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이야기니까 보고싶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늘러주세요!







속이 쓰렸다. 손가락은 둔하게 움직여 키보드 위를 훑었다. 몸이 없어진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꿈은 무슨 뜻이었을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길 바랐다. 조금은 무슨 의미가 있어줘야만이 지금의 나를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애써 의미를 찾아대고 본래의 그것도 아닌 말들을 붙여가는 일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무의식 속 일이라는 사실보다 몇 배는 비참하고 쓸쓸할 것이니까.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에 대한 탐구, 내 바깥에 대한 탐구,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제작년 손가락을 바라보며 쓴 멍청한 줄글 몇 줄이 내가 한 노력의 전부다. 몇 자를 썼든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니 한 것이 없단 말이 걸맞을 것이다. 예전엔 꿈이 있었다. 뭣 모르는 어린아이의 치기일 뿐이지만, 알파 센타우리에 가서 살겠다 따위의 말이랑은 전혀 다른,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이었다. 내가 처음 들은 조언이란 자신에 대해 알아보란 뜻이었다. 애초에 모든 글에선 어린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성숙하지 못한, 배우지 않은, 느껴보지 못한. 경험한 것이 없었던 아이의 칭얼거리는 말들이. 애써 상상하며 써낸 비참한 줄글들이. 그래도 싫지는 않았다. 나와 엄마가 저지른 일들을 써냈을 때였다. 처음으로 괜찮다는 말을 들었었다. 세상은 비참하면서도 즐거운 곳이다. 비극이 희극이 되는 곳이다. 애초에 나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쓰는 모든 것은 감정의 역류나 다름이 없다. 작품은 아니며 가치는 당연히 없다. 나는 글을 그리 생각했고 도피처로 봤기에 이런 우스운 말들만 남길 수 밖에 없었다.
아무런 생각이나 하고 싶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싶다. 그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 무언갈 잃은 망령처럼 계속 두리번거린다. 고개를 돌리는 것을 멈출 수 없듯이, 나는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출 수 없다. 그러면서도 힘겨워 가끔 멈춰서면 무력감이 따라붙는 듯 했다. 트랙에서 떨어진 경주마가 달리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것은 승리를 위해서가 아닌 생존을 위해서다.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닌 무언가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종이컵이 굴렀다. 얼마 전엔 음료에 젖어 흐물흐물하던 그것이 이번엔 다 말라 그러지 않았다. 사실 아무런 차이도 없다. 내가 신경쓰지 않은 그것은 어떻게든 바뀌어 있었다.

손가락이 아파 심장이 뛰어
진정되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하지
차라리빨리죽을걸일찍죽어서이대로살아가지말걸
태어남에있어서나의선택이조금도개입되지않는다는사실은그저내가이세상에던져졌다는사실을상기시키기에충분했다.
내가 태어났을 떄의 울음소리 나를 바라보는 모든 시선들 그리고 내가 나왔던 엄마의 자궁에서 내가 형성된 엄마의 자궁 속에서
그 상황에 터뜨리는 울음과 환호와 걱정과 기쁨과
그것들이 얼마나 비극적인 폭력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 던져지게 될 한 아이의
지옥 속으로 빠져들게 될 한 아이의
자신이 커감에 아무것도 개입할 수 없는 한 아이의
작은 알약 하나에 바뀔 수 있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했던 한 아이의
끔찍한 일생을 살아야 하는 한 아이의
괴로운 고민을 해야만 하는 한 아이의
그런 탄생을 그들은 그렇게 기뻐했더랬다
자신들이무슨일을행했는지내가느낄감정이어떤것인지도조금도생각하지않고그저잘될것이라는멍청한한마디로내던져진나는.
그저성욕에 혹은 자신들의 멍청한 계획속에 포함되어버린 죄 없는 자그마한 아이는.
그무엇보다도 순수하게 비극에 가까운 한 순간을 그들이 기원하고 기다리고 기대하고 축하했다는사실이
나에겐 너무나도 비참하고 이기적으로만 들렸다
그들이 나를 책임질 생각조차 없으면서 내뱉은 존재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도 없던 그 사람들은 무슨 자격으로 얼굴을 들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렇게 태어난 이유조차 모르겠다. 태어남에 있어서 가지는 염색체가 나에게 얼마나 저주스러운지 모르겠다. 타인에겐 불행일 수 있겠던 것들을 나에게 주지 않은 세상을 저주한다. 나의 부신, 몸속의 장기기관들, 뇌, 이렇게 커야만 했던 모든 요소들. 그 우습고 자그마한 쓰레기들을 저주한다.
내 몸이지만 내가 건들 수 없다는 사실이. 내가 이렇게 커가고 있지만 전부 다 내 소유지만 내 몸이지만 나는 내 손으로 그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비참함이
사람이란 원래 이렇게 태어나고 이렇게 만족하며 살겠지만
그것조차 너무 비참한 일이잖아
그랬던 것이다
약을 먹게 됨에 기뻤지만 이렇게 간단한 것을 진작에 하지 못했단 것을 후회하고 이렇게 자그마한 알약 하나로 내 손으로 내가 그렇게 염원해도 내가 어떻게 하더라도 바뀌지 않았던 것들이 바뀐다는 사실이 너무나 저주스러웠다.
그들이 나에게 저지른 죄 전부를 저주한다
용서할 생각조차 없다
그저 다시 본다면 나는 폭력을 참지 못할 것 같다
그 멍청함에 그 무의미함에 그 무가치함에 그 무지함에 그 무력함에 그 무심함에 그 생각에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이 가진 무의미와 무가치와 무지와 무력과 무심에 내지르는 폭력으로써 나는 그 사람을 때리게 될 것 같다
사람이 이렇게 되어가는데
들은 모든 말들을 저주한다
내가 들었던 모든 말들을 저주한다
내가 나를 불쌍해함은 나를 불쌍해할 사람이 없어서이고
내가 나를 위로함은 나를 위로할 사람이 없어서이며
이것이 우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