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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마저도 베어버리는 렉스의 강검. 스치는 것만으로도 살을 도려내는 참격.




 본심을 드러낸 렉스의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 마검왕을 자처하는 마족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 하지만.




"넌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친구"


"...... 역시 렉스답군. 그런데, 그 여자애는 누구지?"




 그 렉스의 첫 번째 공격은 '바람베기'를 칭하는 검사에 의해 완벽하게 받아 흘려졌다.




 결코 힘을 겨루지 않고, 마치 무용이라도 추는 듯, 렉스의 대검을 칼날을 미끄러지듯,




 그 움직임은. 내가 머릿속으로 그린 렉스의 검을 받는 동작과 모든 것이 일치했다.




























 첫 공격을 피한 후.




 '검성'과 '바람베기'는 조용히 노려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때때로 바람이 살짝 한들리 정도였다.




 서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어? 뭐야 지금? 플라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아─ 아마 전진할 수 없어, 둘 다. 마검왕에게 검을 가져가게 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 렉스는 마검왕을 항상 검의 거리에 두고 있어야 해. 반면에 스승님도 틈을 만들면 마검왕이 베어 넘어질 테니 덜컥 공격할 수 없어."


"그렇구나."




 맞아. 서로 경솔한 행동을 할 수 없고, 게다가 서로 상대방의 정보를 잘 모른다.




 렉스 입장에서는 몇 년 만의 재회인 것이다. 분명 예상 밖의 일을 할 거라고 예측하고 있을 것이다.




 저 가짜의 정체가 궁금하긴 하지만…… 나로부터 뽑아낸 기억을 이식받은 마족이 내 고도의 검술을 복사받아 주입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모순이 없다. 내가 필사적으로 단련한 기술의 전부를, 저런 식으로 이용당하니 열받네.




"그럼 메이, 네 마법으로 마검왕? 이라는 녀석을 공격할 순 없어? 저 마족의 장을 죽일 수 있다면 렉스도 편해질 거야."


"……글쎄, 지금 저 두 사람은 굉장히 섬세한 대치 중이야. 지금은 이상한 참견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렉스에게 맡기는 게 안전해."


"렉스님이니까요…… 지금은 경솔한 짓 하지 말고 맡기는 게 좋겠네요. 제 마법이 렉스님을 휘말리게 된다면 낯 뜨거울 정도예요."




 그래. 끼어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저기에. 나나 메이가 도우러 들어가도 오히려 렉스가 우리를 보호하게 될 뿐.




 분하지만, 아까 가짜 내 모습을 한 자의 일격을 보면 저건 '근력이나 체력을 이상하게 끌어올린 나'다. 말하자면 완전한 상위 호환, 허약한 몸뚱이의 내가 이길 도리가 없다.




 무력화된 저 마족의 장도 역시 나보다 격이 위다. 검술은 둘째치고 몸의 차이로 공격이 통할지 의심스럽다.




 놈의 거구로는 내 검 길이로는 심장에 닿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그 이전에 내 약한 근력으로 칼날을 꽂을 수 있을지조차......




 메이의 마법도 맞는다고 해서 얼마나 데미지가 될까. …… 불필요한 참견은 안 하는 게 좋겠다.




 게다가,




"흥."




 렉스가 돌연 그 대검을 내리친다. 그 일격은 곧장 바람을 가르고 ──── 아지랑이처럼 '바람베기'는 렉스에게 달라붙었다.




"간다!"


"칫!"



 훌륭한 카운터. 냉정하게 렉스의 참격을 피한 '바람베기'는 빙글 돌며 렉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런 '바람베기'를 즉시 렉스의 돌려차기가 요격했다. 굉음을 울리는 선풍각이 다가온 '바람베기'를 후려친다.




"...... 여전하군, 이 멍청한 힘!"




 검성이 내지른 발차기는 맞지 않았지만 그 풍압만으로 '바람베기'는 날아가 버렸다. 두 사람 사이에 간격이 생기고, 렉스에게 마족 장을 베어 넘길 여유가 생겼다.




"하게 둘까!"




 마검왕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자세를 잡는 렉스. 도발당한 '바람베기'는 다시 렉스에게 달라붙으려 돌진했고,




"받아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돌아선 즐거워 보이는 렉스에게 다시 날려 보내졌다.




 ……아─ 렉스, 여유가 있구나.




 서로 결정타는 없어 보이지만, 도움은 필요 없어 보인다. 왜냐면 저 남자는 렉스니까.




"……큭."


"이 자식!"




 아까부터 몇 번이고 격돌하지만, 서로 일격도 들어가지 않는다. 둘은 검을 겹치고 땀을 흘리면서도 거의 틈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마주 보고 있는 두 검사의 표정은 ────








 그리워하는 듯한 행복한 미소를 짓는 렉스.




 필사적인 형상으로 귀신 같은 목소리를 내는 '바람베기'.






 격돌 자체는 호각이다. 서로가 서로의 공격을 완전히 계속 피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어느 쪽이 우세한지는 명백하다. …… 맞아, 그러고 보니 난 언제나 저런 여유가 없었지.




 렉스의 막강함을 알고 있으니까. 렉스 상대로 방심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






"고마워, 친구. 마족으로 떨어지고, 마음마저 좀먹혀도, 그래도 나의 적으로 있어 줘서."




 그리고, 렉스가 반 발자국 앞으로 나온다.




"기대했던 대로야, 그 힘."




 렉스의 검이 몇십 센티 정도 '바람베기'에 육박한다.





"뭐어 하지만 …… 예상대로의 강함으로는 나한테는 이길 수 없어."






 ────순간, 렉스의 거구가 흐려졌다.




"예상대로 성장한 너에게 지지 않도록, 이쪽도 노력을 거듭해 왔거든."




 렉스는 한 손으로만 검을 잡고. 마치 벌레라도 잡을 것처럼 '바람베기'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윽!"


"하하, 갑작스런 육탄전에 약한 것도 여전하구나 친구. 검에 의식이 쏠려 있어."




 '바람베기'는, 내 가짜는, 렉스의 돌연한 움켜잡기에 반응하지 못했다. 그건 아마 렉스가 크게 한 발자국 내디뎠기 때문이다.




"렉스, 마족의 장이 도망치고 있어!"


"괜찮아, 그 마족보다 이쪽이 훨씬 위협적이니까."




 마검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간격을 넘어서의, 공격. 그걸 당하고 당황한 것이겠지..




 '바람베기'는 신음하면서도 렉스에게서 벗어나려 자신을 움키고 있는 팔을 베어 내려 하고 ……




"한 승 추가다!"




 그대로, 렉스에 의해 엄청난 속도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대지에 크레이터가 생기고, '바람베기'의 머리에서 피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 검사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이걸로 2408전 2335승. 또 내가 이겼네, 친구!"






 마검왕이 급히 검을 집어 들었다. '바람베기'를 구하러 가려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바람베기'를 칭한 마족의 남자는 의식을 잃고 움직이지 않는다.




"미노가 렉스가 이길 것을 전제로 작전을 세웠을 거야."




 그렇구나. 내가 모르는, 지난번 이웃 나라와의 전쟁 때. 미노는 렉스의 이 모습을 본 적이 있었겠지.




 이건 …… 질 것을 상상하는 게 더 어렵다. 렉스는 정말 이기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존재다.




"오, 검을 주워버렸나. 뭐 됐어, 그럼 재대결이다 마검왕?"




 렉스는 저 마족의 장 정도라면 몇 번이라도 이길 수 있다. 그래서 '바람베기'를 처리하기 위한 미끼로 사용했다.




 아니, 애초에. 핸디캡도 없이 정면으로 '바람베기'와 일대일로 싸운다 해도 …… 렉스가 이길 거다.




 당연하지. 왜냐면 저 마족이 가지고 있는 기억은 어디까지나 내 기억. 나 정도로는, 차원이 다른 괴물 "렉스"를 이길 수 없으니까.




 아무리 근력이 강해지고. 아무리, 검의 움직임이 빨라진다고 해도. 나와 렉스는, 명확하게 격의 차이가 존재하니까.




"자, 다음은 좀 더 분발해 보라고?"




 렉스가 마검왕과 가짜를 쓰러뜨리면서, 받은 데미지. 그건, 체간에 작은 베인 상처가 2개 생긴 것뿐.




 '바람베기'는 머리에서 피를 뿜어내고, 비틀거리며 마검왕은 금이 간 검을 들고 그 괴물에 맞선다. 여기서부터 렉스가 질 것 같은 비전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 아아. 그런 녀석에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있나.








































 비장의 수라는 건 숨겨 두는 거다.




 미노 장군도 만전을 기해 '비장의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클라리스가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미노지만, "그런 예상 밖의 사태에 대한 수"는 당연히 준비하고 있다.




"…… 렉스 군 여하, 라는 거군요."


"그래. 그 엄청나게 강한 마족에겐 내가 이길 수 없어. 저놈들이 죽은 걸 확인할 수 있으면 나설 거다."




 미노는 나이 든 영감에게 말을 건넨다. 음란해 보이는 표정의 그 노인은 흰 천 팬티로 가늘고 뾰족한 검을 손질하면서 미노에게 대답한다.




"일부러 은퇴한 선대를 끌어들였으니, 몸은 신경 써 주길 바라네."


"명심하고 있습니다."




 …… 수상쩍어 보이는 말투의, 앙상한 노인. 그는 한때 이 나라의 대장군으로 군림했던 노련한 검사다.




 그리고,




"하지만. 확실히 제 속옷을 받았으니, 제대로 일해 주세요."


"흐흐흐흐흐!"




  이 노인이야말로 미노가 움직일 수 있는 비장의 수이자 예비 전력이었다.




 젊은 여자의 속옷을 모으는 게 취미라는 변태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검사로서의 실력은 확실하다. 은퇴한 지금도 강함으로는 멜로 다음 갈 정도일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지금까지 인생의 대부분을 싸움에 바쳐 왔다. 그 지휘 경험의 풍부함은 군대에 견줄 자가 없다. 미노가 후임으로 군사의 임무를 맡을 때까지 국군의 작전 입안은 그를 주축으로 이루어져 왔다.




 군인 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싸움의 이치를 배웠고, 청년기엔 선봉에 서서 군대를 이끌었으며, 장년기엔 후배 육성에 힘썼던 그는 말 그대로 늙은 영웅이다. 약간 색사에 빠져 속옷 도둑 같은 성범죄를 저질러 군대에서 해고되고 은퇴하게 된 후엔 성 아래로 도망쳐 들어가 여행자들에게 성희롱을 일삼는 게 삶의 낙이 된 조금 유감스러운 인물이기도 하다.




 국군 입장에선 체면을 손상시킬 수 있는 구시대의 유물. 하지만 그런 에로할배라도 미노에겐 목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갖고 싶은 전력이었다.




 속옷 한 장으로 움직여 주는 베테랑 지휘관은 흔치 않다. …… 미노는 그를 주축으로 북동 요새 탈환을 위한 편성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렉스 군은 제대로 이겨주었어요. 이제 할 말 없겠죠, 출진해 주시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미노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면, 렉스는 '바람베기'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처리한 직후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렉스는 마검왕마저 때려눕혀 주겠지.




 이제 남은 건 이 나이 든 대장군에게 앞장서 달라 하고 북동 요새를 함락시키는 것뿐이다. 클라리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하면 렉스 일행도 협력해 줄 거다.




 클라리스의 목이 날아간 건 계산 밖이었지만, 오히려 전장에서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이 노인처럼 예측 밖에 대응하기 위한 두 번째 수, 세 번째 수는 준비해 두고 있다.




 미노는 아직도 인간족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는.








"아이고. 저 바보자식…… 경고해줬는데."




 중얼중얼, 노인은 슬픈 듯이 푸념을 뱉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선대님."


"이 싸움, 우리가 졌어. 미노, 팬티는 돌려줄 테니 철수 준비나 하게."




 그 노인은 몹시 낙담해서. 의기양양하게 마검왕에 맞서 베어 들어가는 렉스를 유감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 철수라뇨?"


"그래. 이 싸움, 이제 우리가 졌어. 아니…… 잘못하면 인류가 끝장날지도 모르겠군."


"네?"




 미노는 깜짝 놀라 노인에게 다가갔다. 전세는 유리해야 할 텐데, 여기서 렉스가 둘을 처리해 준다면 거의 이길 게 확실하다. 그런데 왜 이 노인은 그런 불길한 말을 하는 걸까.




'명심하라고 검성 렉스. 곧 자네는 하나, 큰 실수를 저지를 걸세. 그 실수는 자네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잃을 수 있는 실수일세. 절대 자신의 목적과 정말 소중한 것을 혼동하지 말게.'




 그 노인은 확실히 검성에게 경고를 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잘하는 "점"으로 나온 그 결과를 똑똑히 전해 준 셈이었다.




 그 경고는 어쩌다 보니 검성의 머릿속에서 빠져나간 모양이지만.








"바보 녀석이. …… 쓰러뜨린 상대의 목을 베는 건 상식이잖나."
















































 렉스는 강했다.




 오랜 세월 동안 단련해 온 엄청난 그 실력을 나는 이날 처음 엿보았다.




 그래서일까. 내가 결코 렉스에게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방심했던 것일까. 렉스에게 맡겨두면 모든 것이 잘 될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






 눈으로 좇을 수 있었을 텐데, 내 몸은 움직여 주지 않았다.




 마검왕을 마주 보고 검을 휘두르는 렉스. 필사적인 외침을 지르며 렉스에게 육박하는 마검왕.




 그리고 그 뒤에 서있는. 머리에서 피를 뿜으면서도 바람처럼 조용히 달려나간 마족의 검사를.






 ───── 죽은 척. 내가 궁지에 몰렸을 때 자주 쓰던 수.




"렉─────」.




 외침조차 맞출 수 없다. 한때 내 모습을 한 그 괴물은 마검왕의 검을 받으러 간 렉스의 등 뒤에서 내려쳤다.




 2대 1, 그것도 기습. 이런 건 아무리 렉스라도 감당할 수 없을 터.




"───── 렉스!!!"




 그리고. 검성의 오른팔, 검을 쥐고 있던 오른팔이 뒤에서 날아온 베기에 의해 양단된다.




 렉스의 눈이 크게 뜨이고, 렉스의 대검이 힘을 잃고 튕겨 나간다.




 무기를 잃은 인간 검사. 그 정면에는 몇 배의 체적을 가진 거구의 마족. 그리고 그 등 뒤에는 검을 든 한때의 나.






 ───── 죽음.






"아아아아아아아!"




 마검왕의 검이 내려쳐지고, 렉스가 양단된다. 아아, 큰일났다. 그건 심장을 궤도에 포착한 필살의 검놀림이다.




 죽는다. 내 라이벌이, 친구가, 목표가. 마왕도 아닌 그저 마족의 장에게 살해당한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때마침 구해낼 수 있었던 건 기적일까.




 마검왕의 검이 렉스의 어깨를 스치는 그 순간, 당황해서 달려든 내 검등이 칼날의 옆구리를 찌른다.




 그 결과, 약간 궤도가 어긋나. 렉스는 반신을 파내지면서도 치명상은 모면할 수 있었다.




"아아, 렉스를 죽이는 건 너가 아니라는 거군."




 그리고 뒤에서 엄청난 오한이 느껴진다.




 바람을 휘감은 마족이 냉철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쓰러져 가는 렉스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다.




"죽어라 렉스"




 빠르다. 무겁다. 한때의 나로서는 있을 수 없었던 속도와 중량감 있는 참격. 마치 렉스의 일격 같다.




 하지만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나는 렉스를 지켜야 한다.




 다름 아닌 자신의 검 궤적이다. 설령 등 뒤에서라도 ─────




"...... 뭣!"




 나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등에 소검을 돌리고, 오른팔로 쓰러져 가는 렉스를 껴안은 채 왼팔의 검으로 미끄러지듯 '바람베기'의 일격을 받아 냈다. 받아 내질 줄은 예상 못 했는지 가짜는 비틀거리며 몸의 중심을 잃고 경직된다.




"하? 이건 마치 내 검─────"


"렉스으으으으으!!!!"




 그리고 쓰러져 가는 의식 없는 친구를 나는 전력으로 카린 일행을 향해 걷어찼다.




 젠장, 너무 무겁다. 하지만 나는 양팔을 써서 적의 검을 피했다. 발을 써서 렉스를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




"앗!"




 다행히도 내 허약한 다리 힘으로도 밀쳐낼 수는 있었던 모양이다. 렉스는 작게 공중을 날며, 이쪽으로 달려오는 카린 일행을 향해 쓰러져 간다.




 이제 내가 뒤를 지키면 렉스는 안전─────








"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호쾌하게 날아간 작은 검. 그건 투척용으로 만들어진 검인 걸까.




"위험해!"




 투검술. 마검왕 녀석, 이런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었나.




 언제 던졌는지 모를 그 검은 엄청난 기세로 렉스를 향해 돌진하고,






"렉스 님!!!?"






 내 가장 소중한 친구의 심장을 꿰뚫었다. 꽂힌 기세 그대로 대지의 저편으로 렉스를 날려 버렸다.




 아아. 저렇게 멀리 날아가 버리면 회복술이 닿지 않는다. 렉스가 즉사하지 않았기를 빌 수밖에 없다.




"카린! 메이!"


"알고 있어!"



 회복술사에게 렉스를 쫓아가 달라고 한다. 하지만 렉스가 날아간 건 얼마나 먼 거리일까.




 애초에 저 정도의 충격을 심장에 받은 렉스가 살아있기는 한 걸까.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렉스가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쫓게 하겠느냐."




 투척을 끝낸 마검왕이, '바람베기'가. 도망치는 카린을 향해 맹렬히 달려든다.




 …… 그걸 막는 건 내 역할이다. 렉스가 즉사하지 않았다는 기적을 믿고 그 작은 승산을 위해 시간을 벌어내는 건 내 일이다.




 아니, 죽었을 리가 없다. 렉스잖아, 검성이잖아, 사상 최강의 남자잖아. 살아있는게 당연해, 카린만 제때 닿아준다면 분명, 한 팔이라도 곧바로 전선에 복귀할 거야.




 그러니까 나는 검을 들고, 마검왕과 바람베기의 앞을 가로막고. 도발하듯이 꼬물거리는 손가락을 휘어잡아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짓고.




"너희들의 상대는 이 나다."




 두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하아, 이 꼬마 계집애는 뭐야. 비켜, 렉스를 죽이는 건 나라고."


"어라? 나랑 싸우는 게 무서워? 후후."


"뭐라고 이 자식아! 너 같은 알 수 없는 꼬맹이한테 겁먹을 리가 없잖아!"


"…… 하아. 뭐, 어차피 죽었겠지…… 이 녀석을 죽이고 나서 쫓아가도 상관없겠지."




 카린이나 메이가 도망치는 방향을 가로막고, 두 마족을 노려본다. 한 발짝도 지나가게 두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마족에게 보여줬다.




"그렇게 시간도 걸리지 않을 거다. 이 녀석 실력으로는 몇 분 버티면 선전이겠지."


"제자라는건 대체 뭐냐고!"




 하지만.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해하고 있다.




 자신만만하게 검을 겨누고는 있지만. 눈앞에 선 나보다 훨씬 무겁고, 빠르고, 날카로운 적을 상대로 승산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뭐어, 렉스 따위를 상대로 죽은 척까지 해서 이긴 잡졸들이 이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하지만 말이야! 사실상 너희들의 패배잖아 패배자!"


"뭐라고 이 자식아! 취소해라 방금 그 말!"


"…… 하아. 이 남자는 강하긴 한데 도발에 휘말리기 쉬운 게 흠이군."




 …… 무섭다. 격분한 마족의 강철 같은 거구가 손쉽게 내 몸뚱이를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릴 폭력이 무섭다.




 어째서 지금까지 난 저렇게 자신만만했던 거지? 어째서 렉스나 저놈들 같은 괴물을 이길 수 있다고 의심 없이 믿었던 거지?




 아니 바보, 겁먹지 마. 나는 최강의 검사를 자칭하고 있었잖아. 그때의 자신감을 떠올려 봐.




 싸우기도 전에 다리를 떨면 어떡해.




"너무 시간 끌지 마라."


"순식간에 해치워 주마!"


"할 수 있다면 해 보시지!"








 ───── 아니, 그렇지.




 나는 죽어도 괜찮아. 그래, 이미 오래전에 나는 비참하게 살해당했어.




 여기 서 있는 건, 그저 목숨의 잔재일 뿐이야.




"……"




 친구.




 어릴 때부터 줄곧 함께 있었고.




 몇 번이고 도전하며 패하고.




 그런 나에게, 목표이자 동경이자 이상이었던 렉스.






 너에게 이기는 걸 포기해도, 도전하는 걸 그만둬도. 너의 친구인 건 절대 그만두지 않을 거야.




 ──── 여기서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아직 너를 친구라고 불러도 괜찮겠지 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