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붕아! 좋아해! 나랑 사귀어 줘!”


“...어?”


갑자기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고백을 받아버린 회붕이는

어안이 벙벙해서 멍한 표정으로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이건 무슨 장난이야?”


자신같이 조용히 사는 사람에게, 누군가가 고백을 할 리 없다.

더욱이 그게 부잣집 딸로 유명한 회순이라면.


“자, 장난 아니야!”


회순이는 회붕이의 대답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대답했다.

회붕이가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친구들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장난은 아닌 모양이었다.


“저, 진짜 나로 괜찮아?”


“김빠지게 그러지 마. 이 순간이 되기까지 내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회붕이는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면서 한 번 더 회순이의 모습을 보았다.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발랄한 회순이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나름 인기가 있었다.

회붕이 또한 회순이에게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회순이가 먼저 고백을 해 주었으니, 행복 그 이외의 무엇도 아니었다.


“그,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할게...”


회붕이의 패기없는 대답에 회순이가 ‘풉’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무슨 대답이 그래. 내가 지금껏 고민한 게 바보 같아 보이잖아. 아무튼, 우리 오늘부터 1일이야~”


회붕이와 회순이의 연인관계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회붕이는 명문고에 장학생으로 들어올 만큼이나 머리가 좋은 학생이다.

정확히는 장학생으로밖에 들어올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회붕이는,

항상 가난한 삶에게 주어지는 설움 속에서 자라 왔다.

부모님께서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셨지만,

다른 학생보다 못해본 것도 많고, 못 먹어본 것도 많았다.


그래도 회붕이는 불평하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안 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못 해주신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아버지께서 지금도 뼈가 빠지게 일하시고 계신 것을,

어머니께서 밤마다 남몰래 회붕이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계신 것을,

회붕이는 항상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붕이의 목표는 그것이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부모님께 걱정 끼쳐드리지 않고,

빠르게 독립해서 부모님의 부담을 줄여 드리는 것.

그리고 명문고에 입학한 것은, 목표를 위한 첫걸음이었다.


사실 회붕이는 명문고에 갈 형편은 안 된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서는 부모님의 부담을 줄여드리기는커녕

힘만 더 들게 만들고 말 것이다.


그래서 회붕이는 열심히 공부하여 장학생으로 명문고에 입학하고

지금껏 학교를 다니는 동안 상위권을 유지하여 

장학금만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을 성공해 낸 것이었다.


그렇게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에 반한 회순이가 회붕이에게 고백했고,

어느새 둘은 연인 관계가 되어 있었다.

다만 가난한 회붕이는 회순이와의 연인관계가 약간 부담이 되기도 했다.


“회붕아, 오늘도 또 알바야?”


“아, 미안해... 얼마 안 있으면 부모님 생신이어서...”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에 반한 거니까. 대신에 다음에는 꼭 데이트 하는 거다?”


“응, 내가 꼭 시간 내 볼게.”


매번 알바도 하고, 시험공부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느라,

회붕이는 시간을 잘 내지 못했다.

그래도 회붕이는 시간을 아껴가면서 회순이와 보내려고 노력했고,

회순이는 그런 회붕이의 노력하는 모습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회붕이와 회순이가 사귄 지 몇 달이 지난 때였다.

회순이는 산책 겸 길을 걷다가, 한 음식점 앞에서 회붕이를 발견했다.


“어? 회붕아, 여긴 어쩐 일이야?”


“응? 회순이구나? 우리 이런데서도 만나네. 역시 운명인가?”


“아이 참, 농담도. 음식점 들어가게?”


“응. 오랜만에 외식을 한번 할까 해서.”


회순이는 회붕이가 돈을 아낀다고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회붕이가 외식을 한다는 소리에 놀라서 되물었다.


“네가 외식을? 그렇게 맛있는 거야?”


“아냐, 별 건 없어... 그냥 조금 비싸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이야. 너는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서 굳이 이야기하지는 않았는데...”


“뭐어? 그런 게 어딨어~ 모름지기 연인 사이는 서로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함께 즐기며 사는 거라고. 자, 들어가자. 회붕이 추천 음식을 한 번 먹어볼까?”


“앗, 잠깐만, 회순아! 조금만 천천히!”


회붕이는 회순이에게 이끌려 음식점 안으로 들어섰다.

음식점 안에는 몇몇 사람들이 벌써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래서, 회붕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뭐야? 빨리 먹어보고 싶어.”


“아, 또 말하려니까 조금 쑥스럽네. 아주머니, 여기 물회 두 개만 주세요!”


“네, 주문 받았습니다. 여기 물회 두 접시!”


회순이는 메뉴판에서 회붕이가 시킨 물회를 확인했다.

회붕이는 조금 비싸다고 이야기했지만, 

회순이에게는 얼마 되지도 않는 가격이었다.

그래도 회순이는 조용히 메뉴판을 내려놓으면서 물회를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고, 두 명 앞으로 두 접시의 물회가 나왔다.

물회가 나오자마자, 회붕이는 눈을 빛내면서 맛있게 한 젓갈을 뜨기 시작했다.

회순이도 그런 회붕이의 모습을 보면서 물회를 입에 넣었다.


“응... 생각보다 맛있네?”


“그렇지? 별거 없기는 해도 맛 하나만큼은 끝내준다니까!”


“자주 와서 먹어?”


“한 달에 한 번 정도? 돈에 여유가 있을 때면 한 번씩 들려.”


회붕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행복한 표정으로 물회를 먹고 있었다.

회순이는 물회가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회붕이가 맛있게 먹는 표정만 가지고도 충분히 물회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후우, 잘 먹었다~”


“배불러~”


회붕이와 회순이는 싹싹 비운 그릇을 앞에 두고 만족한 듯 이야기했다.

물회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느긋하게 그릇을 바라보고 있는 회붕이에게

회순이가 말했다.


“다음에 물회 먹으러 갈 일 있으면 나도 불러줘.”


“그렇게 맛있었어?”


“맛도 있었지만, 네가 행복하게 먹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또 보고 싶어.”


“그렇게 말하면 좀 쑥스러운데. 하지만, 나도 회순이의 얼굴을 보는 동안 행복했으니까. 다음에 먹을 때는 먼저 부를게.”


회붕이와 회순이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미소지으면서 끊임없이 말을 나눴다.

두 사람의 표정 가운데서는 행복이 묻어나는 듯 했다.




“회붕아...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하지 않니...?”


“엄마, 너무 그러지 마세요. 요즘은 대학 안 가고도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시대에요.”


회붕이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부모님을 열심히 위로했다.

물론 회붕이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장학금을 받으면서도 대학을 다닐 수 있다.

다만, 대학을 다니는 4년간, 회붕이의 교과서비, 생활비, 교통비 등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부모님께 더 부담이 될 것은 분명했다.


“이만큼 키워주셨으니까, 이제 제가 제 힘으로 살아 볼게요. 계획은 다 잡아 두었어요.”


“네가 그렇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만... 언제든지 힘들면 돌아오렴.”


아버지는 회붕이를 보면서 근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

회붕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었다.

이걸로 조금이나마 부모님께서 편하게 사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회붕아, 집 구했다면서? 놀러가도 돼?”


“집에? 아직 정리가 다 안 됐는데?”


“그래? 그럼 나도 가서 정리 도와줄게.”


“아냐, 내가 너한테 어떻게 그런 일을 시켜.”


“또 그런다. 여자친구한테 너무 튕기는 거 아니야, 너.”


한사코 말리는 회붕이에게, 회순이는 막무가내로 집에 초대해달라고 말했다.

결국 회붕이는 못 이기는 척 회순이를 데리고 집에 갈 수밖에 없었다.

회붕이가 데려간 집은, 작은 원룸이었다.


“우와, 아기자기하다. 나 이런 집은 처음 와 봐.”


“누워 잘 수만 있으면 되니까. 한두 명 살기에는 그리 좁지도 않고 말이야.”


회붕이는 주섬주섬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회순이도 옆에서 몇몇가지를 도우려고 움직였지만,

회붕이가 앉아 있어도 된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기에

결국에는 가만히 앉아서 회붕이를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회순이는 그런 분주한 회붕이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아, 맞다. 회붕아. 오늘 어디 갈 일 있어?”


“응? 오늘? 아르바이트는 내일부터니까, 오늘은 별 일 없어.”


“그래? 사실 말이야, 너한테 줄 게 있는데...”


짐정리를 마친 회붕이는, 우물쭈물하는 회순이를 보면서

도대체 뭐기에 저렇게 시간을 끄는가 생각했다.


“뭔데 그렇게 뜸들여? 그렇게 좋은 거야?”


“조, 좋은 거였으면 좋겠지만...”


“난 회순이가 주는 거라면 어떤 거라도 좋아.”


“그래? 그러면...”


회순이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더니,

각오가 되었다는 듯이 무언가를 꺼내서 회붕이 손에 쥐어주었다.


“이건... 어...?”


회순이가 손에 쥐어준 것을 본 회붕이는 얼어붙었다.

하지만 회순이는 그런 회붕이를 보면서 새빨간 얼굴로 쿡쿡 웃었다.


“이제 우리도 성인이잖아. 어때, 내 서프라이즈 선물? 마음에 들었어?”


“어... 어...”


포장된 콘돔을 보면서 아직도 멍하니 있는 회붕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리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괜찮은 거야?”


“김빠지게 그러지 마. 내가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데.”


마치 고백 때를 떠올리게 하는 대화. 

그러나 회순이에게 한 가지 오산이 있었다면,

회붕이가 상상 이상으로 크게 성장했다는 것이었다.


“그래? 그럼 허락도 받았겠다. 가자!”


“어, 잠깐만 회붕아! 지금 당장...? 꺗!”


회순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회붕이에게 안기면서 바동거렸다.

하지만 회붕이는 그런 회순이를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편안히 있어. 상냥하게 해줄 테니까. 자, 가까이 와.”


회붕이는 회순이를 끌어안은 채로 살며시 키스를 했다.

회붕이의 진한 키스를 받은 회순이는, 어질어질한 정신으로 회붕이를 보았다.

이전과는 달라진 회붕이의 늠름한 모습에, 회순이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자, 잘 부탁드릴게요...”


젖은 눈으로 맥없이 회붕이만을 바라보는 회순이를 보면서,

회붕이는 상냥하게 회순이를 감싸안았다.




회붕이와 회순이의 첫날밤이 지난 지 삼 개월쯤 지난 때였다.

하루는 회순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회붕이의 집을 찾아왔다.


“어? 회순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회붕아... 으아앙...!”


회순이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듯 회붕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회붕이를 부여잡고 울기 시작했다.

회붕이는 이게 어찌된 일인지 영문도 모른 채 회순이를 끌어안고 달랬다.

그러나 회순이는 울음을 그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하염없이 울었다.


“회순아, 무슨 일이야. 천천히 이야기해 봐. 응?”


“회붕아... 나... 임신이래... 어떡해...”


회순이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띄엄띄엄 내뱉은 말에

회붕이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한 기분이 들었다.

놀란 회붕이는 다급하게 회순이에게 물었다.


“회순아,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임신이라니!”


“벌써... 삼 개월이래...”


“...뭐?”


회붕이가 복잡한 심경으로 회순이의 울음을 달래면서

차근차근히 들은 말은 이러했다.


몇 달 전 편의점에서 산 콘돔이 불량이었던 일.

관계 이후 질혈을 생리로 착각하여 한동안 임신 사실을 몰랐던 일.

최근에 입맛이 없어서 병원을 찾았다가 임신 사실을 알게된 일.

비록 의도치 않게 생긴 아이지만 회붕이와의 아이를 지우고 싶지는 않은 일.


“검색해 봤어... 이때쯤이면 벌써 아기 모양은 다 갖춰져 있대...”


“하지만, 낳는다고 해도...”


회붕이의 머릿속에는 수만가지 생각들이 오갔다.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필요한 물건들, 태어난 아이를 위한 물건들,

아이의 교육비, 교육 환경, 결혼 문제 등등...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회붕이는 아직 아버지가 되기에는 일렀다.


“회붕아, 나 낙태 영상도 몇 개 찾아봤어... 하지만 도저히 난 낙태는 못 하겠어... 그래도 내 뱃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이고 너와의 아이인데...”


회순이는 아직도 울먹이면서 이야기했다.

애원하듯 회붕이를 보면서 간절하게 이야기하는 회순이를 보면서

회붕이는 난감하다는 듯이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울고 있는 회순이의 팔을 잡아끌었다.


“가자.”


“가다니, 어딜...?”


“동사무소에. 일단 혼인신고부터 해야지.”


회순이는 회붕이의 말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멍한 얼굴로 회붕이를 쳐다보았다.

회붕이에게 이끌려가면서 눈물을 닦는 동안, 

그제야 마음을 조금 추슬렀는지 회순이가 이야기했다.


“회붕아, 괜찮은 거야...?”


“물론 괜찮고말고! 나도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 거잖아? 아버지만큼 튼튼한 기둥은 없다는 말 못 들어봤어?”


“...못 들어봤어.”


“당연하지, 내가 지금 한 말이니까!”


“...뭐야~”


회붕이의 가벼운 농담에 회순이도 걱정이 조금 가셨는지 힘없이 미소지었다.

회붕이도 미소 짓는 회순이를 보고서 밝은 웃음으로 화답해 주었다.

함께 동사무소에 들어서는 두 명의 모습은, 누가 봐도 화목한 신혼부부였다.




“회붕아, 우리 이제 부부인 거지? 서방님~ 하고 불러야 하나?”


“그러면 나도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우리 공주님~ 하고 불러 줄까?”


“아이, 참~”


집에 돌아오는 동안, 회순이의 걱정은 싹 날아간 듯 했다.

아니, 오히려 회붕이와 부부가 되었기에 행복함만 남은 것 같았다.

회붕이도 그런 회순이에게 쭉 다정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그래서 부모님께는 말씀드렸어? 이미 알고 계신 거야?”


“아니... 사실은... 아직 말씀 못 드렸어. 건강검진 차 갔다가 발견한 거라...”


“그러면 가서 인사부터 드려야겠네? 사위가 되었는데 아직 얼굴도 안 보여드렸으니까-”


“안 돼!”


열의 넘치는 모습으로 회순이의 부모님을 만나겠다는 회붕이의 말에,

회순이가 놀라서 당황스러운 얼굴로 회붕이의 말을 끊었다.

회붕이는 의아한 얼굴로 회순이에게 물었다.


“어? 안 되는 거야? 내가 몰골이 좀 그런가?”


“아, 아니... 우리 부모님은 조금 보수적인 분들이셔서... 벌써 임신했다고 하면 지우라고 하실지도 몰라...”


회붕이는 고민에 빠졌다. 생각해보면 회붕이네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물론 회붕이네 부모님들은 그다지 보수적이지는 않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서 회붕이를 길러내신 분들이다.

당연히 없는 형편에 아이를 기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계셨다.


그렇기에, 직접적으로 반대는 안 하셔도

걱정은 매우 많이 하실 터였다.

깊은 고민 끝에, 회붕이는 회순이에게 이야기했다.


“우리, 아이 낳을 때까지는 부모님에게 비밀로 할까...?”


“비밀로...? 그러면 너희 부모님한테도 비밀로 하는 거야?”


“우리 부모님도... 별로 좋아하시지는 않으실 거니까. 그런데, 비밀로 할 수는 있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응, 아마도... 우리 부모님은 나한테 큰 관심이 없으니까... 당분간은 별장에서 지내려고.”


회순이는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도,

걱정스러운 듯이 대답했다.

회붕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회순이를 끌어안고 토닥여 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책임질 테니까.”


“...응.”


조용히, 아주 조용히. 두 명은 서로를 따뜻이 위로했다.




몇 달 뒤.


회붕이는 여전히 걱정에 빠진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회순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호언장담을 하긴 했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물론 회붕이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냉혹한 세상에 끼여서, 항상 가난에 떨던 회붕이가 아닌가.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더더욱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생겼다.

비록 고졸이라는 이유로 입사 면접에서 떨어졌다 하더라도,

비록 가진 거 하나 없고, 남은 것도 하나도 없다 하더라도,

그래도 내 아내만큼은, 내 아이만큼은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했으니까.


“신입사원 김회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열심히 해 봐.”


간신히 간신히 얻어낸 일자리.

미필에 고졸에 경험도 없는 회붕이를 써 준건,

어느 이름모를 중소기업이었다.


최소한의 월급만 받으면서 일해야 하는 회붕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일자리라도 얻은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아직, 아직 부족하다. 아이를 키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회붕이는 처음 들어간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배우면서도, 간간히 알바 앱을 살폈다.




같은 시각, 어느 별장.


“아가씨, 요즘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니에요? 배도 좀 나온 거 같고.”


“음... 그렇긴 하네... 나중에 다이어트라도 좀 해야겠다.”


“어머, 그러면 개인 교습 강사라도 불러드릴까요? 마침 여기 좋은 데가-”


“지금은 말고. 아직 젊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아유, 아가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젊을수록 더 꾸며야죠. 젊을 때 꾸며야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답니다~”


“응... 아무튼 지금은 됐어.”

회순이는 속으로 웃으면서도 다이어트에는 관심 없다는 듯,

눈앞의 식사에만 열중하기 시작했다.

회순이의 머릿속에는 온통 곧 태어날 아기에 대한 관심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그 날이 되었다.


회붕이는 초조한 듯 병원 복도에서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안에서는 회순이의 아픈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1초가 1시간인 것같이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흘러갔다.


이윽고, 회순이의 소리가 잦아들었을 무렵,

병실 안에서 의사가 나왔다.


“선생님, 회순이는요? 아이는 무사한가요?”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합니다. 예쁜 딸아이를 낳으셨더군요.”


회붕이는 그 말에 기뻐서 회순이를 보러 안으로 들어갔다.

회순이는 침대에 누워 힘없이 웃는 얼굴로,

자신에게 안긴 아이를 살며시 보듬어주고 있었다.


“회순아, 고생했어.”


“그래, 자기를 닮은 예쁜 딸이야.”


“회순이, 너를 닮은 거지. 회연아, 보이니? 아빠야, 아빠!”


회붕이는 딸한테로 가까이 가서 아이의 모습을 살폈다.

엄마 품에 안겨 있어서인지, 아이는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회붕이는 자신이 드디어 아빠가 되었다는 생각에 감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행복한 가정을 이끌어가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아무 이야기도 없다가, 결혼에 애까지 낳았다고?”


“아빠, 그게...”


“내가 널 너무 오냐오냐 키웠구나. 이럴 줄 알았다면 풀어놓지 말았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버님. 하지만-”


“조용히 해라. 너 같은 사위 둔 적 없으니까.”


회순이의 아버지는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두 명을 향해 매섭게 이야기했다.

둘에게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딸 회연이는 회순이의 어머니와 함께 다른 방에 있다는 점이었다.


“...잠깐 생각 좀 하마. 그때까지 변명이나 제대로 생각해두고.”


회순이의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떴다.

그걸 보았는지, 회순이의 어머니가 곧이어 방에 들어왔다.


“자, 받으렴, 울지도 않고 참 순한 손녀구나.”


회순이와 회붕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회연이를 받았다.

회순이의 어머니는 그런 둘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면서도,

차분히 이야기했다.


“무서웠던 건 알겠지만,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행동하면 곤란하단다. 다음부터는 먼저 이야기해 줄 수 없겠니?”


“...응.”


“죄송합니다, 어머님. 제가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했더라면...”


“어머, 아니야. 나도 애한테 신경을 잘 못 써줬는걸. 마음 같아서는 도와주고 싶지만... 우리 그이는 한다면 꼭 하는 성격이라... 미안해.”


“아닙니다, 어머님. 제가 생각하고 한 행동이니만큼,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그이도 나쁜 뜻이 있는 건 아니니까. 차분히 이야기해 보렴.”


그 말을 끝으로 회순이의 어머니는 방을 나섰다.

회순이는 자신의 품에 안긴 회연이를 보면서

천천히 어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표정 안의 어두운 부분은 숨길 수 없었다.


회붕이는 그런 회순이를 보면서 말없이 등을 쓸어내리면서 위로해 주었다.




오후 늦은 시각.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 다른 애들처럼 관심을 주기나 했어, 운동회를 같이 나와주기를 했어! 그 흔한 학부모상담 하나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잖아! 자기 딸이 임신한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부모가 이제 와서 무슨 할 소리가 있다고 그래!”


회순이의 집안에서 앙칼지게 외치는 목소리가 울렸다.

톡톡 쏘아붙이는 아버지의 말에, 회순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한바탕 소리친 뒤에 화난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딸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회순이의 아버지는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다.


방 안은 폭풍우가 지나간 듯이 고요해졌다.

회붕이는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안한 마음으로 장인을 바라보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르고, 회순이의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회붕이라고 했지? 딸을 잘 부탁하네.”


“...네?”


“자기 입으로 독립하겠다고 이야기한 순간, 앞으로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겠다고 선언한 거나 다름없네. 그럴 실력이나 자격이 있는지를 떠나서, 자신의 판단에 대한 책임을 져야지. 그 애는 나보다 너를 선택한 거니까.”


회순이의 아버지는, 마음껏 딸을 호통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회붕이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는 찬장을 열더니, 와인 한 병을 꺼내서

회붕이 앞에 한 잔, 자기 앞에 한 잔을 따라두었다.


“술은 해본 적 있나?”


“...아직은 없습니다.”


“그럼 좀 마셔두게. 앞으로는 필요할 테니까. 마시되 취하지 말고, 취하되 예의를 잃지 말 것. 그게 중요한 점이지.”


회순이의 아버지는 고민스러운 얼굴로 와인을 한 입 들이켰다.

그 앞에 보이는 건, 돈이 많은 부자의 모습도, 완고한 고집쟁이의 모습도 아닌,

딸아이로 인해 고뇌하는 한 사람의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난 자네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 적어도 내 딸아이의 안목이 그리 떨어진다고도 생각하지 않아. 그렇게 되지 않도록 교육했으니까. 비록 시간은 자주 내주지 못했지만... 솔직하게, 자네는 내가 좋지 않은 아버지라 생각하나?”


“...따님은 지금껏 아버님에 대한 칭찬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랬겠지. 오늘따라 술이 더 씁쓸하군... 원래 그렇지. 잘해도 평균, 세상에 경력 있는 신입은 많아도 경력 있는 아버지는 없으니까.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나중 가서야 후회하는 게 아버지란 직업이니.”


회붕이는 묵묵히 장인어른의 말을 들었다.

말에 실려있는 무게가 무겁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과연 얼마나 무거울지는 가히 짐작할 수 없었다.

마치 무거운 바벨을 들고 운동하는 사람이 찍힌 사진을 본 것처럼.


회순이의 아버지는 잠시간 한숨을 내쉬고는, 회붕이에게 말했다.


“난 이번기회에 당분간 딸아이와 반쯤 연을 끊을 생각이야. 어중간하게 이어져있으면 더욱 힘들 테니까.”


“연을... 끊는다고요?”


회붕이는 무언가 잘못 들었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나 회순이의 아버지는 절대 말을 바꾸지 않겠다는 듯,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그 아이는 아직 세상을 몰라. 그걸 감내하지 못하면 어른이 되었다 해도 의미가 없으니까. 자네한테는 큰 부담이겠지만, 부디 내 딸을 잘 지지해 주게. ...나도 역시 아버지니까, 미안하네.”


“...원래부터, 각오하고 있던 일입니다.”


“그래, 딸이 선택한 사람이 자네라서 안심이야.”


사실상 딸의 온전한 자립을 위해, 어떤 도움도 주지 않겠다는 말이었지만,

회붕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최초부터 기대하고 있지 않은 것이었으니까.

회붕이는 더더욱 가장의 무게를 실감하며,

회순이와 회연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다.




며칠 뒤.


“자기야, 이 분유는 어때? 산양분유인데 모유랑 비슷해서 아이한테 더 좋대!”


“어디... 5만원이 넘는데? 너무 비싸지 않아?”


“응... 하지만 우리 회연이가 먹을 거잖아. 우리 식비를 조금 줄이더라도 아이한테는 좋은 걸 먹이는 게 좋을 것 같아.”


회붕이는 큰 고민에 빠졌다. 식비를 줄이는 건 큰 문제가 없다. 

그 정도야 부모로써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일 아닌가.

하지만, 식비를 한계까지 줄이더라도 여전히 분유 값을 더하면 초과지출이었다.

한두 번 정도야 괜찮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럴 수 있을까.


“분유 뗄 때까지만이니까. 모유도 먹이니까 그렇게 많이 쓰지는 않을 거잖아? 하나 사 가자.”


“...그래, 알았어.”


이러니저러니 해도 회붕이도 아빠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가 먹을 건데, 거기에 구두쇠처럼 인색하고 싶지는 않았다.

회붕이는 다른 곳에서 지출을 줄이면 될 거라 생각하여,

분유를 쇼핑 칸에 담았다.



그날 저녁.


“회순아, 왜 그래? 오늘은 밥을 좀 적게 먹네?”


“아니, 입맛이 좀 없어서...”


“회연이한테 모유도 먹여야 하는데, 그래도 조금만 더 먹자. 응?”


“...알았어.”


회순이는 깨작깨작 음식을 씹었다.

사실 입맛이 없다기보다는, 평소 먹던 음식들에 비해 맛이 없는 것이었다.

평소 부잣집에서 살아왔던 회순이에게 있어서 상에 올라간 음식들은,

먹기가 힘들 정도로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래도 회연이한테 젖도 줘야 하고,

옆에 있는 회붕이가 맛있게 먹고 있었기에,

회순이는 별 말도 하지 못한 채 음식을 입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회연이의 얼굴을 보니, 마음은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물론 회순이도 각오는 했었다. 애초에 식비를 줄이자 한 사람이 회순이 아니었던가.

그렇지만, 이렇게도 맛이 없을 줄은 몰랐다.

회순이는 꾸역꾸역 음식을 넘기면서도, 회연이를 보면서 위로로 삼았다.




시간이 흘렀다.

날이 갈수록 회연이는 몰라보게 쑥쑥 커갔다.

물론 건강하게 자라는 회연이의 모습은 회붕 부부에게 기쁨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회연이가 자라면서, 지출할 생활비는 더욱 늘어만 갔다.


그 사이 회붕이는 투잡을 뛰기 시작했다.

물론 하나의 일만으로도 고달프고 힘들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아내와 아이를 행복하게 기르기 위해서는

아버지인 자신이 더욱 노력해야 했다.


지출은 날이 갈수록 눈덩이 굴러가듯 늘어났다.

회연이의 식비, 회연이의 옷값, 회연이의 장난감 값...

다행히 공부는 회순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가르쳤기에 문제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에는 힘들었다.


여윳돈이 부족해지고, 삶이 점점 고달프게 변해갈 때마다,

절대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회붕 부부의 금슬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여보... 우리 식비는 조금 줄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 형편에는 조금 비싼 거 같지 않아?”


“또 그 소리야? 아무리 그래도 회연이는 한창 클 나이인데, 좀 제대로 먹여야지. 이 정도는 다른 집에서도 평균이야, 평균.”


회순이는 식비를 줄이면 안되겠냐고 이야기하는 회붕이의 말에 대꾸했다.

물론 회순이의 말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회연이가 잘 크기를 바라는 마음도 분명 있었다.

다만, 워낙에 풍족하게 살던 회순이에게 있어서, 평균의 라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높았다.


지금의 식단도 회순이가 어릴 적 먹던 식사에 비교하면

한참을 양보한 것이기는 했지만,

가난하게 살아온 회붕이가 보기에는 여전히 너무 지출이 커 보였다.


그래도, 회붕이는 회순이가 얼마나 양보하면서 살고 있는지 알기에,

그리고 회순이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차마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능력이 없어 돈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하는 회붕이 탓인데.

회붕이는 한숨을 쉬면서 다시 말했다.


“그러면 회연이 장난감이라도 조금 줄이면 어때? 요즘 애들 장난감은 비싸기도 하고...”


“자기야. 지금 회연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들은, 내가 어릴 적에 놀던 장난감과 비교해봐도 너무 부족해. 아빠가 같이 못 놀아주는데, 장난감 정도는 사줄 수 있지 않아?”


약간은 짜증이 어린 투로 이야기하는 회순이의 말을 들으며,

회붕이는 묵묵히 핸드폰을 보았다.

이 대화도 벌써 수십 번째다.

회붕이도 말할 만큼 말했고, 회순이도 짜증이 날 만큼 나 있는 상태였다.



그 주 주말 이른 아침.


사브작사브작.


“으음...”


회순이는 무언가 분주히 움직이는 작은 소리에 잠을 깼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 보니까, 회붕이가 옷을 갖춰 입고 어딘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기야, 어디 가?”


“응... 잠깐 회사 일 때문에...”


회순이가 본 회붕이의 복장은 매우 편해 보였다.

무슨 회사일이기에 저런 운동복 같은 차림으로 밖을 나서는 걸까.


“중요한 일이야? 중요한 일 아니면 주말인데 애랑도 좀 놀아주고 하면 안 돼?”


“미안해... 꼭 해야 하는 일이라서...”


회붕이는 회순이의 말에 변명하듯 대답하면서,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었다.

회순이는 집을 나서려는 회붕이 뒤에다가 이야기했다.


“일찍 끝내고 들어와.”


“...갔다올게.”


회붕이는 그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회붕이가 집에 들어온 건 그날 저녁이었다.

오자마자 회붕이가 마주친 건, 화난 표정의 회순이었다.


“자기, 어디 갔다 왔어.”


“...회사일 보고 왔어.”


“회사일 보고 온 거 맞아? 손에 든 그건 뭐야.”


“...오징어랑 물고기, 오는 길에 얻었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자기 몸에서 지금도 바다냄새가 어지간히 풍겨 와. 차라리 갈 거면 애라도 챙겨서 좀 같이 갔다 오든가. 해 다 떨어진 지금 들어오는 게 말이나 돼? 자기는 적당히를 몰라?”


“회사 일이었어... 애를 어떻게 데리고 가...”


“거기에 애 하나 데리고 못 가? 어차피 대충 낚시나 하다 왔을 거잖아! 애를 데리고 갔으면 상사들이 애 좀 챙기라고 일찍이라도 보내 줬겠다. 자기는 어떻게 그렇게 융통성이 없어?”


“그게...”


“됐어.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아! 혼자서 낚시를 가든가 말든가.”


회순이는 단단히 화난 얼굴로 등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회붕이는 잔뜩 주눅든 채로, 천천히 집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는,

묵묵히 가져온 오징어와 물고기를 요리했다.


“...여보”


“왜 불러.”


회순이는 회붕이가 부르는 소리에 인상을 찡그린 얼굴로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서는 회붕이가 간단한 음식상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또 뭐야.”


“간단하게 물회 좀 했어. 이거 먹고 화 풀어.”


회붕이의 말에 회순이는 잠시 물회를 보고는

곧바로 회붕이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매섭게 쏘아붙였다.


“지금, 장난쳐? 이게 당신이 좋아하는 거지, 내가 좋아하는 거야?”


“아니, 난 그냥 여보가 요즘 힘들어 보여서...”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이럴 힘이 있으면 애나 좀 챙겨주든가.”


“그러지 말고 한 입 먹어 봐. 자...”


“갖다 치워!”


챙그랑.


그릇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식탁 위의 물회가 엎어졌다.

회순이는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는 듯,

회붕이를 향해서 쏘아붙일 대로 쏘아붙였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게 뭐야! 매번 아껴야 한다, 아껴야 한다 하면서. 당신부터 이거나 팔아서 돈이나 벌어 오든가! 내가 지금껏 힘들어도 참고 참았는데, 당신은 낚시나 가서 시간이나 때우고 오고, 와서는 자기 좋아하는 물회나 먹겠다고 그러고 앉아있는 거야?”


“이건, 그게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도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놀고 싶은 거 못 놀고, 하고 싶은 거 못 하고 바쁘게 애 키우고 집안일하고 그러는데, 당신은 그 짧은 휴일 중 하루도 애한테 못 줘? 하아... 난 더 이상 못 참아.”


그러면서 회순이는 주섬주섬 짐을 싸기 시작했다.

회붕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직하게 물었다.


“...어디 가게?”


“집에. 당신 하는 꼬라지 보고 있으니까, 여기 더 이상 못 있겠다. 난 집에서 좀 쉬다 올 테니까, 당신 혼자서 잘 해봐! 내일 나갈 테니, 그 때까지 입도 뻥긋 하지 마.”


회순이는 한바탕 소리치고는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짐을 쌌다.

회붕이는 그런 회순이의 모습을 보면서도, 차마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바닥에 엎어진 물회를 주섬주섬 정리했다.

회순이는 그런 회붕이는 눈에조차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무시했다.


회붕이에게 있어서 딱 한가지 다행이었던 점이 있다면,

회연이가 방 안에서 열심히 학교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부부가 싸우는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다음 날.


회순이는 혹시 회붕이가 뭐라고 말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회붕이는 아무 말도 없이, 그 날도 아침 일찍 편한 복장으로 나섰다.

뭔 말을 했어도 화가 풀릴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정말 아무 말도 없이 나가버리니, 회순이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그래, 어디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 보자 그거지?”


회순이는 여러모로 짐을 다 싼 후에, 회연이를 불렀다.

회연이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물었다.


“엄마... 어디 가?”


“응, 엄마는 잠깐 할머니 집에 가 있으려고. 회연이도 같이 갈까?”


“할머니집? 얼마나 있다 오는데?”


“글쎄... 아빠가 반성할 때까지? 조금 오래 있을 수도 있어.”


“할머니 집에서 사는 거야?”


“잠깐 동안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건 싫어. 우리 집은 여기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회연아...”


“여기 있으면 엄마는 못 보는 거야? 영영 안 와?”


회연이가 살짝 울먹이는 소리로 물었다.

회순이는 당황해서 회연이를 달래며 대답했다.


“아니야, 회연아. 우리 집은 여기고 엄마도 여기로 돌아올 거야. 회연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할머니 집으로 오면 엄마 볼 수 있어.”


“그런, 거야? 그러면 난 여기 있을래. 아빠도 같이 보고 싶고, 우리 집은 여기니까.”


“...그럴래? 그래도 생각 바뀌면 언제든지 엄마한테로 와. 자주 놀러 오고.”


“응.”


회순이는 집안에 짤막한 편지 하나만 남겨두고,

짐을 챙겨서 집으로 떠났다.

회붕이네 집에서 회순이의 친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도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어머, 우리 딸 왔구나. 무슨 일이니?”


“...회붕이랑 싸웠어. 잠깐만 여기서 지내게.”


“아이고, 또 얼마나 크게 싸웠기에 그러니. 회연이는 안 데리고 왔어?”


“회연이는 집에 있는 게 더 좋다네. 앞으로 자주 여기로 올 거야. 아빠는?”


“이번에 무슨 큰 회사 프로젝트가 있는 모양이더라. 최근에 외국으로 나갔는데, 아마 2, 3년은 못 들어올 것 같다고 하셨으니까. 네 아빠 바쁜 게, 어디 하루 이틀이니?”


“뭐, 그래도 돈은 많이 버니까.”


회순이는 화가 덜 풀렸다는 듯이, 반쯤 내뱉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푹신하고 편안한 방 안.

왜 그렇게 지옥같이 아득바득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시는, 그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가 않았다.



“뭐야, 신입. 무슨 일 생겼어?”


“아뇨... 그냥, 아내랑 조금 크게 싸웠거든요...”


“뭐 또 그래. 아내랑 좀 싸울 수도 있는 거지. 오늘 힘은 제대로 쓸 수 있지? 주말에만 왔다갔다 한다고 해도, 힘을 좀 많이 써야 하니까.”


“네... 문제없습니다...”


고기를 잡기 위해 출항하려는 배에 오르면서

회붕이와 뱃사람 한 명이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평일에 투잡을 뛰느라 훨씬 피곤한 채였지만,

늘어난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런 일까지 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내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당장에 말리고 들 게 뻔한데 어떻게 이야기하겠는가.

차라리 아내에게 욕 좀 들을지언정,

조용히 일하고 오는 게 더 나았다.



그 날, 집에 돌아온 회붕이는, 회순이가 남겨놓은 편지를 보고,

정신이 나간 사람마냥 멍하니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편지에는, 지금껏 회순이가 힘들었던 점,

잠시 친가에서 쉬고 오겠다는 이야기.

이참에 반성 좀 하고 있으라는 이야기.

회연이를 잘 돌보라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회붕이는 그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회붕이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이 가난한 삶이, 특히나 회순이에게 있어서는 지독히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아빠, 배고파.”

회붕이는 아래에서 들려온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래, 허탈하고 힘이 빠지지만, 멈춰 서 있을 수는 없었다.

회연이를 잘 돌보기도 해야 하고, 회순이가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어느 정도 생활 기반도 더 좋게 잡아둬야 했다.


회붕이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천천히 편지를 내려놓았다.


“배고프니, 우리 딸? 아빠가 물회 해줄까?”


“물회? 물회가 뭔데?”


“맛있는 음식이야. 아빠가 기깔나게 요리해줄게.”


“우와, 신난다~”


회연이를 보고 웃으며 돌아선 회붕이 너머로,

떨어진 물방울에 몇 자 흐려진 회순이의 편지가 살며시 떨어졌다.



몇 달 뒤.


회순이가 집을 훌쩍 떠났기에 더욱 더 집은 쓸쓸해 보였지만,

모순적이게도 회순이의 생활비 지출이 사라지자, 회붕이의 집안 사정은 좀 나아졌다.

더욱이 회연이도 회순이네 집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식비 지출이 현저히 줄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회붕이는 쓰리잡을 이어가고 있었다.


회연이는 회붕이의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명문고에 다녔던 회붕 부부, 특히 장학생으로까지 입학한 회붕이를 닮았는지,

회연이는 학교에서 시험을 칠 때마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


“엄마, 오늘은 자고 가도 돼?”


“물론이지. 오늘도 아빠 집에 안 온대?”


“응, 바쁘대. 어제 미안하다고 집에 와서 저녁밥 차려주고 또 일하러 갔어.”


“참, 네 아빠는 딸을 이렇게 두고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니. 곧 중학교 입학해야 될 나이인데.”


“아빠가, 중학교는 걱정 말래. 충분히 학비 대줄 수 있대.”


“그래? 다행이네. 하지만 만약 아빠가 안 되더라도 엄마가 대줄 수 있어. 우리 회연이 학교는 꼭 다녀야 하니까.”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 가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아빠도 응원해 준다 했어.”


“그래, 좋겠네.”


회순이는 회연이가 방글방글 웃는 얼굴을 보면서 미소지었다.

이제는 회붕이에 대한 화도 꽤 풀리기는 했지만,

나올 때 회붕이에게 너무 모질게 하고 나온 게 마음에 걸려서,

쉽사리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지금껏 회붕이는 돌아오라고 연락 한 통 하지 않았고,

자신한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이 괘씸해서 가지 않은 것도 있다.

회연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회순이의 생활비만큼의 여유가 생겨서

더 삶이 편해졌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상황에서 굳이 회순이가 다시 들어가서

그 때의 생활로 돌아가는 게 과연 행복한 일인가 의문도 들었다.

애초에 회순이는, 삶이 더 나아졌음에도 정작 회연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는

회붕이의 행동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연아, 아빠가 최근에도 낚시 자주 가니?”


“응... 물고기랑 이런 거 매주 들고 와.”


“그럼 매주 물고기로 뭐 만들어 먹어?”


“구워 먹기도 하고, 끓여 먹기도 하고... 물회로 만들어 먹기도 해.”


“물회? 아직도 물회를 자주 먹니?”


“자주는 아니고 한두 달에 한 번. 물회 맛있다고 맨날 말하면서, 매번 먹다가 사레들리고, 더 못먹겠다면서 나한테 덜어주고 그래.”


“...그렇구나.”


회순이는 몇 달 전 집어던진 물회가 생각나서 조금 미안해졌다.

그래도 생각해서 만들어 준 건데, 쏟지는 말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회붕이가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 잘못도 있었으니까.

회순이는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회연이랑 함께 식사를 계속했다.





시간이 흐르고, 회연이는 중학생이 되었다.

회연이는 중학생이 되어서도 전교권 성적을 유지했다.

힘든 가운데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회연이는 회붕이의 자랑이었다.


반면 회순이와의 관계는 아직도 소원했다.

회붕이도 회순이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몇 번 핸드폰을 들었지만,

지금껏 회순이가 너무 힘들었다고 이야기했었던 점들,

회연이에게서 들은 부잣집에서의 편안한 생활이 떠올라, 번번이 폰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회붕이의 어딘가 씁쓸하면서도,

소소한 행복의 삶은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아빠, 이번에 성적 나왔어.”


“전교 2등이구나! 맛있는 거라도 해야겠는데?”


“이번에도 전교 2등인 거야. 아, 짜증나!”


벌써 중2가 된 회연이. 사춘기가 온 탓인지 짜증을 내는 일도 잦아지고,

회붕이한테 투덜대는 일도 많아졌다.

회연이의 불평을 들을 때마다, 회붕이는 항상 웃는 얼굴로 잘 달래 주었다.

그날도 그랬다.


“전교 2등이면 잘한 거지.”


“아빠는 학창 시절에 공부 잘 못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거야. 전교 2등이 얼마나 억울한데! 그런 말이나 할 바에는, 학원이나 보내줘.”


그 말에 회붕이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래도 회붕이는 웃는 표정을 흐리지 않은 채로 회연이에게 말했다.


“회연아, 잘 알잖아... 학원은 형편에 조금 어렵다는 거...”


“아빠, 약속 했잖아! 나 좋은 대학 갈 수 있도록 응원해 준다며. 그럼 나 학원도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번에 전교 1등 한 애는 벌써 학원 네 개는 다니고 있단 말이야.”


“회연아, 아빠가 미안해... 그래도 우리 회연이, 스스로 열심히 해서 1등도 해볼 수 있지? 학원 없이도 열심히 하면 전교 1등도 할 수 있어.”


“대학도 못간 아빠가 뭘 안다고 그래. 요즘은 학원 안 다니면 1등 못하는 시대야. 공부를 잘 해야 이런 가난에서 벗어날 거 아니야.”


“회연아...”


“적어도 엄마는 명문고에 다녔다는데? 아빠는 왜 무슨 학교 다녔는지도 이야기 안 해줘? 요즘 인터넷에서 그러는데, 가난은 대물림된다더라. 난 내 자식한테 가난같은 거 물려주기 싫단 말이야. 공부라도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해야 지금보다는 더 좋게 살 거 아냐!”


회연이는 나름대로 논리정연하게 회붕이를 쏘아붙였다.

회붕이는 회연이의 말을 들으면서도 아무런 대답도 못했다.

차마 명문고를 장학생으로 다닌다 하더라도,

가난에 발목에 잡히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참혹한 현실을, 벌써부터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또 아빠가 도와준다고 하게? 아빠가 뭘 아는데. 중학생 수준이면 이제 짧게 공부해서 가르쳐 줄 난이도도 아니고, 학년 올라가고 고등학교 가면 더 어려워질 거잖아. 됐어. 이제 나도 갈 거야.”


“회연아, 이 시간에 위험하게 어디 가려고?”


“엄마한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빠 옆보다는 엄마 옆이 공부하기도 더 편하고, 살기도 더 편하고, 학원도 다닐 수 있어. 적어도 나는 아빠처럼 막일이나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아.”


“잠깐만, 회연아. 적어도 아침이 될 때까지는 기다렸다가-”


끼이익- 쿵!


회연이는 더 이상 듣지 않겠다는 듯, 문을 박차듯이 열고 나갔다.

회붕이가 말릴 새도 없이, 문은 냉혹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회연아...”


회붕이는 꾹 닫힌 현관문만 바라보면서, 멍한 채로 정지했다.

3년 전에 이미 다 깨져서 간신히 시각만을 표시해주던 시계.

그 시계가 오늘부로 완전히 정지해버린 것 같았다.


“아빠가... 미안하다... 미안해...”


천천히, 바닥으로 한두 방울씩 물방울이 떨어졌다.

이젠, 보는 사람도 없다.

챙겨야 하는 사람도, 없다.

스스로, 혼자서 편안히 살아갈 일만 남은 셈이다.


분명, 가족이란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일 텐데.

분명, 모두가 행복을 쫓은, 최고의 결과일 텐데.

분명,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살았기에 나타난, 노력의 산물일 텐데.

어째서, 회붕이에게는 그저 무거운 현실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걸까.


망가진 시계.

더 이상 돌아가지 않고,

고친다고 제대로 돌아갈지조차 모르는 망가진 시계.

회붕이는 아무도 없는 집 한가운데서,

소리를 죽인 채로 하염없이 눈물만을 흘렸다.



다음 날.


“어, 회붕이! 오늘은 EBS영상 안 봐? 매일 딸 가르쳐야 한다면서 중학교, 고등학교 가리지 않고 배 타는 중에도 쭉 보고 있었잖는가!”


“아... 오늘은 조금 쉬려고요...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아서...”


“그래? 그러고보니 안색이 좋지가 않네? 조금 피곤한 모양이지? 힘들면 오늘은 쉬어도 괜찮은데.”


“아, 아뇨. 돈은 벌어야죠... 아직, 많이 남았고.”


“허, 참. 자네는 무슨 그렇게 빚진 사람처럼 악착같이 일을 한단 말이야.”


“하하... 빚이야 많이 졌죠. 독촉이야 안 하지만... 그만 일 들어가죠.”


“그래, 오늘도 제대로 일 좀 해 보자고!”


두 명의 잡담소리는, 배의 엔진소리에 휘말려 점점 사그라들었다.

잔잔한 바다 가운데로, 조용히 배가 나아갔다.




비슷한 시각, 회순이네 집.


회순이는 오늘 조금 바쁘게 움직였다.

오늘 아버지가 해외에서 돌아오신다고 한 날이기 때문이다.

회연이는 지금 학교에 있다.


“아빠, 왔어?”


살갑게 아버지를 맞이하는 회순이.

그러나 정작 오랜만에 회순이의 얼굴을 본 회순이의 아버지는

무언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네가 여긴 웬일이냐?”


“아빠 온다고 해서.”


“그래? 김 서방은 와 있고?”


“아, 회붕이는...”


말을 흐리는 회순이의 태도에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회순이의 아버지는 일단 들어가자면서 회순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간 회순이의 아버지는,

회순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간 있었던 일을 서로 나눴다.

그리고 그건, 회붕이와의 생활과 다툼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회순이의 아버지는 회순이가 이야기한 자초지종을 듣고는, 곰곰 생각하다가 한 마디 했다. 


“그래, 회순아. 이번에 사업이 성공해서 신입을 몇 명 뽑아야 할 것 같은데, 용돈벌이 좀 해볼 테냐?”


“용돈... 벌이?”


“듣자하니, 회연이를 학원에 보낼 거라면서? 학원 마치는 시간이나, 우리 회사 마치는 시간이나 비슷비슷 할 거니까. 네가 직접 벌어서 학원에 보내주는 게 더 부모로써 보람 있고 좋지 않을까? 남은 돈은 회연이한테 쓸 수도 있고.”


듣고보면 그것도 그랬다.

학원비라고 해도 그래봐야 달에 10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을 텐데.



“좋아, 한번 해 볼게.”


“월급은 다른 사람과 똑같이밖에 못 준다.”


“나도 별로 특별취급을 바라진 않아. 근데, 웬일이야? 아빠는 항상 내가 아빠 회사에 가보겠다고 하면 매번 단칼에 거절했잖아.”


회순이의 아버지는 말없이 회순이에게 인턴증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회사 안에서 내 딸이라고 소란피우고 그러지 말고. 다른 사람 일하는 데 방해되니까.”


“알고 있어.”


아빠가 딸보다 회사를 더 걱정하는 게 어디 하루이틀인가.

회순이는 시큰둥하게 인턴증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출근을 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회사 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물론 상대적으로 편한 서류 일이었지만,

폭발적으로 들어오는 일거리와 상사의 잔소리,

그 가운데서도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은 정말로 잠깐 뿐이었다.


휴일에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일주일을 간신히 끝내고 간신히 쉬는가 했지만,

드문드문 들려오는 회사에서의 연락. 일을 시키는 건 아니었지만,

어디 같이 놀러오겠느냐, 이런저런 간단한 업무 생각만 조금 해 둬라.

같은 연락이 오는 통에, 마음 편히 쉴 수도 없었다.


“엄마. 오늘은 놀러 나가고 싶은데, 같이 옷 사러 나가자.”


“...기다려 봐. 엄마, 준비 좀 할게.”


회순이는 피곤한 몸을 힘겹게 일으켜서 천천히 나설 준비를 했다.

당장이라도 그냥 쓰러져 자고 싶었지만,

아이가 함께 놀러가자는데 어쩌겠는가.

일을 핑계로 아이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그런 부모는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그저 일주일 동안의 생각이었다.

매번 반복되는 힘겨운 직장, 풀 곳도 없이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피로.

그럼에도 일어나서 오늘 하루를 또 보내야 한다는 중압감.

이런 하루하루가 한 달 동안 반복되다 보니, 회순이는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그럼에도 회순이는

매주 회연이의 얼굴을 보면서 치유를 받고,

월급날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월급날이 되었다.


“아, 회순 씨. 지금 월급 들어왔어요. 한번 통장 확인해 봐요.”


밝게 웃는 얼굴로 함께 근무하던 동료 인턴이 회순이에게 이야기했다.

회순이는 그 소리를 듣고 멍하니 핸드폰을 켜서 통장을 확인했다.


“아...”


월급을 보자마자 회순이의 입에서 나온 건,

기쁨의 소리도, 만족의 소리도 아닌 그저 탄식의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은 동료 인턴이 무슨 일인가 해서 회순이에게 물었다.


“왜요? 아직 안 들어왔어요?”


“아뇨, 그게 아니고... 조금 적은 거 같아서요...”


“뭐, 우린 아직 인턴이니까요.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아요. 다른 곳에서는 이만큼도 안 주는 데가 얼마나 많은데요.”


회순이는 200만원도 채 찍히지 않은 통장의 입금내역을 보고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이걸로 생활... 할 수 있으세요?”


“네? 물론 조금 빠듯하기는 하지만 전 혼자 사니까요. 아, 회순 씨는 아이가 있다 그러셨죠? 그럼 힘들 수도 있겠네요. 남편이 조금 시원찮게 벌어주시는가 봐요.”


“...”


회순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게 만약 진짜 회순이가 한 달간 노력한 노력의 대가라면,

결코 회붕이는 시원찮게 벌어준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훨씬 넉넉하게 벌어준 거나 다름없었다.


“참... 회순 씨처럼 아이가 있으면 회식이나 야유회도 빠질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았는데.

생각해보면 야유회에 가는 것보다 애들 돌보는 게 더 피곤하겠어요.”


“...네? 야유회요...?”


“휴일에 회사에서 연락 오지 않던가요? 회순 씨는 애들 돌봐야 하니까, 시간 있으면 나오라는 정도로 권유한다 했었는데. 역시 부담될까 봐 안 했나 봐요. 아, 그래도 남편 분한테는 그런 연락 오지 않던가요? 한 번씩 가야 할 텐데, 그런 것도.”


그랬... 었다.

한 번씩 회붕이가 회사 일이라고 휴일에 나가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그냥 회사 동료들이랑 놀러나가는 것이라 생각해서,

놀러만 나가지 말고 애나 좀 돌봐 주라고 했었는데...


회순이가 집을 나가던, 그 날도 그랬다...


“어? 회순 씨, 왜 그러세요?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고?”


“미안... 해요. 오늘은 조퇴 좀 할게요...”


“괜찮으세요? 벌써부터 조퇴 하시면 인식도 별로 안 좋아질 텐데... 물론 몸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다음에 봬요...”


회순이는 가볍게 집을 챙기고, 상사에게 짤막히 이야기를 한 뒤,

천천히 회사를 나왔다.

한 달간의 스트레스가, 아니 그 간의 모든 감정들이 한 번에 몰려오는 것 같았다.

회순이는 슬픔인지, 미안함인지, 괴로움인지, 분노인지 모를 감정을 삼키면서,

마음 한 편에서 회붕이를 떠올렸다.


“회붕아...”



회붕이는 항상 노력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회순이를 탓하지 않고,

항상 자신이 못해주었기 때문이라면서 자책했었다.

당시 회순이는 멍청하게도 알면 조금 더 열심히 하라고 했었다.


그간,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회붕이가 먼저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서 눈을 돌리고 있던,

회붕이에 대한 미안한 감정들이 폭발하듯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지금껏 고생만 하고도 좋은 소리 한 번 듣지 못했던 회붕이에게.

어리석게도 세상물정 모르고 투정부리기만 했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역겨움이 목 위까지 차올라 헛구역질마저 났다.

왜 한 번도 회붕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을까.

왜 한 번도 회붕이를 챙겨주려 하지 않았을까.


“미안해... 내가, 미안해...”


회순이는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래, 첫 월급을 벌어보니까 어떠냐. 회연이 학원도 못 보내주는 김 서방이 그렇게도 밉게 느껴지더냐?”


회순이는 아버지 앞에서,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슬쩍 맺힌 그 눈에는, 여러 감정이 느껴지는 듯 했다.

회순이의 아버지는 그런 회순이의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회순아. 나는 내가 너에게 있어서 좋은 아버지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항상 너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록 네게는 인정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말이지.”


회순이의 아버지는 아직도 말없이 울기만 하는 회순이를 보고는

천천히 회순이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이야기했다.


“김 서방은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 돈에 대한 현실감각도, 네 씀씀이가 비교적 헤프다는 것도 알고 있었겠지. 그럼에도, 김 서방은 내 앞에서 꼭 너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각오를 보여 줬었다. 나는 네가 그런 김 서방의 모습을 보고, 배우기를 바랐어.”


회순이의 아버지는 회순이를 토닥여주면서 계속 말했다.


“원래라면 그때쯤 인턴으로 일하게 할 생각이었지만, 갑작스레 결혼을 한다고 했으니... 김 서방이 그렇게 너를 아끼고, 너한테 한 번도 화도 못내는 사람인 걸 알았다면, 진작에 데릴사위로 들였을 텐데...”


회순이의 아버지는 아직도 우는 회순이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만 가 봐라... 김 서방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김 서방도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이제는 네가 위로 좀 해 주고.”


회순이는 천천히, 하지만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에서 나왔다.

울면서 얼마나 시간을 보낸 건지, 벌써 시간은 3시.

지금쯤 회연이는 학교를 마치고 학원으로 가고 있겠지.


멍하니 현관 너머로 보이지 않는 학교 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멀리서 회연이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순간 잘못 봤나 하여 눈을 비비고 보았지만,

여전히 보이는 건 엄마를 보고 반갑게 달려오는 회연이의 모습.


“회연아, 무슨 일이야? 학원은 어떻게 하고?”


“엄마... 한 달간 다니면서 생각해봤는데... 엄마한테는 미안하지만, 학원은 별로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예전에 아빠가 가르쳐 줄 때가 공부가 더 잘 됐어.”


“아빠가 공부도 가르쳐 줬었니?”


“가끔 시간이 되면. 보통은 예상 문제만 집어주고 일하러 가고, 모르는 거 생기면 모아두었다가 쉬는 날에 한 번씩 물어봤었어.”


“그래, 그랬구나...”


생각해보면 회연이는 한 번도 회붕이를 싫어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내줄 시간도 얼마 없으면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회연이를 챙겼기 때문이겠지.

회순이는, 오랫동안 보지 못한 회붕이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물었다.


“회연이한테, 아빠는 좋은 아빠야?”


“응... 좀 해줬으면 하는 것도 많지만... 그래도 아빠는 최고의 아빠야!”


“그러면, 우리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갈까? 아빠랑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엄마도 같이 오는 거야?”


“그럼, 물론이지.”


회순이는 회연이의 손을 따뜻하게 잡고,

회붕이를 보기 위해 집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상당히 어수선했다.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먼지도 좀 쌓여 있었고,

생활감이 많이 떨어져 보이는 집이 되어버렸다.


회연이가 있을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하니,

아마 회붕이가 집을 거의 쓸 일이 없는 탓에 반쯤 방치가 된 것 같았다.

회연이와 회순이는, 하나둘씩 물건을 정리하면서, 집 청소를 시작했다.

오자마자 깜짝 놀랄 회붕이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해가 저물어 가고, 시간이 늦어갔다.

그러나 회붕이는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전원이 꺼져있어 삐 소리 이후 소리샘 퀵보이스로 연결되오며-]


뚝.


회순이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회연이에게 물었다.


“아빠 원래 이렇게 늦게 오니?”


“음... 아빠 달력에는 아무 표시 없었는데. 한 달간은 어디 길게 나간 표시도 없어. 나가면 나갈 때마다 표시 해뒀거든.”


아마 회연이가 언제 돌아올지 몰라,

이전처럼 길게 나갔다 오는 일은 최대한 받지 않기로 했던 걸까.

그러면 오늘은 늦더라도 집에는 돌아올 거다.

회순이는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면서 그렇게 자신을 타일렀다.



얼마 쯤 지났을까. 집 앞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다.

발자국 소리는 정확히 현관 앞에서 멈춰서더니, 이내 열쇠 돌리는 소리가 났다.

회순이는 반가운 마음을 숨긴 채로 담담하게 말했다.


“자기 돌아왔어? 오늘도 수고했-”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리던 회순이는, 순간 얼어붙었다.

집에 들어온 건 회붕이가 아니라, 웬 영문모를 아저씨였기 때문이다.

상대도 크게 당황했는지, 잠시간의 침묵이 집 안에 감돌았다.


이윽고, 아저씨 쪽에서 먼저 말이 나왔다.


“혹시, 회붕이 아내인 회순 씨입니까?”


“네, 맞는데요... 저희 남편이랑 아는 사인가요?”


“회사 동료입니다. 저...”


마침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회연이가 방에서 나왔다.


“어? 아저씨, 여긴 무슨 일이에요? 저희 아빠는요?”


“응, 아빠한테 부탁받고 잠깐 왔어. 아빠는 지금 좀 멀리 출장가셨거든. 너도 집에 없으니까 좀 길게 갔다와야겠다면서.”


“그래요? 그럼 당분간 안 돌아오셔요?”


“아... 그건 잘 모르겠네... 원체 일을 나가면 연락이 잘 안 되니까.”


“치... 오늘은 같이 밥 먹으려 했었는데...”


회연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아저씨는 곤란한 표정으로 회연이를 보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회연이한테 말했다.


“아, 그러고보면. 회연아, 아빠가 집에다 비타음료 좀 사다두라더라. 잠깐 나가서 사다 줄 수 있니?”


“지금요? 뭐, 상관없기는 한데...”


회연이는 슬쩍 회순이의 눈치를 보았다.

회순이도 난데없이 나타나 회연이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남성이 

그리 탐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회붕이가 말했다고 하니 태클을 걸기도 좀 그랬다.


“저, 그건 나중에 제가 사다두어도 괜찮은데...”


“아, 그러면 저도 좋겠지만, 회붕이 요 녀석이 샀는지 안 샀는지 제가 확인하라지 뭡니까. 심부름도 몇 번 해 버릇해야 철이 든다면서요.”


“아, 네...”


“엄마, 나 편의점 갔다 올 건데, 뭐 필요한 거 있어?”


“아냐, 천천히 갔다 와. 차 조심하고.”


“응!”


회연이는 회순이의 말에 밝게 대답하고는 문을 열고 나섰다.

회연이가 현관을 나선 것을 확인하고는, 

아저씨는 굉장히 고뇌에 빠진 표정을 짓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회순 씨. 만나자마자 이런 이야기를 하기는 그렇지만... 회붕이, 죽었습니다.”


“...네?”


난데없이 나온 말에 회순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꿈뻑꿈뻑하면서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아저씨는 차마 말을 더 이어가야하는가 머뭇거리면서도,

띄엄띄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한달 전쯤 일입니다. 유독 그 날은 정신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배에 타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참... 살겠다고 발버둥쳐도 버티기 힘든 곳이 바다인데, 삶의 희망까지 내려놓은 듯이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아저씨가 하는 이야기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회순이는 멍하니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잠깐만요. 죽었다고요? 누가요? 회붕이가요? 평범한 회사원이 무슨 그런 먼 바다에까지 갈 일이 있어요?”


회순이의 말에 아저씨는 한숨을 내쉬고는,

‘하아... 그 녀석, 이야기도 안 하고 탔던 거였구만.’

이라고 중얼거렸다.


“회붕이, 주말마다 어선에 탔던 게 벌써 3년 정도 되었습니다. 멀쩡히 일하는 사람 같은데도 불구하고 꼭 여기서 일을 해야겠다 해서, 한 번 시켜보니 정말 죽을 듯이 열심히 하더군요. 그때는 우스갯소리로 빚이라도 졌냐고 한마디씩 하고 그랬었는데...”


아저씨는 씁쓸한 추억이 되었다는 듯이,

회붕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제는 떠나간 사람의, 안타까운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듯이...


회순이는 아직도 회붕이의 죽음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아저씨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3년 전이면 회순이가 낚시 때문에,

회붕이를 잔뜩 쏘아붙이고 집에서 나갔던 때다.


아마 그때부터 배를 타는 일을 했던 것이겠지.

회순이가 그 전까지 매번 부족하다 힘들다 이야기를 했으니까.

조금이라도 회순이를 편하게 해 주기 위해서,

회붕이는 목숨을 걸고 지금껏 왔다갔다했던 것이었다.


“항상 밝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친구였습니다. 지금껏 우울하게 보였던 건, 아내랑 크게 싸웠다던 두 번째 출근이랑, 어딘가 힘들어보였던 마지막 출근뿐이었죠. 그날따라 매일 보던 EBS강의도 내려놓은 채, 조용하게 일만 했으니까요.”


한 달 전.

회연이가 회순이한테로 온 때.

그 때 회붕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회순이는 이미 짜증만 잔뜩 내고 떠났고,

삶의 마지막 버팀목이 되어주던 회연이도 화만 내고 떠났다.

한 달 동안의 짧은 인턴 생활도, 회연이가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그만두었을 텐데,

생명마저 채찍질하면서 그저 회연이를 돌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아온 회붕이에게,

회연이의 가출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회순이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저씨는 그런 회순이를 보면서, 살며시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회붕이 사체 검안서입니다. 평소에도 자기가 죽으면 가족에게 짐이 될까 그리도 걱정이 되었는지, 혹시라도 죽게 되면 아내랑 자식이 사망보험금을 꼭 받을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신신당부 했었습니다. 죽기 며칠 전에는 농담조로 사망보험금 받으면 자식 대학갈 때까지는 충분한 돈이 모이겠다고 그랬었는데...”


아저씨는 거기까지 말하고, 평소 함께 일하던 회붕이의 모습이 생각났는지

숨이 턱 막히듯 말을 멈추었다.

회순이는 아저씨가 내놓은 회붕이의 사체 검안서를 보면서도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만나뵙자마자, 나쁜 소식만 전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저씨는 해야 할 말을 다 전했다는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현관문을 나서려다, 잠깐 발걸음을 멈췄다.


“그래도 회붕이, 좋은 곳에 있을 겁니다. 평생 아내랑 자식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으니까요. ...이런 말씀밖에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회순이가 듣고 있는지 아닌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아저씨는 현관 문을 나왔다.

마침 현관문 밖에는 회연이가 비타음료를 사서 오고 있었다.


“어, 아저씨. 벌써 가시게요?”


“어, 음... 이만 집에 가서 쉬어야지...”


“아빠한테는 연락 없었나요?”


아저씨는 회연이의 그 말에, 가슴이 찢어질 듯 했으나

간신히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없었어. 아, 하지만 저번에, ‘우리 회연이는 공부 열심히 해서 꼭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지?’라고 전해 달라고 했었어.”


“아이, 또 새삼스럽게... 그러면 다음에 연락할 때는 ‘아빠가 도와주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라고 전해 줘요.”


“...그래, 아저씨가 책임지고 전해줄게. 공부 열심히 하렴.”


“네!”


아저씨는 그 말을 마치고, 회붕이의 집을 떠났다.

회붕이가 미련 없이 갔기를, 회붕이의 가족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면서.





“엄마, 나 왔어요.”


회순이는 회연이의 소리에 놀라서 후다닥하고 아저씨가 준 종이를 치웠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마치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깨어나면 달라지지 않을까. 깨어나면 모두 거짓말이 되지 않을까.

회붕이의 죽음은, 아직도 회순이에게 사실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빠는 오늘 오시기 힘들 거 같으니까, 일단 우리끼리 저녁 먹자.”


“...”


“집에 먹을 게 있으려나... 냉장고에는 온통 술뿐이네. 지금 나가서 재료를 사오기에도 좀 늦었고...”


“...”


“역시 나가서 사 먹는 것밖에 없으려나. 엄마, 오늘 뭐 먹으러 갈래?”


“...”


“엄마? 듣고 있어, 엄마?”


“...응? 아, 그래. 저녁밥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봐야겠네.”


“왜 이렇게 반응이 늦어, 엄마. 또 딴 생각하고 있었지? 아무튼, 지금 집에는 먹을 게 없어서 나가서 먹어야 될 거 같은데?”


“그, 그러니? 그러면 오랜만에 우리 나가서 먹을까?”


“그러니까, 지금 그 말 하고 있던 거잖아... 엄마도 진짜.”


일부러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는 회연이를 보면서

회순이는 애써 웃으며 나갈 준비를 했다.

그래. 차라리 멍하니 있는 것보다도, 눈앞의 회연이를 챙기는 게 더 먼저 아닐까.

회순이는 멍한 표정으로, 회연이에게 이끌리듯 밖으로 나섰다.


“엄마, 우리 뭐 먹을까? 나 이 근처 음식들은 거의 다 먹어봐서 잘 알아.”


“그러니? 그러면 회연이가 추천하는 걸로 먹어볼까?”


“에이, 그런 게 어디있어. 적어도 음식을 말해줘야 추천을 해 주지. 먹고싶은 거 없어?”


“음, 글쎄...”


회순이는 반쯤 무의식적으로 회연이에게 대답하면서도,

정처 없이, 목적지 없이 걸었다.

한창 회연이와 대화하던 회순이의 발이 멈춘 곳은,

한 횟집 앞이었다.


“어? 왜 그래, 엄마? 뭐라도 봤어?”


회순이는, 회연이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은 채,

천천히, 이끌리듯 횟집으로 향했다.

회연이는 당황해서, 회순이를 쫓아갔다.


“여기서 먹게? 아빠가 여기 물회는 맛있다고 한 걸 들은 적은 있어. 근데 먹어보진 않았는데...”


회순이는 회연이의 말이 들리기는 하는지,

본능이 따라가는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마치 꼭 그래야만 하는 사람처럼 횟집으로 들어갔다.


“저, 물회 주문할 수 있을까요?”


“뭐여, 아가씨도 물회 먹으러 온 사람이여? 이를 어쩌나, 물회 재료는 오늘 다 떨어졌는데.”


“아... 그런가요...”


“대신에 비빔회 재료는 아직 남아 있는데, 먹고 가볼 텨? 내가 한 그릇 기가 막히게 비벼줄게.”


“...”


회순이는 가게 주인의 말에도 아무런 대답 없이 멍하니 있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회연이가 당황해서,

급하게 가게 주인에게 이야기했다.


“아, 그러면 비빔회 덮밥 두 그릇 부탁할게요.”


“아이고, 따님 야무지네. 금방 만들어 드릴 테니까, 좀만 기다려 주시요. 여기 비빔회덮밥 두 그릇!”


가게 주인이 주문을 이야기하는 동안,

회연이는 회순이를 이끌고 자리에 앉았다.

회연이가 보기에는 엄마의 상태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왔는데도 아빠를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러겠거니 했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가게 안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

회순이가 멍하니 가게의 풍경을 바라보던 도중,

친구끼리 왔는지 왁자지껄 떠들며 밥을 먹는 학생들의 소리가 들렸다.


"후우... 회는 물회로 먹어야 제 맛인데 하필 물회 재료가 다 떨어진 날에 오니까 아쉽네."


"어! 줄이면 후회물이네!"


"둘 다 나가.“


“아, 난 왜! 헛소리한 건 얘잖아!”


서로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밥을 먹는 학생들.

회순이는 그 중, ‘후회’라는 말을 듣고 목이 턱 막혔다.

회순이에게도 저렇게 즐겁게 회붕이랑 이야기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째서 지금 회순이 옆에는 회붕이가 없을까.


뭉게뭉게, 회붕이와 함께 먹었던 물회에 대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모름지기 연인 사이는 서로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함께 즐기며 사는 거라고~’

‘네가 행복하게 먹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또 보고 싶어.’


어렸을 때는 그렇게 말했었었는데.


정작 회순이는 회붕이와 함께 힘든 삶을 이겨내려고는 하지 않은 채,

그저 회붕이에게 짐을 다 떠넘기고 도망갔었다.

정작 회붕이가 애써서 물회를 만들어 주었을 때,

보기 싫다고 쏘아붙이면서 아예 던저버렸었다.


‘지금, 장난쳐? 이게 당신이 좋아하는 거지, 내가 좋아하는 거야? 갖다 치워!’


“네, 주문하신 비빔회덮밥 나왔습니다.”


회순이의 생각이, 서빙하는 직원에 의해 끊어진다.

회순이는 물끄러미, 상 위에 서빙된 비빔회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 비빔회가, 물회 재료가 다 떨어졌다는 지금의 상황이,

회붕이가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졌다.

갖다 치우라며 던져버린 자신에게, 더 이상 물회는 꿈도 꾸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아,

가슴이 지잉 하고 끊어질 듯 아팠다.


마치 이제는 더 이상, 너와는 함께 밥을 먹을 수 없다고,

이제 회붕이와는 함께 있을 수 없는 현실을 그만 받아들이라고,

그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쓰라리게 아팠다.


“왜 그래, 엄마? 어디 아파? 밥도 안 먹고.”


“...아냐. 밥 먹을 거야.”


회순이는 작게 비빔회 한 술을 떠서 입 안에 넣고 깨작거렸다.

그릇 안의 밥이 점차 사라질 때마다,

회붕이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것 같았다.


더 이상, 회순이를 아껴주었던, 회붕이는, 이제 없다...


“어? 엄마 울어?”


“...응? 아냐, 괜찮아.”


어느 새, 회순이의 눈가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회순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눈물을 쓱쓱 닦고는,

괜찮다는 듯이 회연이에게 밝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회연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회순이에게 말했다.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 아빠는 항상 엄마도 나도 사랑한다고 했었어. 아빠 돌아오면 나도 엄마 옆에서 같이 사과해 줄 테니까. 아빠는 화 안 낼 거야. 아빠가 화내는 건 한 번도 본 적 없으니까 괜찮아.”

애써 회순이를 위로하려는 회연이의 모습을 보고,

회순이는 옆에 앉은 회연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래, 역시 우리 딸이 최고야.”


“엄마, 엄마! 숨막혀, 숨!”


회연이가 숨이 막히지 않도록 팔힘을 느슨하게 하면서도,

회순이는 회연이에게 들리지 않도록 숨죽여 울었다.

그렇게 무심하게 보내게 되었던, 그렇게 위로 한번 못해주고 상처만 주었던,

사랑하는 회붕이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감이 겹쳐, 눈물이 쉬이 멈추지 않았다.


‘회붕아, 미안해. 사랑해...’


회순이는 한없이, 그 말만을 가슴속에서 반복했다.





회붕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회순이는 많은 고민 끝에, 회연이와 같이 회순이네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비록 회붕이와의 추억이 담긴 집이기는 했지만,

회순이가 다니기로 한, 회순이 아버지의 회사에서는 제법 먼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천천히 짐을 정리하던 도중, ‘팔랑’하고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약간 낡기는 했지만,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는지 종이는 깨끗했다.

회순이는 이게 뭔가 하여 종이를 펼쳐 보았다.

잘 보니, 그 종이는 회순이가 집을 나가기 전 남겨 놓은 편지였다.


편지에는 수없이 많은 눈물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여러 번 펼쳐 보았는지, 접힌 부분은 조금 너덜거리기까지 했다.

도대체, 집 버리고 도망간 아내의 투정이 뭐 그리 소중하다고,

회붕이는 이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며 매번 펼쳐본 듯 했었다.


회순이는, 멍하니 편지의 내용을 읽었다.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었는지, 얼마나 짜증밖에 없었는지,

회붕이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다시 알려주는 편지였다.


마음이 찢어지듯 아파 와서, 회순이는 편지를 읽다 말고 내려놓으려 했다.

그러던 중, 회순이는 편지 마지막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무언가 적혀 있던 걸 발견했다.

회순이가 썼을 때는 없었던 글을 말이다.


‘미안해, 회순아. 내가 회연이만큼은 꼭, 힘든 생각 하지 않게 잘 돌볼게.’


거친 일을 하고 와서, 힘이 빠진 손으로 간신히 써내려간 듯한 글씨.

비록 거친 글씨였지만, 그 안에서는 회연이에게만큼은 행복한 삶을 주겠다는

아버지의 의지가 서려 있는 듯 했다.


몇 번이고 펼쳐 보면서, 이것도 아내와의 추억이라고,

이것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이것도 다 노력하라는 뜻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회연이의 모습을 보고, 편지를 다시 한 번 읽어보고,

그렇게 다음 날의 출근을 이어나갔던 회붕이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글씨.


편지에, 새로운 눈물자국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안해, 회붕아...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했어...”


또다시 멈추지 않는 울음소리.

과거 행복했던 시절들이 잠깐씩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아빠, 나 이번에 학교 시험 100점 맞았어!’

‘우와, 열심히 했구나!’

‘물론이지. 난 자랑스러운 아빠 딸인걸!’

‘자랑스러운 엄마 아빠 딸이지! 엄마도 잊으면 안된다?’

‘엄마한테는 이미 자랑스러운 엄마 딸이라고 하고 왔어!’

‘그래? 아빠의 오지랖이었네. 하하하!’


항상 자신을 빼놓은 적이 없었던 회붕이.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까. 아니면, 화를 내고 있을까.

어쩌면 벌써 아무런 관심도 없는 채로, 무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회붕아...”


회순이는 다시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편지 안에서는, ‘회연이만큼은’이라는 글씨가 더욱 진하게 보였다.

그래, 회붕이는 언제나 딸을 끔찍이 아꼈다.

자신이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도, 딸 하나만 보고 다시 일어섰으니까.


최소한 회붕이가 남겨준 회연이만큼은.

회붕이가 아껴준 회연이만큼은, 더 열심히 키울 거다.

회붕이의 노력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될 수 있는 한. 가능한 한. 회연이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했다.


그것이, 회붕이가 평생을 바치면서 바란 일이었을 테니까.





후일담.


“회연 양. 먼저는 이렇게 또 영광스러운 상을 받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네, 먼저는 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이 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고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혹시 지금 가장 감사하고 싶으신 분이 있나요?”


“네, 모든 분들께 감사하지만, 저는 특히 이 영광을 돌아가신 아버지께 돌리고 싶습니다.”


“아버님이요? 보통은 어머님을 많이 이야기하시는데, 훌륭하신 아버지셨나 봅니다. 어떤 분이셨나요?”


“네, 저희 아버지는...”


회순이는 TV에 나오는 회순이의 인터뷰를 보면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여보, 우리 딸이 이렇게 훌륭하게 컸어. ...아니, 당신 딸이지. 상냥하고, 똑똑하고, 당신을 더 많이 닮았으니까.”


회순이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차마 회붕이에게 미안해서 ‘내가 이렇게 키웠다’고는, 할 수 없었다.



‘회순이, 너를 닮은 거지. 회연아, 보이니? 아빠야, 아빠!’



문득, 회순이의 귓가에 그런 말이 들리는 듯 했다.

회순이가 회연이를 낳았을 때, 뛸 듯이 기뻐하는 얼굴로 했었던 말.

회붕이는 항상 그랬다. 항상, 회연이도, 그리고 회순이도 아낌없이 사랑했었다.


“그래... 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말해주는구나...”


회순이는 화면에서 신나게 회붕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회연이의 모습을 보면서

살며시 미소지었다.

그리고, 나직히 중얼거렸다.


“회붕아,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언제까지라도...”


----------------------------------------------------------------------------------------------

이번에도 생각보다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1만5천자를 조금 넘을 예정이었는데...

이번은 해피엔딩 내지는 엔딩을 두개 적을 예정이었지만, 글이 길어져서 지쳐감에 따라 결국 계획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플롯 제공해준신 분, 그리고 소재 제공해주신 분 감사합니다.

플롯: 플롯 추천한다

소재: 후회물 간단하게 하나 써봄


작중 회붕이가 한 어업은 원양어선과 연안어선의 특징이 섞인 일입니다.

실제로는 연안어선조차도 저렇게 주말마다 하는 것은 어려우며,

원양어선을 하더라도 그렇게 큰돈이 벌리지는 않습니다.

행여 제 부족한 조사로 이 부분에 대해 혼란을 받으신 분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