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얀붕이

내 입으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나름 인기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내게는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그건 바로...


유명 음식점 리뷰 전문 블로거라는 것!


나는 하루 수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리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취미로 주말마다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솔직하고 가식 없는 리뷰를 적는 것이 입소문이 타 어느새 이렇게 인기가 많아졌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매력적인 얼굴, 탄력있는 몸매 덕에 항상 끊임없는 여성들의 구애가 오지만 내게는 음식이 더욱 흥미롭다.

유럽부터 아시아를 거쳐 아메리카까지.

어디를 가리지 않고, 음식 그 자체가 너무나도 좋다.


오늘은 블로그에서 예고한 바와 같이, 인도 카레를 먹는 날.

집 주변에 인도음식전문점이 생겼다길래 찾아가기로 했다.

혼잡한 지하상가들이 엉켜있는 도심 속 고고히 자리를 잡은 낡은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꿀,양파,갈릭 과 같은 양념에 얼버무린 난을 각지 각색의 매력을 뽐내는 커리들에 찍어 먹는 정통 카레와 양갈비나 닭으로 만든 탄두리들. 

특유의 향신료들의 냄새가 멀리서부터 나는 듯한 기분에 점점 속도가 붙었다.


식당문의 종이 울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블로그에서 철저히 익명과 외모 비공개를 하고 있기에 의아해하던 찰나, 시선이 내가 아닌 내 뒤의 여자에게 향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리니 거대한 흉부가 보였다.

아니아니, 아름다운 여성이 보였다.

수많은 난들을 마치 피자 먹듯 쭉쭉 늘려 먹으며 '맛있어!'를 연발하는 그녀의 눈은 마치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주홍빛 동공이 먹을때마다 확장되며, 가슴은 위 아래로 쉴 틈 없이 흔들렸다.

목에 건 고양이 모양의 초커가 인상깊은 그녀는 어디의 먹방 방송인처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 내 입에서도 침이 점점 고이더니 음식이 너무나도 기다려졌다.

뒤이어 나온 음식은,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안날정도로 정말 순식간에 먹어치웠던 것 같다.


눈앞의 빈 접시들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훑고는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며 가게를 나서려고 할때, 문득 그 맛있게 먹던 여자가 생각나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 또한 비슷한 타이밍에 식사를 마친것 같은데 어딘가 정신 없이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갑자기 그녀의 눈에 글썽이는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히끅... 흐윽.. 흐에엥..."




갑자기 날 보며 우는 그녀에게 어쩔 줄 몰라 다가가 손수건을 건내주자, 눈물을 닦다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흐에엥---"

"왜 그러는 거에요"

"지갑을,, 히끅.. 잃어버려서.. 흐아앙-"


우는 그녀의 뒤로 수많은 빈 그릇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많은 양을 지불할 금액이 없다니..

소란을 들었는지 매니저로 보이는 여성이 다가오자 그녀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계산할 금액, 그녀 덕에 더욱 맛있게 먹은 것도 있고 내가 지불하겠다고 하자, 그녀는 한시코 보답하겠다며 전화번호를 주겠다고 하였다.

정중히 거절하고는 카드를 꺼내들자, 낚아채 뛰어가는 그녀를 보고 신종 도둑인가 싶었지만 다행히 계산대로 가 계산을 하는 모습을 보고 기우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카드 서명란... 얀붕이... 헤헤.. 확인했다..."


참으로 웃기게도 헤어지는 순간, 그녀는 지갑을 찾았다며 내가 먹은 몫까지의 금액을 강제로 내 손에 쥐어주며 

"블로그 항상 잘 보고 있어요!!!"

라 소리지르곤 뛰어갔다.


대체 날 어떻게 아는거지?

온몸에 소름이 돋는것을 느끼며 성급히 집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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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안, 홀로 빛을 내고 있는 모니터에 글을 입력한다.

이름도 모르는 여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아서일까, 유난히 맛있게 먹은 음식이라 타자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다음에 갈 곳은.. 삼겹살 전문점... 이러면... 끝!"

포스팅을 올리고 잠에 들려는 순간, 바로 알림이 울렸다.


"벌써 확인했다고?"


[댓글 : 가벼운 옷차림이신거 같은데 집 주변인가봐요♡]


"하트는 뭐야, 하트는"


사진에 옷이 조금 찍혀있었나보다.

답글로 지역 맛집이길래 찾아가봤다 적고는 컴퓨터를 종료했다.


..........


우연도 두번이면 필연이라 했는가, 다음날 찾아간 삼겹살집에는 그녀가 또 있었다.


막 쌈을 입에 넣고 있던 그녀가 

"우음 우읍 우아움!!"

이라고 특유의 눈동자가 확장되는 모습과 함께 외치자 주위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일행이신가봐요"


홀 서빙을 하던 직원이 나를 그녀 앞에 앉게 했고 그녀에게 "일행 분 오셨습니다" 하고는 나가버렸다.


딱봐도 혼자 먹을 수 있는 분량이 아닌 고기를 시킨 그녀는 나를 보더니 멋쩍게 웃으며 같이 먹자고 했다.


"일행분은 안오시나봐요?"

"네...히히 파토가 나서요"


파토가 난게 기쁠 일인가 싶었지만 실례일까 묻지 않았다.


그보다 눈 앞에서 연기를 내뿜는 고기들, 역시 빠질 수 없는 각종 상추와 고추, 김치찌개까지!

누가 식당을 가면 밑반찬부터 먹어보라 했는가, 차려진 음식을 두고 도저히 발걸음을 돌릴 수 없었다.

특히 삼겹살에는 소주가 빠질 수 없는지라, 어느새 그녀와 둘이서 술을 마시다보니 거하게 취해버렸다.


삼겹살이 지글지글 계속해서 구워지는 동안 그녀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계속해서 말을 했고, 나는 듣는 입장이었다.

분명 무슨 말을 꺼낸 것 같긴 한데 잘 기억이 안난다.


점점 헤롱해지는 정신 속 마지막으로 본건 저번에 빌려주었던 내 손수건을 자신의 입에 넣어 물고 빠는...?


어? 


..........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리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일어났다.

언제 통성명을 했는지 [얀순이]라고 적힌 화면 속에는 그녀와 내가 찍은 사진이 프로필로 있었다.


"으윽.. 여보세요?"

"아, 지금 일어나셨어요?"

"그러게요.. 벌써 해가 이렇게나 떴네."


그녀의 모습이 괜히 떠올라 꿈 얘기를 하기 부끄러워 말을 잠시 멈췄을때, 그녀에게 이상한 말을 들었다.


"얀붕씨! 블로그 대박났던데요?"


그니까 내가 그녀에게 블로그 얘기를 했었나? 그리고 대박이라니?


"블로그야 항상 잘 되는데.."

"아뇨, 어제 올린 포스팅이요!"


어제는 술에 취해서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

대체 어떤 글을 말하는거지?

인도 카레는 아닐텐데?


그녀에게 전화로 양해를 구한 후, 블로그를 켜보았다.

뭐야 이건...


[제목 : 연인와 알콩달콩 고깃집 데이트]


엄청난 조회수와 댓글이 있는 이 게시물은 처음 보는 글이다.

내 블로그에 난 절대 내 신상을 올리지 않는다.

내용은 더더욱 가관이었다.


(얀순이와 고기를 먹는 사진)

(얀순이와 러브샷을 하는 사진)

(얀순이와 키스를 하는 사진)

(싫다는 얀순이를 강제로 안는 사진)

(좋다는 얀순이에게 사랑한다고 소리지르는 동영상)


말을 할 수 없이 뻐끔뻐끔 거리는 내게 전화기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이걸로 수만명 공인 연인이네요? 전 싫다고 분명 했는데, 얀붕씨는 정말.. 못말려요."

"이게 뭐야!"

"어쩔 수 없네요. 마음 넓은 제가 얀붕씨와 사귀어주지 않으면.."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나만의 비밀을 누군가 강제로 들춰내 공개해버린 기분이다.


"그러면 오늘 데이트는 어디서 할까요?♡ 포스팅 마지막에 이제부터는 블로그 방향을 저와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로 바꾼다 적어놓으셨던데♡"


"나는, 나는, 이런적이..."


"그게 중요해요?"


"흐윽.. 흑.."


통화가 영상통화로 전환되며 그녀의 웃는 얼굴이 보인다.



"남자가 왜 울고 그래요~ 처음이랑 입장이 반대네요?"


"나는 이런걸 바라지 않았어..."


"그럼 수만명에게 거짓말을 한 셈인걸요? 아니면 싫다고 한 여자에게 억지로 한 남자로 세간에 알려지고 싶어요?"


"내가 이런걸 할리가 없잖아.."


난 주정을 부리지 않는다. 분명 그런데..

애초에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깨질듯한 머리의 숙취가 올리가 없다.


"제가 약 탔으니 당연하죠. 사진이랑 동영상은 합성이에요."


"엉?"


"꺄하하!♡ 바보같은 얼굴♡"


"그게 무슨 소리야!!"


"어머, 여자친구한테 소리지르는 거에요?"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무슨 소리냐니, 범죄자 하거나 제 남자친구하거나 선택하라는거죠. 선택지를 주다니 저라는 여자친구, 참 배려심 넘치죠?"


"고소할거야!"


"사실이든 아니든 뭐가 중요해요? 누가 이길 줄 알고 있잖아요."


"흐윽.. 흑.."


"어머, 또 운다♡"


"원하는게 뭐야.. 내 비밀까지 까발리고.. 돈이야? 돈 때문이냐고!!!"


"사랑"


쌩뚱맞은 말을 한 그녀는 뒤이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우리 어디서 만날까?♡ 일단 다음으로 내가 먹고 싶은건... 얀.붕.이♡"


나는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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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종합 : https://arca.live/b/yandere/20758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