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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거기는, 왕도성의 중심지.




"불행해......"




 인적 없는 집무실의 구석에서, 핑크색의 곱슬기가 있는 머리카락를 흔들며. 눈물 어린 눈으로 주저앉은 그 소녀는, 조용히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다.




"항상 항상 불행의 제비뽑기를 뽑는 인생. 좋은 부분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고, 성과가 시시하고 싫어하는 일은 내 담당. 그건 철저히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좀 도가 지나친거 같네....."




 흐앙, 하고 눈물바다를 만들며, 소녀는 혼자서 조용히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눈을 돌리고 있는 그 눈앞에는, 책상 가득 쌓여있는 서류의 산이 초에 비추어지고 있었다.




"...... 일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너무 졸려, 배도 고파. 애써 요리사 씨가 만들어 준 야식도, 정신 차리고 보니 고양이에게 먹혀 버렸고."




 혼잣말로 불평하며, 그 소녀는 책상에 쓰러졌다. 꼬르륵, 하고 아무도 없는 집무실에 배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방의 구석에서는, 그녀의 반려묘가 기분 좋은 듯 동그랗게 말려 곤히 잠들어 있었다.




"마왕군, 인가...... 확실히 그것도 무섭지만, 2일 밤낮으로 해도 끝나지 않는 눈앞의 서류 양이 내겐 훨씬 더 무서워."




 잠시, 엎드려 머리를 쉰 후. 소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졸음을 떨치고 붓을 잡았다.




"아아. 그러고 보니 렉스 군이 곧 왕도에 온다고 했지. 그쪽도 준비해야 하고......, 하아."




 그리고 그녀는 눈앞의 산더미 같은 서류가 아니라, 새로운 백지를 꺼내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불행해......"




 배고픔을 참고, 눈물 어린 눈으로 불평을 토하면서.








































"크다...... 뭐야 이거."


"플라체는 왕도가 처음이구나."




 페디아 제국의 수도, 그 거리의 이름도 페디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왕도"라고 불리는, 왕이 사는 거리다.




 단애절벽의 큰 절벽을 등지고 세워진 이 거리는,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기 어려워 여유롭게 발전해 왔다.




"어서 오세요! 활기찬 갓 잡은 마물 고기가 들어왔어요!"


"저기 오빠! 오늘 밤은 사람 온기가 그리웠던 거 아냐?"


"부자 복권ー, 부자 복권ー! 당첨되면 그 자리에서 일확천금 50000G, 빨리 사는 게 이기는 거야! 누군가에게 당첨되기 전에 사지 않으면 다 팔려버릴 거야!"




 아직 성벽 밖이라는데도, 성문 근처의 길에는 노점상이 발 디딜 틈 없이 늘어서 있다. 그 규모는 이미, 나나 렉스의 거점의 마을의 상인가를 뛰어넘었다.




 보이는 대로, 사람, 사람, 사람. 제대로 손을 잡고 있지 않으면 미아가 되어 버릴 것만 같다.




"이 근처는, 성 아래 마을이라고 불리는 지역이에요. 정확히는 아직 왕도가 아니에요."


"대단하네. 이 안에 검이 강한 녀석은 몇 명이나 있을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게 그거냐. ...... 이 근처는 상인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강한 녀석은 없을 거야. 가게의 경비원 중에, 검을 익힌 녀석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럼 어디 가면 강한 녀석이 있어?"


"국군의 훈련소라든지, 거리의 도장이라든지. ...... 뭐, 관심 있으면 안내해 줄게. 의뢰의 내용을 듣고 나서라도 좋으면 말이지만."


"진짜?"




 인간이라는 생물은, 이렇게나 많이 있었구나.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시골뜨기였는지를 실감한다.




 아직 왕도 밖에서 이 모양이다. 도대체 안에는, 얼마나 사람이 있을까.




"오, 누나 여행자구나. 머나먼 왕도에 온 걸 환영해, 이 사과 필요해? 맛있어, 먹어 봐."


"음, 괜찮은거지?"


"아, 바보. 집어들지 마."




 불시에 갑자기 낯선 소년에게 과일을 건네받아, 나는 무심코 받아 버렸다. 그러자, 그 소년은 히죽 웃으며 그 과실에 새겨진 '값'을 가리켰다.




"...... 1000G야. 받으면 교섭 성립, 그런 룰."


"어라?"


"의심한다면, 병사 불러올까. 누나 얼굴은 기억했어, 지명수배 되고 싶지 않으면 돈을 내."


"어어어!?"


"이런 마을이에요, 이거는. 수업료네요 플라체 씨."


"그, 그런거야....?"




 도움을 구하듯 렉스를 보니, 저 녀석도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말로 내지 않으면 안 되는 모양이다. 젠장, 사과 하나치고는 터무니없는 값이지만 애매하게 낼 수 있는 액수라 더욱 열 받는다.




"고맙습니다~"


"...... 햐앗!?"




 으으으, 하고 웃는 얼굴로 달려가는 소년을 노려보고 있자니. 이번에는 메이가 갑자기 자신의 엉덩이를 가리고, 황당한 비명을 질렀다.




"왜 그래 메이?"


"...... 지금, 누군가 제 엉덩이 만졌어요?"


"아아, 치한 당한 거구나. 그런 불량배도 있겠지, 여기."


"뭐? 미안 메이, 내가 놓치다니... 빨리 시내로 들어가자."




 뭐라고? 귀여운 메이 양의 엉덩이를 만지다니 부러우면서도 가증스럽군. 어디의 누구야?




"라고 할까, 왕도 엄청 치안이 안 좋은 거 아냐?"


"왕도라기보다는, 성 아래 마을이 치안이 나쁜 거지만."


"역시 치안 나쁜 거구나, 여기."




 말해 보니, 썩 좋지 않은 무리들이 눈에 띄네 여기. 누구에게 시비 걸려도 이길 자신 있지만.




"왕도 내에 들어가려면 통행증이나 신분증이 필요해. 우리는 길드증이랑 국군의 의뢰서를 보여주면 되지만, 보통은 교회에서 발행하는 신분증을 보여주고 통행료를 내야 해."


"어쨌든 왕이 사는 이 나라의 수도니까, 수상한 녀석은 못 들어가게 하는 구조지."


"반대로 말하자면, 성 밖까지는 신분증명 없이도 있을 수 있어. 약간 사정이 있는 사람이 이 근처에 머무는 거야. 뭐, 좀 슬럼가 같은 거지."


"...... 우우, 내 엉덩이."




 눈물 어린 눈으로 엉덩이를 가리는 메이 양이 안타깝고 귀엽다. ...... 아니라, 이 이상 약한 메이 양을 이런 곳에 두고 있을 순 없어. 하루라도 빨리 이 곳을 떠나야만 해.





"그럼 빨리 가자 렉스. 우리는 여성이 많아, 너무 이곳에 오래 있어선 안 돼."


"그렇지. 카린이랑 메이는 안쪽으로 와, 바깥은 나랑 플라체로. 너는 치한에게 만져지기 전에 대처할 수 있겠지?"


"아아, 물론이지. 어떤 노련한 치한이라도, 화려하게 피해서 잡아 줄게."


"치한에겐 노련도 뭣도 없잖아."




 나는 렉스의 지시에 따라, 감싸듯이 두 사람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메이 양이나 카린에게 불쾌한 기분을 들게 하고 싶지 않아. 여기는, 내가 남자답게 지켜줘야 해.




"플, 플라체 씨."


"안심해 메이. 나는 이렇게 보여도 다른 사람의 기척에 민감하거든, 그렇게 쉽사리 만져지거나───"


"그게 아니라, 플라체 씨. ......그, 허리띠 어디에 뒀어요?"


"응? 허리띠?"




 하지만, 나와 손을 잡은 메이 양은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허리띠를 어디에 뒀냐고, 내 허리에 감고 있잖아. 몸에 걸친 의상이 없어질 리가────




 ...... 시선을 아래로 향하니, 자신의 하얀 속옷과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뭐야!? 내가 왜 벗고 있는거지!?"


"사, 상스러워! 플라체 씨 천!! 일단 무언가 천을 드릴 테니 속옷 가리세요!"


"거짓말!? 조금 전까지 입고 있었잖아, 언제 벗었지!?"




 어, 무슨 계기로 벗겨진 거야? 아니, 눈치채라 나.








"스하아. 스하아. 냄새 좋네."








 어디에 내 허리띠가 걸려 있지 않나 주위를 둘러보니.




 성 밖의 길가에 앉은 우리 바로 뒤의 늙은 거지가, 내 허리띠에 얼굴을 묻고 심호흡하고 있었다.




"치, 치한!?"


"우왓! 이 아저씨 뭐야!! 플라체 옷 돌려줘!"




 그, 그러니까. 설마 나는, 제대로 털렸다는 건가. 자신의 옷을 빼앗기고는 눈치채지도 못했다는 건가.




 불찰. 이 무슨 불찰이란 말인가.




"말도 안 돼...... 이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새에 옷을 도둑맞았다고......?"


"플라체 씨! 지금은 그런 거 좋으니까, 우두커니 서 있지 말고 어서 가리세요!!"




 어쨌든, 이 아저씨는 만만치 않아. 다행히 검은 빼앗기지 않고 허리에 찬 채로다.




 즉시 나는 임전 태세를 취했다. 살짝 허리를 굽혀 다리를 벌리고, 조용히 검의 자루에 손을 뻗었다.




"그 자세로 다리 벌리지 마 바보오!! 메이, 어서 플라체 옷을 가방에서 꺼내!!"


"네, 네에!"


"플라체도 물러나 있어! 내가 상대해 줄게, 아저씨는 어서 그거 돌려줘!"


"싫어어. ...... 후, 여자의 좋은 냄새네."




 뭐야 이 녀석, 틈이 없어.




 지금 내가 달려들어도, 맞출 수조차 없을거 같은데. 정말 누구지?




"이봐 '매의 눈'....... 너, 꽤 방심하고 있구나."


"응? 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철없는 짓 한 거야?"


"그렇고말고. 네가 제 컨디션이었다면 저기 이쁘장한 흑마도사 엉덩이 어루만진 순간, 내 손이 날아갔을 텐데. 이러니 얕보여도 당연하잖아."




 노인은 얼굴을 찡그리며 엉덩이를 주무르는 손놀림을 취했다. 메이의 엉덩이 만진 것도 이 녀석인가 이 자식.




"...... 누구야, 이 망할 늙은이."


"후후ー. 평범한 거지 에로 아저씨일 뿐이야?"




 그 영감은 렉스가 사납게 노려봐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즐거운 듯이 내 허리띠를 자신의 자루에 넣었다.




 이봐. 가지고 가지 마 내 옷.




"평범한 에로 아저씨한테서조차 동료를 지킬 수 없는 어리석은 검성이여. 좋은 걸 받은 답례로, 두 개 조언을 해 주지."


"아니, 필요 없는데. 내 옷 돌려줘."


"기억해 두라고 검성 렉스. 머지않아 너는 하나, 큰 과오를 범할 거다. 그 과오는, 너의 소중한 것을 잃을지도 모를 과오다. 절대 자신의 목적과 정말 소중한 것을, 착각하지 말라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너는 누구지?"


"두 번째 조언. 네가 찾는 것은 분명 가까이에 있어. 네가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야, 잘 찾아보라고."




 그렇게 말하고, 그 노인은 나를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 뭐야 이 영감,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어.




 혹시 미치광이 부류인 걸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이야? 나, 아마추어한테 검을 뽑고 싶진 않지만......, 플라체의 옷을 돌려주지 않고 도망칠 생각이라면, 다리의 힘줄 정도는 각오해 달라고."


"음음. 뭐야, 조금 전에 대금은 냈잖아. 술에 빠진 에로 아저씨로부터의, 고마운 충고."


"미친 에로 아저씨의 말에 가치 따위 있을 리 없잖아!! 됐으니까 돌려줘, 그렇지 않으면......앗!!"




 그대로 떠나려는 노인의 팔을 붙잡고, 사나운 미소를 짓는 렉스. 좀 짜증 난 것 같다.




 이 할아버지는 불쌍한 사람 같고, 너무 괴롭히진 말아 줘. 옷만 돌려받으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아아, 과연. 자. 좋은 냄새지, 너도 냄새 맡아보고 싶었던 거지?"


"뭣!?"




 팔을 붙잡힌 그 영감은, 잠시 생각한 후. 어디선가 꺼낸 새까만 천조각을, 렉스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대단해, 전혀 그 영감의 움직임이 안 보여. 무박자, 라고 하는 걸까? 무술의 오의 같은 움직임을 렉스를 놀리기 위해서만 사용하고 있어.




 그나저나, 저 천 뭐지. 내 허리띠가 아닌데. 누구 거야 저거.




"자자, 좀 젖 냄새 나지만 신선해서 좋잖아."


"으으으읏! 뭐 하는 거야 이 자식!"


"뭘 화내고 있어. 남자라면 기뻐해, 신성한 수녀의 팬티라고."


"...... 뭐?"




 그 영감의 말에 반응해, 돌아보니 카린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어, 설마.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자신의 허리에 손을 가져가고......, 그리고 눈에 눈물을 머금고 절규했다.




"잠, 잠깐만 기다려어! 왜, 그게, 렉스.... 냄새를 맡다니 바보오!!"


"냄새 좋지?"


"에엣...... 카린 씨 거였나요? 언제, 에에!?"


"말도 안 돼...... 이 내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니......?"


"플라체 씨도 지금은 그런 거 좋으니까!! 언제까지 노출하고 있는 거예요, 어서 가리세요!!"




아비규환.




 카린은 소리치며 그 영감을 향해 돌진하고, 휙휙 피하는 모습에 분노하고 있다. 메이 양과 나는 혼란스러워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렉스도 자신의 얼굴에 들이민 것이 카린의 팬티라는 걸 알고 뺨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움직이지 못했다.




"그럼, 내 조언 기억해 두라고 렉스. 일부러 차세대인 너를 위해 발걸음해 준 거야, 절대 방심하지 말라고."


"다시는 오지 마아! 우리 거 돌려줘어!"


"이건, 정당한 보수라고."




 이윽고. 그 장난기 어린 에로 영감은 인파에 섞여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겨진 건, 쓸데없이 이목을 끄는 노팬티 수녀와 하반신을 노출한 여자검사다.




"...... 뭐였을까."


"뭐였을까요."




 재빨리, 짐을 풀어 예비 허리띠를 건네준 메이 양에게 감사를 전하고. 이 나라의 최강 파티를 단 한 명으로 농락한 노인의, 에로한 미소를 상기했다.




"...... 적어도 저 노인, 만만치 않겠네. 진심은 아니라고 해도, 렉스의 얼굴에 팬티를 한 방 먹였으니까."


"네. 수녀복을 두른 카린 씨에게서 팬티를 훔치다니 보통 치한으로는 할 수 없어요."


"정말 있구나. 노련한 치한."


"있네요."


"우리 거 돌려줘어어어어! 이 늙은이이이!"




 이렇게 시골뜨기였던 우리 렉스 파티는, 벌써 도시의 환영 세례를 받았다.




 도시는 무서운 곳이다. 왕도에는 이매망량이 살고 있다.




 내 스승이 술을 마셨을 때, 그런 불평을 토로하던 걸 떠올렸다.


















"......"


"언제까지 굳어있냐, 렉스"




 그리고 여성의 속옷은 동정에게 자극이 강했던 모양이다. 렉스의 재기동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