 있나요」


 


「응?」


 


나는 잡힌 채로인 손을 가리켰다. 미즈사와는 시선을 갑자기 내려, 얼굴을 돌린다.


 


「아아, 미안. 아팠나?」


 


「아뇨, 별로, 아무렇지도 않지만」


 


떨어진 손바닥을 응시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따뜻했다.


 


나는 어째서인지 부끄러워져서 미즈사와에게서 거리를 벌린다. 의자에 앉아, 가져온 과자의 재료를 확인했다. 할 일이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되어도 나 이외의 부원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히가시야마 선배에게 문자를 넣어보니 「지금 일어났으니까 쉴래~」라신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고 시시한 이유로 전멸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미즈사와는 눈을 감고, 다리를 꼬고 팔장을 기며 조용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냥 여기서 끝나도 상관없다. 과자의 재료도 낭비되지 않고. 단지 내 상대를 할 뿐이라면 미즈사와에게 있어서는 시간낭비가 될 것이다.


 


「코쿠타카. 너는 어떻게 하고 싶나」


 


「그, 어떻게 하다니 무슨……」


 


「너무 돌려 말했나. 그렇군. 너, 나를 위해 뭔가를 만들어 줄 수 있겠나?」


 


「……도와주지는 않겠죠?」


 


그렇게 말하자, 미즈사와는 빈정대는 듯한 미소를 띄운다.


 


「방해를 하는 것을 도움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뭐, 쿠키 만들려다 폭발물을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이고.


 


「만들어요. 오늘이야말로……아아, 아니, 어쨌든, 모처럼이니 하죠」


 


나는 요리사도 뭣도 아니다. 아마추어다. 하지만 약간의 고집은 있다. 미즈사와는 맛있다고는 말하지만, 표정을 바꾸지 않는다. 그녀의 미소는 지금까지도 몇번이나 봤지만, 알기 쉬운, 만면의 미소라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보고 싶지 어떤지는 접어두고, 이 사람에게 마음속으로부터 인정받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8월도 반을 맞이했을 무렵일까, 미즈사와가 나를 문자로 불러냈다. 과자 클럽의 활동일은 아니고, 보충수업도 아닐 것이다. 심야애니를 리얼타임으로 본 탓에 졸렸으니 무시할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뒷일이 무서우니 어쩔 수 없이 학교로 향했다.


 


지금 시각은 오전 9시 30분. 지시받았던 대로 학생 지도실의 앞에서 멍하게 기다리자, 잠시 후 미즈사와가 왔다. 왠지 양손에 책을 다발로 갖고 있다. 그걸로 때리려는 건 아니겠지.


 


「시간 대로다. 기특하다」


 


「저, 저기, 오늘은 무슨 일이죠? 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비만」


 


「그렇군.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너는」


 


걸리는 말투다. 싫은 예감은 들었지만, 재촉하는 대로 지도실로 발을 디딘다. 짤깍, 곧바로 열쇠가 잠겼다. 그 소리가 이상할 정도고 크게 들렸다.


 


「앉아라」


 


변함없이 대답할 수 없게 하는 어조다. 나는 파이프 의자에 앉는다. 미즈사와는 갖고 있던 책을 책상에 두고, 한숨을 쉬며 내 앞에 앉았다.


 


「이제 8월도 반을 지났군. 여름방학도 앞으로 조금이다. ……전에 너한테 물었던 진로에 대해서지만, 대학에 갈 수 있으면 어디라도 좋다, 그렇게 말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대학에는 갈 수 있다면 가 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유우토나 히야마군과는 달리 머리가 좋지 않다. 뭐랄까, 머리가 나쁘다. 낙제점을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두뇌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안된다」


 


「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합격할 수 있는 곳도 합격할 수 없다. 꿈을 높게 가져라. 목표는 위로 설정해라. 코쿠타카, 네가 어떻게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지 부모님께 들었다. 상당히 즐거운 것 같지만 생산성이 없다. 이대로는 3학년에 올라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아」


 


하아아? 어째서? 어느새? 아니, 그보다 불필요한 보살핌이라고. 보통 고교생에게 생산성을 요구하지 말아요. 라고 반론하고 싶은 곳이지만 쓸데없을 것이다. 여기는 적당하게 넘기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네, 알았습니다」


 


「그런가. 알았나」


 


「네. 그렇다면 저는 이만」


 


일어서는데 미즈사와가 노려본다.


 


「뭘 하고 있나. 자, 시작한다」


 


「네? 뭐, 뭐를」


 


「보면 모르겠나」라며 미즈사와는 책상 위에 둔 것을 가리킨다. 참고서였다. 저속한 책이다. 내 방에는 없는 것으로, 이 앞으로도 책장에 줄서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종류의 책이다.


 


눈이 마주친다. 자, 앉아라. 공부다, 하고.


 


절대 싫다. 웃기지 마. 지금은 여름방학이다. 게다가 2학년의. 내년이라면 몰라도, 어째서 지금부터 수험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거야.


 


「코쿠타카. 너는 거짓말을 한 건가」


 


「아니아니! 여기서 공부한다고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잖아요!」


 


「알았다고 말했지. 적당한 대답으로 도망치려 하기 때문에 안 된다. 너는 언제나 그렇다. 사정이 나빠지면 도망친다. 항상 변명해 도망갈 길을 찾고 있다. 벽에 부딪히면 넘으려 하지 않고 등을 돌리거나, 교활한 방법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그래서 뭐 어때.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그것이 나다. 내 삶의 방법이라고 할까, 나를 정면으로부터 부정하기는. 아무리 교사라고 해도, 미즈사와라고 해도, 말해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


 


「반항적인 눈이다」


 


「비위에 거슬렸습니까」


 


나는 의자에 다시 앉아, 눈앞의 녀석을 응시했다. 왜일까, 그 녀석은 기쁜 듯 웃었다.


 


「후. 아니, 그걸로 좋다. 평소의, 내 눈치를 살피는 듯한 눈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놀랐을 뿐이다. 그 눈이다. 코쿠타카, 잊지 마라. 나는 네가 그렇게 말한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언젠가 반드시, 바로 정면에서 뭔가에 대항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온다. 도망갈 길은 어디에도 없고, 변명도 통하지 않는 벽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은 도망쳐도 괜찮다. 단지, 지금부터라도 싸울 준비는 마쳐두도록」


 


「……싸운다니, 그런 뒤숭숭한」


 


「대학에 가고 싶겠지? 수험이란 전쟁이다. 그리고 상대가 눈앞에 있는 것도 아니다. 공부란 자신과의 싸움이니까.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굉장한 것은 아니다. 너희들에게는 무기를 주고 싶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말하라면, 뭐, 거의 없다」


 


수험, 인가. 별로 대학에 절대 가고 싶다는 것도 아니지만. 단지 어딘가에 운 좋게 합격하면 된다. 4년간의 모라토리엄이라는 건 흥미롭지만,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거기까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알아버렸다. 나와 미즈사와는 그렇게 길게 알고 지낸 건 아니다. 단지 다른 클래스메이트보다는 함께 있는 시간이 길 뿐이다. 그런데도 안다. 아아, 이 사람은, 정말로 나에 대한 것을 걱정하고 있구나 하고.


 


「너를 괴롭게 하려는 것도, 괴롭게 하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왠지 모친 같은 느낌이네요. 어머니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 같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미즈사와는 눈을 크게 떴다. 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이내 곤란한 듯 머리를 긁고, 쓴웃음을 짓는다.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좋은 것인가, 그것은」


 


「선생님에게 맡깁니다」


 


 


 


 


 


여름방학도 앞으로 조금. 용무나 부활동이 없는 날에는 개인수업이랄까, 보충수업 명목으로 학교에 가, 학생 지도실에서 참고서를 팔랑팔랑 넘기거나 문제를 풀거나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재미없음의 극한이다. 뭐가 슬퍼서 얼마 남지 않은 가치 있는 시간을 이런 데 낭비해야 하는 거야.


 


미즈사와가 쭉 붙어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녀는 조금이라도 시간이 비면 내가 땡땡이를 치지는 않나 상태를 보러 온다. 휴대용 게임기로 놀고 있어도 나는 발소리에는 민감하다. 미즈사와의 발소리라면 구별할 수 있다.


 


「상태는 어때」


 


「그저 그렇습니다」


 


게임기를 가방에 넣고, 샤프펜슬을 꽉 쥐어본다. 지금까지 문제에 고민하고 있던 척을 능숙하게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후하하.


 


「그런가. 그런데 책이 거꾸로다」


 


「엣. ……아」


 


「속인다면 좀더 능숙하게 해라」


 


아무래도 알고 지낸 시간이 길다고 할까, 수법을 간파하고 있는 것은 피차일반인것 같다. 미즈사와는 기가 막힌 듯 한숨을 쉬고, 의자에 앉는다.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붙으면 그것으로 좋지만」


 


「선생님은 수험 때 어느 정도로 공부했습니까?」


 


「나? 글쎄, 별로 기억하지는 않지만. 하루 몇 시간 정도……대학에 들어간 후가 더 많이 공부했던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옛날 일입니까? 아직 20대지요?」


 


「애들과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진다. 물론, 내가 노처녀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무심코 코웃음을 쳤다.


 


「아, 지금 웃었군. 그 문제집, 10페이지 분량을 풀 때까지 돌려보내지 않는다」


 


「싫은데요. 그보다 여기 쭉 있어도 괜찮습니까. 아니, 절대 안 괜찮겠지요」


 


「신경쓰지 마라. 나도 제대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으니까. 자, 시작한다」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학교의 지도실에 틀어박여 문제집과 몇 시간을 마주본다. 내가 좋아하는 교과는 하나도 없지만, 현대국어와 사회만은 아직 좋다. 하지만 수학은 조금도 흥미가 없다. 흥미가 없기 때문에 모르고 기억할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다.


 


 


 


「채점했다. 코쿠타카, 기뻐해라. 13점이다」


 


「오~, 유다군요. 배반의 숫자다」


 


「그렇구나. 나의 기대를 배신했다는 의미에서」


 


 


 


미즈사와의 조교 방침은 내 약점을 없앤다는 것 같다. 그래서 매일 수학 문제집을 쭉 붙잡고 있는다. 지금까지 공부다운 공부를 해오지 않았던 나도 노력은 했지만, 분명히 한계였다. 그렇다고 할까 폭발 직전이다. 그녀의 호출에 응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에 도망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내가 얼마나 노력하며 괴로운 일을 당하고 있는지 유키씨에게 말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머, 불쌍하게. 코쿠타카씨는 일절 나쁘지 않습니다. 나쁜 것은 제대로 된 휴식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밖에 모르는 동생 쪽입니다」


 


그렇게 내 이야기를 들은 유키씨는 마음 속부터 동정해 주고 있다. 거실에 들어오게 해주고, 차와 화과자를 권유받았다. 오늘만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자.


 


「코쿠타카씨. 공부라는 것은 무리를 하는 것, 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강요당하는 것이 공부입니다. 억지로 강요당하는 걸 흡수하려 하는 건 정말 힘들게 느껴지겠죠. 괜찮아요, 무리는 하지 말아 주세요. 여기라면 그 악마도 손을 댈 수 없으니까」


 


아~~~~유키씨는 상냥하다. 미즈사와와는 정말로 다르다.


 


「아아, 코쿠타카씨. 조금 안색이 안 좋은 듯한……괜찮으면 여기서 쉬고 가세요」


 


「아뇨, 그래도 그건 좀」


 


「저한테 배려할 필요는 없어요. 가게도 지금은 닫고 있으니, 사양하지 말고」


 


확실히, 요즘은 피곤한 것 같다. 머리를 사용하면 몸도 지친다. 아무리 자도 수면부족인 듯한 상태다. 이왕 응석부리는 김에 하나 더 응석을 부리자.


 


「그럼 잠깐 누워도 될까요」


 


「예, 그럼 베개를 가져올게요. 잠시 기다려 주세요」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다다미 위에 벌렁 뒹군다. 마른 풀 냄새가 할머니를 생각나게 하여 그리운 기분이 든다.


 


잠시 후 유키씨가 돌아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미안해하는 표정이다.


 


「죄송합니다, 베개가 눈에 띄지 않아서」


 


「아아, 상관없어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부디 제 무릎을 사용해 주세요」


 


「네. …………네?」


 


유키씨는 내 옆에 앉아 자신의 무릎을 툭툭 두드렸다.


 


「부디」


 


「아니, 부디 라고 말해도」


 


「부디」


 


굉장히 진지한 얼굴. 아니, 전에도 무릎베개를 받았지만, 그건 사고 같은 거라 저항할 여유같은 건 없었다. ……유키씨는, 가족도 아닌 연상의 여성이다. 아르바이트 장소의 점장이고, 그런 일이 용서될까. 그러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의 무릎에서 눈을 떼어 놓을 수 없었다. 아아, 반드시 머리를 저기에 맡기면 부드럽고 기분이 좋겠다던가, 이왕이면 허벅지에 끼워지고 싶다던가, 유키씨의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고 싶다던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는데, 어머나 신기해라. 어느새 내 후두부는 유키씨의 무릎 베개에 파묻혀 있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답례는 괜찮아요., 느긋하게 주무세요」


 


그런가. 여기가 낙원인가. 나는 하나, 이 세상의 이치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 때, 사카키바라 서점의 열기 힘든 문이 덜컹덜컹 소리를 낸다. 누군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유키씨가 대응하는 기색은 없다. 손님이라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코쿠타카아아아아아아아아!」


 


 


 


악마가 왔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문에 자물쇠는 걸리지 않았다. 악마, 미즈사와 리노는 다리로 문을 열고 거실을 노려보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일어나 유키씨의 뒤에 숨는다.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여기에 있었나!」


 


역시, 여기까지 쫓아왔나!


 


「리노. 코쿠타카씨는 피곤합니다. 당신처럼 소란스러운 사람이 있으면 느긋하게 쉴 수 없습니다. 돌아가세요. 아니요 사라지세요」


 


「언니가 응석부리게 하니까! 언니가 응석부리게 하니까 안 되는 거다!」


 


「들리지 않았습니까. 나는 학교에서는 손을 댈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여기는 나의 가게고, 집이고, 공간인 것입니다」


 


「코쿠타카, 안 된다. 이대로는 안 된다. 너, 언니한테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친언니에게 말이 좀 심한 거 아닌가.


 


「이 사람은 거미다. 흑과부거미다. 먹힌다」


 


잡아먹혀도 좋다. 왜냐면 상냥한 걸, 유키씨.


 


「하아, 끈질겨요 리노. 당신은 모릅니까. 코쿠타카씨는 휴식을 원하던 것입니다. 알겠습니까. 인간은 강요할 뿐인 사람은 따르지 않습니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당근밖에 주지 않는 사람이 마음대로 말하는군」


 


「채찍밖에 쓸 줄 모르는 사람에게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매가 서로 흘겨본다. 이 둘을 더해 반으로 나누면 딱 좋지 않을까.


 


「……어쩔 수 없네요. 그럼, 당신이 무릎베개를 해줍니까. 코쿠타카씨는 채찍에 맞아 아파 아파 하고 울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고삐를 잡아채는 일은 그냥 둘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굽히지 않는다면, 코쿠타카씨를 단념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증거를 보이세요」


 


「증거? 뭘 보이라는 건데」


 


「당근을. 당신과 같은 귀신이라도 당근을 줄 수 있다는 걸 증명하세요. 아니면 코쿠타카씨를 맡길 수 없습니다」


 


미즈사와는 머리를 부여잡는다. 말하고 싶은 것은 안다.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더 바랄 나위 없는 이야기다. 호출에 응하지 않고 도망갔던 것도, 미즈사와가 무서운 것도, 상냥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질책보다는 칭찬으로 움직이는 타입이니까.


 


「어떻습니까. 코쿠타카씨」


 


「으~음. 그렇군요. 선생님이 상냥하게 된다면 저도 노력해요」


 


「편승하지 마라!」


 


분개하는 미즈사와지만, 유키씨가 바라보자 입을 다물었다.


 


「…………코쿠타카. 너, 사실은 싫었던 건가? 아니, 그렇겠지. 교사에게는 그런 사실에 대해 말할 수 없을 거라는 건 안다. 사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해버렸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그만두자. 불필요한 참견이었다면. 아니, 아니. 이런 걸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나는」


 


드물다. 미즈사와는 언제나 뭔가를 분명히 말하곤 하는데, 불투명하다. 혼란에 빠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그녀를 이런 뭐가 뭔지 모를 상황에 빠지게 한 것은 나라고.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싫어한다거나 하는 게 아닙니다. 진짜로 싫으면, 오늘처럼 도망쳤을 테니까. 그러니 제 쪽이야말로, 선생님의 시간을 쓸데없이 낭비해버린 것 같아서 미안압니다. 저는 그런 좋은 학생이 아니라, 귀찮게 할 뿐이라서」


 


「스스로 자신을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 나는 너를 몹쓸 학생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 시간을 낭비한 것도 아니다」


 


「그럼, 잠깐만이라도 좋으니까, 그, 상냥하게 해 줍니까?」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하라고」


 


「리노. 그것을 생각하는 것이 당신(교사)의 일 중 하나겠지요?」


 


미즈사와는 오랫동안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깊고 긴 한숨을 쉰 이후, 알겠다 하고 짧게 말했다.


 


 


 


 


 


「알겠나. 나는 너만을 특별취급 해서 응석부리게 할 수는 없다. 교사이기 때문이라던가, 그런 이유가 아니다. 성품이 그렇기 때문이다」


 


사카키바라 서점에서 돌아가는 길, 나의 근처를 걷고 있던 미즈사와가 언짢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뭐, 가끔씩은 괜찮겠지」


 


「네? 괜찮습니까?」


 


「아아. 응석부리게 한다는 건 잘 모르겠지만, 언니의 흉내를 내면 괜찮을까. 우선, 이번에 단 것을 주지」


 


「……」


 


「뭐지? 단 것은 좋아한다만?」


 


서투름, 인가. 전에 유키씨가 말한 걸 겨우 알게 되었다.


 


「아아, 그렇지. 다음에는 집까지 차에 태워줄까」


 


「저기, 상냥하게 되고 싶다고는 말했습니다만, 저 같은 것에 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할까요, 별로 지금까지 하던 대로여도 상관없는데요」


 


미즈사와는 곤란한 것 같은 표정으로 낮게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굶주린 육식동물 같다.


 


「어려운 것을 말하는군, 너희들은」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는데」


 


「거기가 선생님의 매력이라고도 생각해요!」


 


「아아, 그런가? 그럼 역시 엄격하게 가자. 빡세게 가지」


 


불필요한 걸 말해버렸다!


 


 


 


 


 


유키씨의 가게로 도망친 다음날의 오후, 나는 훌륭한 러브라이버로서 스마트폰용 리듬게임에 몰두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화소리가 끼어들어 집중이 흐트러진다. 귀찮아서 무시했지만, 전화를 든 메구가 방에 침입해왔다.


 


「오빠, 학교에서 전화야. 미즈사와라는 선생님이, 오빠는 있습니까 하고」


 


「……없다고 말해둬」


 


「아, 스피커폰 모드였다. 지금 이야기, 저쪽에 들려버리네요」


 


「일부러 그랬지, 메구」


 


좀 더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말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오늘이 여름방학 마지막 과자 클럽 활동이다. 네가 없으면 어쩔 수 없으니 부디 와줬으면 좋겠다. 잘 부탁한다」


 


대답할 틈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공부하는 것과는 달리 과자를 (나 혼자) 만들어 (모두에게) 먹(이)는 것 뿐이다. 편하고 좋다.


 


아무튼 선배님은 모여있는 것 같고, 더 이상 기다리게 해선 안 된다. 서둘러 가자.


 


 


 


 


 


집을 나와, 자전거를 타고, 주륜장에 두고, 비탈길을 경보로 답파한다. 신발장에서 신을 갈아신고, 과자 클럽의 활동 장소인 가정과실에 간신히 도착했다. 하지만, 위화감을 느낀다.


 


「……왠지, 달아?」


 


둥실둥실한, 과자처럼 달콤한 향기가 가정과실에서 감돌고 있는, 것 같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지금, 이 방에는 선생님이나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사람들밖에 없다. 화약이나 초연의 냄새라면 몰라도 달콤한 향기라니……, 아아, 그런가. 단 냄새가 나는 폭탄이라도 만들고 있는가. 그렇다면 납득이다.


 


공포로 그 자리에서 멈춰서 있는데, 선생님이 문을 열고 이쪽을 봤다.


 


「뭘 하고 있나. 이미 과자는 완성되었다만」


 


「에? 어디서 사왔습니까?」


 


그렇게 말하자, 선생님은 광적인 미소를 띄운다.


 


「여기를 어디라고 생각하고 있나. 물론 만들었다. 산 게 아니다」


 


「누가, 입니까」


 


「우리들이, 다」


 


「네, 그럼 돌아갈게요」


 


등을 돌린다. 거리가 좁혀져 옷깃을 잡아채인다. 빙글하고 돌려져, 지근 거리로 응시되었다. 아니, 노려보고 있다.


 


「너에게는 제법 신세를 졌으니. 우리가 감사의 기분을 담아, 코쿠타카 로쿠스케군을 위해 과자를 만들어준 거다. 사양말고 먹어라. 먹을 거지?」


 


「물론입니다」


 


무서웠으니까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다. 선생님이, 말도 안 되게 기뻐하는 것 같았으니, 반드시라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필요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아, 탓군 이제 왔어? 느~려, 굉장히 기다렸는걸~」


 


「자~자~, 여기 여기. 자아자아, 거기에 앉으세요」


 


권유받은 대로 의자에 앉는다. 그 순간, 내 주위를 선배님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오~, 마치 하렘이다. 만세」처럼 기꺼이 있을 수는 없다. 이 사람들은 결코 적당한 여자가 아니다. 히죽히죽 웃고 있으면 분명 눈치채인다. 사막의 사신처럼 영혼까지 채인다.


 


「손님, 간지러운 곳은 없습니까~?」


 


귓전에 숨을 불어넣어진다. 과연 그렇군. 여기서 도망칠 수 없게 하는 건가.


 


「아~? 혹시 탓군, 부끄러워? 이야~, 연하의 아이는 사랑스러운걸~」


 


「그렇지~」


 


「……코쿠타카가 곤란해할 것이다. 조롱하는 것은 그만둬라」


 


「어라~? 노리쨩이 제안한 건데~? 탓군한테 사랑이 가득한 수제 과자를 먹여주고 싶다고 말했는데?」


 


아마, 응, 히야마군이 여기에 있으면 곧바로 나를 죽이려 할 거다.


 


「멋대로 말하는구나, 너희들은」


 


선생님은 귀엽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쿠키다」


 


나는 상자를 받아 안을 들여다 본다. 쿠키다. THE 쿠키다. 놀라울 정도로 보통 외형을 하고 있었다. 겨우 쿠키. 단순한 쿠키. 간단한 과자로 정평이 난 그거. 하지만 그런 것마저도 이 사람들은 만들 수 없던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대진보다. 진보라기보다는 진화다. 짚신벌레가 침팬지로…….


 


「지금, 불필요한 것을 생각했지. 됐으니까 먹어봐라. 맛보기는 하고 있다. 제대로, 그, 달 것이다」


 


「이, 일단 선배님들 쪽이 먼저」


 


라고 말해봤지만, 선배들은 일제히 머리를 옆으로 흔든다.


 


「에~? 이젠 무리니까~. 다이어트 중인데 얼마나 먹었다고 생각해. 왜~냐면, 노리쨩이 엄청 실패해버렸는걸. 실패작은 남기지 말고 먹으라니 고문이야?」


 


실패작? 하고 궁금해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내가 갖고 있던 상자에서 쿠키를 하나 잡아올려, 여기에 내민다.


 


「코쿠타카, 입을 열어라」


 


「네? ……음?」


 


쿠키가 입 속에 비틀어 처넣어졌다. 선배들이 웅성거리며 이쪽을 본다. 어린애냐.


 


「어때?」


 


자신만만한 선생님을 보고, 나는 상냥한 말을 걸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과자에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인간이다.


 


「입 안이 파삭거리는데요. 좀 너무 단단하고」


 


「……솔직하게 칭찬도 좋았을텐데?」


 


「아뇨. 칭찬할만할 부분이 별로」


 


「열의라던가, 있을 것이다」


 


「먹을 수 있다는 점은 평가하고 싶네요」


 


「솔직히 말하기 부끄러운 건가?」


 


「다음에 기대 해 둡니다」


 


「부끄러워하기는」


 


선생님은 나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머리카락이 엉망이 될 때까지 쓰다듬었다. ……이거, 응석부리게 한다는 그거겠지. 펫이라도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