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증 얀순이가 비 오는 날, 우리 집 앞에서 마중나와 기다려주고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그 큰 눈에서는 이슬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대며, 덜덜 떨리는 팔로 나에게 달려와 와락 안고는, 부들거리는 도톰한 입술로 내게 애절하게 속삭여주었으면 좋겠다.


"...왜... 10분이나 늦으신거에요..? 오,오늘... 6시까지 오신다고 하셨잖아요오... 제,제가... 질리신거에요..? 그래서..."


파들거리는 손으로 나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날 세게 껴안는 얀순이의 팔에선 드문드문 자해한 상처들이 보이고, 나는 그런 젖은 얀순이의 고운 흑발을 쓰다듬어주면서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일이 생각보다 많아졌는데 깜빡하고 연락을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내 진심어린 해명에, 얀순이의 떨림은 점차 잦아들자 나는 그동안 자신이 추위에 의해 벌벌 떨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던 얀순이의 등을 살짝 밀며 집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러나 다음날은 더 늦게 되고, 점차 불안해진 얀순이가 회사까지 찾아왔는데 내가 같이 일하는 여직원한테 웃으면서 커피를 건네주는 모습을 보고 완전히 넋나간 표정과 빛이 없는 눈으로 몇십분째 그 광경만 쳐다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을때는 바닥이랑 벽, 사방에 튀긴 피를 보고 경악해 얀순이를 찾아보자 자신의 하얀 팔과 손에 칼집을 내고는 완전히 죽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만 웃고 있는 그녀를 보고 싶다.


"오,오빠... 오셨어요..? 저,저.... 죄송해요... 다시는, 다신 이딴 짓 안하기로 했었는데..., 오빠가... 그 년, 그 씨발년을 바라보면서 웃어주는게.... 자꾸, 자꾸우... 생각나서...."


나는 그런 얀순이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다가, 방 안에 있는 소독약과 붕대로 지혈해주면서 그녀를 꽉 껴안고는 그대로 병원에 얀순이를 데려가고 싶다.


나만의 애정을 갈구하는 의존증 얀순이랑 동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