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상 하는 말이지만 법학도 법학자가 읽을만한 글 아니니 가볍게 볼 것.

* 그렇다고 비판과 첨삭을 받지 않겠단 뜻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오히려 환영함.



 새삼스럽지만 챈질을 하는 챌럼들은 명예훼손에 대해 대략적으로라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왜 그런지는 채문게나 막고라를 가보면 쉽게 알 수 있을테니 생략한다. 민법에서의 명예훼손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규정의 특칙으로서 존재하며, 대부분 특별손해로 들어가는 정신적 피해보상을 법문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751조) 소위 말하는 금융치료를 시켜주고싶을 때 유용한 규정이다. 표현의 자유가 상대적으로 넓게 허용되는 DC계열 커뮤니티인만큼 키배를 뜨거나 언쟁을 벌이는 일도 자주 발생하므로 아슬아슬한 선타기를 함에 있어 알아두면 나쁠 것 없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주로 민법상의 명예훼손에 관하여 다루겠다.


 명예는 사람의 품성, 덕행, 신용 등 세상으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말하고, 훼손은 그 사회적 평가가 침해당한 것을 말한다.(96다17851) 명예훼손은 표현의 자유와 개인 명예의 보호가 충돌하는 경우로서, 이는 일괄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양쪽의 가치를 비교하여 결정하여야 한다.(96다17257) 하지만 민법은 751조에서 명예훼손을 불법행위로 인정하여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부여하지만, 어떤 요건하에서 명예훼손이 인정되는지는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를 알기 위해서는 형법 307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법 307조 1항에서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2항에서는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함으로서 명예훼손죄 성립요건과 그 효과를 정하고 있다. 이를 보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함에 있어 적시한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는 관계가 없으며, 허위일 경우 형벌이 가중될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명예훼손은 공연히, 다른 말로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타인의 사회적 평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알리는 경우 성립한다. 타인에는 법인도 포함되며, 간접적/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다면 충분하다. 

 이 때 '공연히'라는 의미는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지, 실제로 인식한 경우를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이 다수라는 의미에 있어서는 의견이 갈리는데, 주류 의견은 불특정 다수가 '직접'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놓여야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하지만, 판례는 1인에게만 사실을 적시했어도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인정된다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봄으로서(68도1569 외 다수) 주류 의견과 다른 경향을 보인다. 이를 전파가능성 법리라 하며, 고챈에도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문 요약이 올라온 적이 있다.(명예훼손죄 전파가능성 2020도5813 판결 요약(feat 온라인 명예훼손, 미투)) 즉, 1:1 카톡방에서 한 명에게만 사실을 전파했어도 명예훼손죄 성립요건인 공연성이 성립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많이들 알고 있을 야구선수 장모씨 사생활 폭로사건이 좋은 예시이다.


 단, 위와 같은 명예훼손 요건을 모두 만족했더라도 위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대법원은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전제로,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가해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했다.(98다16203) 이를 증명할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으므로 가해자는 별도의 증명 없이 자신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증거를 가져올 것을 항변하지 못한다.


 명예훼손이 인정된다면 형법상의 명예훼손죄가 적용되는 것과는 별개로 민법 751조에 의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한다. 일반불법행위와 동일하게 금전배상이 원칙이며 산정 방식도 동일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764조라는 특칙이 있다. 그 내용은 법원이 피해자의 청구에 의하여 손해배상 대신, 혹은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을 명할 수 있다는 것으로,(764조) 다시 말해 피해자가 원한다면 금전배상과는 별도로 명예회복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명예회복처분의 예시로는 보통 민/형사 판결문을 신문/잡지에 게재하거나 해당 명예훼손행위의 취소를 광고하는 것이 있다. 이전에는 보통 명예훼손행위에 대한 사과문을 작성하여 광고 형식으로 신문/잡지 등에 게제하는 사죄광고가 명예회복처분의 대표수단이었으나, 이는 의사를 묻지 않고 억지로 사죄를 강요하는 점에서 헌법 19조에서 규정하는 양심의 자유에 저촉되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89헌마160) 폐지되고 대신 위와 같이 판결문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다만 위와 같이 손해배상을 받았다 할지라도, 설령 명예회복처분을 받았다 할지라도 사회에서 명예가 가지는 특성상 진정한 의미로서의 회복은 쉽지 않다. 때문에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대법원은 인격권이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절대적/배타적인 성질을 지닌 권리라는 데 착안하여 같은 절대권인 물권적 청구권과 유사한 금지청구권을 인정한다. 명예를 침해당한 자는 손해배상과 명예회복처분과는 별개로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에 기초하여 가해자에 대하여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침해행위를 배제하거나, 장래에 생길 침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다.(2010다60950) 다만 미래에 예상되는 침해까지 예방적 차원에서 금지를 구한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우려가 있으므로, 예방청구를 할 수 있는 요건으로 그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또한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방청구, 즉 사전금지를 허용하며(2003마1477), 같은 요건 하에서 현재 피해자의 명예가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받고 있는 상태일 경우에만 방해배제청구(해당 내용의 기사 삭제 등)를 허용한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명예훼손에서 위법이 아니라고 평가되는 사유(위법성 조각사유)들, 이를테면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여도 위 방해예방/제거청구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명예의 진정한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큰 피해가 발생하기 이전에 실제로 효력이 있는 보호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전 고챈에 올라온 글인 명예훼손죄 전파가능성 2020도5813 판결 요약(feat 온라인 명예훼손, 미투) 에서 전파가능성 판례를 폐기한다면 그 대신 특별법을 제정하여 침해금지/예방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이 문단은 그 주장의 근거 중 하나이다.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보다시피 대법원은 판례로서 침해예방과 금지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으니 이를 명문화하자는 의미에서 한 주장이다.

 

 이러한 명예훼손과 관련된 문제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바로 피해자의 특정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명예훼손은 타인의 사회적 평가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가 있었음을 전제로 성립하는데, 타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라면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가 내려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허무인)의 명예가 침해되었다는 주장이 성립될 수 없는 것과 같다.

 피해자의 특정은 표현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누구를 지목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라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고(93다36622), 집단을 지칭하는 것은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다른 정황들을 고려했을 때 집단 구성원 중 누구인지 판단가능하다면 해당 인물이 피해자로서 특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2002다63558) 즉, 아무리 우회적으로 적시했고 특정인을 지칭하는 표현이 없음을, 소위 주어는 없다는 식의 표현을 하였다고 주장하더라도 당시의 정황으로 보아 해당 표현의 대상이 누구인지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었다면 이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오늘날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정보통신망, 즉 인터넷은 정보의 전달과 확산속도가 매우 빠른 특성 덕분에 명예훼손이 발생할 경우 이를 수습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소위 정통법에서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정통법 70조 1항), 마찬가지로 비방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정통법 70조 2항) 이를 사이버 명예훼손, 또는 인터넷 명예훼손이라고 한다. 이는 형법 307조에서 규정하는 명예훼손죄의 특칙으로 볼 수 있으며, 앞서 언급한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한 듯 처벌 강도가 307조에 비해 높아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단, 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으므로(정통법 70조 3항),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가해자는 처벌을 면하게 된다. 물론 명예훼손을 당한 사람이 어떤 상태일지를 생각해본다면 그런 경우는 별도의 합의가 있지 않는 한 거의 없을 것이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사이버 명예훼손은 일반 명예훼손과 달리 비방의 목적이 있을 경우에만 성립한다. 그런데 이를 어떤 글을 쓰더라도 비방목적이 없었다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이 경우 정통법 70조가 적용되지 않을 뿐 형법 307조의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하며, 민법 751조의 불법행위책임도 져야 할 수 있다. 즉, 가중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 명예훼손에서 자유로워 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한 판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위해 명예훼손을 저질렀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비방목적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없다고 판시한다.(2003도6036) 즉, 공익성과 비방목적을 양립불가능한 관계로 보았기 때문에 공익성이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통법 70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처벌이 무거운 사이버 명예훼손의 적용을 피하고 싶다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제보였음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에서는 보통 피해자가 특정되었는지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 된다. 이는 인터넷 아이디로 대표되는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과연 사회적 평가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냐의 문제인데,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닉네임에 대한 명예훼손은 해당 닉네임 사용자의 신원을 주변사정과 정황을 고려하였을 때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명예훼손죄로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2007헌마461) 이는 명예훼손죄가 지키려 하는 명예는 현실에서의 사회적 평가이지 사이버공간에서의 평가가 아니며, 보호하려는 대상은 현실에 존재하는 특정인이지 사이버공간에 닉네임으로만 존재하는 허무인이 아니므로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에 현실로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경우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누군가를 고발 또는 소위 말하는 금융치료를 하려면, 일단 피해자인 자신이 누구인지를 타인이 특정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함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다만, 피해자가 해당 아이디와 바로 연관될 수 있게 신상을 공개한 상태였거나, 해당 아이디나 닉네임을 일관성있게 사용하여 활동한 결과 피해자의 현실 친구들이나 지인들 다수가 해당 닉네임만으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인격권 침해가 발생했다면, 예외적으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도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으나, 하급심에서 서로 엇갈리는 판례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2021년 3월 4일, 최강욱 의원이 명예훼손죄 관련 법률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요점은 307조에 있는 '사실'의 범위를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로 변경하여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명예에 관한 죄를 모두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가능한 친고죄로 변경함으로서 사실상의 비친고죄로 운영되고 있기에 발생하는 소송의 남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지금보다 명예훼손죄의 적용범위가 대폭 줄어들고, 진실을 기재하는 것으로는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 예상된다. 물론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는 여전히 기존대로 처벌되고 금융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잘못된 판단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