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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마족은 강철 갑옷을 두른 거대한 체구의 마족이었다.




 키는 나나 렉스의 2배쯤 될까.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다룰 수 없는 거대한 검을 지니고 있고, 풀페이스 아머 안쪽에서 불길한 눈빛이 엿보인다. 그의 몸에 두른 방어구의 오래됨과 상처에서는 확실히 강자임을 느끼게 하는 오라가 풍겼다.




 그리고 저 자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선수를 취하려고 거침없이 돌진한 렉스에게, 거대한 마족은 딱 맞는 타이밍에 거대한 검을 "베어 냈다".




"검사였군 너!"




 그 일격은 멜로 같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얕은 검술이 아니다. 틀림없이 고도로 검술을 닦은 자의 검이다.




 곧게 투명할 정도로 깨끗하고 순수한 강검이다.




 ──── 렉스도 결국은 인간이다. 검성으로 불리고 인간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근접전 명수지만, 물리적으로 자신의 몇 배나 되는 거구의 마족을 힘으로 당해낼 수는 없다.




 인간과 마족은 몸의 구조가 다르다. 과감하게 베어 들어간 렉스는 기세 그대로 적의 검 반격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그리고.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겨루기 시작했다.




"!!"


"...대단하군, 꽤나 파워가 있어 이 녀석."




 으득으득, 서로 검을 떨며 렉스와 마족은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양쪽 모두 한 걸음도 물러설 기색이 없다. 역시 마족의 대장급이다. 근력으로는 저 괴물 렉스와 맞먹는 모양이다.




 진심으로 검을 밀어붙이는 렉스를 보는 건 처음이다. 설마 저 렉스와 정면으로 힘겨루기를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니.




 저 마족도 소위 "괴물"로 분류되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 이상하잖아. 체격상 호각은 이상하잖아."




 꽤나 뒤쪽에서 미노가 뭐라 중얼거리고 있지만 무시하자.




"너가, 렉스, 인가!"


"우오오오오!"




 아무래도 재정비를 취하는 것 같다. 마족과 렉스는 서로 검을 튕겨내고 뒤로 점프해 다시 구세를 취하고 맞섰다.




 렉스는 허리를 낮게 유지하고 날을 하늘로 향해 턱에서부터 올려베는 자세. 적은 렉스를 꿰뚫을 듯이 곧게 2미터는 될 대검을 한 손으로 겨누고 있다.




"핫!"




 포효와 함께 번뜩, 렉스는 허리를 비틀며 빙글 한 바퀴 돌았다. 검성은 둥근 궤적으로 마족에게 다가가 아래에서 올려 꿰뚫는 베기를 마족에게 날렸다. 저 베는 방식은 렉스가 특기로 하는 강철마저 베어버리는 참격이다.




 자저건 섣불리 받으면 검과 함께 양단될, 상당히 골치 아픈 기술이다. 조금 동작이 화려해서 알고 있거나 눈치채면 피할 수 있지만.




"흠!"




 ...역시 상대도 검사다. 마족은 그 참격을 받아선 안 될 기술이라 직감한 듯 자세를 무너뜨리면서도 체구를 비틀어 검을 피했다. 살짝 스쳤는지 저 자의 갑옷 일부에 깊은 베임이 생겼다.




 하지만 크게 휘두른 공격을 빗맞춘 렉스의 틈은 컸다. 검을 올려 베어버린 찰나를 숨기고 자세를 취하려는 렉스의 목에, 몸을 비튼 기세 그대로 저 마족의 "검으로는 튕겨낼 수 없는 찌르기"가 날아든다.




 ──── 찌르기.




 목이라는 한 점을 향해 곧게 정확히 돌진하는 점의 공격. 기술 직후라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선의 방어인 검으로는 절대 튕겨낼 수 없는 그 돌격은 ─




"큭!"




 렉스의 이빨에 잡혀 칼날은 렉스의 목에 닿지 않았다. 그리고 찔린 기세를 이용해 검을 물어 막은 렉스는 다시 크게 뒤로 점프했다.




"...퉤."


"..."



 굉, 굉장해.




 단 한순간이었지만 마족 장수의 엄청남을 잘 알 수 있는 격돌이었다. 저 렉스에게 이빨을 쓰게 하다니 평범한 놈은 아니야. 그냥 마족의 장수쯤으로 얕잡아봤는데 이건 위험한 적이 나타난 거다.




 렉스에게 손대지 말라고 들었지만 틈을 봐서 나도 도와주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저 렉스라도 만일의 사태가 있을 거야.






"아니, 이빨은 이상하잖아. 왜 안 부러지는 거야. 이거 전체적으로 렉스 군이 이상하잖아."






 멀리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신경 쓰지 말자.




"그렇군, 꽤나 하는데 마족 주제에. 나랑 제대로 겨룰 수 있다니 기대 이상이야."


"...소문으로는 들었다. 너가 검성 렉스, 인간에서 보기 어려운 강검의 사용자라고."


"가하하하! 그런가, 나의 이름이 마족에게까지 퍼졌나!"




 렉스는 무척 기쁜 듯이 적을 응시하고 있다. ...렉스랑 제대로 된 '승부'가 되는 적이 드물겠지.




 흥, 흥. 뭐, 상관없지만. 렉스가 누구랑 진검승부를 하든 신경 안 쓰지만. 너가 질 것 같으면 일대일에 연연하지 않고 나도 끼어들 거니까.




"맘에 들었어. 마족, 너한테는 특별히 '진심'으로 싸워주지."


"...싸움에서 손을 놓는 등의 선택지가 있는 건가?"




 좋아, 그럼 끼어들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렉스와 나란히 싸우는 연습도 해뒀어야 했는데. 그런 걸 생각하며 몰래 검을 쥐고 있던 나는 ─




"나에겐 있지. 아니, 나는 항상 손을 놓아 왔어. 그야말로 ─"




 직후, 렉스의 뒷모습에 얼어붙었다.




 검성은 호전적인 미소를 띠고 소름 끼칠 정도의 검기를 흩뿌리며 대검을 하늘로 치켜들고 상단으로 겨눈다. 렉스의 머리카락은 곤두서고 타오르는 듯한 투지로 빛나며 온몸의 근육이 부풀어 오른다.




 이러면 어느 쪽이 마족인지 모르겠다. 렉스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마검왕이라 불렸던 남자와는 비교도 안 된다.




"난 너무 강해서 말이야. 제대로 싸울 만한 상대가 지금까지 한 명밖에 없었거든."




 찌릿찌릿, 하고. 렉스의 뒤에 서 있는 나조차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위압감.




 저 상태의 렉스와 정면으로 맞선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중압감일까.




"너는 나의 '적'이 될 만할까?"




 쏟아지는 식은땀에 검 손잡이가 미끄러진다. 그리고 깨닫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깨닫고 만다.




"...검귀?"


"...오늘은 절대 지지 않을 거다!"




 아아, 저 놈. 설마 거짓말이지.




 ......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구나.




 내가 플라체가 되어서 저 자와 겨루던 동안. 내가 필사적으로 렉스를 이기려 발버둥 치며 검술 연습을 하던 그 시간. 저 놈은 계속 계속 손을 놓고 싸우고 있었어.




 내가 다치지 않도록 신경 써서 수를 조절하고 베어 들어온 거야.






"──── 벤다"






 렉스의 그 베기는 간신히 눈으로 쫓아갈 수 있었다.




 검성의 위압감에 멍해져 있던 그 마족도 반쯤 무의식적으로 렉스의 검을 받아내려 무기를 맞대었다.




 검과 검이 부딪혀 불꽃을 튀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빨 겨루기 같은 건 없다.




 왜냐하면, 이번 렉스의 일격은 상대의 검과 함께 마족을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오오! 지금 내 검을 받아넘겼나!"


"...!"


"대단한 마족이군! 넌 확실히 일류 검사다!"




 렉스는 자신의 진심 어린 움직임에 반응해준 마족에게 마음 깊이 찬사를 보냈다. 그건 결코 도발하거나 선동할 목적이 아니다.




 신체 능력이 모든 면에서 우월한 마족이라도 자신을 따라올 수 있는 검사의 존재에 감탄한 것이다.




 나조차 눈으로 쫓아가는 게 고작이었던 렉스의 진심 어린 검. 초보인 메이나 카린으로서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조차 이해 못했을 거다.




 역시 실력이 다르다. 속도도, 무게도, 예리함도. 모든 것이 저 마족보다 렉스가 한 수 위다.




"...있지. 렉스 뒤에서 우리가 대기하고 있을 필요 있나 이거? 우리 리더 순간이동했잖아 지금."


"아니. 저 녀석... 저 녀석의 진심은 이렇게 엄청났던 건가...."


"문제는 저것에 이기고 있던 존재도 있다는 겁니다. 렉스 님의 친우분은 대체 누구신 거예요? 당신의 스승이지 않나요 플라체 씨."


"아니, 나한테 물어봐도..."




 그만해 메이. 나를 저런 괴물의 동료로 취급하지 마.




 ...거짓말이지. 저 자식, 진심 내면 저렇게 빠른 거야? 그럼 저 멜로를 순식간에 쓰러뜨릴 수 밖에 없지. 그냥 멜로보다 빠른 거잖아.




 뭐든지. 그 어떤 검사를 상대해도. 렉스가 뒤처지는 부분이 있긴 한 걸까?




 멀다. 내가 목표로 하는 검의 정상은 저렇게 ────






"하지만 네가 얼마나 강해도. 나는 그 녀석 말고는 지지 않아!"






 강검의 번뜩임. 렉스의 신속한 베기는 용서 없이 마족 장수를 몰아붙인다.




"크읏!"


"허술해! 그 녀석의 검은 이 정도는 쉽게 피한다고!"




 ... 과연 내가 지금의 렉스의 검을 받아낼 수 있을까? 저기에 있는 건 평소 연습할 때의 렉스와는 다른 명백히 인지를 초월한 싸움의 화신이다.




 자신의 몇 배나 되는 질량의 상대를 단 한 번의 검으로 나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상대를, 정면에서 베어 실력 차이로 압도한다. 그건 마치 옛날이야기의 영웅담 같다.




"나는 더 강해진다! 저 녀석에게 절대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건 막을 수 없다.




 렉스는 바보같이 실력을 키워왔던 거다. 나와 헤어진 후에도 나를 가상의 적으로. 자신과 함께 강해져 가는 나의 환영을 언제든 쓰러뜨릴 수 있도록.




"... 저 마족, 렉스 님과 겨룰 수 있어서 좀 놀랐는데. 역시 괜찮아 보이네요."


"응, 이대로는 렉스는 지지 않아. 저 마족도 충분히 괴물이지만 상대가 렉스라서 너무 불리해."


"우리 리더, 너무 든든해서 기가 막히네."




 .... 찌릿, 하고 뭔가가 내 가슴을 찌른다.




 뭐지, 지금 이 감정은. 렉스가 적장을 압도하고 인간족이 마족에게 압도적으로 우위인 이 상황에서.




 왜 내 가슴이 아픈 걸까?




"렉스 님을 이길 존재 같은 건 없어요. 그걸 다시 한번 실감했네요."


"저 남자는 진짜 영웅이라는 거구나. 이기는 걸 하늘에 정해진 타고난 승리자."




 단련된 렉스의 이차원적인 움직임. 대응하지 못하고 점점 몰리는 마족의 장수.




 진심으로 검을 휘둘러 즐겁게 웃는 렉스는... 한때 내가 바라보던 라이벌의 얼굴이었다.












"... 어, 플라체. 왜 울고 있는 거야."


"..."








 즐거워 보인다. 렉스는 진심으로 승부할 수 있어서 마음속으로 기뻐하는 것 같다.




 나는 한때 저 렉스 앞에 서 있었을 텐데.






"이렇게 ...... 멀어졌구나."






 지금은 전쟁 중. 전장 한가운데, 적군 장수의 눈앞.




 그런데도 나는 주변을 경계할 겨를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내가 정말 렉스에게 이길 수 있을까?




 ──── 지금까지의 렉스는 나에 맞춰 천천히 베고 있었던 건가?




 ──── 진짜 천재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스스로를 계속 높여나간다면 실력은 뒤처질 뿐 결코 따라잡을 수 없지 않을까?








 눈물이 솟구쳐 오르고, 멈추지 않는다.




 싫다. 내가 포기하면 이제는 진짜로 렉스에게 덤빌 상대는 없어진다.




 렉스가 진짜 무적이 되어 버린다. '적이 없는' 진정한 의미의 무적.




 그건 렉스를. 진정으로 고독에 몰아넣는 일이 된다.




 그런데도. 그건 알고 있는데도.








"... 무리잖아, 이건."




 그때 마음속 어딘가에서 나는 깨달아 버렸다. 뚝, 하고 마음속의 중요한 무언가가 부러져 버렸다.




 이제 나는 렉스를 이길 수 없다.




 렉스는 ──── 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