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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극복하는 세계(포위)


 


 


 


방과후가 되었다. 유우토나 히야마군은 나에게 실컷 욕을 퍼붓고 돌아갔다. 오늘은 저 녀석들을 상대할 시간은 없었지만, 내일은 주륜장에서 매복해 있다가 보복해줄까 생각한다.


 


아무튼 그런 것보다 동아리 견학이다. 확실히 가정과실에서 하고 있다고 했었지.


 


 


 


 


 


가정과실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건물과는 달리 연결복도 저편에 있는 특별 교실동의 1층에 있다. 거기가 나의 목적지다.


 


끓어오르는 기분을 억누르며 스킵으로 이상향으로 향하고 있는데, 가정과실의 앞에 누군가가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억이 있다.


 


투명한 은빛의 머리카락. 근심을 띈 옆얼굴. 긴 속눈썹과 또렷한 눈. 기품 있는 모습이다. 영리한 미모는 보는 사람을 움츠리게 만들고, 저절로 끌어들이게 될 것이다. 나는 무심코 멈춰서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자 그 여성은 나를 눈치채고는 생긋 미소짓는다. ……아. 이 사람, 학생회장이다. 회장 하라 선배다. 어째서 선배가 이런 곳에 있는지는 아무래도 좋다. 지금은 이 기적에 감사하자.


 


「혹시 너도 과자 클럽의?」


 


마, 말을 걸어오다니. 나는 대답을 시도했지만, 능숙하게 말할 수 없었다.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얼버무리며, 목에 전 신경을 집중시킨다.


 


「겨, 견학자입니다. 미즈사와 선생님에게 초대되서」


 


「어머, 그랬습니까. 실은, 나도입니다」


 


지, 진짜냐. 이 무슨 우연이! 이건 이게 결혼할 수밖에 없다!


 


「훔쳐보고 있는 것 같아서 주눅이 들고 있었습니다만, 이미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들어가기 어려워서」


 


쑥스러운 듯 하는 하라 선배도 멋지다.


 


「어떤 걸 하고 있는 걸까요」


 


어디어디, 나는 창으로 살짝 상태를 확인한다. 미즈사와다. 칠판에 뭔가를 쓰고 있다.부원은……그녀가 말했던 대로 전원이 여자였다. 아는 얼굴이 없다. 상급생 뿐일 것이다. 선배들은 판서의 내용을 노트에 적어간다. 어쩐지 생각했던 것보다도 성실하다. 좀더 이렇게, 꺄악꺄악 우후후 하는 분위기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다들 진지한 표정이군요」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살짝, 코 끝에 좋은 향기가 닿는다. 눈만 돌려 확인하자, 하라 선배의 옆얼굴이 가까이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던 것이다. 단지 그것만으로 풍경이 바뀐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같은 창으로 가정과실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러니까 거리가매우 가깝다. 뭐야 이거. 이상하다. 선배는, 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젠장. 이런 건 절대로 착각할 수밖에 없잖아.


 


「조금만 창을 열어 봅시다」


 


선배는 안에 있는 사람들이 눈치채지 않도록 느리게 창을 연다. 의외다. 모두의 아이돌, 하라 선배도 이런 못된 장난 같은 걸 차는 건가. 장난기가 있는 것도 멋지다.


 


 


 


「그럼, 계속해서……」


 


 


 


미즈사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린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귀를 기울이며 칠판을 가만히 응시해봤다. 거기에는 왠지 부엌칼의 역사나 유래, 구조가 빽빽이 쓰여있다.


 


「가는 걸 해보자」


 


……갈아? 뭐야 그거. 어쩌면 내가 모를 뿐 과자나 뭔가의 은어일지도 모른다.


 


즐거운 상상에 빠지고 있는데, 부원들은 옆에 놓여져 있던 물통에서(왜 물통이 있는 걸까. 나는 못 본 척 하고 있었다) 큰 돌? 아니, 벽돌 같은 것을 꺼냈다.


 


「전에도 말했지만, 천연 숫돌은 물에 너무 오래 두면 갈라질 우려가 있다. 이번에는 인공 숫돌을 사용하지만, 칼날과 돌에도 궁합이 있다. 무엇보다 가는 사람의 역량도 중요하다. 요점은 밸런스다. 너희들에게 경험이 쌓이면……」


 


「간다니, 설마」


 


「칼날을 갈고 있네요」


 


하라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해버린다.


 


「노, 놀라지 않습니까?」


 


「예. 미즈사와 선생님의 과자 클럽에서는 이런 것도 가르쳐준다고 들었으니까. 나도 칼날을 가는 방법은 부디 알고 싶습니다」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 거야, 이 사람.


 


나의 곤혹을 알 리 없는 미즈사와는 부엌칼의 가는 방법에 대해서 계속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 즉, 너희들이 한 사람 몫의 칼갈이 장인이 될 수 있도록」


 


「아니 그건 아니지!」


 


「음, 누구냐?」


 


큰일났다. 무심코 태클을 걸어버렸다.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제발 부엌칼을 들지 말고, 저에게 향하지 말아 주세요.


 


 


 


 


 


「견학은 좋지만, 방해를 하지 말라고 했잖나」


 


갑작스럽게 미즈사와가 화를 냈다. 어쩐지 납득이 안 된다. 하라 선배는 「아직은 때가 아니네요」라던가 의미 모를 말만 남기고 돌아가버렸고.


 


「과자 클럽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과자를 만드는 것도 활동 내용 중 하나지만, 요리 전반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 부엌칼을 가는 것도 그 일환이다」


 


거짓말이겠지. 틀림없이 그린베레나 스페츠나츠 같은 군대의 훈련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부원 여러분은 조용하다. 그렇다고 할까, 쓸데없이 입을 열지 않는다. 미인이 많은 듯 한 생각은 들지만, 뭐라고 할까, 전원이 고문인 미즈사와를 닮아있다.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나 어텐션! 하고 말할 것 같은 분위기이기도 하고.


 


「좀더 달고 부드러운 활동을 하는 게 어때요. 한순간 여기가 해군 기지인가 착각할 정도였으니까」


 


「말하는 건 쉽지. 그럼 코쿠타카. 너는 과자 클럽에 어떤 것을 요구하고 있지?」


 


「과자잖아요! 쿠키라던가 만들어야죠!」


 


나의 의견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자 클럽의 멤버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미즈사와에 이르러서는 복잡한 어조로 「쿠키……인가」라던가를 중얼거린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 가 아니라 웃기지 마.


 


「어려운 것을 말하는구나, 너는」


 


「어디가 말입니까! 반죽 만들고 마음대로 형태 만든 다음 구우면 끝이잖아요! 쿠키라던가 너무 간단해서 웃기지도 않아요! 그런 거 조금 영리한 침팬지라도 할 수 있어요, 아마」


 


「……뭐라고」


 


엣? 조금 이상한데요 미즈사와씨. 어쩐지 공기가 술렁술렁하기 시작했다. 팔방으로부터 굉장한 시선이 와닿는다. 미인의 차가운 눈이라니 말도 안 되게 무섭다.


 


「쿠키는 난이도가 높다. 불을 사용하니까. 우선은 불의 취급에 대해 가르칠 필요가 있다」


 


「아니, 불이라고 할까, 오븐이라고 할까……오히려 쿠키도 못 만들면 아무 것도 못 합니다」


 


그러자 미즈사와는 입을 다물어버린다. 싫은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이 틀림없다고도 생각했다.


 


「과자 클럽은 작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로 2년째다. 나는 그전에 럭비나 테니스를 가르치고 있었지만, 왠지 매년 배치가 바뀌 어버린다」


 


파악했다.


 


「그동안 제대로 된 과자를 만든 적은……」


 


고문이 부원들을 본다. 그녀들은 일제히 시선을 돌린다.


 


「엣, 뭐랄까. 진짭니까. 여기서 2년동안 뭘 하고 있던 건데요? 갈라진 머리카락이라도 세고 있던 겁니까」


 


「마운트 포지션으로 후려치고 싶지만 반론할 수 없으니 참지. 그렇다. 인정하지. 우리는 쿠키마저 제대로 만들 수 없다」


 


거짓말이겠지. 경멸해요. 그 뭐랄까, 이 사람등은 말하자면 요리치 집단라고는 건가. 아니, 아니겠지. 세 명 모이면……이라고는 해도 뭐, 잘 못하는 사람이 어설프게 배워도 어쩔 수 없나.


 


「그런 상황에서 잘도 저한테 견학오라고 할 수 있다니. 용기만은 인정해요」


 


「……너, 나를 바보취급 하는 거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쿠키마저 만들 수 없는 과자 클럽이라니」


 


뿜을 것 같다.


 


「아하하하핫, 히히히, 히햐핫핫! 아니, 진짜로 죄송합니다. 괜찮다면 제가 가르칠까요? 쿠키라도 케이크라도, 뭐든 괜찮습니다」


 


조금 지나치게 말해버린 걸까. 과자 클럽(가짜)의 사람들도 진지한 모습이다. 나 같은 외부인에게 여기까지 업신여겨지면 머리에 피가 오를 것이다. 슬슬 도망칠 준비를 할까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한 명의 부원이 일어서 나를 보았다.


 


「선생님, 부탁드리죠!」


 


「뭐, 하, 하지만」


 


「저희들, 제대로 된 과자를 먹고 싶습니다! 말랑말랑한 거라던가!」


 


선배의 절규에는 영혼이 담겨 있었다.


 


「이 빌어먹게 건방진 녀석을 고문으로 해 주세요!」


 


뭐!? 아무렇지도 않게 바보취급 당했지만 고문 대우라고!?


 


「나는 어떻게 되는 거냐!」


 


라고 미즈사와가 외치자.


 


「그렇다면 이 녀석은 특별 고문으로 합시다. 저기, 너? 괜찮지?」


 


천연 파마의 예쁜 누나한테 「이 세상에 사랑과 살의라는 감정밖에 없다면, 너는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라고 들은 거다. 내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누가 거절할 수 있겠냐고 캐묻고 싶다.


 


「그, 그럼, 우선 저는 부원으로. 일단 여러분에게 약간의 어드바이스를 합니다. 이런 걸로, 어떨까요……저기, 그걸로 되지 않겠습니까」


 


미즈사와는 고민하는 듯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상당히 긴 고민이었지만, 단 것을 바라는 부원들에게 밀려, 의견을 굽힌다.


 


「…………. 이, 일단 해봐, 라」


 


「만세~!」


 


부원 여러분은 매우 기뻐하지만, 미즈사와는 패왕의 알에 중요한 것을 바친 듯 괴로운 표정이었다. 그녀가 바친 것은 제물이 아니다. 스스로의 긍지일 것이다.


 


 


 


 


 


코쿠타카 로쿠스케, 고교 2학년. 과자 클럽에 소속해 있습니다. ……내가 과자 클럽의 특별 고문으로 취임하고 나서 2개월 정도가 지났다.


 


「이야~, 나, 과자 클럽에 굉장히 어울린다구」


 


「최고로 즐거운 것 같구나, 로쿠스케」


 


「물론」


 


이미 몇번이나 활동해왔지만, 부원의 쿠킹 능력은 최악이었다. 미즈사와를 포함해 요리의 보톰즈다(그 사람, 어째서 가정과 교사가 될 수 있던 걸까). 처음에는 쿠키를 만든 것만으로 헹가래될 것처럼 되었다. 메구는 쿠키 정도로는 표정을 바꾸기는커녕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너무 응석부리게 했다고 할까, 초등학생 주제에 입맛이 까다롭다.


 


「오늘은 뭘 만들지 결정하고 있어?」


 


기말고사도 끝났고, 여름방학도 가까워져 엄청 덥다. 하복으로 새단장한 것은 좋지만, 너무 더워서 쪄죽을 것 같다.


 


「수제 빙과의 리퀘스트가 있지만 귀찮으니까 빙수로 할까」


 


「그런 상태로 동아리라고 말할 수 있는 거냐?」


 


말할 수 있다. 말할 수 있다고.


 


그런데 말이지, 그 사람들은 처음에는 나를 치켜세우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과자 만드는 걸 돕는 것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처음 봤을 때의 군인과도 같은 규율은 어디로 갔는지, 과자가 완성될 때까지 수다를 떨거나 숙제를 하거나 남친과 문자하거나(절대로 용서 못 한다. 찾아내면 과자 분배량을 적게 해서 제재), 아무튼 나사가 풀려있다. 왠지 서클 브레이커 같은 입장이라 미즈사와에게 미안하다. 바로 그 미즈사와가 지금 상태를 걱정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아직 무서워서 물어본 적은 없지만. 일단 기본적으로는 말참견을 하지 않게 되었다. 부원들이 너무 소란스러울 때에는 눈빛으로 입다물게 하는 정도일까. 말을 했다 싶으면 「맛있다」나 「그럭저럭」의 둘 중 하나다.


 


나는 정말로 즐거운 것인지?


 


예스다. 나는 하루하루 과자 만드는 기계지만, 어쨌든 주변은 전부 여성이다. 상상과 조금은커녕 제법 많이 다르지만, 하렘 같은 상황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내가 만든 걸 맛있게 먹어주는 게 기쁘기도 하고.


 


 


 


 


 


방과후, 과자 클럽의 활동을 위해, 나는 가정과실로 향하고 있었다. 기둥 사이를 지나 특별교실 동에 가려고 하는데, 둥실둥실한 파마를 한 선배가 말을 걸었다. 3학년의 히가시야마 선배다. 나에게 클럽에 들어오라고 강요 비슷한 걸 한 사람이다.


 


「탓군, 안~녕.」


 


탓군. ……응, 탓군.


 


나에 대해다. 코쿠타카의 「타」에서 따온 별명이다. 적당한 네이밍이다. 무시하기는.


 


「안녕하세요 선배. 오늘도 변함없이 둥실둥실하네요」


 


「아, 머리카락~? 그렇지~? 제법 정성들였어~」


 


「헤에~, 그렇습니까」


 


히가시야마 선배가 둥실둥실한 것은 머리카락만이 아니다. 분위기나 말투도 그렇다. 남자 관계는 어떨까 궁금해서 조금 두근두근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도 없고 물어볼 수도 없고.


 


「오늘은 말야~, 뭐 만들어줄 거야~?」


 


이제 이 사람에게서는 스스로 만들려는 기개가 느껴지지 않는다. 대체 뭐 때문에 과자 클럽에 들어간 걸까.


 


「미즈사와 선생님이 빙수기를 아는 사람한테 빌린 것 같으니 오늘은 그걸로 할까 하고 생각합니다」


 


「에~? 너무 부~실하잖아. 지난번의 어쩌고 케이크같은 거 먹고 싶어」


 


「그것은 또 다음에. 시로쿠마라고 알지요. 오늘은 그거에요」


 


「엣, 거짓말~. 편의점에서 팔고 있는 비싼 그거? 아~, 좋은데~, 그거~」


 


예를 들어.


 


그렇다. 예를 들어, 지금 이 대사를 유우토나 히야마군이 말했다고 하자. 나는 반드시 둘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 둘을 불로불사로 만들어, 백년은 커녕 천년, 만년, 뭔가 적 같은 것과 싸우게 해준다. 그런 배드엔딩으로 해줄 각오가 있다.


 


하지만 히가시야마 선배라거나 과자 클럽의 선배들이라면 로쿠스케적으로도 올 오케이다. 이래저래 농락당하는 감이 있다. 그건 그녀들의 함정이라고 할까, 계산일 것이다. 나를 살리지도 않고 죽이지도 않고 가축처럼 취급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우오오옹, 나는 마치 인간 과제 제조기다. 별로 상관없지만.


 


「이야~, 정말 갖고 싶은데~, 탓군. 우리집에 오지 않을래? 길러줄테니까~」


 


히가시야마 선배는 몸은 기대오며 못된 장난 같은 미소를 띄운다. 아아, 부탁드립니다. 신이시여 부탁드립니다. 제발 선배의 취미가 동정 사냥이기를……!


 


 


 


 


 


여름방학이 되었다. 통지표를 받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다가갈 틈조차 없다. 즉, 콰광이다. 삼자 면담이다. 부모! 나! 미즈사와! 여름방학 개시 직후 지옥의 샌드위치를 처먹게 되는 처지가 된다. 즉 절망이다. 구렁텅이 같은 데 빠질 것도 없이 절망이다. 지금까지 즐거웠던 과자 클럽의 활동이 먼 옛날의 기억처럼 생각된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내 통지표 붉은 문자는 없었다. 단지 전체적으로 아슬아슬다. 어머니는 노발대발이었다.


 


「로쿠스케. 불필요한 말 하면 때릴 거니까」


 


「……네」


 


나와 어머니는 택시를 타고 학교로 향하는 중이다. ……내 부모님은 맞벌이다. 어머니가 반차를 냈지만, 고맙지 않은 친절이다. 이왕이라면 그냥 안 오는 게 나았다.


 


 


 


 


 


오늘의 어머니는 외출 모드지만, 미즈사와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무래도 교사의 눈앞에서 48 살인기를 걸 리는 없지만, 만약이라는 것도 있다. 각오만은 해두자.


 


교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 앞에 들어간 녀석이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모친과 동반해 나왔다. 이름순으로 내 앞번호인 키무라군이다. 언제나 쉬는 시간에 친구와 즐거운 듯 주간지의 그라비아를 보고 「우왕」같은 걸 말하는 녀석이다. 하지만 지금은 몰라볼 정도로 초췌하다.


 


나는 키무라군과는 별로 이야기한 적 없지만, 엇갈릴 때 살짝 눈이 마주쳤다. 우리 두 명은 서로 고개를 끄덕였고, 뭔가가 서로 통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코쿠타카씨, 부디」


 


교실중에서 미즈사와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싫다. 돌아가고 싶다. 치과의사에게 충치 깎이는 편이 차라리 낫다!


 


「네~에」하고 어머니가 평소보다 2옥타브 정도 높은 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도망치려 했지만, 팔을 콱 붙잡혀 꼼짝할 수 없다.


 


「……로쿠스케. 밖에서 부끄러운 짓 하지 마」


 


낮은 소리로 어머니가 속삭였다. 무섭다.


 


「시, 실례합니다」


 


나는 문을 열고, 교실 안을 확인했다. ……교실의 한가운데에 책상이 하나 놓여있다. 그 주위에 의자가 3개 있었다. 과연 거기에 앉으라는 건가.


 


「안녕하세요. 코쿠타카씨, 잘 부탁드립니다」


 


「아~아, 아니요,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미즈사와는 일어서서 깊게 고개를 숙인다. 어쩐지 평소의 미즈사와와는 다른데. 수트도 빳빳하고, 머리모양도 공들였다. 평소보다 화장도 제대로 한 것 같은……. 어머니도 외출 모드라면, 그녀 또한 외출 모드일 것이다. 평소와 같은 것은 나 뿐이다.


 


 


 


 


 


삼자 면담이 시작되었다.


 


미즈사와는 뭔가 종이를 갖고 있다. 아마 나의 내신서류겠지. 염라대왕의 장부와도 동일한.


 


「본론으로 들어가서, 코쿠타카군의 성적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1학년 때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내려갔네요」


 


어머니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것은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코쿠타카군은 공부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선생님 쪽도 똑같이 말씀하시고 있었습니다만, 수업중에 멍하니 있을 때가 많네요. 그러나 여기를 대답해보라고 지명하면, 순조롭게 대답합니다」


 


「네, 네에」


 


「테스트의 점수도 현저하게 내려간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코쿠타카군의 수업 태도에 있습니다. 조금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평소의 행동이 성적에 반영되어 있는 걸까요」


 


미즈사와의 어조는 담담하다. 개인적 원한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 않다.


 


「뭔가 이 녀석이 문제라도 일으켰나요. 특별히 연락은 받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 아무것도 안 했다고!」


 


아르바이트는 몰래 했지만.


 


「흡연, 음주, 폭력 행위등은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당연합니다만, 코쿠타카군은 그런 것을 하지 않는다고 저도 믿고 있습니다. 단지, 조금 못된 장난을 자주 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친구들과 떠들고 있는 장면은 자주 보이니까요」


 


「조금 벌을 줘야겠네요. 제 바보 아들에게」


 


어머니, 잠깐, 본색이 드러나고 있어요…….


 


「코쿠타카군은 선긋기가 능숙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화낼지 어떨지 빠뜻한 선을 오가는 듯한……」


 


「졸렬한 것 뿐이에요. 정말이지, 한심하게도」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억지로 말한다면 우리 학교에는 불량 학생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쿠타카군과 같은 학생이 눈에 띄겠지요. 실제로 수업중에 엉뚱한 곳을 보는 것은 인상을 나쁘게 하기 쉽습니다」


 


투기가 느껴진다. 어머니의 몸에서 살기가 솟아오르는 걸 알아차렸다. 집에 돌아가면 엉망진창 박살날 것 같다.


 


「졸렬하다고 말하면 나쁘게 들리지만, 반대로 빈틈없고 요령이 좋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네요, 내신이 신경이 쓰인다면……동아리에 들어간다던가」


 


「동아리, 입니까」


 


어머니는 곤란해하는 표정이다. 뭐, 그럴 것이다.


 


「저희는 맞벌이라서요」


 


「예, 알고 있습니다」


 


「작은애가 있습니다만, 초등학교에 들어갔다고는 해도 아직 작아서. 로쿠스케가 돌봐주는 일이 많습니다. 이 아이도 방과후에 시간을 뺏기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전에도 말해서요」


 


「호오, 그렇습니까」


 


미즈사와는 놀란 것처럼 나를 본다.


 


「그럼 집에서는 가사를 돕고 있는 건가」


 


「돕는다 해도 요리 뿐이지만요. 세탁이나 청소는 여동생이 더 잘합니다」


 


어머니는 어색하게 억지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과자 클럽에 본격적으로 입부하는 것은 어떻겠는가. 물론, 네가 적당한 시간에 와도 상관없다」


 


「어머나? 로쿠스케, 너 그런 것 했어?」


 


「메구도 있으니까 정식 입부는 아니지만」


 


「이름만 올려둬도 인상이 다르고, 게다가 나도 통지표에 쓸 일이 늘어난다」


 


이런, 드물다. 미즈사와의 가장된 웃음이다.


 


「괜찮습니까? 그, 고문교사에게도 폐가」


 


「고문은 접니다. 코쿠타카군에게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의 케이크는 훌륭한 작품이었으니까요」


 


「어머나, 그랬습니까」


 


정식 입부, 인가. 그러고 보니 나는 그 밖에도 동아리에 들어갔던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상관없잖아.


 


「어때, 코쿠타카」


 


「그렇다면 부탁드립니다. 저도 과자 만드는 것은 즐거우니까」


 


「알았어. 준비해 두지. ……그리고」


 


삼자 면담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원만하게 진행되어, 평온무사하게 끝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평화롭게 끝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야, 이 아이도 참 기특하게도 말이죠,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어서-」


 


한시름 놓은 어머니가 이번에는 팔불출 기색을 발휘해 불필요한 것을 말해버렸다. 아르바이트는 안 돼! 그건 말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아, 그런데 말이지, 아르바이트라고 할까, 그게」


 


「으~음? 책방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었잖니?」


 


내가 초조해하기 시작한 걸 눈치챘을 것이다. 어머니는 뚫어지게 내 표정을 보더니 뭔가를 알아차린 것 같다.


 


「……너. 허가 안 받았지. 선생님한테 말 안 했던 거야?」


 


「에? 으, 그게, 그러니까 그건」


 


「확실히 대답하렴」


 


「코쿠타카씨, 진정하세요」


 


「로쿠스케!」


 


손바닥이 날아온다. 주저 같은 건 일절 없다. 옛날에 여깡이라도 했던 걸까, 이 모친은. 폭력이 너무 빠르다. 나는 양팔을 크로스시켜 머리를 감싼다. 하지만 미즈사와가 손을 내밀어 어머니의 팔을 잡았다. 빠, 빠르다.


 


「가정교육의 일종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 앞에서는 그만둬주세요」


 


어머니는 호전적인 미소를 띄운다. 이봐. 「제법이네요. 내 공격을 멈춘다고는」같은 표정은 그만둬.


 


「거기에 코쿠타카군은 아르바이트의 허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도 허가했으니까요」


 


「선생님. 정말입니까?」


 


「예. 문제 없습니다」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지. 누가 좀 설명해주세요!


 


리얼 바늘방석에 앉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의 휴대전화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부디」라고 말하는 미즈사와. 눈이 무섭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어머니. 이쪽 눈도 무섭다.


 


미즈사와에 팔을 잡힌 채로, 어머니는 전화를 받는다. 아무래도 일의 이야기한 것같다. 급한 용무인것 같아서, 어머니는 벌레를 씹은 듯 한 얼굴에 된다.


 


「일입니까?」


 


「네. 죄송합니다만……」


 


미즈사와는 어머니에게서 손을 떼고는 무례를 사과했다. 어머니는 옷매무세를 바로잡고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


 


「……선생님. 요즘 체벌이라는 것은 나쁘게 들리기 쉽습니다. 「겨우」 자신의 아이가 맞았을 「뿐인 일로」 학교측에 불평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이는 부디 마음대로 해주세요. 아픔이 없으면 기억하지 않습니다. 확실한 이유가 있는 체벌이라면 저도 납득합니다. 당신에게라면 안심하고 로쿠스케를 맡길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이, 이봐, 어머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싫어 나. 체벌은 절대 싫다고. 어디의 대리사범 같은 말 좀 하지 마!


 


「알았습니다」


 


알지 마! 이봐! 뭘 둘이서만 알아듣는 이야길 하는 거야!


 


「그럼 로쿠스케. 엄마 바쁘니까 이만! 아, 이건 택시 요금!」


 


「아니, 괜찮다고. 걸어서 천천히 돌아갈테니까」


 


「그래? 그럼 선생님,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요! 우리 아이 잘 부탁드립니다! 아아, 그리고!」


 


「됐으니까 가!」


 


어머니는 몇 번이나 인사하고 교실 밖에 나간다. 그리고 사냥감을 찾아낸 육식동물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달리지 마.


 


 


 


 


 


어머니가 간 후, 미즈사와는 크게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앉았다.


 


「위험했다. PTA에 고자질되면 어떻게 될까 하고 초조했다」


 


「제 어머니에 한해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데 어머니는 저렇게 말했습니다만, 저는 맞으면 말하니까요. 교장이나 학년 주임에게도 PTA에도 고자질하고, 트위터로 확산 희망하고」


 


「아아, 알았다 알았어. ……그러나, 재미있는 사람이군, 너의 자당은」


 


어디가. 단순한 폭력녀인데. 요즘 저런 성격의 히로인이 라노베에 나오면 사방팔방에서 욕 처먹고 묻힌다.


 


「그렇다곤 해도 제 케이크가 훌륭한 작품이라니. 그 때 전혀 그런 리액션 없었잖아요? 오히려 무뚝뚝한 표정이었고」


 


「그런가? 아니, 맛있었는데?」


 


철면피.


 


「……아르바이트에 대해 변명해줘서 감사합니다」


 


「뭐, 전부 거짓말은 아니니까. 나「는」 허가를 내렸다」


 


「정말 구사일생입니다. 그 손바닥에 맞으면 3일은 아픔이 사라지지 않아요」


 


「하하, 그런가」


 


미즈사와는 웃었다. 보통으로 웃었길래 조금 놀랐다.


 


「코쿠타카. 귀가는 걸어서 가나? 괜찮다면 태워줘도 상관없는데. 오늘의 삼자 면담은 네가 마지막이었으니까」


 


엣? 뭐야 그거 무서워. 미즈사와와 좁은 차 안에서 둘이서라니.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조심해서 돌아가라. 그리고 다음 활동일은……」


 


 


 


 


 


삼자 면담이 끝났다. 미즈사와가 여기저기 커버해주거나 한 것은 의외였지만, 부모에 대한 인상을 좋게 하려고 한 거였겠지.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열심이다.


 


뭐가 어쨌든 간에 보충수업을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내 진정한 여름방학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햣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