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해 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전쟁


같은 나라에서 서로 다른 이념이 그들을 지옥보다 추악한 곳으로 끌어내리는 전쟁


역사가들이 이야기 할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전쟁


처음에는 왜 싸워야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곳에 보이는 적군 이라고 말하자면


모두 이 나라에서 숨쉬며


이 나라에서 뛰어놀며


이 나라에서 일 하며


이 나라에서 사랑과 이별을 하며


이 나라에서 생을 마감하는


평소와 다를것 없었던 이상할것 없었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그들은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고


인간이라면 하지 말아야할 짓을 저질렀다.


살인 강간 약탈 납치 그리고 학살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공권력이 공권력따위로 바뀌는 시간은 전쟁이 시작 된 후


며칠 걸리지도 않았다.


수 많은 곳 에서 범죄가 일어났으며 


범죄가 일어난 곳의 상황은 참혹했으며


범죄를 일으킨 적들은 그 자리에서 즉결처형 되었으며


적들이 휩쓴 자리에서는


아주 가끔 들리는 비명과 울음 사이의 처절함 말고는


조용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조용했다.


이게 정녕 이전까지 같은 나라의 국민들이 벌인 짓이


맞는건지 아니면 내가 잘못 본것인지


이 생각이 머리에 맴 돌고 있을때 쯤


"김후순 상병 이리로 오게"


"상병 김후순! 부르셧습니까?"


"이것들은 이전에 적들을 지원해준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싫은 것들이다"


"딸아!" "아가야!" "누나..."


"....!"


내가 보고있는 내가 보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으면 안되는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다.


후붕이의 가족이다.


"왜... 어째서...."


몇달 전에 나와 후붕이의 교제를 인정해주며


나를 정말 새로 생긴 가족 처럼 대해주시던


그 미소에 가식조차 찾을 수 없던


후붕이의 가족이... 지금 여기.


이 지옥에 있었다.


신이시여...


이것이 당신의 유흥입니까...


왜 저분들이 여기에 있는 겁니까....


그리고 들려서는 안되는 말이 들렸다.


"이 자들을 죽이게."


"싫습니다. 이분들을 제 손으로 죽일 수 없습니다"


"김후순. 이것은 명령이다."


"후순아..."


후붕이의 부모님의 말이 들린다.


"안...돼요...전...저는....할...수...없어요...."


"우리딸... 우린 괜찮아... 죽을수 밖에 없다면... 다른사람이 아닌 우리 딸 한테 죽어야지...."


아버님... 제발...


"아가야 괜찮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누나... 난 괜찮아... 누나한테 죽는다면... 다 괜찮아.."


후돌아... 넌 아직 어린데... 아직 죽으면 안되는 나이인데...


권총을 잡은 손이 움직이질 않는다...


온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김후순은 그 행동만큼은 할 수 없었다.


그녀의 기억속에 후붕이의 부모님은 어떠한 면에서


자신의 부모님보다 나은 사람들이었으며


며느리가 되지도 않았지만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해주는


후붕이의 가족...


후순이는 잠시 눈을 감으며 옛날 일을 떠올렸다.



후붕이의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 자리


화목해 보이는 가정


이 자리에 있는것이 너무 행복했다.


식사가 끝난 후


후붕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후붕이의 부모님이 내 손을 잡으며


'우리 아들이 후순이 너 보다 못한 아들이지만 후순이 네가 며느리가 되어준다면 앞으로 아들 걱정은 없을거 같네.'


'아버님...'


'밥먹었으면 우리는 먼저 돌아가도록 하마. 둘의 소중한 시간 더이상 뺏고싶지 않으니'


'아버님! 정말... 정말...감사합니다....흑...'


'예끼! 앞으로 우리 가족이 될 사람이 눈물을 흘리면 안돼! 


그나저나 우리 집안도 이제 딸이 생기는구만 허허'


'기분 좋아서 그러는것 같구만 뭔소리에요 당신도 참


아가야 울고 싶으면 울어도 괜찮다. 


이제 우리 아가는 혼자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니까.'


'어머님...'


'나도 그러면 누나 생기는 거야? 그러면 누나라고 불러도 되는거야?'


'후돌아...'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따뜻했던 시기가 생각이 나니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순이는 울며 후붕이의 가족들을 바라 봤지만


이 상황에서도 후순이를 보는 그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우리 딸! 울지 말고 얼른 해! 네가 살면 난 여기서 죽어도 상관없으니 울지말고 얼른 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아가야 네가 뭘 하든 난 널 원망하지 않으마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사는것도 더이상 지치는구나 아가야.. 미안해 할것 없다.. 우린 살만큼 살았으니..."


"어머님.... 죄송합니다... 제가..."


"누나... 누나가 위험하면 난 기꺼이 죽을거야 왜냐면 형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리고 내 누나잖아"


"아아....후돌아....너는 안돼...너는 너무 어리잖아..."


"괜찮아 누나 이제 다 컷어"


아니야 후돌아... 내가 보기에는 너는 아직 꽃봉오리인데...


"어서 죽여라. 더이상 지체되면 안된다."


"....알겠습니다"


"난 자리를 비켜줄테니 끝나면 바로 나와서 보고 하도록..."


금태양 소위가 자리를 떠났다.


"죄송합니다... 이건 제 의지가 아니에요..."


"어서 하거라 아가야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우리 후붕이 보면 이 편지를 전해 주거라..."


"알겠...습니다...정말...죽어서도...다시뵐...면목이없습니다..."


후순이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다.


하지만 후순이의 표정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럼 아직 죽으면 안되지 우리딸. 

우리의 소원은 니들 결혼하는걸 보는거지만 그걸 못이뤄서 아쉽게 됐구나... 

하지만 열심히 살아서 미래를 나아가는건 우리가 하늘에서 지켜봐주마...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해야할 일을 하거라..."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후순이의 손이 자신의 손에 있는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누나... 고마워... 그래도 누나한테 죽을수 있어서 다행이야..."


"....아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권총은 격발되었다 총 세발이...


그리고 그녀의 눈은 죽어있었다.


5년이 흐른 후 


전쟁이 끝났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죽은 사람도 많았지만


내전은 종식 되었고


상황이 종료된 몇년 후


죽음의 땅에 새 생명이 들어 오고 


활기를 되 찾을 즈음


금태양 대령이 도주중에 붙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후순이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소식을 듣고선 자수했다.


이 후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전범재판이 열리게 되었다.


후순이가 상관으로 여기고 있던 금태양 대령은 재판에서 


제노사이드 혐의가 인정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김후순 대위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녀는 제노사이드 행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어째서... 저한테 죄를 안주시는 겁니까 재판장님...


저에게 벌을 주세요...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제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가족을 죽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울부짖음이 닿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하는게 그녀가 받아야할 최악의 벌이였다.


재판이 끝난 뒤 후순이는 후붕이를 만났고 


후붕이는 아무말 없이 그녀를 안아주며


"괜찮아... 네가 살아만 있었으면 됐어..."


"아냐... 아니야... 후붕아 날 욕해야지... 후붕아 날 때리던가...아니면 날 죽여야지..."


"네가 준 어머니의 편지 읽었어.


그 편지에 네가 무슨짓을 벌이던 그게 설령 


자신과 가족을 죽이는 일이여도 용서하라는 내용이 있었어.


그러니까 난 널 용서할거야 네 의지가 아니였잖아.."


"아....아아아....!!"


그 사건 이후 후순이는 다시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안도의 눈물이 아닌


자신은 무슨일을 하던 죄를 뉘우칠수 없다는 좌절의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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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으로 쓰기 개빡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