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보글은 역시 DAW 소개로 시작하는게 맞는 것 같은데, 그전에 서론을 좀 가져보겠음.

 

사실 믹싱이 참 애매한게, 소리들을 비선형적으로 편집할 수만 있으면 믹싱이 가능하고, 믹싱”만”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꽤 마이너하기 때문에 믹싱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범위가 굉장히 넓어진다.

(비선형 편집이라는건 내가 원하는 오디오 파일을 원하는 시간대에 배치하고, 편집할 수 있는 걸 말함. 선형 편집은 두루마리 휴지마냥 연속적으로 배치할수만 있지 그 순서를 내맘대로 바꿀 수 없는걸 말하는데, 보통 생방송이나 디제잉 같은 라이브 환경에 해당)

예를 들어 음성 편집 툴로 종종 쓰이는 Goldwave나 Audacity, Audition 같은 프로그램들도 여러 오디오를 합치거나 오디오 간의 밸런스를 조정하고 이펙터를 먹일 수 있기 때문에 믹싱이 가능하다. 다만 직접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존나게 불편하다. 애초에 “파형 편집”이 주 목적인 프로그램들이라 그럼.


그게 아니면 어도비 프리미어 같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에서도 충분히 믹싱이 가능하다 ㅋㅋㅋ

오디오 파일을 비선형적으로 배치할 수 있고, 볼륨 조정, 구간 편집은 당연히 되고 VST(외부 플러그인)도 불러올 수 있는데다 인서트, 센드 같은 믹서패널도 제공하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프로그램들에 비해선 선녀 수준으로 믹싱이 가능하다. 거기에 덤으로 영상 편집도 가능하기 때문에(?!) 유튜브 시대에선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물론 그러라고 있는건 아니고, 주로 촬영된 영상에 들어있는 오디오를 편집하고 보정하고, 다른 효과음이나 배경음을 적절히 섞으라고 제공된 기능이긴 함. 이쪽은 포스트-프로덕션이라고 하는 분야임)

그치만 결국 믹싱이 주 용도인 프로그램이 아닌건 여전하기 때문에 믹싱하는 입장에선 쓸데없거나 불편한 기능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제일 찰떡인 프로그램은 DAW(Digital Audio Workst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DAW는 보통 작곡을 하는 용도로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이름에 워크스테이션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만큼 작곡 뿐만 아니라 믹싱, 마스터링, 오디오파일로 최종 결과물 추출까지 비선형 오디오 편집에 관한 모든 과정을 이거 하나로 할 수 있다.

그리고 의외로 작곡과 믹싱은 한끝차이다. 그래서 믹싱으로 이쪽 세계를 처음 시작했다가 작곡도 하게되는 경우도 있고,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가 DAW 배우면서 결국 믹싱에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니까 믹싱에 관심있으면서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언제든지 작곡도 취미로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 좋겠음.

 

암튼 서론은 여기까지임. 이제 제목에 왜 믹싱 툴이라 해놓고 뒤에 (DAW)를 붙였는지 알겠지?

DAW의 종류도 생각보다 많음. 업계 표준으로 쓰인다는 전통의 Cubase부터 시작해서 비교적 신흥 강자로 꼽히는 Studio One, Ableton Live, 맥 유저면 고려해볼 수 있는 Logic Pro X나 Pro Tools, 힙스터들만 쓴다는 Reason, Bitwig Studio, 그리고 챈주인 본인이 좋아하는 FL Studio 등등…

다만 입문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음.

  1. 이 DAW의 가격은 얼마인가?
  2. 이걸로 믹싱하기 쉬움?

본인이 실용음악 전공자가 아닌 이상 굳이 업계 표준이나 남이 쓰는 걸 따라쓸 필요는 없음.

대신 지금의 본인 신분으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고, 튜토리얼이나 각종 정보를 얻기 쉬운지를 생각해야됨.

이런 점에서 위에서 소개한 대부분의 DAW들은 내 기준에선 추천하지 않음. 어차피 취미로 시작하는거니까 딱 위에 두 개만 생각하면 됨.

그렇게 추려보면 아래의 DAW들이 고려 대상이 된다.

  1. FL Studio
  2. Studio One
  3. Reaper
  4. Podium

Reaper와 Podium은 위에선 언급안했지만 (사실상) 무료 DAW이고 쓸만하기 때문에 집어넣었음.

그럼 하나씩 소개해볼게.

 

 

1. FL Studio

FL Studio는 내가 작곡을 시작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꾸준히 쓰고 있는 DAW임.

이 DAW의 대표적인 장점을 몇 개 꼽자면, 

  1. (전자음악 기준) 작곡하는 방법이 존나게 쉽도록 UI/UX가 짜여져있음
  2. 내장 악기와 플러그인으로 웬만한건 해결할 수 있음
  3. 라이선스 인증 대수 제한이 없고, 인증키 집어넣으면 끝임
  4. 한 번 구매하면 평생 무료 업데이트임
  5. 꽤 꾸준히 편의성 개선이 이뤄지면서 새 기능과 플러그인 추가도 되고 있음
  6. 내가 쓰는 작업 팁이나 후기 같은 글은 이걸 기준으로 써질 예정이다

사실 현업에선 그렇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진 않은게, 40대 이상 원로 세대들은 FL의 전신인 Fruity Loops 시절을 생각해서 그냥 장난감 수준의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고, 한동안 렌더러나 믹서 퀄리티 관련해서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커뮤니티들에서 키배가 벌어진 적이 있는데다 비교적 쉬운 접근성 때문에 잼민이나 힙스터가 쓰는 DAW라는 이미지가 있긴 함.

그치만 어차피 우리는 취미로 시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루기 쉽고 적당한 퀄리티의 결과물이 나오면 그만임. (그리고 렌더러 퀄리티 관련해서는 반박도 많이 나왔고 최신 버전에 와선 개선도 많이 되어서 다른 업계표준 프로그램들과 큰 차이 없음)


그런 점에선 위에서 꼽은 장점들이 상당히 큰 장점임. 특히 나중 갈수록 더 크게 느끼는 장점이 저 3, 4번임. 이놈의 음향/음악 소프트웨어 업계는 (일반인 기준) 프로그램 가격도 더럽게 쳐비싼데 샀다고 끝이 아님. 요즘 나오는 웬만한 작곡 관련 프로그램, 플러그인들은 무슨 iLok 같은 별도 인증 프로그램을 깔아서 최대 2~3대의 PC에서만 쓸 수 있게 인증 대수 제한이 있는게 보통이고, 새 버전이 나오면 무료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원가의 절반~1/3 정도의 돈을 내야 업글을 할 수 있음.

하지만 갓-갓 FL Studio는 DAW를 한 번 사면 그냥 평생 무료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고, 인증도 그냥 FL을 구매한 본인 계정으로 로그인하거나 라이선스 키 한번 입력하면 끝임.


아래 인증샷 보면 알겠지만 본인은 급식~학식시절땐 어둠의 경로로 크랙판을 구해서 쓰다가 FL이 마침 세일중일 때 알바하면서 모은 돈으로 Producer Edition을 사서 5년동안 썼었음.

그러다가 또 2020년에 블프 세일이 열렸을 때 또 모아둔 돈으로 All Plugins Edition을 사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 이런식으로 본인 재정상황에 맞게 천천히 사면서 업글하는 재미도 나름 있음.

(2015년 2월에 Producer Edition 구매)


(2020년 11월 블프때 All Plugins Edition 구매)


지금 이 글 작성하는 시점에도 세일 중이니 평생쓴다 생각하고 사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글구 FL이 최근 와서는 유저 편의성 관련한 업데이트를 계속 해오고 있어서 예전에 비해 “FL에서만 존나 불편한 작업”이 많이 줄어들었음.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좀더 설명하겠지만, 다른 DAW에 비해 플레이리스트랑 오디오 클립 편집이 좀 부실했던게 사실인데 작년이랑 올해 이뤄진 기능 업데이트(기억상 한 6~8번 있었던거같음)때마다 편리한 기능이 추가되어서 믹싱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체감될거임.

 

암튼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고 15년째 FL을 써온 챈주 입장에선 바이럴할 요소가 넘치지만 일단 FL 소개는 여기까지 하겠음.

 

다운로드 & 구매: https://www.image-line.com/fl-studio-download/

 

 

2. Studio One (스원)


“나는 돈도 많고 영어도 어느정도 할 줄 알며 언젠가 작곡이나 레코딩도 프로 수준까지 올리고싶고 주변에 작곡하는 사람한테 자랑스럽게 내가 쓰는 DAW를 말하고싶다면 Studio One을 추천한다”

한국이 Cubase를 사실상 표준 급으로 많이 쓰긴 하지만, 일본이나 서양에선 Studio One도 꽤 많이 쓴다. 그리고 FL에 비해선 확실히 전문적인 기능을 많이 제공하는 것도 사실이어서 공부 열심히 하고 노하우만 많이 쌓는다면야 스원으로 충분히 1인 스튜디오를 차릴 수 있다고 생각함.


챈주인 본인도 웬만한 작곡과 믹싱은 다 FL로 하지만, 멜론이나 아이튠즈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내 음악을 등록할 목적으로 곡을 작업할땐 믹싱/마스터링 단계에서 Studio One으로 오디오 파일들을 가져와서 작업했다. 솔직히 똑 같은 플러그인에 똑 같은 소리를 썼으면 결과물도 똑같아야 정상인데, 스원에서 마스터링한게 미묘하게 결과물이 더 좋았음. 앞에서 FL 바이럴 존나 해놓고 이런말하면 좀 병신같긴 한데 진짜 그랬음 ㅋㅋ…

아 그리고 CPU도 FL에 비해 좀 덜 먹는 편이고 외부 VST 플러그인 불러와서 작업하거나 할때의 안정성이나 처리시간으로 인한 딜레이의 보정 같은건 스원이 여전히 확실히 나음.


그리고 FL은 몇몇 기능에서 자체적인 프로토콜을 쓰는 경우가 있어서 가끔 좆 같은 경우가 있는데(피아노 롤, 오토메이션, 내장 플러그인 등), 스원은 그래도 스튜디오급의 메이저 DAW라서 표준 프로토콜을 쓰는 편이라 그런 점에서 문제될 일이 없고, 비교적 최신 프로토콜(MIDI 2.0, CLAP 등)을 빨리 지원하고 메이저 플러그인들과의 연계도 잘 지원한다.

예를 들어 음정 보정하는 플러그인인 Autotune, Melodyne, RePitch 같은 것들은 설치할 때 스원이 깔려있으면 연동이 되어서 스원 에디터에서 내장 플러그인 다루듯이 편하게 다룰 수 있다.

그런데 FL Studio는 연동이 살짝 부실해서 약~간 불편한 점이 있음. 물론 작업 자체는 문제없이 가능하고 플러그인 회사 쪽에서 연동 방법 같은걸 동영상이나 설명서로 다 제공하기 때문에 큰 단점은 아니긴 한데 조금 아쉬운 건 있음 ㅇㅇ..

암튼 스원은 꽤 좋은 선택지임. 구매할 의향이 있다면 VST 지원이 가능해지는 Artist나 Professional 에디션을 사면 됨. 전자는 13만원 정도고 후자는 40만원 정도임.

체험판: https://connect.presonus.com/?returnto=%2Fstudioonedemo

(스원 체험판은 저기에서 계정 만들면 받을 수 있다는 것 같은데 안해봐서 모름)

구매: https://samastore.co.kr/category/studio-one/72/


 

3. Reaper


Reaper는 사실 무료로 쓸 수 있는 DAW 중에 제일 좋은 DAW임.

  1. 무료버전은 60일짜리 평가판이지만 기간이 만료되어도 제약없이 계속 쓸수있음(!?)
  2. 가볍고(15MB) 안정성이 높고 CPU를 적게 먹는다.
  3. 윈도우, 맥, 리눅스 어디서든 쓸 수 있다
  4. 다양한 플러그인 포맷을 지원한다(VST, AU, AAX, CLAP)

평생 업데이트, 인증 대수 무제한을 표방하는 FL과 비슷하게 옛날 공돌이 감성이 느껴지는 평가판 정책과 높은 최적화 그리고 풍부한 기능이라는 큰 장점을 갖고 있음.

심지어 돈 주고 산다고 해도 개인 라이선스는 60달러밖에 안함. 다만 사는 시점에서 2개의 메이저 버전까지만 라이선스가 유효하지만(예: 7 버전을 샀으면 8버전까지 쓸수있음), 그래도 다른 DAW에 비해 씹혜자인건 여전함.

소소하지 않은 단점으로는 옛날 공돌이 감성답게 UI/UX가 좀 불편하고 기능이 너무 많다는 점임. 다만 이건 UI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롭게 가능하고 커스터마이징한 UI 테마를 유저간에 공유할 수도 있다는 점으로 어느정도 상쇄 가능하다고 함.


다른 단점으로는 번들 플러그인이 많이 부실해서 본인이 직접 무료/유료 플러그인을 구해서 써야한다는 점임. FL이나 Studio One은 번들로 제공하는 플러그인으로 충분히 믹싱이나 작곡을 할 수 있지만, Reaper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좀 뭐랄까 DIY 같은 느낌임. 근데 뭐 가격 생각하면 어쩔수없는거고, 잘 찾아보면 무료 플러그인 괜찮은거 많으니 엄청 치명적인 단점이고 그런건 아님.

아, 단점 또 하나 꼽자면 존나 힙스터픽이라 정보나 튜토리얼 찾으려면 영어로 찾아다녀야 할거라는 점임. 본인이 영어 좀 되는 공대생이다? 그러면 상관없을거임 ㄱㅊ

다운로드: https://www.reaper.fm/download.php

 

 

4. Podium Free


정말 정직하고 정정당당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무료 DAW 중 제일 나은 선택이 이거임.

Reaper와 비슷하게 존나 가볍고 VST 쓸 수 있고 가벼운 믹싱하는 정도에서는 충분히 쓸만한 선택지임.

다만 무료버전이라 멀티코어를 지원하지 않고 이런저런 기능 제약이 약간 있으며, 아마도 Reaper보다 더 씹씹씹힙스터픽이기 때문에 믹싱에 관한 좀 공통적인 질문이 아니라 Podium에 한정된 질문을 하고싶다면 답을 얻을 수 없을 거임.

영구 라이선스는 50달러고 1년의 무료 업그레이드 기간을 제공한다고 함. 여기에 25달러나 40달러를 더 얹어서 결제하면 무료 업그레이드 기간이 각각 2년, 3년으로 늘어난다고 하네. 

솔직히 라이선스가 싼 편이긴 한데, 돈 주고 사서 쓰기엔 또 돈좀 더 모아서 그냥 스원이나 FL 사는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다.

다운로드: https://zynewave.com/podium-free/

 

 

3줄 요약:

  1. 돈내고 쓴다면 FL Studio나 Studio One 중에 택일
  2. 무료로 쓴다면 Reaper나 Podium Free 중에 택일
  3. 맥 유저는 알아서 해라

 

아마 기본적인 믹싱 튜토리얼은 Reaper나 Podium으로 할까 생각중임. 아니면 뭐 4개 각각 튜토리얼을 작성할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