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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렉스와 마주 선 마족의 장은 마검왕이라 불리는 마왕군 최강의 검사였다.




 마검왕은 마족 중에서도 매우 특이한 존재다. 왜냐하면 그는 마족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검'이라는 무기에 매료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계기는 사소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죽인 귀족이 갖고 있던 명검의 아름다움에 이끌렸을 뿐이었다.




 은백색으로 빛나는 요염한 칼날. 얼음처럼 차가운 잔혹한 검신. 그건 마치 예술품 같았다.




 귀족에게서 빼앗은 그 명검을 바라보는 동안 어느새 그는 자신도 이 아름다운 검으로 싸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검으로는 너무 작아서 자신의 체격에 어울리는 거대한 검을 직접 만들어 그 검을 무심히 휘둘러댔다.




 백 년. 그건 그가 검 단련에 쏟아부은 나날이었다.




"마족이 무기에 의지한다는 건 자신의 힘에 자신이 없다는 증거다."


"발톱이 있고 이빨이 있고 괴력이 있다면 마족에게 무기는 필요 없다."




 그게 마족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만드는 검은 부서지기 쉽다. 문화 수준이 높지 않은 마족 대장장이가 만드는 무기는 그들의 무기가 되는 육체보다 못하다.




 무기란 강인한 몸을 갖지 못한 인간이나 하급 마물의 궁여지책이다. 그게 마족에게 있어 '무기'의 인식이었다.




 그래서 극히 드물게 있는 노련한 대장장이 마족이 강력한 무기를 주조해도 마족은 흥미를 보이지 않거나 좋은 무기를 만든 대장장이를 죽인다.




 왜 대장장이가 죽임을 당하는 걸까? 그건 그들의 사고방식이 인간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무기군. 나 말고 쓰이면 골치 아프니까 지금 여기서 너를 죽여 버리지."




 그게 마족의 상식적인 감성이다.




 마족은 우수한 육체를 가진 반면 개인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마족끼리라도 주저 없이 죽여 버리는 것이다.




 절대적인 강자 마왕에게 복종할 때까지 마족은 동료를 동료로 여기지 않고 제멋대로 살아왔다.








 그래서 마검왕은 검에 매료되어 스스로 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무기로 삼아 계속 갈고닦았다.




"뭐야, 저 약해 보이는 마족은."




 검에 매료된 마족은 주위 모두에게 조롱당했다. 그가 시제품으로 만든 검의 1호는 칼날도 떨어져 나가고 금이 가고 곳곳이 뒤틀려 있었다.




 이 마물은 위협이 될 수 없다. 대장장이로서 죽일 가치도 없다.




 모두가 그를 약자로 여기고 내버려 뒀다.






























 백 년.




 마검왕은 무심히 검을 만들고 검을 휘둘렀다.




 아무도 없는 깊은 숲속에서 황폐한 오두막 안에 대장간 도구를 넣고 계속 검과 마주했다.




 그의 대장장이 솜씨는 몰라보게 늘어 인간의 명장이 만드는 검과 견줄 만한 검을 만들어냈다. 그의 검술은 오랜 수련으로 마족 중에 필적할 자가 없게 되었다.




 이윽고 '하나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실감한 그는 검을 겨룰 상대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검에 매료되어 검을 이해하고 검을 극한 경지까지 이끌었다. 그렇게 확신한 마검왕이 처음 만난 적.








 그가 후에 마왕이라 불리는 남자였다.










































"아하하하하! 대단해 대단해!"




 마검왕의 백 년은 검과 함께 했다.




 마검왕의 칼놀림은 빠르고 힘차며 정확하고 빈틈이 없었다. 그건 끝없는 연마의 끝에 이른 이상이라고도 할 만한 검법이었다.




"이 자식 나랑 제대로 맞서고 있어! 아하하하!"




 ...하지만 슬프게도 그 마족이 바친 백 년은 렉스의 20년도 안 되는 짧은 인생에 미치지 못했다.




 선수를 둘 수 없다. 자신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능숙하게 대응하는 렉스라는 검사. 그건 검을 마음의 기둥으로 삼았던 그에게 얼마나 큰 악몽이었을까.




 마검왕은 제대로 공격도 못 한 채 방어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진심을 드러낸 검성과 제대로 겨루고 있다는 게 그의 백 년 공력의 성과였다. 그의 백 년은 렉스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만 존재했던 것 같다.






 마검왕의 얼굴이 증오로 일그러진다. 그에게는 렉스라는 존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검성에 대한 이야기는 부하로 삼은 인족 검사에게 자주 들었었다.




'빈틈이 없고 빠르며 방어마저 베어버리는 강검의 검사. 상대하기 힘든 남자지.'


'하지만 내 쪽이 더 강해. 가끔 이기기도 했고.'


'그리고 난 더 멋지고 잘생기고 강해.'




 뭐 그런 요령 없는 설명이긴 했지만 말이다.




 마검왕은 그 정보로 렉스를 인족 중에서도 뛰어난 검사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아무리 인족으로서 강검이라 해도 마족인 자신에게는 당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마검왕은 남자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렉스를 얕잡아보고 있었다.




"이렇게 강한 마족은 처음이야! 하지만 너 말야, 누구에게 이기고 싶어서 검을 휘둘렀던 건 아니지?"




 공격하는 것은 언제나 렉스.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은 마검왕.




 어느 쪽이 우세한지는 불의 기세를 보면 알 수 있다.




"너의 검은 그저 우직하게 계속 검만 휘둘러댄 녀석의 검법이야! 투명하고 보는 이를 현혹하는 아름다움은 있어도 맛은 없어!"




 마검왕은 그 말에 동요해 조금 수비 각도를 잘못 잡았다. 그의 자랑스러운 명검에 작은 금이 간다.




"너는 검사와 대전 경험도 적어! 반사 신경과 검법의 예리함으로 얼버무리고 있지만 제대로 전략을 세우지 않았겠지!?"




 그것은 지도인가?




 렉스는 거만한 태도로 백 년간 연마를 쌓은 마족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그리고 작은 검의 금에 정신이 팔린 마검왕은 잡고 있던 검의 자루를 발로 차 올려지고,




 무기를 잃고 멍하니 서 있는 사이 렉스에게 검을 겨눠졌다.




"아하하하! 승부 끝!"








 그건 명백한 결착이었다.




 마왕 밑에서 백 년에 걸친 연마를 마음껏 펼치려 의기양양하게 출정한 마검왕.




 그의 염원의 첫 진은 참패였다.














"아, 렉스가 이겼네. 슬슬 울음 그치고 플라체. 얼굴 들킬라."


"...응"


"굉, 굉장한 걸 봤어요."




 이게 바로 렉스. 이것이 검성.




 역사상 최강, 검의 화신. '무적'의 검사 렉스.




"...강하구나. 뭐랄까 정말 괴물 같아."


"저, 저기. 아까부터 왜 그러는 거야 플라체는. 왜 엉엉 울고 있는 거야?"


"가만히 내버려 두세요. ...저도 플라체 씨 마음은 잘 알거든요."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고 있는 내 등을 메이가 다정히 쓰다듬어 준다.




 ...... 메이는 내 마음을 이해해 준 모양이다. 이 멀어진 듯한 절망감을.




"무슨 말이야?"


"글쎄요, 카린 씨. 몇 년 전 일인데 집에서는 클라리스가 늘 날 아이 취급했어요. 그래서 클라리스가 잘하는 마법으로 이겨서 한 방 먹이겠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때가 있었죠."


"흐음, 그랬구나."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클라리스 한테 이길 리 없는데 헛된 노력만 거듭했어요. 무작정 마법만 공부했지만 독학으로 해서인지 도리어 비효율적으로 됐고요. 결과적으로 저는 제대로 마법을 익히지도 못하고 가출해 버렸습니다."


"..."


"제가 습득한 혼신의 힘을 다한 마법도 클라리스에게는 전부 애들 장난이에요. 바보 같고 억울해서."




 ...그렇구나. 메이 양은 태어날 때부터 '인지를 초월한 천재' 밑에서 살아왔구나. 나 같은 것보다 훨씬 더 괴로웠겠네.




"뭐, 뭐 그렇게 풀이 죽지 마 플라체. 렉스는 이런저런 면에서 이상한 거야."


"맞아요. 카린 씨 말대로 단념하면 편해질 거예요."


"...미안, 고마워."




 단념해야 한다.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건 굴욕적이고 내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한 것 같은 상실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깨달아야 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노력했다고 해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클라리스는 어릴 때부터 괴상했어요. 3살 때는 벌써 마법을 익혔고 5살 쯤 되니까 마술 선생님이 가르칠 게 없어졌죠. 거기서부터 계속 자기 수양만 쌓아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마도의 경지에 이르러 버렸어요."


"이야기 들어보면 클라리스도 망가졌구만, 역시."


"그런 인외의 존재와 겨루면 안 돼요. 목표를 높게 잡는다고 하면 좋게 들리지만 분수에 맞지 않는 무리는 몸만 상하게 만들어요."


"...그래."




 그걸 메이는 훨씬 전부터 깨달았던 거다. 나는 깨닫는 게 늦어져 버렸다.




 아아, 내 인생은 뭐였을까.




"렉스나 클라리스는 보통 사람이 당해낼 존재가 아니야."


"그 두 사람은 존재 자체가 다르지."


"역사상 최강."




 그걸 내가 인정해야 하는 걸까.










































 ───── 그 때. 전장에 생긴 작은 이변을 미노는 눈치챘다.




"...이상해. 이상해."




 전장은 유동적이다. 절대적으로 보였던 예측도 쉽게 뒤틀리고 무너진다.




 미노는 자신의 작전이 소리를 내며 붕괴되는 기척을 민첩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이상해, 왜. 거짓말이지? 설마 이건..."




 그녀는 대장군이다. 그녀의 책무는 마왕군을 물리치고 인족을 승리로 이끄는 것. 그러기 위해 그녀는 지금으로선 최선의 포진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노는 인간이다. 아무리 우수한 두뇌라 해도 모든 걸 꿰뚫어 볼 순 없다.




"미노 장군. ...마침내 도망쳐 오는 마족이 없어졌습니다."


"왜, 어째서 숲으로 도망쳐 오지 않는 거지. 여기 말고는 안전한 도피처가 없을 텐데."


"..."




 그건 미노 자신의 자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가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명철한 두뇌로도 이해할 수 없는 마술을 쓰는 클라리스를 인지를 초월한 괴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노는 '클라리스와 렉스는 적을 이긴다'는 전제로 작전을 짰던 것이다.




"그럼 설마 북동 요새는─────"








































 그리고 전장에 바람이 분다.




 그건 마치 개울가의 물소리처럼 부드럽고 평온한 바람이었다. 마족이 도망쳐 오지 않게 된 전장, 마검왕이 렉스에게 패배해 땅에 엎드려 있는 그곳에 그 바람은 불고 있었다.




"...... 응?"




 오랜만의 뜨거운 대결에 만족하고 마검왕의 검술을 아쉬워하면서도 그 목을 베기 위해 검을 겨눈 렉스는,




 그 자신에게 휘감기는 듯한 바람을 엄청난 반응으로 감지했다.














"─────아아, 역시 이기겠지, 너는."




 그 바람은 렉스의 뒤에 있었다.




 렉스가 그것을 눈치챘을 때는 바람이 웃으면서 렉스의 등 뒤에서 검을 휘두르는 중이었다.




"윽! 젠장!?"




 완벽한 기습. 하지만 렉스의 반응이 제때 나왔다.




 바람처럼 기척도 없이 나타난 그 검사의 칼놀림은 반쯤 무의식적으로 몸을 비튼 검성에 의해 멋지게 피해졌다.




 하지만 공격을 피해진 검사에게 동요는 없었다. 마치 어차피 피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아."


"오랜만이네... 렉스."




 그리고 렉스는, 플라체는 마검왕을 구하려 끼어든 검사를 직시한다.








"지옥 밑바닥에서, 죽이러 왔어."




 바람베기.




 어디를 베어도 맞출 수 없고 바람을 상대로 휘두르는 것 같다고 평가받은 유명한 검사. 렉스가 없었다면 검성의 이름을 내걸었을지도 모를 남자.




 그 렉스에게 누구보다 만나고 싶었던 존재가─────




"자, 선물이다. 렉스, 마음에 들어?"














 금발을 휘날리며 어린 소녀의 머리를 렉스에게 던져 버렸다.




"...... 뭐?"




 그건 며칠 전에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역사상 최고의 마법사로 이름 높은, 렉스에게 친구이자 동료의 언니이기도 했던 소중한 소녀였다.




"렉스, 이 꼬마 보이지?


"이, 이 자식..."


"렉스. 이 모습이 한 시간 후 너의 모습이다. ...자, 검을 겨눠라."




 금발에 쾌활한 소녀의 변해버린 모습. 눈을 부릅뜨고 비틀어 웃는 타락한 검객.




 그건 렉스의 승리의 여운 따위는 날려 버릴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언니?"




 흑마도사 소녀의 멍한 목소리가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