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고찰임. 쭉 읽어보면서 모르던게 있으면 주워가고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셈.


생성 AI로 만든 보컬에도 해당되는 얘기지만, 보컬을 녹음하는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몫의 일이 있고, 믹싱/마스터링을 하는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몫의 일이 있다.


일단 보컬을 녹음할때는 가능한 잡음이 없고 깨끗한 느낌으로 목소리가 녹음되어야 한다. 이건 시발 상식이다.

요샌 하도 갠방 인방 유튭 같은게 활성화되어있어서 목소리로 뭔가를 하려면 "오디오 인터페이스+콘덴서 마이크" 조합의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장비를 갖추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그렇다 해도 녹음환경이나 음량을 어떻게 세팅해야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임


"본인이 제일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를때의 음량이 레벨 미터의 0dB 이하를 찍도록" 마이크 볼륨을 조정하면 된다.


왜 이렇게 해야하냐고 물으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2가지만 들자면

1. 보컬과 배경 잡음 간의 음량 차이를 최대한 키워야해서 (SNR, Signal-to-Noise Ratio)

2. 보컬의 역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음량 변화를 최대한 보존해야해서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 이걸 자세하게 설명하려면 디지털 신호처리까지 가져와서 얘기해야하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얘기하고, 

암튼 이런 이유 때문에 보컬을 녹음하는 사람 입장에선 최소한 이거 정도는 해줘야한다.

물론 여기서 이제 경제적, 공간적 여유가 생긴다 싶으면 방에 흡음패드를 붙인다던가 리플렉션 필터를 설치한다던가 이것저것 있겠지만, 사실 저것만 해도 나머진 믹싱 단계에서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녹음 장비는 Yamaha AG03 + MXL 2006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함. 주변에서 많은 취미 보컬들을 만나봤지만 저 조합으로 녹음한 사람의 녹음본이 제일 깨끗하고 소리도 시원시원하고 좋았음. 둘이 합쳐서 3~40만원대임. 

아마 이것보다 녹음 퀄이 좋으려면 못해도 마이크랑 오인페에 각각 50만원은 더 써야할듯?그럴 생각 없으면 얌전히 저 조합으로 갖추는게 ㄱㅊ을거임


좋은 녹음환경에서 녹음된 보컬일수록 본인이 믹싱 단계에서 할 게 없어진다.

녹음환경이 아쉬울수록 그걸 복구한다고 자꾸 EQ도 만지고 이것저것 손을 대게 되는데, 그럴수록 원래 소리의 그 자연스러움이 어떻게든 옅어지기 때문에 MR이랑 섞으면 기름과 물 같이 느껴지기 쉬워진다.


컴프레서랑 오토메이션을 활용한 구간별 볼륨조절도 사실 보컬이 본인의 성량조절을 잘 할수록 할 일이 줄어들게 된다.

이전에 기회가 되어서 현업 보컬이 내게 녹음본을 보내준 적이 있는데, 자기 집에서 그냥 녹음한건데도 "복구" 성격으로 손을 댈 게 너무 없어서, 온전히 음악에 어울리는 "표현력"을 내는 성격으로 각종 이펙터들을 적용했던 기억이 있음.

특히 좋은 녹음환경+좋은 가창력의 조합이 될 수록 EQ와 컴프가 정말 내가 의도하는 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작업이 굉장히 즐거워진다.


그나마 할 일이 남아있다면 음정 보정하는 것 정도? 멜로다인 같은걸로 음정을 보정해주면 되는데, 솔직히 귀찮긴 하지만 요샌 사진도 보정하는 세상에 이 정도는 (부른 사람 입장에서)무조건 해줬으면 하는 느낌이 있어서 하긴 해야함.


AI 보컬의 경우에는 어쨌든 상업 음반에 수록된 보컬을 추출해서 내가 원하는 보컬과 style-transfer를 거쳐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음량의 변화나 음질, 음정, 가창력 측면에서 이미 상업 음반에 가까운 상태로 생성되는 느낌이 실제로 없잖아 있다.

경험상으로는 본인만의 음성 모델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셋을 준비할 때, 가능한 녹음 상태가 좋은 오디오 파일들을 모아서 모델을 훈련하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AI 보컬을 예시로 믹싱 튜토리얼을 쓸 때는 가능한한 EQ와 컴프는 굵직하게만 적용하고 최대한 예술적인 표현 측면에서의 작업을 고민하려고 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점에서 AI 보컬로 믹싱 연습을 하는게 스트레스 받을 일도 덜하고 공부도 더 빨리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취미 믹싱 채널을 개설했던 것도 있긴 함.


다만 이런 예술적인 표현이라던지, 음악과 보컬이 잘 섞인 느낌을 낼 수 있으려면 믹싱하는 사람도 평소에 음악을 분석적으로 들어야한다.

이 노래에선 보컬이 어떤 느낌으로 깎여있고, 리버브와 딜레이는 어떤 느낌으로 적용되어있고 화음과 코러스는 어떻게 배치되어있는지, 보컬에 특수한 효과나 연출이 들어가있다면 그걸 어떻게 하면 따라할 수 있을지 등을 평소에 파악하면서 들어둬야 나중에 작업할때도 예전에 들었던 음악들의 느낌을 되짚어가면서 따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믹싱"만" 하는건 별로 말이 안되고, 작곡"도" 같이 시작해야 작곡가 내지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믹싱을 바라볼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주장하고 있다.


아무튼 좀 급하게 마무리 짓자면, 보컬 쪽에서 할 일은 최대한 녹음을 깨끗하게 하고 노래를 음정, 박자 맞춰서 잘 부르는 것이다. 이걸 개떡같이 하고 믹싱하는 사람에게 떠넘기면 그건 자기가 할 일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봐야됨.

믹싱/마스터링 하는 사람이 할 일은, 넘겨받은 보컬이 음악과 잘 섞여들면서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즐겁게 들리도록 작업해주는 것이다.

서로 위에서 언급한 임무 밖의 일을 해야 하는 경우는 예외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