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있었는데!!

그날 나한테 준 응원 편지는 뭐야!

내 노래가 가장 듣기 좋다며!

뜨지 않아도, 유명한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언더에서 노력하는 내 모습이 가장 빛난다며!!!!


왜, 그딴년 옆에서 웃고 있는거야?

왜 둘이서 그렇게 행복해하는거냐고!!

나는 뭐야, 나에게 해준 말은 뭐냐고!


사랑하는 남자가 홀려버렸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아이돌이 되고 싶었지만 실패해서 언더에서 노래나 부르며 생계를 잇던 나를 응원해준 그가 얼굴만 반반한 년한테 홀렸다.


구해줘야해..

내가, 그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려야..


수없이 그에게 그 여자는 아니라고 말했다.

없는 돈을 긁어모아 사설탐정을 고용해 그 빌어먹을 여자의 뒤를 캤다.

그런데도, 오히려 나를 그런 혐오스럽다는 눈으로 본 그에게 이제는 화가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돌릴 방법이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았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이제는 살아갈 의미가 없어...

난 그를 위해 노래를 불렀고 살아왔는데, 그가 없는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자살을 결심했다.

다른 여자와 손을 잡은 그의 모습에 구역질이 나서, 다른 여자와 입을 맞춘 입술을 가지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너무나도 슬퍼서. 자살을 결심했다.


내 마지막을 동영상을 그에게 보내주면 그가 날 기억해줄까?

어쩌면 그 가증스러운 년이랑 헤어져줄지도..

좋아, 나를 찍자!

핸드폰을 펼쳐 카메라에 들어가려는 찰나, 문자 한통이 내게로 왔다.


..........

초대장


자격 인증 : 합격

상기 기재된 날짜와 시간에 지정된 장소로 오기바람. 

어쩌면 그의 마음을 돌릴지도?

..........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런 스팸 문자를 보고도 그의 마음이라는 말에 설레는 내가 있다.

어차피 죽으려는 목숨, 저런데 가봐야 뭐가 달라지겠거니 싶었지만 마지막 문장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려 참가 확인여부에 참가를 적고 송부하였다.


그래, 얀붕아. 나는 포기하지 않아.

아니, 포기 못해.

내가 그 여자의 마수로부터 널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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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장소에는 허름한 창고였다.

역시 사기아니면 인신매매와 같은 수상한 장소라 생각되어 발걸음을 돌리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주위에 나와 비슷한 나이의 여자들이 모여들자, 그제야 상황이 조금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서둘러 여자아이들을 따라 창고로 들어가자 큼직한 연설대와 그 앞으로 의자들이 쭈르륵 놓여있었고, 전부 지정석이였다.


[얀순이] [얀진이] [얀진희] [얀희] ....

우르르 진열된 자리 중 내 이름인 [얀순이] 자리에 앉아, 연설애에 적힌 [얀서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름다운 여성이 단상위에 올라섰다.


"안녕하십니까? 얼추 다 모이신거 같은데, 역시 저희에게 어울리는 인재들이군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그녀는 남들의 시선을 한둔에 잡아 땔 정도의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저도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남자친구가 도망을 갔었습니다."


저런 여자도 남자를 잃었구나..


"갑자기 데이트 중 저에게 와서는 '너 누구야', '날 스토킹 한거야?', '우리 첫 만남이라고! 미쳤어?' 같은 막말을 퍼부어댔었죠."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위에서 '맞아맞아',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 등 동조의 목소리가 일렁거렸다.


"자자, 잠시 집중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 얀남아, 나와봐!"


그녀의 부름에 무대 뒤에서 한 잘생긴 남성이 걸어나왔다.

얀붕이보다는 못해도 어딜가든 훈남 소리를 들을만한 남자.


"너의 죄를 모두에게 고해봐"


한 손으로 얀남이라는 남자의 목을 잡은채 격렬하게 입을 맞춘 그녀는 그에게 우리에게 말을 하라고 시켰다.


"저는.. 어리석은 남자였습니다.. 제가 제 분수도 모르고 그저 얼굴만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를 만나느라 진정한 사랑을 놓치고 살았습니다.."


맞아, 얀붕이도 그년에게.. 그년만 없었으면!!


"하지만, 저는 얀서희라는 여성을 만나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비록 그 과정은 고되고 괴로웠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흐윽.. 흡.. 순애야.."


갑자기 고해를 하다 멈추더니 주저 앉아 울기 시작하는 남자에게 얀서희씨의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씨발.."


얀서희씨는 소리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얀남이의 머리를 붙잡아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고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저번엔 잘했으면서 왜 또 지랄이야!!!!"

"히끅, 흐읍.."


짝-


맨 뒤에 앉은 나에게까지 들릴 정도로 쎄게 때린 뺨


이상하게 지켜보는 내내 혐오감이나 그런 비슷한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저, 이유를 알 수 없는 흥분이 나를 감싸안았다.

얀남이가 얀붕이로, 서희씨가 나로..


헤헤헤...


"대답해!!!!"

"히익!! 서희야, 사랑해!!"

"더 크게!!"

"난 서희가 없으면 살 수 없어! 다른 여자만 보면 역겹고 토할거 같아!"

"잘했어."


폭력을 멈추고 얀남이와 다시 격렬한 키스를 하는 그들을 보며 나를 포함한 모두가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푸하..."

기나긴 은색의 실이 빛을 내며 떨어졌을때, 서희씨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되찾아오는 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세상에는 아직 멍청한 남자들과 머리가 빈 여자들이 많으니까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함성이 창고를 채웠고, 이내 우리는 포박술, 방중술, 카마수트라 등 남자를 조종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중요한건 결박과 감금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계획이 완성될거 같다.


얀붕아, 조금만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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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종합 : https://arca.live/b/yandere/20758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