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웹소설 채널

36.




극복하는 세계 (일곱번째 루트 시작)




「선생님」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타려는 선생님을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야, 코쿠타카군?」 


긴장으로 목이 바싹바싹 마른다. 어떤 걸 말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머릿속이 엉망진창인데, 감각만은 매우 선명하다. 주황색 햇빛도 평소보다 눈부셔서, 그라운드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묘하게 가깝게 느껴진다. 


「저, 저는」 


선생님은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는 언제나 상냥하고, 클래스메이트 전원을, 뿐만 아니라 학교의 학생 전원을 차별 없이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응?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니?」 


「저는」 


말해라. 


말해라. 


말해라. 


어제부터. 아니, 쭉 전부터 결정하고 있었던 일이잖아. 말해라. 


「……나를 여기서 쭉 기다리고 있었지? 좋아. 기다려줄테니, 침착하게」 


선생님은 뭐든지 알고 있다. 나는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숙였다. 


「저, 저는……」 


「응」 


「저는, 선생님을……」 


「응」 


「서, 선생님!」 


「……응」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닙니다」 


툭.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니잖아아아아아아아앗! 뜸 들이지 말라고오오오오! 남자라면 빨리 말해라! 뭘 우물쭈물 하는 거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나친 답답함에, 나는 게임기의 전원을 끄고 외쳤다. 분노밖에 솟지 않는다. 끼야아아아-, 라거나, 와아아아아아, 라거나, 컨트롤러를 크래셔 할 기세로 소리치고 있자니, 어머니고 노크도 않고 문을 열었다(언제나 있는 일). 시선이 교차한다. 나는 신변의 위험을 느끼고 창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따라잡혔다. 크로스 암 블록으로 버치려 하지만, 어머니는 나의 머리를 몇 대 두드린다. 견딜 수 없다. 정신이 몽롱해질 것 같다. 그 자리에 쓰러진다. 그러나 쉴 수 없다. 어머니는 나를 무리하게 서게 했다. 욱신욱신 아픔에 지배되는 나의 하트. 우왕좌왕하는 사이 배에 무릎차기를 먹는다. 


「이런 시간에 소리치면 옆집에 폐가 되겠지! 나쁜 아이네! 허이짜! 허이짜!」 


「죄, 죄송합니……윽!」 


한계다. 나는 쓰러진다. 어머니는 겨우 만족했는지, 문을 열어둔 채 밖으로 나갔다. 






일요일. 


나는 야습으로 육체에 심한 데미지를 입었다. 대체로는 밥 먹고 영화 보고 자면 낫기 때문에, 오후까지 자다가, 삐걱거리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거실로 나간다. 점심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윽, 사, 상처가……쑤, 쑤신다」 


「안녕 오빠. 무슨 일이야? 싫은 일에서도 기억해냈어?」 


리빙에는 메구가 있었다. 삼류 코미디 프로를 보고 있지만, 여동생은 전혀 웃지 않기 때문에 화면 안의 연예인이 굉장히 불쌍하게 보인다. 


「아니, 어제밤은 어머니에게 맞거나 차이거나 해서. 봐봐, 여기. 멍 들지 않았어?」 


「잠깐, 그런 거 보여주지 마. 대체로, 오빠가 한밤중까지 노는 게 나쁘잖아. 고교생이나 되어서는 초등학생이랑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게 나빠. 수험, 어떻게 할 거야? 지금부터 공부해도 늦은 듯한 생각이 들어요」 


어째서 휴일에 설교를 들어야 하는 거야. 게다가 초등학생인 여동생에게. 이런 걸 들켜버리면 부끄럽고 한심해서, 밥도 목을 넘어가지 않을 거고 아침에도 일어나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고교생 답다는 건 뭐야. 뭘 하면 고교생 같은 거야? 응?」 


「여친과 데이트 간다거나」 


그만둬. 


「부활동으로 땀을 흘린다든가」 


그만해줘. 


「아르바이트 한다든가」 


「……아아, 아르바이트인가. 그것도 있었군」 


여친도 없고 부활동도 하지 않지만, 실은 아르바이트라면 찾아냈다. 1학년과 2학년 사이의 봄방학에 찾아낸, 상점가의 헌책방이다. 아니, 고서점이라고 했던가? 뭐 어느 쪽이든 낡아빠져서 손님도 오지 않는다.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가게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꿈 같은 시스템이다.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고, 점장인 유키씨도 미인이고, 내가 왜 지금 집에 있는 거지. 


「그럼 가출하고 올게!」 


「저녁까지는 돌아오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갈 준비를 마쳐 아르바이트 장소인 사카키바라 서점으로 향하기로 했다. 





일요일 낮인데도 인기척이 없는 상점가(이젠 차라리 풍화되는 방향으로 나가서 폐허 매니아를 끌어들이는 정도밖에 살아남을 길이 없다)의 깊숙한 곳에 사카키바라 서점이 있다. 목조 이층건물인 가게를 본 순간, 이세계에 들어간 듯한 감각에 빠졌다. 


가게의 간판은 비스듬하게 기울어, 강한 바람에도 날려갈 것 같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할 뿐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좋다. 역시 손님 같은 게 오지 않을 것 같다면 우선 안심. 나는 자전거를 멈추고, 비뚤어진 유리문을 열었다. 


「유키씨, 안녕하세요……」 


「앗, 앗, 조심하세요, 리노」 


「앉지 마! 됐으니까 접사다리를 잡아줘!」 


가게 안은 영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점장인 유키씨는 카운터의 안쪽에 앉아있다. 평소의 일이다. 


그러나 평소와 완전히 같은 건 아니다. 누군지 잘 모를 슈트 차림의 여자가, 접사다리 위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먼지떨이를 갖고 있는 걸 보니 선반 위를 청소하고 있는 걸까.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밸런스가 무너진 것 같고, 당장 넘어져 버릴 것 같았으니까. 


「아아,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르바이트 하러 오셨습니까?」 


「아, 안녕하세요. 아니, 저기, 괜찮습니까?」 


유키씨는 작게 미소짓는다.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응? 누군가 왔어?」 


「아, 안된다니까요!」 


접사다리의 위의 여성은 뒤돌아 보려고 했다. 하지만, 휘청 하고 흔들려 다리를 미끄러뜨린다. 나는 접사다리를 지지하려 했지만 시간에 맞을 것 같지 않다. 낙하해 오는 여성의 등뒤를 받칠 수 있도록 양팔을 쑥 내민다. 그런데 우와아아아무거워. 버티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으흐억……!?」 


배로 여성을 받아들이는 형태가 되었다. 점심에 아무 것도 먹지 않아서 다행이다. 분명 역류했을 거다. 


「코쿠타카씨!」 


유키씨가 카운터에서 나와, 내 위에 타고 있는 사람을 확 밀쳤다. 여성은 가게 구석에 쌓아둔 고서에 부딪쳤다. 유키시는 나의 상반신을 일으켜 안고 지근거리에서 응시한다. 터무니없이 좋은 냄새가 났다. 


「아무렇지도 않습니까?」 


「사,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충격입니다」 


「머리를 다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어날 수 있습니까? 저쪽에서 상태를 확인합니다」 


으~음. 나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해 본다. 별로 머리를 부딪친 것은 아니다. 늑골이 몇개인가 부러졌다……! 처럼 배틀 만화의 캐릭터 같은 진단이나 판단은 할 수 없지만 강한 아픔은 없다. 아무래도 괜찮은 것 같다. 


「조금 놀랐습니다만, 별 일 없어요」 


「안됩니다. 무슨 일이 을어난 다음에는 늦습니다」 


걱정해주는 걸까. 무리하게 거절할 이유는 없다. 나는 수긍해, 유키씨에게 반 이상 몸을 맡기며, 지금까지 들어간 적 없는, 그녀의 사적인 공간까지 걸어간다. 거실은 일본식 방으로 다다미다. 조금 텐션 오른다. 


「아, 저기, 신발 정도는 스스로」 


「신경 쓰지 마시고」 


유키씨가 신발을 벗긴다. 나는 거실에 오른다. 곧바로 머리를 잡혀 빙글 누워버린다.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옆으로 돌려져, 뒤통수에 부드러운 게 닿는다. 


「저, 저기……?」 


「미안하네요, 코쿠타카씨. 베개가 보이지 않으니 제 무릎으로 참아주세요」 


엣? 나, 지금, 유키씨에 무릎베개 되고 있어? 굉장한 포상이다. 즉석에서 반전해 그녀의 비밀인 부분을 보려 했지만, 의외로 강한 힘에 억눌린다. 


「젊네요, 코쿠타카씨는. 이런 아줌마에게 흥미를 보이는 건 안 돼요」 


「아, 네, 그러니까, 그, 그런 생각이 아니라요」 


갑자기, 귓전에 숨이 들어온다. 


「그렇습니다만, 또 다음에 괜찮다면……」 


오싹했다. 소름이 돋았다. 그런가. 알았다. 여기가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다! 그리고 문은 이미 열려있을지도 모른다! 




「뭘 하고 있어!?」 




「힉!?」 


왠지, 나는 그 소리만으로 몸이 움츠려 버렸다. 무심코 눈을 감아버린다. 조심조심 눈시울을 열자, 거기에는 슈트 모습의 여성이 있었다. 조금 전의 접사다리의 사람이다. ……어쩐지 본 기억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나의 망막은 마음대로 필터를 쳐서, 곤란한 일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럴 터였다. 


「언니, 내 앞에서 그런 짓은 하지 마. 아니, 없는 곳에서도 그만두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아이의 상태는 어때」 


「글쎄요」 


「말하는 와중에 벗기려 하지 마! 너, 괜찮나. 이 사람은 머리가 이상하다. 운이 나빴다…………응?」 


여성과 눈이 맞았다. 본 기억이 있기는 커녕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하필이면 그 사람은, 담임인 미즈사와다. 왜. 어째서. WHY. 


「어머나, 코쿠타카씨를 알고 계신 건가요?」 


「……이 녀석은?」 


「아르바이트입니다. 매우 좋은 분이에요」 


미즈사와는 나를 흘겨보고 납득한 듯 수긍했다. 


「처형 확정이다」 






나는 도망쳤지만, 가게를 나가려는 순간 미즈사와에게 목덜미를 잡혀 지근 거리로 노려봐졌다. 눈과 눈이 맞았지만 절대로 사랑에 떨어질 것 같지 않은 상황이었다. 


「싫어어어어어어어어도와줘! 도와줘어어어어어어어어!」 


「시끄러」 


「유키씨이이이이이! 살해당해요! 싫어어어어어아아아직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에에에에, 슴가엉덩이허벅지낼름낼름!」 


「번뇌의 덩어리가」 


미즈사와는 벌레라도 보는 듯한 눈초리로 쏘아붙인다. 


「아르바이트는 학교측의 허가를 얻지 않는 한 교칙으로 금지되고 있다. 코쿠타카, 너는 신고하지 않았을 텐데?」 


「그쯤 해두세요, 리노. 코쿠타카씨가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이야기도 할 수 없어요」 


유키씨가 말리려고 하지만, 미즈사와는 나를 떼어놓지 않았다. 


「이야기라고? 할 필요는 없다. 단지 내가 선고할 뿐이다」 


「리노. 코쿠타카씨를 놓으세요」 


여성들이 서로 흘겨본다. 왠지 모르지만 엄청나게 무섭게 보였다. 용호상박, 같은. 차라리 죽여달라고 생각한 직후, 미스사와는 나에게서 손을 떼어놓고, 기막히다는 듯 코웃음쳤다. 


「언니는 언제나 물러터졌어」 


「그런 것은 아니에요. ……괜찮습니까, 코쿠타카씨」 


나는 끄덕끄덕 몇번이나 고개를 흔든다. 유키씨에게 의자를 권유받아 거기에 앉는다. 침착하자 신경쓰이는 게 몇 가지나 생긴다. 


「아, 저기, 혹시 두분, 자매, 입니까?」 


유키씨와 미즈사와는 얼굴을 마주보고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을 띄웠다. 


「이런 여동생이라,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이런 언니를 가진 나는 불행하다」 


사이는 그렇게 좋지 않은 걸까. 


그러나, 그런가. 자매인가. 어쩐지 전혀 닮지 않았다고 할까. 


「 그렇지만 성이 다르네요. 유키씨는 사카키바라고.」 


「결혼 했으니까. 언니의 남편(쓰레기)은 죽었지만, 언니는 아직 미즈사와로 성을 되돌리지 않았다」 


「쓰레기라니……」 


미즈사와는 나를 부모의 원수라도 보는 듯한 눈초리로 노려본다. 


「그리고 너는 그 쓰레기를 꼭 닮았다. 분위기가 마치 매형이다. 쓰레기 특유의」 


「잠깐!? 학생이에요, 저! 쓰레기 쓰레기라니 너무 지나친 말 아닙니까!」 


「그래요 리노. 코쿠타카씨는 쓰레기가 아닙니다. 하아, 당신은, 예전에는 말투가 거친 아이가 아니었는데. 상냥하고 연약해서, 마음이 올바른 아이 아니었습니까」 


「예전은 예전, 지금은 지금이다. 그리고 쓰레기는 쓰레기다. 내 눈을 속일 수 없어」 


유키씨가 결혼했었다는 것만으로 가젤 펀치를 먹은 듯한 충격인데, 이제는 쓰레기 취급 당한다.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하지만 유키씨 미망인인가. 어쩐지 좋다. 죽은 신랑에게는 미안하지만. 


「코쿠타카. 내가 없는 사이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고는. 그러나 여기까지다. 우선 해고다. 퇴학시키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정학이다. 반성문 15만자 정도로 용서해 준다」 


「라노베 1권 분량 아닙니까! 그런 거 쓰려면 라노베 써요! 바로 출판사에 응모해 당선되서 엄청 팔려서 애니화되고 성우도 내가 캐스팅 해 장밋빛 인생입니다!」 


「불가능하다. 좀더 견실하고 현실적인 장래를 생각해라. 인생을 도박에 건다. 그러니 너는 쓰레기다. 자, 와라. 지금부터 학교로 따라와라」 


말도 안 돼. 


끝났다. 아르바이트도 해고되고, 게다가 정학이라고? 싫다. 유우토와 히야마군이 비웃을 거고, 가족은 화내겠지.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는 어제 화낸 직후인데. 맞는 것만으로 끝나진 않을 거다. 아아아아아아아메구한테 절대 미움받을 거야아아아아아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안됩니다」 


「……뭐? 뭐라고, 언니. 한번 더 말해볼래」 


「안된다고 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겁니까, 리노?」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여신이 나타났다. 유키씨는 단호한 태도로 미즈사와에게 단언했다. 나도 반론하고 싶고 변명도 하고 싶었지만, 들어주지 않을 거다. 여기서는 입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다. 


「코쿠타카씨는 해고하지 않습니다. 원래, 당신에게는 여기에 말참견할 권리가 없습니다. 여기는 미즈사와의 집은 아니고, 사카키바라 서점이니까요」 


「호우, 그래서?」 


「정학도 안됩니다. 반성문도 안됩니다. 리노, 당신은 여기서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여기서 아무것도 볼 일 없습니다. 알았지요」 


미즈사와는 떨고 있다. 분노를 어디에 부딪치면 좋은가 모르겠지.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유키씨는 터무니없다. 감싸 주는 것은 기쁘지만, 미즈사와 가라사대 나 같은 쓰레기보다, 이 기회에 좀 더 유능한 녀석을 고용하면 좋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걸까. 


「그렇게 될 리 없잖아. 언니처럼 틀어박힌 사람은 모르겠지만, 학교란 평등해야 한다. 한 사람만 놓쳐준다니, 나는 할 수 없다. 불공평하지 않은가. 코쿠타카 뿐만이 아니라도, 몰래 하던 아르바이트가 발견되어 정학된 학생도 있다. 그 녀석들도 납득하지 않겠지」 


끽소리도 못할 정론이다. 나는 각오했다. 


「하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리노. 알았습니까, 몰랐습니까. 어느 쪽인이 확실히 말해보세요」 


「……무, 뭐, 뭐를?」 


유키씨는 부서지지 않았다. 너무 강하다. 극히 정론인 미즈사와의 말에도 태연하게 있다. 


「우선, 나는 공평이나 평등 같은 말이 싫습니다. 그런 걸 소중하다고, 중요하다고 소리 높여 주장하는 사람은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정말로 평등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그런 식으로는 말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세상 모든 것이 같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리노. 당신이라도 그렇겠지요. 보지도 않고 알지도 않는 타인과, 자신과 사이좋은 친구가 있다면, 누구나 친구를 도울 것입니다」 


「이야기를 돌리지 마. 지금은 그런 거창한 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이야기를 돌린 건 당신이지요. 나는 다른 학생에 대한 건 묻지 않았으니까. 평등이나 공평 같은 걸 말하기 시작했으니 안 되는 겁니다」 


「윽, 그, 그건」 


아아, 왠지 대단해. 역시 자매인가. 유키씨, 말하는 내용은 「뭐 나는 응석부리게 합니다만」일 뿐인데, 왠지 모르게 굉장한 분위기라 논파하는 듯한 느낌이다. 


「어떻습니까?」 


유키씨가 쓱 다가선다. 척 보니 미즈사와의 기색도 안색도 나빴지만, 과연 오거다. 그녀는 졌는데도 유키씨를 되돌아봤다. 


「알았어. 확실하게 말하지. 코쿠타카는 용서 못해. 아르바이트에서 해고할지 말지는 어쨌든, 반성문과 정학이다. 이것만은 포기하지 못해. 알겠지. 아무리 언니라고 해도……에, 아, 잠깐, 어디로 데려갈 생각이야」 


미즈사와와 유키씨가 거실에 올라, 안쪽으로 사라져 간다. 이 참에 돌아가버릴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약해져, 곤란해하는 오거를 보는 것이 재미있어서, 기다리기로 했다. 






한 5분쯤 지났을 무렵. 새파란 얼굴의 미즈사와가 돌아왔다. 그녀는 흠칫거리는 움직임으로 내 앞에 선다. 얼굴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혹시 웃으려는 걸까. 굉장히 무섭지만. 


「무, 무슨 일이죠, 선생님」 


「…………흠? 지금, 무슨 소리가 들린 듯한 느낌인데. 뭐, 기분 탓일거다. 그럼, 언니. 나는 돌아간다. 안녕히. 다음에 또 보자」 


「에? 아, 핫?」 


미즈사와는 진짜로 돌아가 버렸다. 나는 그저 내내 서서, 그녀의 등뒤를 가만히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있자니, 마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유키씨는 카운터 안쪽의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한다. 


「저기, 유키씨? 대체, 무슨 일인데요?」 


「코쿠타카씨가 걱정할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우후후 하고 유키씨는 태연하게 있었다. 내가 살아났다는 것은 틀림없다. 단지, 기분나쁜 부분도 있다. 내일은 학교다. 미즈사와가 뭔가 말할지도 모른다. 마음놓고 있을 수는 없다. 






메구에게서 저녁밥이 준비됐으니 빨리 돌아오라는 취지의 메일이 왔다. 사카키바라 서점의 아르바이트는 자유다. 융통성이 엄청나다. 아무튼 쉬프트가 없다. 유키씨 가라사대, 내가 좋은 시간에 와서 좋을 때 돌아가도 된다, 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값은 시급으로 환산되어, 그 날 안에 지불된다. 


「죄송합니다, 먼저 실례할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감사합니다. 정말로 도움이 되네요. 괜찮다면, 또 부탁드립니다」 


유키씨가 깊숙이 머리를 내린다. 부탁하는 쪽은 여기지만, 유키씨는 너무 겸손하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점장이기 때문에 더욱, 다음에도 힘내자고 생각한다. 참고로 오늘도 손님은 오지 않았다. 






월요일. 


하품을 억누르며 거실로 내려간다. 마이 시스터가 설탕과 밀크를 많이 넣은 블랙 커피(카페오레라고 해도 「블랙이야」라고 주장한다)를 마시고 있었다. 우아하구만. 


「오늘 아침은 빠르구나」 


「그런가? 아, 아니, 그럴지도 몰라」 


어제밤은 꽤 잘 수 없었다. 학교에 가서 미즈사와에에게 들을 말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다. 어떻게 벗어날까 시뮬레이션 해봤지만, 대체로 잡혀서 에어 버스트로 시작하는 완전 연소 어택을 처맞는 엔딩밖에 상상할 수 없었다. 


「메구. 최후일지도 모르니까 전부 이야기 해둘게. 내가 사라지만 침대랑 통째로 방을 태워줘. 아, 침대 밑은 절대 보지 말고」 


「……불결」 


「아, 지금 뭐 상상했어? 안 되는데~, 메구. 아직도 쬐끄만 초등학생인데 음란하구나~. 어머니한테 말할거야~? 사실 침대 밑에는 아무 것도 없다구~? 먼지밖에 없어~?」 


「엄청 짱나고 징그러운데」 


「뭐, 뭐야 그 말투는!」 


나는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 앞으로 쓰러져 엉덩이를 쑥 올린다. 마치 은빛 서퍼가 게임오버 됐을 때와 같은 포즈였다. 


「나는 너를 그런 식으로 기른 기억은 없어!」 


「빨리 학교 안 가?」 


메구는 얼굴을 휙 돌린다. 메구가 심술쟁이 모드로 들어가 버렸다. 어쩔 수 없다. 오늘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단 거라도 사두자. 






자전거 보관소에 자전거를 세우고 학교로 가는 언덕을 오르고 있자니, 뒤에서 「어~이」하고 등 뒤를 두드린다. 나는 뒤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에너미의 다리를 후려쳐, 그 녀석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 배에 펀치를 먹인다. 


「갸악! 무슨 짓이야!」 


「내가 할 말이다. 거리낌 없이 손대지 마」 


히야마군이었다. 그와는 클래스메이트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히야마군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면, 에로가 여러 가지 매체로 보급된 현대라 해도, 어둠의 비결이 가득 실린 책의 조금 야한 사진으로도 들뜬다, 는 것 정도일 거다. 역시 클래스메이트 이하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녀석을 경멸한다. 히야마군은 나를 노려보며 일어선다. 


「아침부터 그런 말 하지 마. 연재가 늦는 웹소설 작가지망생이 신작에 손대는 것 정도로 화난다고」 


「누구를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로도 아니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니 상관없잖아!」 


「그, 그러니까 화내지 말라고」 


「아아, 미안. 조금, 학교가 가까워지니 흉포성이 늘어난 것 같아」 


반은 사실이다. 나는 아직 오거 미즈사와에게 위축되어 있다. 아니, 두려워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오히려 세계는 아름다운 누님의 머리카락 같은 데 질투할 게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도 실금하지 않는 나를 칭송해야 한다. 


「히야마군. 왕인 내가 죽으면, 신하의 너도 함께 죽어다오」 


「오케이, 맡겨라. 연옥까지 함께 가지. 배고파지면 돌아가겠지만」 


제법 든든하다. 친구(실드)라는 건 훌륭하다. 






학교에 도착해, 신을 갈아신고 교실에도 도착해 버렸다.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앞으로 몇 분 후 미즈사와가 와버리면 나는 어떻게 될까. 만난 순간 스파인 버스터라던가 당하진 않겠지. 


「왜 그래 로쿠스케. 아웃로우인 주제에 부들거리고 말이야」 


「실은, 지난번에 미즈사와가……」 


유우토가 어슬렁어슬렁 왔다. 이런 녀석이라도 서로를 잘 아는 소꿉친구다. 불안을 토해내려고 입을 여는 순간, 미즈사와가 모습을 보였다. 


「이런, 그 이야기는 다음에」 


「그, 그래」 


나는 전율했다. 유우토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살짝 미즈사와의 얼굴을 보았을 때다. 그녀는 확실히 내 쪽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렸던 것이다. 


「코쿠타카」 


「아, 네, 네에」 


「오늘은 좋은 날씨다」 


「그, 그그그그렇네요」 


다른 학생들은 무슨 일인지 몰랐을 것이다. 나도 잘 몰랐지만, 좋지 않은 것이 일어날 거라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그 날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날은 커녕, 그 뒤로도 특별히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보통으로 아르바이트에도 갔지만, 미즈사와는 유키씨의 가게에 오지 않았고, 학교에서 불려가는 일도 없었다. 거기서 알았다. 과연, 기브 앤 테이크인가. 


나는 미즈사와를 도운 걸로 되어 있다. 실제로 그렇지만, 아무튼 그녀는 빌린 것을 돌려준 것이다. 그런 거겠지. 역시 평소부터 선행을 해야 하는 거다. 나는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