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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그리고, 그건 그것대로 좋지만. 보통이라면 도발해도 무시당해, 훗날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골라내져 반성문을 쓰게 될 뿐일 거고.


 


「그러니까 아직 안심할 수 없어. 오우거를 얕보지 않는 게 좋아」


 


「그거 거짓말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이래저래 과장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그 미즈사와라면 진실이라고 해도 놀라지 않는다.


 


「위, 위험해!」


 


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울렸다. 싫은 느낌이 들어서 스피드를 올린다. 타카노는 당황하고 있었지만, 곧바로 내 뒤를 뒤쫓아 왔다. 그녀에게 말을 건네려고 뒤돌아 본 순간, 스핀하는 경자동차가 눈에 들어왔다. 사고다! 게다가 근처의 나무에 앉아있던 새가 일제히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우리의 바로 위를,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려는 듯 새떼가 날아간다.


 


「그, 그런……」


 


타카노의 표정이 창백해진다. 스핀한 차와 관계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오우거 미즈사와가 사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펜스를 뛰어넘어 온 것 같은데, 저기, 혹시 산을 그대로 통과해 온 걸까.


 


「젠장, 뒤돌아 보지 마! 얼굴을 들키면 변명도 못 한다고!」


 


우리는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하지만 오니와의 차이는 전혀 벌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씩, 점차 차츰차츰 줄어들기만 할 뿐이다. 이제 곧 비탈이 끝나고 평지에 들어간다. 거기서 승부를 봐야 한다.


 


 


 


 


 


「너희들!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비탈이 끝난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저쪽에서 들렸다. 앞으로 조금뿐인데, 이대로는 둘 다 잡혀버린다.


 


「방법이 없군. 나에 대해는 잊어」


 


「잠, 와아아아!?」


 


옆에서 나란히 도망치고 있던 타카노의 다리를 건다. 전방에는 유우토와 히야마군이 있었다. 둘은 자신의 자전거에 타고, 내 자전거를 양옆에서 지지해 세우고 언제든 발차할 수 있도록 대기해주고 있다.


 


「전속력이다!」


 


「가자!」


 


「우, 와아아아, 왔다왔다왔다왔다왔다……!」


 


「도망쳐! 보면 안 돼!」


 


나는 파트너의 안장에 뛰어 올라타, 풀 파워로 페달을 밟았다. 뒤를 돌아보자, 미즈사와에게 마운트 포지션으로 붙잡힌 타카노의 모습이 보인다. 고마워. 너의 고귀한 희생과 거리의 거장에게 감사다.


 


 


 


 


 


역 앞에 도착해 숨을 고르고 나서 메이트에 들어간다. 히야마군이 피규어를 구입한 다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담소 타임이다.


 


「이야~, 잘 도망칠 수 있어서 다행이네 다행이야」


 


「전학생한테 미움받을거야」


 


「괜찮아. 게다가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계속 끈질기게 달라붙었을 테니까, 그 녀석. 술래잡기로 우리 학교의 입문식을 해준 거지. 당분간은 얌전하게 있을 거야」


 


가하하하 하고 웃고, 나는 오렌지 쥬스를 단번에 마신다.


 


「그보다 이 피규어 굉~장히 잘 만들어졌잖아. 이 스커트의 프릴! 최고다」


 


「아아, 쩔어. 쩐다고 이 조형……진짜로 참을 수 없을 정도야」


 


히야마군은 난폭한 콧김으로 자신의 신부를 끈적끈적 만지고 있었다. 갑자기 냉정해지자, 이 녀석은 다른 손님이나 점원도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미소녀 피규어로 놀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엉망진창 기분 나쁘다. 쩔어주는 건 히야마군의 추잡함이었다.


 


 


 


 


 


곧바로 집에 돌아간다.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실력을 발휘해보자. 저녁식사는 메구가 좋아하는 걸로 하자고.


 


「다녀왔습니다~!」


 


조용~.


 


대답은 없다. 구두는 있으니까 메구는 돌아와 있을 테지만……낮잠일까. 우선 방에서 갈아입자.


 


라고 생각했는데, 계단을 오르려 할 때 2층에서 메구가 내려왔다.


 


「뭐야, 있잖아. 나 왔어, 메구」


 


슥, 하고 귀여운 여동생은 나의 옆을 빠져나가 버린다. 어? 나, 지금 무시당한 거야?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어(웃음). 지난번에도 메구가 좋아하는 푸딩을 사왔는데. 드, 들리지 않은 걸까.


 


「어, 저기, 다녀왔어. 그런데 말야, 오늘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메구는 말없이 텔레비젼을 켜고 음량을 높인다.


 


「뭐, 뭐든 상관없거든? 뭐든 만들어줄테니까」


 


「…………워」


 


「응? 지, 지금 뭐라고?」


 


「시끄럽다고 말했어요. 귀까지 나빠졌군요」


 


나는 쓰러진다. 설마 아직까지 저기압이라는 건가. 거짓말이다. 아, 하지만, 그러고 보니 최근 메구와의 이야기가 줄어들었던 듯한 기분이 든다. 말을 건네도 매정하게 대하거나 하기도 했고.


 


「피자라도 주문할테니 내버려둬」


 


「기, 기다려……그런 어릴 때부터 정크 푸드를 먹으면 안 돼. 내가 제대로 밸런스 잡힌 메뉴를 생각할테니까」


 


「끈질기네」


 


「메, 메구」


 


메구가 내 쪽을 바라보더니, 가만히 흘겨본다. 초등학생 주제에 위압감이 있었다.


 


「끈질겨」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흐물흐물 세계가 일그러진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발 밑이 흐늘흐늘해지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 날의 저녁식사는 참담했다. 메구는 진짜로 피자 시켜버리고, 게다가 나눠주지도 않고, 오직 무시할 뿐. 게다가 목욕탕도 혼자서 들어가고(머리 씻을 때에 샴푸가 눈에 들어가 아파 아파 하고 울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그 후에도 물론 같이 게임으로 놀아 주지도 않고.


 


……게다가 내일이 걱정이다. 타카노를 따돌리기 위해 술래잡기를 감행하긴 했지만, 역시 리스크가 높았다. 혼자만 잡힌 그녀가 우리에 대해서 미즈사와에게 불어버렸을지도 모르고, 원래 처음부터 미즈사와가 우리를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호출당하면 어떡하지. 무시해볼까. 어차피 나는 여동생에게 무시되고 있으니까. 무시당하고 있었으니까 무시하는 것도 괜찮잖아. 응. 오늘은 이만 자자. 내일은 메구의 기분도 풀려있을 거고.


 


 


 


 


 


「잘 잤어, 메구!」


 


역시 무시당했다. 메구는 나의 얼굴을 흘깃 보고는 이제 전혀 이쪽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잘 잤어 하고 말하고 있잖아」


 


메구의 어깨를 흔들어 본다. 그녀의 앞으로 돌아가 익살맞은 짓을 해 본다. 그 자리에서 방방 뛰어본다.


 


「텔레비전 안 보여. 방해」


 


「뭐가 불만인데~」


 


나는 자신의 의자에 앉아, 별 맛 없는 식빵을 깨문다.


 


「불만이라니……으~음, 존재?」


 


이렇게나 몰인정하게 되다니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다. 메구, 혹시 반항기인가.


 


「오빠가 고쳐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고칠테니까」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환생해주면 좋겠는데」


 


「잘 됐다. 우선 살아도 괜찮다는 거지」


 


「그 적극적인 부분도 화가 나요」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이다. 좋아, 노력하겠어. 오늘이야말로 배달음식 따위에는 지지 않을 거다! 나, 노력한다!


 


 


 


 


 


집을 나와 자전거에 탔더니 이상한 시선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자, 어제와 같은 파커를 입은 타카노가 노려보고 있다. 어라, 나와 함께 학교에 가고 싶은 건가?


 


「여어, 타카노. 오늘도 자기소개 해줘」


 


「너, 너 때문에 심한 짓을 당했잖아. 그 후 내가 얼마나……××××! ×××!」


 


「미안, 미안」


 


「미안으로 끝나면 NYPD는 필요 없어!」


 


발끈해 있다.


 


「그래서, 어떤 벌을 받았는데. 반성문? 정학? 퇴학?」


 


「아아, 아니, 해방되었어. 성희롱이라고 아우성치니까 PTA에는 조용히 해달라고 들어서」


 


성희롱이라니?


 


「여자끼리인데 성희롱이 성립하는 건가?」


 


타카노는 미간을 찡그린다. 「너 진심이냐」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성희롱이라니. 설마 남자일 리는 없고」


 


「나, 남잔데」


 


「농담은 그만둬. 어딜 어떻게 봐도 귀여운 여자아이잖아. 고백해버린다 이 녀석」


 


「뭣하면 보여줘도 괜찮은데」


 


스륵 하고, 타카노는 스스로의 다리 사이를 드러낸다. 나는 순간적으로 얼굴을 피했다. 그녀……아니, 그? 는 여기에 다가온다.


 


「뭘 부끄러워하는 건데? 자, 남자끼리니까 아무렇지도 않잖아?」


 


「그, 그둬! 알았어, 믿으니까! 너는 남자다! 99퍼센트 확률로!」


 


「나머지의 1퍼센트는 뭔데」


 


「판도라의 상자다. 마지막에 남은 희망이다」


 


혹은 슈뢰딩거의 고양이(한 번 사용해 보고 싶었던 말 시리즈)일지도 모른다. 타카노와는 절대 함께 소변 보러 안 갈거다.


 


「정말 심한 짓을 당했다……」


 


「진짜로 미안. 아아, 그래. 뒤에 탈래?」


 


「두 명 타기는 안 돼」


 


흐려진 눈동자의 타카노가 한숨을 쉰다.


 


「그럼 오늘은 나도 걸어서 가볼까」


 


「그럴 거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라던가 여러가지 있어」


 


타카노는 위태로운 발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자전거를 두고, 그녀, 가 아니라 그의 뒤를 쫓았다.


 


 


 


 


 


「굉장해. 저쪽은 초밥을 흑인이 쥐고 있어」


 


「내버려 둬」


 


비탈길까지를 슬슬 걸어, 버스에 타고, 학교에 도착해도 타카노는 터벅터벅 나를 따라왔다. 내가 자신의 교실에 들어가도, 이 녀석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어슬렁어슬렁 따라온다.


 


「이제 네 교실로 돌아가」


 


「아직 종은 안 울렸잖아. 그보다 네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하는데」


 


「나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특히 중학생 때 동아리에 대해서 어째서 그만뒀지?」


 


거,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마! 누가 좀 도와줘! 교실 안을 둘러봤지만, 오늘에 한해서 유우토와 히야마군은 다른 무리와 놀고 있었다. 게다가 슬쩍슬쩍 여기를 보고 있다. 칵테일 파티 효과일까, 가끔 「코쿠타카 플러스 키랄」이라던가 「비●로그」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놀고 있네, 저 녀석들.


 


「아, 잠깐 의자 반 빌릴게」


 


타카노는 나를 의자에서 반 정도 밀어내, 거기에 앉으려고 한다.


 


「뭘 하는 거야!」


 


「의자 빌릴 뿐이잖」


 


「여기를 파렴치한 학교로 할 생각이냐!」


 


「시끄러. ……우」


 


토닥토닥. 타박타박. 규칙적인 발소리가 복도에서 들려왔다. 타카노는 몸을 움츠리며 나에게 매달린다. 그만둬. 아, 하지만 조금 좋은 냄새가 난다. 대체 무슨 일이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담임인 미즈사와가 교실에 들어왔다. 그녀는 출석부의 모퉁이로서 교탁을 두드려, 힐끗 교실 안을 둘러본다.


 


「아, 아아아아아, 그, 그럼 다, 다다다다음 쉬는 시간에」


 


타카노는 꽁무니를 빼고 달리기 시작했다. 과연 미즈사와다. 트라우마 제조기의 이름은 괜히 붙은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