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12 채널

[소체 인식 완료. 마인드맵 설치 개시.]

[식각 각인 복구 중......]

그런 재미없는 소리들이 들릴 때에, AK-12의 감각이 돌아왔다.

임무 중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었다. 엘리트 소대라는 것은 일견 KIA가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가장 위험한 작전에 투입되는 소대이기도 하다.

결국 수복실에서 새 몸으로 눈을 떠야 하는 횟수 자체는 다른 소대와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죽지 않는 병사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K-12는 기분이 더러웠다.

'또 감각이 적응이 안 되네......'

마인드맵이 담당하는 '기억'이라는 것은 사용하던 소체의 적응성 또한 포함한다. 사람의 경우 척추가 단 0.1도 휘어져도 이질감을 느끼는 존재이다. 그에 준하는 부품들의 집합체인 전술인형의 소체 또한 그만큼 섬세한 것이라서, 동일한 규격, 모델의 소체라 하더라도 갈아타면 다른 사람의 몸인 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진다.

그리폰 PMC에 납품되는 전술인형의 소체란 것은 인형 장인이 403개 소체 특성을 nm 단위로 계산해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서 구한 일부 인형의 소체에 코어를 이식하여 내놓은 경우도 많다. 리벨리온 소대 AK-12 정도 되는 인형이면 최소한 그것보다야 더 복잡하고 엄밀한 공정을 거쳐 소체를 제작하겠지만, 그렇다고 이전에 쓰던 것과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그 결과로 수복 직후의 각성에는 손가락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평소와 시야감각이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요컨대 감각이 링크되질 않는 것이다.

그 때문에 작전 시작 이전에 새로운 소체에 적응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게 마련이지만, 안타깝게도 리벨리온은 그 정도로 여유가 많은 소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휴가를 내서라도 소체 적응기를 가져야 할 것 같았다.

AK-12는 습관적으로 눈을 감았다가 세상이 어둠에 뒤덮히자, 비틀거리며 손으로 벽을 짚고 눈을 섰다.

'뭐지, 시각 모듈이 작동이 안 돼. 소체에 이상이 있나?'

눈을 뜨게 되면 본능적으로 감정 모듈이 셧다운 되게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K-12는 당황스러웠다. 본인이 눈을 뜨고 있는 상황이라면 '당혹감'을 느끼는 것조차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느껴진단 말인가.

시각 모듈도 감정 모듈도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 보면 굉장히 심각한 이상이다. AK-12는 자가 검진을 해 보려다가 포기하고는 수복실을 나섰다. 괜히 여기서 상황을 더 꼬아버릴 수도 있으니 그냥 마인드맵 재설치나 소체 점검을 요구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수복 캡슐을 나서자, AN-94가 유리문 건너편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나처럼 '깨어났는가, AK-12.....' 같은 말을 하지 않으려나 했지만, 그녀는 말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오기만 했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반응에 AK-12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AN-94도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게 아닌가?

"흐응, 따라하기 놀이를 하는 거....."

말을 하던 AK-12는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내 목소리가 본래 이랬던가? AK-12는 그제서야 자신이 걸어가고 있던 방향은 복도로 향하는 유리 문이 아닌, 수복실 내에 설치된 대형 거울이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뭐, 뭐야?"

AK-12는 아마 리벨리온 소대에서 활동하는 도중 가장 놀란 티를 내면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평소보다 가느다란 팔뚝, 왠지 가벼운 어깨. 소체 변경으로 인한 이질감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거울 안에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AN-94가 스스로의 몸을 더듬고 있는 모습이 펼쳐졌다.

그녀는 금방 상황을 깨달았다.

"이거 마인드맵이 잘못 설치되었잖아......?"

마인드맵이 바뀌어 설치되는 사고 자체는 종종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파손 후 수복의 빈도가 잦은 그리폰 소속 인형은 더더욱 그렇다. 대규모 작전 이후 중상을 입은 인형이 많다면 대기열을 돌리는 와중 다른 소체에서 정신을 차리는 인형들이 종종 있었다.

소체 호환성이 떨어지는 경우 보행에도 문제가 생기고 정도가 심하면 두 발로 서 있기도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대로 소체 호환성, 즉 '상성'이라는 게 잘 맞으면 분명 남의 몸인데도 아무 문제 없이 평소와 비슷한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이런 적이 없어 몰랐는데 AK-12와 AN-94는 사실 상성이 굉장히 잘 맞는 편이었던 모양이다. 쓸데없는 지식을 알게 되어 정말 유익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원체 어이가 없어 AK-12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안젤리아가 알면 일주일은 놀려먹겠네....."

그렇지만 당장 급한 작전이 있는 건 아니겠지? 만약 지금이 시간을 다투고 있는 상황이고 지휘부 바깥이 전투가 한창이라면 정말로 큰일이다. 소체가 바뀌었는데 이 상황에서 전력을 발휘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딱히 포성이나 진동도 느껴지지 않고 통신 기능도 잠잠한 것을 보면 당장 급한 사정이 있지는 않은 모양이라, AK-12는 한숨 돌렸다.

그녀는 잠시 거울을 지켜보다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거울 속의 AN-94는 사진을 찍어 놀렸다가는 사흘은 삐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AK-12는 그 외에도 AN-94는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발랄한 걸그룹 댄스를 춰 보는 등 유익한 활동을 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묘한 생각이 들어 주물러 본 가슴은,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UMP45보다는 확실히 크군.'

AK-12는 왜인지 모를 우월감을 느꼈다. 404소대 상대로 1승을 챙긴 것 같은 느낌이다.

주물주물. 남의 가슴이라는 건 만져보면 이토록 중독적인 것이었던가. AK-12는 거울을 바라보면서 가슴을 주물주물거려 보았다. 문득 짖궂은 의문이 들었다.

'AN-94도 이런 거 해 봤을라나......'

그 고지식하고 재미 없는 녀석이 그럴 리가. 녀석은 위로의 위 자도 모를 것이다. 피식 웃으면서 AK-12는 수복실을 나섰다.

최근의 기억 속에 무언가 급한 스케쥴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으니, 조금쯤은 장난 치고 놀아도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수복실을 나서 두리번 대던, AK-12는 의외로 굉장히 누군가를 만났다. 그것은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지휘관이었다. 경박한 금색 머리칼, 거뭇하게 태닝한 피부, 위압적인 크기의 근육질. 해변가에서 건들댈 것 같은 양아치 같은 인상이지만, 붉은 제복과 베레모를 쓰면 그나마 나아보인다. 여느 때처럼 지휘관은 건들거리는 걸음새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오, AN-94인가. 일어나는 게 늦었구만?"

AK-12는 당장 소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교체를 요구할까 어쩔까 하다가...... 장난을 쳐 보기로 했다.

"그렇다, 지휘관. AK-12는 무사한가?"

AN-94라면 아마 이렇게 물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옳았던 듯 지휘관이 의심하는 태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어. 마인드맵 설치가 오래 걸리더군. 아무래도 마인드맵 용량 자체가 제법 큰 것 같아."

이상할 일은 아니었기에 AN-94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기다릴 거냐? 아니면 카페에 가서 시간이나 때우는 게 어때?"
"아니다. AK-12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겠다."
"녀석은 한 시간은 더 있어야 일어날 걸? 그러지 말고 한 잔 하고 녀석이 마실 거라도 사오라고."

기다리느라 심심하기도 하고, 그럴까...... AK-12는 문득 자신이 얼마나 AN-94를 진짜처럼 연기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M4A1 같은 녀석은 자신을 꿰뚫어볼 수 있을까?

"좋다. 다녀오겠다."

그렇게 대답하고 AK-12는 누굴 만나 어떻게 속여볼까를 고민하며 카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실상 그녀는 소체가 바뀌었다는 이 특수한 상황에 압도되어 수상한 점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깨어날 때까지 한 시간은 더 남은 인형의 수복실을, 지휘관은 대체 왜 찾아온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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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만난 여덟 인형들 중 눈 앞에 있는 AN-94가 그녀의 소체를 뒤집어쓴 AK-12라는 걸 눈치챈 녀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본인의 연기 실력이 대단했다는 것일까. AK-12는 '변장해서 활동할 수 있는 잠입 작전 같은 거 없으려나- 재미있을 것 같은데' 같은 팔자 좋은 생각을 하며 딸기 스무디 한 잔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리고 AN-94 앞에서 무슨 기이한 행동으로 그녀를 놀려줄까, 하며 싱글벙글했다.

그러나 수복병동 앞에 왔을 때에 그녀는 묘한 기류를 느꼈다.

'킁킁...... 무슨 냄새지?'

어디서 맡아 본 것 같기도 한 냄새가 은은히 풍겨오는 것 같은데...... 밀도가 너무 낮아 확정지을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할 때즈음 지휘관이 걸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지휘관은 평소처럼 능글맞게 재수없는 웃음을 띄고 있었다.

"오, 왔어? AK-12가 깼다. 들어가 보도록."
"알겠다."

AK-12는 AN-94처럼 대답하고 천천히 걸어 복도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수복실에서 AK-12가 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더 정확히는, AK-12의 소체를 사용 중인 AN-94가 걸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몹시도 당황스러운 것인지 빨개진 얼굴로 당황하며 AK-12를 바라보았다.

"A, AK-12....."
"꺄하하하! AN-94, 표정이 장관인데?"

AK-12는 자기가 저렇게까지 얼굴이 빨개질 수 있었나, 하고 생각하며 가져온 스무디를 내밀었다.

"고, 고맙다."

AN-94는 의심 없이 딸기 스무디를 받아마셨다. 목이 말랐던 건지 급해 보였다. AK-12는 싱글벙글하면서 AN-94를 살폈다. 과연 인격이 바뀌면 표정이 이렇게 풍부하게 바뀌는 걸까? AN-94는 유독 AK-12 앞에선 다채로운 감정 표현을 보여주곤 했는데 그것을 자신의 얼굴과 몸으로 하고 있으니 굉장히 신선한 광경이었다.

반면 AN-94는 소체가 바뀌었다는 이 상황이 못내 적응이 되질 않는 것인지 계속 AK-12의 눈치를 살피며 꼼지락댔다.

"왜 그리 기가 죽었어? 나처럼 걸으라구, 허리 쫙 펴고!"

AN-94가 사용 중인 AK-12의 몸을 AN-94의 몸을 사용 중인 AK-12가 때리면 이것은 AN-94의 등을 때렸다고 표현해야 하는가 AK-12의 등을 때렸다고 표현해야 하는가.  AK-12가 AN-94의 등을 짝, 소리나게 때리자 AN-94가 몸을 때렸다.

"그, 그만 해라 AK-12. 이건 네 소체다."
"안에 있는 건 너잖아?"
"그, 그렇지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AN-94를 보고 AK-12는 혀를 찼다. 그러고 보면 땀도 조금 흘리고 있는 것 같고 영 죄 지은 강아지마냥 움찔대고 있는 것이......

"너는 내 소체에 적응이 잘 안 되는 모양이구나? 상성이 좋다는 게 꼭 쌍방향 호환성을 의미하는 건 아닌 모양이네."
"응? 그, 그렇다. 아무래도 AK-12 소체가 우수하다보니......"

사실 단순 신체 능력이라면 AN-94와 다를 것 없는 소체지만, AK-12는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아까 지휘관을 만났는데, 딱히 급한 사정은 없었던 모양이더라구? 그런데 우리는 왜 소체 백업을 하게 된 거야?"

당연한 말이지만 마인드맵 백업을 통해 수복했다는 것은, 이전의 소체는 회수할 수 없이 영영 파괴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AN-94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막턴들박을 노렸는데 화력소대 안 닿는 곳에서 떡역장을 만났다고 한다."

AK-12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지휘조무사 쉐끼....."

그놈의 점수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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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일도 없고 해서 AK-12는 당분간만 이 생활을 더 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닌 게 아니라, AN-94의 소체를 가지고 다른 인형들과 대화하다 보면 평소에 AN-94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읽어낼 수 있다. 예전 제발 좀 자립심을 가지고 활동하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허투루 들은 것은 아닌지 AK-12 바라기라는 인식은 크게 옅어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휴가 나갈 때마다 AN-94가 따라나와서 혼자서 이것저것 하고 싶을 때 시간을 빼앗길 일은 줄어들 것 같았다.

"오, AN-94. 밥 먹으러 갈래?"
"미...... 미안하다, AK-12. 지휘관의 호출이......"

한편 AN-94는 꽤 자주 불려나가는 모습이었다. 그야 지휘관은 평소에도 AK-12를 불러서 제발 알파카나 마일로 통제 좀 잘 해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그 둘이 원체 개성 넘쳐야 말이지. 다행히 지금은 둘 다 기지 외부에 나가 있는 모양이지만 만약 녀석들까지 복귀하면 어떻게 될까.

AK-12는 AN-94에게 지금 상황이 꽤 재미있어서 당분간 이렇게 활동하고 싶으니 협조해 달라고 명령한 적이 있었다. 따라서 AN-94는 AK-12를 연기하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을 상상하고 있자니, 왜인지 AK-12는 유쾌해졌다.

당연하지만 지금 AN-94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녀가 알 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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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지휘관, 제발 그만해 다오...... 이건 AK-12의 소체란 말이다......"
"그걸 아니까 이러는 건데 어쩌라고? 못 참지, 딱 대."

지휘관은 숫제 애원조인 AN-94의 말을 무시하며 거칠게 그녀를 침대 위로 눕혔다. 거듭된 조교에 완전히 길들여진 AN-94는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머뭇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AK-12의 소체로.

그 도도한 녀석을, 소체만이라지만 이렇게 깔아눕힐 수 있다고 생각하자 절로 지휘관은 아랫도리가 뻣뻣해졌다.

"원한다면 본래 소체로 얼마든지 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 제발 AK-12가 소체를 복원하자고 할 때까지만이라도......"
"큭큭..... 둔해 빠져 갖고는. 아직도 눈치 못 깠냐?"

지휘관의 말에 잠시 생각한던 AN-94는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럼 애초에 소체가 실수로 뒤바뀐 게......"
"아니고 내가 직접 바꿔놨지."

지휘관은 히죽 웃으면서 속옷을 벗었다. 경악스러운 크기의 물건이 껄떡대며 우람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AN-94는 AK-12에게 느껴지는 죄악감과 그동안 숱하게 자신을 능욕했던 흉기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몸을 떨었다.

"씨발, AK-12 그 년 따먹어보고 싶어서 그동안 침만 질질 흘렸는데...... 우리 94 덕분에 이렇게 기회가 생겼네?"

그렇다면, 이 모든 게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단 말인가...... AN-94는 자신의 스타킹을 능숙하게 찢어내는 지휘관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AN-94가 지휘관에게 최초로 강간당한 것은 6개월 전의 일이다.

정밀 점검을 위하여 전투용 모듈을 해제한 채로 수복실에서 대기 중이던 AN-94는, 여느 때처럼 다가온 지휘관에게 그대로 덮쳐졌다. 평범한 일반 인형 수준의 근력만을 발휘할 수 있던 그녀는 너무나도 쉽게 첫 경험을 빼앗겼다. 배를 얻어맞고, 억지로 다리를 벌린 다음 거대한 말뚝에 꿰뚫리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AN-94는 수복실 테이블 위에 짓눌린 채로 그대로 범해져 온몸 구석구석을 지휘관의 액으로 마킹당했다. 그렇게 수 시간 농락당한 끝에는 각종 치욕스러운 기록을 남겨야만 했다. 지휘관은 사진, 동영상 가리지 않고 AN-94의 치태를 남겨 두었고 그 이후로도 꾸준히 AN-94를 불러 욕정을 풀었다.

난봉꾼으로 소문난 그리폰의 지휘관답게 플레이 중 범상치 않은 것이 없었다. 작전 도중 몸을 요구 받아 억지로 다리를 벌린 적도 있었고(정액이 든 콘돔을 팬티 안에 품은 채로 철혈과 싸워야 했다), 펠라치오 훈련을 시키겠다고 하루 종일 지휘관의 성기를 입에 물고 있어야 했던 적도 있다(이 날 섭취한 유기물이랄 것은 단언컨대 정액 뿐이었다).

공용 샤워실 샤워부스 안에서 바로 옆칸에 다른 인형이 있는데 덮쳐진 적도 있었고(결국 샤워실 바닥에 엎어져서 지휘관이 만족할 때까지 질내사정 당했다), 어떤 날은 전신에 각종 성기구를 매단 채로 결박되어, 다키마쿠라처럼 사용된 적도 있었다. AN-94는 재갈을 물린 채 가슴과 하체에 온갖 외설적인 기구를 달고 진동과 마찰로 인한 쾌감에 눈물과 침을 질질 흘리며 몸을 비틀었지만, 지휘관은 그녀를 베게처럼 껴안을 뿐, 그 쌓인 자극과 성욕을 해소해줄 어떠한 행위도 취해주지 않았다. 결국 AN-94는 밤새도록 쉴 새 없이 침묵 속에서 가버리며 몸을 벌벌 떨어야 했고, 지휘관은 크게 틀어놓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조용히 잠들었다. 덕분에 아직도 AN-94는 그리폰 내에서 클래식을 들으면 그날이 생각나 몸이 달아오르게 되고 말았다.

본래 이런 종류의 일에는 아무런 경험이 없던 AN-94였으나, 지휘부의 수많은 인형들 상대로 단련된 지휘관에겐 전혀 당해낼 수가 없었다. 특히나 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흉악한 물건에 깊숙히 꿰뚫리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고....... 교성만 지르며 열락에 허우적대다가 자궁 안에 진하고 무거운 정액을 그대로 사정당하면, 마인드맵이 끓어오르는 것 같은 쾌감에 절정하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다. 소체를 교체해서 기껏 개발해둔 민감도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마인드맵 내부에 새겨진 짙은 복종의 역사가 목줄이 되어, 지휘관에 손아귀에 붙잡힐 때마다 몸에서 힘이 쭉 빠지게 만들었다.

무자비하게 손가락으로 애무당하는 것조차 고문에 가까운 쾌락을 동반했고, 거근에 아랫도리를 강제로 꿰뚫릴 때마다 마인드맵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수 차례 몸을 빼앗기고, 대낮에 지휘부에서도 주위에 인적이 없으면 희롱당하는 것이 일상이 되다 보니...... 이제 지휘관이 명령하면 그 어떠한 치욕적인 행위라도 감내하는 수준까지 조교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수복실에서 눈을 뜨자마자, 지휘관이 자신의 입에 성기를 쑤셔넣고 있었다는 것에도 크게 화가 나지 않았다. 입 안 깊은 곳까지 찔려져서 숨을 쉬기 괴로웠던 것도, 목구멍에 곧장 정액을 쏟아부어 마시게 한 것도, 그 과정에서 습관적으로 가버린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의 소체가 AK-12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음을 깨달았을 때...... 붉게 상기된 채로 입가에선 정액을 흘리고 있는, 범해진 여자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AK-12의 표정을 수복실 내의 거울로 확인 했을 때...... AN-94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배덕감에 몸을 떨었다.

설마, 지휘관은 AK-12에게도 평소에 이런 짓을 했던 것인가?

그 AK-12도, 자신처럼, 지휘관한테 무참히 강간당해서, 반항했지만 전혀 통하질 않고, 울면서 빌어봐도 능욕의 수위만 높아질 뿐이고, 온몸의 부끄러운 곳은 다 개발당하고, 머리카락 깊은 곳에 마킹한답시고 정액을 뿌리고, 그렇게 유린당하고 짓밟히고 괴롭혀지다가......

결국 자기처럼 포기하고, 복종하게 된 걸까?

AN-94는 공포와 불안과 분노와 절망 속에서 방황했지만 지휘관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며 피식 웃었다.

"바보 녀석, 아직 그 녀석한텐 손 안 댔으니까 안심해라."

그 말을 듣고 정말로 안심해 버린, AK-12에게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해 버린 AN-94는 정말로 바보였던 것이다.

안에 든 인격은 AN-94의 마인드맵이라는 걸 알고 있다 치더라도, 거리낌 없이 AK-12의 소체의 입에 자지를 쑤셔박는 지휘관의 어디를 보고 안심하라는 것인가?

그러나 늘 맡던 비릿하고 자기주장 강한 냄새가 코를 찌르면 AN-94의 마인드맵은 녹아버리고 만다. 전투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하던 엘리트는 사라지고 할 줄 아는 거라곤 남자 아래에 깔려 울부짖는 것 정도밖에는 없는 암컷이 깨어나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AK-12의 소체를 가지고 활동하면서도, 지휘관이 몸을 더듬거나 키스를 요구하는 등, AN-94의 마인드맵이 쓰고 있다 하더라도 AK-12에게 도를 넘은 모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AN-94는 AK-12의 소체를 쓰면서도 거리낌 없이 지휘관의 물건에 키스했고, 정액을 입에 머금은 채로 보여 복종을 표시하고, 스타킹을 착용한 아랫도리를 스마타로 희롱당하면서 절정했다.

그래도 그곳까지는 만지지 않았으니까, AK-12의 입으로 키스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절정하지는 않았으니까, 여성기를 집요하게 만져져서 가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알몸을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맨가슴으로 파이즈리를 하고 정액을 온몸에 뿌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섹스까지는 하지 않았으니까,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히기는 했지만 지휘관은 자신을 강간했던 영상도 유포하지 않고 소장만 하고 있으니까...... 점점 행위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K-12에게 간파당할 결정적인 증거는 남기지 않고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제멋대로 낙관하고 있었다. 사실 이것은 그동안 AN-94의 윤리관을 처절하게 부수어버린 지휘관의 조교가 그만큼 철두철미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리라.

지휘관은 꾸준히 AN-94를 능욕하면서 점점 행위의 강도를 높였다. 그렇게 AN-94는 AK-12의 알몸을 지휘관 앞에 보이고, 지휘관이 자위하면서 정액을 그 몸에 흩뿌려도 저항하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샤워를 하고 돌아가면 흔적은 남지 않을 테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유도하여 점점 더 심한 짓을 해도 큰 거부감 없이 복종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몰이사냥 당해서 지휘관 침실까지 끌려오게 되었다는 걸 깨닫고, AN-94는 고개를 저었다.

"이, 이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 지휘관. 그, 그만해라."
"그만 안하면 뭐."

지휘관은 AN-94의, AK-12의 얼굴에 거근을 들이대었다. 낮부터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것인지 그 첨단 끝에는 쿠퍼액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흥분한 지휘관이 자신을 가만히 놔 둘 리 없다. 분명 완전히 떨어져 그의 소유가 되겠다고 맹세할 때까지 밤새도록 저걸로 찍어누를 속셈이다. 더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여기서 저항해야 한다. 이런 짓은 그만두라고, 더 이상 AK-12를 모욕하지 말라고, 저항해야......

퍽, 지휘관의 거근이 AK-12의 얼굴을 후려쳤다. 성기로 얼굴을 얻어맞았다는 희대의 모독. 도저히 인격체에게 할 행동이 아니다. 그러나, 분노와 모독감에 휩싸여야 할 AN-94는 아무 것도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다.

"빨아."
"그, 그만 둬......!"

퍽, 다시 한 번 지휘관의 거근이 AK-12의 뺨을 후려쳤다. AN-94의 얼굴이 맞은 방향으로 힘없이 돌아갔다. 고통은 전혀 없다. 그러나 견딜 수 없이 모욕적이다. 순하고 얌전한 인형이라도 이런 짓을 당했다간 눈이 돌아가서 화를 낼 것이다. 화를 내야 한다. 화를, 내야.......

퍽.

"빨아."
"하, 하지......"

퍽.

"빨아."
"시, 싫다....."

퍽.

"빨아."
"......."

AN-94는 끝내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AK-12는 눈을 뜨면 감정을 차단하고 무서울 정도로 냉정해진다. 그러나, AN-94는 AK-12라는 공전절후의 우수한 소체를 착용하고 있으면서도 그 내재된 기능의 절반도 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인드맵에 그러한 설정이 없기 때문인지,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이런 성격'이었던 것인지.

어느 쪽이건 정말로 하찮고 가여운 운명이 아닐 수 없다.

"빨아."

입술 바로 앞까지 찔러들어오는 남성의 짙은 향기가 코를 찔렀다. 인형의 마인드맵 또한 본질적으로는 지적 생명체처럼 강화와 체벌의 영향을 받는다. 저항하고 발악하면, 목을 졸리거나 배를 얻어맞는다. 폭행당하는 상태로 교접하면 통증과 쾌락이 뒤섞여 피학(被虐)당하면서도 절정하게 되고, 얌전히 복종하면 파악해둔 기분 좋은 곳들을 부드럽게 자극해서 고통 없이 쾌락으로만 수 시간 뇌를 절여버린다. 어느 쪽이건 인형은 감정적으로 가학자에게 예속당하고 만다.

실제 생명체라면 진작 미쳐버리고 말 이런 극단적인 교육을 버텨내는 인형의 신체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보다 강한만큼 인간보다 조련당하기 쉽다. 강력한 전투 능력과 우수한 실적에 비해 우유부단하고 여린 면이 있는 AN-94는 지휘부의 많은 인형들 중에서도 특히나 지휘관의 음심을 사로잡았고 그만큼 많은 교육을 받았다.

"빨아."

AN-94는 이 순간이 하나의 분기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AK-12마저도 이대로 지휘관의 마수에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AN-94마저도 도망쳐 벗어나는가, 하는 분기점이다. AN-94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AK-12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가 작전에서 선두에 설 때, 늠름하게 전진을 명령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렇다, 이것은 AK-12의 소체이다. AK-12처럼 당당하고 멋지게 맞서야만......

"빨아."
"네♡"

그러나 지휘관이 AN-94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는 순간, '체벌'을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자마자, 그에게 깔리고 짓밟혀 복종하던 순간의 기억들이 기억 깊은 곳에서 부상하여, AN-94의 의지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부서져 버리고 만다.

"씨발, 진작 이럴 걸. 앞으로 몸 바꿔도 예비 소체 하나 빼서 숨겨둘 테니까 그걸로 갈아타고 와라."
"츄웁, 츕, 네......"
"대답 하지 말고 고개만 끄덕여. 그리고 그 몸으로 할 땐 진짜 AK-12 따먹는 것처럼 하고 싶으니까 그 녀석처럼 흉내 내. 목소리 변조랑 언어 모방 정도는 할 수 있지?"

AN-94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자, 지휘관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은발의 전술인형이 무릎을 꿇고 지휘관의 물건에 봉사하고 있다. 그 몸의 주인은 AK-12로, 정예 소대 리벨리온 소속의 전술인형이고 잔혹하고 냉철한 에이전트이다. 죽인 사람의 수는 지휘관의 나이보다 많고, 그녀에게 껄떡대 보려다가 그대로 실종당한 타겟들도 부지기수.

그러나 그 전술인형이 암캐 같은 자세로 자신의 물건을 빨고 있다는 사실에 지휘관은 전율했다.

'그리폰 최고! 고문당하면서도 버틴 보람이 있다!'

지휘관은 사정감이 차오르자 망설임 없이 AK-12의 머릿결을 우왁스럽게 잡고 잡아당겼다. AK-12가 숨이 막혀 고통을 호소하지만 아랑곳 않고 정액을 뿜어낸다. 수십 초 동안 지속되는, 비인간적인 길이의 사정. 붕괴액에 노출된 이후 묘하게 사정량이 늘었지만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는 게 좋다. 상식을 파괴하는 시간 동안 목구멍에 정액을 쑤셔박으면 상대의 기를 죽이는 효과도 있다.

지휘관은 AK-12의 겉옷을 거칠게 벗겨 집어던지고는 단 한 장 남은 팬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무엇인가가 떠올랐다는 듯 AK-12를 잡아 세우고는 본인이 침대에 누웠다.

"네가 해라."

AN-94는, 그 순간 잠깐 정신이 되돌아온 것 같았다.

"네가 하라고."

지휘관은 지금, AK-12의 처녀를 스스로 빼앗지 않겠다고 하고 있었다.

AN-94가 직접 갖다 바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그, 그런......"

결국 꼬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덮쳐져서 빼앗기는 거랑 자발적으로 바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지금까지 한 짓만으로도 AK-12에게 말할 수 없이 커다란 죄를 지은 셈인데, 그녀의 처음까지 이렇게 바치라는 것인가?

하물며 본인이 직접 대면하는 것조차 아닌....... 신체마저 타인에게 빼앗긴 상태로?

"하라고."

그러나 명령은 절대적. AN-94는 거리낌 없이 허리를 들어 하복부를 지휘관의 첨단에 맞춘 후, 그대로 주저 앉았다.

몸 아래를 꿰뚫고 올라오는, 말뚝과도 같은 감촉. 이미 한 번 느껴본, 그러나 고통만이 가득했던 그때와는 다른 감각에 AN-94는 전율했다.

"으, 으으, 흐으윽......."
"뭐야, 처녀 뺏겼는데 가 버린 거냐?"

이건 AN-94가 그동안 조교가 잘 된 걸까, 아니면 AK-12가 애초에 이런 음탕한 년이었다는 걸까? 어느 쪽이건 즐거운 고민이지만, 지금은 더 급한 볼 일이 있다.

"뭐하냐, 안 움직이고!"

지휘관이 거칠게 허리를 튕기자, AK-12가 그대로 앞으로 엎어졌다.

"가, 가고 있어요, 가고 있으니까, 지, 지금 움직이는 거 그만♡"
"지랄도......."

AK-12랑 하는 거면 뭐랄까, 쌍방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육체를 탐닉하는 플레이를 기대했는데....... AN-94는 무력하게 당하는 것에만 익숙할 뿐 그런 쪽으론 전혀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쾌감에 휩쓸려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모른다면 가르치면 되는 법. 아쉬운대로 지휘관은 오늘만 직접 즐기기로 했다. 근육질을 팔을 내밀어 AK-12의 등을 거세게 껴안자, AN-94와는 다른 풍만한 몸매가 맨살에 그대로 느껴졌다. 3주년 드레스를 볼 때마다 이 쌔끈한 몸매를 맨몸으로 껴안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람은 노력하고 볼 일이다.

도망치지 못하게 단단히 껴안은 뒤, 무자비하게 허리를 쳐 올린다. 그럴 때마다 AK-12의 교성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분명 안에 든 건 같은 여자인데 소체가 바뀌자 전혀 다른 누군가를 안는 것 같다.

"오, 오읏, 읏.......!"

으스러져라 안으면서, 지휘관은 속도를 높였다. AK-12의 질내가 움찔댄다. 사정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야. AK-12한테 질내사정해도 돼?"

AN-94에게 질내사정하는 게 아니다.

AK-12에게 질내사정하는 것이다.

지휘관은 악마 같은 목소리를 물었다.

"네가 싫으면 질내사정은 봐 줄 수도 있는데."

물론, 지금까지 당한 짓만 봐도 평범한 여성이라면 목을 매달 정도로 무서운 일이지만. 그래도 자궁 안 쪽까지 정액으로 점령당한다는 것은, 정말로 여자로서 완전히 빼앗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네가 원하면 밤새도록 존나 정액 싸질러 줄 거지만...... 응?"

이 커다란 물건에 자궁이 들릴 정도로 세게 쑤셔박아져서, 울고 불고 빌어도 안 봐주고 본인 직성이 풀릴 때까지...... 자궁이 꽉 차서 액이 바깥으로 새어 흐를 때까지, 몇 발이고 쑤셔박아 줄 것이다.

AK-12는 자각도 없이 그렇게 지휘관에게 처절하게 놀아나는 것이다. 모르는 것은 본인 뿐, 오늘처럼 본체 말고도 더미와 예비용 소체까지 모조리 지휘관의 쾌락을 위해 소모되고 말리라.

지금 지휘관이 거절하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아주겠다는 것은 진실이다. 이게 AK-12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그렇지만, 당면한 쾌감이 너무나 컸다. AN-94는 AK-12로 지휘관의 귓가에 속삭였다.

"안에다 싸 주세요♡"

지휘관은, 성기가 빠질 정도로 깊게 허리를 내렸다가, 단 한 번의 동작으로 다시 꿰뚫어 AK-12의 안쪽을 점령했다. 자궁구까지 꿰뚫고 들어온 단단한 물건이 포문을 열고 그대로 AK-12의 자궁에 씨를 뿌렸다. 몇 초, 몇 십초, 어쩌면 몇 분에 이를 정도로 거센 정액을.......

AK-12는 호흡마저 제대로 못하고 힉힉대고 있었다. 한 방울까지 남기지 않고 모조리  AK-12의 뱃속에 뽑아낸 지휘관은 막대한 우월감에 사로잡혔다.

이런 기센 년을 자빠뜨릴 수 있다니.

정말 그리폰은 최고의 회사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휘관은 AN-94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올렸다.

볼썽 사납게 혀를 축 내밀고, 풀린 눈가로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AK-12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다시금 욕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저기, AN-94."
"후으...... 하아......"
"마음이 바뀌었어."

지휘관은 히죽 웃었다.

"진짜 AK-12도 따먹어보고 싶은데 네가 협조 좀 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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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진짜 다들 웃겨. 어떻게 일주일 동안이나 눈치를 못 채? 나 정말 연기 천재인 거 아닐까?"

AK-12는 AN-94의 몸으로 정말 유쾌하게 웃었다. AN-94가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환한 웃음이다. 그러나 그 웃음이 곧 어떻게 더럽혀질지는 지휘관만이 알고 있으리라. AN-94는 죄책감과 묘한 기대감 사이에서,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다, AK-12."
"뭐, 그래도 나름 재미 있었고...... 그래도 이젠 돌아가야지. 이따 봐, AN-94."
"그래."

이따가, 만나자. AK-12. AN-94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AK-12에게 접속 단자를 꽂아주었다. AK-12의 마인드맵이 전선을 통해 빠져나가고, 그리폰 서버로 날아간다.

AN-94는 그 옆의 빈 수복 캡슐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곳에 들어 있는 것은 평소의 소체가 아닌, 전술인형용 강화 부품을 모조리 뺀 일반 소체이다.

이 안에 마인드맵을 넣게 되면, 그때 이 캡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완벽한 AK-12가 아니다.

자신과 똑같이 나약하고 볼품없는...... 지휘관에게 복종해야 마땅할 한 마리 암컷에 불과할 것이다.

"오, AK-12는 벌써 들어갔나?"
"그렇다."

지휘관은 히죽 웃으면서 AN-94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촬영 준비는 잘 됐지?"
"3D 영상 기록기를 준비했다. 이 안에서 있었던 일을 가상 현실에서 직접 목격하는 것처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AK-12의 처녀 강간 영상이라. 참으로 귀한 것일 것이다.

물론 처녀막은 진작 빼앗은지 오래이지만, 이 소체는 특히나 달아놓았다.

아무리 그래도 본체를 직접 대면하는 건데, 본인도 느껴보게 해 줘야지.

"암컷의 본분이 어떤 건지 말이야."

그러면서 지휘관은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벌써? AK-12와 하려던 게 아니었나?"
"물론 그 녀석한테도 존나 싸질러 줘야겠지만, 아무래도 진짜 제대로 '강간'하는 건 조금 더 흥분도가 높단 말이지...... 조루라고 쪽 당하기는 싫거든? 미리 한 발 빼 놔야지."

AN-94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늘 하던대로 지휘관의 물건에 입을 맞췄다. 쪽, 소리가 날 정도로 본격적인 복종의 맹세. 잘도 이렇게까지 망가뜨려놨다고 생각하며, 지휘관은 엄청난 기세로 물건을 키웠다.

츄릅, 츄릅...... 서버실 기기가 돌아가는 가운데 질척대는 물소리가 울려퍼졌다.

사정감을 느낀 지휘관의 손이 머리를 쓰다듬자, AN-94의 몸이 애처롭게 저려왔다. 무의식적으로 아래쪽이 저릿해져, 손을 가져다 대어 문지른다. 지휘관이 그 모습을 보더니 비웃었다.

"벌써 발정하는 거냐? 제 친구를 팔아넘긴 주제에 너도 참......"
"팔아넘기는 게 아니다......"

봉사를 중단하고 AN-94는 항변했다.

"AK-12에게도, 여자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을 뿐이다."

물론 처음엔 적응이 안 되어, 화를 내고 저주를 퍼붓고 증오를 쏟아내겠지만. 그러다가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 절망감에 좌절하고 눈물도 흘리겠지만.

꾸준히 설득하면, 틀림없이 그녀도 좋아해줄 것이다. 그리고 자신처럼 이렇게 주인에게 복종하는 기쁨을 깨닫게 될 것이다.

AN-94도 지휘관도 확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