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 더 이상은 출력을 견딜 수 없습니다!"

"서둘러 지원 병력을 요구해야합니다!"


사방에서 폭파음이 들린다.

진동과 함께 흔들리는 벽을 한 손으로 잡으며 앞으로 걸어간다.


"박사님의 딸, 시급히 그녀를 불러야 합니다!"

"이 곳에 적이 도달하기까지 57분!!"


다급한 군인들의 소리가 좁은 연구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녀를 부르라니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분명 최전방에서 인류를 위해 싸우고 있을 그녀를 부르라니..

여기서 전부 죽더라도, 대의를 위해 알리면 안된다.


"연구데이터를 전부 본부로 보내라! 죽더라도 임무는 완수해!"


사이렌이 계속해서 울리는 연구실 안에서 부하들에게 지시를 한다.

적어도 이 괴생명체들에 대한 모든 자료는 남겨야한다.

미래의 희망을 위해서라도.

분명, 현재를 헤처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급보! 급보! 미확인 생명체가 급속도로 이곳에 접근 중입니다! 빨리 대응 장치를--!"


레이더 상에 하나의 점이 빠르게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다.

아직 적의 수뇌부가 등장할 타이밍은 아닌데..!


"격추 미사일 1번, 5번, 6번을 발사하라!"


격납고에서 훈련받은 군인들의 정교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뒤이어 거대한 폭음과 함께 미사일이 날라갔고, 다가오는 생명체에 격돌했다.


"보고! 생명체에 이상 없음! 더욱 가속된 속도로 이 기지에 접근 중입니다!"


이곳은 인류의 모든 기원이 담긴 연구실이다.

절대로 무의미하게 손실되게 만들 수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안좋은 소식이 연달아 들어왔다.


"보고! 적 무리의 대거수 이동 발생! 진로를 바꿔서 약 7분 뒤 도달할 것으로 계산됩니다!"


확실히 종말이 다가워짐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우주에서 침략한 외계인들은 급속도로 지구를 점령해갔다.

아무리 지구인들이 발악을 해도,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외계 생명체를 당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어둠속에서도 빛은 나온다던가, 외계 물질의 노출된 인류 중 특별한 힘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다수 등장했다.

그들의 저항으로 지금 전선은 어느쪽이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는 초접전.


이런 세계 속에서 나는 이 생명체들을 연구하는 기관의 장이다.

군인 출신 연구원인 덕에 급히 소집되었고, 이 곳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여 그들의 약점, 고향, 기술 등을 알아내고 았었다.


당연히 가장 먼저 공격당할 장소임은 알았지만, 이리 빨리 올 줄이야. 계산하지 못했다.

레이더의 점이 점점 가까워짐에 주마능같은 예전일이 영화 속 필름처럼 한 장면, 한 장면 씩 스쳐지나간다.


몇분이 지났을까. 외계의 무리는 결국 여기에 도달했고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는 충격이 기지를 덮쳤다.

저 멀리서 희미하게 비명소리와 탄약내가 왔고,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기 시작했다.


"진영을 정비해라! 우리의 목표를 잊지 마라! 여기서 쓰러지더라도, 최대한 처리한다!"


평소와 같은 우레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동자가 보기 좋게 바뀐 것을 볼 수 있었다.


"좋아! 비상 대책 플랜 C-2로 진행한다! 연구원들은 전부 나를 따라 오..."


-탕-


발포음과 동시에 오른쪽 복부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나온다.

갑자기 빠지는 힘에 무릎을 꿇린다. 

피를 섞은 기침이 계속해서 나온다.

지금 무슨 일이..


"쿨럭, 쿨럭.. 윽..."


"저,저,저,저는 반대했습니다! 차,차라리 항복을.."


잘 움직여지지 않는 고개를 돌리자, 떨리는 두 손으로 권총을 잡아 나를 겨낭한채 입술이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연구원이 보였다.

실험실에서 가장 마음이 약한 연구원이었다.

조금 더 한명 한명에게 신경을 써줬어야 했는데..


"바,박사님만 죽여서 목을 주면, 나머지는 사,사,살려주겠다고!!"


이간질에 넘어가버렸군.

오른손으로 상처를 감싸보지만 속수무책이다.

굉음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그리고 굉음이 임계점에 도달한 순간!


"아버지!!! 제가 왔어요!!"


이 자리에서 들리면 안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여기에? 분명 최전방에서..


"꺄아아아악!! 아버지, 아버지!! 이게 무슨 일이야!!"


절대 뚫을 수 없으리라 자부하던 연구실 지하 벙커의 천장을 두부 썰듯 가볍게 자르고 내려온 그녀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나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이내 고개를 돌려 권총을 진 연구원과 눈이 마주쳤다.


"저,전장의 성녀..."


"씨발새끼야!!!!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한 줄 알아!!!!!!!"


"얀순아.. 쿨럭. 진정.."

냉정을 찾아야한다.

빠르게 전황을 헤쳐나갈 묘리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그녀는 여기 있으면 안되지만, 이미 온 이상 최선의 타계책을 만들어야한다.

한 줄기 길이 보이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였나보다.


"가,가,감히!!! 내,내,내가 사랑하고 존경하고 숭배하는 아버지께 총을 겨누다니!!!!! "


"오,오물보다 못한 존재가!!!! 저,저,절대 쉽게 죽이지 않아, 팔 다리를 잘라서 외계인에게 던져버리고 남은 부위는 영원히 고통받게 해주겠어!!!!"


"으아아악!!!! 참을 수 없어!! 주,죽여버릴거야!! 지금 무슨 짓을 한거냐고!!!"


"미칠거같아!! 숨이 안 쉬어져!!! 지금, 이게, 으아아아악!!!!"


마치 광기에 빠진 그녀의 모습에 주위의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언제나 전장의 가장 앞에서 냉철하게 싸우며 모두를 수호하는 여자가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그들로서는 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때가 아니다.

서둘러 생존자를 구하고 진열을 정비해야한다.


"얀순아,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줘!"

"아버지 하지만!!"

"명령이야."

"흐아앙~♡ 얼마만의 명령이에요? 드디어 얀순이가 필요해졌나요??"


내 말에 급격히 행동이 돌변하는 그녀.


그녀는 죽음이 가득한 전장에서 일그러져버렸다.

마치 그녀의 모든 것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명령을 받을 수 있어야만 살 수 있다는 그녀에게 너무나 슬픈 감정만이 든다.


초창기 전쟁에서 하염없이 패배만 하던 그 당시, 전장에서 부모를 잃고 하염없이 우는 아이가 있었다.

아름다운 바다를 담은 눈동자는 하나가 사라져있던 그 소녀를 나는 주웠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나 또한 내 가족을 잃었기에, 서로의 상처를 덧씌우려는 자기만족일뿐.


그녀는 너무나도 여렸다.

사소한 것에 쉽게 상처를 입고 사소한 것에 쉽게 기뻐한다.

그녀의 웃음을 찾아주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은 그녀의 나에 대한 의존도만 높혀갔다.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 내 의지가 필요할 정도로.


의안기술이 발달하여 눈을 새로 얻을 수 있어, 어렸을 적 내가 만들어준 안대를 기필고 벗을 수 없다며 끝까지 시술을 거부했다.

각성 후, 기필코 내게서 떠날 수 없다는 그녀에게 필요없다며 전장으로 내쳤다.

부다 그곳에서는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보며 달라지기를 기원하며..


결과는 안좋았다.

처음 그곳에서 스스로 나서서 싸울때는 변한건가 싶었다.

그렇지만, 그건 결국 자신이 내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어필하고 싶어서였을뿐.

더더욱 의존도가 높아져만 갔고, 끊임없이 내 사랑과 명령을 갈구했다.

내가 상처받을까 다가가지도 못한채로, 겉에서 맴돌기만 하며 나를 바라만보는 그녀에게 나는 너무나도 미안했다.


지금도 내 눈앞에 서 있는 그녀는 아마 이 곳이 공격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왔을 것이다.

맡은 임무와 계획한 플랜 전부 뒤로 하고 내게로 온 것이다.


주인에게 명령을 받은 강아지처럼 다시 생기가 돋은 그녀는 방금까지의 격노가 거짓이였다는 듯, 총을 든 연구원을 사뿐히 베고는 그대로 불태웠다. 

해맑게 웃으며 박수를 치면서.


"아버지, 다음 명령은 뭔가요?? 얀순이는 그 어떤 불합리하고 이상한 명령이라도!! 전부 따를 수 있어요!!♡"


그런 그녀에게 이 곳을 탈환할 작전을 말해주며 생각했다.

나는 꼭 그녀를 바꾸고 말 것이라고.

내 명령만을 듣는 기계가 아닌, 감정이 있는 사람으로 변하게 할 것이라고.


"저는 아버지만 있으면 돼요. 그 어떤것도 필요없어요.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상관없어요. 아버지가 필요로 해주는 저. 그것만이 제 전부에요. 그러니 저를 제대로 봐 주셔야해요?♡"


내 심중을 읽었는지 수줍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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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종합 : https://arca.live/b/yandere/20758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