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불법행위(불법행위)에서 이어짐.



 특수불법행위는 일반적인 불법행위와 다른 별도의 성립요건을 가지는 불법행위이다. 책임무능력자의 감독자책임, 사용자책임, 공작물책임, 동물점유자책임, 공동불법행위가 각각 민법에 별도로 규정되어 있고, 자동차운행책임, 환경오염책임, 제조물책임, 의료과오책임은 특별법으로 규율한다.


1.책임무능력자의 감독자책임

 다른 이(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가해자)이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나 심신상실자일 경우 가해자는 손해배상책임이 없으며, 대신 가해자를 감독할 의무가 있는 자(감독자) 또는 대리감독자가 대신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755조) 이를 감독자책임이라 하며, 이 책임이 인정되려면 가해자가 책임무능력자인 것을 제외하고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다른 요건들은 모두 갖춰져 있어야 한다. 즉, 책임무능력자의 불법행위가 성립함을 전제로 감독자책임이 인정되는 것이므로, 가해자에게 정당방위 등 위법성조각사유가 있다면 감독자책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가해자가 책임무능력자라는 사실은 피해자가 증명하여야 한다.


 감독자는 가해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감독의무를 위반한 데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가해자의 책임이 감독차의 책임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무위반이라는 감독자 본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으로, 이는 감독자 자신의 불법행위책임이다. 따라서 감독자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면 책임을 면한다.(755조 1항 단서) 만일 감독자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더라도 손해가 생겼을 것임을 입증한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데, 감독자책임을 과실이 있어야 성립하는 책임으로 보는 측에서는 위법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와 다름이 없다면서 감독자가 책임을 면한다고 하고, 감독자책임을 무과실책임으로 보는 측에서는 무과실책임의 특성상 그 경우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755조 1항 단서를 근거로 감독자책임은 기본적으로 감독의무 위반이 있을 때 책임을 부과하는 과실책임이라 보고, 때문에 전자가 옳다고 생각한다.


 감독자를 대신하여 가해자를 감독했어야 하는 이들, 즉 대리감독자 역시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이러한 대리감독자의 대표격으로는 교사와 교장이 있다. 단, 대리감독자의 책임은 면책이 좀 더 폭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판례는 교사의 감독의무는 학교 내에서의 모든 생활관계에 미치지 않고 학교에서의 교육활동 및 그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생활관계에 한하여 존재하며, 이 경우에도 돌발적이거나 우연한 사고에 대해서는 감독의무위반 책임을 물을 수 없다(97다15258)고 함으로서 면책되는 경우 자체가 매우 드문 법정대리인(부모 등)과 달리 면책요건을 유하게 적용한다.


 만일 미성년자가 15세 이상이어서 책임능력이 있다고 인정받는 경우라면 감독자는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변제할 능력이 없는 것이 보통이므로, 피해자 보호를 위해 판례는 감독자의 의무위반과 미성년자의 불법행위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감독자는 755조가 아닌 750조의 일반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한다.(93다13065) 이 경우 감독자의 감독위반이 있었다는 사실과, 그 감독위반과 불법행위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피해자가 증명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미성년자인 재수생이 타인을 폭행한 경우 가해자의 아버지는 감독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며 불법행위와 감독의무위반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판례가 있다.(2003다5061)



2.사용자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떤 사무에 종사하게 한 이(사용자)는 그 고용된 사람(피용자)이 해당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756조 1항 본문) 이를 사용자책임이라 하며, 많은 이익을 추구하여 사람을 고용하여 활동영역을 늘릴수록 그 고용된 사람들의 행위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경우 또한 많아질 것이므로, 결국 피용자의 활동에 의한 이익이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사용자로 하여금 손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상에 합치된다는 보상책임의 원리에 근거한 규정이다.(84다카979) 사용자책임 역시 감독자책임처럼 피용자의 선임과 감독에 대해 과실이 있을 경우 지게 되는 과실책임이며, 따라서 그러한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면 사용자는 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다.(756조 1항 단서)


 사용자책임이 인정되려면 일단 불법행위의 원인이 된 사무가 사용자의 사무에 속하는 것이어야 한다. 일시적인 사무여도 관계없으나, 반드시 사무집행을 위하여, 혹은 적어도 사무집행과 관련성이 있는 행위여야 한다. 이는 불법행위의 외형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외형상 사무집행과 관련된 행위라 보여진다면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무로 인정한다. 마치 이사의 직무수행행위가 법인의 사무에 속하는 행위인지를 판단할 때의 기준과 유사하다. 단, 피용자가 사무집행과 관련된 행위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할지라도 피해를 입은 상대가 그 행위가 사무집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던 때에는 그를 보호할 필요가 없으므로 사용자는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는다.

 또한 사용자와 피용자간에는 지휘/감독관계가 있어야 한다.(96다25500) 이 지휘/감독관계라는 개념은 실제 지휘/감독을 했느냐에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러한 지위에 있다면 성립하는 개념이다.(87다카459) 일례로 동업자들이 공동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를 한 명에게 대표로 맡겨서 처리하도록 했다면, 그 대표자는 다른 동업자들의 피용자이며, 반대로 다른 동업자들은 사용자가 된다. 명의대여를 해 준 경우도 객관적으로 지휘/감독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사용자책임을 일 수 있다. 반대로 같은 명의대여임에도 숙박업처럼 시설물 기준으로 허가가 나고 별다른 제약 없이 지위를 승계할 수 있는 경우라면 객관적으로 명의대여자에게 지휘/감독의무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은 취지로, 도급인은 수급인을 지휘/감독하지 않으므로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757조 본문) 그러나 도급의 경우에는 특칙이 있는데,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도급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손해배상책임이 있을 수 있다.(757조 단서) 이 손해배상책임이 어떠한 책임인지에 대해, 즉 일반불법행위 책임인지 사용자책임인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지만 아직 명확한 판례는 나와 있지 않다.

 만약 도급인이 도급이 계약한 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공정을 감독하고 있는 정도라면 수급인과의 사이에 지휘/감독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건설공사에서의 감리가 이에 해당된다. 즉, 감리는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지만 도급인이 공사의 운영과 시행을 직접 지시하고 지도하고 감시하는 등 작업 자체를 관리하는 경우라면 757조 본문에도 불구하고 지휘/감독관계가 있다고 보고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 즉, 이러한 상황에서 수급인이 불법행위를 저질러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도급인은 사용자책임을 져야 한다.


 사용자책임이 인정된다면 사용자는 손해의 배상책임을 진다. 또한 사용자 대신 사무를 감독하는 자(대리감독자)가 있다면 그 역시 사용자와 같은 지위에서 배상책임을 진다. 다만 이 둘이 배상책임을 지더라도 불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인 피용자가 책임을 면하는 것이 아니며, 피용자는 피용자대로 750조에 따른 일반불법행위 책임을 진다.(756조 2항) 이 셋의 배상책임은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있으며, 따라서 피해자는 셋 중 아무에게나 손해액 전부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만일 사용자나 대리감독자가 손해를 배상했다면, 이 둘은 불법행위의 당사자인 피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756조 3항) 또는, 사용자나 대리감독자는 자신들이 피용자의 선임과 사무감독을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제대로 수행했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제대로 감독했어도 같은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여 책임을 면할 수 있다.



3.공작물책임

 공작물의 설치나 보존에 흠(하자)이 있어 그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입은 경우, 공작물을 점유하고 있는 자(점유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허술히 하지 않았다면 그때는 그 공작물의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758조 1항) 이를 공작물책임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작물은 인공적 작업에 의해 제작된 물건을 의미하며, 도로, 육교, 건물, 자동차 등과 그 설비들을 모두 포함한다. 설치나 보존에 하자가 있다는 의미는 공작물이 본래 갖추고 있어야 할 안전성이 처음 설치된 때부터 결여되어 있었거나, 설치 후에 어떠한 사유로 결여된 경우를 의미한다.(86다카1662) 하자가 있었다는 것은 이를 주장하는 피해자가 입증하여야 할 부분이다.


 상기 요건이 갖추어졌다면 해당 공작물의 점유자가 우선 손해배상책임을 지되, 주의를 허술히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여 면책된다면 소유자가 배상책임을 진다. 정확히는 직접점유자->간접점유자->소유자 순으로 배상책임이 옮겨가며, 소유자는 앞의 점유자들이 모두 면책되었다면 설령 주의를 허술히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즉, 소유자는 무과실책임을 진다. 단, 만약 하자가 없었어도 발생했을 피해임을 입증한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일례로 천재지변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사고일 경우를 들 수 있다. 만일 점유자나 소유자가 결국 책임을 면하지 못하고 배상을 한 경우, 이들은 그 하자의 발생에 책임이 있는 이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758조 3항)


 공작물책임을 져야 하는 예로는 고정장치가 녹슬어서 허술해진 간판이 떨어지면서 지나가던 행인을 강타한 경우를 들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예로는 아파트 배수관 윗부분에 날카로운 못이 박혀있는데, 취객이 홈통을 타고 오르다가 상처를 입은 경우를 들 수 있다.



4.동물점유자책임

 동물이 타인에게 입힌 손해에 대해서는 그 동물의 점유자가 배상책임을 진다. 그러나 동물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 보관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을 증명하면 면책될 수 있다.(759조 1항) 점유자가 배상책임을 진다는 면에서는 공작물책임과 유사하지만, 소유자가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점유자 대신 그 동물을 보관한 자도 같은 책임을 진다.(759조 2항) 헌데 보관자란 곧 동물을 데리고 있는 자를 의미하니, 이는 직접점유자이다. 따라서 별도의 규정이 없어도 759조 1항에 의해 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으니 이 조항은 큰 의미가 없는 조항이라고 생각된다.

 단, 이와 같은 책임은 어디까지나 점유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인정된다. 피해자 스스로 동물을 자극하는 등 손해를 자초한 경우에는 점유자는 배상책임을 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