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12 채널

G36은 아무리 기분 좋은 날이어도, 업무 중에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업무 시간 중에 들뜬 티를 내는 일은 없었다. 단지 장시안느와 함께 살고 있는, 지휘관 숙소로 가서야 싱글벙글하며 좋아할 따름이었다. 오늘처럼 업무 시간 내내 웃고 있는 것은 유례가 없었다. 지휘실에 보고하러 온 인형들이 전부 당황할 정도로.
 당황하기는 장시안느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에는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그녀를 시시콜콜 쥐 잡듯 잡고, 상냥한 모습이래봤자, 한숨을 폭 쉬며 퇴근하면 좋은 거 해주겠다고 달래주는, 그 정도가 한계였던 그녀가, 오늘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면서도 웃어주고, 다음 제대 복귀 시간을 알려주면서도 웃어주고, 간단한 간식을 내오면서도 웃어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미친 듯이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서 미칠 것 같았던 그녀였지만, 오히려 이 쯤 되니 자기가 뭔가 큰 잘못을 저질렀나 되짚기 시작했다.
 

 "저, 저기...G36."

 "네, 주인님♡"


 그녀는 이번에도, 생긋 웃으며 미소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돌아봤다.


 "왜, 왜 그래...나 뭐 잘못했어?"

 "네? 아뇨. 오늘 주인님은 굉장히 잘하고 계신걸요."


 장시안느는 그리폰에 입사한 이래, 업무시간에 그녀 입에서 '잘하고 계시다'는 말을 듣는 것이 처음이다.


 "그럼, 오늘 무슨 기분 좋은 일...있나 보네."

 "기분 좋은 일이 있긴 하죠. 후훗. 커피가 다 떨어졌는데, 더 드실래요?"

 "어? 어, 커피 좋지. 응, 어, 부탁해."

 "그럼 다녀올게요. 다녀올 동안 피곤하면 잠깐 눈 붙이고 계셔도 된답니다."


 그러고는, G36은 콧노래까지 부르며 경쾌한 발걸음으로 스프링필드 카페를 향했다. 장시안느는 멍하니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그녀가 그리폰에 입사한 이래 온갖 무서운 말들, 예를 들면, 정규군이 배신했다거나, 에이전트가 지휘부를 공격하고 있다던가, 진술을 수정하라거나, 여러 경험으로 단련된 그녀였지만, 오늘 G36의 눈을 붙이라는 말이 그 중에 제일 무서웠다. 눈을 붙이라고? 뭐지? 죽여버리겠다는 암시인가?
 그녀는 그렇게, 그 날 업무시간 내내 공포에 떨며, G36에게 다시는 질문을 할 수 없었다.





 기지에서 숙식하는 지휘관에겐 지휘관 전용 특실이 제공되는데, 이 곳이 G36과 그녀의 보금자리였다. 아무리 사이가 각별해도 부관 인형과 함께 생활하는 지휘관은 별종 취급을 받기 일쑤였는데, 장시안느 역시 그 중 하나였다. 다른 지휘관들은 가뜩이나 비좁은데, 어떻게 인형까지 들일 공간이 되냐며 혀를 내둘렀지만, 대학 시절 단칸방에서 몇 년이고 지냈던 장시안느는 오히려 비좁은 덕에 G36과 밀착해서 지내는 것이 좋았다.
 오늘도, 함께 샤워하고는 함께 TV를 보며, G36은 그녀의 품에 기대 깔깔대며 TV를 보고 있었다. 장시안느는 아직까지도 후덥지근하게 올라오는 열기에 뒤섞인 그녀의 샴푸 향기를 맡으며, 노곤노곤하게 찾아오는 졸음에 눈이 스르르 감겨왔다. 그러다가, 문득 업무 시간의 일이 떠올라서, G36에게 물었다.


 "근데 낮에 그건 뭐였어?"

 "뭐가?"

 "아까 낮에, 엄청 이상하게 웃고 있었잖아."

 "이상하다니, 나는 웃는 것도 마음대로 못 웃어요?"


 G36이 뚱한 눈으로 장시안느를 뒤돌아본다. 업무 시간과는 180º다른, 순하디 순한 눈매. 그녀는 그 눈을 하고 있을 때는, 웃음도 많고, 애교도 많은, 귀여운 인형이었다. 그렇지만, 업무 시간의 그녀와는 경우가 다르지 않은가.


 "너 일하는 시간에 웃는거 처음 봤어."

 "그런가?"

 "진짜로. 나 입사하고 처음 봤다니까? 너무 놀라서 난 너 수복신청까지 하려고 했어."

 "어허, 웃을만한 이유가 다 있었어요."

 "무슨 이유인데?"

 "으응, 비밀."

 "이 년이?"


 다시 TV를 보려던 G36의 옆구리를 장시안느가 신나게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그녀는 평소에도 옆구리가 약했다. 업무 시간에 쿡쿡 찌르면 그 깐깐함도 순간 잊고 비명을 지를 정도로.


 "아니, 잠깐, 히잇, 아하하, 하지 마요, 언니, 에힉ㅡ"

 "말 할때까지 안 멈출건데."

 "아, 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면 어디 덧나요?"

 "우리 사이에 비밀이 어딨어. 이실직고하지 못할까, 요 년."

 "흐앗, 아하하하, 잠깐, 잠깐만, 택배, 으히이힛ㅡ"


 G36은 계속 깔깔대며 웃다가, 초인종이 울리자 그제야 장시안느의 품에서 뛰쳐나와 현관으로 달려갔다. 잠시 수취 확인을 하더니, G36은 싱글벙글 웃으며 자그마한 상자를 장시안느의 눈 앞에 보여줬다.


 "짜잔ㅡ. 이것만 기다리고 있었지롱."

 "이것 때문에 내내 실실 웃고 있던거야? 이게 뭔데?"

 "어휴, 실실 웃다뇨. 언니도 보면 웃음이 나올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G36을 업무시간 내내 웃음짓게 한 물건이니, 뭔가 굉장한 물건이리라. 뭘 산걸까? 취미도 별로 없는 그녀인데. 장시안느는 호기심이 동해, 그녀가 계속 미소지으며 박스를 개봉하는 것을 함께 지켜봤다. 그녀의 말과는 달리, 내용물을 본 장시안느는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당황해서 입만 뻐끔거릴뿐.


 "이...이걸..."

 "되게 비싼거에요, 이거. 진짜 야하죠...?"


 박스 안의 내용물은, G36의 취미라면 취미였다. 업무 시간 내내 정숙하고 깐깐하게 업무를 보는 G36은, 정작 퇴근하고는 숙소에서 편하게 늘어져만 있었다. 식사도, 세탁도, 청소도, 전부 퇴근 이후엔 장시안느가 도맡아 해줬기 때문에, 따로 할 일도 없었다. 그나마 가능한 다른 취미는, 그녀와 혀를, 몸을, 시선을 섞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것이었는데, 택배의 내용물은 전적으로 이 취미를 위한 물건이었다.
 그것은 인형용 인공 성기 모듈이었다. 장시안느 역시 그런게 팔린다는 소문도 들었고, 카리나의 카탈로그에서도 얼핏 본 것 같았지만, 이만큼 정교한 물건은 예전에 본 적이 없었다. 울긋불긋 도드라진 혈관 묘사부터, 탐스럽게 윤기가 또르르 흐르는 핑크빛 귀두까지, 인공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포르노에나 나올 법한 실제 남근, 그 자체였다. 다른 점은, 인형에게 부착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면부와는 조금 다른, 덜 현실적인 남근 형상이 하나 더 있다는 것 뿐이었다.


 "기가 막혀, 정말. 이정도 되는건 되게 비싸지 않아?"

 "진짜 비싸더라. 이번 분기 저축한 월급 거의 다 썼어요."

 "그렇게나 비싼건 살 필요 없는데. 나는 그, 평소에 쓰던 걸로도...충분히 느끼는데."


 G36은 한 번 허벅지를 세게 꼬집으며 버텼다. 아직 주말도 아닌데 꼴리게 하네, 정말.


 "언니, 저번에 임신하고 싶다면서요."

 "내가? 어, 그런 적 있긴 한데."

 "헤헷, 놀라지 마세요."


 그러고는 박스에 동봉된 사용자 설명서를 그녀에게 보여줬다. 시큰둥하게 설명서를 읽어내려가던 장시안느의 시선이, 어느 단락에 다다르자 멈칫하고, 그녀의 눈이 점점, 마치 그녀의 레벨 2 플랫폼 아바타의 그것 마냥, 동그랗게 커졌다.


 '...인형의 체액과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인공 정자를 합성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SST-05 및 이후 생산 기종 모두는 감각 링크 기능과 인공 정자 합성 기능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인간 여성이 부착하실 경우, 제공되는 기능은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인간 여성에 대한 임신은 성공적이나, 인형용 성기 모듈에 착상하는 사례는 보고된 바 없으니, 인형이 구매하실 경우 주의하십시오...'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멍하니 G36을 바라만 보고 있는 장시안느를, G36은 생긋, 그러나 이번엔 조금 요염하게, 웃으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곧 정말로 임신시켜 드릴게요."


 흠칫, 그녀의 어깨가 살짝 떨린다. 키득이며 다시 고개를 떼려던 G36의 손을, 장시안느가 덥석 붙잡는다. 그 말 한마디에 스위치가 켜진 것일까. 장시안느는 벌써부터 홍조를 띄고, 조금 달콤해진 숨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나머지 한 손은 저도 모르게 아랫배를 쓰다듬고 있었다...마치, 벌써부터 자궁이 원하고 있다는 듯이. G36은 두 번째로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진정하자, 오늘은 목요일이다. 내일은 주말이 아니다.


 "G36..."


 애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G36의 뇌리에는 순간, 주말이고 나발이고 그냥 연차 내고 따먹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G36은 너무 세게 허벅지를 꼬집느라 눈물이 찔끔 났다. 하루만 참으면 된다. 하루만...필사적으로 태연한 척 하며, 그녀는 장시안느의 손가락에 쉿, 하고 검지손가락을 갖다댔다.


 "오늘 하면 뒷수습은 어떻게 하려구요. 하루만 참아요, 하루만."


 장시안느는 시무룩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상자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녀의 품에 안겨 TV를 보기 시작한 G36이었지만, 분위기는 다시 편해지진 않았다. 두 명은 서로의 향기를 더욱 의식하며, 몽롱한 기분 속에서, TV를 보는둥 마는둥 하다가, 그 날은 그렇게 스르륵 잠들었다.










 "지휘관님, 오늘 얼굴이 유독 빨가시네요."

 "응? 어, 조금...열이 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하하."


 다음 날에도, 장시안느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그 날 아침만 해도, 먼저 출근한 G36이 남긴 잔향을, 평소보다도 깊게 들이마시며, 애타는 몸을 식혀보려 애썼지만, 어제의 그 말이, 달궈진 돌마냥 그녀의 온 몸을 계속해서 데우고, 끓어올리고 있었다. 임신...오늘 업무만 끝나면, 진짜로 임신시켜 주는거구나. 돌아가자마자 샤워하고, 아니...어쩌면 샤워조차도 하지 않고, 바로 혀를 섞으며, 그, 그 물건을...


 "괜찮으세요? 너무 심하면 그냥 퇴근하세요."


 Saiga-12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걱정하자, 그제서야 장시안느는 화들짝 놀라며, 분홍빛 안개가 낀 백일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 여튼 수고했어. 오늘 네 임무는 끝났으니, 이제 쉬러 가도 좋아. 주말에 뭐 할 계획은 있어?"

 "계획이요? 음, 이번 주말에는 USAS-12하고 외출하려구요."

 "그래, 너네가 사이좋아 보여서 나도 기쁘다."


 하지만, 나가도 좋다는 그녀의 손짓에도 Saiga-12는 잠시 멀뚱멀뚱 그녀를 지켜보더니, 뭔가 알겠다는 미소를 짓고는, 히죽 웃으며,


 "주말엔 적당히 하세요, 두 분."


 하고는, 그제서야 나갔다. 장시안느는 어딘가 잠시 박혀있을 공간도 없는 지휘실이 원망스러웠다. 부끄러워 죽을 맛인데. 뒤에서 G36이 흠흠 하며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주인님, 업무 시간에는 업무에만 집중하세요."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자기는, 어제 그렇게 내내 실실거렸으면서."

 "저는 그런 와중에는 업무에 집중하지 않았습니까."

 "어휴, 알았어. 이번 주 출타자 명단이나 줘."

 "네."


 퇴근 시간까지는 몇 시간 남지 않았다. 그래, 조금만 참으면 되지 뭐. 심호흡을 하며, 오늘 할 체크리스트만 정리하며, 장시안느는 그렇게 진정하려 애썼다. 누가 봐도 알 만큼 발그레 뺨을 물들이고 있는 것도 꼴사나웠다. 점차 두근거리던 심장도 안정될 무렵에, 그녀가 G36에게 건네고 있던, 서류를 받으려던 손가락에, 뭉클한, 그녀에게 익숙한, 그 달콤한 감촉이 스쳐갔다.


 "ㅡ읏...♡"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사춘기 남학생의 성욕도 이렇지는 않을텐데, 그녀의 가슴을 한 번 스친 것만으로 장시안느의 인내는 다시 한계에 달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빨리 저 가슴을 탐하고 싶다. 빨리 그녀의 살결을 만지고 싶었다. 빨리 그녀를 받아들이고 싶었다...이대로는, 다시 사무실에서 덮쳐버릴지도 모른다. 장시안느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님, 어디 가세요."

 "자, 잠깐...화장실 좀, 다녀올게."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난 탓인지, 강한 욕구 탓인지, 비틀거리는 다리로 그녀는 급하게 일어나서, 지휘실을 나서려 했다. 그러나, 황급히 뛰어나가려 했지만, 그녀의 팔을 G36이 붙드는 바람에,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성욕을 해소할 기회를 찾기는 커녕, 오히려 더 커다란 열기가, 팔을 타고 찌르르 전해진다.


 "읏, G36...♡"

 "주, 주인님..."


 G36 역시, 살짝 물기가 맺힌 눈으로,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손가락에 가슴을 스친 그녀 역시, 슬슬 한계에 달한 것 같았다. 서로 원하는 것은 명백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나 역시 원하는 것이었다. 한겨울이었지만, 지휘실 안의 공기는 다시금 후끈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언니...♡"


 그 말을 신호로,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거칠게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입술을 부드럽게 비비는, 감질나는 과정은 단숨에 건너뛰고, 둘은 곧바로 서로의 혀를 탐하기 시작했다. 바들바들한 젤리같은, 달콤한 서로의 혀. 조금 따뜻하고, 매우 야릇한, 서로의 혀를 계속해서 섞으며, 둘은 자연스레 서로의 옷단추를 풀려고 했는데,


 "다녀왔어, 지휘관~ 여유 여유!"


 K2가 특유의 명랑한 어조로,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 바로 떨어지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으나, 이미 ATK 소대에게는 전부 보여진 이후였다.


 "..."

 "..."

 "...어, 미, 미안. 지휘관...G36..."

 "..."

 "..."

 "..."


 TMP와 캘리코는 얼굴을 붉히며 입만 뻐끔뻐끔하고 있었고, 썬더는 그보단 좀 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AEK-999는 좀 전에 Saiga-12가 지었던, '그럴 법도 하지' 하는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K2는 당황과 미안함이 뒤섞인 얼굴로, 말문이 막혔다가,


 "저, 그게...TMP와 AEK-999만 추가로 외벽 순찰 임무가 있고, 우리 제대는 이후 일정이 없지, 그치...?"

 "어, 응, K2, 역시 잘 알고 있구나, 하하하..."

 "하하, 하하하..."


 그리폰에서 가장 어색한 웃음 TOP 10을 선정한다면 이 대화의 웃음이 순위권에 들어가리라.


 "그럼, 이만 복귀할게...지휘관, G36, 정말 미안...!"


 K2는 꾸벅 사과하고는, 있는 힘껏 뒤돌아 도망쳤다. TMP도 그제서야 정신을 퍼뜩 차리고는,


 "그...저희도, 순찰 임무 투입하겠습니다...! 빨리 가요, AEK..."

 "그럼그럼. 복귀 신고는 오늘 당직한테 할테니, 걱정 붙들어 매셔, 지휘관."


 두 명이 나갈 때까지도 굳어있던 캘리코의 옷깃을, 썬더가 두 어번 당기고 나서야 그녀 역시 정신을 퍼뜩 차렸다.


 "...어, 그, 뭐냐, 우리는 그럼 먼저 퇴근해볼게, 지휘관. 썬더도 지휘관한테 인사하고 나와..."

 "캘리코, 우리도 빨리..."

 "우와, 와와와! 뭔 소리 하는거야, 얘가! 지휘관, 우리 갈게!"


 그리고 마침내, 지휘실 문이 탕, 닫긴다. 지휘실 내의 공기는 금새 차갑게 식어있었다.


 "..."

 "..."

 "......"

 "......미안."

 "......아뇨, 제 잘못입니다. ATK 제대가 곧 복귀할 시간이었는데..."











 퇴근 준비를 마치고, G36과 함께 지휘실을 나설 때, 평소 같았으면 오늘 당직을 놀리며 퇴근할 그녀였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G36은 물론이고, 장시안느 역시 카리나에게 간단한 인사만 건네고는 급하게 지휘실을 걸어나갔다. 둘의 숙소로 걷는 길에도, 신이 나서 떠들썩하게 돌아가던 평소와 달리, 두 명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794 기지의 인형들은 전부 그 모습에 의아해하며, 오늘 둘이 기분이 좋지 않은건지, 둘이 싸운건지, 수군거렸다. 단 한 명, 카리나만이, 어제 기지에 도착했던 수취품 명단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어휴, 저러다가 또 월요일까지 연차 쓰는거 아닌가 몰라."











 보통, 금요일 저녁의 두 명의 동선은, 오는 길에 사온 맥주 몇 캔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함께 느긋하게 몸을 씻고는, 푹신푹신한 이불을 덮고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다가, 자연스레 몸을 섞기 시작하는 것이 관례였다. 오늘 다른 점은, 두 명의 손엔 애초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현관 문이 닫기자 마자 바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점이었다.


 "언니, 언니...츄읏, 하아, ㅡ언니...♡"

 "읏, 으읍...푸하, G36..."


 신발 벗을 틈도 없이, 장시안느는 G36에게 벽에 떠밀렸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 항의하기는 커녕, 고개를 자연스레 돌리고, G36의 목을 한껏 끌어안으며, 그녀의 듬뿍 쏟아지는 애정을 받아들였다. 아직 외투의 단추도 풀기 전이었지만, G36의 손가락은 이미 장시안느의 질구를 범하고 있었다.


 "아으, 하앗ㅡ, G36, 좋아, 거기...기분, 좋아ㅡ♡"


 그녀가 애무하는 동안,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그녀의 옷을 한 올, 한 올 벗겨주던 장시안느는, 오늘은 옷을 벗기긴 커녕, 옷깃만 간신히 붙잡고, 파르르 눈꺼풀을 떨고만 있었다. 그 야릇한 모습에 자기조차 다리가 풀릴 것만 같아서, 테이블 위를 짚으려던 G36의 손에, 박스 하나가 스쳐갔다.


 "...아, 참."


 목요일 이후로 너무 흥분한 상태였던지라, 금요일 퇴근 시간에 와서는 둘 모두 뭣때문에 흥분했는지 조차도 잊고, 그저 섹스만 머릿속에 가득 찬 상태였던 것이다. 깊은 물 아래로 잠수하려는 잠수부처럼, G36은 다시 한 번 깊게 장시안느의 입술을 쪽, 깊게 빨아들이고는, 그녀를 놔주고는 주섬주섬 박스를 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아, 그러고보니까 그게 있었구나."


 장시안느 역시, 그제야 그 인공 성기 모듈을 떠올리고는, 조심스레 신발을 벗고 침대에 앉았다. 주섬주섬 외투를 풀어헤치던 그녀는, 조금 숨을 고르다가, 문득 자신이 아직 씻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G36, 그거 다는데 오래 걸려? 그럼, 나 먼저 씻고..."

 "닥치고 가만히 있어요, 금방 갈테니까."


 다급함이 묻어나오는, 한껏 거칠어진 말투였지만, 장시안느는 그 말에 조금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다른 때에도 이렇게 해주면 좋을텐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삽입자 연결용 파츠를 밀어넣는 G36의 움직임은 상당히 느렸다. 딜도 자체는 몇 번이고 써봤었지만, G36은 이번에는, 감각이 동기화되는 기묘한 감각에 몸서리 쳤다. 계속해서 밀어넣으려 했지만, 처음 겪어보는, 아랫배를 꽉 채우는 삽입감과는 다른, 뭔가 불끈한 느낌이 솟구쳐와서, G36은 점점 손을 떨다가, 순간 모듈을 놓쳤다.


 "으..."

 "너나 가만히 있어봐, 내가 넣어줄게."


 부착부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조급해지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대충 상황을 파악한 장시안느는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 곁에 다가왔다. 그녀가 떨어뜨린 모듈을 주워서는, 부착부를 잠시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입 안에 넣고 핥았다. G36을 바라보며, 유혹하는 눈초리로.


 "츄릅, 푸하...응, 하압, 흐으응...♡"

 "언니, 이렇게 도발해도 되겠어요?"

 "읍, 쮸읍...도발이라니, 넣기 쉽게 적시고 있는거잖아...♡"


 단지 적시고 있다기엔 명백히 음란한, 끈적하게 핥아올리는, 마치 그녀가 G36의 목덜미를 핥을 때처럼, 야릇한 혀놀림으로 계속해서 물건을 적시던 그녀는, 서서히 무릎을 꿇고, 입을 떼고, 이번에는 그 물건이 들어갈 곳을 핥기 시작했다.


 "거기는, 하으, ㅡ벌써, 충분하다구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금 후덥지근한 공기가 그녀의 숨결에 섞여들어갔지만, 오히려 그 향이 더욱 더 그녀의 기대를 돋구면 돋구웠지. 전혀 불쾌해 하지 않았다. 장시안느는 G36과 몸을 섞을 때마다, 전술인형은 원래 좋은 향기가 나는 거냐며 짓궂게 놀렸었다. 지금도, 업무 시간에 조금 흘린 땀과, 흥분에 취해 흘러나온 음액이 뒤섞여, 묘한 향을 내뿜었지만, 꿀이라는 비유대로, 장시안느의 코에는 달콤한 향기로만 느껴졌다.


 "언, 아읏♡, ㅡ언니, 이제, 그 쯤...♡"

 "푸하...♡ 그럼, 이제 넣는다...?"


 절정에 이르기 직전의, 애타게 뻐끔거리는 그녀의 질구를 보고, 장시안느는 마침내 결합부를 서서히 밀어넣었다. 평소에 그녀가 삽입하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늘 G36의 반응, 딜도가 질벽을 헤치는 감각에 섬찟섬찟 떨어대는 그 반응은 대단히 흥미로웠다. 장시안느는 호기심 어린 아이가 그렇듯, 키득이며 장난스레 부착부 딜도를 넣다가, 살짝 뽑아낸다.


 "하, 하히잇ㅡ, 그런, 앗♡, 그런거, 하지 말고, 빨리이ㅡ"

 "미안 미안, 진짜로 끝까지 넣을게?"


 G36의 짜증섞인 교성에, 그녀는 킥킥 웃고는 다시 물건을 깊숙하게 넣어간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힘껏 테이블 모서리를 움켜쥐며, 쾌감에 저항하려 하는 G36이었지만, 부서져라 앙다문 이빨 사이로, 탐욕스럽게 군침이 흘러내리고, 간신히 몸을 지탱한 두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ㅡ자, 끝까지 들어간 것 같네...어때, 착용소감은?"

 "아으, 하ㅡ, 크윽...♡, 이, 이거엇ㅡ♡, 앗, 아ㅡ, 아흑ㅡ♡"


 소감을 말하기도 전에, 뷰릇, 븃, 하고, 인공 성기가 튀어오르더니, 끈적한 백탁액을 뱉어냈다. 순간 튀어오른 액에 장시안느는 놀라 비명지르며 나동그라졌지만, G36은 아는지 모르는지, 넘치는 쾌락에 시선도 함께 넘쳐올라 천장을 향하고는, 넋나간 신음만 뱉고 있을 뿐이었다.


 "이, 이거...링크한 즉시, 사정 가능한건가 보네..."

 "ㅡ, 하으...읏, 후아..."


 털썩, G36이 결국 다리힘이 풀려 쓰러졌지만, 방금 막 삽입된 인공 성기ㅡ아니, G36의 자지는, 아직 몸도 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듯, 힘차게 껄떡대고 있었다. 장시안느는 비록 실제 정액을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G36의 귀두 끝에서, 채 뿜어지지 못하고 흘러내리고 있는 정액의 점도 역시, 포르노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으, 이거 되게 쓰다."

 "맛...없어요?"

 "응, 그리고 좀 비릿하고. 진짜 이상해, 이거."

 "맛 없으면 뱉어요, 그럼."

 "음...그렇긴 한데."


 흐릿한 시야가 점차 돌아오자, G36은 자신의 음즙이 끼얹어진 장시안느의 모습을 또렷히 볼 수 있었다. 은은하고 화사한, 그러나 정액에 엉겨붙은 그녀의 머릿결. 조그맣고 부드러운, 그러나 정액을 살짝 머금은 그녀의 입술. 그리고, 손에 들러붙은 정액의 향을 맡고 있는, 그녀 자신.


 "막 그렇게 싫은 건 아니고, 뭔가..."

 "왜, 좀 흥분돼요?"

 "응, 왜지...진짜 정액도, 이럴까..."


 최면에 걸린 듯, 비릿하다고 했으면서도, 손을 적신 정액을 혀로 핥아올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G36의 풀린 몸에 다시 힘이 돌아왔다. G36은 잠깐 숨을 들이키고, 덥석, 장시안느에게 달려들어서는,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다시 우당탕, 하고 그녀의 등이 침대 벽면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앗, 아야...G36, 너엇, ㅡ?, ㅡ?♡, 하극ㅡ♡??"


 이번엔 정말로 항의하려던 그녀의 목소리는, 채 나오지 못하고 단말마로 흩어졌다. 여태 썼던 딜도 밴드의 크기 역시 그렇게 작은 편은 아니었는데, 이번 물건이 들어차는 감각은 훨씬 더, 훨씬 거칠고, 난폭하고, 위압적이고, 황홀했다. 그녀의 온기가 뒤섞여서일까, 아니면 백탁액의 야릇한 향기가 질육에 스며서일까. 장시안느는 원래도 쾌감에 약한 편이긴 하지만, 이번엔 정말로, 말 그대로 삽입하자마자, 꼼짝 못하고 절정하기 시작했다.


 "아으, 아아앙♡, ㅡ하악, 카흐흑ㅡ, 하아ㅡ♡"

 "언니, 진짜...아까부터 계속, 꼴리게 하고..."

 "하극, 잠, 히익ㅡ, 흐아앙ㅡ♡, 아힉ㅡ"

 "샤워고 뭐고, 하아...일단 여기서, 한 번 먹고 갈거야...♡"


 말을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목을 움켜쥐어서 당황하는 G36이었지만, 오히려 싫은 기색 하나 없이, 고통과 쾌감이 뒤섞인 이상한 표정을 짓는 장시안느를 보고는, 손에 힘을 살짝 더 주었다. 이 언니, 그런 취향이었구나.


 "케흑, 아앗, ㅡ나, 나 벌써, 갓ㅡ, 으읏, 하아아♡"

 "그러게 누가, 도발...하래요? 응♡"


 G36은 장시안느가 원하는 대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평소만큼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지는 못했다. 역시, 감각 링크 기능이 있으니, 장시안느의 과육이 얼마나 달콤한지를, 한층 더 깨닫게 된 것이다. 그녀가 허리를 밀어넣으면, 황홀하게 풀어진 질벽이 스르륵, 그녀의 물건을 삼켜줬고, 그녀가 허리를 뽑으면, 보내기 아쉽다는 듯이, 주름 하나 하나가 그녀의 귀두를 쫀득하게 빨아들였다. 채 여섯 번도 움직이지 못했는데, G36의 귀두는 벌써부터 미친듯이 달궈져 있었다.


 "윽, 아ㅡ♡, 언니, 보지...진짜, 쩔어ㅡ, 윽♡"

 "제바, 아ㅡ, 제발, 조금만 덧, 천천히♡, 윽, 천천히..."

 "어떻게, 이러지? 인형도 아니, 면서..."

 "아, 하아앙♡, 귀에, 바람ㅡ, 흐극, 크으읏ㅡ,"

 "온 몸이, 꼴려...어떡해, 언니, ㅡ흐읏, 아..."


 빨리 움직일 수 없는 대신, 한 번 한 번을 깊게, 묵직하게 박으며, G36은 최대한 사정을 늦추고 있었다. 받아들이는 장시안느에겐 괴롭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녀의 귀두가 쿵, 하고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에 들이칠 때마다, 눈 앞에 별이 반짝이고, 시야가 흐려졌다. 장시안느는 지금 자기가 호흡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었다.
 늘상 하던 것처럼, G36이 장시안느의 머릿결을 사락 쓸어넘기고, 목덜미를 깨물었다. 단, 평소와는 다르게, 강하게, 피가 날 것만 같이 꽉, 깨물자, 그러잖아도 G36의 손아귀와, 좀 더 거칠어진 말에, 피학적인 성욕이 둥실둥실 떠오르던 장시안느는,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다시 가버렸다. 동시에, 경련으로 꽉 조여오는 조임에, G36 역시 한계를 맞았다.


 "아읏, 하ㅡ♡, 아아앗♡, 흐아아, 언, 니...♡"

 "으응, ㅡ으으읏...♡, 큭ㅡ, 흐아..."


 한껏 부서질 기세로 튀어오르던 그녀의 허리가, 어느 순간 맥없이 푹 쓰러진다. 너무 강한 쾌락에 이기지 못한 탓에, 그녀의 코에서 코피가 주륵, 흘러내린다. G36이 그랬듯, 치켜올라가버린 장시안느의 풀린 눈동자는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G36 역시, 장시안느의 품에 폭 쓰러져, 그녀의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고 숨을 골랐다. 좋은 향기...그녀에겐 더없이 좋은 향기였지만, 장시안느가 언제나 부끄러워하는 그 향기, 그녀의 체취가 풍겨왔다. 그녀 두 명이 샤워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G36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하아...언니, 이제 샤워하러 갈까?"

 "흐아아...♡?"


 유의미한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 금요일 저녁이었다. 주말까지 한참 남았는데, 벌써 쓰러지다니. 고가품을 산 의미가 있긴 있나보다. 하는 수 없이 그녀가 장시안느를 들어옮겨야 했다. 그녀를 옮기려던 G36의 눈에, 땀에 한가득 젖어 투명해진 와이셔츠와, 그 너머로 비치는, 애처로울 정도로 솟아오른 유두가 눈에 들어왔다. G36은 침을 꿀꺽 삼키고,


 "...가기 전에, 한 번만 더."

 "으, 헤으...윽, 큿ㅡ?!, 핫, 카윽♡"











 "어지러워..."

 "미안해요."

 "무슨 원숭이도 아니고, 지치지도 않아?"

 "어쩌겠어요, 언니가 꼴리는게 잘못이지."

 "그게 내 잘못이야?"


 장시안느는 투덜거리며 욕조 안으로, 물 안에서도 궁시렁대는듯, 뽀글뽀글 소리를 내며 들어갔다. 주말은 이제 겨우 시작인데, 벌써 기절했다니. G36 월급만큼의 가치를 하는가보다. 그녀는 생각했다. 현관 앞에서 한 번, 아니, 두 번. 씻으러 들어와서, 그녀를 씻겨주다 흥분한 G36에게 또 한 번, 지쳐 쓰러진 그녀에게, 이번엔 장시안느 본인이 애원하며 올라타서 한 번, 욕조가 차오르는 것을 기다리다가 또 한 번, 벌써 다섯 번이었다. 그럼에도, 찰랑거리는 욕조 밑에서도 그 존재감을 과시하며, G36의 물건은 아직도 서 있었다.


 "네가 나한테 꼴리는게 잘못이지."

 "뭐에요, 그게. 말장난 하지 말구."

 "네가 그만큼 날 사랑하니까 꼴리는거지, 그러니까 네 잘못이야."

 "그런거 아닌데요."

 "그럼 사랑하는거 아니야?"

 "그냥 몸에 꼴리는거거든요."


 G36이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를 놀린다.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두 팔은 장시안느를 꼭 껴안고 있었고, 그녀의 고개는, 장시안느의 머릿결에 파묻혀 있었지만.


 "흐응."


 힐끗 뒤를 돌아보며, 장시안느는 토라진 눈초리로 G36을 올려본다. 물론 육체적 매력이 가장 G36을 자극했지만, 꼭 그것만이 '꼴리는' 요소는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토라진 그 모습만으로도, G36은 귀여워 죽을 것 같았다.


 "...난 진짜 사랑하는데."

 "뭐?"

 "사랑한다고. 네가 꼴리는 것 이상으로."


 그러고는, 부끄러운 모양인지 다시 물 속으로 뽀글뽀글 들어간다.


 "아니, 진짜."

 "엇, 아파. 들어올리ㅡ, 지, 마아앗♡, 하앗ㅡ, 크으윽♡"


 이번에도,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그녀는 G36의 물건을 깊숙하게 받았다. 욕조 물에 따끈하게 달궈진 그녀의 것이, 이번에는 더욱 더 뜨겁게 느껴졌다. 계속되는 절정에 달대로 달아오른 그녀의 아랫배는, 이제 귀두에 배가 도려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꼴린다는, 건...그런 것까지, 포함해서ㅡ, 하읍, 꼴린다는, 거에요...♡"

 "끅, 끄으응...♡, 윽..."

 "미안, 너무 쉬지 않고...했죠? 아파?"


 장시안느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언니가...그런 꼴리는, 소리를, 으ㅡ, 했으니까, 이번건, 벌이에요."

 "그런게, 어디이잇, 아윽, 아아악♡, 허으윽, ㅡ으끄으읏♡"


 이젠 교성이라기도 힘든,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터져나오는데도, 평소라면 G36은 당황하며 그녀를 토닥여줬을텐데, 지금은 그저 모듈이 울리는 대로 난폭하게 그녀를 쑤시고 있었다. 찰박거리며 욕조물이 넘쳐흐른다. 그 욕조물은 얼마간, 극심한 열락에 발버둥치는 장시안느로 인해 마구마구 넘쳐흐르다가, 이내 그녀가 다시 축 늘어지며, 욕실 바닥에 찰박이는 소리는 줄어들었다. 다시금 그녀의 자궁을 채우고 나서야, G36은 그녀가 또 기절했음을 깨달았다. 다시금 숨을 고르고,


 "하아...다시, 씻겨줄게요. 언니♡"


 하며 귀를 잘근, 깨물자, 장시안느의 몸이 무의식 속에서 다시 흠칫, 튀어올랐다.











 "언, 니이이...또, 싼닷ㅡ, 아으, 흐아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숨만 색색 내쉬던 장시안느는, 자궁에 달콤하게 울려퍼지는 정액에 다시, 경련하며 깨어났다. 욕조에서 기절한 동안에도 계속 박혔는지, 방금 막 깼지만, 온 몸이 불덩이와 같아서, G36이 덮어주는 이불 자락조차 아팠다. 그녀 두 명이 퇴근할 때는 그나마 가로등 빛이 밝았던 창 밖이, 지금은 완전히 어두웠다.


 "며씨, 몃 시...몇 시야, 지금..."

 "깼어요...? 아직, 11시에요..."

 "으...오늘, 토요일...이야?"

 "걱정 마세요. 아직...금요일, 이니까."


 장시안느의 기억으로 다섯 번 하고도, 지친 기색이 없었던 G36은, 정말 저녁부터 줄곧 박아댔는지, 지금은 장시안느에게 올라탄 채로 축 늘어져있었다. 장시안느 역시, 베개에 파묻힌 그대로, 등 뒤에서 끼쳐오는 G36의 향기를 들이마시는 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평소라면 일요일 밤 중에나 느끼고 있었을, 기분 좋은 무력감. 그렇지만 아직도 금요일 밤이었다.


 "으응...G36, 졸리지 않아?"

 "언니는 졸려요?"

 "응, 누가 계속 박아댄 덕에."


 G36이 웃으며, 그녀의 등에서 살짝 굴러내려온다. 침대의 흔들림조차 다른 세상에서 흔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솔직히 더 하고 싶긴 하지만, 오늘은 정말 아니었다. 죽겠다. G36이 팔을 벌리자, 장시안느는 힘겹게 꿈틀거리며, 그녀의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G36을 껴안았다.


 "안녕히 주무세요, 언니."

 "잘 자."











 "일어났어요? 배고프죠?"


 장시안느는 주말에 일어날 때마다, 생긋 웃으며 그녀를 맞아주는 G36의 얼굴을 보며, 이런저런 곡절이 있었어도 그리폰에 취직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응, 조금."

 "밥 해줄테니까, 좀 더 누워있어요."

 "왜. 퇴근하고는 내가 한댔잖아."

 "그 몸으로 뭘 한다고. 내가 지치게 만들었으니까, 내가 밥 해줄게요."


 그러고는, G36은 몸을 일으키고, 찌뿌둥한 몸을 스트레칭하며, 기지개를 폈다. 그녀 말대로 다시 베개에 풍덩 빠지려던 그녀의 눈에, G36의 우람한 기둥이 들어왔다. 남자들은 아침에 선다더니, 그런 것까지 구현한걸까. 어젯밤에 지쳐 잠들고 난 아침이건만, 아직도 그녀의 물건은 조금 번들거렸다. 조금...맛있어보이게.


 "언, 언니...?"

 "가만 있어봐."


 그러고는, 당황한 그녀는 아랑곳않고, 장시안느는 자지를 단입에 들이삼켰다. 솔직히 너무 커다래서, 목구멍 끝까지 들이켜도 그 물건의 뿌리까지 삼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온 입으로 그것을 핥고, 빨며, 음미했다. 정액마냥, 비릿하고 이상한 맛이지만, 꽤 괜찮은 맛이라고 느껴졌다.


 "읏, 하ㅡ, 언니, 아침부터, 또..."

 "응읍, 츄릅...읏, 꿀꺽...♡"


 황홀한 표정으로 그녀의 물건을 물고, 빨다가, 꺼내선 핥고, 황홀하게 뺨을 부비는 장시안느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암컷의 표정이 되어있었다. 자기 눈 앞에 있는 그녀가, 인간인지, 인형인지, 여성형인지, 남성형인지는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자기를 교배할 수컷인줄만 아는, 발정기의 암컷. 넋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던 G36이 순간 눈을 질끈 감고 사정할 때에도, 장시안느는 아주 살짝 놀라더니, 이내 더욱 요염한 표정으로 그녀의 정액을 남김없이 빨아들였다. 배출구ㅡ아니, 요도에 남은 정액 한 방울까지도.


 "아으윽, 으ㅡ♡"

 "응, 잘 먹었, 습니다...♡"


 입을 헤ㅡ 벌리고,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삼켰다며 자랑하는 그녀를 보자, G36은 다시, 요리할 시간조차 아까워졌다.


 "...미안, 그냥 배달시켜요. 우리."










 "으긋, 잠, 깐만ㅡ, 앙♡, 지금, 초인종♡, 히익♡"

 "응, 곧...싸니, 까ㅡ, 이것만 싸고, 받아올게요ㅡ,"





 "언니, 머리, ㅡ읏, 쓰다듬지좀, 마요..."

 "왜...? 싫어?"

 "아니, 꼴려죽겠다고, 진짜..."





 "이런, 자세도 되는...구나♡, TV 보면서 하는것도, 좋네요♡"

 "아극, 크읏ㅡ♡, G3, 6, 이젯, 내려줘..."

 "아니, 이 자세로 한번만 더, 들고 박을게요♡"










 "벌써, 일요일 밤이네..."


 두 명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3일동안 내내 이어진 광란의 섹스때문에, 서로의 몸 여기저기에는 키스마크하며, 이빨 자국하며, 등에는 또 무수한 손톱자국이 나있었고, 무엇보다도, 피로와 쾌락에 찌든 눈동자가, 촛점을 잃은 채 멍하니 풀려있었다.


 "그러, 게요...읏♡"

 "아, 또 나와...♡, 읏, 조아아...♡"


 두 명의 목 역시 완전히 잠겨, 이젠 교성이라기보다 단말마에 가까운 소리만 나오고 있었다. 장시안느의 위에서 바르르 떨며, 한계에 다다른 마지막 방울을 짜낸 G36은, 정말로, 정말로 지쳐 쓰러졌다.


 "언, 니..."

 "으, 미안...키스, 해주고 싶은데..."

 "괜찮, 아요...나도, 고개도 못 돌리겠어, 지금..."


 가쁜 숨을 몰아쉬는 두 명의 귀에는, 서로의 숨소리 말고는, 눈치 없게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시계 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시계 시침이 12시를 가르켰고, 달칵, 하며 날짜판이 넘어가며, 월요일을 알렸다.


 "출근 8시간 남았네요."

 "그러게."


 장시안느가 잠에 스르르 들려고 하지만, G36은 옆으로 굴러서 그녀 몸에서 내려올 체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이대로, 그녀에게 올라타서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거니 싶었다. 언니는 좀 무거워하겠지만.


 "...그래서, 언니."

 "응?"

 "어땠어요?"

 "좋아 죽겠...더라. 비유가 아니고, 진짜로."

 "그치. 나도, 죽을 것 같았어..."

 "어휴, 매 주마다 이러면 몸이 못 버티겠네."


 장시안느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잠에 빠지려는 것 같자, G36은 살짝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고는, 간신히 그녀 곁으로 내려왔다.


 "...이렇게나 했으니까, 임신해주기에요. 꼭."











 "근데, 그렇게나 했는데 두 줄은 안 뜨더라."

 "주인님, 그 테스트기는 첫 날에 바로 뜨는게 아니에요."

 "그런가?"


 월요일 아침은 생각보다 업무량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장시안느는 펜을 빙빙 돌리며, 한가로이 인트라넷을 살펴보고 있었다. G36 역시, 업무가 텅 비었기에 딱히 질책하진 않았다.


 "근데, 진짜 임신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규정에 출산 휴가도 있어?"

 "그럼요. 출산 휴가, 육아 휴가, 전부 있어요. 단지..."

 "단지?"

 "부사장 허가 하에."


 장시안느는 한숨을 쉬며, 돌리던 펜을 책상에 휙, 던졌다. 펜이 데구르르 굴러가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럼, 육아 휴직은 못 한다는 뜻이네."

 "그럼요. 주인님정도 되는 위치면, 휴가 두 세 달씩 쓰면 저희 회사 휘청인다구요."

 "출산 휴가도 길게는 못 쓰겠네."

 "그런 맥락으로요. 네."

 "헬리안 씨가 막 화내겠지. 자기는 아직 결혼도 못했는데 누구는 인형 애를 낳으러 가냐니 말이 되냐면서."

 "그 얘기, 본인 귀에 못 들어가게 하셔야 해요, 주인님."

 "알아요, 알아."


 시계가 12시를 가르키자, 사내 방송으로 점심 시간을 알리는 차임벨이 울린다. 동시에, 지휘실 밖에서 인형들의 목소리가 하나, 둘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럼, 우리도 갈까?"

 "네, 주인님."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장시안느가, 갑자기 주춤, 하고 휘청인다. G36이 놀라 그녀를 부축하자, 장시안느가 조금 경련한다.


 "주인님, 왜 그러세요."

 "아니, 그게..."


 왠지 그녀의 숨도 조금, 가쁜 듯이 토막토막 끊기고 있었다. 부축받지 않는 다른 손은 아랫배를 감싸안고 있었다.


 "그, 아랫배가 아직...조금, 뜨거워서..."


 G36의 얼굴도 함께 달아오른다. 장시안느는 멋쩍은 듯이 에헷, 하고 웃어넘기려고 했지만, G36의 메이드복 스커트가 부풀어오르는 것을 보고는 웃을 수 없었다.


 "너, 너 그거...달고 나왔...?!"

 "언니."


 G36의 눈은 다시 금요일 저녁으로 되돌아갔다. 장시안느가 조심스레 팔을 빼보려 하지만, 그녀를 부축하려던 팔은 그녀를 억세게 잡고 있었다.


 "벗어."

 "저...점심은 먹고 하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