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용사는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오토 체이스의 이야기





“그래, 모쏠아다다. 시발년아.”


“…”


혼자라는 파충류년의 질문에 거리낌없이 사실을 대답한 이 몸.


이 나이 쳐먹고 짝이 없는 건 매우 서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해서 감출 일은 아니기에 당당하게 공표했다.


“그런데, 네 년이 대줄 것도 아니면서 그런 건 왜 쳐 물어보는거지?”


“…”


“와사바리 틀기 전에 말하도록. 남의 개인사를 왜 물어보고 지랄이지?”


물론, 사실을 공표한 것과 별개로 언짢은 구석을 감출 수 없다.


모름지기 저런 질문을 했으면 도덕적인 차원으로 ‘친구 소개 받을래?’ 라던지 ‘나는 어때?’ 와 같은 제안이 따라와야 하거늘…


저 파충류년은 그러한 언급은 커녕, ‘저 병신새끼가 뭐래?’ 라는 똥 씹어먹은 표정으로 야리고 있으니까 말이지.


“…하아!”


“호오? 선빵쳐놓고 대답은 커녕 한숨만 쉬겠다?”


“하! 선빵? 당신이 할 말인가? 그래, 당신은 누구 사주 받고 온거지?”


“무슨 헛 소리를…”


“이젠 진절머리가 난단 말이야. 이번 달만 해도 당신같은 녀석이 예닐곱번은 난동 피웠으니까. 칫…!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손절 했어야 했어.”


지금, 저 파충류년은 뭔 개소리를 지껄이는건가?


‘…사주를 받는다? 손절을 했어야 했다?’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전혀 생뚱맞는 그런 답변들.


동시에 그냥 흘러 넘길 수 없다고 느껴지는 그런 답변들.


이는, 침음을 삼키고 곱 씹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저 년은 이 몸을 자신을 담그러 온 부량배로 착각한 모양이다.’


물론 저 년의 짐작이 아주 틀린 건 아니다.


담그러 온 건 사실이니까.


다만, 이 몸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리고, 손절을 운운한 건…저 년 역시 누군가와 모종의 일을 하고 그 일 때문에 곤란한 지경에 처한 듯하다.’


저 두 마디의 말에서 추론할 수 있는 건, 오직 이정도 뿐이다.


1에서 10까지의 퍼즐을 나열한다면 지금 상황으로선 5와 8이라는 나열된 두개의 퍼즐조각만 보이고, 나머지 조각들은 보이지 않으니까.


나머지 조각을 맞추지 않고선 추측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뭐, 나머지 퍼즐조각은 저 년을 두들겨패면 알 수 있는 법이지. 마치 황금 고블린을 두들겨서 황금을 토하게 하는 것 처럼.’


고로,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좋다! 당장 네 년을 담가버리겠다.”


왜냐고?


고민은 힘이 없는 자들이나 하는 영역이니까.


압도적인 무력은 고민을 할 일을 없게 만드니까.


.

.

.

.

.


잠시 후…


“끄으으으…! 제발 멈춰! 더…더 이상은 들어가지 않아!!”


“말과 달리 몸은 솔직한 암캐년이군.”


억압받은 민초의 한을 풀어줄 겸, 나머지 퍼즐 조각을 맞출 겸, 사채업자길드 ‘노피아’ 의 보스에게 민초의 매운맛을 보여준 이 몸.


“어…어째서 멈출 수 없는거지? 손…손을 멈출 수 없어어어엇!”


처음에는 완강한 태도로 ‘고작 이까짓 민초로 날 유린 할 수 있을 것 같나?’ 라던지 ‘크읏ㅡ! 먹여라!’ 라며 호기로운 자세를 보여준 것도 잠시.


“안돼…이대로 가다간 내가 아닌 내가 되어버렷! 하…하지만! 흐읏ㅡ!”


지금은 배가 가득 찼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민트초코를 갈구하는, 모순이 가득 찬 한 마리의 암캐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어이 어이! 포장지에 묻은 소스 한 방울까지 개처럼 핥다니…이래선 교육이라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줘.”


“흐음?”


“…더…더 줘…흐읍! 흐으읍!!”


포장지까지 정성스레 핥아 먹더니, 그것으로도 굶주린 배를 만족하지 못 한건가?


방금 까지 고자세를 취하던 보스는 이제 상대방의 가랑이를 붙잡고선 본능에 충실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신의 뒤틀린 욕망을 만족시켜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말이지.


“무엇을 더 달라고 하는거지? 재대로 말하지 않고선 모르겠구나.”


“…민…민트…”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다. 그게 바라는 사람의 태도인가?”


“크읏ㅡ!”


이 얼마나 배덕적인 모습인가?


이 이상 민트초코를 탐닉하면 위험하다는 걸 이성으론 알면서, 본성은 탐닉을 멈출 수 없으니 말이다.


지금 저 년의 파르르 떨리는 입술과 동공, 그리고 기어들어간 작은 목소리는 스스로 경계선상에 들어가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욕망을 억누르고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것인지,


존엄성을 버리고 욕망에 충실할 것인지,


라는 선택의 기로에 말이지.


“…초코…”


“흐음? 무슨 초코를 말하는거지?”


“민…민트 초코 더 주세요오옷ㅡ! 당신이 시키는대로 할 태니까 부디…부디 당신의 민트 초코를 더어어어엇ㅡ!”


그래.


결국, 완전히 굴복해버렸군.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본성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탐닉하는 저 모습.


욕망을 억제하는 지성체로서의 모습이 아닌, 본능이 추구하는대로 움직이는 원초적인 모습.


이 자리에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악독한 사채업자보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굶주린 배를 만족시키려는 짐승의 에고로 침식된 한 마리의 암캐만 존재할 뿐이다.


“민트 초코를 원한다라…마침, 혹시나해서 남겨둔 특제 민트초코 햄버거가 남아있긴 하군.”


“특…특제…?”


특제라는 말에 눈 뜨기도 무섭게 고개를 치켜들고선 매마른 입술을 파르르 떠는 파충류년.


그 모습을 보아하니, 특제 햄버거가 자신의 굶주린 본능을 만족시켜주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


더불어 그렇게 큰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라는 우려가 혼재 된 것으로 보인다.


“원하는가?”


“부…부디 특제 햄버거를 나…나에게!”


“뭐, 애당초 네 년에게 먹일 생각이었으니 마다 할 이유는 없지.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


저 암캐년에게 아무 조건없이 주고싶진 않다.


애당초 이곳에 온 이유도 어디까지나 정보를 얻기위함이지, 저 년을 만족시키려고 온 것이 아니니까.


지금 본능에 충실해서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상황인만큼, 이를 철저하게 이용해야한다.


본래 얻을 수 있는 정보, 그 이상으로 말이지.


“네 년, 이 몸을 누구와 착각한거지?”


“착각…이라니?”


“십여분 전, 네 년이 말했다. ‘누구의 사주를 받고 왔냐?’ 라고 말이지. 그 내막에 대해 듣고싶군.”


“…그…그건.”


“흐음?”


말하기를 꺼려하는 저 모습은 무엇일까?


특제 햄버거를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망설이는 저 모습…


저 모습은 아마, 입 밖에 내보내다간 큰 화를 피할 수 없다는 내적 공포가 햄버거에 대한 갈망과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아니고선 저렇게 멈칫거릴 이유가 없으니까.


“뭐, 말하기 싫으면 상관없다. 말하기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부탁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그런…!”


“아쉽지만 이 햄버거는 그냥 버려야…”


“말…말 할게…아니, 말 할게요!”


역시, 인간이란 눈 앞에 있는 본능을 이길 수 없는 존재.


내막을 밝힘으로서 자신에게 어떠한 일이 닥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의 일.


당장 목숨줄을 옳아매고 있을 현실의 문제에선 크게 중요하지 않은 법이다.


“…엘프…엘프사회주의 세계수혁명당…그들이 보낸 자들이라고 착각했어요.”


“엘프사회주의 세계수혁명당…”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신문기사 하나.


고블린년이 보여준 그 신문기사가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칸틀러.”


그렇다.


엘프사회주의 세계수혁명당의 수장, 칸틀러가 당선되었다는 그 신문기사가 말이지.


“칸…칸틀러를? 당신은 그걸 어떻게?”


칸틀러라는 이름에 바로 희번덕해진 파충류년의 표정을 보아, 다행히도 번지수를 재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그리고 동시에, 저 년의 주둥아리에 쳐박은 민트초코 햄버거가 제값을 했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고.


“그건 네 년 알바아니다. 네 년은 그 귀쟁이새끼와 무슨 관계지?”


“계약…계약 관계에요.”


“계약관계?”


“…칸틀러의 정적을 묻어버리고, 불법 자금유통을 도맡는 대가로 뒤를 봐주겠다는…그런 계약관계죠.”


“요약하자면 암막 속에서 정치용역질을 했다는 뜻이군.”


확실히 이 년은 이번 시장실종사건에 연관이 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은, 그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파해쳐 보는 일.


이 손에 쥐어진 하프 파운드 패티 두장, 싱싱한 양상추와 토마토 그리고 카카오 99% 와 천연 민트로 만든 특제 민트초코 햄버거로 장막을 들추는 일만 남았다.


“향간에 칸틀러와 연루된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


“그리고, 이 동네 시장 역시 최근에 행방불명 되었지.”


“…”


“네 년, 특제 버거를 맛보고 싶으면 이 사안들에 대해 아는 걸 가감없이 말해야할거다.”


“…이 지역구의 시장이라면 분명히…”


“뭐, 아까 전에도 말했다만 말하기 싫으면 구태여 말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이 햄버거를 길고양이들에게 던져주면 그만이니까.”


“말…말 할게요! 맞…맞아요! 모두 다 저희가 한 일이에요!”


“흐음? 너희가 한 일이다?”


“시…시장을 납치한 것도 저희가 한 일이에요!! 물…물론 세계수혁명당 당대표의 지…지시였지만요. 그리고…!”


그렇게 밝혀진 새로운 진실.


5와 8이라는 두 조각으로 시작 된 퍼즐은 이제…


단 네 조각만 남은 국면에 접어들었다.